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차원통제사 1권 (8화)

제3장 (2)



센터 내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이미 1년 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1년 전 보길도에 나타난 게이트 폐쇄 작전 수행 시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 후부터 묘하게 작전 로드맵이 변질되어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게이트 대응팀 알파는 진성능력자 이외에도 전투 슈트를 통해 능력을 사용하게 된 1차 각성자가 반수 이상이라 국내를 대상으로 꾸며진 팀이다.

그런데 보길도 이후 국외에서의 작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기 시작하더니 6개월 전에 첫 대상지로 중국을 구체화되었고 나는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사실 나 혼자 만의 준비는 아니었다.

내가 마음속의 스승님으로 여기는 스님의 사제이신 센터장께서도 이상을 알아차리고 있었기에 그분과 함께 나름 충실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3개월 전, 몽골 반군의 지원을 위한 임무에 내가 파견을 나간 것도 이번 작전과 같은 상황을 상정한 준비 과정의 일환이었다.

몽골 반군을 지원하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러시아 쪽과 몽골 쪽에 팀원들의 탈출 경로를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내가 유인을 했으니 형은 러시아 쪽으로 통해 손쉽게 국내로 복귀해 다음 일을 준비하고 있을 테니, 나는 다른 한 곳을 들러 살펴본 후 중국 내로 잠입할 생각이다.

얼굴을 파악한 놈들을 단서로 중국과 연결된 한국 정부의 제5열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째서 미지의 대차원과 연결되는 게이트를 열려고 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알파팀이 폐쇄됐던 게이트들도 누군가의 손길이 닿았던 흔적이 있었다. 센터의 변화도 그렇고, 처음으로 편 중국 내의 작전에서 진성능력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을 감안해 보면 틀림없이 중국 정부가 관련되어 있는 일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어째서 미지의 대차원과 연결을 시도하는지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전면전을 벌인 적도 있고, 능력자들 전력 면에서 따지면 강대국에 속하는 한국이다.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개입하고 있는 보면 분명히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에 대응 전략을 짜기 위해서라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고심을 하는 사이 내가 머물고 있는 곳에 뭉흐체첵이 들어왔다.

툭!

발밑으로 커다란 행낭 하나가 떨어졌다.

“전에 맡겨 두었던 것이다.”

“고맙다.”

“살펴보지 않아도 되나?”

“초원의 용사에게 실례가 되는 짓을 할 수는 없지.”

하나라도 빠져 있으면 스킨 패널과 연동해 이상이 체크되니 살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괜히 마음을 상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곧바로 떠나야 하는데 어떻게 할 생각이냐?”

“이것으로 약속을 지켰으니, 나를 두고 그냥 가면 된다.”

“중국의 진성능력자들이 몽골로 입국할 것 같다는 정보가 있다.”

“나도 나름대로 준비를 해두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휴우, 그렇게 장담을 하니 어쩔 수 없군. 우리도 처지가 어려우니 이만 떠나겠다.”

“다음에 보도록 하지.”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나를 염려하는 말을 남기고 뭉흐체첵이 바깥으로 나갔다.

나를 자신들의 근거지로 데려 온 뭉흐체첵은 따로 부탁한 것을 보관하고 있다가 고스란히 나에게 전했기에 확실히 약속을 지켰다.

근거지를 옮기는 반군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떠나야 하기에 뭉흐체첵이 준 행낭을 열었다.

‘역시, 다 있군.’

행낭 안에는 새로운 전투 슈트가 부품으로 분리된 채 들어 있다.

부품들은 개별적으로는 절대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고, 내가 지니고 있는 마스터키가 있어야만 합체되어 가동할 수 있었다.

‘여기 들어 있는 것만 있으면 바로 움직이는데 큰 문제가 없을 테니 나도 떠나자. 나를 쫓던 진성능력자가 사라졌으니 중국 쪽에서 급하게 움직이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시간이 있겠지…….’

예전 같았으면 중국의 진성능력자들이 몽골 정부를 무시하고 곧바로 국경을 넘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다.

친 중국 성향을 가지고 있는 몽골 정부지만 진성능력자가 협의도 구하지 않고 국경을 넘는 것은 전면전을 도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기에 반드시 양해를 구해야 한다.

비록 중국보다 기존 군사력은 떨어지지만 비대칭 전력인 진성능력자의 수준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 몽골이니 말이다.

‘그래봐야 하루를 넘기지 않을 테니 곧장 이동하자.’

중국이 몽골 정부의 양해를 구하는 시간은 하루도 길게 본 것이다.

전투 슈트의 마스터키가 인식되어 있었기에 곧바로 스킨 패널을 열었다.

― 마스터키 인식! 채널 확보! 테라나인 온!!

아홉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전투 슈트 테라나인이 마스터키로 인식되고 채널이 확보되자 행낭 안에서 저절로 떠올랐다.

차차차차차차차차착!

사지와 2단으로 이루어진 흉갑, 그리고 세 개로 분할되어 있는 투구가 내 몸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새로 입은 전투 슈트의 기능은 기존의 것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모습은 전과 다를 바가 없다.

‘이 정도면 기존의 전투 슈트를 몽골 반군에게 지원해 준 것도 무리가 아니었군.’

기존에 입고 있던 전투 슈트는 설계도와 함께 뭉흐체첵에게 주었다.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몽골 반군에게 인도할 전략물자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전투 슈트 중 수위를 차지할 정도의 성능을 자랑하는 것인데도 과감하게 인도를 한 것에 의아했는데, 새로운 전투 슈트를 입어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기존 전투 슈트는 상급 마나석을 장착에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이었지만 지금 입고 있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보이지는 않지만 세 곳에 마나 엔진이 달려 있었고, 아홉 곳에는 마나 코어가 장착되어 있다.

마나 엔진 하나에 코어 하나가 연동되어 에너지를 공급하고, 다 떨어지면 다른 코어들이 순차적으로 마나 엔진에 에너지를 공급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렇게 마나 엔진이 세 번째 코어의 에너지를 다 쓰게 되면 첫 번째 사용되었던 코어가 완충되고도 남는다.

에너지가 거의 끊이지 않고 공급되어 전투 슈트를 사용할 수 있기에 정말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토 타입이라 신뢰도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정말 굉장한 전투 슈트다. 설계된 것의 반만 작동을 해준다고 해도 여명의 뜨락은 틀림없이 성공한다.’

센터장과 자신만 알고 있는 이번 작전의 이름이 여명의 뜨락이다.

해가 뜨게 되면 모든 어둠이 사라진다는 뜻에서 지은 작전명이다.

새로운 전투 슈트의 확보로 작전의 성공 확률이 높아지고 있었다.

‘일단 몸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다.’

― 응급 의료 시스템 가동!

근육이 많이 파열된 상태라 빠른 회복을 위해 마나 엔진을 돌렸다.

전투 슈트에서 솟아난 작은 돌기들이 피부를 따라 파고드는 것이 느껴지며 에너지가 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빠르게 회복되는 것을 봐서는 힐 마법을 연동시킨 것이구나.’

순조롭게 상처가 회복되고 있지만 포션을 주입하는 것은 아니었다.

슈트 안에는 자체적인 저장 공간이 없기에 힐 마법을 이용해 착용자의 회복을 돕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5분 정도가 지나자 어느 움직일 만해졌다.

‘나가기 전에 놈들에게 줄 선물을 좀 준비해야겠군.’

중국 쪽에서 동원한 진성능력자라면 이곳을 찾아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기에 놈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다.

놈들에게 피해를 입히면 입힐수록 나나 뭉흐체첵에게는 좋은 일이기에 머물고 있는 토굴에 부비트랩을 장착하고 밖으로 나왔다.

‘일단 시베리아 쪽에 들러 확인을 한 후에 중국으로 들어가자.’

대한민국과의 전면전에서 패한 중국과 러시아는 예전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긴밀해진 탓에 러시아 국적이라면 중국 내로 잠입하는 것이 쉬울 터였다.

중국에서 활동을 위해서는 신분을 세탁해야 하는데, 아직은 정국이 불안정한 러시아에서 하는 것이 나으니 말이다.

신분을 세탁하기 위해 시베리아로 가야했기에 곧장 북서쪽으로 이동을 했다.

아직 완전히 회복이 된 것은 아니지만 가는 동안 충분히 본래 상태로 되돌아 갈 것이기에 서둘러 움직였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지만 흔적을 지워야 했기에 최대 시속이 20킬로미터밖에 되지 않았다.

휘이이잉!

그렇게 하루를 움직이자, 이번 작전에 투입되기 전에 알아본 대로 거센 모래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앞으로 나흘 정도는 계속해서 바람이 불 테니 최대한 빨리 움직이자.’

파파팟!!

날이 어두워진데다 모래바람이 불어서 애써 흔적을 지우지 않아도 되기에 빠르게 속도를 높였다.

파파파팟!

기존의 전투 슈트보다 빠르게 가속이 되어 버려서 처음에는 조금 비틀거렸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으음, 정말 놀랍군.’

어느 정도 적응이 되자 놀랍게도 시속 500킬로미터에 가까운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대기와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배리어를 쳤는데도 불구하고 속도가 하나도 줄지 않는다.

더군다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이런 속도를 내다니 정말 미친 물건이다.

‘이 정도 속도면 예상한 것보다 시간이 많이 남기도 하고, 바로 근처이니 이번 기회에 그곳도 한 번 둘러보자.’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에 전부터 확인해 보고 싶었던 곳이 생각이 났다.

센터장의 말을 듣고 언제 시간을 내서 한 번 찾아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곳이다.



파파파팟!

에너지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기에 잠도 자지 않고 정말 쉬지 않고 달려서 불과 이틀 만에 센터장이 말해 주었던 곳 가까이 도착할 수 있었다.

‘후우, 이건 프로토 타입이 아니라 완성형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겠다.’

달리면서 여러 가지 기능을 가동시켜 봤는데 이상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을 했다.

전투 슈트의 내구도를 측정할 겸 해서 48시간을 쉬지 않고 달렸는데도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을 보면 이미 완성형에 가까웠다.

전투 기능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지금 이 정도만으로도 기존의 전투 슈트를 뛰어넘었다.

‘으음, 저긴가?’

목적지에 가까워 졌기에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움직였다.

‘이제부터는 절대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침엽수림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터라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비공정에 적용된 반중력 장치와 비슷한 공중 부유 기능을 작동시켰다.

전투 슈트에 적용된 공중 부유 기능은 플라이 마법을 사용한 것으로, 수림 위쪽으로 떠올라 한 시간 동안 헤집은 결과 목적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으음, 맞는 것 같군. 아주 오래 전에 어마어마한 폭발이 있었다고 하더니…….’

내가 도착한 곳에서 아주 오래 전에 거대한 폭발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침엽수림이 늘어선 밑으로 엄청난 양의 나무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니 제대로 찾아 온 것 같다.

‘센터장님이 한 번 가보라고 해서 일단 오기는 했지만 모르겠군. 나보고 왜 이곳에 가보라고 한 걸까?’

분명히 이유가 있었기에 심연의 심안을 최대한 펼치기 위해 전투 슈트에서 에너지를 끌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