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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솔로 레이드!(1)





일단 가까운 2세대 사냥 구역부터 탐색했다. 멀지 않은 곳에 2세대 사냥 구역이 있었는데, 헌터 사이트에서 그 내부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사냥 구역 내부의 지도였는데 어느 지역에 어떤 메카르가 분포되어 있는지 체크가 되어 있었다. 유준은 즉시 휴대폰을 컴퓨터로 연결해서, 정보를 옮겼다.

그리고 사냥하는 곳의 지형이라던 지, 출몰하는 메카르의 특성, 이외의 위험 사항 등 여러 가지의 정보를 검색했다.

어느 정도의 정보를 입수한 유준은 늦은 시각에 눈을 감았다. 늦은 시각에 잠에 들었지만, 유준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 뛰어난 육체 탓인지 피로감은 전혀 없었다.

유준은 택시를 타고 사냥 구역으로 향했다. 전투를 시작하면 긴장이 사라지겠지만, 지금은 긴장이 됐다. 사냥 구역에 도착한 유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1세대 사냥 구역과 확실히 달랐다.

일단 군인들이 없었다. 1세대 메카르는 화기로도 살상이 가능했기에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지만, 2세대 메카르에겐 통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대신 헌터 협회 소속의 헌터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의 등급은 크게 높아 보이지 않았지만, 적어도 최소한 타격은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게 헌터이니만큼 귀한 전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1세대 사냥 구역 주변에는 상권이 크게 발달 되어 있지 않았다. 헌데 그곳보다 더욱 위험하다고 볼 수 있는 2세대 사냥 구역 주변에는 상권이 제법 발달 되어 있었다. 깔끔한 외관을 가진 목욕탕 건물도 여러 개가 있었고.

사냥 구역을 둘러싸고 있는 벽도 차원이 달랐다. 훨씬 높고 두꺼웠다. 또한, 벽의 뒤쪽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각종 고급 차들이 즐비했다.

“…….”

눈을 조금만 돌려도 B급의 헌터들이 보였으며 간혹 A급의 헌터들도 보였다. 그들의 장비는 모두 눈이 돌아갈 만큼 좋은 장비는 아니었지만, 전부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유준은 일단 탈의실로 들어가 장비부터 불러왔다.

상승하는 능력치.

심지어 이번에 새로 얻은 유니크 반지로 인해 MP가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유준은 탈의실을 나와 인벤토리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GPS 연동도 잘 되어 있었고, 인터넷도 잘 터졌다. 유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스킬 패드와 물약 패드마저 정비를 한 뒤, 걸음을 옮겼다.

두근, 두근.

긴장이 됐다. 이미 실력에 대해 증명은 됐고, 사냥도 무리 없이 잘 진행이 되겠지만, ‘혹시’라는 단어가 있다.

그 ‘혹시’라는 것 때문에 유준은 긴장이 됐다.

1세대 사냥 구역과 마찬가지로, 출입을 하려면 입구 주변의 상황실 건물로 들어가 컴퓨터로 출입 일지를 작성해야 했다. 수십 대의 컴퓨터가 있었지만, 남는 자리가 없었다.

대부분 수십 명이 속해 있는 공격대의 관계자가 사용하고 있는 터라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이윽고 컴퓨터 앞에 앉은 유준은 출입 일지 기록을 빠르게 마친 뒤, 상황실을 벗어났다. 입구 근처에는 많은 헌터들이 있었고, 자신의 차례가 되자 헌터는 유준의 헌터증을 가지고 태블릿을 이용해 출입 기록을 확인했다.

“응?”

헌터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유준의 뒤를 살폈다.

“혹시 홀로 출입 신청을 하신 겁니까?”

“네. 뭐 문제라도…… ?”

“…….”

협회 소속 헌터는 어이가 없었다. 홀로 2세대 사냥 구역에 들어가다니. 그것도 B급이나 A급도 아닌 겨우 C급 따위가.

심지어 조회된 기록으로 보면 헌터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초짜 중의 초짜였다. 헌터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은 장난이나 호기심으로 들어갈 곳이 아닙니다. 목숨이 달린 사냥터입니다. 안전에 만전을 기해 주십시오.”

“출입에 제한이라도 있는 건가요?”

알아본 바로 출입의 제한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B등급의 헌터가 이용하는 것도 암묵적인 불문율이지, 정해진 규칙은 아니다.

“그건 아니지만…….”

협회 헌터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헛된 죽음을 막아야 했지만 명분이 없었다. 심지어 유준의 뒤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벌써부터 속출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위험에 빠지실 것 같으면 바로 이쪽으로 도망 오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안쪽으로 들어온 유준은 주변을 살폈다. 안전지대가 있었고, 그 밖에는 소수의 협회 소속 헌터들과 각종 헌터들이 즐비했다.

1세대 사냥 구역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 그곳에는 안전지대 안쪽으로 군인들이 있었지만, 이곳에는 그저 감시와 경계를 위해 소수의 협회 헌터들만 곳곳에 존재했다.

휴대폰으로 지도를 보며 유준은 바리케이드를 넘었다.

몇몇 헌터들은 유준을 이상한 눈으로 응시했다. 간혹 A등급의 헌터가 홀로 사냥을 하기 위해 진입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러기엔 유준의 장비가 너무 허접했다. 한참 동안 걸음을 옮기자 헌터들의 숫자가 줄었다. 유준은 계속 휴대폰으로 지도를 보며 걸음을 옮겼다.

유준은 자신이 사냥할 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 한 개의 공격대가 보였는데, 아무래도 방금 사냥을 마친 듯, 메카르를 해체하고 있었다.

“저기요!”

그들 중 한 명이 유준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왜 혼자 다니시는 겁니까?”

보통 헌터라면 이렇게 묻지 않는다. 혼자 다니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하기 마련이다. 아마도 평소에 오지랖이 무척 넓거나, 자기 나름대로의 프라이드가 있는 사람 같았다.

그는 유준에게로 천천히 걸어왔다.

-크르르르.

그가 다가오는 걸 보며 뒤통수를 긁적이던 유준은 자신의 옆을 보았다.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에서 한 메카르가 걸어 나오고 있었는데, 유준에게는 태어나서 홀브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맞이하는 2세대 메카르였다.

생김새는 무척이나 험악했다. 4족 보행을 했고, 온몸에는 가시가 돋아나 있었다. 꼬리는 없었고 몸길이만 2M가 넘었다. 전체적으로 가시 달린 두더지 같았는데, 입 주변에 칼날과도 같은 이빨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와 있어 혐오감을 불러왔다.

인상을 찡그리며 유준은 양날 도끼와 메이스를 강하게 말아 쥐었다.

두근, 두근.

긴장으로 인해 심장이 떨렸지만, 이제는 긴장이 아닌 흥분으로 인해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어이! 당장 도와줘!”

헌터는 즉시 자신의 동료들을 불렀다. 그는 홀로 다니는 유준이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 마리라면 괜찮을지 모른다. 최하위의 메카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마리의 메카르가 동시에 나타났기 때문에 헌터는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다가왔다.

꽈앙!

그때, 유준의 발밑이 움푹 파이며, 한순간에 고무공처럼 몸이 튀어나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메카르의 머리에 양날 도끼를 찍어버렸다.

쐐액!

빠각!

푸화학!

단숨에 쪼개지는 머리통. 진격 스킬에 의해 메카르는 그대로 즉사해버렸다.

유준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즉시 당황하는 또 한 마리의 메카르에게 쇄도하여 즉시 참격을 사용했다.

빠가각!

푸화학!

머리통이 부서져 단숨에 죽어버리는 메카르!

한순간에 두 마리의 메카르들이 사망했고, 남은 한 마리는 유준의 뒤를 노리며 돌진했으나, 유준은 예측했다는 듯 몸을 돌리며 메이스를 휘둘렀다.

-크와아앙!

머리통에 메이스를 얻어맞은 메카르는 그대로 옆으로 몸을 굴리며 쓰러졌다. 유준은 그대로 따라가 양날 도끼를 그대로 내려찍었다.

쐐액!

빠각!

“…….”

유준을 도와주려고 했던 헌터는 말을 잃어버렸다. 도와주려고 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선의가 오지랖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유준은 그에게 슬쩍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메카르의 사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즐겁다.’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즐거움이 확연히 느껴졌다.

죽이는 게 즐거운 게 아니라, 전투가 즐거웠다.

‘전직의 효과인가?’

투사에서 투귀가 되면서 생긴 효과.

이러다가 유준은 전투에 미친 놈이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됐지만, 고개를 흔들어 잡생각을 흩어버렸다.



* * *



“들어 올려!”

무너진 실험실의 지반. 그곳 주변에는 협회 소속 헌터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그들은 모두 양손을 뻗었다. 그들의 손에서 무형의 기운이 흘러나왔고, 무형의 기운은 지반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들 모두는 똑같은 능력을 갖고 있었는데, 그 능력은 가장 흔하지만 강력하기도 한 염동력이었다.

반투명하고 일그러진 모습의 기운들이 무너져 내린 지반 일부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게 반복되자 이내 무너져 내린 실험실의 내부가 드러났다.

실험실의 내부는 엉망진창이었다. 폭발로 인해 내부가 완전히 통째로 날아가 버렸고, 심지어 남은 것들도 무너진 지반으로 인해 전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망가져 있었다. 멀쩡한 건 흙에 반쯤 파묻혀 있는 홀브의 사체뿐이었다.

“일단 흙들도 조심스럽게 들어봐. 아래 깔린 메카르 사체는 부검을 해야 하니 조심히 다루고.”

현장 총지휘관은 바쁘게 이곳저곳으로 움직이며 소리쳤다. 이윽고 염동력을 쓰는 헌터들이 사체들을 모두 바깥으로 빼냈다. 커다란 홀브를 빼낼 때는 다른 헌터들이 짤막하게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크긴 크네.”

어떻게 이게 한낱 홀브란 말인가. 헌터들은 저마다 혀를 내둘렀다. 그때였다. 총지휘관의 옆으로 한 남성에 헐레벌떡 뛰어오기 시작했다. 이에 총지휘관은 무슨 일인가 싶어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왜?”

“오, 오셨습니다.”

“누가?”

“보, 본부장님. 본부장님이 오셨습니다!”

“뭐? 그걸 왜 이제 말해!”

“지, 지금 오셨습니다. 저희도 오시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현장 총지휘관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 남성이 뛰어 왔던 곳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두 남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키 190㎝와 늘씬하고 긴 다리와 긴 장발의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20대 후반의 외모를 가진 남성과 그저 평범한 30대 중반의 남성이 함께 걸어오고 있었는데, 총지휘관은 즉시 큰 키를 가진 남성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이, 이곳에는 어쩐 일로…….”

어느새 주변의 모든 헌터들은 본부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본부장. 사실 30대 후반의 나이를 가졌지만 외모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그는 대한민국 헌터 협회의 본부장이기도 하지만, 그는 또 다른 타이틀로 유명했다.

대한민국에 단 세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S등급의 헌터, 강성우!

육체형 헌터로, 전투를 할 때 발기술을 사용해 많은 사람에게 동경을 받고 있는 존재였다. 다른 S등급의 헌터들과 달리, 클랜에 소속되지 않고 협회 소속으로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까지 손에 쥔 남성!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남성!

그가 바로 강성우였다.

헌터들은 모두 작업을 중지하고 즉시 고개를 숙였다. 그만큼 강성우의 위치는 협회 안에서 절대적이었다. 심지어 대한민국 헌터 협회의 협회장보다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정도라는 말도 나오곤 했으니. 그의 영향력은 대한민국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알고 있었다.

“작업들 하세요.”

강성우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며 명령했다. 이에 헌터들은 즉시 작업을 재개했다. 전보다 더욱 열심히, 더욱 열정적으로! 마치 지금의 작업이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는 일인 것처럼 그들은 강성우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움직였다.

강성우는 홀브의 사체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쭈그리고 앉아 홀브의 사체를 살폈다. 현장 총지휘관은 그를 따라다니다 그가 사체를 보자 즉시 입을 열었다.

“방금 갓 꺼낸 사체입니다. 평범한 홀브들과는 전혀 다른 근골격계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증언에 따르면 조종…….”

“그 점은 보고를 받았기에 이미 알고 있습니다. 굳이 설명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성우의 옆에 있던 남성, 매니저는 웃으며 말을 끊었다. 이에 총지휘관은 머쓱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한참 동안 사체를 보던 강성우는 커다란 홀브의 사체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보다 굳은 표정으로 사체를 살폈고, 이내 사체를 만져보았다.

질이 다른 단단함. 가죽도 단단했고, 근육도 단단했다. 보통의 홀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매니저.”

“예. 본부장님.”

“내일 스케줄 뭐가 있지?”

“내일은 딱히 없습니다. 다만, 협회장님과의 식사가 있습니다.”

“캔슬 해라. 다른 일이 생길 것 같다.”

“…… 알겠습니다.”

매니저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무려 협회장과의 식사 약속임에도 강성우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표면상으로 최고의 권력을 가진 협회장과의 식사 약속을 가볍게 취소하는 강성우의 모습을 보며 총지휘관은 침을 삼켰다.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헌터 협회의 최고 권력자나 마찬가지인 강성우의 권력이 다시 한번 피부로 와 닿았다.

“그럼… 마무리 잘 해주시고, 사체는 꼭 안전하게 협회 본부로 이송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당연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안전하게 이송 하도록 하겠습니다!”

강성우는 총지휘관과 악수를 하며 은은한 미소를 지은 뒤, 걸음을 옮겼다. 매니저가 그를 뒤따랐고, 총지휘관은 일을 끝내고 사라지는 강성우의 뒷모습을 보며 안도감의 한숨을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