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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사막 지형(1)





긴장하고 있던 용병의 발밑에서 메카르가 튀어나와 용병의 몸을 그대로 씹어버렸다. 다행히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단숨에 절단은 되지 않은 듯했지만, 큰 부상을 입은 상태였고, 주변 용병들이 달려들어 메카르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곳곳에서 메카르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롤 모델 길드원의 발밑에도 메카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움직이지 말고 각자 자리를 지키도록 하십시오. 각자 자리에서 메카르를 상대합니다. 메카르에게 공격당하지 않은 헌터들은 다른 헌터들을 서포트만 하십시오.

유준의 조는 메카르가 나타나지 않아 가만히 있어야 했다. 하지만 단 한 명, 민준은 달랐다. 민준은 품에서 좋은 재질로 잘 만들어진 화살 하나를 꺼냈다. 화살촉이 송곳처럼 들어간 화살이었는데, 화살이라기보다 양쪽 끝이 송곳인 가시에 가까웠다.

그는 화살을 하늘로 띄웠다. 그리고 화살을 향해 손가락질했고, 화살은 그대로 허공에 멈췄다.

‘염동력?’

그 모습을 보며 유준은 염동력을 떠올렸다. 흔하다고 하면 흔했지만 강력한 힘을 지닌 힘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능력이었다. 이 능력을 중복적으로 가진 사람들도 꽤 있었고.

민준은 그대로 메카르를 향해 화살을 보냈다. 그의 손가락과 팔이 움직일 때마다 화살도 함께 움직였는데, 그의 화살은 메카르의 몸을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절도 있게 뚫으며 상처를 냈다.

아주 좋은 서포트 능력이었다. 그리고 유준은 그의 능력이 염동력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염동력이라기엔 너무나도 정교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와 비슷한 능력이지만, 좀 더 세밀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 같았다.

‘싸우고 싶다.’

헌터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며 유준은 피가 들끓었다. 싸우고 싶었다. 하지만 참아냈다.

그리고 그런 유준이 몸을 들썩거리고 있을 때 후드의 사람이 유준을 다시 한번 응시했다.

나타난 메카르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전투는 금세 끝났다. 헌터들은 모두 경계를 서며 각자 잡은 메카르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2세대 메카르였는데, 부산물이 크게 좋은 건 아니라서 부산물은 버리기로 결정하고 미라클 큐브만 수거했다.

던전 내에서 많은 짐은 위험했기 때문이다.

-일단 부상자들부터 치료하겠습니다.

치유 능력을 가진 헌터들은 즉시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소한은 그 어떤 힐러들 보다 바쁘게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저 친구, 상당히 열심이로군.”

팔짱을 끼고 소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에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소심해 보이던데 치료할 때는 다른 사람 같네요.”

친구를 하자고 했지만, 민준은 덕배를 마냥 편하게 대하진 못했다. 그리고 그는 어색한 표정으로 소한을 바라보았다.

던전 안에서 치료를 하는 일이었지만, 그는 상당한 열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표정에서부터 느껴졌다.

-5분 안에 마무리하겠습니다.

지체되면 될수록 위험했기에 박형수는 짧게 끊었다. 사망자는 없었고, 큰 부상을 입은 헌터도 처음의 헌터 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치료가 되자 그들은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보입니다!”

한 헌터가 멀찍이서 소리쳤다. 조용하게 움직이고 있었기에 그의 목소리는 모든 헌터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컸는데, 모든 헌터들이 그의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아시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던 사막에 나무와 풀들이 듬성듬성 보였다. 식물들 사이로 하나의 큼지막한 물웅덩이가 존재하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오아시스였다.

-전부 정지.

박형수의 명령이 떨어졌다. 전방에 오아시스가 보였다고 해서 바로 가는 건 좋지 않았다. 메카르가 매복 하고 있을 수도 있고, 던전 내의 다른 장치가 존재할 수도 있다. 또한, 오아시스가 아니라, 신기루일 수도 있었다.

-지금부터 수색대를 차출 하겠습니다. 수색대는 롤 모델에서 차출됩니다. 용병들은 주변 경계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롤 모델에서 차출된 수색대가 오아시스로 다가갔다. 오아시스는 신기루가 아니었고, 주변에 함정도 없었다. 또한, 메카르가 숨어 있지도 않았다.

-오아시스로 이동해서 숙영지를 설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주 경계를 하면서 천천히 이동하겠습니다.

공략대는 천천히 오아시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오아시스에 도착한 공략대는 일단 용병들은 주변을 경계하고, 클랜원들이 먼저 숙영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클랜원들이 숙영지를 어느 정도 구축하고 난 뒤에야 용병들은 움직일 수 있었는데, 각 조별로 공간 하나를 정해서 써야 했다.

모두 각자 개인 텐트를 갖고 왔지만, 가진 공간은 크지 않았고, 하는 수 없이 텐트 두 개에서 함께 생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내 텐트가 좀 많이 크니, 세 명이 쓰면 될 겁니다. 그럼 텐트 인원 구성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민준은 조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조원들은 후드 사람을 슬그머니 응시했다. 보통 같은 조가 되면 자신의 능력이라던 지 등급 같은 것을 말을 하기도 하고, 얼굴을 보이는 건 당연했는데, 아예 정보가 차단되어 있었다. 괜히 분위기도 음산해 말을 걸기도 그랬고, 화를 내자니 괜히 분란을 일으키는 것 같아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있었다.

조원들은 하나같이 그와 같은 텐트를 쓰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평소에 오지랖이 많고 말도 많았던 덕배 역시 지금만큼은 꿀 먹은 벙어리였다.

“그럼 간단하게 손바닥 뒤집기로 정하죠.”

후드 사람이 할지 안 할지는 몰랐으나, 일단 조원들은 다 같이 모였다. 그리고 손바닥 뒤집기를 했고, 유준은 재수 없게도 그와 단둘이 텐트를 쓰게 되었다.

“텐트를 만든 뒤에 식사를 하겠습니다. 식사는 제가 준비하죠.”

민준은 웃고 있었다. 왠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유준은 한숨을 삼키며 텐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후드 사람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중간에 도와주긴 했지만, 할 줄을 몰랐는지 오히려 망쳐놓기만 했다.

말은 또 왜 안 하는 건지. 그를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유준은 그가 점점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혹시?’

숨어 있는 커스의 조직원. 이 생각이 번뜩 유준의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몰래 곁눈질로 구석지에 쭈그려 앉아 있는 그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처음부터 이상했다. 마치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한 행동. 물론 현실에서는 범죄자가 아니겠지만, 이곳에서 자기 자신의 외모를 누군가가 기억할 수도 있으니 숨기려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증거는 없었지만, 심증은 충분했다. 충분히 수상했으니 말이다.

“다들 식사 하시죠.”

별로 차린 건 없지만, 민준은 일단 자신이 갖고 있는 인스턴트 음식으로 요리를 만들었다. 일행은 제법 맛있게 음식을 먹었고 후드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상하게 먹으면서 고개를 조금 든 것 같았는데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티팩트인가?’

아무래도 후드를 쓰면 얼굴이 아예 안 보이는 그런 아티팩트인 듯했다.

“덥지 않으신가?”

다들 더워서 장비는 차마 풀어헤치지 못하고, 옷을 풀어헤치고 있는데 후드를 계속 뒤집어쓰고 있으니, 그걸 보는 덕배는 답답했는지 물었다. 이에 후드 사람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아티팩트입니까?”

민준도 조심히 그에게 질문했다. 이에 후드 사람은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더 이상 그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 밤이 왔고, 경계 조를 짠 뒤 사람들은 모두 잠자리에 들기 시작했다. 유준은 그와 한 텐트에 들어가면서 왠지 모르게 긴장을 했다.

하지만 그는 텐트로 들어오지 않았고, 유준은 안에서 그를 기다리다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분주하게 일어나면서 유준은 그가 텐트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밖에서 밤을 샜는지 텐트 입구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유준이 텐트 바깥으로 나오자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허술해 보이는 그의 태도에 유준은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아침을 먹었다.

공략대는 베이스캠프를 기점으로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알 수 있는 길이 없으니, 수색을 하는 건 당연했다.

한 개의 공격대과 용병 다섯 조는 이곳에 남기로 결정하고, 3개의 공격대와 15개의 조가 수색을 나섰다.

유준의 조는 한 공격대에 붙어 함께 수색에 나서게 되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아, 더워!”

공격대의 대장이자, A등급의 헌터이며 유명한 스타 헌터로 알려져 있는 그 여성은 내리쬐는 더위에 온갖 짜증이란 짜증은 다 내며 수색을 했다. 수색한다기보다 그냥 함께 걷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주변 클랜원들은 그녀의 비위를 일일이 맞추며 함께 걷고 있었다.

“물수건 여기 있습니다.”

“얼음 없어?”

“죄송합니다.”

“아공간 아티팩트 안에 안 챙겼어?

“얼음은 차마 챙기지 못 했…….”

“듣기 싫어. 닥쳐.”

그녀는 온갖 히스테리를 다 부리면서 걸었다. 용병들은 그녀의 태도에 자연스럽게 눈살을 찌푸렸다. TV에서 본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 물론 상당히 짜증나고 미칠 것 같은 더위이긴 했지만, A급의 헌터. 그것도 한 공격대의 대장과는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거참 더럽게 땍땍거리네.”

참지 못한 한 용병이 조용히 읊조렸다. 하지만 그도 모르게 목소리가 조금 크게 울려버렸고, 한순간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다른 클랜원들도 마찬가지였고, 용병들 역시 목소리의 주인을 찾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목소리의 주인은 당황해서 함께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고, 유준은 지금의 상황에 당황하며 그녀를 응시했다.

하지만 그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는지, 그녀는 유준이 말을 했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녀는 천천히 유준의 조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유준은 당연히 그녀가 자신이 아닌 목소리의 주인에게로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고, 유준은 슬슬 불안해졌다.

“방금 뭐라고 지껄였지?”

어이없게도 그녀가 당도한 곳은 바로 유준의 앞이었다. 그녀의 두 눈동자는 유준을 응시하고 있었고, 유준은 두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예?”

유준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저 변명하는 것밖에 없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생각을 하는 유준의 속마음을 알지 못하는 그녀는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는지 표정을 더욱 매섭게 굳혔다.

“방금 뭐라고 지껄였는지 물었을 텐데?”

“저… 그게…….”

“방금 뭐라고 지껄였는지 말하라고!”

변명을 하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으나,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이미 그녀는 유준으로 확신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외침에 유준은 이를 악물었다. 억울해도 너무 억울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오히려 화가 났다. 그녀에게, 그리고 누군지 모를 용병에게.

클랜원들은 이런 상황에도 프로라는 것을 입증하듯, 어느새 안전을 위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이전에도 숱하게 겪어온 것 같았다.

스화악!

딱딱한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스산한 기운이 단숨에 퍼져나갔다. 살기를 머금은 기세였다.

주변의 용병들은 그녀의 기세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하지만 유준은 그녀의 기세에 전혀 압박을 받지 않았다. 그녀보다 유준이 약하지 않다는 증거였다.

다만 유준은 지금의 상황이 너무 당혹스러워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는데, 그녀는 그게 유준이 압도되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코웃음을 치며 기세를 천천히 거뒀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덕배를 응시하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