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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통제사 1권 (15화)
제6장 (1)
여명의 빛이라는 것을 전해 받고, 대한민국에 전해달라고 했던 것의 주인이 되었다니,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좀 들어야 할 것 같다.
“당신 스승님께서 남기신 것이 내 것이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이지?”
“스승님이 남기신 것은 여명의 빛을 가진 자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당신 것이죠.”
“드미트리가 여명의 빛을 나에게 전한 것도 그의 아버지가 남긴 것을 사용하기를 바란 건가?”
“아마도 그럴 거예요. 드미트리는 스승님이 남기신 것을 사용하기 위해서 여명의 빛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김오 박사가 남긴 유진이라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 같은데 처음 본 사람에게 그런 것을 전하다니, 드미트리의 결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군.”
“믿어야 할 거예요. 그건 드미트리 혼자서 내린 결정이 아닐 테니까 말이죠.”
“그건 또 무슨 말이지? 이야기를 들을수록 감춰진 것이 많은 것 같군.”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바로는 여명의 빛은 스승님의 혈족이거나 인연이 있는 자를 찾아 깃든다고 했어요. 그러니 드미트리도 여명의 빛이 발하는 의지에 따라 당신을 인연자로 선택했을 거예요. 독단적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전할 수 없었을 테니까 말이죠.”
“아이리스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재미있는 일이로군.”
“믿으셔야 할 거예요. 모든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할 거예요? 스승님의 유진을 찾으러 갈 건가요?”
“으음, 내 것이라고 하고. 아주 중요한 것 같으니 찾으러 가야 하겠지. 그럼 당신은?”
“스승님의 희생으로 2차 각성을 한 후에 한 가지 맹세를 했어요. 여명의 빛을 가진 존재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맹세였죠. 맹세도 맹세지만 영혼의 반려로서 당신을 지킬 거예요. 어때요, 인정?”
한 번 눈을 깜빡인 후 나를 바라보는 아이리스다.
그녀와 하나가 됨으로서 심연의 심안이 성장했기에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뜻이 진실임을 말이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인연으로 만난 사이지만 이미 나와 하나가 된 여자다.
“알았어. 내 반려라는 것을 인정하지.”
툭!
“휴우∼! 걱정 했잖아요.”
내 말투에서 영혼의 반려로서 인정했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눈을 흘기며 내 가슴을 살며시 친다.
‘정말 예쁘군.’
내 사람으로 인정하고 나니 청순하면서도 요염한 아이리스의 모습에 가슴이 달아올랐다.
“아으!!”
나도 모르게 손을 올려 가슴을 쥐자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신음을 지른다.
쪽!! 쪽!
얼굴보다 더 붉은 그녀의 입술에 열렬한 키스를 퍼붓고, 나는 또다시 그녀와 하나가 되었다.
* * *
시간이 지나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여행을 위한 특급열차라서 그런지 아이리스와 하나가 된 후 이틀간의 기차여행은 무척이나 즐거웠다.
영혼의 반려를 만나 신혼여행을 하는 것이나 다름 것이었기에 더욱 즐거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 시내로 나가는 순간, 즐거움이 반감되었다.
‘일이 터진 모양이군.’
분위기가 무척이나 수상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한반도 북쪽 동해의 아무르 만과 우수리 만 사이로 뻗어 있는 반도 서쪽에 졸로토이 만을 감싸듯이 자리 잡고 있는 도시다.
블라디보스토크는 1860년 러시아 군사기지로 세워지면서 도시가 형성되었는데, 대한민국과의 전면전 이후 전략적 요충지로 변했다.
대부분 군인과 가족들이기는 하지만 인구가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는 러시아의 신흥 성장 도시였는데 분위기가 무척이나 싸늘했다.
민간인들보다 군인들이 훨씬 많이 보이는 것도 그렇고, 곳곳에서 느껴지는 날선 에너지의 흐름들이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었다.
― 뭔가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예요.
아리가 텔레파시를 보내왔다.
아이리스가 애칭으로 불러달라고 해서 어감이 좋아 어제부터 아리로 부르고 있다.
― 그런 것 같아. 일단 생필품을 좀 사고 안가로 가자고.
― 그래요.
곧바로 역 근처 잡화점에 들어 당분간 머무는데 필요한 생필품들과 먹을 것들을 사고는 택시를 대절해 드미트리가 이야기해 준 안가로 갔다.
우리가 찾아 온 안가는 블라디보스토크 외곽에 위치한 제법 큰 저택이었다.
“여긴가요?”
아리도 처음 와 본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묻는다.
드미트리,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명의 빛이라는 것을 가진 존재를 지킬 것을 맹세한 아리도 이 안가는 모르고 있었다.
“드미트리가 말해 준 집이 맞는 것 같아. 일단 들어가 보자고.”
“그래요.”
철제로 만들어진 문에 드미트리가 내게 준 열쇠를 꽂았다.
마법으로 인식 장치가 되어 있는 것이라서 내가 가지고 있는 열쇠가 아니면 열리지 않는 문이다.
끼이익!
경첩이 울리는 비명을 뒤로 하고 우리는 둘 다 양손에 짐을 가득 든 채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정원을 지나 건물에 도착한 후 다시 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이 제법 큰데 어디로 가면 돼요?”
“삼 층이라고 했어.”
“그럼 물건들은 여기다 놓고, 삼 층부터 둘러봐요.”
드미트리가 내게 말해준 장소는 안가의 3층 오른쪽 끝에 있는 방이었기에 생필품들과 먹을 것들을 중앙 계단 옆에 놓고 곧바로 올라갔다.
3층 오른쪽 끝에 있는 방에 도착한 후 철제 대문과 저택 문을 열었던 열쇠를 꽂고 문을 열었다.
그곳은 서재였는데, 창문 쪽을 제외하고는 책상도 없이 온통 서가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으음, 장서가 상당하군.”
“공간왜곡장이 걸려 있어요. 저택의 규모로 봤을 때 저만 한 책들을 보관할 수 없을 테니 이곳에 공간 왜곡 마법이 걸려 있는 것 같아요.”
“맞는 말이야. 공간 왜곡 마법이 아니면 이 정도의 장서를 보관할 수는 없겠지.”
아리의 말대로 이곳에는 공간 왜곡 마법이 걸려 있다.
대충 봐도 수백만 권이 넘어 보이는 장서들이라 이 저택을 통째로 도서관으로 꾸민다고 해도 다 수용할 수 없는 양이니 말이다.
‘하지만 어째서…….’
사실 이곳에 펼쳐진 공간왜곡장을 보고 많이 놀랐다.
드미트리와 그의 아버지는 나와는 연관이 없는 사람인데 이런 패턴의 공간왜곡장은 본적이 있어서다.
‘혹시 드미트리의 아버지인 김오 박사가 아버지나 큰아버지와 연관이 있었던 건가?’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이곳의 공간 왜곡 마법은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사용하시는 비밀 연구실과 거의 같은 패턴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공간왜곡장이 만들어지는 상황이지만, 모르는 이들이 똑같은 패턴을 사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에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김오 박사에 대해 아버지께 여쭤 보자.’
같은 패턴을 사용한다는 것은 동류의 마법을 익히고 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러시아에서 유학을 했으니 혹시나 김오 박사를 알고 있는지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스승님께서 이곳에 대해서는 한 번도 말씀해 주시지 않았는데 조금 서운하네요.”
“너무 서운해 하지 마.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아리에게도 알려 줬을 테니까 말이야.”
팔짱을 끼고 있는 그녀의 뺨을 쓸어내리며 서운함을 다독여 줬다.
“알았어요. 어차피 당신이 제게 알려주고 있으니 그건 상관하지 않을 게요. 그런데 이만 한 공간이면 드미트리가 가져가라고 한 것을 찾기가 힘들겠어요.”
아리가 공간왜곡장을 둘러보며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그건 그리 어렵지 않아. 이곳에 비밀리에 만들어진 공간이 있다고 했으니까 말이야.”
“그래요? 공간왜곡장이 펼쳐진 것을 보고난 후부터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지만 비밀 공간 같은 것은 도무지 느껴지지가 않던데. 어디에 비밀 공간이 있다는 거죠?”
“아리가 아무리 S급 진성능력자라고 해도 여기에 있는 비밀 공간은 쉽게 찾을 수 없는 거야.”
“흥! 잠시만 기다려 봐요.”
내 말에 승부욕이 돋았는지 아리의 몸에서 에너지가 흘러나와 공간왜곡이 걸려 있는 서가를 빠르게 훑어 나갔다.
“으음, 정말 이상하네요. 공간왜곡장이 이곳에 펼쳐져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비밀 공간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요. S급 탐지 능력을 가진 나도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공간이라니 놀라운 일이에요.”
“하하하!”
입술을 내밀며 볼을 부풀리는 모습이 정말 귀여워 나모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요?”
“아리가 너무 예뻐서.”
“예쁘다고 해준 것은 고맙지만 기분이 조금 나빠지려고 하네요.”
자기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차렸는지 눈을 흘긴다.
조금 전과는 또 다른 예쁨이 뚝뚝 떨어진다.
“여기에 있는 비밀 공간은 공간 왜곡 마법진을 이용한 트릭으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비밀을 알고 있지 않는 한 아리라고 해도 쉽게 알아내지 못하는 거야.”
“트릭이요?”
“잘 봐.”
아리의 눈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며 에너지의 흐름을 통해 심안으로 찾아낸 것을 행동으로 옮겼다.
아무리 심안이라고 해도 에너지 패턴에 대해 알지 못하면 찾아낼 수 없는 방법으로 말이다.
우선 출입구의 오른쪽과 왼쪽 맨 첫 번째 서가에서 책을 하나씩 반쯤 꺼내 걸쳐놨다.
오른쪽은 위에서 아홉 번째, 왼쪽은 아래에서 아홉 번째 칸에 꽂혀 있던 책들이다.
그 다음은 두 책을 양손으로 잡았다.
제6장 (1)
여명의 빛이라는 것을 전해 받고, 대한민국에 전해달라고 했던 것의 주인이 되었다니,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좀 들어야 할 것 같다.
“당신 스승님께서 남기신 것이 내 것이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이지?”
“스승님이 남기신 것은 여명의 빛을 가진 자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당신 것이죠.”
“드미트리가 여명의 빛을 나에게 전한 것도 그의 아버지가 남긴 것을 사용하기를 바란 건가?”
“아마도 그럴 거예요. 드미트리는 스승님이 남기신 것을 사용하기 위해서 여명의 빛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김오 박사가 남긴 유진이라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 같은데 처음 본 사람에게 그런 것을 전하다니, 드미트리의 결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군.”
“믿어야 할 거예요. 그건 드미트리 혼자서 내린 결정이 아닐 테니까 말이죠.”
“그건 또 무슨 말이지? 이야기를 들을수록 감춰진 것이 많은 것 같군.”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바로는 여명의 빛은 스승님의 혈족이거나 인연이 있는 자를 찾아 깃든다고 했어요. 그러니 드미트리도 여명의 빛이 발하는 의지에 따라 당신을 인연자로 선택했을 거예요. 독단적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전할 수 없었을 테니까 말이죠.”
“아이리스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재미있는 일이로군.”
“믿으셔야 할 거예요. 모든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할 거예요? 스승님의 유진을 찾으러 갈 건가요?”
“으음, 내 것이라고 하고. 아주 중요한 것 같으니 찾으러 가야 하겠지. 그럼 당신은?”
“스승님의 희생으로 2차 각성을 한 후에 한 가지 맹세를 했어요. 여명의 빛을 가진 존재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맹세였죠. 맹세도 맹세지만 영혼의 반려로서 당신을 지킬 거예요. 어때요, 인정?”
한 번 눈을 깜빡인 후 나를 바라보는 아이리스다.
그녀와 하나가 됨으로서 심연의 심안이 성장했기에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뜻이 진실임을 말이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인연으로 만난 사이지만 이미 나와 하나가 된 여자다.
“알았어. 내 반려라는 것을 인정하지.”
툭!
“휴우∼! 걱정 했잖아요.”
내 말투에서 영혼의 반려로서 인정했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눈을 흘기며 내 가슴을 살며시 친다.
‘정말 예쁘군.’
내 사람으로 인정하고 나니 청순하면서도 요염한 아이리스의 모습에 가슴이 달아올랐다.
“아으!!”
나도 모르게 손을 올려 가슴을 쥐자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신음을 지른다.
쪽!! 쪽!
얼굴보다 더 붉은 그녀의 입술에 열렬한 키스를 퍼붓고, 나는 또다시 그녀와 하나가 되었다.
* * *
시간이 지나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여행을 위한 특급열차라서 그런지 아이리스와 하나가 된 후 이틀간의 기차여행은 무척이나 즐거웠다.
영혼의 반려를 만나 신혼여행을 하는 것이나 다름 것이었기에 더욱 즐거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 시내로 나가는 순간, 즐거움이 반감되었다.
‘일이 터진 모양이군.’
분위기가 무척이나 수상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한반도 북쪽 동해의 아무르 만과 우수리 만 사이로 뻗어 있는 반도 서쪽에 졸로토이 만을 감싸듯이 자리 잡고 있는 도시다.
블라디보스토크는 1860년 러시아 군사기지로 세워지면서 도시가 형성되었는데, 대한민국과의 전면전 이후 전략적 요충지로 변했다.
대부분 군인과 가족들이기는 하지만 인구가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는 러시아의 신흥 성장 도시였는데 분위기가 무척이나 싸늘했다.
민간인들보다 군인들이 훨씬 많이 보이는 것도 그렇고, 곳곳에서 느껴지는 날선 에너지의 흐름들이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었다.
― 뭔가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예요.
아리가 텔레파시를 보내왔다.
아이리스가 애칭으로 불러달라고 해서 어감이 좋아 어제부터 아리로 부르고 있다.
― 그런 것 같아. 일단 생필품을 좀 사고 안가로 가자고.
― 그래요.
곧바로 역 근처 잡화점에 들어 당분간 머무는데 필요한 생필품들과 먹을 것들을 사고는 택시를 대절해 드미트리가 이야기해 준 안가로 갔다.
우리가 찾아 온 안가는 블라디보스토크 외곽에 위치한 제법 큰 저택이었다.
“여긴가요?”
아리도 처음 와 본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묻는다.
드미트리,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명의 빛이라는 것을 가진 존재를 지킬 것을 맹세한 아리도 이 안가는 모르고 있었다.
“드미트리가 말해 준 집이 맞는 것 같아. 일단 들어가 보자고.”
“그래요.”
철제로 만들어진 문에 드미트리가 내게 준 열쇠를 꽂았다.
마법으로 인식 장치가 되어 있는 것이라서 내가 가지고 있는 열쇠가 아니면 열리지 않는 문이다.
끼이익!
경첩이 울리는 비명을 뒤로 하고 우리는 둘 다 양손에 짐을 가득 든 채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정원을 지나 건물에 도착한 후 다시 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이 제법 큰데 어디로 가면 돼요?”
“삼 층이라고 했어.”
“그럼 물건들은 여기다 놓고, 삼 층부터 둘러봐요.”
드미트리가 내게 말해준 장소는 안가의 3층 오른쪽 끝에 있는 방이었기에 생필품들과 먹을 것들을 중앙 계단 옆에 놓고 곧바로 올라갔다.
3층 오른쪽 끝에 있는 방에 도착한 후 철제 대문과 저택 문을 열었던 열쇠를 꽂고 문을 열었다.
그곳은 서재였는데, 창문 쪽을 제외하고는 책상도 없이 온통 서가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으음, 장서가 상당하군.”
“공간왜곡장이 걸려 있어요. 저택의 규모로 봤을 때 저만 한 책들을 보관할 수 없을 테니 이곳에 공간 왜곡 마법이 걸려 있는 것 같아요.”
“맞는 말이야. 공간 왜곡 마법이 아니면 이 정도의 장서를 보관할 수는 없겠지.”
아리의 말대로 이곳에는 공간 왜곡 마법이 걸려 있다.
대충 봐도 수백만 권이 넘어 보이는 장서들이라 이 저택을 통째로 도서관으로 꾸민다고 해도 다 수용할 수 없는 양이니 말이다.
‘하지만 어째서…….’
사실 이곳에 펼쳐진 공간왜곡장을 보고 많이 놀랐다.
드미트리와 그의 아버지는 나와는 연관이 없는 사람인데 이런 패턴의 공간왜곡장은 본적이 있어서다.
‘혹시 드미트리의 아버지인 김오 박사가 아버지나 큰아버지와 연관이 있었던 건가?’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이곳의 공간 왜곡 마법은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사용하시는 비밀 연구실과 거의 같은 패턴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공간왜곡장이 만들어지는 상황이지만, 모르는 이들이 똑같은 패턴을 사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에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김오 박사에 대해 아버지께 여쭤 보자.’
같은 패턴을 사용한다는 것은 동류의 마법을 익히고 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러시아에서 유학을 했으니 혹시나 김오 박사를 알고 있는지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스승님께서 이곳에 대해서는 한 번도 말씀해 주시지 않았는데 조금 서운하네요.”
“너무 서운해 하지 마.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아리에게도 알려 줬을 테니까 말이야.”
팔짱을 끼고 있는 그녀의 뺨을 쓸어내리며 서운함을 다독여 줬다.
“알았어요. 어차피 당신이 제게 알려주고 있으니 그건 상관하지 않을 게요. 그런데 이만 한 공간이면 드미트리가 가져가라고 한 것을 찾기가 힘들겠어요.”
아리가 공간왜곡장을 둘러보며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그건 그리 어렵지 않아. 이곳에 비밀리에 만들어진 공간이 있다고 했으니까 말이야.”
“그래요? 공간왜곡장이 펼쳐진 것을 보고난 후부터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지만 비밀 공간 같은 것은 도무지 느껴지지가 않던데. 어디에 비밀 공간이 있다는 거죠?”
“아리가 아무리 S급 진성능력자라고 해도 여기에 있는 비밀 공간은 쉽게 찾을 수 없는 거야.”
“흥! 잠시만 기다려 봐요.”
내 말에 승부욕이 돋았는지 아리의 몸에서 에너지가 흘러나와 공간왜곡이 걸려 있는 서가를 빠르게 훑어 나갔다.
“으음, 정말 이상하네요. 공간왜곡장이 이곳에 펼쳐져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비밀 공간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요. S급 탐지 능력을 가진 나도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공간이라니 놀라운 일이에요.”
“하하하!”
입술을 내밀며 볼을 부풀리는 모습이 정말 귀여워 나모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요?”
“아리가 너무 예뻐서.”
“예쁘다고 해준 것은 고맙지만 기분이 조금 나빠지려고 하네요.”
자기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차렸는지 눈을 흘긴다.
조금 전과는 또 다른 예쁨이 뚝뚝 떨어진다.
“여기에 있는 비밀 공간은 공간 왜곡 마법진을 이용한 트릭으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비밀을 알고 있지 않는 한 아리라고 해도 쉽게 알아내지 못하는 거야.”
“트릭이요?”
“잘 봐.”
아리의 눈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며 에너지의 흐름을 통해 심안으로 찾아낸 것을 행동으로 옮겼다.
아무리 심안이라고 해도 에너지 패턴에 대해 알지 못하면 찾아낼 수 없는 방법으로 말이다.
우선 출입구의 오른쪽과 왼쪽 맨 첫 번째 서가에서 책을 하나씩 반쯤 꺼내 걸쳐놨다.
오른쪽은 위에서 아홉 번째, 왼쪽은 아래에서 아홉 번째 칸에 꽂혀 있던 책들이다.
그 다음은 두 책을 양손으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