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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눈앞으로 창 하나가 떠올랐다.
각성자의 여러 능력 중 하나, 정보창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과거의 수호에게는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 지금은 보이기 시작했다.

<진수호(Lv. 3) 랭크 F>

레벨과 랭크 아래로는 현재 보유한 스킬이 표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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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목록>
산들바람 – 산들바람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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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3?’
시스템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르지만 이게 낮은 레벨이라는 건 확실했다.
거기에다 더 내려갈 등급도 없는 F급.
스킬 또한 소박하기 짝이 없었다.
‘산들바람? 장난해?’
어이없어하던 찰나, 또 한 번의 변화가 일어났다.
눈앞이 환해지더니 다른 메시지가 보였다.

[축하합니다! 2차 각성에 성공했습니다.]
[각성 보너스로 랭크업!]
[기존 스킬이 강화되었습니다.]
[스킬이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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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호 (Lv. 3) 랭크 C-

<스킬 목록>
칼날바람 – 날카로운 바람을 만들어낸다.
마제강림(패시브)
천 년 전의 전설적인 무인의 혼이 당신에게 깃들었습니다.
???? - 알 수 없는 스킬.
???? - 알 수 없는 스킬.
???? - 알 수 없는 스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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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가 갑자기 왜 올라갔지? 그 밑의 물음표들은 대체 뭐고?’
리스트가 너무 길어서 시야를 가득 메울 정도였다.
자연히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이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턱!
수호는 날아오는 윤상현의 발을 한 손으로 가로막았다.
윤상현의 얼굴에 물음표가 떴다.
“뭐야? 이 새끼 아직 살아있네?”
다시 걷어차려는데 수호가 그의 발목을 움켜쥐었다.
“에잇!”
윤상현은 귀찮은 듯 뿌리치려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 뭐야?”
윤상현은 황당해했다.
수호가 일어나면서 그에게 말했다.
“살아있는 게 아니라 살아난 거지.”
랭크가 올라간 덕분일까?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전신에 힘이 넘쳤다.
“지금부터는 다를 거니까 기대하라고.”
수호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윤상현을 도발했다.
약간 떨떠름해 하던 윤상현.
이 제스처로 다시 분노 게이지가 채워졌다.
“지랄하고 있네!”
윤상현의 주먹이 날아왔다.
‘느려, 너무 느려.’
어째 아까보다 더 느려졌다.
물론 생각만 이렇게 하고 한 방도 못 피한 게 바로 조금 전의 일이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수호는 주먹의 궤적을 보면서 족족 피해냈다.
씨익.
그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어느 정도 사람다운 움직임이 나온다.
물론 마제의 기준을 충족하려면 이걸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F급인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어쭈?”
윤상현은 수호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더욱 공세를 퍼부었다.
왼쪽! 오른쪽! 명치! 턱! 스트레이트!
하지만 수호는 손쉽게 모두 회피해냈다.
그리고 카운터!
정타를 먹은 윤상현은 뒤로 붕 날아갔다.
교실 바닥에 처박힌 윤상현은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이었다.
이게 정신없이 두들겨 맞고 그로기 상태까지 간 놈이 맞나?
아니, 애초에 앞에 있는 이놈이 진수호가 맞기는 한 건가?
“너, 너 뭐냐?”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윤상현은 바닥을 짚고 일어났다.
“며칠 안 보이는 동안 레벨 좀 올렸나 보지? 이게 교실에서 스킬 쓰게 만드네.”
윤상현이 팔을 뻗었다.
손바닥을 쫙 펴자 보이지 않는 힘이 수호가 서 있던 자리를 강타했다.
하지만 수호는 이미 몸을 날린 뒤였다.
대신 움직이지 못하는 교실 기물들이 영향을 받았다.
책걸상이 날아다녔고 D반 학생들은 꺅 소리를 치며 피하기에 바빴다.
“이야! 본격적으로 싸운다!”
“갑자기 재밌어지는데? 야, 벽 쪽으로 붙어, 붙어.”
우당탕탕!
윤상현의 스킬은 염동력.
이걸 몇 번 더 쓰자 교실은 난장판이 됐다.
하지만 수호는 전혀 데미지를 입은 게 없었다.
초조해진 윤상현은 정신을 집중했다.
‘잡혀라!’
순간, 윤상현의 표정이 밝아졌다.
‘됐다.’
수호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윤상현이 팔을 휘두르자 수호는 맹렬한 속도로 날아가 벽을 들이받았다.
쿵!
충격량은 상당했다.
수호는 고통을 참으며 고개를 들었다.
‘각성자의 스킬이란 게 이 정도군.’
판단하기에, 윤상현의 전투력은 딱 삼류 정도.
하지만 삼류 경지의 무림인이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내력으로 사람을 들고 내던질 정도가 되려면 아마 일류는 되어야 할 것이다.
수호는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 일어나 툭툭 먼지를 털었다.
그가 멀쩡한 걸 본 윤상현은 질린 얼굴이 됐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놀라면 어쩌나.”
수호는 스킬을 사용했다.
‘칼날바람!’
그의 양손에 작은 회오리 같은 게 생겨났다.
“너도 한 번 맞아봐.”
“안, 안 돼!”
윤상현은 미친 듯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에너지가 벌써 다 떨어졌나?”
수호는 웃으며 칼날바람을 던졌다.
“크아아악!”
날카로운 바람이 윤상현의 몸을 후벼 팠다.
후두둑!
바닥이 피로 물들었다.
수호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그의 안면에 펀치를 먹였다.
“어억!”
그리고 두 방! 세 방!
윤상현은 얼굴을 감싸 쥐고 주저앉았다.
수호는 쓰러진 그를 작신작신 밟아댔다.
“그, 그만해…….”
피투성이가 된 윤상현이 수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수호는 코웃음을 쳤다.
“내가 왜? 난 항상 원한을 열 배, 백 배로 되갚아주며 살아왔다.”
윤상현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듣고 계속 걷어찼다.
그런데 문득.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서문환의 방식 아닌가?’
진수호로 살기로 결심한 지 겨우 하루다.
만약 진수호였다면 여기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제, 제발…….”
윤상현이 힘겹게 말을 토해냈다.
“흐음.”
진수호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윤상현에게 말했다.
“그만했으면 좋겠어?”
윤상현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는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씩 웃었다.
“그런데, 왜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는 그만두지 않았지?”
“미… 안해…….”
“응, 나도 미안해.”
수호가 발을 들었다.
윤상현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퍽!
의외로 수호가 선전해준 덕분에, 기대감으로 교실 안은 꽤나 달아올라 있었다.
그런데 윤상현을 아예 박살내고 애원하는 그를 짓밟아 버리자.
“……!”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전염병처럼 번진 침묵.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눈만 크게 뜨고 있었다.
덕분에 불신 어린 친구들의 눈빛이 더욱 잘 보였다.
‘F 따위가 윤상현을 이긴다는 게 말이 돼?’
모두가 동일한 의문을 던지며 수호의 다음 행동을 지켜봤다.
그때.
드르륵하고 앞문이 열렸다.
들어온 사람은 박형철이었다.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그는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뭐야, 싸움 났어?”
주위를 둘러본 박형철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진수호? 너냐?”
수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박형철은 쓰러진 게 누구인지 확인했다.
“아주 작살을 내놨네. 어? 윤상현?”
그는 좀 놀란 듯했다.
“너희 둘이 싸운 거 맞아?”
“그런데요.”
수호가 그렇다고 하자 박형철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기 반 학생들이 싸웠다는 것보다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데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교실 꼬라지를 보아하니 스킬까지 써가면서 싸웠군?”
“쟤가 먼저 쓰길래 어쩔 수 없이 쓴 건데요.”
“진수호, 넌 입 다물어. 잘한 거 하나도 없으니까. 당장 네 자리로 가서 꼼짝 말고 있어. 난 상현이 의무동에 보내고 올 테니까. 알았냐?”

* * *

‘적당히 하고 그만두는 게 맞았나?’
슬슬 후회가 되고 있었다.
어제의 데자뷰.
박형철에게 혼나는 도중, 또 부모님이 찾아왔다.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에는 자기가 아닌 윤상현의 어머니라는 점이었다.
그녀, 정유선은 자기 자식이 실신할 정도로 맞았다는 사실에 거의 눈이 뒤집어져서 수호에게 삿대질을 해댔다.
“네가 뭔데 우리 아들을 그렇게 패? 너 깡패야?”
“아니, 어머님. 고정하시고 제 말을 좀…….”
박형철은 어떻게든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이들끼리 싸울 수도 있고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게 싸움이에요? 애를 반 죽여 놨는데. 일방적인 폭행이죠, 이건.”
박형철은 수호를 잡아끌었다.
“일단 잘못했다고 해.”
“싫은데요.”
“뭐?”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사과를 해야 하죠?”
반성의 기색이라곤 전혀 없는 수호의 모습에 정유선은 기막혀했다.
“너 진짜 안 되겠구나. 그래, 부모님 오시면 보자. 그때도 계속 이런 태도일지 보자고.”
수호의 표정이 조금 무거워졌다.
잠시 뒤, 수호의 어머니가 교무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전화로 이미 상황을 전해들은 터라, 오자마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 애가 그런 애가 아닌데…….”
“그런 애가 아니긴요. 저거 눈 똑바로 뜨고 있는 거 봐요. 도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쯧.”
“…….”
어머니는 대꾸도 못 하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허리를 숙인 채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기분은…….
더러웠다.
이건 간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어머니가 저러고 있으니 자신이 모욕당하는 것만 같았다.
수호는 비꼬듯 중얼거렸다.
“자기 자식부터 똑바로 교육할 것이지.”
바로 반응이 왔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들었으면서 뭘 물어봐요?”
“이거 보세요! 당신 아들이 이렇다니까요?”
어머니가 재차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수호야, 말버릇이 그게 뭐니! 어서 사과드려!”
“전 싫다고 분명히 말했어요. 원래 사과는 가해자 쪽이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언제부터 피해자가 하는 걸로 바뀌었죠?”
“뭐? 누가 가해자야!”
정유선이 벌컥 화를 내자 수호는 박형철을 바라봤다.
“선생님이 말씀해 보시죠. 제가 가해자인가요?”
박형철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게 음, 이번 일로 한정하면 그렇긴 한데…….”
이건 양쪽을 다 자극하는 말이었다.
정유선은 그게 무슨 뜻이냐며 물었고, 수호는 어처구니없어 했다.
“이번 일이요? 이번에도 먼저 시작한 건 윤상현인데요?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제가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박형철은 D반 담임이다.
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윤상현이 수호를 이지메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못 본 척 넘어가곤 했다.
“…….”
박형철은 우물쭈물할 뿐,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참나.”
어차피 그에게 뭘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수호는 담담한 어투로 지금까지 윤상현에게 당했던 일들에 대해 말했다.
녀석의 괴롭힘은 학기 초부터 시작되었다.
D반이라는 작은 사회.
윤상현은 그 피라미드의 최정점에 위치해 있었다.
랭크는 물론이고 레벨이나 스킬 등 모든 면에서 그를 당해낼 사람이 없었다.
자연히 E급이나 F급은 윤상현 패거리 앞에서 제대로 숨도 못 쉬는 처지가 됐다.
진수호는 그렇게 반을 장악한 윤상현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여기가 학교지 계급 사회냔 말이다.
곧 진수호는 윤상현에게 찍히고 말았고, 그날 이후로 거의 인간 샌드백이 되어 온갖 괴롭힘을 당했다.
수호가 말을 마쳤다.
정유선은 아무 말도 못했다.
하지만 곧,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였다.
“증거, 증거 있어? 우리 애한테 책임을 떠넘기려고 그러나 본데, 우리 상현이는 그런 애가 아니거든?”
“그럼 반에 가서 직접 물어보시든가요. 나 말고도 피해자는 많으니까.”
“걔, 걔들 말을 어떻게 믿어? 다 너 같은 애들일 텐데!”
“아, 그러시겠죠.”
수호는 입을 다물었다.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플 것 같다.
그때.
“왜 이리 소란스러워요?”
누군가가 교무실로 들어왔다.
그 사람은 나비 모양 안경을 낀 깐깐한 인상의 여자였다.
그녀를 보자 진수호의 기억이 환기되었다.
‘학년부장 조인아. 전형적인 B사감 타입. 이 사람에 대한 진수호의 감정은… 박형철보다 안 좋다.’
그녀 또한 박형철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 왔다.
랭크는 평균 이하, 그 외에 다른 것도 그저 평범한 진수호와는 달리, 윤상현은 D반 에이스인 데다가 특히 금수저인 걸로도 유명했다.
그걸 어디서 알 수 있었냐하면…….

1. 주말에 집에 갈 때마다 기사 딸린 차가 마중 나온다.
2. 용돈 쓰는 스케일이 다른 아이들과는 천지차이다.
3. 뭔 짓을 해도 교사들이 태클을 안 건다.

이 정도면 보통 금수저가 아니라 24K 순금 수저다.
박형철은 그녀에게 D반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말했다.
조인아는 대수롭지 않아 하는 반응.
“박 선생, 그냥 원칙대로 처리하면 되는 거잖아요. 뭐가 그렇게 어려워요?”
“제가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그래요? 흐음.”
조인아는 학부모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일단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볼까요?”
그녀는 박형철의 컴퓨터를 켜서 CCTV 화면을 띄웠다.
1-D를 클릭하자 D반의 영상이 나왔다.
정유선이 물었다.
“이, 이거 불법 아니에요?”
“전혀요. 여긴 다른 학교하고는 좀, 아니 많이 다르거든요.”
조인아는 수호와 윤상현이 싸웠던 시점으로 시간대를 옮겼다.
곧, 다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됐다.
그런데도 그녀, 정유선은 여전히 적반하장이었다.
“우리 애가 먼저 시비를 걸긴 했네. 근데 그게 뭐? 그렇다고 해서 정신을 잃을 정도로 패는 게 잘한 거야?”
“시비요? 저게 시비로 보인다고요?”
수호 어머니의 눈빛이 변했다.
“수호야, 잘했어. 그럼 그렇지. 우리 아들이 아무 이유도 없이 친구를 때릴 리가 없잖아. 너 잘못한 거 하나도 없다.”
“뭐라고요? 잘하긴 뭘 잘해요? 보니까 이 아줌마도 아주 이상한 사람이네!”
이러다가는 애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으로 번질 지경이다.
“조용히들 하세요!”
조인아가 빽 소리를 쳤다.
“부모님들끼리 이러신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판단은 제가 내리는 거니까 거기에 따르시면 됩니다.”
그녀는 1학년을 총괄 관리하는 위치이고, 징계 권한도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말하는 대로 되긴 할 것이다.
모두 조인아의 입만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