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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통제사 1권 (23화)

제9장 (1)









일단 급한 위험을 피하는 것 같았기에 주변 상황을 살펴야 했다.

― 자금성과 인민대회당 쪽이 어떤지 살펴봐.

― 그쪽에 있는 자들도 움직이는 것 같아요.

― 자금성에 있는 자들은 천안문 쪽으로 움직이고, 인민대회당에 있던 자들은 우회에 자금성을 가고 있군.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아리는 자신을 통해 내가 감각을 연 것으로 알고 있기에 상황을 인지한 것처럼 텔레파시를 보냈다.

― 저기 봐요, 활주로 끝에서 곧바로 내리도록 할 모양 같아요.

천안문 광장에서 일어난 사태 때문인지 탑승 장치가 게이트에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활주로 가까운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창문을 통해 보였다.

―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승객들을 빨리 대피시키려는 걸 거야. 검색 절차는 쉽게 통과할 수도 있을 것 같아.

― 그나마 잘 됐네요.

― 아리가 잘 해줘서 일이 잘 풀린 것 같아.

― 제가 뭘요.

― 조금 있으면 탑승구가 열릴 모양이니 내릴 준비를 하자. 공항이 어수선할 테니 같이 움직여도 문제는 없을 거야.

― 모르는 척하는 게 힘들었는데 잘 됐어요.

기분 좋게 웃으며 곧바로 팔짱을 끼는 아리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부터 서로 남인 것처럼 각자 행동했는데 마음이 언짢았던 것 같아 머릿결과 얼굴을 쓰다듬어 줬다.

“좋다. 우리 서방!”

‘이럴 때 보면 러시아 여자인지, 한국 여자인지 헛갈리네.’

금발에 하얀 피부를 가진 아리지만 어릴 때부터 김오 박사에 의해 키워지고 한류 드라마에 푹 빠져 지내서 그런지 러시아 여자 같지가 않다.

짐을 찾은 후 게이트를 나와 로비로 들어섰다.

‘특이하기는 하겠지.’

백금발의 여자가 동양인 남자의 팔짱을 끼고 있어서 인지 우리를 보는 시선이 만만치 않다.

본래의 얼굴이 아니기는 하지만 지금 아리도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그러는 것 같다.

“호호호, 자기가 부러운가 봐요?”

“아리 같은 미인이 드물기는 하지. 저 사람들 눈에는 내가 능력자로 보일 거야. 어쩌면 돈 많은 재벌로 생각할 수도 있고 말이야.”

“호호호, 능력자기도 하지만 자기는 행운아에요.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나 같은 미인을 얻기가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죠. 제 말이 틀려요?”

“후후후, 맞아, 아리의 서방님이니 말이야.”

“호호호호호!”

기분 좋은지 맑은 웃음을 흘리는 아리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이 더 집중이 됐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자, 나가자.”

“그래요.”

공항 청사를 나와 대기하고 있는 택시 중 하나를 잡아타고 곧바로 예약해 둔 호텔로 향했다.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호텔까지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호텔로 들어가 로비에 있는 인포메이션에 들러 예약을 확인하고 안내를 받아 객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톡! 톡! 톡!

“에구구! 힘들다.”

어깨를 두드리며 아리가 힘들어 하는 척을 하니 장단을 맞춰야 할 것 같다.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

“그건 아닌데 조금 힘들어요.”

“이리 와봐.”

아리를 화장대 의자에 앉히고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애고, 시원하다. 서방님 손이 약손이네.”

“좀 풀려?”

“정말 시원해요. 그런데 약속이 있지 않아요?”

“조금만 주물러 주고 갈게.”

“아니에요. 약속을 한 건데 어서 다녀와요.”

“할 수 없네. 그럼 씻고 한숨 자.”

“알았어요. 하지만 속상하다. 우리 신혼인데…….”

미리 이야기를 해 두기는 했지만 속상한 모양이다.

“미안해.”

“한 번 해본 이야기에요. 조심해서 다녀와요. 다녀와서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난 음식을 만드는 것도 좋아하지만 맛있는 걸 먹는 것도 좋아한다.

중국의 요리들은 그 재료의 방대성이나 지역의 특색만큼 아주 다양한 요리가 있어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나라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알아주는 곳이 있기에 오늘 저녁은 아리와 함께 아주 근사한 저녁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늦지 않게 돌아올게.”

“그래요.”

지금도 같이 가고 싶지만 아리와 한 약속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내가 능력을 완전히 갖추기 전까지는 지인들에게는 아리를 비밀로 하겠다는 약속 말이다.

쪽!

“쉬고 있어.”

“잘 다녀와요.”

아리에게 키스를 하고 객실을 나섰다.

약속 장소가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에 호텔을 나온 후 걸어서 움직였다.

‘곳곳에 포진해 있군.’

상당히 많은 수의 진성능력자들이 호텔에서는 물론이고, 거리 곳곳에서 기척을 숨긴 채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이 느껴졌다.

‘하긴 천안문 광장이 박살나고, 자금성은 완전히 잿더미가 됐으니…….’

이번에 중국은 제대로 한 방 먹었다.

자신들의 자긍심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곳이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으니 말이다.

능력자들을 살피며 걷다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는 동안 천천히 얼굴을 변화시키고 있었기에 능력자들도 내가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룡대반점은 변하지 않았군. 어서 들어가자.’

오룡대반점은 퓨전 중화레스토랑으로 미슐랭 가이드에서도 별 2개를 받은 특급식당이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특별 객실이 있어 비밀리에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곳이었다.

안으로 들어가 안내를 받아 예약된 곳으로 갈 수 있었다.

“형님.”

“장호야.”

아직은 앳되어 보이지만 총기가 가득한 눈으로 반갑게 나를 맞아 주는 이가 바로 내 의동생인 장호다.

‘전보다 나아진 것 같구나. 의젓해진 것도 같고.’

중국이라는 곳은 사람과의 관계를 아주 중요시 한다.

관계를 위해 가족을 제외한 모든 것을 포기하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날 만큼 말이다.

포기하는 것 중에는 놀랍게도 나라도 포함되어 있다.

가족과 피를 나눌 정도로 관계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것이 자신이 속한 나라일지라도 쉽게 저버리는 것이 중국 사람들의 습성이다.

지금 음식점 별실에서 나와 마주하고 내 앞에 있는 창후, 우리말로는 장호도 그렇다.

국적이 중국이기는 하지만 온전히 내 사람인 이다.

“그동안 잘 지냈냐?”

“형님 덕분에 저야 잘 지냈죠.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그래. 일은 잘 되어가고 있고?”

“하하하! 물론이죠. 그리고 저 이번에 승진할 것 같아요.”

“벌써? 우리 장호 대단하네. 축하한다.”

장호의 나이는 스물 하나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 중국 최대의 바이오반도체 기업의 차장급이 되는 것이다.

18살에 칭화 대학교를 졸업한 천재라고는 하지만 고작 3년 만에 차장급이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이라고 할 수 있다.

“에이, 뭘요. 이게 다 형님 덕분인데.”

“인마, 그게 왜 내 덕분이냐? 다 네가 노력해서 그런 건데 말이야.”

“아니에요. 형이 없었으면 이런 기회도 잡을 수 없었을 텐데요. 그 때만 생각하면……. 에휴, 생각하기도 싫네요.”

“잊어버리라고 했지 않냐. 그만 잊고 이번 일이 마지막이니 끝나게 되면 네 삶에 충실해라.”

괜히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녀석은 아주 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천재 생물학도이자 공학도인 장호는 칭화대학교 졸업하기 직전에 죽음의 위기를 맞았었다.

방학 기간 중에 사천에 갔다 북경으로 돌아오던 장호는 장기 밀매 조직에 납치를 당했었는데, 그때 구출한 것이 바로 나였다.

알파에 들어 간 초창기에 게이트의 발생 빈도가 높아진 중국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 임무를 왔었던 때였다.

게이트 발생지 근처에서 의문의 집단이 움직이는 것을 포착하고 나서 비밀리에 조사에 나섰었다.

의문의 집단을 조사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놈들은 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로 신체를 활성화시킨 후 장기를 적출해 밀매하는 조직이었다.

임무 때문에 나서지 않아야 하지만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놈들이었기에 모두 소탕하고 구한 것이 바로 장호였다.

납치된 사람이 여럿이었지만 내가 구한 이는 장호 단 한 명뿐이었다.

내가 놈들을 소탕했을 때에는 다른 이들은 이미 모든 장기가 적출이 끝난 상태라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장호는 마지막까지 살아 있었기에 의문의 조직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장기 적출을 끝내면 어차피 죽을 것이기에 조직원들이 비밀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아서였다.

그때의 일로 인해서 장호는 중국 정부에 지독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잡혀 있는 동안 중국 정부가 놈들에게 의뢰를 해 실험 재료로서 게이트 에너지로 강화한 장기를 조달받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권유하기는 했지만 지금 다니고 있는 바이오반도체 기업에 취업을 하고 정보를 캐내는 것도 그때의 일로 인해서다.

적출된 장기 중에서 뇌가 이동한 최종 행선지가 바로 장호가 근무하는 티엔샤(天下)바이오로, 배후에 중국 정부가 버티고 있는 기업이다.

진급을 했다고 저리 좋아하는 것도, 차장급부터 비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장호가 목숨을 걸고 따르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중국과 전면전을 했던 한국의 정보 요원이라면 중국 정부에 제대로 물을 먹일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나를 따르는 것만은 아니지.’

물론 나를 친형제처럼 여기는 탓에 도움을 주려는 이유도 크지만 말이다.

믿을 수 있느냐를 따진 다면 확실히 믿을 수가 있다.

장호는 나를 의형으로 대한다.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자신의 존재를 걸고 따르겠다고 맹세를 했기 때문이다.

대변혁 전이라면 맹세라는 것을 쉽게 번복할 수 있겠지만, 어기는 순간 곧바로 소멸이 되니 지금은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다.

사실 나를 따르겠다는 맹세를 했지만, 나는 장호가 악몽 같은 기억을 잊고 자신의 삶을 살기 바란다.

나에게 속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활짝 펴며 즐겁게 말이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뿐이었나 보다.

“형님, 전 잊지 않을 거예요. 잊어버릴 수도 없고요. 내가 나이가 어려서 조금이라고 더 살라고 자청해서 먼저 나섰던 분들 때문이라도 잊어서는 안 되죠.”

“휴우!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렇지만 앞으로의 일도 생각을 해라. 이번 일이 끝나면 마지막이니 너도 네 삶을 살아야 하니까 말이야.”

“에이, 나 혼자서요? 저에게 남은 것은 형님뿐이라는 것을 아시잖아요?”

조금 전의 경색된 분위기와는 달리 주인을 바라보는 강아지 같은 눈빛이다.

“저번에 말한 것처럼 이번 일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해서 나를 따를 거라는 말이냐?”

“당연하죠. 이 세상 천지에 믿을 수 있는 지인이라고는 형님뿐인데. 그리고 형님은 차원통제사가 될 거라고 했잖아요. 차원통제사가 되면 형님도 지구에 기반이 있어야 할 텐데 그걸 제가 맡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저도 차원통제사가 되고 싶기도 하고요. 날 버리려고 하면 알아서 해요.”

“에휴, 알았다. 말린다고 들을 녀석도 아니니.”

“하하하,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