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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통제사 1권 (10화)
제4장 (1)
얼마 지나지 않아 골렘이 있던 곳과 비슷한 동굴 광장이 나타났다.
‘이런 곳을 찾은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사실 이곳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덕분이다.
엔지니어였던 아버지는 러시아에서 대학을 다녔다.
러시아 유학 시절 아버지는 방학이 되면 오래전에 있었던 대폭발의 흔적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났었는데, 그때 발견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팀원들의 탈출 루트를 설계하며 답사를 통해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이곳을 거점으로 선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대폭발의 영향인지 지기와 같은 강력한 차원 에너지가 항상 머물고 있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원 에너지가 감지기에 전혀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둘러 동굴 광장에 설치해 놓은 인식 차단 장치를 해제시켰다.
전경이 드러난 후 커다란 카트리지가 잔뜩 쌓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대형 트럭 반 정도의 크기를 가진 카트리지의 수는 모두 300개다.
‘저것들을 이곳으로 가져 오느라고 고생을 좀 했지.’
카트리지 안에는 앞으로의 작전을 위해 필요한 물품뿐만 아니라, 유사시를 대비한 물품까지 모두 들어 있다.
저것들을 이곳까지 옮기는 데는 아공간 팩과 지금쯤 형이 사용하고 있을 비공정의 도움이 아주 컸다.
제일 앞쪽에 놓여 있는 카트리지를 열었다.
안에 마도 공학의 결정체 중 하나가 들어 있었고, 그와 함께 러시아에서 사용할 것들과 돈도 함께 들어 있었다.
먼저 필요한 것들이 들어 있는 가방을 챙긴 후 카트리지를 들어 그대로 쏟아 버렸다.
촤르르르르르르르!
마도 공학의 결정체라는 큐브들이 우르르 떨어져 내렸다.
정확히 3밀리미터의 정육면체를 형성하는 큐브가 나를 중심으로 수북이 쌓였다.
카트리지 안에 공간 왜곡을 걸지 않았다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양이었다.
‘차원 메탈의 수가 정확히 팔만사천 개라고 하셨던가?’
큐브는 아버지가 만드신 것으로, 차원 메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 채널 개방! 활성화!
스킨 패널의 채널을 열고 차원 메탈을 활성화시켰다.
사르르르르!
차원 메탈이 움직이며 다리부터 시작해 머리까지 내 전신을 몇 겹으로 감쌌다.
― 동기화! 카피!!
피피피피피피피피핏!
차원 메탈에서 아주 가느다란 촉수가 튀어나와 내가 입고 있는 전투 슈트에 달라붙었다.
전투 슈트에 접속이 된 큐브들이 이내 액체로 변하며 박아 넣은 촉수를 통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전투 슈트는 센터에서 지급받은 것이라 작전의 성공 여부를 떠나 무조건 반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하는 것은 차원 메탈이 마치 3D 프린터처럼 지금 입은 것을 그대로 카피해 새로운 전투 슈트를 만들어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차원 메탈에 둘러싸여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재생기 역할을 하는 카트리지 안에서는 지금 한창 테라나인과 같은 전투 슈트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일 것이다.
잠시 뒤에 시야가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작업이 끝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충 카피가 끝났나 보군.’
예상한 대로 카트리지 안에는 부품으로 이루어진 전투 슈트가 놓여 있었다.
‘이 전투 슈트를 끝으로 아버지가 센터에서 만드신 것들은 전부 회수했다.’
큰 아버지나 사촌 형은 모르고 있지만 아버지는 센터의 일에 관여하셨다.
마도 공학 엔지니어였기에 센터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아이템이나, 아티팩트의 개발에 관여하셨지만, 아버지의 혼신을 다해 만드신 것들은 딱 두 가지뿐이다.
모두 개인적인 연구를 통해 만든 것으로, 하나는 지금 형이 타고 있을 비공정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내가 입고 있는 전투 슈트다.
처음 만든 비공정은 개발 단계에서 실패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폐기 처분한 척 위장해 빼돌린 탓에 회수하는 것이 쉬웠는데, 전투 슈트는 그럴 수가 없었다.
프로토 타입을 완성하는 순간, 센터장에게 들켜 버려 연구실로 옮겨졌는데 이제야 회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차원 메탈은 사실 전투 슈트를 센터에서 회수하기 위해 아버지가 만든 것이다.
다른 기능도 몇 가지 있다고 들었지만 아티팩트를 카피하는 것이 주기능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 로그 해제!
‘응! 뭐지?’
작업을 다 끝내고 전투 슈트를 벗으려고 하니 벗겨지지 않았다.
― 로그 해제!!
스킨 패널로 두 번을 시도를 해봤지만 여전히 전투 슈트가 벗겨지지 않았다.
‘혹시 차원 메탈 때문에 고장이 난 건가?’
파츠츠츠츠!
프로토 타입이라 고장이 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찰나, 전투 슈트에 붉은 광채를 내뿜는 스파크가 튀었다.
그와 동시에 전신을 불로 지져 버리는 것 같은 고통이 찾아왔다.
“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것 이외에는 내가 할 일이라고는 없었다.
“끄으윽!”
너무 고통스러워 비명을 지를 힘도 없어 신음만 삼켜야 할 정도 끔찍한 시간이었다.
이정도 고통이면 정신을 잃어도 모자랄 텐데 오히려 더욱 선명했다.
그리고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아프기는 하지만 고통의 강도가 점점 줄고 있다.’
붉은 스파크가 더욱 기세를 높이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고통의 강도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고통이 사라졌다.
‘고통과 함께 전투 슈트도 사라졌다. 대폭발이 있었던 곳에서도 그렇고, 지금 이 붉은 스파크는 무엇이지?’
이곳으로 오기 전에 폭발이 일어났던 자리에서 이합집산을 하는 에너지를 보고 정신을 잃었다.
그 이후에 벌어진 일도 그렇고, 알 수 없는 붉은 스파크로 인해 황당한 경험을 한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지금 나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2차 각성을 하는 것 같이 말이야.’
1차 각성은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대변혁이 일어난 초기를 제외하고 2차 각성이 이렇게 이루어지는 경우는 없다.
2차 각성을 하기 위해서는 1차 각성을 통해 자신의 가진 본질의 의미를 새기고 활용할 수 있게 되어야한다.
그렇게 2차 각성을 위한 최소한의 자격이 갖추어지고 난 뒤에 모종의 장소로 가야만 각성을 할 수가 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마치 2차 각성을 하는 것 같아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내 상태가 어떤 지부터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정말로 2차 각성을 한 것인지 살펴보는 방법을 알고 있기에 아직도 전신에 흐르는 스파크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이제 살펴보자.’
이전 상태로 되돌아 온 것을 확인하며 전신을 살폈다.
심연의 심안으로 신체가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전투 슈트에 에너지를 주입하려고 해봤다.
‘안 되는군.’
몇 번을 시도해 봤지만 내 스스로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하고 전투 슈트에 있는 에너지를 끌어다가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어찌 되었건 존재의 의미를 더욱 확실히 알게 됐고, 활용도도 높아진 것 같으니 일단은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2차 각성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 파장을 내 스스로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그곳으로 가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 에너지를 발생시키려면 파동을 만들어야 하는데 미동도 없는 것을 보면 2차 각성을 한 것이 아닌 것은 분명 보인다.
그렇지만 심연의 심안이 가지는 존재의 의미를 더욱 확실히 인지해서 2차 각성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전투 슈트를 해체하고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여야하기에 전투 슈트를 벗을 필요가 있었다.
― 로그 해제!
명령을 내리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이건 또 뭐지?’
원래대로라면 부품별로 분해가 되어 벗겨져야 하는데 전투 슈트가 곧바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큰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공령도 사라지고 없었다.
‘아버지가 남기신 차원 메탈로 카피를 한 것이 잘못된 건가? 어디……’
― 마스터키 인식! 채널 확보! 테라나인 온!!
스르르르.
혹시나 몰라 전투 슈트를 입기 위해 명령을 내리니 몸 위에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졌던 공령도 함께 나타났다.
‘설마!’
아무래도 차원 메탈로 카피하면서 전투 슈트와 공령이 동기화됐고, 둘을 보관할 수 있는 아공간이 생긴 것 같다.
‘으음, 아티팩트를 위한 아공간은 유물에서나 가능한 일인데 이상하군.’
명령을 반복해서 내렸지만 전투 슈트를 착용하거나 벗을 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호오∼! 이거 꽤나 괜찮은데?’
전투 슈트를 마냥 입고 다닐 수도 없고, 별도로 보관을 해야 하는 터라 내심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다.
전투 슈트를 해제하고 준비한 옷을 입고 다시 명령을 내렸다.
― 테라나인 온!!
아공간의 보관되어 항상 인식이 되고 있는 터라 곧바로 전투 슈트를 입을 수 있었다.
마법적으로 만들어지는 아티팩트로 변한 것 같아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옷 위로 입었는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군. 그냥 전투 슈트였는데 아무래도 아이템이 된 것 같구나. 아직 아공간이 인식되지는 않지만 2차 각성을 하게 되면 알 수 있겠지.’
― 해제!
다시 명령을 내리자 전투 슈트가 사라졌다.
카트리지 안에 있는 카피된 전투 슈트를 옷과 신분증, 그리고 자금을 보관하던 상자에 넣은 후 카트리지를 잠갔다.
‘카피한 전투 슈트는 아직 센터로 보낼 때가 아니니까 이곳에 보관하자.’
텔레포트를 써서 센터장에게 보낼 수도 있지만 장거리라 나중에 인편으로 보내는 것이 나았다.
초장거리 텔레포트를 사용하게 되면 자칫 에너지의 흐름이 추적당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서 해야 할 일은 다 마쳤다.
이제는 떠나야하기에 인식 차단 장치를 다시 가동시키고 동굴 광장을 나왔다.
통로를 따라 바깥으로 나가며 예전에 설치를 해 둔 부비트랩도 가동을 시켰다.
그렇게 첫 번째 동굴 광장으로 들어가는 분기점까지 나온 후, 전에는 가동시키지 않았던 인식 차단 장치를 가동시켰다.
동굴 입구까지 가면서도 마찬가지로 설치 된 부비트랩을 가동시켰다.
그리고 입구를 나서기 전에 마지막 인식 차단 장치를 가동시킨 후에 바깥으로 나가서 입구를 무너트렸다.
‘티가 나니까…….’
부서진 암석 주변과 작은 식물들 위로 마법적으로 만들어진 성장 촉진제를 꺼내 뿌렸다.
‘예전부터 이런 상태로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하니.’
동굴 안쪽으로 무너트린 터라 별다른 티가 나지는 않지만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취한 조치였다.
하루가 지나지 않은 작은 관목들로 뒤덮일 것이기에 발견될 염려는 없을 것이다.
‘후후후,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이제부터는 드미트리로 움직여야겠지? 전부터 생각을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드미트리의 신분을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지금부터 나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극동 공립대학에 다니게 될 드미트리 오오비치 야안이다.
극동 공립대학교에 합격한 후 휴학 중인 자로 시베리아 중부지 역에 실제로 살고 있었던 사람이다.
살고 있었던 사람이라고 한 것은 그가 시베리아 지역을 전전하다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의 작전을 준비하기 위해 동굴에 물자를 비축하고 탈출할 루트를 다시 확인하다가 계곡으로 떨어져 사경을 헤매는 드리트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응급조치로 포션을 먹이기는 했지만 절벽에서 떨어지며 가슴을 부딪친 탓에 죽음을 잠시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심장이 파열된 상태라 살려낼 수는 없었다.
포션으로 간신히 숨이 붙어 있던 드미트리는 죽기 전에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말해 주었고 몇 가지 부탁을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 나는 나에 대해서 말해 주었고,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드미트리의 신분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 받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혈육이 아무도 없기도 하지만 드미트리가 흔쾌히 허락을 한 것은 아마도 같은 핏줄이고, 내가 특수요원이었기 때문이겠지.’
드미트리가 내 황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아주 오래 전에 시베리아 이주한 고려인의 후손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드미트리를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 주고 난 뒤 그가 준 것들을 챙겨 동굴에 보관해 놨었다.
드미트리의 아버지인 오 해오비치 야안의 한국식 이름은 김오다.
그는 모스크바 대학에서 물리학과 차원학 박사 학위를 받고 난 후 죽기 전까지 시베리아를 탐험한 사람이다.
자신의 연구이기도 하지만 모스크바 대학의 의뢰를 받은 일이었는데, 드미트리는 정규 학교를 다니지 않고 아버지인 오 해오비치 야안을 따라 시베리아를 전전했다.
그 탓에 드미트리는 정규 교육을 전혀 받지는 않았고, 성장한 그의 얼굴을 아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모스크바 국립대학의 산하 꼴롬모보르그 수학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되어 있었고, 극동 공립대학교에 재학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학생이지만 말이다.
모스크바 대학에서 의뢰에 따른 보상 차원이라는 심증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그것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드라마틱하게도 유일한 혈육인 드미트리의 아버지는 3년 전에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
아버지 이외에는 일가친척이 하나도 없으니 드미트리의 얼굴을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김오 박사의 의료 기록이 전무하다는 드미트리의 말도 참고가 됐지.’
탐사를 끝내고 대한민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드미트리에 대해 조사하며 그의 신분이 상당히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신반의했었는데 해킹을 통해서 드미트리와 그의 아버지에 관련한 정보를 들여다보고 이야기했던 것이 모두 사실인 것에 상당히 놀랐다.
드미트리는 아버지가 죽은 것을 아직 공식적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드미트리가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봤고, 살해당한 아버지의 시신을 빼돌려 화장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완벽한 가짜 신분은 아무도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거다. 가짜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아무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마치 일부러 그렇게 한 것처럼…….’
의료 기록이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유전자 검사로 확인할 수 있을 테지만, 그런 것도 없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신분인 것이다.
‘문제는 드미트리가 나에게 한 부탁인데 말이야.’
대한민국의 특수요원이라는 사실을 듣고 난 후 자신의 신분을 도용하는 대신 드미트리는 나에게 부탁 하나를 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남긴 것을 대한민국에 전해 달라는 것이었다.
‘드미트리가 나에게 준 펜던트가 있어야 아버지가 남긴 것을 얻을 수가 있다고 했던가? 하지만 그것 말고 뭔가 더 숨겨진 것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후에도 드미트리는 2년이라는 시간동안 시베리아를 전전했다.
서류상으로 극동 공립대학교에 입학했지만 곧바로 휴학을 한 것으로 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시베리아를 왔다 갔다 하며 뭔가를 찾아 헤맨 것이 분명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끝내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 무척이나 궁금했다.
‘드미트리의 아버지는 10년이 넘도록 시베리아 전전하며 뭔가를 찾아낸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대한민국에 전해 달라고 말한 그것이겠지. 아버지가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드미트리가 시베리아를 돌아다닌 것도 아마 대한민국에 전하라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을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주 중요한 것인 것 같은데 말이야…….’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내가 특수 요원이라는 것만으로 부탁을 한 것을 보면 대한민국과 관련이 있는 일일 테고 말이다.
‘중국으로 들어가려면 어차피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야하니까 간 김에 드미트리의 아버지가 마련한 안가에 들려 보자. 무엇을 남겼는지 알아야 움직일 테니.’
위험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드미트리의 신분을 이용하는 방법이 최선일 테니 부탁한 것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거 같다.
드미트리의 아버지가 마련해 둔 안가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다.
그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들어갈 생각이기에 한 번 들려볼 생각이다.
전에는 시간에 쫓겨서 블라디보스토크에 들리지 못했지만 이제는 드미트리의 아버지가 남긴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제4장 (1)
얼마 지나지 않아 골렘이 있던 곳과 비슷한 동굴 광장이 나타났다.
‘이런 곳을 찾은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사실 이곳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덕분이다.
엔지니어였던 아버지는 러시아에서 대학을 다녔다.
러시아 유학 시절 아버지는 방학이 되면 오래전에 있었던 대폭발의 흔적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났었는데, 그때 발견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팀원들의 탈출 루트를 설계하며 답사를 통해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이곳을 거점으로 선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대폭발의 영향인지 지기와 같은 강력한 차원 에너지가 항상 머물고 있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원 에너지가 감지기에 전혀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둘러 동굴 광장에 설치해 놓은 인식 차단 장치를 해제시켰다.
전경이 드러난 후 커다란 카트리지가 잔뜩 쌓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대형 트럭 반 정도의 크기를 가진 카트리지의 수는 모두 300개다.
‘저것들을 이곳으로 가져 오느라고 고생을 좀 했지.’
카트리지 안에는 앞으로의 작전을 위해 필요한 물품뿐만 아니라, 유사시를 대비한 물품까지 모두 들어 있다.
저것들을 이곳까지 옮기는 데는 아공간 팩과 지금쯤 형이 사용하고 있을 비공정의 도움이 아주 컸다.
제일 앞쪽에 놓여 있는 카트리지를 열었다.
안에 마도 공학의 결정체 중 하나가 들어 있었고, 그와 함께 러시아에서 사용할 것들과 돈도 함께 들어 있었다.
먼저 필요한 것들이 들어 있는 가방을 챙긴 후 카트리지를 들어 그대로 쏟아 버렸다.
촤르르르르르르르!
마도 공학의 결정체라는 큐브들이 우르르 떨어져 내렸다.
정확히 3밀리미터의 정육면체를 형성하는 큐브가 나를 중심으로 수북이 쌓였다.
카트리지 안에 공간 왜곡을 걸지 않았다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양이었다.
‘차원 메탈의 수가 정확히 팔만사천 개라고 하셨던가?’
큐브는 아버지가 만드신 것으로, 차원 메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 채널 개방! 활성화!
스킨 패널의 채널을 열고 차원 메탈을 활성화시켰다.
사르르르르!
차원 메탈이 움직이며 다리부터 시작해 머리까지 내 전신을 몇 겹으로 감쌌다.
― 동기화! 카피!!
피피피피피피피피핏!
차원 메탈에서 아주 가느다란 촉수가 튀어나와 내가 입고 있는 전투 슈트에 달라붙었다.
전투 슈트에 접속이 된 큐브들이 이내 액체로 변하며 박아 넣은 촉수를 통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전투 슈트는 센터에서 지급받은 것이라 작전의 성공 여부를 떠나 무조건 반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하는 것은 차원 메탈이 마치 3D 프린터처럼 지금 입은 것을 그대로 카피해 새로운 전투 슈트를 만들어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차원 메탈에 둘러싸여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재생기 역할을 하는 카트리지 안에서는 지금 한창 테라나인과 같은 전투 슈트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일 것이다.
잠시 뒤에 시야가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작업이 끝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충 카피가 끝났나 보군.’
예상한 대로 카트리지 안에는 부품으로 이루어진 전투 슈트가 놓여 있었다.
‘이 전투 슈트를 끝으로 아버지가 센터에서 만드신 것들은 전부 회수했다.’
큰 아버지나 사촌 형은 모르고 있지만 아버지는 센터의 일에 관여하셨다.
마도 공학 엔지니어였기에 센터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아이템이나, 아티팩트의 개발에 관여하셨지만, 아버지의 혼신을 다해 만드신 것들은 딱 두 가지뿐이다.
모두 개인적인 연구를 통해 만든 것으로, 하나는 지금 형이 타고 있을 비공정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내가 입고 있는 전투 슈트다.
처음 만든 비공정은 개발 단계에서 실패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폐기 처분한 척 위장해 빼돌린 탓에 회수하는 것이 쉬웠는데, 전투 슈트는 그럴 수가 없었다.
프로토 타입을 완성하는 순간, 센터장에게 들켜 버려 연구실로 옮겨졌는데 이제야 회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차원 메탈은 사실 전투 슈트를 센터에서 회수하기 위해 아버지가 만든 것이다.
다른 기능도 몇 가지 있다고 들었지만 아티팩트를 카피하는 것이 주기능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 로그 해제!
‘응! 뭐지?’
작업을 다 끝내고 전투 슈트를 벗으려고 하니 벗겨지지 않았다.
― 로그 해제!!
스킨 패널로 두 번을 시도를 해봤지만 여전히 전투 슈트가 벗겨지지 않았다.
‘혹시 차원 메탈 때문에 고장이 난 건가?’
파츠츠츠츠!
프로토 타입이라 고장이 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찰나, 전투 슈트에 붉은 광채를 내뿜는 스파크가 튀었다.
그와 동시에 전신을 불로 지져 버리는 것 같은 고통이 찾아왔다.
“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것 이외에는 내가 할 일이라고는 없었다.
“끄으윽!”
너무 고통스러워 비명을 지를 힘도 없어 신음만 삼켜야 할 정도 끔찍한 시간이었다.
이정도 고통이면 정신을 잃어도 모자랄 텐데 오히려 더욱 선명했다.
그리고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아프기는 하지만 고통의 강도가 점점 줄고 있다.’
붉은 스파크가 더욱 기세를 높이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고통의 강도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고통이 사라졌다.
‘고통과 함께 전투 슈트도 사라졌다. 대폭발이 있었던 곳에서도 그렇고, 지금 이 붉은 스파크는 무엇이지?’
이곳으로 오기 전에 폭발이 일어났던 자리에서 이합집산을 하는 에너지를 보고 정신을 잃었다.
그 이후에 벌어진 일도 그렇고, 알 수 없는 붉은 스파크로 인해 황당한 경험을 한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지금 나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2차 각성을 하는 것 같이 말이야.’
1차 각성은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대변혁이 일어난 초기를 제외하고 2차 각성이 이렇게 이루어지는 경우는 없다.
2차 각성을 하기 위해서는 1차 각성을 통해 자신의 가진 본질의 의미를 새기고 활용할 수 있게 되어야한다.
그렇게 2차 각성을 위한 최소한의 자격이 갖추어지고 난 뒤에 모종의 장소로 가야만 각성을 할 수가 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마치 2차 각성을 하는 것 같아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내 상태가 어떤 지부터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정말로 2차 각성을 한 것인지 살펴보는 방법을 알고 있기에 아직도 전신에 흐르는 스파크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이제 살펴보자.’
이전 상태로 되돌아 온 것을 확인하며 전신을 살폈다.
심연의 심안으로 신체가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전투 슈트에 에너지를 주입하려고 해봤다.
‘안 되는군.’
몇 번을 시도해 봤지만 내 스스로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하고 전투 슈트에 있는 에너지를 끌어다가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어찌 되었건 존재의 의미를 더욱 확실히 알게 됐고, 활용도도 높아진 것 같으니 일단은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2차 각성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 파장을 내 스스로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그곳으로 가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 에너지를 발생시키려면 파동을 만들어야 하는데 미동도 없는 것을 보면 2차 각성을 한 것이 아닌 것은 분명 보인다.
그렇지만 심연의 심안이 가지는 존재의 의미를 더욱 확실히 인지해서 2차 각성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전투 슈트를 해체하고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여야하기에 전투 슈트를 벗을 필요가 있었다.
― 로그 해제!
명령을 내리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이건 또 뭐지?’
원래대로라면 부품별로 분해가 되어 벗겨져야 하는데 전투 슈트가 곧바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큰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공령도 사라지고 없었다.
‘아버지가 남기신 차원 메탈로 카피를 한 것이 잘못된 건가? 어디……’
― 마스터키 인식! 채널 확보! 테라나인 온!!
스르르르.
혹시나 몰라 전투 슈트를 입기 위해 명령을 내리니 몸 위에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졌던 공령도 함께 나타났다.
‘설마!’
아무래도 차원 메탈로 카피하면서 전투 슈트와 공령이 동기화됐고, 둘을 보관할 수 있는 아공간이 생긴 것 같다.
‘으음, 아티팩트를 위한 아공간은 유물에서나 가능한 일인데 이상하군.’
명령을 반복해서 내렸지만 전투 슈트를 착용하거나 벗을 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호오∼! 이거 꽤나 괜찮은데?’
전투 슈트를 마냥 입고 다닐 수도 없고, 별도로 보관을 해야 하는 터라 내심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다.
전투 슈트를 해제하고 준비한 옷을 입고 다시 명령을 내렸다.
― 테라나인 온!!
아공간의 보관되어 항상 인식이 되고 있는 터라 곧바로 전투 슈트를 입을 수 있었다.
마법적으로 만들어지는 아티팩트로 변한 것 같아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옷 위로 입었는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군. 그냥 전투 슈트였는데 아무래도 아이템이 된 것 같구나. 아직 아공간이 인식되지는 않지만 2차 각성을 하게 되면 알 수 있겠지.’
― 해제!
다시 명령을 내리자 전투 슈트가 사라졌다.
카트리지 안에 있는 카피된 전투 슈트를 옷과 신분증, 그리고 자금을 보관하던 상자에 넣은 후 카트리지를 잠갔다.
‘카피한 전투 슈트는 아직 센터로 보낼 때가 아니니까 이곳에 보관하자.’
텔레포트를 써서 센터장에게 보낼 수도 있지만 장거리라 나중에 인편으로 보내는 것이 나았다.
초장거리 텔레포트를 사용하게 되면 자칫 에너지의 흐름이 추적당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서 해야 할 일은 다 마쳤다.
이제는 떠나야하기에 인식 차단 장치를 다시 가동시키고 동굴 광장을 나왔다.
통로를 따라 바깥으로 나가며 예전에 설치를 해 둔 부비트랩도 가동을 시켰다.
그렇게 첫 번째 동굴 광장으로 들어가는 분기점까지 나온 후, 전에는 가동시키지 않았던 인식 차단 장치를 가동시켰다.
동굴 입구까지 가면서도 마찬가지로 설치 된 부비트랩을 가동시켰다.
그리고 입구를 나서기 전에 마지막 인식 차단 장치를 가동시킨 후에 바깥으로 나가서 입구를 무너트렸다.
‘티가 나니까…….’
부서진 암석 주변과 작은 식물들 위로 마법적으로 만들어진 성장 촉진제를 꺼내 뿌렸다.
‘예전부터 이런 상태로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하니.’
동굴 안쪽으로 무너트린 터라 별다른 티가 나지는 않지만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취한 조치였다.
하루가 지나지 않은 작은 관목들로 뒤덮일 것이기에 발견될 염려는 없을 것이다.
‘후후후,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이제부터는 드미트리로 움직여야겠지? 전부터 생각을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드미트리의 신분을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지금부터 나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극동 공립대학에 다니게 될 드미트리 오오비치 야안이다.
극동 공립대학교에 합격한 후 휴학 중인 자로 시베리아 중부지 역에 실제로 살고 있었던 사람이다.
살고 있었던 사람이라고 한 것은 그가 시베리아 지역을 전전하다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의 작전을 준비하기 위해 동굴에 물자를 비축하고 탈출할 루트를 다시 확인하다가 계곡으로 떨어져 사경을 헤매는 드리트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응급조치로 포션을 먹이기는 했지만 절벽에서 떨어지며 가슴을 부딪친 탓에 죽음을 잠시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심장이 파열된 상태라 살려낼 수는 없었다.
포션으로 간신히 숨이 붙어 있던 드미트리는 죽기 전에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말해 주었고 몇 가지 부탁을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 나는 나에 대해서 말해 주었고,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드미트리의 신분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 받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혈육이 아무도 없기도 하지만 드미트리가 흔쾌히 허락을 한 것은 아마도 같은 핏줄이고, 내가 특수요원이었기 때문이겠지.’
드미트리가 내 황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아주 오래 전에 시베리아 이주한 고려인의 후손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드미트리를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 주고 난 뒤 그가 준 것들을 챙겨 동굴에 보관해 놨었다.
드미트리의 아버지인 오 해오비치 야안의 한국식 이름은 김오다.
그는 모스크바 대학에서 물리학과 차원학 박사 학위를 받고 난 후 죽기 전까지 시베리아를 탐험한 사람이다.
자신의 연구이기도 하지만 모스크바 대학의 의뢰를 받은 일이었는데, 드미트리는 정규 학교를 다니지 않고 아버지인 오 해오비치 야안을 따라 시베리아를 전전했다.
그 탓에 드미트리는 정규 교육을 전혀 받지는 않았고, 성장한 그의 얼굴을 아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모스크바 국립대학의 산하 꼴롬모보르그 수학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되어 있었고, 극동 공립대학교에 재학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학생이지만 말이다.
모스크바 대학에서 의뢰에 따른 보상 차원이라는 심증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그것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드라마틱하게도 유일한 혈육인 드미트리의 아버지는 3년 전에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
아버지 이외에는 일가친척이 하나도 없으니 드미트리의 얼굴을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김오 박사의 의료 기록이 전무하다는 드미트리의 말도 참고가 됐지.’
탐사를 끝내고 대한민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드미트리에 대해 조사하며 그의 신분이 상당히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신반의했었는데 해킹을 통해서 드미트리와 그의 아버지에 관련한 정보를 들여다보고 이야기했던 것이 모두 사실인 것에 상당히 놀랐다.
드미트리는 아버지가 죽은 것을 아직 공식적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드미트리가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봤고, 살해당한 아버지의 시신을 빼돌려 화장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완벽한 가짜 신분은 아무도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거다. 가짜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아무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마치 일부러 그렇게 한 것처럼…….’
의료 기록이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유전자 검사로 확인할 수 있을 테지만, 그런 것도 없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신분인 것이다.
‘문제는 드미트리가 나에게 한 부탁인데 말이야.’
대한민국의 특수요원이라는 사실을 듣고 난 후 자신의 신분을 도용하는 대신 드미트리는 나에게 부탁 하나를 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남긴 것을 대한민국에 전해 달라는 것이었다.
‘드미트리가 나에게 준 펜던트가 있어야 아버지가 남긴 것을 얻을 수가 있다고 했던가? 하지만 그것 말고 뭔가 더 숨겨진 것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후에도 드미트리는 2년이라는 시간동안 시베리아를 전전했다.
서류상으로 극동 공립대학교에 입학했지만 곧바로 휴학을 한 것으로 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시베리아를 왔다 갔다 하며 뭔가를 찾아 헤맨 것이 분명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끝내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 무척이나 궁금했다.
‘드미트리의 아버지는 10년이 넘도록 시베리아 전전하며 뭔가를 찾아낸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대한민국에 전해 달라고 말한 그것이겠지. 아버지가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드미트리가 시베리아를 돌아다닌 것도 아마 대한민국에 전하라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을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주 중요한 것인 것 같은데 말이야…….’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내가 특수 요원이라는 것만으로 부탁을 한 것을 보면 대한민국과 관련이 있는 일일 테고 말이다.
‘중국으로 들어가려면 어차피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야하니까 간 김에 드미트리의 아버지가 마련한 안가에 들려 보자. 무엇을 남겼는지 알아야 움직일 테니.’
위험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드미트리의 신분을 이용하는 방법이 최선일 테니 부탁한 것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거 같다.
드미트리의 아버지가 마련해 둔 안가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다.
그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들어갈 생각이기에 한 번 들려볼 생각이다.
전에는 시간에 쫓겨서 블라디보스토크에 들리지 못했지만 이제는 드미트리의 아버지가 남긴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