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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죽여야 할 자들 (3)



서주에서의 오랜 원정을 끝마치고 승상 조조가 귀환한다.
그의 눈치를 보며 숨죽이며 살았던 황제 유협으로서는 악몽이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나 진배없었고, 반대로 조조군 무장들에게 있어선 매우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서주에서 패전을 겪었지만, 그것은 작은 소실에 불과하다.
그보다도 더한 피해도 있었고, 위기도 있었다. 아직까지도 연주(兗州)와 예주(豫州) 방면에서는 지방군이 건재하고 사예주(司隸州)에서도 차츰 예비 병력이 소집되기 시작하였으므로 다시 한 번 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아버지께서 오시는구나.”
“예.”
“그런데 혼인은 아직이니?”
“…….”
어째서 나는 저번 생의 부모님에게서 들었던 말을 또다시 들어야 하는 거지.
어머니 변씨에게서 추궁에 가까운 말을 듣던 조비가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혼인은 언제 하니? 마음에 드는 여식이라도 있는 거니? 자식 계획은 대체 어느 정도인지 들어보자.
변씨는 매번 조비에게 후사에 관해 언급하며 조씨 가문의 직계혈족이 절대로 끊어져선 안 된다고 언급하였다.
조씨 가문의 방계는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았지만, 정작 후계자인 조비는 자식은커녕 아직 혼인조차 하지 않은 몸이었다.
불과 열다섯 살의 어린 소년에게 너무 갑작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조비가 승상 조조의 후계자라는 배경을 놓고 본다면 오히려 너무 늦다고 볼 수 있었다.
“공무 때문에 바쁩니다. 그다지 신경 쓰고 싶은 단계도 아니고요.”
“혈기왕성한 나이에 관심이 없다니? 네 아버지의 반이라도 닮아 봐라.”
“그 인간의 반이라도 닮으면 평생 호색한이라는 말을 들을 텐데요.”

그 사람이 정녕 사람입니까?
원정에 나가서 점령한 영토에서 매번 여자들을 끌고 오는 사람인데.
아버지의 처첩(妻妾), 그러니까 조비에게는 어머니라 할 수 있는 여인들이 이미 그의 인식을 초과하였다는 점에서 보면 이미 처첩의 숫자가 두 자릿수를 훨씬 넘어간다고 볼 수 있었다.
황제보다도 더한 권세를 손에 넣은 위정자.
영웅호색(英雄好色)이라는 말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여자 문제 때문에 번번이 쓴물을 마시는 걸 보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보인다.

“형아!”
도도도도.
조비는 두 다리를 부지런히 뛰면서 달려드는 조창을 껴안았다.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남동생으로 아직은 많이 어려서 직접적으로 전투에 나선 적은 없다.
물론 조비는 아버지의 명령에 못 이겨 불과 열네 살의 나이에 완성 전투에 종군하였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전과가 있었지만 말이다. 그 이후부터는 성년식이 지나지 않으면 전투에 참전할 수 없다는 공식이 조씨 가문에 생겨나게 되었다.
장남 조앙의 죽음이 그만큼 컸음을 의미하였다.
조조로서는 자신의 뒤를 물려받을 아이들이 보다 강인하게 자라는 것을 바랬겠지만, 전쟁에서 죽어버리면 강인해봤자 아무런 쓸모가 없다.
살아있어야 강하다.
살아남아야 훗날을 생각할 수 있는 법이다.
그게 바로 조앙과 조비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었다. 전쟁에서 죽고 사는 것. 그 결과에 따라서 훗날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혼인은 생각 없습니다. 적어도 관례를 치를 때까지는요.”
“그때까지면 2년밖에 남지 않았구나.”
관례는 15세에 치르는 것도 가능했지만, 17세, 혹은 18세에 치르는 게 보편적이었다. 사실 조비는 18세에 치르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으나 어머니 변씨가 2년으로 못을 박아버린 셈이다.
변씨의 말에 조비는 ‘2년 뒤의 일은 2년 뒤의 나에게 맡기자.’라는 식으로 생각하며 떠넘겼다. 물론 2년 뒤의 조비는 과거의 행동에 대해서 본인의 떠넘김을 한탄하겠지만.
“애들은 무사히 크는 모양이네요.”
조창은 이제 두 다리로 달릴 정도가 되었고, 조식은 아직 어려 손가락이나 빨고 있었지만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듯 보였다.
조비는 이런 동생들을 무척이나 아끼는 편이었다.
혈육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삼국지에 기록된 조비와는 달리 그 몸에 들어가 있는 또 다른 조비는 동생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주고 있었다.
비록 자신보다도 재주가 뛰어나더라도, 아버지의 총애를 더 받더라도 딱히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어느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동생들만큼은 아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선 저 망아지 같은 처자나 시집보냅시다.”
조비가 조우양을 보며 말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승상 조조의 장녀이다 보니, 당연히 혼담을 넣는 가문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아직까지도 시집을 가지 않았다.
조비는 훗날 그녀가 희대의 우장(愚將)으로 평가되는 하후무에게 시집을 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누이를 그런 망종에게 시집보내고 싶진 않았다. 부마(駙馬)라는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너무 뛰어난 인재에게 시집을 보내면 안 될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후무 같은 인간에게 보내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가면 시집살이해야 되서 귀찮아.”
“누가 누이한테 시집살이를 시킬 정도로 담대한 사람이 있기는 합니까?”
조조의 장녀를 구박할 수 있는 시어머니가 과연 존재는 할지 의문이다.
자식들 중에서도 특히 장녀를 총애하는 조조의 팔불출 같은 성격에서 보면, 조우양이 엉엉 울며 달려가는 순간 그 시가(媤家)는 초토화가 된다고 보면 된다. 어떤 빌미를 붙여서라도 딸의 눈에서 눈물을 쏟아낸 가문을 응징해버리겠지.
조조의 잔혹성을 알기에 조우양에게 혼담을 넣지 않은 귀족가 역시 만만찮게 많은 걸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오신다니 준비나 해뒀습니다.”
집에는 잠시 얼굴을 비췄을 뿐이고요.
조비는 승상의 귀환을 환영하고자 준비가 한창이었으므로, 이제 그만 자리를 뜨기로 하였다.
매번 궁궐에서만 머물렀기 때문에 본가로 돌아온 것은 한 달만의 일이다.
그럼에도 조비는 그저 얼굴 비추기 식이었다고 말하면서 쉽게 자리를 떴다.
“아버지를 너무 싫어하진 말거라.”
변씨가 말했다.
그 말에 조비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게 마음대로 되나요?”
“아버지는 너를 가장 믿고 있단다.”
서황에게서도 들은 말이다.
조비가 생각했다.
어쩌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서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승상 조조가 수많은 자식들 중에서도 유난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말.
물론 겉치레에 비슷한 말이라는 것은 안다. 조조는 지금까지 조앙이 죽은 이후로 단 한 번도 애정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조비는 어머니 변씨의 말조차도 ‘헛소리의 일부’로 취급해버렸다.


* * *


승상 조조가 서주 정벌을 마치고 귀환한다!
그 소식이 허도를 순식간에 휩쓸면서 큰 여파를 낳았다.
조정의 문무백관들이 모두 나와서 승상을 영접하며, 그를 향한 충성심을 표현하였다. 또한 황제 유협은 조조의 측근이 보내는 강요를 이기지 못하고는 애써 환관과 궁녀들을 이끌면서 승상 조조를 보기 위해 성문까지 나와서 맞이해야 했다.
허도의 백성들도 구름처럼 모여들면서 서주에서 귀환할 희대의 영웅을 기다렸다.
예주의 아무 것도 없는 이 도시를 번창하게 만들고 부유하게 발전시킨 인물이 바로 조조였기 때문에, 허도에서 조조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깃발을 높여라!”
“북소리를 치고 함성소리를 크게 질러라!”
“승상의 귀환이다! 무엇보다 화려하고 웅장하게, 더욱 크게 높여야 한다!”
패전(敗戰)이라는 것을 감추기 위한 의도.
조비는 무관들에게 명령하여 북을 더욱 거세게 치고, 성벽 위의 병사들에게는 깃발을 더욱 크게 나부끼라고 명령 내렸다.
구차하고 덧없어 보이는 사기극 같았지만, 적어도 성벽 위에서 나부끼는 붉은색의 깃발과 귀를 찢을 듯한 북소리는 백성들로 하여금 고양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지금의 이 귀환식은 마치 전쟁 영웅이 귀환하는 것처럼 보였고, 구름처럼 모여든 백성들이 조조의 인기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적어도 영웅의 귀환으로선 완벽하군.’
황제와 문무백관들이 모두 성문으로 나와서 승상을 맞이한다.
수많은 환관과 궁녀들을 끌고 온 황제의 모습은 마치 주인의 귀가를 기다리는 강아지를 보는 듯했다.
백성들에게야 황제가 자의적으로 정벌에 나선 승상을 맞이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조조의 측근이 보낸 강요를 못 이겨 억지로 끌려나온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걸 아는 사람이라면 강아지로 볼 수밖에 없었다.
유협은 이 자리 자체가 매우 불편하였는지, 얼굴을 구긴 채로 승상이 제발 돌아오지 않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차라리 조조가 여포에게 죽임을 당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조는 패전을 겪었음에도 목숨을 부지하였고, 아직 그에게는 수많은 군단이 있었으므로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수도 없이 많았다.

“오십니다.”
곽가가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말고삐를 잡아당기면서 천천히 성문을 향해 걸어 들어오는 남성이 보였다.
붉은색으로 칠해진 갑옷과 화려한 머리장식.
거기다가 위용 넘치는 망토까지.
조조는 천하의 패자임을 증명하기 위해서인지 최대한 화려한 갑옷과 장식을 걸친 상태였다. 물론 전쟁에서 이렇게 화려한 장식을 걸치진 않았을 테지만, 자신을 맞이하기 위한 허도의 환영인파였으니, 최대한 멋들어지고 완벽한 모습으로 등장해야 했다.
낡아빠지고, 추레한 모습을 보이는 패장(敗將)에게는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조조는 서주 정벌에 실패하였음에도 당당하고 위용이 넘치는 모습을 유지한 채로 허도에 들어섰다.
“신 조조, 정벌을 마치고 귀환하였습니다.”
조조가 가볍게 허리를 숙이며 황제에게 보고를 올렸다.
물론 그 보고는 승전보(勝戰譜)에 해당되는 결과였다. 서주의 드넓은 평야들을 점령하였으며, 다시 한 번 여포 정벌에 나서겠다는 추가적인 말이 있었다.
“노, 노고가 많으셨소.”

황제에게 보고를 올린 조조는 그 다음으로 자신의 아들인 조비에게 시선을 돌렸다.
부자 관계 사이에는 그 어떤 말도 없었다.
그저 사무적인 관계에 해당될 뿐이다. 가문을 이끄는 수장과 그 후계자. 적어도 조비에게는 조조에게 부친에 대한 정이 없었다.
“많이 컸구나.”
조조가 말했다.
그 말에 조비가 응수했다.
“승상보다는 말입니다.”
체격이 작고 왜소한 조조를 꼬집는 듯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