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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사냥 (2)



일반적인 사냥에서는 사냥꾼과 사냥개들만이 동원될 뿐이지만, 상류층의 사냥 문화는 수백 명이 동원되는 거대한 규모 속에서 진행된다.
몰이꾼 역할의 부하들이 고함을 내지르며 수백 명씩 떼를 지어서 다니면, 그 고함소리에 놀란 산짐승들이 소리가 나는 곳의 반대방향으로 도망치게 된다.
그런 방식으로 천천히 산 속의 짐승들을 가두리처럼 몰아넣은 뒤에 상류층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그를 사냥하는 식이다.
사냥감을 찾는 데만 하더라도 오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를 최대한 축소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산짐승을 몰아넣는 것이다.
한가롭게 한 자리에서 계속 기다리며 사냥감을 기다려야 하는 인내심은 상류층에게 있어선 매우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승상께서 또 꿩을 잡으셨다!”
“이걸로 마흔두 마리입니다!”
문무 관료들이 소리치며 조조의 신들린 궁술에 찬사를 보냈다.
조조가 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십중팔구 적중하였으니, 활을 쏠 때마다 잡은 사냥감이 늘어나게 되었다.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능력.
영토의 통치는 물론, 무예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결여된 곳이 없는 조조는 누가 보더라도 불멸의 영웅처럼 위대하게 보였다.
무략과 내정, 거기다가 개인의 무예에 이르기까지.
문무백관들도 모두 그를 보고서 알았을 것이다. 조조의 능력은 황제 유협을 완전히 초월해버리는 수준이라고.
절대로 황제가 이기진 못할 것이라고.

“잡은 꿩은 모두 문무백관들이 먹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잡은 꿩을 하후연에게 내밀며 조조가 명령했다.
자신이 잡은 사냥감으로 모두의 배를 채우도록.
위정자로서 신하들에 대한 배려와 함께, 이 모든 사냥감을 잡은 것이 이 조조임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황숙도 대단하군요.”
승상만큼은 아닙니다만.
하후연이 말을 덧붙였다.
유황숙이라 불리는 유비 또한 황건적의 난부터 싸웠던 전쟁 영웅임을 증명하듯, 꿩을 시작으로 사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산짐승들을 잡아내고 있었다.
몰이꾼들이 즉각 산짐승들을 몰아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유비의 궁술 또한 조조에 못지않았다.
도망치던 황건적 대장을 활로 쏴 죽인 적이 있다고 하였던가. 사슴의 목덜미에 정확하게 적중할 때는 무심코 조조를 지지하던 신하들조차 탄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한 마리도 잡지 않는 것이냐.”
조조가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아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들이 대답했다.
“승상께서 모두 잡으시는데 저까지 나선다면 산군(山君)이 먹을 것이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물론 이 자리에서 망신당하기 싫어서 그렇습니다만.
조비는 그 말을 삼킨 채, 바깥으로 내뱉지 않았다.
“나쁘지 않은 대답이구나.”
하긴 사람이 모두 완벽할 수는 없지.
가장 완벽한 인간이 그런 말을 하면 신빙성이 크게 떨어지겠지만, 조조는 자신의 아들에게도 한 가지 미숙한 점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며 입가를 올렸다.

미숙한 점. 크게 결여된 부분.
그를 아랫것들로부터 숨긴다는 것 또한 위정자로서 있어야 할 자질이다. 구태여 자신의 단점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위정자는 언제나 완벽해야 하기 때문이고, 언제나 이상적으로 존재해야 했기 때문이다.
부하들로부터 얻는 경외(敬畏).
그를 위해서라도 나름의 신비주의는 필요한 법이다.

‘그에 반해서…….’
몰이꾼들은 매번 조조와 유비에게 산짐승들을 유인해주는 편이었지만, 황제 유협에 한해서는 노골적인 무시와 괄대로 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 사냥터에서 유협은 노골적인 무시를 당하고 있었다.
그가 잡은 사냥감이 현저히 적을뿐더러, 무예에 관해서도 조비만큼이나 소질이 떨어졌기에 그를 보필하는 무관들조차도 하품을 길게 늘어뜨릴 정도였다.
물론 몰이꾼에 동원된 병사들이 자의적으로 황제를 무시하는 것은 아닐 터. 분명 조조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이리라.
황제의 근위장들도 모두 조조의 사람이다.
그렇기에 황제를 향한 괄시가 있었고, 자기네들끼리 모여 활조차 제대로 못 당기는 황제를 보며 비웃는 모습까지 보였다.
“폐하께서는 어찌하여 잡으시지 않으십니까?”
조조가 말고삐를 천천히 몰면서 유협에게 다가왔다.
갑작스럽게 조조가 다가오자, 겁을 먹었는지 유협이 작은 어깨를 움츠렸다.
체격이 장성한 유협이 조조보다 체격 면에서는 컸지만,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만 있을 뿐이었다.
“운이 없었을 뿐이오.”
좀 전부터 사슴을 향해서 활을 쏘고는 있었지만, 모두 적중하지 못하고 사슴을 유인해온 몰이꾼들의 노력만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열심히 두 발을 달려서 산짐승을 몰아넣었건만, 제대로 잡아보질 못하는 황제의 그 미숙한 실력에 몰이꾼들의 진이 빠지는 것도 당연했다.
점점 발을 느리게 좁히면서 황제에게 산짐승을 몰아넣게 해주지 않았는데, 황제에게 다가온 조조를 발견하고는 다시 발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활 좀 빌려주십시오!”

답답하기는.
아랫것들이 부단히 노력하여 사슴을 유인해주었건만, 유협은 떨리는 손으로 활시위를 당기는 탓에 적중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것이 조조의 화를 자극시킨 걸까.
조조는 답답하다는 듯이 혀를 차내리고는, 유협으로부터 활을 빼앗아 들어 사슴을 쏘았다.
황제의 붉은 화살이 사슴의 목덜미를 관통했다.
사슴이 비명을 지르며 네 발에 힘을 잃고 쓰러졌고, 황제를 상징하는 붉은 화살만이 꼿꼿하게 선 채로 목덜미에 박혀 있었다.

그를 보며 조비가 외쳤다.
“황제 폐하, 만만세!”
조씨 가문의 망나니가 갑자기 그리 소리치자, 주변에 있던 무관들이 어깨를 움찔거리며 당혹스럽다는 모습을 보였다.
분명 무관들은 알고 있었다.
황제의 붉은 화살은 황제로부터 활을 빼앗아든 조조가 쏜 것이며, 사냥감인 사슴을 죽인 사냥꾼은 황제가 아닌 조조였다.
그런데 조비는 황제에게 사용하는 만만세를 외쳤으며, 두 팔 벌리며 그를 소리치기까지 했다.
모르진 않을 것이다.
조비는 조조의 곁에서 황제에게서 활을 빼앗아든 것도, 그리고 그를 쏜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만만세를 불렀다는 것은 분명 황실을 업신여기려는 행동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무관들로선 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입술을 달싹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는 눈치가 제법 빠른 자들이 있었는지, 조비를 뒤따르며 만만세를 불렀다.
“황제 폐하, 만만세!”
무관들이 만세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를 먼 거리에서 들은 문무 관료들은 황제가 드디어 사냥감을 잡았다고 생각하였는지, 저들마다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황제를 향한 만세를 외쳤다.

“이건 내가 쏜 것이지 폐하가 쏜 것이 아니다. 내 아들이 뭔가 잘못 본 모양이군.”
조조가 황제의 활을 번쩍 들어 올리며 번복을 요구했다.
물론 그의 말에는 조비의 실수를 바로잡기보다는, 황제의 활을 문부백관들이 보는 자리에서 과시함으로서 자신에게 황실의 권력과 무력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조비가 실수하여 사냥감을 잡은 사냥꾼이 황제인 줄 알았다.
그것은 표면적으로는 작은 실수에 불과하다고 여겨졌다. 황제의 화살을 보고 황제가 맞혔다고 생각하였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 누구도 항의할 수 없는 실수.
조씨 가문의 망나니라 불리는 조비였기에 이에 항의하는 자는 없었다.
그저 유협만이 민망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그를 지켜보던 유비는 조씨 부자의 교활함에 치를 떨었을 뿐이다.
유비의 들러리로 나선 관우와 장비가 분한 듯 침음을 삼켰으며, 조조의 의도를 꿰뚫어 본 신하들은 이미 한나라가 조씨 가문으로 기울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황숙,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조비가 다가오며 물었다.

그 물음에 유비는 “뻔뻔스러운 놈!”이라 외치며, 인상 하나 변하지 않는 철면피를 쏴죽이고 싶다는 살심을 키웠다.
아비를 닮아 사특하고 교활하다.
어린 소년의 용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분명 그 안쪽에는 사납고 교활한 여우가 둔갑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린 소년이 이토록 교활할 수가 없었다.
조조가 쏜 황제의 화살.
그를 보자마자 곧바로 반응하면서 만세를 불렀다.
그 말은 곧, 조비는 화살을 보자마자 이 어처구니없는 자작극을 계획하였다는 말이 된다.
무서운 놈.
유비가 으르렁거리며 말을 삼켰다.
“그저 피곤할 뿐입니다. 똥지게나 매는 이 촌부가 사냥에 가당키야 하겠습니까?”
“황숙은 황건적을 토벌하여 조정에 공을 세운 영웅인데 누가 감히 촌부 따위로 생각하겠습니까. 오늘 사냥에서도 다수의 사냥감을 잡아내었으니 분명 그 실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일 겁니다.”

분명 속에서는 천불이 일어나고 있겠지.
애써 평범한 범부인 척을 하면서 피곤할 뿐이라는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유비는 황실을 기만하는 승상과 그 아들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얼굴을 본 조비는 그를 느낄 수 있었다.
‘잘 먹힌 모양이군.’
조조가 황제에게서 활을 빼앗아 들었을 때,
조비는 그를 보고서 조조의 의중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았다.
황제의 붉은 활. 그리고 붉은 화살.
그를 빼앗아들었다는 것은 곧 역심(逆心)을 의미했다.
황제의 무기는 오로지 황제에게만 허락되는 것이었기에, 승상이라 할지라도 그를 빼앗아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무언가 승상이 꾸미는 바가 있다.
그래서 조비는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삼국지 일화들 중 ‘황제와 승상의 사냥터 일화.’를 떠올려내고는 그를 재현한 것이다.
물론 조비가 나서지 않았더라도 문무백관들이 나서서 만세를 불렀겠지만, 자신이 그 과정에 끼어듦으로서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이것은 곧.
‘황실의 추락을 의미한다.’
오늘 사냥에서 사로잡은 짐승들 중 어떤 것들보다도 크게 건실한 사냥감이 있다면, 좀 전부터 안절부절 못하는 기색을 보이는 황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걸로 황제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잡았다.
문무백관들이 만만세를 부르며 조조를 추앙하던 모습을 그는 기억하고 있겠지.
어쩌면 죽는 그 순간까지도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