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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사냥 (1)
유협은 항상 조조와 조비 부자를 경계하고 있었다.
황제를 완전히 고립 상태로 만든 조조.
번번이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조비.
역적 이각과 곽사로부터 탈출시켜주고 안락한 삶을 영위시켜준 것은 고맙지만, 유협은 언젠가 조씨 일가를 멸망시키겠노라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
유약하고 소심하여 뜻을 이루기란 쉽지 않아 보였지만, 적어도 황제의 측근들은 그런 황제의 다짐에 십분 공감하여, 무례하기 짝이 없는 승상과 그 아들을 언젠가 죽이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폐하, 불편한 점이 있으십니까?”
복황후가 물었다.
동탁의 수중에서 꼭두각시 노릇을 할 때부터 황제를 보필해 왔던 여인이었기에 황제의 근심을 모를 리가 없었다.
분명 조씨 일가 때문에 생긴 심려겠지.
황제를 무시하고 황권을 쥐락펴락하는 파락호들. 천자를 업신여기고 희롱한 자들에게 언젠가 저들에게 천벌이 내려지리라.
“아니오, 황후. 그저 승상의 제안이 황당하여 그렇소.”
사냥이라니.
조조가 황제에게 사냥을 넌지시 물은 것은 매우 뜻밖의 일이었다.
황제는 무예에 능하지 못하다.
역적 동탁을 시작으로 이각과 곽사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도 황제가 강인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경계하고, 황제가 스스로 자립하려는 여지를 뿌리 뽑아왔다.
무예를 가르치려 했던 교관을 살해하는 것은 물론, 제왕학조차도 익히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황권의 성장은 곧 신권의 추락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역적들은 자신의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황제가 유약하고 머리가 텅 빈 멍청이로 남도록 의도한 것이다.
“승상의 의도가 의심스럽습니다. 거절하시지요.”
복황후가 우려스럽다는 심정을 내보였다.
그녀의 곁에서는 두 황자들이 어머니의 치마폭을 베개 삼아 곤히 잠들어 있었다.
황후는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앞으로 한 황실이 어찌될지를 크게 근심했다.
이미 조조의 손아귀에 황실이 장악당하였으니, 이 귀여운 황자들의 목숨 역시 승상에게 달려 있음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황숙도 함께한다고 하오.”
유협의 얼굴이 그나마 밝아졌다.
이복형이자 전 황제였던 유변을 동탁의 손에 잃고서 가족애에 목말라 있었던 유협에게 있어, 먼 방계이지만 당당히 황실의 친척이라 할 수 있는 유비가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황건적의 난을 토벌한 것을 시작으로, 인덕과 자비를 베풀면서 지방에서 명성을 쌓은 유비는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군웅처럼 보였다.
조조를 견제할 수 있는 인재.
지금은 비록 서주를 잃고 조조에게 붙어 지내는 식객에 불과하였지만, 언젠가 세력을 확보하게 되면 당당히 조조를 격파하고 자신을 구원해주리라 믿었다.
“유황숙이 함께한다면 안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폐하를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물론 조조에게 투항하여 예주목(豫州牧)의 벼슬을 하고 있다고는 하나, 지금의 유비는 아무런 실권도 없는 촌부(村夫)에 불과했다.
그 어떤 병력도 지휘할 수 없었고, 영토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작은 고을을 다스리면서 그저 밭일이나 하는 신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유비가 황제를 도와 조조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헛된 희망에 불과하였다. 그럼에도 유협은 그 작은 희망을 믿고 싶었는지 유비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우선 아버님께 말해보겠습니다.”
복황후가 말했다.
그녀의 아버지인 복완은 보국장군을 역임한 적이 있는 무관이다.
열후에 봉해졌지만 조정이 승상 조조의 손아귀에 떨어진 것을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벼슬을 던지고 중산대부가 되었다.
당연히 복완은 조정을 농단하고 황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조조를 매우 증오하고 있었다.
나라에 법도가 있거늘, 동탁처럼 스스로 승상의 자리에 올라 국정을 총괄하는 조조가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설령 그의 통치가 하남(河南)을 발전시키고 백성들을 위무하는데 소질을 보인다고 할지라도, 황제를 기만하는 역적에 대해선 무자비한 토벌이 필요했다.
“이 나라는 폐하의 것입니다!”
복황후가 외쳤다.
그 말이 비수가 되어 황제의 가슴에 박혔다.
황제의 나라.
선대 황제들과 선조들이 지켜온 땅.
그를 절대로 빼앗겨선 안 된다.
이 땅은, 이 한나라는 어디까지나 유씨의 것이기 때문이다.
“알고 있소……. 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유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이 곤히 잠들어 있는 황자들을 향하고 있었다.
* * *
“너 같은 말라깽이를 사냥에 데려가겠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이니!”
변씨가 크게 한탄하듯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말라깽이는 괜스레 얼굴을 굳히면서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육도삼략(六韜三略)을 읊고 유교 경전을 외우는 등, 신동(神童)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조비라고는 해도 부족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무예에 소질이 없고, 허우대만 클 뿐이지 장수들처럼 우락부락한 것도 아니었기에 어머니 변씨의 걱정이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기마술에는 제법 능한 모양이지만, 장수들처럼 검을 휘두르고 창을 찌르고 활을 쏘는 재주는 영 젬병이다. 그를 가르쳤던 하후돈과 하후연 형제들조차도 답도 없는 몸치라고 평가하였을 정도였다.
그런 비리비리한 애를 사냥에 데려가겠다니!
그것도 황제와 여러 문무백관들을 부르는 자리에!
분명 놀림감이 될 게 뻔하다.
변씨는 자신의 믿음직한 아들이 망신거리가 될 것이라 말했다.
“누가 말라깽이입니까? 이제는 활도 쏠 줄 압니다.”
“하후 장군에게 들었다. 쏘는 족족 화살이 바닥에 꽂힌다고.”
괜히 그런 것까지 말할 건 없었잖아.
변씨의 말을 들은 조비는 이 자리에 없는 하후연을 탓했다.
“아무튼 승상에게 가서라도 말려야겠다.”
“됐습니다. 그냥 말만 타다가 올 건데요, 뭘.”
유난 떠시긴.
조비의 말에도 불구하고 변씨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사냥.
일반적으로야 짐승을 잡는 단순한 취미라고 볼 수 있겠지만, 실상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온순하게 생긴 사슴만 하더라도 사람을 능히 죽일 수 있는 근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만약 사냥을 하던 와중에 호랑이나 멧돼지라도 만난다면 한 끼의 식사거리가 될 위험성도 높았다.
전국시대의 왕과 제후들 중에 사냥을 즐기다가 맹수를 만나 죽임을 당했다는 비화(悲話)가 자주 전해지는 만큼, 말라깽이 아들을 둔 어미가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했다.
“자환이가 사냥을요? 사냥 당하러 가는 거죠?”
조우양도 말을 덧붙였다.
놀면서 밥이나 축내는 조씨 가문의 장녀가 보기에도 조비가 사냥을 나간다는 말은 어처구니가 없는 이야기로 들린 모양이다.
앙상한 두 팔로는 활시위를 잡아당기는 것은 물론, 검조차도 휘두르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그게 바로 조비의 한계였다. 어릴 적부터 서책을 들고 다니며 외웠지만, 그 결과 육체 훈련을 멀리하면서 비교적 유약한 팔다리를 가지게 되었다.
“저희가 함께할 것이니,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조진이 나서며 말했다.
체격이 비대한 뚱뚱이가 하는 말인지라 두 모녀의 걱정을 덜어주진 못했다.
차라리 몸이 날랜 비장(飛將)인 조휴가 나서서 말했더라면 안심이 됐을지도 모르겠지만, 조비와 함께 무예에는 젬병 수준인 조진이 말해버리니 오히려 둘 다 한꺼번에 멧돼지의 밥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그래도 자단이가 먹히면 배불러서 자환이는 손대지 않을지도.”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조진이 중얼거리며 조우양의 말에 답했다.
“게다가 이번 사냥은 진짜 짐승을 잡기 위한 일은 아닐 겁니다.”
황제와 유비.
그 두 명을 동시에 불렀다는 것은 분명 정치적인 일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나라 황족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들을 뽑는다면 당연히 황제 유협과 예주목 유비를 들 수 있다.
한 황족들 가운데 워낙에 호색한들이 많았기에 방계황족들이 차고 넘칠 정도였지만, 제대로 된 명성을 가진 인물들은 두 명이 전부였다.
그들을 대동하고서 사냥을 즐긴다?
그것은 곧 조씨 일가들에게 대세가 넘어왔음을 천하에 선포하는 격이었다.
황제와 방계황족을 들러리로 삼아서 사냥을 즐기다가 온다.
그래서 조조는 아들 조비를 부르면서 사냥을 즐기려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황제의 유약한 본 모습을 그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테니까.
황제는 꼴사납고 무능하다.
그렇기에 우리 조씨 일가가 황실을 장악하고서 한나라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그게 바로 우리들의 의무이자 대업이기 때문이다.
조조의 의중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비는 사냥 제안을 거부하지 않았다.
“짐승 사냥이 아닙니다.”
“그럼 뭘 잡으려는 건데?”
조우양이 물었다.
그 물음에 조비가 웃으며 대답했다.
“인간 사냥.”
가장 어리석은 짐승은, 가장 우둔한 짐승은 언제나 사람이기 마련이다.
조조가 잡으려는 대호(大虎)는 그 어떤 짐승도 아니다.
몰이꾼들을 동원해서 짐승들을 몰아넣겠지만, 한나라 승상의 표적은 이번 기회에 황제의 기를 완전히 꺾어놓는데 있었다.
말 잘 듣는 집토끼로 길들이는 것.
그토록 믿었던 예주목 유비도 결국 한낱 식객에 지나지 않으며, 황제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음을 철저히 깨닫게 해줘야 했다.
유협은 항상 조조와 조비 부자를 경계하고 있었다.
황제를 완전히 고립 상태로 만든 조조.
번번이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조비.
역적 이각과 곽사로부터 탈출시켜주고 안락한 삶을 영위시켜준 것은 고맙지만, 유협은 언젠가 조씨 일가를 멸망시키겠노라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
유약하고 소심하여 뜻을 이루기란 쉽지 않아 보였지만, 적어도 황제의 측근들은 그런 황제의 다짐에 십분 공감하여, 무례하기 짝이 없는 승상과 그 아들을 언젠가 죽이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폐하, 불편한 점이 있으십니까?”
복황후가 물었다.
동탁의 수중에서 꼭두각시 노릇을 할 때부터 황제를 보필해 왔던 여인이었기에 황제의 근심을 모를 리가 없었다.
분명 조씨 일가 때문에 생긴 심려겠지.
황제를 무시하고 황권을 쥐락펴락하는 파락호들. 천자를 업신여기고 희롱한 자들에게 언젠가 저들에게 천벌이 내려지리라.
“아니오, 황후. 그저 승상의 제안이 황당하여 그렇소.”
사냥이라니.
조조가 황제에게 사냥을 넌지시 물은 것은 매우 뜻밖의 일이었다.
황제는 무예에 능하지 못하다.
역적 동탁을 시작으로 이각과 곽사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도 황제가 강인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경계하고, 황제가 스스로 자립하려는 여지를 뿌리 뽑아왔다.
무예를 가르치려 했던 교관을 살해하는 것은 물론, 제왕학조차도 익히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황권의 성장은 곧 신권의 추락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역적들은 자신의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황제가 유약하고 머리가 텅 빈 멍청이로 남도록 의도한 것이다.
“승상의 의도가 의심스럽습니다. 거절하시지요.”
복황후가 우려스럽다는 심정을 내보였다.
그녀의 곁에서는 두 황자들이 어머니의 치마폭을 베개 삼아 곤히 잠들어 있었다.
황후는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앞으로 한 황실이 어찌될지를 크게 근심했다.
이미 조조의 손아귀에 황실이 장악당하였으니, 이 귀여운 황자들의 목숨 역시 승상에게 달려 있음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황숙도 함께한다고 하오.”
유협의 얼굴이 그나마 밝아졌다.
이복형이자 전 황제였던 유변을 동탁의 손에 잃고서 가족애에 목말라 있었던 유협에게 있어, 먼 방계이지만 당당히 황실의 친척이라 할 수 있는 유비가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황건적의 난을 토벌한 것을 시작으로, 인덕과 자비를 베풀면서 지방에서 명성을 쌓은 유비는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군웅처럼 보였다.
조조를 견제할 수 있는 인재.
지금은 비록 서주를 잃고 조조에게 붙어 지내는 식객에 불과하였지만, 언젠가 세력을 확보하게 되면 당당히 조조를 격파하고 자신을 구원해주리라 믿었다.
“유황숙이 함께한다면 안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폐하를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물론 조조에게 투항하여 예주목(豫州牧)의 벼슬을 하고 있다고는 하나, 지금의 유비는 아무런 실권도 없는 촌부(村夫)에 불과했다.
그 어떤 병력도 지휘할 수 없었고, 영토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작은 고을을 다스리면서 그저 밭일이나 하는 신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유비가 황제를 도와 조조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헛된 희망에 불과하였다. 그럼에도 유협은 그 작은 희망을 믿고 싶었는지 유비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우선 아버님께 말해보겠습니다.”
복황후가 말했다.
그녀의 아버지인 복완은 보국장군을 역임한 적이 있는 무관이다.
열후에 봉해졌지만 조정이 승상 조조의 손아귀에 떨어진 것을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벼슬을 던지고 중산대부가 되었다.
당연히 복완은 조정을 농단하고 황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조조를 매우 증오하고 있었다.
나라에 법도가 있거늘, 동탁처럼 스스로 승상의 자리에 올라 국정을 총괄하는 조조가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설령 그의 통치가 하남(河南)을 발전시키고 백성들을 위무하는데 소질을 보인다고 할지라도, 황제를 기만하는 역적에 대해선 무자비한 토벌이 필요했다.
“이 나라는 폐하의 것입니다!”
복황후가 외쳤다.
그 말이 비수가 되어 황제의 가슴에 박혔다.
황제의 나라.
선대 황제들과 선조들이 지켜온 땅.
그를 절대로 빼앗겨선 안 된다.
이 땅은, 이 한나라는 어디까지나 유씨의 것이기 때문이다.
“알고 있소……. 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유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이 곤히 잠들어 있는 황자들을 향하고 있었다.
* * *
“너 같은 말라깽이를 사냥에 데려가겠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이니!”
변씨가 크게 한탄하듯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말라깽이는 괜스레 얼굴을 굳히면서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육도삼략(六韜三略)을 읊고 유교 경전을 외우는 등, 신동(神童)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조비라고는 해도 부족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무예에 소질이 없고, 허우대만 클 뿐이지 장수들처럼 우락부락한 것도 아니었기에 어머니 변씨의 걱정이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기마술에는 제법 능한 모양이지만, 장수들처럼 검을 휘두르고 창을 찌르고 활을 쏘는 재주는 영 젬병이다. 그를 가르쳤던 하후돈과 하후연 형제들조차도 답도 없는 몸치라고 평가하였을 정도였다.
그런 비리비리한 애를 사냥에 데려가겠다니!
그것도 황제와 여러 문무백관들을 부르는 자리에!
분명 놀림감이 될 게 뻔하다.
변씨는 자신의 믿음직한 아들이 망신거리가 될 것이라 말했다.
“누가 말라깽이입니까? 이제는 활도 쏠 줄 압니다.”
“하후 장군에게 들었다. 쏘는 족족 화살이 바닥에 꽂힌다고.”
괜히 그런 것까지 말할 건 없었잖아.
변씨의 말을 들은 조비는 이 자리에 없는 하후연을 탓했다.
“아무튼 승상에게 가서라도 말려야겠다.”
“됐습니다. 그냥 말만 타다가 올 건데요, 뭘.”
유난 떠시긴.
조비의 말에도 불구하고 변씨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사냥.
일반적으로야 짐승을 잡는 단순한 취미라고 볼 수 있겠지만, 실상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온순하게 생긴 사슴만 하더라도 사람을 능히 죽일 수 있는 근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만약 사냥을 하던 와중에 호랑이나 멧돼지라도 만난다면 한 끼의 식사거리가 될 위험성도 높았다.
전국시대의 왕과 제후들 중에 사냥을 즐기다가 맹수를 만나 죽임을 당했다는 비화(悲話)가 자주 전해지는 만큼, 말라깽이 아들을 둔 어미가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했다.
“자환이가 사냥을요? 사냥 당하러 가는 거죠?”
조우양도 말을 덧붙였다.
놀면서 밥이나 축내는 조씨 가문의 장녀가 보기에도 조비가 사냥을 나간다는 말은 어처구니가 없는 이야기로 들린 모양이다.
앙상한 두 팔로는 활시위를 잡아당기는 것은 물론, 검조차도 휘두르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그게 바로 조비의 한계였다. 어릴 적부터 서책을 들고 다니며 외웠지만, 그 결과 육체 훈련을 멀리하면서 비교적 유약한 팔다리를 가지게 되었다.
“저희가 함께할 것이니,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조진이 나서며 말했다.
체격이 비대한 뚱뚱이가 하는 말인지라 두 모녀의 걱정을 덜어주진 못했다.
차라리 몸이 날랜 비장(飛將)인 조휴가 나서서 말했더라면 안심이 됐을지도 모르겠지만, 조비와 함께 무예에는 젬병 수준인 조진이 말해버리니 오히려 둘 다 한꺼번에 멧돼지의 밥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그래도 자단이가 먹히면 배불러서 자환이는 손대지 않을지도.”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조진이 중얼거리며 조우양의 말에 답했다.
“게다가 이번 사냥은 진짜 짐승을 잡기 위한 일은 아닐 겁니다.”
황제와 유비.
그 두 명을 동시에 불렀다는 것은 분명 정치적인 일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나라 황족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들을 뽑는다면 당연히 황제 유협과 예주목 유비를 들 수 있다.
한 황족들 가운데 워낙에 호색한들이 많았기에 방계황족들이 차고 넘칠 정도였지만, 제대로 된 명성을 가진 인물들은 두 명이 전부였다.
그들을 대동하고서 사냥을 즐긴다?
그것은 곧 조씨 일가들에게 대세가 넘어왔음을 천하에 선포하는 격이었다.
황제와 방계황족을 들러리로 삼아서 사냥을 즐기다가 온다.
그래서 조조는 아들 조비를 부르면서 사냥을 즐기려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황제의 유약한 본 모습을 그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테니까.
황제는 꼴사납고 무능하다.
그렇기에 우리 조씨 일가가 황실을 장악하고서 한나라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그게 바로 우리들의 의무이자 대업이기 때문이다.
조조의 의중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비는 사냥 제안을 거부하지 않았다.
“짐승 사냥이 아닙니다.”
“그럼 뭘 잡으려는 건데?”
조우양이 물었다.
그 물음에 조비가 웃으며 대답했다.
“인간 사냥.”
가장 어리석은 짐승은, 가장 우둔한 짐승은 언제나 사람이기 마련이다.
조조가 잡으려는 대호(大虎)는 그 어떤 짐승도 아니다.
몰이꾼들을 동원해서 짐승들을 몰아넣겠지만, 한나라 승상의 표적은 이번 기회에 황제의 기를 완전히 꺾어놓는데 있었다.
말 잘 듣는 집토끼로 길들이는 것.
그토록 믿었던 예주목 유비도 결국 한낱 식객에 지나지 않으며, 황제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음을 철저히 깨닫게 해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