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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통제사 1권 (9화)

제3장(3)



‘으음.’

대폭발 여파가 미친 지역을 한눈에 인식할 수 있었다.

폭발로 인한 크레이터는 보이지 않았지만 중심부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흔적은 많이 사라졌지만 나무들이 쓰러져 있는 형태를 보면 저곳이 폭발의 중심이다.’

나무의 쓰러진 방향을 봐서도 그렇지만 에너지가 가장 심하게 흔들리는 곳이 중심일 것 같아 그곳으로 향했다.

‘뭐지?’

중심부 가까이 들어가자 이상한 것이 느껴졌다.

‘특이한 에너지다.’

아주 미약하지만 종류를 알 수 없는 에너지의 유동이 중심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으음, 아홉 개의 서로 다른 에너지가 이합집산을 계속하며 변화하고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군.’

지금 세상에 흐르는 에너지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형태의 에너지다.

심연의 심안이 아니면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해 무척이나 놀랍다.

더군다나 미지의 에너지들이 서로 융합되었다가 이내 분할되는 등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이 무척이나 경이로웠다.

‘어디! 아…….’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느끼며 심연의 심안을 끌어 올리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 * *



성찬이 쓰러지자 이합집산을 하던 에너지들이 갑자기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합진산을 하던 에너지들이 갑자기 융합 활동을 멈추고는 천천히 증폭되면서 조금 전과 달리 세상에 흐르는 에너지와는 다른, 확실한 이질감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에너지들이 완전히 분할되더니 이내 아홉으로 나뉘었다.

무지개와 같은 색의 빛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들과 적외선과 자외선처럼 인간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두 개의 빛으로 바뀌었다.

스르르르.

빛으로 변해 버린 에너지들이 천천히 성찬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보이지 않는 두 개의 빛은 전신으로 스며들었고, 나머지 일곱 가지 빛들은 정수리와 발바닥을 비롯해 차크라라 불리는 곳들로 스며들었다.

변화는 성찬의 몸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빛으로 화한 에너지들이 스며드는 것과 동시에 하늘에서 오로라가 피어올랐다.

밤하늘의 모든 별들이 오묘한 빛을 내는 오로라로 인해 가려졌다.

그렇게 온 하늘을 감싸더니 이내 지상으로 내려진 빛의 휘장이 성찬의 몸을 삼켜 버렸다.

우―우우우웅!

콰―앙!!

그렇게 얼마 있지 않아 강렬한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에너지 파동이 성찬이 사라진 곳으로부터 퍼져 나갔다.

쏴아아아―!

에너지 파동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듯 지상과 하늘을 감싸고 있던 오로라도 흩어지듯 밖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이내 퍼져 나온 파동과 하나로 합쳐지더니 곧바로 한 점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전투 슈트로 전신을 감싼 성찬이 누워 있었다.



* * *



“으음…….”

내가 낸 신음소리에 놀라 눈이 떠졌다.

‘이런!’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벌떡 일어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정신을 잃기 전에 보았던 에너지의 흐름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우거진 삼림 속일 뿐이다.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에너지의 변화를 볼 때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뭔가 일이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곳에 도착하고 내가 정신을 잃었을 때 일어났던 일들을 재생시켜봐야겠다.’

새로운 전투 슈트에는 영상 정보 장치가 부착되어 있기에 곧바로 가동시켰다.

― 영상 정보 재생! 시점은 현재 좌표 도착 시점부터.

도착한 순간부터 재생이 시작되었다.

재생되는 속도를 조금 빠르게 올리자 정신을 잃기 시작한 때가 나왔다.

‘으음.’

쓰러지면서 시야가 땅으로 향하고 있어서 완벽하게 녹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색깔의 빛들이 보이는 것을 보면 뭔가 확실히 변화가 있었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지만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에너지의 변화가 일어났다면 러시아에서 곧바로 움직일 것이 분명하기에 최대한 빨리 자리를 뜨는 것이 좋았다.

러시아에서 띄운 인공위성이 지나갈 시간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여섯 개의 코어가 바닥을 드러냈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사이인가 전부 완충되어 있었다.

곧바로 전투 슈트에 장착된 부유 기능을 가동하고 허공으로 올라가 세 개의 마나 엔진을 풀로 가동했다.

쐐―애애액!

세 개의 마나 엔진이 풀로 가동되자 엄청난 속도를 냈다.

‘거의 전투기에 육박하는 속도로군.’

디스플레이에 비춰지는 에너지 게이지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정말 놀라운 속도였다.

‘이 정도면 대충 벗어났을 것이다.’

인공위성의 경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시점에서 속도를 줄이고 암석지대가 펼쳐져 있는 지상으로 내려갔다.

‘멀지 않았다.’

몽골에 파견을 나갔을 때 탈출 경로를 잡고자 사전에 답사를 끝낸 곳이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비트로 사용하고 있는 동굴이 하나 있고, 러시아에서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다 구비되어 있다.

동굴을 비트로 택한 것은 거대한 바위들이 빼곡하고 대부분 비슷한 모양새라 찾기 힘들어서다.

더군다나 인공위성으로부터도 안전하기에 빠르게 동굴을 찾아 숨어들었다.

“이제 이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건가?”

누군가의 입김이 닿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센터장은 대응 센터를 일신하고 싶어 했지만, 나는 다르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있어야 할 센터가 세상에 드러난 이상 폐쇄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그것을 위한 준비를 시작할 때다.

“일단은 준비한 것부터 챙기자.”

어둡지만 전투 슈트에서 나오는 불빛이 있었기에 동굴 안에 있는 목적지까지 들어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갈라지는 통로가 나올 때마다 한 번은 제일 왼쪽, 한 번은 제일 오른쪽으로 들어갔다.

이 동굴은 미로처럼 되어 있는 곳이라 여러 갈래의 통로가 있고, 그냥 무심코 지나친다면 알 수 없는 통로들도 꽤나 여러 곳이어서 무언가 감추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동 패턴을 반복해 가며 동굴을 지나쳐 목적하고 있는 동굴 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군.’

이 동굴 광장에는 사람의 감각을 속이는 인식 차단 장치가 가동되고 있었다.

훼손된 흔적이 없는 것을 보면 누군가 찾아낸 적은 없는 것 같다.

왼쪽 면을 따라 동굴 벽을 짚으며 걷다가 돌출 부위가 나오기에 방향을 직각으로 틀었다.

그렇게 스무 걸음을 직선으로 걸은 후에 바닥을 살폈다.

암석 속에서 마치 금맥처럼 희미하게 보이는 금빛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열려라.

스킨 패널이 삽입되어 있는 양손을 바닥에 가져다대고 명령을 내렸다.

티티티티티티틱!

작은 소음과 함께 인식 차단 장치가 꺼지고 동굴 광장의 진짜 모습이 드러났다.

광장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지름이 20미터도 넘는 거대한 종유석이 보였다.

종유석의 윗부분은 마치 우산이나 버섯처럼 갓의 형태로 생성되어 있었는데, 끝에서 떨어져 내린 낙수로 인해 생성된 종유석들로 인해서 거대한 새장을 보는 것 같았다.

허벅지만 한 굵기의 종유석들은 빛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흰색의 광채를 발하고 있어서 자못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르르르르!

가까이 다가가자 창살 같은 종유석들이 진동하며 떨었다.

‘자아를 갖지는 못했지만 종유석의 중심부에 박아 넣은 코어가 제대로 작동을 하는 모양이군.’

거대한 종유석을 중심에는 복합적인 마법진이 새겨진 코어가 들어 있다.

본래부터 있던 것은 아니고 일전에 이곳을 찾아낸 후에 내가 집어넣은 것이다.

그동안 지기를 흡수하면서 내가 원하던 대로 에너지를 흡수해 놓고 있다가 인식 차단 장치가 해제되자마자 가동을 시작한 모양이다.

종유석에 양손을 얹고 스킨 패널을 활용해 내부에 새겨진 마법진을 가동시켰다.

투드드드득!

마법진이 가동되기 무섭게 종유석들이 옆으로 휘며 사이를 넓혔다.

안으로 들어간 후에 안쪽에 장착되어 있는 두 번째 인식 차단 장치를 해제시켰다.

첫 번째가 파괴되었을 대비한 장치였다.

인식 차단 장치가 해제되자 맥주를 담는 오크 통처럼 새긴 금속 물체들이 중심의 종유석을 빙 둘러서 바닥에 놓여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상 없군.’

바닥에 놓여 있는 금속체들은 중앙의 종유석을 골렘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가져다 놓은 에너지 탱크들이다.

‘전에 한번 뽑아내고 지속적으로 골렘에 에너지를 공급을 해서 그런지 아직도 포화도가 낮군.’

이것들은 일종의 충전지였는데 종유석에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주입하며 지기를 이용해 에너지를 채우고 있는 중이다.

발산되는 에너지가 없는 것으로 봐서는 골렘을 형성하는 코어와는 달리 에너지가 완충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골렘의 코어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대로 두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으니. 일단 골렘에게 내 존재를 인식시키자.’

골렘의 본체를 이루는 중앙의 종유석으로 다가가 겉을 양손으로 쓰다듬었다.

손등에 삽입된 스킨 패널과 반응한 때문인지 표면에 마법진이 연이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종유석 표면을 덮어버렸다.

― 마스터키 인식! 채널 확보! 테라나인 온! 접속 시작!

스킨 패널을 통해 전투 슈트를 연동시킨 후에 내 의식을 골렘의 코어에 투영시켰다.

본래는 2차 각성을 한 진성능력자만이 가능한 일이지만, 이 신형 전투 슈트가 있어 골렘의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 마, 마. 스. 터.

의식의 투영을 마치자 어눌해 보이는 골렘의 의지가 들려왔다.

― 지금부터 자가 학습을 시작한다. 데이터는 곧바로 링크를 할 테니 학습 프로그램에 맞춰서 진행해라.

― 아, 알. 겠. 습. 니. 다.

― 데이터 링크를 시작한다. 데이터 개방!

아홉 개의 탱크들은 에너지만 모아 골렘에게 공급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그 자체로 일종의 데이터 센터 역할을 하는데, 지금까지 수집해 온 세상에 대한 정보들이 담겨 있어서 골렘이 학습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터였다.

골렘이 학습을 시작하는 것을 확인한 후 손을 뗐다.

“다행이 잘 끝난 것 같구나.”

지금 자아를 생성한 저놈은 일반적인 골렘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다.

지금 한참 연구되고 있는 인공지능과 비슷한 면이 많은데, 아티팩트 중에 에고를 가지고 있는 것들에서 모티브를 따와 개발된 것이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녀석이다.

골렘이 학습하는 것을 지켜보다 앞으로 활동에 필요한 것들을 위해 인식 차단 장치를 켠 후 휘어진 종유석 사이를 빠져 나왔다.

내가 빠져나오자마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본 후 곧바로 이중으로 된 인식 차단 장치를 다시 가동시켰다.

― 다음에 또 보자.

― 안녕히 가십시오, 마스터.

‘빠르군.’

얼마나 학습했다고 그새 어눌했던 말투가 사라져 있었기에 기분 좋게 다음 곳으로 갈 수 있었다.

동굴 광장을 나선 후 다른 통로를 통해 물자들을 보관해 놓은 곳으로 갔다.

러시아에서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보관된 곳이었는데, 이번에는 오른쪽부터 시작해 번갈아가며 갈라진 통로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통로를 따라 걸으며 분기점에 이를 때까지 침입자를 방지하기 위해 예전에 설치해 두었던 부비트랩들을 작동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