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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죽여야 할 자들 (2)



“진류군(陳留郡) 위지현(尉氏縣)에서 공금을 횡령한 현령입니다!”
사납게 생긴 집극랑(執戟郞)들이 한 남성을 질질 끌고 들어왔다.
남성은 오기 전에도 심한 대접을 받았는지 피멍이 잔뜩 든 얼굴을 들며 공포에 질린 기색을 보였다.
위지현의 현령으로, 공금을 횡령하였다는 증좌가 모두 드러났기 때문에 그를 심판하기 위해서 직접 허도까지 끌려 온 것이다.
탐관오리를 비롯하여 중죄를 저지른 죄인에 한해서는 직접 허도에서 재판한다.
황제 머무는 수도를 죄인들로 하여금 그 비명과 핏물로 더럽히는 것은 예법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지만, 조비는 ‘중죄인이기 때문에 그 죄를 명명백백하게 가려내어 심판해야 한다.’라는 이유를 들어 승상 조조에게 수도 압송 후 심판에 대한 허락을 받아냈다.
“네 이놈! 어서 네놈의 죄를 고하거라!”
상석에 앉은 조비의 옆에서 뚱뚱한 체격의 남성이 허둥지둥 움직이며 죄인에게 소리쳤다.
아직 한여름이 되지도 않았음에도 두툼한 뺨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는데 여념이 없었다. 제법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작 본인은 그를 신경 쓰지 않고 죄인을 추궁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살려만 주십쇼! 살려만 주신다면……!”
죄인이 소리쳤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위지현의 제일가는 지방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습은 처량한 부랑자처럼 보였다. 모든 벼슬을 박탈당한 것은 물론, 집안의 모든 재산까지도 몰수당한 상태였기에 그의 집안은 잘나가는 현령 가문에서 풍비박산이 나버린 격이 되어버렸다.
조비가 손을 들어 죄인의 변명을 제지했다.
“죄를 고하라고 했다. 다음에는 입을 찢겠다.”
화롯불에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인두.
만약 죄인이 또 다시 입을 나불거린다면 뜨거운 숯불을 처넣든, 인두로 혓바닥을 지지겠노라고 말했다.

‘완전히 인성 파탄자 수준이군.’
조비가 생각했다.
그는 딱딱하게 식어버린 표정을 고수하고 있었지만, 그 속내에서는 자신의 이 행위에 대한 궁금증이 나돌고 있었다.
분명 나는 21세기에 살았던 사람일 터.
그런데도 사람을 죽이고 심문하고 고통을 주는 등, 모든 행위에 대해서 일절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도리와 도덕심이 결여되어 있다고 할까.
어쩌면 조비라는 인물에 빙의하면서 생긴 심적인 변화일지도 모른다.
조조의 아들인 조비는 삼국지에서도 매우 유명한 사이코패스라 불리었으며, 제아무리 친한 친구나 가족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심기를 더럽히거나 기만할 경우에는 가혹한 억압을 주기도 했다.
참언을 고하는 신하의 목을 자르고 유배 보내고, 심한 굴욕을 주는 방식도 더러 보였다.
그런 인물의 몸으로 들어온 탓일까. 21세기의 자신이었다면 비명을 토해내며 구역질을 할 정도의 잔인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어찌할까요? 이미 죄는 모두 드러났습니다.”
두툼한 살집을 가진 남성, 조진이 모든 증좌들이 기록된 두루마리를 내보이며 말했다.
조진에게서 그것을 받아든 조비는 현령을 내려다보며 선고하였다.
“오른손을 자르고 추방하라. 그리고 이 자의 가문은 두 번 다시 관직에 등용되지 못할 것이다.”

죽이는 건 너무 쉽다.
최대한의 굴욕을 주도록 하마.
부패관료, 탐관오리라는 증명으로 하여금 너의 오른손을 잘라서 평생 병신으로 살도록 하라.
손이 없는 너는 농사일을 하지 못할 것이며, 평생 탐관오리라는 오명을 쓴 채 누구에게도 믿음을 받지 못할 것이다.

부정부패에 한해서는 최대한의 죗값을 치르게 한다.
조비는 허도를 다스리고 있는 대리인이었으므로, 자신이 다스리고 있을 때만큼은 국법보다도 더한 잔인함으로 다스렸다.
공포와 두려움이야말로 위정자의 무기다.
아버지 조조가 한 말이다. 그 말을 조비는 매우 옳다고 여기고 있었고, 일벌백계(一罰百戒)를 펼침으로서 다수의 관료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었다.

“으아악!!”
손목이 잘린 채로 나뒹구는 죄인.
그를 보며 조진이 고개를 돌렸다. 우웩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사람의 손목을 자르는 광경을 보고서는 토악질을 억지로 참아낸 것이리라.
반면 조비는 사람의 손목이 날카로운 날붙이에 잘려나가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안색 한 번 변하지 않았다.
그저 죄인을 처벌하기 위한 과정.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과정처럼 취급해버렸다.
그를 본 집극랑과 병사들은 어린 귀공자가 참으로 대단한 담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사람의 손목을 잘라내며 평생의 치욕을 안겨주는 그의 처벌 방식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 이대로 하다간 모든 관료들이 도망칠까 두렵습니다. 너무 과격하시지 않습니까?”
조진이 짐짓 우려스럽다는 모습을 보였다.
조씨 가문의 양자(養子)로 들어와 조비 휘하의 무장이 된 남성.
나이가 얼추 많았지만 자신보다 어린 조비를 마치 형처럼 받들며 조비의 명령을 수행해왔다.
조진은 혹시라도 조비가 사람의 살육에 맛이라도 들렸을까 두려움을 느꼈다.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쾌감을 느낀다.
사람의 핏물과 죽음에는 언제나 중독성이 짙은 광기가 존재하는 법이다.
대개 권력을 손에 쥔 자들이 살육에 중독되어 사람 죽이기를 가벼이 여기는 자들이 존재했다.
혹시라도 조비가 그렇게 될까 무섭다.
조진의 말에 조비가 손을 들어 두루마리를 펼쳤다.
“자단(子丹). 나는 사람을 가벼이 죽이진 않는다. 죄가 명백하게 드러난, 증좌까지 모두 완벽하게 결론이 맺어진 죄인에 한해서만 심판을 내린다.”
“그, 그러시다면 그냥 죄인의 목을 쳐버리는 선에서 끝내시는 것은……?”
“그래선 공포의 감정이 옅어진다.”

한 명의 사람이 다수의 사람들을 다스리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충성심? 경애? 정의?
그런 것들은 한낱 작은 감정에 불과하다.
언제든지 주군을 배신할 수 있고, 모략으로 권력을 강탈할 수 있는 위험성이 높다. 사람은 고마움보다도 미움을 느끼기 쉬우며, 타인에게 받은 은혜보다도 타인에게 입은 손해에 더욱 큰 반응을 보인다.
유교 사상에 입각한 한나라에서는 인간의 도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모양이지만, 조비는 인간의 도리 따위는 한낱 서책에서나 등장하는 필부(匹夫)의 거짓부렁으로 취급해버렸다. 위대한 성현의 가르침을 필부의 탁상공론(卓上空論)이라 말했다.
“사람을 다스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포상은 조금씩 그리고 가끔씩, 처벌에 관해서는 깊고 무겁게. 그게 바로 기본적인 도리다.”
인간은 결국 개돼지 수준이다.
채찍으로 처벌하여 머리를 하늘 높이 치켜세우지 못하게 하고, 가끔씩 먹이를 던져주면서 길들이면 된다.

배신이 통하지 않는 완벽한 절대자.
아랫것들에게 그런 인식이 박히도록 완벽한 통제와 억압, 그리고 가끔씩의 포상으로 다스려야 한다.
“자단, 전쟁에서는 분명 병사가 적장보다도 아군의 참군(參軍)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렇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적국의 관료보다도 아국의 관료를 더욱 두렵게 만들어야 한다. 배신을 하지 못하도록, 감히 딴마음을 품지 못하도록 포상과 처벌을 동시에 사용해서 부리는 쪽이 현명하다.”
너는 아직 서툴군.
손목 하나 자르는 것을 보고서 토악질을 하려는 조진을 보며, 조비가 그리 말했다.
“넌 조씨 가문의 장수다. 앞으로 적병의 목을 베고 손목을 잘라내게 될 것인데, 이따위의 일에 동요해선 안 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조진이 고개를 숙였다.
조비는 분명 아직 어린 소년이었지만, 마치 정치판을 오래 굴러다닌 것 같은 노련함을 겸비하고 있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으며, 가혹한 처벌을 내리는 데 조금의 허점도 보이지 않으려 했다.
사람이 맞기는 한 건가?
수백 년 묵은 여우가 인간의 탈을 쓰고 있다고 말하는 쪽이 더 믿음이 갈 것 같았다.
조진은 조비를 오랫동안 모신 가신(家臣)에 해당되었지만, 그를 알면 알수록 더욱 모르겠다는 의문만이 가득했다.

“도련님, 관료들이 모두 집합한 상태입니다.”
조휴가 다가와 그에게 고했다.
이제 갓 관례를 치른 조휴는 조진과 비슷한 또래였으며, 조비보다 나이가 많았다.
서주에서 곧 출정군이 귀환할 예정이었으니, 조휴에게 하여금 문무백관들을 모두 집결시키도록 하였다.
군주를 환영하는 한편, 백성들에게 허도의 건재함을 과시한다.
조조군은 전투에서 패배하였으되, 대국적인 전쟁에 한하여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포부를 보여줘야 했다.
“문열, 시킨 대로 모두 끝냈겠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조비는 곧잘 조휴와 조진을 중용하여 다루었다.
그들과는 의형제처럼 같은 가문에서 지냈으니만큼 크게 믿을 수 있었고, 중년 늙은이 같은 무장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도 머리가 잘 돌아가는 젊은 장수들에게 명령하는 편이 싸게 먹혔기 때문이다.
또한 조휴와 조진은 조비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그가 내리는 명령에 한해서는 조금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수행했다.
“도련님께서도 주군을 맞이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휴의 그 말에 조비가 처음으로 떨떠름하다는 기색을 보였다.

굳이 가야하나.
어린애의 고집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물론 그것은 작은 투정일 뿐, 문무백관들이 모두 나와 승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후계자가 빠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아무런 이유 없이 자리에서 빠진다면, 누가 뭐라 하기도 전에 어머니 변씨가 달려와 불효자의 등을 강하게 후려치리라.
어머니 변씨는 조조와 조비, 부자 관계가 엉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는 공식적인 자리에 한해서는 몸가짐을 바로 하라는 잔소리를 몇 번이나 한 적이 있었다.
“어머니께서도 나오시겠지?”
“그렇지 않겠습니까? 승상께서 오랜 원정을 끝내고 돌아오시는 날이니까요.”
조휴가 대답했다.
망탕산을 지나서 이제 초입에 들어섰으니, 원정에 떠났던 승상 조조가 허도에 입성하는 것도 순식간의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