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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들개몰이 (3)
여포가 직접 기병대를 몰고 나갔음에도, 오히려 반절 이상을 잃고 패주하게 되었다.
여포군은 매번 여포의 용맹과 활약을 위주로 전력을 발휘하는 세력이었기 때문에, 여포가 패주하였다는 후폭풍이 매우 컸다.
연주 공방전 당시에 싸웠던 조조군은 약소하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중원 4개 주를 제패한 조조는 더 이상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황제의 칙령을 받든 군단들을 친히 통솔하고 있다.
비록 역적 원술을 토벌하기 위한 명분으로 조직되었다고는 하나, 수춘성 점령에 동원된 모든 군단들을 통솔하여 서주성으로 왔기에 그 위용이 크게 남달랐다.
“지금이라도 원술과 손을 잡을까?!”
여포가 소리쳤다.
조조군 보병대의 방어대형은 여포군 기병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철벽을 유지했다. 여포는 그를 직접 경험하였기에 비명에 가까운 절규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게 다 진규, 그 늙은이 때문이다!”
오래전, 여포는 원술군과 동맹을 맺기 위해서 딸 여령기를 원술의 아들과 혼인시키려 했던 적이 있었다. 진궁이 동의한 동맹 계획이었지만, 서주의 패상이었던 진규가 격렬하게 반대하면서 무산되었다.
물론 진규의 사탕발림에 넘어간 여포의 탓이 크겠으나, 지금 그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선 까맣게 잊어버린 뒤였다.
여포에게는 지금 당장 서주성 인근에 새까맣게 진을 치고 있는 조조를 어떻게 하느냐가 바로 핵심적인 고민거리였다.
“우선 조조가 오기 전, 합비로 전령을 보내두었습니다.”
진궁이 말했다.
여포의 허락도 없이, 진궁은 조조군의 침공을 받아 합비성으로 쫓겨난 원술에게 동맹제의를 건넸다.
이렇게 될 것이라 예견하였던 것이다.
이제 여포군과 원술군은 조조군을 공동의 적으로 두고 있었으니, 서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가 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진궁은 미약하게나마 세력이 남은 원술군이 조조군의 후미를 공격해주길 원했다.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여야 한다.
조조군은 수춘성을 점령하자마자 대부분의 군세들을 몰고 왔으므로 분명 후미가 불안정할 것이다.
“하지만 원술이 나를 도와줄 리가 없지 않은가!”
원술은 오만하고 자존심이 높은 폭군이다.
이미 여포는 원술과의 동맹을 철회한 바가 있었다.
진규의 속셈에 넘어갔다고는 해도, 결국 원술의 아들에게 보내기로 했던 여령기를 다시 돌아오도록 하였다.
원술은 그를 모욕으로 여기고는 대군을 몰아 서주성을 공격하였는데, 여포가 그를 대파해버리면서 원술의 명성에 똥칠을 한 전과가 있었다.
그런 원수지간인데 설마 원술이 과거를 모두 청산하고 도움의 손길을 뻗어줄까?
원술의 이기적인 성격을 잘 아는 여포로선 그것이 우려스러웠다. 아무리 진궁이 꾸민 일이라고는 해도, 이번 건에 대해선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나와 우리 딸아이가 개죽음을 당하게 생겼는데!”
여포의 정실부인이었던 엄씨가 여령기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과거 조조군과 척을 졌던 여포의 행동을 비판했다.
이전에 싸웠을 당시 조조는 일개 군벌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황제를 옹립한 대군벌이 되어 있었다. 하북의 원소와 천하이강(天下二强)을 이룰 만하다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였으니, 서주 변두리를 장악한 여포는 그저 하룻강아지에 불과하다.
그 힘의 격차를 아녀자라고 해서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엄씨는 여포의 우둔함을 비판하는 한편, 조조가 가장 증오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책사를 향해서 소리쳤다.
“공대! 그대가 조맹덕과 척을 졌기에 그 앙심을 품고 서주까지 온 게 아닌가!”
너만 상공을 부추기지 않았더라면!
여포가 그나마 서주목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진궁의 덕분이라 할 수 있겠지만, 엄씨는 그가 조조군을 몰고 왔다고 여기고는 강한 적의를 품었다.
연주에서 조조를 무너뜨리지 못한 까닭에, 그가 앙심을 품고 대군을 몰고 왔다.
서주성에 있는 모든 병사와 가솔들을 남김없이 죽일 것이며, 사나운 병사들에 의해 아녀자들은 죽음보다도 더한 치욕을 겪게 되겠지. 난세에서 패배한 세력의 여인이 어떤 수치를 당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엄씨는 자신의 딸인 여령기가 몹쓸 짓을 당할까 크게 염려하였다,
“책사님, 조조군을 물리칠 계책이 있습니까?”
그 누구도 아닌, 여령기가 진궁에게 물었다.
진궁은 여포군이 연주 공방전에서 패배한 이래로, 서주에서는 발언권을 잃고 있었는데 마침 여령기가 그를 지목하여 방책을 물은 것이다. 여포와 엄씨는 진궁을 괄대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그 딸인 여령기만큼은 진궁을 우대했다.
어찌되었든 진궁이 연주에서 조조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간 것은 사실이다.
여령기는 그 능력을 높게 여기고 있었고, 조조군의 침공을 격퇴하기 위해선 진궁의 도움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있습니다.”
진궁이 나섰다.
그는 학맹의 반란에 개입되어 있다고 하여, 여포군 내부에서 배신자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보인 여령기의 신뢰에 감격하여 그 타개책을 들고 나섰다.
“우선 서주성에서 수성을 치러선 절대로 조조군을 몰아낼 수 없습니다. 병력의 손실을 각오해서라도 봉선 님께서 직접 군사를 몰고 나가 평야전을 치러야 합니다.”
“무슨 소리요? 이미 조조군이 떼거리로 몰려들었는데!”
여포가 소리쳤다.
성문을 열고 돌격하라는 말은 마치 죽으라는 말처럼 들렸다.
“압도적인 다수와의 전투야말로 봉선 님의 장기이십니다. 아군의 무력이 곧 봉선 님의 활약이니, 병사들을 지도하고 고무하시어 계속해서 전투를 치르신다면, 서주성 바깥에 있을 아군 또한 분기탱천하여 본대를 지원하기 위해 몰려올 겁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서주 전역에서 소집되는 병력과 서주성이 단절되어 있다는 것이다.
서주성과 연락이 모두 끊어졌으니, 서주의 지방군으로선 감히 조조군을 공격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겠지. 그런 순간에 여포가 직접 활약하면서 잇따른 승전보를 올리기만 한다면, 그 소식에 용기를 받은 지방군들이 서주성을 구원하고자 서둘러 달려오게 될 것이다.
여포군의 무력은 오로지 여포의 위용에 달렸다.
매번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비장 여포가 직접 해결하였기 때문에, 여포군 사이에서 여포는 군신(軍神)과 다름이 없었다.
군신이 활약해주기만 하면, 모든 아군들이 힘을 모아 조조군을 격퇴할 수 있으리라.
* * *
“분명 진궁은 서주의 지방군들을 기다릴 겁니다.”
곽가가 말했다.
진궁의 꾀는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뻔한 술책에 불과했다.
궁지에 몰릴수록 사람은 단순해지고, 뛰어난 진궁이라도 허점이 드러나길 마련이다. 이미 곽가와 순욱에게 전략이 들통나버렸으니, 그는 이제 오래 버티지 못할 운명에 처해 있었다.
“하하하하!! 천하의 여포가 지원군이나 기다리는 입장이라니, 아주 우습군!”
하후돈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서주성 인근의 지역들은 모두 항복을 한 상태였다.
여포가 다스리는 지역의 태수와 현령들이 가장 먼저 달려와 항복하였으며, 서주성의 강 건너에 있는 하비국(下邳國)만이 여포를 지지했다.
서주의 국군(國郡)들이 대부분 항복하였으니, 이제 여포가 살아날 가망은 없다.
진궁이 지방군의 도움을 기다리는 것은 사실상 희망사항에 불과했고, 서주성 바깥의 사정을 진궁이 알 리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성 없는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군이 개입하여 아군의 후미를 공격하면 곤란해진다. 봉효, 그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조조가 물었다.
서주 병력이 쳐들어온다 하더라도 능히 무찌를 수야 있겠지만, 서주성을 포위하고 있는 조조군의 입장에서는 적 지원군이 아군의 후미를 공격하는 것은 영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다시 곽가에게 물은 것이다.
곽가는 조조의 물음을 조비에게 돌렸다.
조비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서주의 곡량과 물자들 대부분은 현재 아군이 쥐고 있습니다. 저들은 우리에게 먹을 수 있는 쌀을 준 반면, 저들은 먹을 수 없는 금덩이와 재물을 가져갔습니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은 먹을 수 없는 황금이 아닌, 배를 배불리 채울 수 있는 쌀과 곡량에 있었다.
“시일이 지날수록 굶주림에 허덕이는 것은 여포군입니다. 광릉군이 아군과 내통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고을들이 아군에 항복하였으니 누가 있어 그들의 배를 채워줄 수 있겠습니까?”
전쟁은 용기와 결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준비가 필요했고, 병사들에게 필요한 요소들이 많이 있었다.
적이 전쟁을 치를 형편조차 못 갖추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전략의 핵심이다.
“병사란 결국 자신의 배를 채워주고 봉급을 주는 편에 섭니다.”
인간의 본성은 한없이 이기적이며, 자신에게 이로운 자의 편에 선다.
이미 여포는 서주성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으니, 그를 지원해줄 충성스런 병력은 이 서주에 없었다.
여포가 직접 기병대를 몰고 나갔음에도, 오히려 반절 이상을 잃고 패주하게 되었다.
여포군은 매번 여포의 용맹과 활약을 위주로 전력을 발휘하는 세력이었기 때문에, 여포가 패주하였다는 후폭풍이 매우 컸다.
연주 공방전 당시에 싸웠던 조조군은 약소하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중원 4개 주를 제패한 조조는 더 이상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황제의 칙령을 받든 군단들을 친히 통솔하고 있다.
비록 역적 원술을 토벌하기 위한 명분으로 조직되었다고는 하나, 수춘성 점령에 동원된 모든 군단들을 통솔하여 서주성으로 왔기에 그 위용이 크게 남달랐다.
“지금이라도 원술과 손을 잡을까?!”
여포가 소리쳤다.
조조군 보병대의 방어대형은 여포군 기병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철벽을 유지했다. 여포는 그를 직접 경험하였기에 비명에 가까운 절규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게 다 진규, 그 늙은이 때문이다!”
오래전, 여포는 원술군과 동맹을 맺기 위해서 딸 여령기를 원술의 아들과 혼인시키려 했던 적이 있었다. 진궁이 동의한 동맹 계획이었지만, 서주의 패상이었던 진규가 격렬하게 반대하면서 무산되었다.
물론 진규의 사탕발림에 넘어간 여포의 탓이 크겠으나, 지금 그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선 까맣게 잊어버린 뒤였다.
여포에게는 지금 당장 서주성 인근에 새까맣게 진을 치고 있는 조조를 어떻게 하느냐가 바로 핵심적인 고민거리였다.
“우선 조조가 오기 전, 합비로 전령을 보내두었습니다.”
진궁이 말했다.
여포의 허락도 없이, 진궁은 조조군의 침공을 받아 합비성으로 쫓겨난 원술에게 동맹제의를 건넸다.
이렇게 될 것이라 예견하였던 것이다.
이제 여포군과 원술군은 조조군을 공동의 적으로 두고 있었으니, 서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가 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진궁은 미약하게나마 세력이 남은 원술군이 조조군의 후미를 공격해주길 원했다.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여야 한다.
조조군은 수춘성을 점령하자마자 대부분의 군세들을 몰고 왔으므로 분명 후미가 불안정할 것이다.
“하지만 원술이 나를 도와줄 리가 없지 않은가!”
원술은 오만하고 자존심이 높은 폭군이다.
이미 여포는 원술과의 동맹을 철회한 바가 있었다.
진규의 속셈에 넘어갔다고는 해도, 결국 원술의 아들에게 보내기로 했던 여령기를 다시 돌아오도록 하였다.
원술은 그를 모욕으로 여기고는 대군을 몰아 서주성을 공격하였는데, 여포가 그를 대파해버리면서 원술의 명성에 똥칠을 한 전과가 있었다.
그런 원수지간인데 설마 원술이 과거를 모두 청산하고 도움의 손길을 뻗어줄까?
원술의 이기적인 성격을 잘 아는 여포로선 그것이 우려스러웠다. 아무리 진궁이 꾸민 일이라고는 해도, 이번 건에 대해선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나와 우리 딸아이가 개죽음을 당하게 생겼는데!”
여포의 정실부인이었던 엄씨가 여령기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과거 조조군과 척을 졌던 여포의 행동을 비판했다.
이전에 싸웠을 당시 조조는 일개 군벌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황제를 옹립한 대군벌이 되어 있었다. 하북의 원소와 천하이강(天下二强)을 이룰 만하다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였으니, 서주 변두리를 장악한 여포는 그저 하룻강아지에 불과하다.
그 힘의 격차를 아녀자라고 해서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엄씨는 여포의 우둔함을 비판하는 한편, 조조가 가장 증오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책사를 향해서 소리쳤다.
“공대! 그대가 조맹덕과 척을 졌기에 그 앙심을 품고 서주까지 온 게 아닌가!”
너만 상공을 부추기지 않았더라면!
여포가 그나마 서주목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진궁의 덕분이라 할 수 있겠지만, 엄씨는 그가 조조군을 몰고 왔다고 여기고는 강한 적의를 품었다.
연주에서 조조를 무너뜨리지 못한 까닭에, 그가 앙심을 품고 대군을 몰고 왔다.
서주성에 있는 모든 병사와 가솔들을 남김없이 죽일 것이며, 사나운 병사들에 의해 아녀자들은 죽음보다도 더한 치욕을 겪게 되겠지. 난세에서 패배한 세력의 여인이 어떤 수치를 당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엄씨는 자신의 딸인 여령기가 몹쓸 짓을 당할까 크게 염려하였다,
“책사님, 조조군을 물리칠 계책이 있습니까?”
그 누구도 아닌, 여령기가 진궁에게 물었다.
진궁은 여포군이 연주 공방전에서 패배한 이래로, 서주에서는 발언권을 잃고 있었는데 마침 여령기가 그를 지목하여 방책을 물은 것이다. 여포와 엄씨는 진궁을 괄대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그 딸인 여령기만큼은 진궁을 우대했다.
어찌되었든 진궁이 연주에서 조조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간 것은 사실이다.
여령기는 그 능력을 높게 여기고 있었고, 조조군의 침공을 격퇴하기 위해선 진궁의 도움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있습니다.”
진궁이 나섰다.
그는 학맹의 반란에 개입되어 있다고 하여, 여포군 내부에서 배신자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보인 여령기의 신뢰에 감격하여 그 타개책을 들고 나섰다.
“우선 서주성에서 수성을 치러선 절대로 조조군을 몰아낼 수 없습니다. 병력의 손실을 각오해서라도 봉선 님께서 직접 군사를 몰고 나가 평야전을 치러야 합니다.”
“무슨 소리요? 이미 조조군이 떼거리로 몰려들었는데!”
여포가 소리쳤다.
성문을 열고 돌격하라는 말은 마치 죽으라는 말처럼 들렸다.
“압도적인 다수와의 전투야말로 봉선 님의 장기이십니다. 아군의 무력이 곧 봉선 님의 활약이니, 병사들을 지도하고 고무하시어 계속해서 전투를 치르신다면, 서주성 바깥에 있을 아군 또한 분기탱천하여 본대를 지원하기 위해 몰려올 겁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서주 전역에서 소집되는 병력과 서주성이 단절되어 있다는 것이다.
서주성과 연락이 모두 끊어졌으니, 서주의 지방군으로선 감히 조조군을 공격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겠지. 그런 순간에 여포가 직접 활약하면서 잇따른 승전보를 올리기만 한다면, 그 소식에 용기를 받은 지방군들이 서주성을 구원하고자 서둘러 달려오게 될 것이다.
여포군의 무력은 오로지 여포의 위용에 달렸다.
매번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비장 여포가 직접 해결하였기 때문에, 여포군 사이에서 여포는 군신(軍神)과 다름이 없었다.
군신이 활약해주기만 하면, 모든 아군들이 힘을 모아 조조군을 격퇴할 수 있으리라.
* * *
“분명 진궁은 서주의 지방군들을 기다릴 겁니다.”
곽가가 말했다.
진궁의 꾀는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뻔한 술책에 불과했다.
궁지에 몰릴수록 사람은 단순해지고, 뛰어난 진궁이라도 허점이 드러나길 마련이다. 이미 곽가와 순욱에게 전략이 들통나버렸으니, 그는 이제 오래 버티지 못할 운명에 처해 있었다.
“하하하하!! 천하의 여포가 지원군이나 기다리는 입장이라니, 아주 우습군!”
하후돈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서주성 인근의 지역들은 모두 항복을 한 상태였다.
여포가 다스리는 지역의 태수와 현령들이 가장 먼저 달려와 항복하였으며, 서주성의 강 건너에 있는 하비국(下邳國)만이 여포를 지지했다.
서주의 국군(國郡)들이 대부분 항복하였으니, 이제 여포가 살아날 가망은 없다.
진궁이 지방군의 도움을 기다리는 것은 사실상 희망사항에 불과했고, 서주성 바깥의 사정을 진궁이 알 리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성 없는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군이 개입하여 아군의 후미를 공격하면 곤란해진다. 봉효, 그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조조가 물었다.
서주 병력이 쳐들어온다 하더라도 능히 무찌를 수야 있겠지만, 서주성을 포위하고 있는 조조군의 입장에서는 적 지원군이 아군의 후미를 공격하는 것은 영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다시 곽가에게 물은 것이다.
곽가는 조조의 물음을 조비에게 돌렸다.
조비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서주의 곡량과 물자들 대부분은 현재 아군이 쥐고 있습니다. 저들은 우리에게 먹을 수 있는 쌀을 준 반면, 저들은 먹을 수 없는 금덩이와 재물을 가져갔습니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은 먹을 수 없는 황금이 아닌, 배를 배불리 채울 수 있는 쌀과 곡량에 있었다.
“시일이 지날수록 굶주림에 허덕이는 것은 여포군입니다. 광릉군이 아군과 내통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고을들이 아군에 항복하였으니 누가 있어 그들의 배를 채워줄 수 있겠습니까?”
전쟁은 용기와 결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준비가 필요했고, 병사들에게 필요한 요소들이 많이 있었다.
적이 전쟁을 치를 형편조차 못 갖추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전략의 핵심이다.
“병사란 결국 자신의 배를 채워주고 봉급을 주는 편에 섭니다.”
인간의 본성은 한없이 이기적이며, 자신에게 이로운 자의 편에 선다.
이미 여포는 서주성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으니, 그를 지원해줄 충성스런 병력은 이 서주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