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차원통제사 1권 (13화)

제5장 (2)



“어머! 정말 말끔하네요. 수염만 깎으면 여자들이 많이 따르겠어요.”

“설마요?”

“아니에요. 아주 인기 있을 거예요.”

러시아 여자들이 남자를 보는 눈은 한국 여자들과 정말 다른 것 같다.

호리호리하게 생긴 미남보다는 남자답게 생긴 이를 더욱 선호하는 것이 러시아 여자들의 특성이라더니 말이다.

“하하하, 기분이 좋네요. 이름도 예쁘시고, 미인이신데 보는 눈도 좋으신 것 같군요.”

“제가 좀 눈이 높죠.”

“아이리스란 이름이 혹시 꽃에서 따온 건가요?”

“맞기는 한데 왜 그러죠?”

“하하하, 아이리스가 무지개의 여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요, 아마?”

“아부가 장난이 아니네요. 고마워요.”

“천만에요. 아이리스 같은 미인에게는 당연한 일인데요.”

“부모님이 독실한 신자이신가 봐요?”

“왜요?”

“당신은 이름이 성인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 같아서요.”

드미트리라는 이름은 보통 정교회와 카톨릭이 공유하는 몇 안 되는 성인인 성(聖) 테살로니키의 디미트리오스의 따와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지만 드미트리에게 죽기 전에 들은 바로는 아니다.

“아니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농업의 여신인 데메테르에서 따와 지으셨다고 하더군요.”

“아하.”

‘정말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여자군.’

이번에 질문한 것은 나를 시험하려는 의도였기에 드미트리에게 듣지 않았다면 들켰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군.’

그녀의 눈빛에 안도감이 도는 것을 보면 진짜 드미트리라고 인정을 받은 모양이라 어느 정도는 안심이 되었다.

“그럼 식당 칸으로 갈까요?”

“호호호, 그래요. 오늘은 오랜만에 즐거운 저녁 식사가 될 것 같네요.”

객실을 나와 식당 칸으로 갔다.

오늘 준비된 저녁 식사는 샤실릭과 보드카였다.

샤실릭은 절인 고기와 야채를 기다란 쇠꼬챙이에 끼워 숯불에 구운 꼬치요리 종류였는데, 보드카를 곁들어 먹으니 아주 맛있었지만 아이리스와의 대화는 곤욕이 아닐 수 없었다.

대화하는 와중에 나에게 관심 있는 것처럼 여러 가지를 질문을 했는데, 여러 가지 함정을 숨겨 내가 드미트리인지 끊임없이 확인을 했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아버지가 시베리아에서 한 일은 세상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이니 철저히 함구하고, 안가에 보관된 물건을 찾아 비밀리에 대한민국에 전하라는 드미트리의 말이 아니었으면 자칫 들킬 뻔할 정도로 아이리스의 질문은 교묘하기 그지없었다.

“호호호, 오늘 저녁 식사는 정말 즐겁네요. 그런데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면 복학할 거예요?”

“아니요. 집에 들른 후에 중국으로 여행을 갔다가 한국에 가서 몇 년 생활을 할 생각이에요.”

“한국에요?”

“유학을 가려고 해요.”

“조금 어렵지 않을까요?”

“러시아가 한국과의 전쟁에서 지기는 했지만 교류가 단절된 것이 아니니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특히 차원 정보 학과들은 전 세계 누구나 받아들인다고 들었으니 문제없을 겁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잘 생각해 보길 바라요. 차원 정보 학과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없을지라도 한국인들이 러시아를 바라보는 눈이 결코 호의적이지는 않으니 말이죠.”

“걱정해 주시니 고맙습니다만, 저는 고려인이라서 별로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차별을 받지 않을 방법도 있고 말이죠.”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식사도 끝났으니 그럼 이만 갈까요?”

“그러죠. 한잔 마시기로 했으니.”

저녁 식사를 마쳤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식사 후에 객실로 가서 한잔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준비한 것 좀 주세요.”

“여기 있습니다.”

계산을 하고 식당 칸을 나서기 전에 아이리스는 매니저로부터 식사를 하며 미리 부탁해 놓은 보드카와 숯불에 구운 육포를 챙겼다.

객실로 돌아온 후 술자리가 벌어졌다.

알코올이 40퍼센트나 되는 독주였지만 아이리스나 나나 그다지 상관은 없었다.

식사 때와는 달리 잔을 부딪치고 독한 보드카를 한 번에 들이키자 알싸한 알코올의 느낌이 식도를 타고 흐른다.

뱃속에서부터 따뜻하게 올라오는 주기를 보니 아주 좋은 술이다.

“언제부터 시베리아를 여행했던 거예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녔죠.”

“어머! 아버지가 모험가신가 봐요.”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그런 건 아니에요.”

“말 못할 사정이 있나봐요.”

“미안합니다.”

아이리스는 내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더 이상 묻지를 않았다.

“그나저나 아이리스는 목적지가 블라디보스토크라고 했는데, 왜 가시는 겁니까? 혹시, 여행?”

“여행은 아니고 저를 가르쳐 주셨던 스승님을 찾아가고 있어요.”

“스승님이요?”

“눈치를 채셨겠지만 전 2차 각성자에요. 각성을 하기 전까지 스승님으로부터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받았지요.”

“그랬군요.”

왜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지 이미 알고 있기에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드미트리로 확신하는 것 같은데, 혹시 내가 놓친 것이 있나?’

대화가 잘 흐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등골이 서늘하다.

“어머!”

“와아아!!”

아이리스의 탄성에 눈을 돌려 창밖을 보니 멀리 갖가지 색으로 물든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심장이 얼어붙을 것 같은 불안감도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오로라 때문인가?’

뭔가 아이리스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아! 정말 보기 드문 오로라군요.”

“호호호, 정말 기분이 좋네요. 저렇게 찬란한 오로라는 좀처럼 보기 힘든 건데.”

정말 환하게 웃는 웃음을 보니 마음까지 설렌다.

“호호호, 저런 오로라를 볼 수 있다니 당신과 만난 것이 아마도 나에게는 행운이었나 봐요.”

“글쎄요…….”

“흥! 아니라는 건가요?”

“아, 아닙니다. 아이리스 같은 미인과 이렇게 단둘이 술을 마시며 오로라를 보다니 저에게도 행운인 거죠.”

“호호호, 그렇죠.”

“그럼요.”

와락!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자 갑자기 아이리스가 달려들어 나를 껴안더니 입을 맞춘다.

순식간에 불안감이 가셔버려서 마음을 놓아서 그랬는지 아이리스를 저지하지 못했다.

‘뭐지, 이 느낌은?’

나를 드미트리로 알고 그러는 것 같아서 아이리스를 떨쳐내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다.

‘저, 정말 이상하다.’

이상하게도 입을 맞추는 순간 급격히 친밀감을 느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입술이 닿는 순간 짜릿함과 함께 영혼이 격하게 울려 대고 있었다.

‘이, 이러면 안 되는데…….’

뇌전처럼 꽂힌 감미로움 뒤로 부드러운 그녀의 혀가 내 입안으로 파고들어온 후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느껴지는 것은 오로지 아이리스라는 존재뿐이다.

‘이상하다. 난 분명히 눈을 감았는데…….’

키스를 하면서 눈을 감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리스가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방금 전의 모습이 아니라 옷을 하나도 입지 않은 전라의 모습으로 말이다.

나는 지금 황홀감에 젖어 의식으로 아이리스 실체를 보고 있었다.

‘드디어…….’

의식으로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한 것을 보면 심연의 심안이 완전히 눈을 뜬 것 같다.



* * *



내 이름이 아이리스인 이유는 이 사람이 말했던 것처럼 무지개 여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내가 펼칠 수 있는 능력이 모두 일곱 가지이기 때문에 2차 각성 후에 스승님이 직접 내게 내려주신 이름이다.

내가 쫓아온 이 남자가 스승님의 아들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식당 칸에서 능력을 펼쳐 확인을 한 후에는 기대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내 예상과는 달리 이 사람은 스승님의 아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했던 이가 아니었지만 단 에 처치하지 않고 확인을 한 것은 이자가 스승님께서 남기신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승님이 돌아기시기 전에 드미트리에게 남기신 것으로 보이는 여명의 빛은 초월급의 진성능력자라 할지라도 절대 강제로 빼앗을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여명의 빛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한 가지 경우를 추측할 수 있었다.

스승님의 아들인 드미트리가 이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넘겼을 것이 확실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느라 그의 눈을 피하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황홀한 오로라가 창밖에 펼쳐져 있었다.

“어머!”

‘그때 분명히 스승님께서…….’



“아이리스야!”

“예, 스승님.”

“네 운명의 동반자인 영혼의 반려는 오로라와 함께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가 네 반쪽임을 알게 될 테지. 그를 만나면 절대 놓치지 말거라. 그를 얻게 되면 너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테니 말이다.”



스승님의 예언을 들은 후 수련을 겸해서 일부러 오로라가 나타나는 지역을 찾아서 다녔다.

본래 남극과 북극과 가까운 지역에서 나타나던 오로라가 대변혁이 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기에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지금까지 한 번도 오로라를 본 적이 없는 데 지금 봐 버린 것이다.

두근! 두근!

쿵쿵쿵쿵쿵!!

S급 진성능력자가 된 후 차분함을 유지하던 심장이 갑자기 급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어쩌면 스승님이 말씀하신 예언이 오늘 이루어질 지도 모르겠구나.’

오로라를 보니 스승님의 예언대로라면 인연이 이어졌다고 할 수 있었기에 마지막 확인을 해보기로 했다.

2차 각성자인 스승님의 본질은 미래를 보는 창이다.

모호하게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미래를 예언을 할 수 있는 진성능력자시다.

2차 각성을 한 후 스승님께서는 나와 영혼으로 엮어진 존재가 나타날 것이고, 그 존재는 스승님 자신과도 인연이 이어졌다고 말씀을 하셨다.

예언은 항상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기는 하지만 말씀하신 것은 반드시 이루어졌기에 스승님의 마지막 말씀에 내 자신을 걸고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어쩌지? 처음인데…….’

어느 정도 결심을 굳히기는 했지만 내 첫 번째 키스를 걸고 하는 시도였기에 망설여지지 않을 수 없었다.

“와아아!! 정말 보기 드문 오로라군요.”

나처럼 탄성을 지르며 창밖을 바라보는 그를 보며 뭔가 느낌이 왔다.

이 세상 모든 것이 하나인 것처럼 느껴지고 난 후 내 의식 속으로 그가 들어왔다.

“호호호, 정말 기분이 좋네요. 저렇게 찬란한 오로라는 좀처럼 보기 힘든 건데.”

정말 환하게 웃는 웃음을 보니 마음까지 설렌다.

“호호호, 저런 오로라를 볼 수 있다니 당신과 만난 것이 아마도 나에게는 행운이었나 봐요.”

“글쎄요…….”

“흥! 아니라는 건가요?”

“아, 아닙니다. 아이리스 같은 미인과 이렇게 단둘이 술을 마시며 오로라를 보다니 저에게도 행운인 거죠.”

“호호호, 그렇죠.”

“그럼요.”

와락!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이끌렸고, 그를 껴안으며 키스를 했다.

‘아아!!’

그의 입술과 내 입술이 닿는 순간 스승님의 말씀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모를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