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31화] 후환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 (3)



조비가 직접 주변 태수와 장수들에게 명령을 전달하였지만, 그들 중 조비의 명령을 받든 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달아나는 유비를 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으며, 그의 도주로를 봉쇄하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 말았다.
조비는 분하다는 심정을 토해내는 한편, 태수와 장수들이 자신의 명령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단양병(丹陽兵)이 반란을 일으켜?”
도겸과 유비, 그리고 여포를 잇따라서 섬긴 단양병들이 일제히 반란.
그로 인해 열병식 도중 조조가 죽을 뻔했다는 보고를 듣게 되었다. 하후돈과 허저는 물론 조조도 직접 청홍검을 휘두르며 수십 명을 베어죽여야 했을 정도로 치열한 양상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 서주성이 난리입니다! 서주의 모든 봉화에 연기가 치솟은 것은 물론, 모두 태수들이 반란 진압에 동원되었습니다.”
광릉태수 진등이 직접 보고를 올렸다.
지금은 유비를 잡을 때가 아니다.
이미 유비는 장비와 함께 도망쳤으며, 그들을 잡을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승상 조조가 반란에 휘말리면서 직접 적병과 싸우고 있다는 말은 곧 엄청난 위기라는 뜻이다. 그 위기 속에서 귀 큰 놈을 태연스럽게 쫓아다닐 순 없었다. 유비의 목숨 따위보다도 승상 조조의 목숨이 더욱 무거웠기 때문이다.
“회군한다.”
조비는 분한 마음을 삭히며 명령을 내려야 했다.
여기선 물러나야 한다.
조조군에 비상이 걸린 지금의 시점에서 유비를 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후환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귀 큰 놈을 반드시 죽여야 하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단양병의 반란을 유비가 계획하였을 리는 없겠지만,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 매우 운 나쁘게도 유비를 쫓는 이 시점에서 단양병의 대대적인 반란이 벌어졌으며, 조비는 추격에 나서지 못하고 모든 병사들을 물렸다.
‘왜 하필 지금 시점에서? 운도 더럽게 없지.’
조조가 서주를 찬탈한 직후,
흉포하고 사납기로 유명한 단양병들이 왜 반란을 일으켰을까.

물론 반란을 일으킬 수야 있다.
단양병들은 서주의 기득권 출신이라 조조가 서주를 찬탈하면 자신의 기득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
하지만 유비를 쫓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 단양병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은 아무래도 막상 ‘우연’이라고만 생각할 순 없었다.
서주의 여론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세력이 있는 게 아닐까?
자신이 유비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서주 전역으로 확산된 것도 그러했고, 그로 인해 백성들이 군세를 저지한 것도 수상쩍었다.


* * *


“왔느냐.”
조비가 조조를 지키기 위해서 서주성으로 귀환했을 때는 모든 것이 끝난 뒤였다.
조조는 직접 전투에 참전한 탓에 온몸이 긁힌 자국이 가득하였고, 특히 새하얀 얼굴은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청홍검을 빼들어 수십 명의 적병들을 도륙내고 혼란에 빠진 아군 병사들을 지휘하였다.
매번 위에서 명령만을 내리기 때문에 허약하다는 인상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조는 현장에서 몸소 싸울 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무예를 자랑하였기에 목숨을 보존할 수 있었다.
많은 단양병들이 직접 조조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그들 중 성공한 자가 없었다.
하후돈과 허저의 보호가 있었다고는 해도, 조조 본인이 무예에 능하지 못했다면 적에게 살해당했을 확률이 높았다.
“단양병들이 왜 반란을 일으킨 겁니까?”
그 말에 조조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너는 네 아비가 무사한지 안부를 묻는 것보다도 그게 더 궁금한 모양이구나.”
“제 눈에는 멀쩡히 살아있는 승상의 모습이 보입니다만.”

안 죽었으니 됐지.
내가 네 안부까지 물어봐줘야 하나.
그 말에 조조가 ‘역시 내 아들이다.’라고 답하였다.

그래, 이게 바로 내 아들의 반응이다.
반란이 종결 된 후, 다른 장수들처럼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 아니라 그 반란에 대해서 탐색하고 살핌으로서 재발을 방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또 다시 단양병이 반란을 일으킨다면 조조군으로선 서주의 일부 지역을 포기해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서주 관할권은 여포군으로부터 얻은 가장 훌륭한 전리품이다.
지옥의 야차보다도 무서운 여포군에게 승리하여 얻은 전리품이 한낱 단양병들 따위에게 훼손된다면 그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을 것이다. 저승에 간 여포가 비웃을 일이겠지.
그렇기에 단양병 따위에게 다시 뒤통수를 맞는 일이 없도록 수단을 강구해야 했다.
“넌 어디 다녀왔느냐?”
몸소 정예병을 이끌고 소패성으로 갔다고 들었거늘.
조조의 말에 조비는 “귀 큰 놈을 죽이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라고 고백했다. 그 말에 조조가 다시 한 번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유비 암살에 실패했다.
그 말이 썩 우습게 들렸다.

한없이 완벽을 추구하는 아들이 실패를 했다라.
매우 뜻밖의 일이다. 그만큼 유비의 눈치가 빨라서 도망을 잘 친 탓이겠지. 조조는 그 실패가 거름이 되어 조비를 더욱 성장시키길 바랐다.
“서주 통치는 적어도 10년 이상은 걸릴 겁니다.”
서주 백성들의 민심이 사납습니다.
단양병의 반란을 시작으로, 잇따라서 반란을 일으킬 위험성이 지극히 높습니다.
기껏 여포군으로부터 빼앗은 영토였지만, 그를 다스리는 데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그만큼 서주 대학살의 여파가 컸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이번 반란으로 수확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주의 가장 큰 무력집단이었던 단양병을 모두 섬멸하면서 사실상 서주의 토착세력은 힘을 잃게 되었고, 뒤이어 벌어질 반란은 모두 정예병 집단이 없는 지방의 사소한 잡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모두 내가 과거에 진 업이다. 이제 와서 불평해봤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우선 서주 통치는 진규와 진등 부자에게 맡겨야겠다.
조조는 자신이 서주에 오래 머물수록 서주 백성들의 민심이 사나워질 뿐이라고 말했고, 그렇기에 서주 통치는 서주 출신의 친(親) 조조세력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진규가 조조군에 우호적인 호족 세력들을 다수 사귀고 있었으므로, 그에게 서주목의 벼슬을 맡겨야 했다.

“반란에 동참한 호족 놈들을 죄다 죽이겠수다!”
하후돈이 성을 내며 말했다.
조조가 죽을 뻔한 것은 사실이다.
만약 그 옆에 하후돈과 허저가 꼭 붙어있지 않았더라면 제아무리 조조가 검술에 뛰어났다고 하더라도 단양병에게 살해당했을 것이다. 단양병은 서주 제일의 정예부대였고, 서주에서 열병식이 있기 전부터 조조 암살을 계획하였기 때문이다.
조조군 장수들도 모두 이번 반란에 개입된 서주 호족들을 죽여야 한다고 진언했다. 이번에 진압하지 못하면 다음에 또 반란을 일으킬 것이므로, 화근으로 드러난 자들은 모두 죽이는 게 당연했다.
“빌어먹을 정도로 귀찮은 일입니다만, 주동자들을 처벌하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대체 얼마나 많은 호족들을 또 죽여야 할지!
조비는 호족들의 목숨 따위는 아무래도 좋지만, 그들을 모두 숙청함으로써 발생할 반발에 대해선 생각하기도 귀찮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말하지 않았던가.
서주를 통치하는 데 걸리는 세월만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그리고 이번 반란의 주동자들을 숙청하게 된다면, 10년보다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란의 주동자들은 죽여야 한다.
그 주장에 대해선 조조군 장수들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다.

그 주동자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서주 호족들은 더욱 기가 살아서 반항의 기미를 보일 것이다.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비록 서주 통치에 장애가 된다 할지라도, 반란 진압에 따른 주동자 색출은 중요한 단계였다.
“우선 제가 칼자루를 쥐어 보겠습니다.”
조비가 말했다.

그가 가장 먼저 표적으로 삼은 곳은 서주(徐州) 동해군(東海郡) 구현(朐縣)의 대부호로 명성이 자자한 미씨 일족이었다.
그들은 집안의 재산을 이용하여 유비를 도운 데다가, 단양병의 반란은 물론 조비가 유비를 놓치게 만든 소문을 퍼뜨렸으므로 조비가 미씨 일가를 가증스럽게 여긴 것은 당연했다.
미축과 미방은 이미 도망쳤다고는 하나, 그 일가족들은 아직 서주에 남아있었다.
조조군 병사들이 들이닥치며 일가족들을 모두 살해한 것은 물론, 집안을 불태우고 재산을 약탈했다. 유비를 바로 눈앞에서 놓쳤다는 그 미움이 작용한 것일까. 조비는 특히 미씨 일가에 한해서는 가장 잔인한 행동을 보였다.
“훗날 가장 큰 우환거리가 될 유비를 놓쳤다. 유비를 따르는 자들은 그 누구라 할지라도 지금과 같은 꼴을 겪게 될 것이다.”
미축은 조조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영군태수, 그리고 그 동생인 미방은 팽성상의 벼슬에 올랐지만 결코 조조를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조조군을 멀리하고 유비를 지원했다.
서주 대학살의 여파 탓에 미씨 일가는 특히나 조조군을 미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비는 미씨 일가를 아예 서주에서 지워버림으로서 서주의 화근을 지워버렸다.

“가문이 멸망할 것을 알면서도 유비를 지원했단 말입니까. 저로서는 그 이유가 이해되지가 않습니다만.”
장료가 말했다.
그의 눈은 잿더미가 되어 사라지는 미씨 일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비에게 목숨을 걸고서라도 충성을 바칠 이유가 있는 것인가.
장료는 유비를 따라서 가문을 버리고 떠나버린 미축과 미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유비가 인의와 충절이 깊은 인물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가문을 희생해서까지 따를 가치가 있는 인물인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유비를 따르는 자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가 군주로서의 자질이 아주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장료가 보기에는 그저 시골의 군벌로 끝날 그릇으로 보였다.

미씨 일가를 비롯하여 유비를 따랐던 다수의 가문을 불태웠다.
그들은 모두 하나도 빠짐없이 단양병 반란에 동조하였으므로, 조조군이 그를 응징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었다.
조비가 군사를 물리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다음 목적지를 정했다.
“낭야국(琅邪國) 양도현(陽都縣)으로 간다.”
그 말에 고순이 되물었다.
“그 곳은 아무 것도 없는 시골 촌락이 아닙니까? 반란에 동조한 호족 가문도 없는 곳입니다.”
“진압 목적이 아니다.”
조비는 낭야국 양도현에 기거하고 있는 제갈 일족들을 보기 위해서 군사를 몰고 가려는 것이다.

훗날 유비와 함께 조위(曹魏)의 가장 큰 우환이 될 승상 제갈량.
제갈 일족들이 모두 양도현에 살고 있으며, 제갈량 또한 유년 시절을 서주에서 보냈다는 일화가 있으니 분명 양도현에 제갈량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조씨 일가를 따를 것을 종용한다.
따르지 않는다면 죽인다.

이 두 가지의 선택을 내리기 위해서 양도현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