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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쇼핑(2)





칩을 구매한 뒤, 유준은 명품관으로 향했다. 생애 명품관이라는 곳을 처음 가보기 때문에 뭔가 긴장까지 됐다.

안으로 들어가자 깔끔하게 전시된 명품들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멋스럽게 펼쳐졌다. 유준은 천천히 움직이며 주변을 구경했다.

명품관이라고 그런지 인테리어도 무척이나 고급스러웠다. 유준은 일단 가까운 매장부터 들어갔다.

“안녕하…….”

인사를 하려던 직원은 유준의 옷차림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이에 유준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무시를 넘어서 싸늘하기까지 했다. 유준은 꿋꿋이 매장을 살폈다. 여성용 가방과 옷을 판매하는 명품 브랜드의 매장이었는데, 직원은 또 다른 한 명의 직원과 같이 유준을 보며 속닥거렸다.

흉을 보는 듯했다.

그때 한 명의 여성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상당히 차려입고 명품 가방을 들고 있는 젊은 여성이었는데, 그녀가 들어오기 무섭게 두 명의 직원은 두 손을 모으고 친절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두 직원은 환한 미소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끼고 팔짱을 낀 채 클러치 백을 들고 있었는데, 직원들에게 신상으로 생각되는 명품을 물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예. 콜록!”

“차라도 한 잔 드릴까요?”

기침하자 바로 움직이는 직원. 정말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감동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서비스였다.

그 와중에도 유준은 없는 사람을 취급하듯, 아예 신경도 쓰고 있지 않았다.

이윽고 한 직원은 하얀 장갑을 끼고 제품을 여성의 앞에 내왔다.

“알고 계시겠지만 이 제품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아서 품절 대란이거든요. 지금 저희 매장에도 블랙 컬러 딱 두 점 남았…….

유준은 알아듣지도 못할 설명을 속사포로 쏟아내는 직원. 이에 또 다른 직원이 유준을 슬쩍 응시했다.

안 가고 뭐하냐는 눈빛이었다

이에 유준은 이를 악물고 가방들을 살폈다. 어차피 이곳 매장에 들어온 이유는 어머니의 선물을 사기 위해서였다. 유준은 가격 따지지 않고 가장 고급스러워 보이고 예쁜 물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주세요.”

유준의 말에 두 직원이 잠시 유준을 응시했다. 그녀들은 ‘뭐야?’라는 눈빛이었는데, 유준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거 주시라구요.”

성큼 성큼 움직여 유준은 꽤 예쁜 가방 하나를 더 가리켰다.

“이것도 함께.”

유준의 태도에 두 직원은 당황한 듯했지만, 한 직원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저… 손님. 고가의 제품들인데, 괜찮으시겠어요?”

“이 지갑도 예쁘네요. 이것도 함께.”

유준은 그렇게 가방 두 개, 지갑 한 개를 골랐다. 이에 직원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유준을 응시했다. 하지만 일단 고객이 달라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총 1100만 원인데, 결제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직원은 건방지게 말을 건넸다. 그리고 유준은 그런 직원을 노려보며 지갑을 꺼내 헌터증을 넘겼다.

헌터증은 카드로도 이용이 가능했는데, 본인 계좌와 연동이 되어 한도 없이 이용이 가능했다.

비록 C급이지만 받은 카드가 헌터증임을 알자 직원은 순간 입을 벌렸다. 고객의 외형만 보고 판단을 잘못해서 무례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할부는 어떻게…….”

“할부 기능이 없는 카드입니다.”

다른 고객과 또 다른 직원은 무슨 일인가 싶어 유준과 직원이 있는 쪽을 응시했다. 이윽고 또 다른 직원이 그들에게 다가왔고, 헌터증으로 계산을 하는 직원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죄, 죄송합니다.”

자신들이 무례했던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직원은 즉시 고개를 숙였다. 다른 직원도 유준에게 헌터증과 영수증을 넘겨주며 고개를 숙였다.

유준은 그 모습에 더욱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아무것도 모르고 외형만 봤을 때는 손님 취급도 안 하고 오만을 떨더니,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자 이렇게 다른 대우를 해준다는 게 웃겼다.

“…….”

헛웃음을 지으며 유준은 그것을 들고 매장을 나섰다. 이에 직원들이 빳빳했던 고개를 숙였고, 유준은 고개를 돌려 그들을 한 번 노려본 뒤에 걸음을 옮겼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머니 줄 선물을 사려고 했으나 조금 무리를 해버렸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돈에 비해서 무리도 아니었고, 이제는 돈을 충분히 버는 만큼 쓸 때는 쓰자는 생각으로 고개를 돌렸다.

남성용 명품 시계 매장이 보였다. 유준은 짐을 덜렁덜렁 들고 그곳으로 향했다. 인벤토리에 넣고 싶었지만 또 무시를 당할까 봐 그냥 그대로 들고 갔다.

예상대로 물건을 잔뜩 산 채로 다가오자 시계 매장 직원은 고개를 바싹 숙였다.

“저… 시계 좀 보려고 하는데.”

“누가 착용하실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버지요.”

유준은 시계를 보자마자 바로 아버지를 떠올렸다. 어머니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계신 아버지에게는 낡은 시계가 하나 있었다. 유일한 명품 시계라서 매일 그것만 차고 다니셨는데, 항상 볼 때마다 바꿔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때는 능력이 되지 않아 못 바꿔 드렸지만, 이제는 상이 다르다. 유준은 아버지에게 제법 잘 어울릴만한 시계 하나를 골랐다.

“그건 이번에 신상으로 나온…….”

직원이 설명을 했지만 유준은 귀담아 듣지않았다.

“이걸로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유준은 이렇게 된 거 자기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에게도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동안의 일을 잘 이겨낸 자신에게 주는 상.

가격 상관없이 유준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시계 하나를 골랐다.

“총 2000만 원입니다.”

아버지의 시계가 1300만 원, 유준의 시계가 700만 원이었다. 아까는 화가 나서 결제했다지만, 이제는 냉정한 마음으로 결제를 하자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두렵기도 하면서, 통장에 많은 돈이 남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기도 하면서, 지금의 이 상황이 어색하기도 했다.

‘이 정도쯤이야.’

그동안 번 돈도 있고, 앞으로 벌 돈도 있는데 유준은 배포를 크게 갖자고 다짐했다. 돌아다니면서 유준은 의류 매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티셔츠 두 장과 셔츠 두 장, 바지 한 장을 구매했다.

구입한 옷으로 갈아입고, 시계까지 차자 유준은 생전 처음으로 입어보는 명품 옷에 기분이 아리송했다. 옷은 명품이었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명품이라고 딱히 다를 것도 없네.’

뭔가 허망한 기분도 살짝 느껴졌다. 이 옷차림이 뭔데 사람을 이렇게 만든단 말인가.

‘결국 이게 현실인가.’

헌터 세계에도 강자가 모든 선망의 눈빛을 받듯이, 사회도 똑같았다. 돈 있는 놈이 결국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대우를 받는 것이다.

유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마인드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앞으로 자신이 되고자 하는 헌터와도 어울리지 않는 마인드였고.

생각을 마친 유준은 동생 선물로 뭘 살지 고민하다가, 신발을 하나 사주기로 결정했다.

그는 즉시 명품관을 나왔다. 그리고 신발 브랜드 매장을 찾아가서 요즘 유행하는 운동화를 추천받았다. 나중에 가까운 매장에서 교환이 될 수 있도록 카드를 받은 뒤, 그는 구입한 선물들을 모두 인벤토리 안에 넣었다.

‘곧 찾아가야지.’

승급을 한 뒤에 가족들에게 찾아갈 생각이었기에, 유준은 벌써부터 그 날이 기다려졌다. 산 선물들을 얼른 전해주고 싶었다.

‘이제 헌터 마켓으로 가볼까.’

유준은 백화점을 나왔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헌터 마켓으로 향했다. 헌터 마켓은 백화점과 비견될 정도로 큰 건물이었다.

헌터 마켓의 입구에는 많은 사람이 드나들고 있었는데, 그들은 전부 헌터였다.

민간인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입구에서 헌터증을 검사하는 것으로 민간인과 헌터를 구별해서 출입을 시켜주고 있었다.

유준은 택시에서 내려 입구로 향했다.

“잠시 멈춰 주시겠습니까?”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마켓의 보안팀 직원이 다가왔다. 유준은 헌터증을 보여줬고,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기계로 감식을 진행했다.

“헌터 마켓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인사를 받으며 유준은 마켓 안으로 진입했다. 마켓 내부에는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유준은 일단 헌터 마켓 안내도부터 확인했다.

헌터 마켓은 각 층마다 취급하는 물품이 달랐다. 애초에 헌터 마켓이라는 게 헌터와 관련된 물품들, 장비부터 시작해서 회복 물약 같은 헌터와 관련된 모든 물품을 파는 매장이라고 보면 됐는데, 제법 체계적으로 판매를 하고 있었다.

일단 1층은 전투 슈트를 팔았다. 많은 전투 슈트들이 종류별로, 그리고 재질별로 나뉘어져 전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외의 장비는 없었고, 높은 등급의 헌터들은 보이지 않았다.

보통 C급 이하의 헌터들이나 전투 슈트를 착용하지, B급 이상부터는 대다수가 아티팩트나 따로 제작한 장비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간혹 B급 이상의 헌터 중에서 전투 슈트를 선호하여 본인이 직접 좋은 재료로 주문 제작을 하기도 했지만, 그건 예외의 경우였다.

2층은 장비를 판매하는 구간이었다. 각종 장비가 가득했는데, 무기부터 시작해서, 방어구, 그리고 악세사리까지 다양했다.

각 무기마다 종류가 나뉘어져 있었고, 등급과 가격도 나뉘어져 있었다. 방어구와 악세사리도 마찬가지였다.

3층 역시 장비 매장이었다. 2층에 모두 수용하기에는 장비의 양이 너무 많았다.

4층도 마찬가지였고, 5층은 다른 잡다한 물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유준은 일단 2층으로 올라갔다. 현재 자신에게 전투 슈트는 전혀 필요가 없었다. 반지와 무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위의 장비들이 전부 매직 등급의 장비였기에 전투 슈트 따위는 착용할 이유가 없었다.

2층으로 올라온 유준은 장비들을 구경했다. 정말 별 장비들이 다 있었다.

‘활인가?’

유준은 메카르의 뼈와 힘줄로 만들어진 활을 들어보았다. 뼈 자체가 탄성이 제법 있는지 줄을 당기면 휘었다. 줄도 상당히 단단하고 탄성이 좋아서 굉장히 좋은 위력을 낼 것 같았다. 아티팩트는 아니지만, 정말 좋았다.

애초에 부산물을 다룰 수 있는 존재는 이능력자 이외에는 불가능하다. 그들 역시 헌터였고, 전투만 하지 않을 뿐이지, 미라클을 이용한 대장 기술로 이러한 장비를 만들어 ‘블랙 스미스’라는 명칭을 갖고 있었다.

그들만이 만들 수 있는 장비였기에 아티팩트가 아니더라도 장비의 값은 상당히 비쌌다.

‘등급이 과연 어떻게 나올까?’

호기심이 일었던 유준은 활의 옵션을 확인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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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가 만든 단단한 활] 등급 : 일반

공격력 : 300.

내구도 : 80 / 80.

옵션 : 없음.

블랙 스미스 김철수가 만든 활이다.

2세대 메카르인 미럭의 뼈와 힘줄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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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물품은 등급이 소프트의 장비와 다르게 나왔다. 유준은 쓸 만하다고 생각하며 활을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혹시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때 한 직원이 유준에게로 다가와 예의 있게 인사를 건넸다.

“아뇨. 딱히…….”

유준은 목 언저리를 긁으며 자리를 떴다. 건방진 것도 별로였지만, 과한 대접도 익숙하지 않았기에 부담스럽고 어색했다.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으나, 왠지 편하게 아이 쇼핑을 못 할 것 같아 유준은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그러다 유준은 해체용 단검들이 나열된 진열대 앞에 멈춰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