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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패시브 스킬(1)





헌터들은 갑작스럽게 튀어나가서 어마어마한 힘을 보여주는 유준에게 모두 경악했다. 동시에 덕배의 경악은 더했다.

겨우 C급 헌터에다가 초짜로 알고 있던 유준이 튀어나간 것도 놀라운데 저만한 힘을 보이다니.

하지만 그들은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었다. 다가오는 홀브들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서거걱!

콰지직!

유준은 양날 도끼와 메이스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홀브들을 학살해나갔다. 무기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홀브들은 최소 중상을 입었고, 유준은 자잘한 자상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공격을 하는 것에 집중했다.

말 그대로 종횡무진을 하는 유준!

헌터들은 각자 홀브들을 상대하면서도 유준의 실력에 감탄했다. 덕배를 비롯해 같은 조원들은 힐끔힐끔 유준의 활약을 바라보았다. C급의 헌터가 절대 보일 수 없는 움직임!

‘분명 C급 헌터였어.’

덕배가 느낀 기세는 분명 C급 헌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B급을 넘어선 기세를 보이지 않은가.

미라클의 양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저 기세 자체가 B급을 넘어섰다.

“흐아압!”

유준은 기합성을 내지르며 제법 몸집이 큰 홀브를 향해 점프했다. 그리고 메이스와 양날 도끼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으며 참격을 사용했다. 동시에 유준의 몸이 땅에 착했고, 홀브의 몸 반쪽은 엉망이 되어 있고, 반쪽은 거칠게 잘린 채로 피를 뿜었다.

‘두렵지 않아.’

완전히 느껴졌다. 정말 완벽하게 두렵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넘쳤다.

유준은 미친 듯이 홀브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착실하게 죽여나갔다. 그가 지나갈때마다 남는 것은 홀브들의 시체밖에 없었다. 2세대 메카르 중에서 개개인의 힘은 최하위라고 평가받는 홀브였지만, 집단의 힘으로 인해 상위권에 등극한 홀브들이다.

그런 홀브들의 집단에 뛰어들어 종횡무진하며 물리치는 유준의 힘은 모두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콰직! 콰직! 콰직!

서걱! 서걱! 서걱!

유준의 근처에는 홀브들의 몸이 피륙이 되는 소리밖에 울려 퍼지질 않았다. 홀브들은 유준을 보며 몸을 떨었다.

투신!

그들이 느끼기에 유준은 투신 같았다. 온몸에 피를 칠하고 끊임없이 상대의 목숨을 갈구하는 투신!

홀브들은 조금씩 유준을 피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홀브들의 숫자는 극히 줄어버렸고, 홀브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백 마리에 육박했던 홀브들은 백 마리도 남지 않은 채 도망을 쳤고, 협회 관계자는 망원경으로 상황을 보더니 즉시 소리쳤다.

“두 공격대만 추격을 하는 걸로 하고 나머지는 각자 맡은 구역으로 가서 기습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유준의 공격대는 즉시 원래 맡았던 구역을 향해 다가갔다. 그곳으로 가면서 유준은 많은 헌터들의 시선을 받아야 했다.

내리막길이었기에 그들의 속도는 제법 빨랐다. 속도가 느린 스펠형 헌터들은 육체형 헌터들이 업어서 데리고 갔다.

이윽고 맡은 구역에 도착하기 무섭게, 공격대장은 명령을 내렸다.

“원거리 딜러들은 울타리를 무너뜨리세요!”

원거리 딜러 중에서 스펠형 헌터들은 울타리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 이윽고 나무로 만들어진 울타리는 너무나도 쉽게 부서졌다. 그사이를 공격대가 쳐들어갔고, 안에서 전투 준비도 하지 못한 홀브들은 그대로 헌터들을 맞이해야 했다.

본래 홀브들은 무기를 사용한다. 자기들이 만든 조잡한 무기나, 죽인 헌터들에게서 습득한 무기들. 헌데 그런 무기조차 들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홀브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다.

그리고 공격대의 선두에서는 그런 홀브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는데, 중심에는 유준이 있었다.

콰지지직! 서거거걱!

유준은 참격 스킬을 아낌없이 썼다. MP 포션을 상당히 소모했지만, 아직 여유가 있었다. 어느새 근접 딜러들은 유준의 근처에서 유준을 서포트하기 시작했다. 유준을 중요한 전력으로 인정을 했다는 뜻이었다.

“저쪽으로!”

공격대장은 어느새 유준을 필두로 만들어진 무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유준은 즉시 그곳으로 향했고, 어느새 전투 준비를 마친 홀브들에게 진격을 사용하며 뛰어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홀브들은 단 한 마리도 빠짐없이 학살할 수 있었다.

우와아아아!

짜릿한 승리의 포효!

헌터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함성을 질렀다. 유준도 그중 한 명이었고, 두 개의 무기를 한꺼번에 들어 올리며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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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숨겨진 실험실을 폐쇄하자!]

강원도 양구의 홀브 서식지 근처에 숨겨진 실험실이 있다.

그곳을 찾아서 폐쇄하자.

보상 : 배터리 50% 충전. 유니크 뽑기권.

위치 : 터치.

수락 / 거절.

-수락까지 남은 시간 10초. 제한 시간 내에 수락하지 않으면 거절로 판명됩니다.

(거절 시 고통을 겪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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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은 즉시 수락부터 했다. 그리고 보상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유니크 뽑기권이라니. 하지만 의문인 게 ‘실험실’이라는 단어가 의문이었다.

‘확인해보면 알겠지.’

일단 유준은 위치부터 터치했다. 멀지 않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육안으로 확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이었다.

“서유준. 자네 도대체 정체가 뭔…….”

다가와서 말을 거는 덕배. 하지만 덕배의 말은 끊길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유준이 땅을 박차고 어디론가 이동을 했기 때문이다. 덕배는 유준의 움직임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입니까?”

“모르겠네. 갑자기 저쪽으로 이동하는군.”

덕배의 근처로 어느새 조원들이 다가왔다. 짤막하게 대답하며 덕배는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유준을 따라갔다. 가만히 있던 조원들도 덕배를 따라갔다.

“뭐야?”

“저 사람들 왜 저래?”

“앞장서서 가는 사람은 그 사람이잖아?”

사람들은 갑자기 유준과 조원들이 움직이자 모두 시선을 집중했다. 이번 전투에서 유준이 보여준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기에 그가 갑자기 움직이자 시선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유준은 무너진 울타리를 넘어, 바로 옆 부분의 바위를 밀었다. 아래에 얼음이라도 깔린 것인지 바위는 너무나도 쉽게 밀렸고, 그 안쪽으로 넓은 공간의 계단이 있었다.

“뭐, 뭐야!”

뒤따라온 조원들은 놀란 표정으로 계단을 응시했다. 덕배는 유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발견 했는가?”

“…그저 좀 이상해서 밀었는데 나타났네요.”

퀘스트가 알려줬다고 할 수는 없었기에 유준은 거짓말을 했다. 일단 퀘스트 때문이라도 들어가 봐야 했기에 유준은 걸음을 옮겼다.

“어딜 가는가? 위험하네. 혹시 메카르라도 있으면 어쩔 텐가?”

유준은 못 들은 척을 했다. 자신은 무조건 들어 가야 했다. 유준이 들어가자 덕배는 입술을 깨물었다. 홀로 들어가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적어도 말리기는 해야 했다.

“조장은 또 왜 들어가시는 거야?”

“데리고 나오려고 하는 것 같은데, 따라가자고, 일단.”

“귀찮아 죽겠네.”

조원들은 둘을 따라 함께 들어갔다. 잠자코 조용히 있던 소한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 사람들 뭐야?”

상황을 정리하려고 폼을 잡던 협회 관계자는 유준과 조원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다른 헌터들도 의아한 표정으로 그곳 주변으로 몰렸고, 그들은 계단을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협회 관계자는 계단을 보며 의문을 표했다. 갑자기 계단이 이곳에 왜 있단 말인가? 아니, 이건 누가 만들었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

“안에 금은보화라도 있는 거 아니냐?”

“그럴 리가 있냐. 근데 궁금하긴 하네.”

“들어가 볼까?”

협회 측 관계자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몇몇 헌터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그들은 용병들이었고, 협회 관계자는 당황했지만, 행동을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협회 관계자도 그곳에 대한 조사가 필요함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도 진입한다.”

혹시라도 안에 귀한 것이라도 있을 수 있었기에 클랜 소속 헌터들도 계단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계단의 넓이는 상당히 넓었고, 높이도 괜찮았기에 헌터들은 빠르게 계단으로 진입했다.

약 이분이 지났을까. 유준은 드넓은 공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내부는 상당히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수없이 많은 원통형 유리관 안에 홀브들이 끓어오르는 이상한 액체와 함께 들어있었고, 곳곳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움직이고 있었다. 또한, 곳곳에 연구원으로 보이는 하얀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홀브들의 시체를 해부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뒤이어 내려온 조원들은 내부의 모습을 보며 충격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조원들이 내려온 소리를 들었는지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유준과 조원들을 응시했다.

그들은 당황했는지, 우왕좌왕하며 소곤댔다.

“뭐야, 저 새끼들 도대체 이곳에 어떻게 온 거지?”

“아무래도 협회에서 보낸 놈들 같은데? 근데 이곳을 어떻게 발견한 거야?”

“놈들 중에서 ‘기사단’이 있는 건가?”

이윽고 헌터들이 모두 내려오기 시작했고, 그들은 실험실의 내부를 보며 경악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실험 자료를 가지고 이곳을 뜬다. H-2 실험실로 이동한다.”

연구원들 중 나이가 가장 들어 보이는 노인이 명령을 내리자 그들은 즉시 빠르게 움직였다. 연구원들을 제외하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이 중앙에 있는 컴퓨터로 뭐라고 입력을 했고, 이내 안에 있는 원통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곳곳에서 액체가 쏟아졌고, 눈을 감고 있던 홀브들이 눈을 떴다.

그들은 뒤쪽에 있는 문을 열고 어딘가로 향했고, 이내 안쪽에서 거대한 포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와아아아아!

살이 떨릴 정도로 거대한 포효 소리였다. 실험관에서 나오는 홀브들은 보통의 홀브보다 몸집이 훨씬 컸다. 그리고 홀브들의 눈에는 초침이 없었다. 놀랍게도, 홀브들은 이상한 물체를 쥐고 있는 마스크 사람들의 명령에 따라 헌터들에게 다가왔다. 한마디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홀브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었다.

“메카르를 조종한다고?”

헌터들 중 한 명이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메카르를 조종한다는 것. 이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홀브들은 무기가 없었지만, 일반 홀브들보다 키도 50㎝나 더 컸고 몸도 훨씬 컸다. 수는 비록 50마리 정도밖에 안 됐지만, 상당히 강해 보였다. 전투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피로가 가득한 헌터들로서는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크와아아아!

콰드드득!

연구원들이 나갔고, 이제 마스크를 쓴 사람들도 빠져나가고 있는 문 바로 옆에 있는 거대한 철문이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4m의 키와 어마어마한 근육을 지닌 홀브가 침을 흘리며 나오고 있었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저릴 만큼 어마어마한 위압감이었다.

유준은 침을 삼켰다. 결코 쉬운 퀘스트가 아니었다. 어쩌면 이곳에서 뼈를 묻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겁은 나지 않았다. 유준은 무기를 잡은 양 손목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는 거대 홀브를 바라보았다.

다른 홀브들은 숫자가 적었다. 그래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지만, 저 거대한 홀브는 자칫 잘못하다가 전원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메카르였다.

심지어 지금 헌터들 중에서는 부상을 입은 헌터들도 있었고, 대다수가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어려운 전투가 될 것이 분명했다.

“젠장, 괜히 들어와 가지고.”

헌터들 중 몇몇은 이곳으로 들어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괜히 호기심에 따라 들어왔다가 죽게 생긴 것이다.

부상자들과 그들을 지키는 사람들과 함께 밖에 있었다면 안전했을 거라 생각하니 이가 갈렸다.

그렇다고 지금 여기서 즉시 나갈 수도 없었다. 어느새 홀브들이 지척에 와 있었고, 방금 막 돌진을 했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나가려고 우왕좌왕 행동을 했다가는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

유준은 망설임 없이 진격을 사용해 지척에 있는 메카르의 복부를 그대로 잘라버렸다. 연이어 메이스로 참격을 펼쳐내 근처의 홀브 두 마리를 밀어냈다.

헌터들 역시 공격을 펼쳤고, 이윽고 지금껏 큰 활약을 보여주지 않았던 공격대의 대장이자 A등급의 헌터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지형을 다루는 능력을 지녔는지, 곳곳의 벽이 기형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는 파도처럼 발아래의 땅을 밀어 단숨에 거대 홀브에게 다가갔다. 유준도 다른 홀브들을 상대하며 앞으로 나서다 보니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거대 홀브에게 도달할 수 있었다. 유준은 거대 홀브를 상대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전투에 있어서 두려움 자체가 없었고, 흥분감마저 느꼈기 때문에 거부는 없었다.

까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