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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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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Page1>
이름 : 은여울
호칭 : 헌터
근력 : 16(+3) / 민첩 : 23(+4)
체력 : 14 / 마력 : 24(+3)
정신 : 13 / 감각 : 21(+2)
보유스킬 : 이차원 요리
종합 랭크 :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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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에 표시된 여울의 각성자 랭크는 여전히 F다.
하지만 순수하게 마력의 양으로만 따져보면 E랭크 헌터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했다.
요리 버프에 추가된 마력까지 계산하면 가까스로 D랭크 수준에 턱걸이를 할 수도 있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가장 밑바닥인 F랭크 헌터였는데, 벌써 D랭크의 경지를 넘보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숨길 수 없는 미소가 피어났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욱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능력치가 대폭 상승한 까닭에 감각이 낯설어.’
헌터의 신체 능력은 마력 수치에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여울은 이번에 세 가지 몬스터의 식재료를 이용해 만든 라멘을 먹는 것으로 무려 15의 마력 포인트를 한 번에 섭취했다.
만약 상승한 마력이 1, 2 정도의 차이였다면 위화감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수치가 10을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움직이는 것조차 낯설다.
다른 누군가의 몸을 빌린 것만 같은 감각이었다.
‘우선은 이 감각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겠어. 그렇지 않으면…….’
와작!
“…….”
설거지를 위해 식탁을 정리할 생각이었는데 힘 조절에 실패한 나머지 접시가 깨지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살림살이가 남아나지를 않을 것이다.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도 현재 여울의 곁에는 급상승한 신체 능력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줄 인물이 있었다.
“하유리 씨.”
“네?”
자신을 부르는 여울의 목소리가 다른 때보다 상냥하다 느끼며 하유리가 반문했다.
돌아오는 것은 숨기고 있는 속셈이 한가득 있을 것만 같은, 그림으로 그려낸 듯한 완벽한 접대용 미소였다.
“식후 운동을 조금 하려고 하는 데, 도와주실래요?”
“얼마든지요.”
여울의 요리에 도움을 받고 있는 그녀는 그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었다.
따라서 일단 수락의 말을 던지고 그 다음에서야 내용을 생각했다.
‘식후 운동? 설마 나와 대련을 하고 싶은 건가?’
B랭크 헌터와 F랭크 헌터.
그 차이는 실력으로는 메우지 못할 만큼 크다.
같은 헌터인 여울이 그 점을 모를 리는 없을 터.
하유리는 풀리지 않은 의문을 품은 채 여울에게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

* * *

두 사람은 인근의 공원으로 향했다.
여러 이유로 인해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아 인적은 없었다.
요리사의 눈을 통해 확인한 결과, 하유리와 자신의 마력 차이는 약 3배 이상이다.
더군다나 헌터로서 쌓아온 경험과 전투기술 등, 수치화시키지 못한 것들까지 따지면 두 사람의 차이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본래라면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차이지만 여울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 아니었다.
B랭크 헌터의 강함을 몸소 체험하고 갑작스럽게 상승한 자신의 신체 능력에 익숙해지는 것.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여울은 본래 하유리의 것이었으나 목숨 값이라며 양도해 준 단검을 꺼내 들었다.
반면 하유리는 무기를 꺼내지 않았다.
“대련이라고는 하지만 이대로는 대련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서로 간의 실력 차이가 너무 커요.”
하유리의 부상만으로 충분한 페널티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여울이 빌려준 은가람의 운동복을 입고 있던 그녀는 무기도 꺼내지 않은 채 몸을 풀었다.
“무기는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더불어서 스킬도 봉하도록 하죠.”
“스킬이라면 시간조정을 말하는 건가요?”
“네. 보시다시피…….”
말끝을 흐린 하유리가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다.
그녀의 신체에서 은은한 백색의 기류가 흘러나왔다.
파앗!
순간 굉음과 함께 그녀의 주먹이 빛과 같은 속도로 뻗어 나가며 대기를 찢어발겼다.
눈으로 쫓지 못할 스피드에 여울은 혀를 내둘렀다.
“스킬을 사용하면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요. 아마 지금의 여울 씨는 대처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천천히 주먹을 회수하는 하유리를 보며 여울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와의 격차는 현재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을 정도다.
자존심을 세우기보다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여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았다.
여울의 목표는 승리가 아니라 신체를 다루는 데 익숙해지는 것이니 말이다.
“아, 그리고 선공도 양보해드리겠습니다.”
“서비스가 너무 좋으시네요.”
아무리 그래도 조금은 오기가 생겼다.
여울은 기존의 목표를 조금 수정했다.
수정된 새로운 목표는 하유리가 스킬, 혹은 무기를 사용하게끔 하는 것.
능수능란한 솜씨로 단검을 손바닥 위에서 굴린 여울이 자세를 낮췄다.
하유리도 오른손을 내밀며 전투 자세를 취한다.
긴장되는 분위기 속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그녀로부터 선공을 양보 받은 여울이었다.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간 그가 하유리를 향해 쏘아졌다.

* * *

후배에게 전투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별거 아닌 것 같은 그 전투 경험이 던전에서 헌터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때문에 하유리는 여울의 제안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협력해줄 이의 생존율을 올리기 위해서 그녀는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할 의사가 있었다.
이 대련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재능기부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라!’
겉으로는 어떠한 감정도 드러나지 않게끔 마이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그녀였지만, 속으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울이 보여준 스피드는 F랭크 헌터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에 대해 철저하게 F랭크 헌터라고만 생각하던 그녀는 허를 찔릴 수밖에 없었다.
‘요리로 마력을 높였구나!’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크게 휘둘러진 여울의 단검이 하유리의 팔에 닿았다.
그 순간 하유리는 신체에 마력장을 둘렀다.
쨍그랑!
요란한 소리가 나며 백색의 파편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
가까스로 방어에 성공했지만 하유리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몇 번은 버텨 주리라 여겼던 마력장이 고작 일격에 깨졌기 때문이다.
깨진 부분의 마력장을 새로 만들어낸 하유리는 조금 더 거리를 벌렸다.
요리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상승시키는 각성자 은여울.
F랭크 헌터인 그가 과연 어디까지 강해진 것일까. 조금 더 그의 본질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 생각한 순간, 예상보다 신체에 힘이 들어갔다.
“하앗!”
뻗어 나간 주먹이 여울의 안면을 노렸다.
예의 속도를 이용해 회피한 여울이 반격했지만 하유리는 남아있는 손으로 공격을 쳐냈다.
손등과 칼날의 만남이었지만 그녀는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깨져나간 마력장은 소량의 마력을 흘려 넣는 것만으로도 금방 복구됐다.
살짝 거리를 벌린 그녀가 크게 돌려차기를 가했다.
회피할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여울은 팔을 들어 가드를 시도했다.
마력장을 펼칠 수 없는 그의 팔은 이번 공격으로 부러질 것이다.
‘죄송해요. 치유사는 불러드릴게요.’
마음속으로 사과를 한 직후, 그녀의 공격이 여울을 강타했다.
그런데 들려오는 효과음이 그녀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푹.
“어?”
사람의 팔이 아니라 푹신푹신한 봉제 인형을 걷어찬 것만 같은 감촉이다.
당혹스러운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람은 물리적 공격을 당하면 그 고통과 충격으로 인해 주춤거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울은 표정 하나 일그러뜨리지 않은 채 반격을 해왔다.
퍼억!
불의의 기습이 하유리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마력장이 대부분의 충격을 막아냈지만 완벽하지는 못했다.
“크윽!”
하필이면 여울의 공격은 하유리의 상처에 닿았다.
일부러 노렸다고 생각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단순한 대련인데 조금 너무한 거 아니에요?”
“저는 이길 생각으로 덤벼드는 중이거든요. 그리고 아프지도 않잖아요?”
“그러고 보니…….”
숨만 쉬어도 고통을 호소하던 상처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상황을 보아하니 이 역시 몬스터 요리의 효과 중에 일부인 모양이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여울을 응시했다.
싱긋 웃는 여울의 미소가 그의 인상을 온화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후에 쏟아지는 난타는 절대 온화하지 않았다.
주먹과 단검, 발길질까지 사용한 연타가 비처럼 쏟아졌다.
그러나 하유리는 단 일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조금 전에는 워낙 당황해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지만, 이 이상 공격을 허락하는 것은 B랭크 헌터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다.
“하앗!”
외마디 기합과 함께 진중한 표정을 지은 그녀가 본격적으로 공세에 나섰다.
스킬과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그녀이지만 순수한 신체 능력만으로도 여울을 압도했다.
신나게 날뛰던 여울은 방어에 급급해졌다.
하유리의 주먹이 연달아 턱, 명치, 관자놀이에 꽂혀들었다.
만약 충격 흡수가 아니었다면 여울은 진즉 쓰러져 패배를 선언했을 것이다.
“제길…….”
여울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와 함께 작은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가 가진 스킬은 충격내성이 아니라 흡수다.
따라서 흡수할 수 있는 양에는 한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을 본 하유리는 승기를 확신하고 최후의 일격을 준비했다.
무기에 마력을 실어 공격력을 높이는 것처럼 작은 주먹에 여울이 다치지 않을 정도의 마력을 실었다.
“이걸로 대련 종료입니다!”
그 회심의 공격을, 여울은 고개를 틀어 간발의 차로 피해냈다.
허공을 가른 주먹을 응시하는 그녀의 동공이 격하게 흔들렸다.
‘설마 싸우면서 성장한 거야? 무슨 만화 주인공이냐고!’
어디까지나 여울이 자신의 신체를 다루는 데 익숙해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던 하유리는 여울의 재능과 센스에 경악했다.
승자의 미소를 지은 여울의 단검이 하유리의 마력장을 깨뜨렸다.
마력장의 반탄력이 단검을 밀어냈지만 그 정돈 예상했다는 듯 단검을 손에서 놓은 여울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 위력은 별 볼 일 없는 수준이겠지만 노리는 데가 부상을 입은 곳이다.
일격이라도 허용한다면 하유리는 틀림없이 붕괴하고 말 것이다.
‘내가 진다고?’
자존심에 균열이 생겼다.
청순한 외모와는 달리 하유리는 지는 것을 싫어한다.

* * *

‘이겼다!’
여울은 승리를 확신했다.
이번 대련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갑작스럽게 능력이 상승한 신체를 다루는 데 익숙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기왕 시작한 싸움.
이기고 싶은 것이 승부욕 강한 여울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여울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해 승리를 노렸고, 그 결과 승리를 거머쥐기 직전에 이르렀다.
만약 하유리가 무기나 스킬, 둘 중 하나만 사용했어도 압도적인 차이로 패배했겠지만, 그녀는 끝내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승리의 빛은 퇴색되지 않는다.
남은 것은 그 달콤한 승리의 미주를 맛보는 것뿐이다.
그런데 승리에 취해 술을 따르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었다.
무기를 사용하지 못해도,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하유리는 B랭크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헌터다.
전투경험의 차이는 압도적이며 사용하는 기술의 다양성도 궤를 달리한다.
“하아앗!”
기합을 내지른 그녀가 발로 땅을 내리찍었다.
그 순간 백색의 파동과 함께 강한 힘이 여울을 밀어냈다.
“무슨… 크윽!”
견디지 못하고 날아간 여울은 공원의 나무에 부딪히고 말았다.
충격 내성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고통은 없지만, 더 이상 전투를 계속했다가는 몸이 망가질 것이다.
“졌습니다.”
여울은 깔끔하게 패배를 시인했다.
그와 동시에 하유리도 행동을 멈추었다.
“망할!”
한참이나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던 하유리는 굴욕을 곱씹으며 주저앉았다.
그러다 무심코 튀어나온 욕설에 놀란 듯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무래도 온화하고 상냥한 얼굴은 연기였던 모양이다.
그녀는 슬금슬금 여울의 눈치를 살폈다.
‘어차피 알고 있었는데.’
그녀가 신랄한 독설가라는 것은 백야의 입사시험 때 이미 알게 된 사실이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지도 않다.
“제가 졌어요.”
그녀는 자신의 패배를 시인했다.
“조금 전 사용한 기술은 체내의 마력을 일시에 방출하는 것. 실전에서는 결코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죠. 질 것 같아서 몸이 절로 반응했어요. 죄송합니다.”
무기와 스킬을 사용했다면 결과는 달라졌겠지만, 이는 하유리 스스로가 봉했다.
이제 와서 그 핑계를 대는 것은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이다.
‘꽤나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네. 어쩌지?’
기왕이면 하유리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었다.
협력적인 그녀와의 관계가 틀어져 봐야 좋을 것은 없었다.
“저 역시 이대로는 이겼다 생각하기 어렵네요. 그러니 서로 비긴 걸로 하죠. 대련 상대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몸을 가눈 여울은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다.
“저기… 여울 씨는 정말 F랭크 헌터가 맞는 거죠?”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하유리가 여울을 올려다보며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 망설이던 여울은 웃으며 자신의 자격증을 꺼내 그녀에게 보여줬다.
마력을 불어넣지 않으면 타인에게 능력치를 보일 일도 없다.
보이는 것은 사진과 이름.
그리고 헌터 랭크뿐이다.
“정말 F랭크야…….”
지금껏 믿어왔던 것들이 송두리째 부정되는 기분에 그녀는 울상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