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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인천 D-03.
약 1개월 전에 부평 번화가의 변두리에 생긴 신생 던전으로, 측정된 난이도는 D급이다.
등장하는 몬스터는 태반이 고블린이며 던전의 규모도 작았다.
벌써 몇 번이고 공략이 반복됐는데, 얻을 수 있는 보상에 비해 위험도는 상당히 낮은 곳이라 헌터들 사이에 제법 인기가 있는 편이기도 했다.
그런 인천 D-03에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길드, 백야의 2번 공략대가 들어갔다.
목표는 신규 헌터들의 훈련.
무려 B랭크 헌터가 둘이나 포함된 팀이었다.
그들이 무사히 공략을 마치고 귀환할 확률은 추정 결과 99%. 따라서 그 누구도 그들의 무사 귀환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음?”
해당 현상을 최초로 발견한 이는 던전 인근에서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던 가디언 강철우였다.
얼마 전 유니온에 입사한 그는 우주를 품은 듯한 거대한 타원형의 거울, 통칭 던전 게이트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뭔가 이상한데…….”
평소라면 잔잔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어야 할 어둠이 오늘따라 유난히 격동을 해댔다.
게이트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그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황급히 매뉴얼 책자를 넘겼다.
하지만 몇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게이트로부터 하늘을 향해 붉은빛의 기둥이 쏘아지며 구름을 꿰뚫었다.
콰앙!
고막을 찢는 굉음과 함께 게이트 주변으로 누에고치처럼 생긴 붉은색의 막이 펼쳐졌다.
아무리 강철우가 지식 부족의 신출내기 가디언이라고는 하지만, 저토록 화려한 효과를 가진 현상이 무엇인지는 모를 수가 없었다.
“두, 두 번째 문이 개방됐어!”
두 번째 문이 무엇인지는 이쪽 업계에 종사하는 이라면 누구나 아는 기본적인 상식이다.
동시에 굉장히 위험한 것이기도 했다.
보스룸의 개방. 즉 강력하기 짝이 없는 몬스터가 던전에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아무리 백야 2번 공략대에 B랭크 헌터 둘이 포함되어 있다지만 보스 몬스터의 강함은 던전의 난이도와는 무관하다.
그들조차도 보스 몬스터의 앞에서는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강철우는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 폰을 꺼내 상사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리기도 전에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 짧은 한마디에서 숨길 수 없는 짜증이 묻어났다.
평소라면 잔뜩 기가 죽어 말을 도로 삼켰을 강철우지만, 지금은 상사의 짜증 정도는 우습게 여겨질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그, 그게. 제가 관리하던 인천 D-03에 두 번째 문이…….”
[알아. 지금 출발하고 있으니까 잠깐 기다려.]
“네!”
우렁찬 대답을 하면서도 강철우는 의구심을 숨기지 못했다.
현재 강철우의 상사는 일 때문에 부산에 내려가 있다.
그가 이곳까지 오려면 적어도 수 시간은 필요로 할 터였다.
그때까지 보스 몬스터의 등장이라는 사건에 흥미를 느낀 헌터들을 홀로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게… 유해성 헌터님? 조금 문제가 생길 것 같은…….”
그가 조심스럽게 상사의 이름을 불렀을 때였다.
“왜.”
재차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화기 너머가 아닌 강철우의 등 뒤에서.
“으아아악!”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란 강철우가 목격한 것은 미간을 찌푸린 채 주먹을 쥐락펴락하는 그의 상사였다.
검은색의 곱슬머리를 대충 헝클어뜨린 30대 초반의 왜소한 남자.
얼핏 보면 볼품없기 짝이 없는 외견이지만 그의 정체를 아는 이들은 모두가 그를 경외한다.
유해성.
유니온 소속 가디언.
국내 유일의 1급 가디언.
동시에 대한민국 유일의 S랭크 각성자.
그의 뒤에는 A랭크 각성자이자 텔레포터로 유명한 20대 초반의 아름다운 여성, 한소연도 함께하고 있었다.
“무슨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아닙니다.”
강철우는 확신했다.
이 두 사람이라면 설사 수십, 수백에 이르는 각성자들이 몰려와도 대처하는 것이 가능하다.
엄청난 조력자들의 등장에 절로 든든함이 솟구쳤다.
“공략대 명단.”
“넵.”
유해성이 손을 뻗자 강철우는 허리를 굽히며 던전을 공략 중인 백야 2번 공략대의 명단을 제출했다.
유해성은 전봇대에 등을 기대고 명단을 살폈다.
“눈여겨볼 이는 하유리와 김진수. 그 외에는 보스 몬스터에게 생채기조차 입힐 수 없는 조무래기들뿐이군.”
그는 냉정하게 백야 2번 공략대의 전력을 분석했다.
“각성자 랭크가 낮아도 스킬의 활용범주가 넓으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 중에는 없어. 게다가…….”
그가 공략대 명단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그곳에는 눈매가 온화한 남자의 사진과 함께 이름, 내력을 포함한 간단한 정보가 기입되어 있었다.
“은여울. F랭크 헌터. 심지어 스킬은 미보유.”
탁!
그는 소리가 크게 울릴 정도로 서류철을 덮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완전 공략의 가능성은 0%다.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할 거야. 가디언을 소집하도록.”
그것은 곧 내부 인원의 죽음을 확신하는 선언이기도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S랭크 각성자 유해성의 판단이다.
내부의 인원이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대장. 스킬 미보유라는 것은 곧, 앞으로 어떤 스킬을 손에 넣게 될지 모른다는 거잖아요? 우리 내기하죠! 저는 그 만에 하나라는 것에 걸겠어요.”
단 한 사람.
유해성의 부하이자 A랭크 가디언인 한소연만이 작은 희망을 품을 뿐이었다.
“500원 정도.”
심하게 작은 희망이었지만.

* * *

인간이 어떠한 도구도 없이 물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10분을 넘기기 어렵다.
그러나 이차원 요리라는 스킬의 효과로 인해 물속에서의 자유를 손에 넣은 여울은 그 한계를 돌파했다.
스킬이 지속되는 시간은 1시간. 곧 여울이 물속에서 자유롭게 노닐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 1시간은 어떻게든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 제한시간이기도 했다.
‘일단은 내가 떨어졌던 장소로 가볼까.’
두 번째 문이 존재하는 그곳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생존율은 확연히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여울은 물에 떨어진 이후 잠깐이지만 정신을 잃었다.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무작정 수로를 돌아다니는 것뿐이었다.
‘이런 식으로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네.’
빛이 들어오지 않는 동굴 내부는 굉장히 어두웠다.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지독한 어둠이 길을 찾는 데 커다란 방해요소로 작용했다.
거기에다 수영하는 데 심각한 방해가 되는 부러진 팔까지.
그나마 수중 이동 효과 덕분에 수월한 이동이 가능했을 뿐, 아니었다면 진즉 물살을 견디지 못하고 떠내려갔을 것이다.
‘일단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네. 하필이면 손전등이 떠내려가는 바람에…….’
바닥과 벽을 짚어가며 어떻게든 길을 탐색하고 있을 때였다.
콰직!
‘으아악!’
갑작스럽게 발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여울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눈물을 삼키며 통증의 원인을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린 여울의 눈에 보인 것은, 발목을 육포마냥 잘근잘근 씹고 있는 물고기 몬스터였다.
여울은 이 몬스터의 이름을 알고 있다.
조금 전 매운탕의 재료로 사용했던 차원 메기였다.
‘물고기 주제에!’
식재료에게서 공격을 당했다는 생각에 열이 뻗친 여울은 차원 메기를 향해 마구 발길질을 해댔다.
고작 F랭크 헌터에게도 당할 만큼 나약한 몬스터인 차원 메기는 몇 번의 발길질에 맥없이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강함과는 별개로 차원 메기는 놀라운 근성을 선보이며 재차 달려들었다.
‘너는 생선구이 확정이다.’
허리춤에 매달아 놨던 단검을 꺼낸 여울이 마력을 흘려 넣었다.
검신을 타고 흐른 마력은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빛났다.
슈아악!
입을 크게 벌리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차원 메기가 재빠르게 달려들었다.
‘죽어!’
험악한 얼굴을 한 여울은 이를 악물고 칼을 휘둘렀다.
수중이동 스킬이 물의 저항을 줄여줬기에 칼날은 제법 괜찮은 속도로 휘둘러졌다.
푸확!
빠른 속도로 쏘아지던 차원 메기는 여울이 뻗은 칼날에 그대로 머리를 들이받았다.
날카로운 칼날이 차원 메기의 머리를 뚫었다.
흘러나온 피가 물에 섞여 희석되는 모습은 마치 활짝 피어났다가 덧없이 사라지는 꽃을 연상하게 했다.
움찔거리다 움직임을 멈추는 차원 메기를 보던 여울의 입가에 승자의 미소가 맺혔다.
‘이겼다.’
차원 메기는 그리 강한 몬스터가 아니다.
뭍에 올라온 녀석을 돌로 찧어 죽이는 것이 가능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껏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도망가거나 지켜보는 것만 반복했던 여울에게는 이 소소한 승리조차 값진 것이었다.
흐뭇하게 웃은 여울은 차원 메기의 사체를 보관하기 위해 가방을 열었다.
‘이걸 먹으면 또 마력 수치가 상승할 거야. 그러니까 우선은 보관해두자.’
가방을 열고 막 물고기를 집어넣으려던 여울은 행동을 멈췄다.
생각해보니 익숙하지 않아서 잊고 있었을 뿐, 여울은 식재료를 보관할 수 있는 별도의 수단을 가지고 있다.
차원 냉장고.
이차원의 공간에 식재료를 보관할 수 있는 스킬이다.
여울은 인근에 있는 커다란 바위 위로 올라갔다.
폐로 하는 호흡이 조금 반갑게 느껴졌다.
물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 넘긴 그는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했다.
“도대체 스킬이란 건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헌터 자격은 진즉부터 보유하고 있었지만 각성자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킬을 습득한 것도 고작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일이었다.
스킬의 사용방법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여울은 가장 그럴싸한 방법을 택했다.
명령어의 육성입력이다.
“차원 냉장고.”
그 작은 중얼거림과 동시에 체내에서 소량의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무엇일까 하는 작은 불안감은 눈앞에 나타난 푸른 소용돌이에 의해 말끔히 사라졌다.
소용돌이가 사라진 곳에는 사람의 상반신만 한 작은 원형의 문이 생성되어 있었다.
여울이 손을 가져다 대자 원형의 문은 반으로 갈라지며 내부의 모습을 공개했다.
“아무것도 없네.”
말 그대로 내부에는 푸른 냉기만이 감돌고 있을 뿐, 물건이라 부를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차원 냉장고가 입구를 기점으로 다른 차원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 증거로, 차원 냉장고에 집어넣은 팔이 감각은 존재하지만 두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신기하네. 던전 입구와 비슷한 구조인 건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여울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여울이 차원 냉장고에 차원 메기를 던져 넣자 일순간 급속냉동이라도 시킨 것처럼 차원 메기가 뻣뻣하게 굳었다.
“설마 그 잠깐 사이에 냉동된 건가?”
조금 전, 차원 냉장고 속에 팔을 집어넣었을 때 한기를 느끼기는 했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 한기로는 물체를 급속도로 냉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원리가 궁금했던 여울은 손을 뻗어 차원 메기를 붙잡았다.
돌덩이처럼 딱딱하고 차가웠다.
하지만 차원 냉장고에서 꺼낸 순간, 차원 메기는 단단함을 잃고 부드러움을 되찾았다.
“이번에는 순식간에 녹았어…….”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봤지만 급속냉동되었다가 해동된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윤기가 있고 탱탱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스킬도 있었지.”
요리사의 눈.
조금 전 습득한 스킬 중 하나로, 설명에 따르자면 식재료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용방법은 마찬가지로 육성.
스킬을 사용하자 왼쪽 눈에서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그 후에는 그가 보고 있던 세계 중 일부가 변화했다.
정확하게는 차원 메기의 사체. 그 측면으로 반투명한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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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차원 메기 - 몬스터 랭크 F
빛이 들지 않는 어둠, 오염되지 않은 1급수의 물.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된 곳에서 살아가는 희귀한 몬스터.
강하지는 않지만 무리 지어 살며 폭력성이 다분하다.
재료등급 : C
손질 상태 : F(손질되지 않음)
기타 사항 : 시간 동결 및 해동(재료등급 1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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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여울에게 들이밀어진 것들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