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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던전 공략에 참여하다(1)





그동안 해체를 할 때 소프트의 단검으로 해체를 했었다. 헌데 잡템에 가까운 아이템이라 크게 좋은 성능을 내지 못해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해체용 단검이나 하나 사야겠다.’

그때 직원이 유준에게 다가왔다. 직원은 유창하게 설명을 해줬다. 어느 부분이 고가의 물품이고, 어느 부분은 적당한 가격의 물품, 어느 부분은 저렴한 가격의 물품인지.

교육이 아주 잘 되어 있는 것 같았고, 깔끔하고 논리정연하게 설명을 잘했다.

유준은 눈대중으로 해체용 단검의 품질을 살폈다. 역시 고가의 단검이 제일 좋았다. 유준은 고가의 단검 중에서도 가장 좋은 단검을 고르기 위해 옵션을 불러왔다. 그러다 가장 괜찮은 옵션의 단검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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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가 만든 해체용 단검] 등급 : 일반.

블랙 스미스 박영수가 만든, 해체에 최적화된 단검이다.

2세대 메카르인 키들의 뼈로 만들다.

해체에는 최적화되어 있지만, 전투에 사용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공격력 : 100

내구도 : 30 / 30.

옵션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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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얼마죠?”

“오백만 원입니다.”

겨우 단검이었지만 무척 비쌌다. 유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계산대로 다가갔다.

“추가로 필요한 물품이 있으신가요?”

“아뇨. 아직은 딱히 없네요.”

“그럼 쇼핑을 하다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저를 다시 불러주시길 바랍니다.”

계산을 마친 직원은 다른 헌터를 돕기 위해 떠났다. 유준은 해체용 단검을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다.

‘이거 물건 훔쳐도 모르겠는걸.’

하지만 곳곳에 CCTV가 잔뜩 배치되어 있었기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유준은 실없는 생각을 하며 층을 올라갔다. 그러던 유준은 처음으로 아티팩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창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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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의 창] 등급 : 진귀

공격력 : 600

내구도 : 100 / 100.

옵션 : 하루에 2번 착용자의 미라클 소모 없이 뇌전의 힘 사용 가능.

전기의 힘이 깃든 아티팩트.

착용자는 전기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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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좋은 아티팩트는 아니었다. 그저 진귀 등급의 아티팩트였는데, 아래 가격이 적혀 있었다.

‘15억?’

유준이 착용하고 있는 레어 등급의 무기보다 훨씬 질이 떨어지는 무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5억이었다.

아무리 좋지 않은 아티팩트라고 할지라도 값이 비싸다고 하더니. 사실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유준은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어느덧 5층에 도달하게 되었다.

5층에는 많은 헌터들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물품들도 있었다.

회복 물약을 파는 곳으로 예상되는 구간에는 많은 헌터들이 모여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아마도 매진이 되어 그런 듯했다.

“오늘 몇 개 들어왔데?”

“열 개.”

“겨우?”

“워낙 수요가 많잖냐.”

“비싸기도 또 더럽게 비싸고.”

회복 물약이라는 건 여벌의 목숨이었기에 헌터들은 모두가 회복 물약을 원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적었기에 모든 헌터들이 그걸 전부 가질 수는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유준은 자신이 정말 행운의 사나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체감했다.

‘감정?’

부스 하나를 두고 감정사가 대기를 해서 감정도 해주고 있었다. 한참을 돌아보던 유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움직였다.

‘응?’

아래로 내려가려고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올려놓던 유준은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실루엣의 주인도 유준의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한이라고 했나?’

양구에서 만났던 인연. 말을 더듬는 게 버릇이고 무척이나 소심한 성격의 힐러.

“아, 안녕하세요.”

그는 천천히 유준에게 다가오며 고개를 숙였다.

“아… 네. 안녕하세요.”

유준도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애초에 유준도 말 주변이 별로 없었고, 소한도 소심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둘은 인사를 하고 나서 딱히 말이 없었다. 그나마 유준이 그보다 덜 소심했기 때문에 먼저 말을 꺼냈다.

“뭐 사러 오셨나 봐요.”

“아, 아뇨. 자, 자주 구, 구경 와요. 조, 좋은 게 드, 들어왔나 시, 싶어서…….”

헌터 마켓의 물품은 일정하게 고정적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 랜덤으로 들여오는 형식이라 많은 헌터들이 자주 들린다고 하던데, 소한도 그중 한 명인 것 같았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마주치게 됐네요.”

서울에 헌터 마켓은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이다. 때문에 이렇게 만날 확률은 적은 편이었는데, 우연히 어떻게 들어맞아 만나게 되었다.

“그, 그러게요.”

“좋은 물건은 들어왔나요?”

“따, 딱히 없네요. 그,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아… 네.”

“저… 호, 혹시 괜찮으시다면, 지난번의 비, 빚을 갚고 싶은데… 시, 식사하셨나요?”

소한의 제안에 유준은 잠시 당황했다. 아직 그와 크게 친하지도 않았고, 딱히 대화를 나눠본 적도 많이 없었기 때문에 어색했다.

하지만 이제 헌터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유준도 인맥이라는 게 있어야 했고, 그걸 제외하고서라도 소한이 무척이나 마음이 여리고 착한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거절하기에는 애매했다.

“그… 럴까요?”

유준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말없이 헌터 마켓을 나왔다.

“초밥 괘, 괜찮으세요?”

“네.”

둘은 회전 초밥집으로 향했다.

“마, 마음껏 드세요. 가, 가격은 신경 쓰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유준은 정말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자기가 먹고 싶은 초밥을 골라 먹었다. 어차피 그도 헌터였고, 이 정도 금액은 전혀 부담이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둘은 먹으면서도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음식이 입에 들어가자 둘은 말은 없어도 어색하지 않게 식사를 했는데, 그러다 우연히 롤 모델의 던전 공략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진짜요? 저도 거기 지원했는데.”

소한이 지원을 했다고 하자 유준은 놀라며 그를 응시했다. 이에 소한도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둘은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켁! 케엑!”

밥을 먹던 한 손님이 뭐가 걸렸는지 목을 붙잡고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졌다. 주변의 사람들은 그에게 다가갔지만 상황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내 그걸 본 소한은, 지켜보지도 않고 즉시 자리를 뛰쳐나갔고, 익숙하게 명치를 눌러 음식물을 뱉게 한 뒤, 치유 능력을 사용해 그의 심신을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후우…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아, 아니에요.”

비록 말을 더듬었지만 소한은 밝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유준은 소한의 그런 모습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소심하고 말도 더듬는 사람이었지만, 사람이 위험에 처하자 망설임 없이 나서서 사람을 구하고 겸손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니 다른 사람 같았다.

“예전에 응급 처치 교육이라도 받으셨나 봐요?”

“아…….”

유준은 소한의 과거사를 들을 수 있었다. 놀랍게도 소한은 작년까지만 해도 유망한 의대생이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게 꿈이었고, 그걸 위해서 의대생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21살, 대학교 2학년이던 작년에 헌터로서 각성을 했고, 치유 능력을 얻어 자연스럽게 진로가 바뀌게 되었다. 또한, 꿈도 바뀌게 되었다.

헌터가 되어 헌터로서 많은 사람들을 구해주고 치료해주는 꿈.

비록 설명을 해주면서도 말을 더듬었지만, 유준은 그가 굉장히 멋있게 느껴졌다.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과 꿈. 키도 작고 얼굴도 앳되어 보이고, 말도 더듬는 그였지만 유준은 그가 결코 같잖아 보이지 않았다.

‘멋있다.’

유준은 이런 게 진정한 헌터라고 생각했다. 꼭 메카르를 죽이고 사람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만 진정한 헌터가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의 영역에서 헌터로서의 진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

둘은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둘은 헤어지기 위해 택시 정거장 앞까지 함께 갔다.

“다음에 뵙도록 할게요. 아마도 며칠 뒤가 되겠네요.”

“그, 그때 뵐게요. 모, 몸조심하세요.”

유준은 인사를 하고 택시에 탔다. 택시는 유준을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의자에 몸을 맡기고 창밖을 바라보던 유준은 아까 소한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그의 모습을 보고 말을 들으며 유준도 느끼는 게 많았다. 헌터가 되면서 했던 다짐.

그 다짐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유준은 조용히 창밖을 응시했다.

집으로 돌아온 유준은 일단 선물부터 전부 꺼냈다. 그리고 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비싼 옷이라 그런지 뭔가 달라 보였다. 아니면 그냥 기분 때문에 달라 보이는 건지.

그러던 유준은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좁은 원룸.

돈도 있었고, 자격도 충분했다. 유준은 던전 공략이 끝나고 나면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30평이면… 충분하려나.’

유준은 조금 더 욕심을 내서 4~50평대의 아파트를 떠올렸다.

고민할 시간?

많았다.

미소를 지으며 유준은 컴퓨터를 켜기 시작했다.



* * *



며칠이 지났다. 그사이에 롤 모델 클랜에서 문자로 던전 공략 용병으로 선발이 되었다는 문자가 날아왔기에 출전 당일이 되자 유준은 아침 일찍 눈을 떴다.

든든하게 아침을 챙겨 먹고, 인벤토리를 열어 짐을 확인하는 유준.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한 비상식량까지 완벽하게 챙긴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인벤토리를 닫았다.

‘포션이 좀 아쉽네.’

갑자기 메인 퀘스트가 뜰 줄은 몰랐기에 HP, MP 물약을 많이 사놓지 않았다. 때문에 양이 크게 많지 않았기에 유준은 그 점이 아쉬웠다. 물론 부족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유준은 집을 나섰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일산으로 향했다.

던전이 있는 1세대 사냥 구역은 현재 롤 모델 클랜과, 그들을 응원하러 온 사람들, 그리고 용병들과 구경을 하러 온 다른 헌터들, 또는 이곳에서 사냥을 하는 헌터들, 마지막으로 그 모습을 찍기 위해 모인 기자들로 인해서 엄청나게 붐비고 있었다.

군인들은 혹시라도 불상사라도 생길까 나서서 인원을 통제하고 있었다. 헌터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민간인들을 통제하고, 던전 공략과 관련이 없는 헌터들을 입구로 보내는 등 여러 통제를 도맡아서 해주었다.

유준은 수많은 인파를 뚫고 군인에게 신원을 검사한 뒤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쪽에 있는 클랜 관계자에게 헌터증을 내밀자, 확인을 한 뒤 그는 친절하게 말했다.

“용병으로 참여하셨군요. 저쪽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유준은 용병들이 기다리는 장소로 향했다. 그곳으로 향하면서 유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자들은 롤 모델 클랜의 공격대를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또한, 곳곳에 유준도 알고 있는 익숙한 얼굴들이 잔뜩 보였다.

“오빠! 여기 좀 봐줘요!”

“누나! 조심하세요!”

스타 헌터들의 팬덤은 흡사 아이돌 가수의 팬덤을 보는 것처럼 이른 아침부터 상당히 열광적이었다.

그 상황에서 기자들은 롤 모델 클랜의 모습을 담기도 바빴지만, 롤 모델 소속의 스타 헌터들의 인터뷰를 따보려고 소리를 지르거나, 그들의 모습을 담기에 바빴다.

‘저 사람도 왔네.’

스타 헌터 중에서는 예전에 유준이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자주 찾아보던 헌터도 있었다. 영상으로만 보던 사람을 실제로 보자 뭔가 신기했지만, 영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거드름을 피운다든지, 팬들이 아무리 추파를 보내도 호응조차 하지 않는다던지. 상당히 거드름을 피우며 오만을 떨었다. 아니면 레이드를 해야 하니 감정 기복을 느끼지 않기 위해 그러는 걸 수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크게 강해 보이지 않아.’

롤 모델 클랜 소속 스타 헌터들의 등급은 모두 A등급이다. 헌데 유준이 느끼기에 그들은 크게 강해 보이지 않았다.

현재 유준의 레벨이 80이 되고, 힘이 강해진 만큼 유준은 이제 어느 정도 상대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보다 강하거나 비슷한 힘을 갖고 있다면 아예 느끼지 못하거나 제대로 파악이 불가능하겠지만, 자신보다 약한 상대는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했다.

이 말은 스타 헌터들의 힘은 유준보다 아래라는 소리였다. 물론 그들이 기세를 전부 드러내지 않아서 자세한 힘의 파악은 어렵다. 하지만 유준은 그들이 자신보다 강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만이 아니었다.

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이제는 이런 생각도 하네.’

새삼 유준은 자신이 강해졌다는 게 실감이 났다. 동경하던 이들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으니.

잡생각을 하며 유준은 어느새 용병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

용병들의 분위기는 고요했다. 새 용병이 나타나든 말든 별로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유준은 기세를 드러내 그들에게 딱히 관심받을 생각이 없었기에 조용히 탈의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