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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통제사 1권 (17화)

제6장 (1)



쪽!

“아이, 잠깐만요.”

입술을 맞추며 품에 안으려 하자 아리가 나를 밀어낸다.

“왜?”

싫어서 그러는 것이 아닌 것임을 느꼈기에 물었다.

“아까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살펴보니 블라디보스토크의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 같아서 그래요.”

아리와 신혼여행이나 다름없는 이 시간을 즐기고 싶었으나, 아리 말대로 블라디보스토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아무래도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의논을 해야 할 것 같다.

“나도 약간 느끼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전쟁을 준비하는 것 같지?”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 움직이는데 조심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러시아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면 그런 나라는 하나뿐이니까요.”

“쉽지 않은 전쟁이 될 텐데 이렇게 노골적이라면 뭔가 있는 것 같아.”

“그런 것 같아요. 대한민국의 전력을 생각하면 쉽게 전면전을 벌이기 어려우니까요.”

10여 년 전에 러시아와 대한민국은 전면전에 가까운 전쟁을 치렀다.

사할린을 전격적으로 점령하고 연해주로 곧장 진격한 대한민국의 공격은 아주 매서운 것이었다.

이면에서는 다수의 진성능력자가 동원되었던 터라 당시의 러시아로서는 절대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러시아는 아무르 강 남쪽 지역과 사할린 섬을 대한민국에게 빼앗겼다.

그나마 남아 있는 것은 한중전쟁 당시 은근슬쩍 차지한 항카 호와 블라디보스토크 지역뿐이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노선을 중심으로 방어에 힘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미국과 일본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휴전을 중재했기에 그나마 겨우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는 전쟁이 나기는 할 테지만…….’

사실 러시아와 통합대한민국의 2차 전쟁은 어느 정도 예측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러시아와 손을 잡은 후, 잃어버린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러시아라고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시가지를 오가는 군인들의 수가 상당히 많았다.

무엇보다 진성능력자로 보이는 존재들이 내뿜는 에너지가 도시 전역에 가득한 것을 보면서 전쟁의 기운을 무르익고 있음이 분명했다.

‘뭔가 전운을 부르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 분명하다.’

탈출 루트를 점검하기 위해 몇 개월 전에 잠입을 했던 블라디보스토크와 지금은 많이 달랐다.

이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는 아니었으니 급작스럽게 분위기가 변했다는 것을 뜻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진성능력자 수가 많이 늘었다고는 해도 아직은 어려울 텐데, 역시 그 사건들과 관련이 있는 건가?’

대변혁 이후 대한민국은 통합과 함께 무서울 정도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고 강대국 반열에 올라선 이후로 그 변화는 더욱 엄청났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두 나라와 다시 전면전을 치른다고 해도 지지 않을 만큼 강력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그걸 모르지 않을 텐데 전면전을 치르기 위해 준비에 돌입했다는 것은 그만한 자신이 있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리의 생각을 한 번 들어볼까?’

지금 가지고 있는 정보로 판단했을 때 가능성은 하나뿐이었기에 S급 진성능력자인 아리가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아리는 어떻게 생각해?”

“대한민국에게 이길 자신이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이니 무엇인가 믿을 만한 것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전제를 두고 생각해 봤을 때 가능성은 하나뿐이에요.”

“으음, 그게 뭘까?”

“정말 모르는 거예요?”

“뭐 이유야 하나뿐이겠지. 대한민국의 진성능력자들을 능가할 수 있다는 확신 말이야.”

“맞아요. 기존 군사력이 어마어마해도 진성능력자 전력에서 앞설 자신이 없는 한 쉽게 전쟁을 일으키지 못해요. 하지만 의문이 드는 것은 진성능력자는 그리 쉽게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어쩌면 자기가 해왔던 일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어요.”

“아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군.”

영혼의 반려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블라디보스토크로 오는 동안 아리에게 내 정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려줬다.

“철저하게 묻혀 있지만 자기가 말해 준 일들이 러시아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이질적인 에너지가 흐르는 게이트가 열리는 것을 저도 느낀 적이 있으니까요. 세쌍둥이 대차원들이 아닌 다른 대차원의 게이트를 열고 그것을 통해서 진성능력자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 분명해요.”

“그렇겠지? 그게 아니라면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을 이유가 없을 테니까 말이야.”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아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우리가 별다르게 할 일은 없을 거야. 진성능력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해도 러시아가 대한민국과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야.”

“뭐가 있나 봐요?”

“맞아. 아까 시가지에 있을 때 아주 익숙한 에너지 흐름을 몇 개 느낄 수 있었어. 내가 느낀 것이 확실하다면 대한민국에서도 이미 움직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대한민국에서 이미 알고 움직이고 있다고는 해도 전쟁을 막지는 못하지 않을까요?”

“아니야. 내가 느낀 것이 맞는다면 그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확실해. 내가 알고 있는 그들이 움직인 이상, 다른 대차원의 게이트를 열어 진성능력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해도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할 거야. 그전에 철저하게 응징이 가해질 테니까.”

“자기가 말하는 그들이 누구에요?”

“나도 정체는 확실히 몰라. 세상에 알려진 존재들이 아니니 말이야. 하지만 그들 하나하나가 S급 진성능력자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느껴지는 수는 겨우 셋이지만, 그들이 속한 집단의 S급 진성능력자의 수가 30명을 훨씬 넘는다고 들었으니 다른 이들도 준비를 하고 있을 거야.”

“세, 세상에나!!”

아리가 저렇게 놀랄 만도 하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S급 진성능력자는 열 명이라고 알려져 있다.

감춰진 전력이 있다고 해도 채 열 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예측되는 것 말고도 전략병기나 마찬가지인 S급 진성능력자가 30명이 넘게 숨겨져 있었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믿기지 않을 테지만 사실이야.”

“정말 대한민국은 무서워요. 그만한 전력을 감추고 있다니 말이에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는 아리를 보며 그것이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말해 줄 수는 없었다.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된 듯 아리가 물었다.

“그럼 자기는 예정대로 움직이는 건가요?”

“당장은 움직이기 힘들겠지만 분위기로 봐서는 조만간 정리가 될 테니, 상황을 봐서 움직이려고 해.”

중국에서 센터와 관련한 일들을 알아내는 것이 급하기는 하지만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기에 여유를 가져야 한다.

급하게 처리하다보면 파탄이 드러날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게 움직일 생각이다.

“그럼 블라디보스토크에 며칠 머무를 수도 있겠네요.”

“맞아. 우리는 중국으로 갈 준비를 하면서 신혼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거야. 흐흐흐.”

“웃음이 너무 응큼해요.”

“흐흐흐, 맞아. 나 응큼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껴안자 아리가 눈을 흘긴다.

“아―이!! 어제 밤새 괴롭혀 놓고. 또요?”

“우리 신혼이잖아.”

“자기는 정말 짐승이야!”

“하하하! 맞아. 난 짐승이야.”

“아아아!”

뺨에 이어 쇄골에 키스를 하니 아리의 탄성이 귓가를 간지럽힌다.

으스러질 듯 나를 껴안는 아리를 보니 오늘밤도 일찍 잠이 들기는 어려울 것 같다.



* * *



창문을 가리고 있는 블라인드 사이로 비치는 햇빛에 눈을 떴다.

‘정말 열정적인 여자야.’

열차 침대칸에서는 숨을 죽이며 환희를 참아 내던 아리는 족쇄가 풀린 듯 밤사이 열정적으로 자신을 표출했다.

열정이 깊어갈수록 아리와 하나가 되어 가는 것을 느끼며 나 또한 내 안에 숨어 있는 욕망을 감추지 않았다.

‘그나저나 너무 늦었군.’

눈을 흘기던 것과는 달리 놓아주지 않는 아리로 인해 새벽에서야 잠이 들었기에 조금 늦은 시간이었다.

아리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침대를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S급 능력자임에도 잠이 깨지 않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도 나를 신뢰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힘이 들었을 테니 먹기 쉽고 열량이 높은 것으로 준비를 해보자.”

밤새 사랑하느라 지쳤을 아리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줄 생각이다.

에그 스크램블을 만들고, 잘게 찢은 빵을 버터를 바른 펜에 구워 올려놓은 후 바짝 구운 베이컨과 구운 토마토를 곁들었다.

거기에다 우유 한 잔이면 간단하지만 영양 만점의 아침 식사가 될 터였다.

만든 음식을 조심스럽게 쟁반에 놓고 침실로 가서 창가 옆에 놓인 다탁에 올려놓은 후 아리에게 갔다.

쪽!

“으음.”

“어서 일어나.”

“아함! 잘 잤어요?”

“하하하, 누가 밤새 괴롭히기는 했지만 아주 잘 잤지.”

“너무해요.”

“햇빛이 참 좋아. 시간이 좀 지나기는 했지만 어서 아침 먹어.”

“당신이 아침을 만들었어요?”

“그래. 간단하게 만들었어.”

“기분 좋은데요. 하지만 일단 씻고요.”

“지금 이대로도 예뻐. 그리고 씻는 건 아침 먹고 나랑 같이 하자고.”

“좋아요. 하지만 자긴 너무 음흉해요.”

“크크크. 어서 먹자.”

아리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이지만 부끄럼 없이 내가 이끄는 대로 다탁에 딸린 의자에 앉았다.

부끄러운 모습이 분명한데도 당당한 것이 어찌 보면 참 대단한 여자다

침대에서 그대로 나와 음식을 만들러 주방으로 갔기에 나또한 전라이지만 부끄럽지는 않았다.

전라의 두 남녀가 창가에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을 누가 보기라도 하면 기겁할 일이지만 여기는 그럴 염려가 없다.

집주인이 들어오게 되면 인식 차단 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하니 말이다.

아리도 그것을 알기에 불안함 없이 내가 만든 음식을 열심히 먹고 있다.

“으음, 정말 맛있어요. 간단한 것 같지만 맛을 내기 어려운 요리인데, 배운 거예요?”

“내 사촌형이 좀 미식가라서 말이야.”

“아, 같이 일하신다는 아주버님이요?”

“아리도 그런 말을 알아?”

“그럼요. 비록 당국에서는 꺼리지만 한류 드라마가 러시아에서도 선풍적인 인기인데요. 스승님 영향도 있고요.”

“하하하, 아리에게 이런 면이 있다는 것을 알면 형이 무척 좋아할 것 같아.”

“저…….”

내말에 포크를 놓으며 갑자기 아리가 말끝을 흐렸다.

“왜?”

“스승님께서 저에 대해서는 자기만 알고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나만?”

“그래요. 자기가 2차 각성을 하고 진성능력자가 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저에 대해서 알아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뭔가 이유가 있나 본데?”

“왜 그런지는 말씀을 해주시지 않으셨고, 나중에 저절로 알게 될 거라고만 하셨어요.”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이유가 있겠지. 알았어. 나중에 형이 알게 되면 조금 서운해 하기는 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지금까지 일로 봤을 때 보통 사람이 아니다.

아리의 말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어서 먹자. 나가서 알아볼 것들이 많으니까 말이야.”

“그래요.”

서둘러 식사를 끝내고 난 뒤, 아리와 욕실로 같이 가서 샤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