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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간웅 (2)
동승의 권력은 그의 딸이 황제의 귀비가 되고 나서부터 크게 힘을 받았다.
도성을 지키고 치안을 유지하는 오교위(五矯衛)는 물론, 황실의 경비 담당인 도위(都尉)들조차도 관여되어 있다는 정보는 조조에게 있어서 썩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무장이었던 만큼 동승은 칼에서 오는 권력을 굳게 믿고 있었고, 황제의 이름을 팔아서 여러 무관들을 포섭했다. 원소와의 전쟁에서 조조가 패배할 것이라 믿는 자들이 주로 동승에게 모여들어 훗날의 권력을 위해 모였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장수교위(長水校尉) 충집이 가장 먼저 근위병들에 의해 압송당하고 말았다.
점심 식사를 해결하고 나오던 도중,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근위병들이 그를 구속했다. 가장 먼저 충집을 사로잡은 이유는 그가 바로 오환기병대를 이끄는 기병대장이었기 때문이다. 장수교위는 오교위들 중 기병대를 이끄는 무관직이었기에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감히 승상의 목숨을 노리다니! 각오는 되었겠지!”
서황이 으름장을 놓으며 충집과 그 휘하 무관들을 감옥에 처넣었다.
한순간에 교위부(校尉府)에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도성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관청이 바로 교위부였다. 실질적으로 도성주둔군을 관리하기 때문에 그러했다.
조조군 무장들의 관심이 대부분 교위부에 쏠리는 건 당연했다.
장수교위 충집을 시작으로 속속히 끌려오는 인물들은 모두 나름대로 이름을 떨치는 자들이었다. 조조를 따라 종군한 무관도 있었으며, 조조군 무장에게 천거된 자들도 더러 있었다.
‘이 놈을 못 잡으면 내가 죽는다!’
천거한 인물이 반란에 연루될 경우, 그 인물을 천거한 인물 또한 연좌제로 끌려간다.
당연히 조조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역적 토벌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식솔과 관직을 지켜야 한다. 비록 의형제처럼 친분을 나눴던 자라 할지라도 반역자로 낙인이 찍힌 이상 가만히 둘 순 없는 노릇이다.
이건 단순히 반란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조조군 내부에서도 앞으로의 전쟁에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었다. 하북의 패자인 원소와의 격차가 상당하였으므로, 하남의 조조가 패배할 것이라는 주장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그래서일까.
조조군의 무관이었음에도 황실에 충성하여 원소에게 귀의하려는 자들이 많았다.
당연히 그들은 모두 거기장군 동승의 주장에 찬성하여 반란의 연판장에 이름을 넣었다.
연판장에 이름을 새김으로써 황실을 위해 싸웠음을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반란이 실패할 리가 없다고 여긴 오만함 탓일지도 모른다. 설마 연판장의 존재가 조조에게 이미 포착되고 있었음을 누가 알았겠는가.
“우리들이 가장 먼저 반역 수괴들의 수급을 손에 넣어야 한다!”
조비의 사병 군단들이 움직인 곳은 조조군 무장들의 이목이 몰린 교위부가 아니었다.
그들은 외곽으로 향하며 연병장에서 훈련을 매진하고 있던 병력을 포위했다.
무장 오자란의 부대들이었다. 모두 합쳐서 1천 남짓에 달하였는데, 오자란이 거기장군 동승의 심복이었기 때문에 다소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게 대관절 무슨 짓이오!”
병장기로 번쩍이는 조비의 사병들을 본 오자란이 겁을 집어먹었다.
오자란은 이대로 훈련 병력을 이끌고 궁궐로 쳐들어갈 예정이었다.
의랑 오석이 내부에서 신호를 보내면 장수교위 충집과 함께 합류하여 조조의 목을 떨굴 예정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오석에게서 신호가 없음을 의아하게 여겼다.
그런데 돌연 조비의 병력이 집결하니, 오자란은 반란이 발각되었음을 감지했다.
장료가 소리쳤다.
“역적 오자란은 얌전히 오라를 받거라!”
“역적 조조를 죽이기 전까지는 못 죽겠다!”
오자란은 투항보다도 항전을 선택했다.
어차피 반란에 연루되었음이 들켰으니 살아남을 가능성은 낮다.
얌전히 끌려가봤자 죽을 게 뻔한 일이니, 차라리 남자답게 칼을 휘두르며 죽고 싶었다.
그는 동승과 함께 동탁군의 무장이었으며, 1만 병력을 지휘하여 낙양에서 쫓겨난 여포를 쫓은 전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다수의 병력들에게 포위당하였음에도 덤벼드는 배짱이 있었다. 오자란과 그 부하들이 항전의 뜻을 표하자, 장료와 팔건장들 또한 검을 뽑아들며 맞섰다.
“역적을 모조리 참살하라!”
“은혜를 잊은 자들이다. 용서하지 마라!”
도성 외곽의 연병장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반란군 1천이 싸움을 일으켰다는 것은 가장 큰 문젯거리였다.
도성 내부의 1천 병력. 그들이 만약 동승이 짠 계획대로 움직였다면 조조의 목숨은 물론 조씨 일가는 모두 참살되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오자란을 따르는 병력은 불과 1백에 불과했다.
나머지 병사들은 자신이 뭘 위해서 싸우는지도 모르고 병장기를 든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1천 병력의 제압은 예상했던 매우 손쉽게 이루어졌다.
장료의 무위가 실로 대단했다.
창 한 자루를 쥐고서 용감하게 달려들어 오자란을 지키는 친위대를 모두 요절냈다. 다른 팔건장들도 모두 실력이 출중하였기 때문에, 도성에서 병력이나 지키던 앳된 장수들이 이길 턱이 없었다.
상대는 모두 정예 병력이다.
모두 여포를 따른 자들이었기에 수도 병력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역적을 죽였다!”
오자란의 목을 베었다.
장료가 그 목을 높게 치켜들자 병사들의 함성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도성 진입 병력들을 총괄하고 있던 자가 오자란이었으니, 반란 진압의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장료와 팔건장이었다.
다른 무장들이 교위부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사이, 조비의 사병 병력은 반란의 실질적인 전력들을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해냈다.
* * *
고순과 함진영이 궁궐로 들어섰다.
한편 여령기는 조비의 명령에 의해 저택에만 있어야 했다. 조비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여령기의 출입을 금지시킨 것이다.
이유는 모른다. 여령기로선 이 중요한 사태에 자신을 불러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었지만, 조비의 명령을 거부할 순 없었다.
“우리들이 이 반란의 종지부를 찍을 것입니다.”
가후가 신이 난 듯 말했다.
역적의 수괴인 거기장군 동승을 잡으러 간다.
그를 잡겠다는 조조군 무장들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정예부대였던 함진영만큼이나 빠르진 않았다.
다른 장수들은 애꿎은 동승의 저택만 털고 있었다.
반면 함진영이 향하는 곳은 동승의 딸이자 유협의 귀비인 동귀비가 머무는 궁궐이었다. 바로 그 궁궐에 동승의 모습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방금 전에 환관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가후는 변란이 터지기 전, 미리 환관을 매수하여 눈과 귀로 삼았다.
가장 먹음직스런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십상시의 난 이후로 천대받던 환관들은 크게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었는데, 가후가 거금을 주며 고용하니 따르는 자들이 태반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황제 폐하의 첩을 건든다는 것은 좀…….”
오히려 우리가 역적이 되는 건 아닌가?
무장들이 못내 두려움을 품는 것도 당연했다.
병장기로 무장한 병력들이 귀비의 궁궐로 쳐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역적이나 할 법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승상을 시해하려던 자입니다. 이 천하가 모두 승상의 것인데 누구를 따라야할지 감이 안 잡히시오?”
“크, 크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물론 일에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오.”
과거 여포군 무장이었던 자들은 무엇보다 조조군 내부에서 공을 세우고 싶었다. 조비를 따라 남양군을 정벌한 공을 세웠다고는 하지만, 명확하게 조조에게 눈에 띄는 공헌을 하고 싶은 게 당연했다.
반란 진압!
궁궐에서 벌어지는 반란을 진압한다는 것은 곧 무장들에게 있어 최고의 무용담이다.
물론 간웅이라 불리는 승상 조조의 편에 서서 반란을 진압하는 것이었지만, 이미 허도는 조조의 세상이었으니 정의는 분명 이쪽에 있었다.
“가, 감히 무장이 귀비의 처소에 들어오다니!”
“썩 물라가지 못할까!”
후궁의 수발을 드는 여어(女御)들이 달려들며 무장들의 출입을 막아서려 했지만, 오히려 궁궐에서 검을 빼들고 있는 무장들의 흉흉한 모습을 보고는 멀리 달아났다.
궁궐에서 검을 뽑았다.
스스로 역적죄가 될 일을 하였다는 것은 누구 하나를 요절낼 마음으로 왔다는 뜻이다.
무장들이 온 곳은 황제 유협의 총애를 받고 있는 동귀비의 궁궐이다.
수백 명의 궁녀들이 그를 보고는 비명을 토해냈고, 화려한 꽃들로 장식된 궁궐이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황후마마의 명령이오! 거기장군 동승은 여기 없으니 썩 물러가시오!”
후궁의 궁녀들로는 무장들이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복황후가 보낸 여사(女史)들이 고순의 앞을 막아섰다.
고순은 한나라 황실의 안주인이 직접 여사들을 보냈다는 것에 혀를 찼다.
이렇게 되면 나서기 어려워진다. 황제의 첩인 동귀비를 처단하는 일도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지만, 황제의 정실부인인 복황후까지 직접 나서서 병력의 진입을 가로막는다면 명분이 딸린다.
“황제 폐하의 진노가 무섭지 않소?! 썩 물러나라는 황후마마의 명령이란 말이오!”
어떻게 귀에 들어갔는지는 몰라도, 황후는 간발의 차로 여사들을 보내어 동귀비를 보호하려 했다.
고순은 이 점을 난감하게 여겼다.
함진영들도 황후의 여사들을 내치는 것은 무리수라고 생각하였는지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만 있을 뿐이었다. 동귀비가 있는 궁궐로 난입하여 동승을 끌어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마당에, 그 위에 황후의 엄명까지 겹쳐버렸으니 나서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잠시 빌리겠다.”
조비가 한 무관의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그가 두 손으로 칼자루를 쥐었다.
그리고는 암탉처럼 크게 울부짖는 황후의 여사를 베어버렸다.
안타까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비가 단숨에 황후의 궁녀를 베어죽인 것이다. 그를 보고는 고순은 물론 가후도 경악하여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설마 황실의 안주인이 보낸 궁녀까지 죽이다니!
이건 가후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기껏해야 궁녀들을 뚫고 동귀비의 처소로 난입하리라고만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물러서지 않는다면 다 죽이겠다.”
“처, 천벌을 받을 놈!!”
궁녀가 소리쳤다.
그러자 그 궁녀 또한 조비의 검에 목숨을 잃었다.
연이어 두 명의 궁녀들이 죽자, 더 버틸 힘을 잃었는지 귀비의 처소를 지키던 궁녀들이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또 지껄일 자가 있는가?”
그 말에 궁녀들이 모두 흩어졌다.
“고순 장군! 어서 궁궐을 포위하십시오!”
“알겠소!”
가후의 외침에 고순이 황급히 움직였다.
함진영 부대도 그제야 동귀비의 궁궐을 포위하면서 단 한 명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지켰다. 이것으로 딸의 궁궐에 숨은 동승은 갈 곳 없는 쥐새끼 신세가 되었다.
동승의 권력은 그의 딸이 황제의 귀비가 되고 나서부터 크게 힘을 받았다.
도성을 지키고 치안을 유지하는 오교위(五矯衛)는 물론, 황실의 경비 담당인 도위(都尉)들조차도 관여되어 있다는 정보는 조조에게 있어서 썩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무장이었던 만큼 동승은 칼에서 오는 권력을 굳게 믿고 있었고, 황제의 이름을 팔아서 여러 무관들을 포섭했다. 원소와의 전쟁에서 조조가 패배할 것이라 믿는 자들이 주로 동승에게 모여들어 훗날의 권력을 위해 모였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장수교위(長水校尉) 충집이 가장 먼저 근위병들에 의해 압송당하고 말았다.
점심 식사를 해결하고 나오던 도중,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근위병들이 그를 구속했다. 가장 먼저 충집을 사로잡은 이유는 그가 바로 오환기병대를 이끄는 기병대장이었기 때문이다. 장수교위는 오교위들 중 기병대를 이끄는 무관직이었기에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감히 승상의 목숨을 노리다니! 각오는 되었겠지!”
서황이 으름장을 놓으며 충집과 그 휘하 무관들을 감옥에 처넣었다.
한순간에 교위부(校尉府)에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도성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관청이 바로 교위부였다. 실질적으로 도성주둔군을 관리하기 때문에 그러했다.
조조군 무장들의 관심이 대부분 교위부에 쏠리는 건 당연했다.
장수교위 충집을 시작으로 속속히 끌려오는 인물들은 모두 나름대로 이름을 떨치는 자들이었다. 조조를 따라 종군한 무관도 있었으며, 조조군 무장에게 천거된 자들도 더러 있었다.
‘이 놈을 못 잡으면 내가 죽는다!’
천거한 인물이 반란에 연루될 경우, 그 인물을 천거한 인물 또한 연좌제로 끌려간다.
당연히 조조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역적 토벌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식솔과 관직을 지켜야 한다. 비록 의형제처럼 친분을 나눴던 자라 할지라도 반역자로 낙인이 찍힌 이상 가만히 둘 순 없는 노릇이다.
이건 단순히 반란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조조군 내부에서도 앞으로의 전쟁에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었다. 하북의 패자인 원소와의 격차가 상당하였으므로, 하남의 조조가 패배할 것이라는 주장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그래서일까.
조조군의 무관이었음에도 황실에 충성하여 원소에게 귀의하려는 자들이 많았다.
당연히 그들은 모두 거기장군 동승의 주장에 찬성하여 반란의 연판장에 이름을 넣었다.
연판장에 이름을 새김으로써 황실을 위해 싸웠음을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반란이 실패할 리가 없다고 여긴 오만함 탓일지도 모른다. 설마 연판장의 존재가 조조에게 이미 포착되고 있었음을 누가 알았겠는가.
“우리들이 가장 먼저 반역 수괴들의 수급을 손에 넣어야 한다!”
조비의 사병 군단들이 움직인 곳은 조조군 무장들의 이목이 몰린 교위부가 아니었다.
그들은 외곽으로 향하며 연병장에서 훈련을 매진하고 있던 병력을 포위했다.
무장 오자란의 부대들이었다. 모두 합쳐서 1천 남짓에 달하였는데, 오자란이 거기장군 동승의 심복이었기 때문에 다소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게 대관절 무슨 짓이오!”
병장기로 번쩍이는 조비의 사병들을 본 오자란이 겁을 집어먹었다.
오자란은 이대로 훈련 병력을 이끌고 궁궐로 쳐들어갈 예정이었다.
의랑 오석이 내부에서 신호를 보내면 장수교위 충집과 함께 합류하여 조조의 목을 떨굴 예정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오석에게서 신호가 없음을 의아하게 여겼다.
그런데 돌연 조비의 병력이 집결하니, 오자란은 반란이 발각되었음을 감지했다.
장료가 소리쳤다.
“역적 오자란은 얌전히 오라를 받거라!”
“역적 조조를 죽이기 전까지는 못 죽겠다!”
오자란은 투항보다도 항전을 선택했다.
어차피 반란에 연루되었음이 들켰으니 살아남을 가능성은 낮다.
얌전히 끌려가봤자 죽을 게 뻔한 일이니, 차라리 남자답게 칼을 휘두르며 죽고 싶었다.
그는 동승과 함께 동탁군의 무장이었으며, 1만 병력을 지휘하여 낙양에서 쫓겨난 여포를 쫓은 전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다수의 병력들에게 포위당하였음에도 덤벼드는 배짱이 있었다. 오자란과 그 부하들이 항전의 뜻을 표하자, 장료와 팔건장들 또한 검을 뽑아들며 맞섰다.
“역적을 모조리 참살하라!”
“은혜를 잊은 자들이다. 용서하지 마라!”
도성 외곽의 연병장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반란군 1천이 싸움을 일으켰다는 것은 가장 큰 문젯거리였다.
도성 내부의 1천 병력. 그들이 만약 동승이 짠 계획대로 움직였다면 조조의 목숨은 물론 조씨 일가는 모두 참살되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오자란을 따르는 병력은 불과 1백에 불과했다.
나머지 병사들은 자신이 뭘 위해서 싸우는지도 모르고 병장기를 든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1천 병력의 제압은 예상했던 매우 손쉽게 이루어졌다.
장료의 무위가 실로 대단했다.
창 한 자루를 쥐고서 용감하게 달려들어 오자란을 지키는 친위대를 모두 요절냈다. 다른 팔건장들도 모두 실력이 출중하였기 때문에, 도성에서 병력이나 지키던 앳된 장수들이 이길 턱이 없었다.
상대는 모두 정예 병력이다.
모두 여포를 따른 자들이었기에 수도 병력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역적을 죽였다!”
오자란의 목을 베었다.
장료가 그 목을 높게 치켜들자 병사들의 함성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도성 진입 병력들을 총괄하고 있던 자가 오자란이었으니, 반란 진압의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장료와 팔건장이었다.
다른 무장들이 교위부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사이, 조비의 사병 병력은 반란의 실질적인 전력들을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해냈다.
* * *
고순과 함진영이 궁궐로 들어섰다.
한편 여령기는 조비의 명령에 의해 저택에만 있어야 했다. 조비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여령기의 출입을 금지시킨 것이다.
이유는 모른다. 여령기로선 이 중요한 사태에 자신을 불러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었지만, 조비의 명령을 거부할 순 없었다.
“우리들이 이 반란의 종지부를 찍을 것입니다.”
가후가 신이 난 듯 말했다.
역적의 수괴인 거기장군 동승을 잡으러 간다.
그를 잡겠다는 조조군 무장들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정예부대였던 함진영만큼이나 빠르진 않았다.
다른 장수들은 애꿎은 동승의 저택만 털고 있었다.
반면 함진영이 향하는 곳은 동승의 딸이자 유협의 귀비인 동귀비가 머무는 궁궐이었다. 바로 그 궁궐에 동승의 모습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방금 전에 환관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가후는 변란이 터지기 전, 미리 환관을 매수하여 눈과 귀로 삼았다.
가장 먹음직스런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십상시의 난 이후로 천대받던 환관들은 크게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었는데, 가후가 거금을 주며 고용하니 따르는 자들이 태반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황제 폐하의 첩을 건든다는 것은 좀…….”
오히려 우리가 역적이 되는 건 아닌가?
무장들이 못내 두려움을 품는 것도 당연했다.
병장기로 무장한 병력들이 귀비의 궁궐로 쳐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역적이나 할 법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승상을 시해하려던 자입니다. 이 천하가 모두 승상의 것인데 누구를 따라야할지 감이 안 잡히시오?”
“크, 크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물론 일에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오.”
과거 여포군 무장이었던 자들은 무엇보다 조조군 내부에서 공을 세우고 싶었다. 조비를 따라 남양군을 정벌한 공을 세웠다고는 하지만, 명확하게 조조에게 눈에 띄는 공헌을 하고 싶은 게 당연했다.
반란 진압!
궁궐에서 벌어지는 반란을 진압한다는 것은 곧 무장들에게 있어 최고의 무용담이다.
물론 간웅이라 불리는 승상 조조의 편에 서서 반란을 진압하는 것이었지만, 이미 허도는 조조의 세상이었으니 정의는 분명 이쪽에 있었다.
“가, 감히 무장이 귀비의 처소에 들어오다니!”
“썩 물라가지 못할까!”
후궁의 수발을 드는 여어(女御)들이 달려들며 무장들의 출입을 막아서려 했지만, 오히려 궁궐에서 검을 빼들고 있는 무장들의 흉흉한 모습을 보고는 멀리 달아났다.
궁궐에서 검을 뽑았다.
스스로 역적죄가 될 일을 하였다는 것은 누구 하나를 요절낼 마음으로 왔다는 뜻이다.
무장들이 온 곳은 황제 유협의 총애를 받고 있는 동귀비의 궁궐이다.
수백 명의 궁녀들이 그를 보고는 비명을 토해냈고, 화려한 꽃들로 장식된 궁궐이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황후마마의 명령이오! 거기장군 동승은 여기 없으니 썩 물러가시오!”
후궁의 궁녀들로는 무장들이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복황후가 보낸 여사(女史)들이 고순의 앞을 막아섰다.
고순은 한나라 황실의 안주인이 직접 여사들을 보냈다는 것에 혀를 찼다.
이렇게 되면 나서기 어려워진다. 황제의 첩인 동귀비를 처단하는 일도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지만, 황제의 정실부인인 복황후까지 직접 나서서 병력의 진입을 가로막는다면 명분이 딸린다.
“황제 폐하의 진노가 무섭지 않소?! 썩 물러나라는 황후마마의 명령이란 말이오!”
어떻게 귀에 들어갔는지는 몰라도, 황후는 간발의 차로 여사들을 보내어 동귀비를 보호하려 했다.
고순은 이 점을 난감하게 여겼다.
함진영들도 황후의 여사들을 내치는 것은 무리수라고 생각하였는지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만 있을 뿐이었다. 동귀비가 있는 궁궐로 난입하여 동승을 끌어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마당에, 그 위에 황후의 엄명까지 겹쳐버렸으니 나서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잠시 빌리겠다.”
조비가 한 무관의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그가 두 손으로 칼자루를 쥐었다.
그리고는 암탉처럼 크게 울부짖는 황후의 여사를 베어버렸다.
안타까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비가 단숨에 황후의 궁녀를 베어죽인 것이다. 그를 보고는 고순은 물론 가후도 경악하여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설마 황실의 안주인이 보낸 궁녀까지 죽이다니!
이건 가후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기껏해야 궁녀들을 뚫고 동귀비의 처소로 난입하리라고만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물러서지 않는다면 다 죽이겠다.”
“처, 천벌을 받을 놈!!”
궁녀가 소리쳤다.
그러자 그 궁녀 또한 조비의 검에 목숨을 잃었다.
연이어 두 명의 궁녀들이 죽자, 더 버틸 힘을 잃었는지 귀비의 처소를 지키던 궁녀들이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또 지껄일 자가 있는가?”
그 말에 궁녀들이 모두 흩어졌다.
“고순 장군! 어서 궁궐을 포위하십시오!”
“알겠소!”
가후의 외침에 고순이 황급히 움직였다.
함진영 부대도 그제야 동귀비의 궁궐을 포위하면서 단 한 명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지켰다. 이것으로 딸의 궁궐에 숨은 동승은 갈 곳 없는 쥐새끼 신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