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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수춘 전투 (3)
사냥이 끝난 뒤에는 언제나 들개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강동(江東)의 손책을 필두로, 형주의 유표를 비롯한 군벌들이 원술의 세력권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조조군이 원술군의 근거지를 점령하여 원술은 갈 곳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고,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지역들에 한해서는 외부 군벌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힘이 빠진 짐승은 사냥을 당하는 법이다.
약한 모습을 보였으니 맹수들에게 노려지는 것은 당연했고, 상처투성이가 된 짐승은 합비현(合肥縣)까지 도망쳐야 했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승상!”
원술의 옥좌에 앉은 조조가 수십 명의 장수들로부터 승전보를 보고받았다.
수춘성을 점령하였으니, 원술군의 근거지였던 구강군(九江郡) 전역을 손에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술은 반격을 꾀하는 대신 합비현까지 물러나게 되었다. 훗날을 도모하려는 모양이겠지만, 유표를 비롯하여 손책 등의 중소 군벌들이 모두 원술을 물어뜯기 시작하였으므로 그가 회생하기란 매우 어려워 보였다.
“역양현(歷陽縣)은 물론, 각 태수들이 알아서 항복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이걸로 원술의 영토는 모두 승상의 것입니다.”
원술이 가지고 있는 형주(荊州)는 모두 유표에게, 양주(揚州) 세력권은 여강군의 유훈과 강동의 손책이 나누어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영향권을 가진 예주(豫州)에 대해서는 모두 조조의 세력권으로 흡수되었으니, 조조군으로선 수춘성을 함락시킴으로써 가장 많은 전리품을 얻었다고 할 수 있었다.
어차피 형주는 형주자사 유표에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중원에 비해 미개하고 떨어지는 문화권의 양주는 조조에게 있어 먹지도 못할 계륵에 가까웠다. 어차피 가지고 있어봤자 너무 멀어서 세력권이 미처 닿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사로잡은 후궁들은 물론 궁궐의 여인들에 한해서는 전공을 크게 세운 장수와 병사들에게 하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비가 말했다.
그 말에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리품은 응당 용감하게 싸운 용사들의 것이 되어야 한다.
선봉장 하후돈은 물론 조조군 무장들은 모두 원술이 거느린 후궁들을 가지게 되었는데, 하급 군관을 비롯하여 병사들 중에서도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따라서 분배받았으니 충성심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았다.
전쟁터를 누비는 군관들이 어여쁜 미녀들을 처첩으로 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경우다.
조조는 아들 조비의 건의에 따라서 미녀들을 모두 내어주었는데, 내심 원술의 처첩들을 안아보지 못해서 약간 아쉽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우선 여포에게 승전보를 알리고, 예물을 보내어 안심시키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 말에 정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방법입니다. 여포는 감쪽같이 조정을 믿고 있으니, 예물을 받으면 기뻐할 겁니다.”
그는 단순한 짐승에 불과합니다.
당장에 보이는 보물과 금은보화에 눈이 멀어서 먼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는 축생.
천하무쌍이라 불리는 용장이나, 미련하고 용렬한 면이 강하니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정욱을 비롯하여 곽가와 순욱까지. 모든 책사들이 여포의 우둔함을 폄하했다.
비록 연주 공방전에선 여러 번이고 위기를 겪었지만, 그것은 모사 진궁의 계책 때문이었지 결코 여포가 뛰어나서는 아니었다.
“그리고 유비를 불러야 합니다. 귀 큰 놈을 지금까지 살려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습니까.”
조비의 제안에 조조가 화답했다.
“물론이다. 유비를 이용해서 서주를 병합하고 민심을 손에 넣어야겠다.”
그를 위해서 예주목 유비를 거둬준 것이 아니더냐.
조조는 이제 드디어 군식구 노릇을 하던 유비의 가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유비가 활약할 수 있게 된 것이 기쁜 게 아니다.
쓸모를 다하는 순간, 그를 죽일 수 있게 되었음이 기쁜 것이다.
아버지 조숭을 죽인 도겸.
그런 도겸을 감싸주며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해준 유비는 조조에게 있어 원수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유비로 인해 서주 침공이 실패로 끝났으니, 그 책임은 분명 유비에게 있었다.
어째서 조조가 과거 앙숙이었던 유비를 거둬주었을까.
백성들은 단순히 조조가 유비에게 인심을 베풀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조조는 무가치한 적에게 인심과 동정을 베풀 위인은 결코 아니었다.
쓸모가 있기 때문에 살려준 것이다.
천하에 큰 명성을 얻는 것은 물론, 원수였던 유비를 거둬줌으로서 천하에 그릇이 넓은 인물로 불리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매우 작은 경우의 의미였고, 실상은 여포에게 장악된 서주를 탈환하기 위해선 서주목 도겸의 후계자인 유비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조군만으로도 서주를 점령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는 시간과 노력이 크게 소비된다.
서주 백성들의 민심이 유비를 강하게 따르고 있었으므로, 그를 이용해서 서주를 점령한다면 분명 크나큰 이득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유비는 민심을 따르게 하는 재주가 있었고, 조조는 그를 이용했다.
과거 도겸과 싸웠던 서주 침공전이 실패로 끝난 이유.
그것은 조조가 대학살을 벌이면서 서주 백성들의 민심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자신을 죽일 것이라 생각한 서주 호족들은 도겸군에 기꺼이 가세하면서 모든 재산을 아끼지 않았고, 그는 곧 결사항전으로 전쟁이 불거지면서 조조가 패배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민심을 이쪽으로 돌려야 한다.
그를 위해서 조조는 유비를 선택했다.
“유비가 도망칠 경우를 대비해서 이미 추격대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도망치려는 순간, 바로 참살할 수 있도록 명령을 내려둔 뒤입니다.”
귀 큰 놈을 당장이라고 죽이고 싶습니다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조비는 사사로운 감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유비.
그는 처음 봤을 때부터 꺼림직함이 느껴지는 자였다.
* * *
유비를 부르는 조조의 명령서는 순식간에 전달되었다.
그를 받아든 유비는 마침내 조조가 서주를 침공하겠다는 결심을 내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금까지 자신을 받아준 이유. 아버지 조숭을 죽인 도겸의 편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아군으로 받아들여줬던 까닭.
그는 분명 서주 점령에 있었다.
서주에서 조조는 악귀보다도 더한 대접을 받는 괴물이었고, 서주 백성들은 그런 조조를 매우 두려워하면서도 끝내 저항을 펼치며 물리쳤다.
그 조조가 다시 서주를 노린다.
아직 과거의 앙금이 가시지 않았으므로, 조조가 쳐들어오는 순간 서주 백성들은 여포를 지지하면서 항전을 펼치게 될 것이다.
“형님, 위험합니다. 조조는 결코 형님을 귀히 여길 자가 아닙니다.”
관우가 조조군 병사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큰형이 명령을 내리는 순간, 조조군 병사들을 모두 베어내고 도망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유비를 경계하고 있는 병사들은 불과 20여 명. 단순히 서주 전선으로 부를 뿐인 이야기였기 때문에 많은 병사들을 대동하진 않은 것 같았다.
관우와 장비는 언제든지 조조군을 배반하고 도망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유비는 절대로 조조가 도주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서주를 먹어치울 수 있는 방법.
그 방법이 자신에게 있는 한, 조조가 자신을 포기할 리는 없을 것이다.
“실컷 이용당하다가 죽을 바에야, 차라리 싸웁시다!”
장비가 장팔사모를 높게 치켜들었다.
조조군 병사들은 방심한 채로 유비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회가 있다면 이 때뿐이다.
관우와 장비는 조조군 군세들을 모두 몰살시키고 도주할 생각까지 모두 갖추었지만, 유비는 그런 동생들을 제지하면서 결단을 내렸다.
“우선 서주로 가자. 어차피 여기서 도망친다고 해도, 조조는 분명 대규모의 추격대를 보내올 거다.”
분명 나를 대놓고 죽이진 못할 거다.
다른 이의 손을 빌렸으면 빌렸지, 황제의 숙부라 불리는 황족을 죽일 순 없겠지. 그렇다면 나는 황숙이라는 이름을 철저히 이용해서 살아남아주마.
“조조는 한 황실을 어지럽히는 역적이 될 거다.”
조조가 황제의 활을 빼앗아 사슴을 쏴 죽인 모습을 유비는 기억하고 있다.
그의 아들 조비는 만만세를 부르며 황제를 욕되게 하는 것은 물론, 조조에게 모든 위광이 향하도록 하였다. 조조군 장수들도 모두 황실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것은 물론, 조조가 명령을 내리는 순간 황제 유협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가혹했다.
황실은 이미 끝났다.
유비는 한 황실이 조조의 꼭두각시로 전락하고 있는 한, 절대로 한나라에 미래가 없음을 예측하였다.
조조를 물리칠 수 있는 상대.
우선 그자에게 붙어서 조조를 멸망시킬 수 있도록 부추겨야 했다.
“원소. 그 자만이 조조를 이길 수 있다.”
다른 세력들은 어림도 없다.
유표는 아직 형주를 완전히 통일하지 못한 상태였고, 장수는 세력이 너무 협소했다.
익주의 유장은 그저 침묵하고 있었으며, 강동의 손책은 아직 어린 호랑이 새끼에 불과했다. 서량의 마등은 너무 시골벽지에 있어 중앙에 개입할 수 없었고, 한중의 장로는 말할 것도 없었다.
조조군의 다음 표적은 여포.
여포를 멸망시키고 서주를 손에 넣기 위해서 움직인다.
“원본초에게 귀의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관우가 물었다.
하지만 유비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당장 조조군 병사들을 죽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대규모 추격대를 뿌리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조조는 매번 유비를 경계하고 있었고, 언제라도 출격이 가능하도록 추격대를 편성한 뒤였다. 그런 조조의 철두철미한 점을 잘 알고 있었던 유비로서는 감히 도망이라는 선택지를 택할 수 없었다.
‘언젠가 때는 온다.’
두고 보자.
한 황실은 아직 멸망하지 않았다.
사냥이 끝난 뒤에는 언제나 들개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강동(江東)의 손책을 필두로, 형주의 유표를 비롯한 군벌들이 원술의 세력권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조조군이 원술군의 근거지를 점령하여 원술은 갈 곳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고,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지역들에 한해서는 외부 군벌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힘이 빠진 짐승은 사냥을 당하는 법이다.
약한 모습을 보였으니 맹수들에게 노려지는 것은 당연했고, 상처투성이가 된 짐승은 합비현(合肥縣)까지 도망쳐야 했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승상!”
원술의 옥좌에 앉은 조조가 수십 명의 장수들로부터 승전보를 보고받았다.
수춘성을 점령하였으니, 원술군의 근거지였던 구강군(九江郡) 전역을 손에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술은 반격을 꾀하는 대신 합비현까지 물러나게 되었다. 훗날을 도모하려는 모양이겠지만, 유표를 비롯하여 손책 등의 중소 군벌들이 모두 원술을 물어뜯기 시작하였으므로 그가 회생하기란 매우 어려워 보였다.
“역양현(歷陽縣)은 물론, 각 태수들이 알아서 항복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이걸로 원술의 영토는 모두 승상의 것입니다.”
원술이 가지고 있는 형주(荊州)는 모두 유표에게, 양주(揚州) 세력권은 여강군의 유훈과 강동의 손책이 나누어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영향권을 가진 예주(豫州)에 대해서는 모두 조조의 세력권으로 흡수되었으니, 조조군으로선 수춘성을 함락시킴으로써 가장 많은 전리품을 얻었다고 할 수 있었다.
어차피 형주는 형주자사 유표에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중원에 비해 미개하고 떨어지는 문화권의 양주는 조조에게 있어 먹지도 못할 계륵에 가까웠다. 어차피 가지고 있어봤자 너무 멀어서 세력권이 미처 닿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사로잡은 후궁들은 물론 궁궐의 여인들에 한해서는 전공을 크게 세운 장수와 병사들에게 하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비가 말했다.
그 말에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리품은 응당 용감하게 싸운 용사들의 것이 되어야 한다.
선봉장 하후돈은 물론 조조군 무장들은 모두 원술이 거느린 후궁들을 가지게 되었는데, 하급 군관을 비롯하여 병사들 중에서도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따라서 분배받았으니 충성심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았다.
전쟁터를 누비는 군관들이 어여쁜 미녀들을 처첩으로 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경우다.
조조는 아들 조비의 건의에 따라서 미녀들을 모두 내어주었는데, 내심 원술의 처첩들을 안아보지 못해서 약간 아쉽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우선 여포에게 승전보를 알리고, 예물을 보내어 안심시키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 말에 정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방법입니다. 여포는 감쪽같이 조정을 믿고 있으니, 예물을 받으면 기뻐할 겁니다.”
그는 단순한 짐승에 불과합니다.
당장에 보이는 보물과 금은보화에 눈이 멀어서 먼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는 축생.
천하무쌍이라 불리는 용장이나, 미련하고 용렬한 면이 강하니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정욱을 비롯하여 곽가와 순욱까지. 모든 책사들이 여포의 우둔함을 폄하했다.
비록 연주 공방전에선 여러 번이고 위기를 겪었지만, 그것은 모사 진궁의 계책 때문이었지 결코 여포가 뛰어나서는 아니었다.
“그리고 유비를 불러야 합니다. 귀 큰 놈을 지금까지 살려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습니까.”
조비의 제안에 조조가 화답했다.
“물론이다. 유비를 이용해서 서주를 병합하고 민심을 손에 넣어야겠다.”
그를 위해서 예주목 유비를 거둬준 것이 아니더냐.
조조는 이제 드디어 군식구 노릇을 하던 유비의 가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유비가 활약할 수 있게 된 것이 기쁜 게 아니다.
쓸모를 다하는 순간, 그를 죽일 수 있게 되었음이 기쁜 것이다.
아버지 조숭을 죽인 도겸.
그런 도겸을 감싸주며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해준 유비는 조조에게 있어 원수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유비로 인해 서주 침공이 실패로 끝났으니, 그 책임은 분명 유비에게 있었다.
어째서 조조가 과거 앙숙이었던 유비를 거둬주었을까.
백성들은 단순히 조조가 유비에게 인심을 베풀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조조는 무가치한 적에게 인심과 동정을 베풀 위인은 결코 아니었다.
쓸모가 있기 때문에 살려준 것이다.
천하에 큰 명성을 얻는 것은 물론, 원수였던 유비를 거둬줌으로서 천하에 그릇이 넓은 인물로 불리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매우 작은 경우의 의미였고, 실상은 여포에게 장악된 서주를 탈환하기 위해선 서주목 도겸의 후계자인 유비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조군만으로도 서주를 점령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는 시간과 노력이 크게 소비된다.
서주 백성들의 민심이 유비를 강하게 따르고 있었으므로, 그를 이용해서 서주를 점령한다면 분명 크나큰 이득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유비는 민심을 따르게 하는 재주가 있었고, 조조는 그를 이용했다.
과거 도겸과 싸웠던 서주 침공전이 실패로 끝난 이유.
그것은 조조가 대학살을 벌이면서 서주 백성들의 민심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자신을 죽일 것이라 생각한 서주 호족들은 도겸군에 기꺼이 가세하면서 모든 재산을 아끼지 않았고, 그는 곧 결사항전으로 전쟁이 불거지면서 조조가 패배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민심을 이쪽으로 돌려야 한다.
그를 위해서 조조는 유비를 선택했다.
“유비가 도망칠 경우를 대비해서 이미 추격대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도망치려는 순간, 바로 참살할 수 있도록 명령을 내려둔 뒤입니다.”
귀 큰 놈을 당장이라고 죽이고 싶습니다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조비는 사사로운 감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유비.
그는 처음 봤을 때부터 꺼림직함이 느껴지는 자였다.
* * *
유비를 부르는 조조의 명령서는 순식간에 전달되었다.
그를 받아든 유비는 마침내 조조가 서주를 침공하겠다는 결심을 내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금까지 자신을 받아준 이유. 아버지 조숭을 죽인 도겸의 편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아군으로 받아들여줬던 까닭.
그는 분명 서주 점령에 있었다.
서주에서 조조는 악귀보다도 더한 대접을 받는 괴물이었고, 서주 백성들은 그런 조조를 매우 두려워하면서도 끝내 저항을 펼치며 물리쳤다.
그 조조가 다시 서주를 노린다.
아직 과거의 앙금이 가시지 않았으므로, 조조가 쳐들어오는 순간 서주 백성들은 여포를 지지하면서 항전을 펼치게 될 것이다.
“형님, 위험합니다. 조조는 결코 형님을 귀히 여길 자가 아닙니다.”
관우가 조조군 병사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큰형이 명령을 내리는 순간, 조조군 병사들을 모두 베어내고 도망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유비를 경계하고 있는 병사들은 불과 20여 명. 단순히 서주 전선으로 부를 뿐인 이야기였기 때문에 많은 병사들을 대동하진 않은 것 같았다.
관우와 장비는 언제든지 조조군을 배반하고 도망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유비는 절대로 조조가 도주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서주를 먹어치울 수 있는 방법.
그 방법이 자신에게 있는 한, 조조가 자신을 포기할 리는 없을 것이다.
“실컷 이용당하다가 죽을 바에야, 차라리 싸웁시다!”
장비가 장팔사모를 높게 치켜들었다.
조조군 병사들은 방심한 채로 유비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회가 있다면 이 때뿐이다.
관우와 장비는 조조군 군세들을 모두 몰살시키고 도주할 생각까지 모두 갖추었지만, 유비는 그런 동생들을 제지하면서 결단을 내렸다.
“우선 서주로 가자. 어차피 여기서 도망친다고 해도, 조조는 분명 대규모의 추격대를 보내올 거다.”
분명 나를 대놓고 죽이진 못할 거다.
다른 이의 손을 빌렸으면 빌렸지, 황제의 숙부라 불리는 황족을 죽일 순 없겠지. 그렇다면 나는 황숙이라는 이름을 철저히 이용해서 살아남아주마.
“조조는 한 황실을 어지럽히는 역적이 될 거다.”
조조가 황제의 활을 빼앗아 사슴을 쏴 죽인 모습을 유비는 기억하고 있다.
그의 아들 조비는 만만세를 부르며 황제를 욕되게 하는 것은 물론, 조조에게 모든 위광이 향하도록 하였다. 조조군 장수들도 모두 황실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것은 물론, 조조가 명령을 내리는 순간 황제 유협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가혹했다.
황실은 이미 끝났다.
유비는 한 황실이 조조의 꼭두각시로 전락하고 있는 한, 절대로 한나라에 미래가 없음을 예측하였다.
조조를 물리칠 수 있는 상대.
우선 그자에게 붙어서 조조를 멸망시킬 수 있도록 부추겨야 했다.
“원소. 그 자만이 조조를 이길 수 있다.”
다른 세력들은 어림도 없다.
유표는 아직 형주를 완전히 통일하지 못한 상태였고, 장수는 세력이 너무 협소했다.
익주의 유장은 그저 침묵하고 있었으며, 강동의 손책은 아직 어린 호랑이 새끼에 불과했다. 서량의 마등은 너무 시골벽지에 있어 중앙에 개입할 수 없었고, 한중의 장로는 말할 것도 없었다.
조조군의 다음 표적은 여포.
여포를 멸망시키고 서주를 손에 넣기 위해서 움직인다.
“원본초에게 귀의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관우가 물었다.
하지만 유비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당장 조조군 병사들을 죽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대규모 추격대를 뿌리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조조는 매번 유비를 경계하고 있었고, 언제라도 출격이 가능하도록 추격대를 편성한 뒤였다. 그런 조조의 철두철미한 점을 잘 알고 있었던 유비로서는 감히 도망이라는 선택지를 택할 수 없었다.
‘언젠가 때는 온다.’
두고 보자.
한 황실은 아직 멸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