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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가짜 황제 (1)



양주(揚州) 구강군(九江郡)
수춘성(壽春城)

중나라를 선포하고 스스로 옥좌에 오른 황제 원술은 공공의 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지하는 군벌들 중에서 가장 큰 세력을 자랑했던 손책은 휘하 병력과 함께 양주로 건너가 유요를 격파하면서 강동에서 독립하게 되었고, 유비에게서 서주를 빼앗은 여포는 기존에 맺었던 인척관계를 철폐하고는 원술에게 보내기로 했던 딸아이를 다시 서주로 돌아오게 했다.
이에 열이 받은 원술이 서주를 공격하였으나 패배.
여포의 무력과 진궁의 계책이 합쳐지니 원술군 10만 대군이 그대로 와해되었다.
“이를 어찌하면 좋겠는가!”
원술이 외쳤다.
아직 동맹 세력으로는 유주의 공손찬이 있었지만, 공손찬은 기주의 원소에게 밀려 번번이 패배를 겪다가 역경성에 몰린 쥐새끼가 되었으므로 도움을 청할 길이 없었다.

남쪽의 손책. 동쪽의 여포. 그리고 북쪽의 조조.
조조와는 예주를 놓고서 매번 다투었으므로 철천지원수였으며, 여포와는 혼담이 파하고 원술군의 사신 한윤이 여포에게 처형당하였으므로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형주의 유표와 완성의 장수는 침묵.
암묵적으로 동맹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원술이 황제를 참칭한 이후부터는 관계가 서로 끊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몇 번이나 사신을 보내어 도움을 요청하였지만, 매번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원술에 의해 대장군으로 임명된 교유가 말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여포는 용맹하나 담대하지 못하니, 분명 아군의 영토를 침략하진 못할 것입니다.”
여포는 아직 서주를 온전히 점령한 것이 아니다.
유비로부터 강탈하는데 성공하였지만, 도겸에 의해 임명된 정식후계자 유비를 그리워하고 있었기에 여포를 따르는 호족들은 많지 않았다.
모사 진궁이 있고 장수로는 팔건장(八健將)이 있어 여포군은 매우 위협적이었지만, 그들의 세력은 서주 바깥으로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지지 세력이 굳게 다져지지가 않았다.
그를 이유로 들어 교유는 여포가 단독으로 공격을 해올 리가 없다고 하였는데, 그 말처럼 몇 개월이 지나도 여포군은 수춘성을 공격할 기미가 없었다.
“하지만 조조는 어떻게 처리하면 될지…….”
교유와 함께 대장군에 역임된 장훈이 원술의 안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조조의 이름이 나오자 원술의 얼굴이 홍게처럼 달아올랐다.
어릴 적에는 환관의 자식 놈이라고 하여 매번 업신여겨오고 있었는데, 주제도 모르고 황제를 끼고 천하의 패권을 장악하였으니 당연히 질투를 느낄 만도 했다.
출신과 혈통, 그리고 배경을 놓고 본다면 원술을 이길 군주는 어디에도 없었다.
여남원씨의 혈족이나 얼자 출신인 원소는 말할 나위도 없었고, 그나마 한나라 황족인 유비는 방계 중의 방계라 황족이었음에도 이름 모를 촌부에 불과했다. 공손찬은 어머니가 노비였고, 서량의 마등은 오랑캐의 피를 이은 가계였다.
그런데 왜 이 꼴이 되었는지!
원술이 스스로에게 자조하듯 외쳤다.
“조조! 그 망할 놈이 끝까지 밟히는구나.”
조조가 황제 유협을 살해했다면 원술의 정통성은 유지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조는 교활하게도 황제를 옹립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의 지반을 다지기 위해서 한나라 황실을 재건하고 스스로를 한 황실의 수호자로 임명했다.

표면적인 한 황실일 뿐이었지만, 결국 한 황실이 건재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결과다.
한 황실이 건재한데도 갑작스럽게 전국옥새를 들고 황제를 선언한 원술은 역적이 되었으며, 황제 유협이 역적 원술을 토벌하라는 칙령을 발표하면서부터 상황이 크게 역전되었다.
매번 원술에게 물자를 타먹던 여포가 동맹을 배반하여 관계를 철회.
장수와 유표도 원술에게 손을 끊어버리면서 원술은 철저히 고립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공손찬은 이제 역경성에 몰려 원소에게 죽을 위기만을 앞두고 있었으며, 원술은 수춘성에 자리를 잡은 채로 갈 길 모른 채 겁에만 질린 상태였다.
“우리는 우리대로 자립을 해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기령이 외쳤다.
이제 주변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길이 없어졌으니, 스스로의 몸을 스스로 지킴으로서 자리를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건 무슨 말인가?”
“진왕 유총을 죽일 때입니다. 주변의 영토를 모두 점령하시어 조조가 감히 얼씬도 거리지 못하도록 하는 게 현명할 겁니다.”
“유총이라.”
원술이 침음을 삼켰다.

유총이라 하면 분명 한나라의 제후왕으로 진국(陳國)을 다스리고 있는 군벌이었다.
황건적의 난이 벌어졌을 때도 병력을 보존하고 세력을 지켰기에 영토를 수호할 수 있었으며, 스스로를 보한대장군(補漢大將軍)이라 칭하며 남쪽에서 제법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제후왕조차도 원술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원술은 예주와 양주, 그리고 형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토들을 가진 대군벌이었다.
그가 황제를 자칭한 데는 자신의 세력을 크게 과신하였기 때문이 컸는데, 과연 그 정도로 세력이 강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원술이 약소국의 군벌이었다면 불과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살해당했을 것이다.

“안 됩니다! 수도 수춘을 버리고 군사를 돌린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을 보일 수 있습니다.”
문관 염상이 기령의 의견을 반대하고 나섰다.
염상을 필두로 구강윤 진기 또한 반대에 한 손을 거들었다.
“그렇습니다. 조조의 영토와 수춘은 그리 멀지 않습니다. 여포로 인해 등이 노출된 지금, 진국의 유총을 공격하기 위해서 대병력을 보낼 순 없습니다.”
문관들이 일제히 반대하자, 기령은 오기가 들었는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유총의 세력을 흡수해야 하오! 이대로 죽기를 기다릴 것이오?”
우리는 고립된 상황이다.
그렇기에 지금 세력을 더욱 넓혀서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원술은 기령의 주장이 제법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다.
여포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세력이 크게 약화되어 있었으므로 이를 보강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령을 위시한 무관들과 염상을 대표로 하는 문관들. 이들의 주장들을 모두 들은 원술은 주장들을 저울질하면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줘야할지 난감해졌다.
“일단 조조와 잠시 휴전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여포는 쳐들어오지 않을 것이니, 조조를 잠시 물러나게 할 수만 있다면 진왕 유총을 토벌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하지만 조조는 짐을 원수로 여기고 있을 터인데.”
원윤의 말에 원술이 잠시 생각하더니, 조조가 설마 자신의 휴전 요청을 받아들이겠냐고 되물었다.
조조는 황제 유협을 옹립하고 있다.
그리고 조조군은 유협에게 명령하여 원술군 토벌에 대한 칙령을 발표하게 하였으니, 그런 조조군과 휴전을 맺는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원윤의 주장에 무관과 문관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여포가 사신으로 보낸 한윤을 죽였듯이, 분명 사신으로 갈 인원을 반드시 살해하리가 여겼다.
누구도 조조군의 사신으로 가려하지 않았기에 원윤의 주장은 잠시간의 헛소리로 끝났다.

“흐음. 일단 보물을 써서라도 그 환관 놈의 이목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원술이 중얼거렸다.
그가 생각할 때, 하남을 장악한 조조군이 황제 유협을 옹립한 강성한 세력이긴 했지만, 여러 세력의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어 그만큼 많은 적으로부터 노려지고 있었다.
더구나 조조군에 항복하기로 했던 장수가 돌연 배신하여 조조를 죽음 직전으로까지 몰아넣은 것은 원술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또한 서주의 여포를 노리고 공격하였으나 선봉장 하후돈이 고순에게 패배하면서 서주에서 물러나야 했으니, 결국 조조군은 전투에서 연이은 패배를 맛보았다.
그런 만큼 현재의 전력을 두고 본다면 크게 약화된 상태였다.
그런 조조군에게 휴전 요청을 보낸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긴 하다.
황제 유협을 옹립한 조조로선 표면적으로는 이를 밝힐 수 없겠지만, 암묵적으로 휴전 조약을 맺는다고 한다면 크게 반대하진 않을 것처럼 보였다.

“조조! 원소! 여포! 손책! 유비!”
원술이 증오스런 이름들을 입에 담았다.
모두가 적이다.
서주를 두고 유비와도 다투었으므로 그 이름이 당당히 명단에 올랐다.
동맹을 파기해버린 장수와 유표까지 거론한다면 끝도 없겠지만, 원술은 특히 조조와 원소를 크게 미워하고 있었다.
신분이 미천하고 혈통도 보잘 것 없는 놈들이다.
그런데 그 비천한 것들에게 한 수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버리니 그만 속에서 열불이 치솟았다.
빌어먹을 놈들.
언젠가 반드시 복수해주마.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가운데서도 원술은 조조와 원소에 대한 적의를 멈추지 않았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얼자라고는 해도 여남원씨의 일가인 원소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적어도 원소가 마냥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원술은 노비의 자식 놈에게 도움을 요청하진 않겠노라고 외치면서 절연을 선언했다.
‘우선 너에게 고개를 숙여주마, 조조. 하지만 세력을 키우면 과거의 원한을 갚아주마.’
진왕 유총을 죽이고 그 세력권을 빼앗는다.
그의 병력을 흡수하고 영토를 지배한다면 능히 여포로부터 입은 피해를 복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