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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패시브 스킬(2)





유준은 메이스로 거대 홀브의 다리를 후려쳤다. 놀랍게도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만큼 가죽이 단단하다는 소리였다.

쐐액!

콰앙!

빠각!

거대한 홀브는 동작이 굼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온몸의 근육들이 살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속도도 무척이나 빠르고 탄력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거대 홀브는 땅을 타고 다가와 땅에서 가시를 솟구치게 해 공격하는 대장에게 즉시 주먹을 날렸다. 이에 대장은 기겁하며 재빨리 땅에서 벽을 만들어내 막아냈다. 물론 벽은 너무나도 쉽게 산산조각 났지만, 그 틈에 대장은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유준은 그 틈에 참격을 사용해 거대 홀브의 몸을 갈랐다. 하지만 거대 홀브는 그 단단한 가죽으로 인해 피해를 그다지 입지 않았다.

퍼억!

콰득!

유준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공격하다가 집중력이 흐트러진 순간, 거대 홀브에게 얻어맞고 벽에 그대로 박혀버렸다. 유준은 이를 악물고 HP 물약을 사용했다. 단 한방이었는데도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물약을 사용하기 무섭게 유준은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콰앙!

유준이 있던 자리로 도약한 거대 홀브가 벽에 부딪히며 먼지를 일으켰다. 유준은 공동의 벽을 두부처럼 뭉개버린 거대 홀브의 위력에 온몸의 털이 곤두섬을 느꼈다.

“잠시만 상대해줘요!”

A등급의 헌터는 뭔가 큰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지 멀리서 유준에게 부탁을 했다. 유준은 이를 악물었다. 그때 유준은 배 언저리가 따스해지는 걸 느꼈다.

“힐?”

유준은 고개를 빠르게 돌렸다. 놀랍게도 소한이 유준에게 힐을 주고 있었다. 이미 물약을 먹어서 완치되었지만, 소한은 그사이에 힐을 줬던 것이다.

유준은 이를 악물었다. 거리가 가깝긴 했지만, 소한에게는 위험한 거리였다. 그때 어그로가 튄 거대 홀브가 소한에게 뛰어들며 주먹을 뻗었고, 유준은 다급히 진격을 사용해 땅을 박차며 다가오는 홀브의 주먹을 후려치며 몸으로 소한을 밀었다.

퍼퍽!

콰쾅!

콰드득!

“크학!”

유준은 그대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거대 홀브는 그런 유준에게 다가가 다시 한 번 주먹을 휘둘렀고, 유준은 그 모습에 자연스럽게 과거를 떠올렸다.

동생이 죽고 자신마저 먹힐 상황이었던 상황. 그때와 비슷하진 않지만, 그때처럼 가만히 죽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는 건 같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유준의 귓가에서 삐-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두통이 생겼다.



[투신의 기회가 발동합니다.]



안내음과 동시에 홀브의 주먹이 급속도로 느려졌다.

‘응?’

유준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투신의 기회. 극도의 회피율을 얻게 해주는 패시브 스킬의 발동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즉시 몸을 비틀어 가까스로 홀브의 공격을 피해냈다.

콰아앙!

스킬이 풀림과 동시에 홀브의 주먹은 자연스럽게 벽을 파고 들어갔다. 유준은 재빨리 HP 물약을 먹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시 홀브의 발이 날아왔다. 그때 다시 스킬이 발동되었고, 홀브의 발이 느리게 다가왔다.

물론 유준의 몸도 똑같이 느려진다. 다만, 똑같이 느린 상태에서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지 알 수 있었기에 유준은 허공을 향해 진격을 사용했다.

꽈앙!

비록 허공에 공격을 해야 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크와아아아!

홀브는 다시 유준에게로 다가왔다. 유준은 침을 삼켰다.

스킬의 발동조건. 진짜였다. 목숨이 위험할 때 발동이 된다는 것이 사실이었다. 나중에 가서는 이것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한다면, 여벌의 목숨은 물론이고 상당한 능력을 얻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유준은 주먹을 말아 쥐었다.

마음대로 조종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빠르게 다가오는 홀브. 한번 위기를 겪으니, 유준의 정신은 더할 나위 없이 차가워졌다. 그리고 흥분감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꽈앙!

스각!

유준은 다시 한 번 진격을 사용했다. 그리고 몸을 낮춰 슬라이딩을 하듯 홀브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동시에 홀브의 사타구니를 후려쳤다.

미라클이 폭사 되며 홀브의 사타구니에 깊은 자상이 남았고, 홀브는 몸을 비틀거렸다. 유준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홀브의 뒷목을 향해 점프를 하며 참격을 사용했다.

콰지직!

-크와아아아아!

예상보다 너무 큰 데미지가 들어갔다. 바닥으로 떨어지며 유준은 즉시 백스텝을 밟았다. 조금 전의 공격,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큰 데미지였다.

‘치명타?’

투신의 손길로 인해 치명타 확률이 20%가 상승한 상태였다. 그러니 크리티컬이 터졌다면 말이 됐다.

뒷목에 깊은 자상이 남았기에 거대 홀브는 뒷목을 붙잡고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때 기술을 완성한 공격대장이 즉시 공격을 날렸다. 사방에서 가시들이 튀어나오며 홀브의 전신을 때렸고, 거대 홀브는 정신없이 얻어맞았다. 이때 다른 홀브들을 모두 제압한 원거리 딜러들이 거대 홀브에게 공격을 퍼붓었고, 거대 홀브는 그대로 넝마가 되어 비틀거렸다.

유준은 그 틈에 점프를 하며 다시 한 번 참격을 사용했고, 유준의 배틀 액스는 이미 상처로 가득한 홀브의 머리 상처들 중 한 곳에 그대로 파고들었다.

콰지직!

쿠웅!

거대 홀브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절명했다. 육중한 몸뚱이가 그대로 쓰러지고, 유준은 배틀 액스를 머리에서 빼냈다.

그 전엔 싸움을 마쳤을 때도 이렇게 크게 지치진 않았는데, 지금은 유난히 힘들고 피로했다.

“잠깐! 모두 여길 보십시오!”

헌터들 중 한 명이 컴퓨터 근처로 다가가더니 소리쳤다. 이에 몇몇 헌터들이 그곳으로 향했고, 그들 중 한 명이 또 소리쳤다.

“모두 빨리 나가세요! 삼분 뒤에 폭발합니다!”

삼분 뒤에 이곳이 폭발한다는 말을 하며 그들은 달려나갔다. 유준 역시 마찬가지로 달려나갔고, 유준은 지척에 있는 스펠형 헌터 한 명을 둘러업었다. 그는 소한이었다. 몸도 가벼웠기에 쉽게 둘러업었고, 그들은 아슬아슬하게 계단을 모두 오를 수 있었다.

쾅! 콰콰콰콰쾅!

위로 올라온 그들은 갑자기 그들 뒤편의 땅이 주저앉기 시작하자 멍하게 그것을 바라보았다. 유준은 소한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인벤토리에 두 무기를 그대로 넣었다.



[퀘스트를 완료 하셨습니다.]



유준은 조용히 퀘스트 창을 열었다. 수행 가능이라고 적힌 퀘스트는 뜨지 않았다. 자정이 넘어야 뜰 예정인 듯했다.

“도, 도대체 이게 다 뭐야.”

한 헌터가 조용히 읊조렸다. 그들 입장에서는 무척 충격적인 사건인 듯 다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홀브가 일반 홀브보다 더욱 강화가 되어 있고, 심지어 그걸 조종한다. 또한, 홀브 중에서도 엄청나게 강화를 시킨 놈은 엄청나게 강한 힘을 지니고 있고. 헌터들은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

협회 관계자 역시 멍한 표정으로 무너져 내린 땅을 응시했다. 이건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내 선에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일이 더욱 커질 것 같았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이걸 알려야 했다. 하지만 일단 헌터들부터 수습해야 했다.

“일단 마을로 돌아가겠습니다!”

헌터들도 지금 이렇게 있으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한 명씩 정신을 차렸다. 간혹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헌터들도 동료 헌터의 터치에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두 해체를 해 주시길 바랍니다!”

협회 관계자의 말에 헌터들은 마무리 작업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2세대 메카르부터는 1세대 메카르와 달리 ‘미라클 큐브’라는 게 존재한다. 미라클 큐브는 사람이 사용할 수 없는, 이를테면 헌터들이 갖고 있는 미라클과 다른 성질이었지만, 다른 사용 용도가 많은 미라클이 들어 있는 작은 큐브였다.

미라클 큐브는 지금에 와서 석유나 가스를 제외한 또 다른 대체 에너지가 되었고, 거의 무한대로 얻을 수 있으며, 공해도 거의 나오지 않아 천연 에너지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작은 미라클 큐브 하나에 품고 있는 에너지는 제법 많았으며, 지금에 와서 미라클 큐브는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였다.

홀브는 부산물이 딱히 없었고, 미라클 큐브만 가치가 있었는데, 미라클 큐브의 크기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미라클 큐브는 머리 부분에 있었기에 유준도 시체 머리를 열어 미라클 큐브의 채취를 도왔다. 또한, 아까 처음에 길목에서 마주쳐서 싸웠던 홀브들도 모두 해체를 해서 미라클 큐브를 수거했고, 그들은 베이스캠프로 돌아가 적당히 휴식을 취하다 하산하기 시작했다.

하산을 하기 무섭게 협회 관계자들은 즉시 협회 측에 연락부터 취했다. 그리고 양구 읍내에 있는 소속 헌터들을 이쪽으로 불러들여 상황을 대충 설명한 뒤, 올려보냈다.

“헤드 캠의 칩을 모두 걷겠습니다.”

헤드 캠을 통해 부산물을 분배해서 부산물을 판 금액을 통장으로 넣어주기에 그들은 군말 없이 헤드 캠의 칩을 모두 건넸다. 그때 한 명의 헌터가 손을 들고 입을 열었다.

“아까 그 실험실에 관한 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건… 일단 그것에 대해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모두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협회 관계자는 오늘 있었던 실험실에 관한 부분은 함묵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함묵의 대가로 추가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부산물들이 그대로 깔려버렸으니, 그것에 대한 값도 어느 정도 계산해서 지급한다고 했다.

“그 실험실은 대체 뭡니까?”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때문에 협회 측에서는 대대적 조사를 취할 예정입니다. 일단 1차로 상황을 조금이라도 파악하기 위해 조사대를 올려보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에 대해서 함구만 해주시면 됩니다.”

어차피 헤드 캠의 칩을 냈기에 함구랄 것도 없이 조용히 묻히게 되겠지만, 보상금도 받고 했으니 헌터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협회와 마찰을 일으켜서 그들도 좋을 건 없었다.

“그리고 서유준 씨와 용병 공격대의 공격대장은 공로를 인정해 따로 추가금이 지급 될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들 인정하고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헌터들의 시선은 어느새 서유준과 공격대장에게 쏠렸다. 대부분의 시선은 유준에게로 쏠렸지만.

애초에 공격대장, 그는 A등급의 헌터로 알려져 있었으니, 큰 반전은 없었지만 유준의 반전이 너무 컸다. 그리고 그런 반전 속에서 큰 활약을 했고.

헌터들은 반발하지 않았다. 다들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어느새 그들이 유준을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나약한 C급 헌터가 아닌, A급 헌터와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 능력의 소유자로.

그때 협회 관계자가 불렀던 구급차가 도착했다. 급하게 치유 능력으로 임시 처방을 해놓은 부상자들은 먼저 구급차를 타고 이동했다. 이곳에 있는 치유 능력자들은 모두 지쳐있었기 때문에 힐 능력이 시원찮았기에 어서 내려가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또한, 사망자의 시체도 따로 옮겼다.

그들이 떠나고 나머지는 타고 왔던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자연스럽게 기존에 탑승했던 자리에 앉았다. 그러다 보니 유준은 자연스럽게 덕배와 함께 앉았다.

“자네 정말 대단하더군. 자네가 C급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유준도 자신이 이렇게 강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기에 그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뒤통수를 긁었다.

“승급 시험 한번 봐보세요. A등급은 따 놓은 당상 같은데.”

처음에 무시했던 다른 헌터들이 유준을 치켜세워주며 칭찬했다. 하지만 거짓이 가득한 아부가 아니라, 진심 어린 말이었기에 유준은 더욱 부담스러워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소한은 그런 유준을 멀리서 눈치를 보곤 했는데,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돌아가면서 덕배는 별로 말이 없었다. 한껏 허세를 부렸는데,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지니고 있으니. 창피했던 것이다.

유준의 기세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던 것도, 유준이 기세를 숨겼기에 그랬다는 것을 떠올리며 그는 많이 창피했는지 중간 중간에 헛기침을 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행동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모양이다.

이윽고 그들의 버스는 임시 막사에 도착했다. 그리고 헌터들은 오늘 본 것을 함구하겠다는 각서를 썼고, 이내 해산할 수 있었다. 유준은 일단 탈의실에서 장비를 해제한 뒤, 피로감이 가득한 얼굴로 근처 목욕탕으로 향했다. 그때 멀리서 덕배가 유준을 불렀고, 유준은 고개를 돌렸다.

“같이 가세나.”

유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멀리서 소한이 다가왔다. 유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고, 그는 고개를 숙였다.

“아, 아까는 가, 감사했습니다.”

이 말을 하려고 계속 눈치를 봤나 보다. 유준도 그가 눈치를 본다는 건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기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저야말로 감사했어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유준도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유일하게 용기를 내서 유준을 도운 사람이 아닌가. 자신들이 생존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도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유준 역시 그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만약에 HP 물약이 없는 상황이었다면, 그의 도움은 정말로 필요한 도움이었다.

“아, 아니에요. 제, 제가 할 말인데요.”

“샤워나 하러 가실래요?”

“그래. 자네도 같이 가지. 뭐 자네는 이 친구와 나에 비해 비교적 깔끔하지만 씻어야 하지 않겠는가?”

소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함께 목욕탕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