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20화

던전 공략에 참여하다(2)





예전에는 미라클의 양이 적어서 다른 헌터들이 자신을 크게 강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기세를 숨겼기 때문인지 다른 헌터들은 유준이 크게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든 말든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탈의실에서 나와서도 유준은 홀로 배회하다가 적당히 앉을 곳을 찾아서 앉았다.

“어엇? 서유준! 자네!”

그때였다.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유준을 호명했다.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얼굴을 돌린 유준은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음?… 안녕하세요.”

놀랍게도 그는 덕배였다. 이제 막 용병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온 그는 유준을 보자 상당히 반갑다는 표정으로 다가왔는데, 유준의 옆에 앉아 어깨동무를 했다. 원래 이렇게 친하지 않은 것 같았는데, 너무 친한 척을 하니 유준은 당황하며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여기서 볼 줄은 몰랐네! 정말 반갑군.”

덕배는 손을 내밀었다. 오른손으로는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기에 덕배는 왼손을 내밀었다. 뭔가 이상했다. 그래도 일단 유준은 그의 인사를 받아주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네. 저도 여기서 볼 줄은 몰랐네요.”

진심이었다. 이곳에서 만날 줄은 유준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승급 시험은 봤나?”

“아뇨. 아직 못 봤습니다.”

“아니, 왜. 그럼 자네 아직도 C등급인가?”

그의 성량은 상당히 컸기에 주변 사람들이 들을 정도가 되었다. 이에 용병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유준과 덕배에게로 집중되었다.

유준은 그들의 시선에 당황하면서도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용병들의 일부는 단숨에 표정을 구겼다.

다른 던전도 아니고 어려움 등급, 그것도 롤 모델에서 공략을 시행하는 던전이다. 헌데 C등급이라니?

“C등급? C등급이 이곳에 어떻게 올 수 있는 거지?”

“지원 자격은 최소 C등급이었다지만… 진짜 신청한 미친놈이 있다고?”

“시작부터 시체 보게 생겼네.”

“곱게 죽으면 다행이지. 발목이나 잡지 말았으면…….”

소곤대는 그들의 목소리에 유준은 화가 났지만, 조용히 있었다. 굳이 다른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었다.

“응? 저 친구는… 저 친구도 여기 지원한 건가? 저 친구… 이름이…….”

그때 소한이 용병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덕배는 삿대질을 하며 이마를 부여잡았다.

“…유소한이요.”

“아아, 그렇지. 유소한. 어이! 자네! 오랜만일세!”

소심하게 안으로 들어오던 소한은 덕배의 부름에 몸을 흠칫 떨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그리고 덕배와 유준을 보자 총총걸음으로 다가왔다.

“아, 안녕하세요.”

유준이 이곳에 온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소한도 덕배가 이곳에 있을 줄은 몰랐는지 짐짓 놀란 표정이었다.

“자네도 지원했을 줄은 몰랐네. 반갑군.”

그는 소한에게도 왼손을 내밀었다. 이에 소한도 당황하며 자신의 왼손을 내밀어 맞잡았다. 여전히 오른팔은 유준의 어깨에 감아진 상태였다.

소한까지가 마지막이었는지, 클랜 관계자가 용병들이 있는 장소로 다가왔다. 용병들의 숫자는 총 100명이었는데, 인원대로라면 두 공격대로 나뉘어야겠지만, 클랜 관계자는 원활한 통솔을 위해 그냥 한 개의 공격대로 편성하겠다고 뜻을 전했다.

“……합니다, 또한, 용병 공격대의 대장은 없습니다. 용병들의 통솔은 클랜 소속 총지휘관께서 할 예정이니, 잘 따라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격대 내의 조를…….”

조는 5명씩 총 20개로 나뉘었다. 경력이 됐는지 덕배가 조장이 되었는데, 관계자에게 부탁하여 유준과 소한을 같은 조로 넣었다.

유준도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편했기에 별다른 반발은 하지 않았다. 소한도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유준의 조는 덕배 소한, 유준, 그리고 나머지 두 명까지 해서 다섯 명의 정원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조장이라서 받은 무전기를 품에 넣는 덕배에게 두 명의 조원 중 한 명이 다가왔다.

“김민준이라고 합니다. B급 헌터고, 스펠형 헌터입니다. 짧은 시간이겠지만, 좋은 호흡으로 공략이 진행되길 바라겠습니다.”

특이한 스타일을 가진 남성이었다. 드레드락 스타일의 긴 머리카락과 찢어진 눈이 인상적인 남성이었는데, 넉살이 제법 좋은지 조원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하하, 나는 김덕배요. B급 헌터지. 그쪽은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덕배는 웃으며 그와 손을 맞잡았다. 이에 민준은 중년의 외모를 가진 덕배에게 제법 예의를 갖춰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올해 서른이네요. 하하.”

“서른? 나와 동갑이시군!”

“……예?”

덕배의 발언에 민준은 물론 유준과 소한까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동갑이라니?

아니, 그것보다 30살이 저 외모와 저 말투, 저 행동이 말이 되는 건가?

누가 봐도 40이 넘는 중년 아저씨의 아우라를 풍기고 있는데?

“내가 어릴 때부터 조금 성숙하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 온 탓에 종종 내 나이를 많이들 착각하시더군. 어쨌든 반갑소. 이렇게 된 거 친구이니만큼 말을 편하게 놓는 건 어떠신지?”

“조, 좋습니다.”

민준은 여전히 당황한 듯 어색하게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리고 소한과도 인사를 나누고, 유준과도 인사를 나눴다.

“서유준입니다. C급… 헌터구요.”

“잘해보죠.”

의외로 민준은 편견 없이 유준을 대했다. 그게 조원들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서인지, 진심인지는 모르지만, 유준은 그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민준과 모두 인사를 나눈 뒤, 덕배는 나머지 한 명을 바라보았다.

그는 온몸을 펑퍼짐하게 감싸는 망토와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는데, 워낙 깊게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키는 175㎝ 정도. 망토가 워낙 펑퍼짐하고 얼굴도 보이질 않아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반갑소. 김덕배요. 앞에서 들었다시피 B급 헌터고.”

“…….”

그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글러브를 낀 손을 내밀어 덕배의 손을 맞잡았을 뿐이었다. 덕분에 다소 분위기는 무거워졌지만, 클랜 관계자가 나타나 용병들을 통솔하는 바람에 무거운 분위기는 날아갔다.

그들은 모두 사냥 구역 안쪽으로 들어갔다. 유준은 그곳에서 난생처음 실물로 던전의 입구, 붉은 포탈을 보게 되었다.

‘예상보다 크네.’

포탈은 아파트 2층 높이였는데, 저렇게 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유준은 신기하게 그걸 바라보았다.

롤 모델 소속 공격대는 총 네 분대였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건 A등급의 헌터, 롤 모델 소속의 스타 헌터들이었는데 평소 거만하게 행동하던 그들이었으나 정렬한 지금만큼은 각이 딱 잡혀 있었다.

용병들은 그들의 옆쪽에 정렬했고, 맨 앞에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준은 그를 잘 알고 있었는데, 그는 다름 아닌 롤 모델 클랜의 부 마스터이자 이번 던전 공략의 총 지휘자인 A등급의 헌터 박형수였다.

박형수는 롤 모델 클랜의 부 마스터이기도 했지만, 클랜 마스터의 친동생이기도 했다. 매스컴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 유명인이며, 뛰어난 실력과 든든한 뒷배를 가지고 있는, 그 존재 자체로도 이미 큰 권력이기도 한 남성이었다.

“모두 반갑습니다. 박형수라고 합니다.”

그는 자신의 기세를 마음껏 방출했다. 피부가 저릿해질 정도로 기세를 방출했는데, 그의 기세에 많은 헌터들은 긴장을 하며 침을 삼키고 있었다. 유준 역시 그의 기세에 뭔가가 들끓었다. 그의 기세에 제압되어 미라클이 들끓는 게 아니라, 혈기가 들끓었다.

그의 기세에 유준은 본인이 원하지 않게 호승심이 생겼다. 직업의 영향인 것 같았는데, 그런 호승심에 자신도 모르게 기세를 뿜으려다가 몇 번을 참아야 했다. 롤 모델 클랜의 부 마스터이자, A급 헌터.

아까 봤던 스타 헌터들보다 훨씬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에게도 유준은 위압감을 느끼지 못했다.

박형수가 하는 연설은 대충 안전하게 열심히 던전을 공략하자 였다. 공략을 완벽하게 마무리해서 클랜의 공을 세우자는 그런 말이었다.

클랜의 가치는 그 전력도 중요하지만, 전력을 토대로 어떤 업적을 쌓았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롤 모델이 10대 클랜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전력도 있지만, 업적의 영향도 있었다. 업적이 결국 곧 명성이고, 그 명성이 있어야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니까.

“……모두들 최소한의 피해로 복귀 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길. 그럼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확성기를 관계자에게 건넸다. 그리고 클랜 소속 공격대부터 입장하기 시작했다. 용병들은 가장 나중에 입장을 했는데, 유준은 왠지 모를 긴장감에 심호흡하며 걸음을 옮겼다.

조원들도 마찬가지였고, 후드를 쓴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다.

“…….”

그는 아까 전부터 유준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가 유준을 응시하고 있는지, 유준이 있는 곳 방향을 응시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개는 유준을 따라 움직였다.

이윽고 용병들까지 전부 포탈 안으로 진입했고, 그들이 있던 자리엔 황량한 바람만이 불었다.



* * *



“큽!”

던전 내부로 들어오자, 유준은 기관지와 눈, 그리고 피부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모래바람에 인상을 찡그렸다. 헌터들은 저마다 각자 짐에서 이럴 때를 대비해서 구매한 천을 둘렀고, 유준 역시 인벤토리에서 천을 꺼내 입과 코를 막고 고글을 착용했다.

던전에 입장하기 전에 던전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를 했고, 던전 내부의 지형은 다 다르다고 알아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필요한 물품은 전부 구비를 해놓은 상태였다.

던전에 한번 진입을 하면 클리어를 할 때까지 출구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던전의 내부가 어떤지 알아낼 방도가 없었기 때문에 헌터들은 최소한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비해야했다.

휴준은 헬멧 쪽에 착용한 헤드 캠을 매만졌다. 혹시라도 비뚤어지진 않았나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상은 없었다.

“아공간 갖고 있으세요?”

민준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유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부럽네요. 아티팩트인가요?”

“아뇨. 능력이요.”

“호오.”

민준은 턱을 쓰다듬었다. 물론 천에 가려서 턱인지 목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였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띠링!



========================

[메인 -커스의 조직원을 찾아라!]

던전 내에는 블랙 헌터, 커스의 비밀 조직원이 숨어든 상태다.

그를 찾자. 커스의 비밀 조직원은 귀 뒤에 물방울 문신이 있다.

보상 : 연계 퀘스트.

위치 : 터치.

수락 / 거절.

-수락까지 남은 시간 10초. 제한 시간 내에 수락하지 않으면 거절로 판명됩니다.

(거절 시 고통을 겪게 됩니다.)

========================



유준은 일단 퀘스트를 수락했다. 그리고 퀘스트 내용에 집중했다.

‘블랙 헌터, 커스, 조직원?’

블랙 헌터. 범죄를 저지른 헌터로, 협회의 추격을 받는 수배범을 뜻한다. 커스라는 조직은 블랙 헌터들의 범죄 조직인 것 같았는데, 비밀 조직원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블랙 헌터는 아니고, 일반 헌터이지만 롤 모델이나 용병들 사이에 숨어든 것 같았다.

헌터라는 게 신분 세탁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블랙 헌터가 몰래 숨어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근데 왜?’

블랙 헌터, 커스에서 왜 이 던전 공략에 참여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랬는지 알 수는 없었다. 궁금한데 알 수 없으니 유준은 답답했다.

‘혹시 저번 그 실험실도 블랙 헌터인가? 혹시 그들도 커스라는 조직일까?’

그저 짐작일 뿐, 확실하지 않으니 유준은 생각을 접었다. 중요한 건, 또 연계 퀘스트가 떴다는 점이다. 과연 다음 퀘스트는 어떤 퀘스트일지 유준은 호기심을 가졌다.

클랜 소속 공격대는 빠르게 정렬을 했다. 박형수는 즉시 무전기를 이용해 용병대의 조장들에게도 정렬 명령을 내렸다. 클랜의 속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제법 빠르게 모래 바닥을 밟으며 정렬을 했다.

유준은 고글을 쓴 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사막.

과연 이곳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유준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박형수는 정렬이 되자마자 다시 명령을 내렸다.

-모두들 앞으로 이동. 용병들은 클랜의 뒤쪽을 따라오면서 경계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용병들은 이동하면서 나름 주변을 경계했다. 목숨과 연관이 있는 만큼 누구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긴장된 눈으로 주변을 살폈는데, 지형이 사막이니만큼 갑자기 바닥에서 메카르가 튀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모두들 긴장했다.

그때였다.

“으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