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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통제사 1권 (12화)

제5장 (1)









지―이잉!

‘뭐지?’

막 잠이 들었다가 스킨 패널에서 전해지는 이상 신호에 정신을 차려야 했다.

내가 특별히 인식을 걸어둔 정보를 누가 건드리고 있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스킨 패널을 열자 내가 인식하고 있던 정보들이 빠르게 바뀌는 것이 보였다.

정보를 조작하는 곳이 어디인지 추적을 하다 보니 누가 관여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으음, 어쩐지?’

놀랍게도 정보를 조작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객실 의자에 앉아 있는 알리사였다.

‘드미트리를 조사하면서 공공기관에 남겨진 정보가 너무 허술하다고 생각했는데 범인이 바로 눈앞에 있었군.’

정보가 변경되는 것들은 극동 공립대학교를 비롯해 러시아 정부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들이다.

쉽지 않은 일인데도 능숙하게 조치를 하고 있는 알리사에게 흥미가 돋지 않을 수 없었다.

조작되고 있는 정보들이 한결같이 드미트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들이니 말이다.

‘정말 완벽하군. 능력이 거의 최고 수준이다.’

내가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이, 해킹하는 실력이 정말 남달랐다.

‘으음, 정말 S급인가?’

조작을 끝낸 후 마지막에 살짝 비친 살기는 보통 수준의 진성능력자가 아님을 알려주었다.

결코 A급이 가질 수 있는 살기가 아니었다.

‘심연의 심안이 떨릴 정도라면 진짜 S급 진성능력자로군.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알리사가 실제 이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식당에서 처음 봤을 때 얼굴과는 달리 20대 중반을 넘어서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2차 각성을 한 후 자신의 본질이 가진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진성능력자로 인정을 받게 된다.

그러고는 진성능력자로 인정되는 것과 동시에 등급 판정을 받게 되는데, 등급이 아무리 잘 나와 봐야 B급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정 받은 것보다 높은 등급의 진성능력자가 되려면 각고의 노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등급을 올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B급에서 A급으로 성장하기 위한 수련 기간이 평균적으로 10년 걸린다는 것이 정설이다.

더군다나 A급에서 S급으로 올라서려면 수련 시간으로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그대로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봤을 때 알리사는 매우 특별한 경우였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S급 능력자라니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유자재로 얼굴을 변형시킬 수 있는 능력에다가 정보 조작, 그리고 내가 식당을 떠난 후에 곧바로 열차에 오른 것을 보면 텔레포트 능력도 있는 것 같고, 그녀가 1차로 각성한 본질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군.’

본질의 특성이 그녀를 S급 능력자로 성장시켰을 것이기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심연의 심안으로는 그것을 알아낸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다.

‘나를 드미트리로 인식하는 것은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진짜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아주 곤란해질 수도 있겠으니 조심해야겠다.’

본질이 가진 능력을 완벽하게 발휘할 수 있을 때 진성능력자라고 부른다.

등급에 관계없이 진성능력자가 되면 인간의 한계를 일정 부분 초월한다.

A급 진성능력자의 경우만 해도 재앙이라고 표현되고 있으니 S급 진성능력자는 말할 것도 없다.

아까 보았던 살기 정도라면 그녀가 내 진실한 정체를 아는 순간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드미트리와의 진실을 말한다고 해도 믿지 않을 공산이 크니 말이다.

‘아무래도 생각을 많이 해봐야겠군.’

알리사가 드미트리를 보호하는 것 같으니 그의 신분을 활용하려면 철저하게 위장해야 하기에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은 허술하지만 그렇기에 알리사가 나를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내가 가진 지금 하고 있는 얼굴이 본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으니 어쩌면 방법이 생길수도 있겠군.’

나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보호하는 것을 보면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안가에 들러 드미트리와 그의 아버지가 남긴 것을 확인하게 되면 알리사는 내 신분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신분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면 그 다음부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암중에서 내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알리사는 이제부터 줄곧 나를 쫓아다닐 확률이 높다.

머지않아 중국에 들어가야 하고, 나중에는 대한민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 신분에 대해 확신이 없다면 의심이 들 테지만 간단한 트릭으로 알리사를 속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트릭은 대한민국에서의 내 진짜 신분과 드미트리의 신분을 모두 위장 신분으로 만드는 것이다.

내 진짜 신분에 약간의 조작 흔적을 남기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중 신분으로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게만 할 수 있다면 알리사의 눈을 피해갈 수 있을 것 같다.

러시아와 대한민국 양쪽에서 활동하는 데도 지장은 없을 것 같고 말이다.

‘대충 이 정도로 정리를 해 놓자. 어차피 안가에 가서 드미트리의 아버지인 김오 박사가 남긴 것을 확인한 후에 알리사의 반응을 봐야 하니까.’

확신을 가질 수는 없지만 알리사의 행동에서 결코 의뢰 같은 느낌이 들지를 않으니 안가로 가게 되면 알리사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 같다.

‘아함!’

든든한 보호자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생각을 정리하자 졸음이 쏟아진다.

‘아직 이틀은 더 가야 하니 잠이나 한숨 자두자. 생각을 해봐야 하는 것도 있고…….’

일정한 운율로 소리를 내며 달리는 열차의 소음을 자장가삼아 듣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잠이 들기는 했지만 가수면상태다.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 벌어진 알 수 없는 일을 확인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었다.

대폭발이 있었던 곳에 있을 때, 내가 대변혁 이전 세상의 에너지를 흡수한 것이 분명하다.

그로 인해 아버지가 남기신 전투 슈트를 차원 메탈을 이용해 복제하면서 뭔가가 벌어진 것이 분명하다.

전투 슈트에 담긴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도 전보다 훨씬 원활해졌고, 내 본질인 심안의 심안에도 변화가 생긴 것 같으니 말이다.

‘도대체 알 수가 없군. 두 번째 각성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야.’

지금 상태라면 진성능력자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인 에너지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명확하지는 않지만 정신 에너지의 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 의식의 흐름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센터장이 그곳으로 가보라고 한 것을 보면 내가 가진 본질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 본질이 가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확률이 높으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내가 가진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큰아버지와 아버지, 사촌형, 그리고 스승님뿐이다.

센터장이 알고 있다면 스승님께서 말씀을 해주셨을 것이 분명하다.

‘스승님께서도 대폭발이 있었던 곳에 내 본질을 성장시킬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인데…….’

센터장이 나에게 그곳에 대한 정보를 건넨 것도 스승님이 원해서였을 가능성이 높다.

‘나에게 바라시는 것이 있으신 것도 아니신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곳에서 대변혁 이전의 에너지들을 얻은 것은 스승님이 나를 위해 준비하신 것이 분명하다.

아버지에 뜻에 따라 아주 어릴 때부터 스승님에게 맡겨져 수련을 했다.

어찌 보면 할아버지나 마찬가지인 분이시라 나에게 다른 뜻은 없으셨고, 그저 내가 세상에 이로운 존재가 되기를 바라셨을 뿐이다.

아직 내 본질에 대해 완벽하게 새긴 것이 아닌데도 성장을 시키려고 하시는 스승님의 뜻을 잘 모르겠다.

‘말씀을 허투로 하시는 분이 아니시니 뭔가 뜻이 있으시겠지. 그나저나 시끄럽군.’

생각에 집중하다보니 가수면상태가 깨진 탓인지 레일 위를 달리는 바퀴 소리가 거슬린다.

‘이제 일어나자.’

잠에서 깨어나 보니 창밖에 어둠이 서려 있다.

저녁 먹을 시간인 것을 보니 네 시간 가까이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생각이 정리가 돼서 그런지 기분은 좋군. 컨디션도 나름 괜찮고.’

불편한 침대칸에서 네 시간 정도 가수면 상태로 생각을 정리했을 뿐인데 컨디션이 최고조일 만큼 좋다.

몽골에서부터 대폭발이 있는 곳까지 갈 때는 포션을 먹으며 이동을 했고, 그곳부터 알리사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용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숨도 자지 못하고 움직였는데도 약간의 피곤함이 있었을 뿐이다.

‘폭발이 일어났던 현장에서 에너지를 흡수한 것 때문에 그런 건가? 회복하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지만 심연의 심안으로 살펴봐도 특별한 이상이 없기는 한데…….’

신체에 이상이 없다고는 하지만 결코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드미트리와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드미트리가 죽었을 때 정신을 잃고 깨어난 후에는 심연의 심안이 많이 활성화 되었다.

그리고 대폭발이 있던 곳에서 정신을 잃고 깨어난 후에 전투 슈트 사용이 확연하게 수월해진 것도 그렇고, 지금은 비정상적인 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다.

서로 다른 현상이라고 보기에는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폭발이 있었던 곳과 드미트리가 죽은 곳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드미트리도 그렇고, 스승님의 안배까지 어쩌면 그곳은 나와 인연으로 엮어진 곳일지도 모른다. 센터장이 좌표를 알려주기는 했지만 결코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으니 말이야. 으음, 아무래도…….’

대폭발이 있었던 지역과 드미트리가 죽음을 맞이한 곳은 산이 하나 가로막고 있어서 그렇지 직선 거리로 1킬로미터를 벗어나지 않았다.

드미트리와 그의 아버지가 찾고자 하는 것이 어쩌면 내가 정신을 잃기 전에 마주하고 흡수한 에너지 집합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무래도 에너지들이 이합집산을 하고 있던 그 지역에 대해서 정밀하게 조사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어려우니 센터의 일을 해결한 후에 다시 가보자.’

급한 일을 해결한 다음에나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칸을 가리고 있는 천을 걷었다.

“어머! 깨어나셨나 보네요?”

처음 봤을 때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다.

“죄송합니다. 인사를 했어야 했는데 조금 피곤했나 봅니다. 저는 드미트리라고 합니다.”

“저는 아이리스라고 해요.”

진명인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롭게도 아이리스란 꽃과 같은 이름을 사용한다.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인데 식당 칸에 같이 갈까요? 전 혼자 먹는 것을 원래 싫어해서 당신과 같이 먹었으면 하는데 말이죠.”

“하하하, 그러면 저야 좋지요.”

“그럼 어서 얼굴 좀 씻어요. 눈가에 눈곱이 꼈어요.”

“아이고, 이런!”

눈을 비벼보니 꽤나 큰 눈곱이 만져졌다.

떼어내 살펴보니 약간 검은 것이 보기에 흉했을 것 같다.

더군다나 몸에서 시큼한 냄새까지 나고 있었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좀 씻고 오겠습니다.”

얼른 화장실로 가서 얼굴을 살펴보니 때가 낀 것처럼 얼룩덜룩하다.

‘역사 화장실에 있는 거울을 봤을 때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자면서 노폐물이라도 흘러나온 건가?’

혹시나 해서 옷을 들추고 살펴보니 거무스름한 피막 같은 것들이 피부를 따라 일어나 있었다.

‘그냥 두면 냄새가 심할 테니 얼굴을 씻을 것이 아니라 아예 샤워를 해야겠군.’

냄새가 그리 심하지는 않지만 이런 모습으로 다닐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나오기를 기다릴 테니 양해를 구하고 씻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안 씻어요?”

객실로 가니 그냥 온 나를 보며 묻는다.

“몸에서 냄새가 나서 샤워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죠.”

“호호호, 사실 냄새가 약간 나기는 했어요. 기다릴 테니 어서 씻고 와요.

“고마워요.”

침대칸에 두었던 백팩을 가지고 곧바로 화장실로 갔다.

침대칸을 운영하는 열차답게 화장실에 샤워 부스가 설치되어 있어 몸을 씻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물을 틀어 간단히 몸을 씻고 백팩에 들어 있던 비닐 팩에 입고 있던 옷을 담은 후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면 면도도 해야겠군.’

덥수룩한 수염이 거슬렸지만 면도기를 가지고 어지 않았기에 나중에 깎기로 하고 객실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