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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메인 퀘스트(1)





소프트의 장비 등급은 총 6단계가 있다.



노말-매직-레어-유니크-히어로-레전드.



장비 뽑기로는 히어로 등급까지의 장비를 뽑을 수 있고, 부위는 모든 부위를 뽑을 수 있었다. 그만큼 중복이 되는 것도 많고 높은 장비가 뜰 확률은 낮아서 엄청난 사행성이라며 유저들에게 욕을 먹는 시스템이었다.

캐릭터가 착용할 수 있는 부위는 머리, 상체, 하체, 어깨, 손, 발, 목걸이, 두 개의 귀걸이, 두 개의 반지였는데, 이 모든 것을 뽑으려면 상당한 돈이 필요했으며 강화라는 시스템도 캐시와 연관되어 있으며 사실상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위해서는 현질이 필수였다.

유준은 가지고 있는 10000포인트로 장비 뽑기를 시도했다. 1000원에 한 개였는데, 10000원은 1개를 추가로 지급해서 11개가 지급됐다. 뽑기를 시도 한 후에 유준은 세 개의 매직 등급 아이템, 그리고 여덟 개의 일반 등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몇 개는 중복이었지만, 다행히 매직 등급의 아이템은 중복이 아니었다.

매직 아이템은 상체, 하체, 발이었는데 제법 옵션이 좋았다. 캐릭터의 방어력이 올라가는 걸 느끼며 유준은 중복 아이템들을 매직 아이템의 레벨을 올리는 것에 소모했다.

장비 아이템은 강화가 따로 있고, 레벨이 따로 있었다. 레벨은 다른 장비 아이템과 골드를 소모하여 올릴 수 있는 데, 최대 50레벨까지 존재했다.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공격력이 상승하기에 유준은 바꿔 낄 아이템은 바꿔 끼고 필요 없는 아이템들은 전부 장비 레벨을 올리는데 사용했다.

원래 유준은 검 하나와 상체, 하체, 그리고 손과 발, 머리에만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번 장비 뽑기로 인해 어깨와 목걸이까지 착용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아이템을 바꿨지만 무기는 그대로였기 때문에 사냥속도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유준은 남은 골드로 되도록 포션을 많이 샀다. 저번에 사냥을 하면서 포션을 대부분 썼기 때문에 포션이 없었다.

배터리 100%를 모두 소모한 뒤에 유준은 캐릭터의 레벨 30을 찍을 수 있었다. 레벨 30을 찍자 캐릭터의 1차 전직이 가능했다. 남은 배터리가 애매했기에 유준은 겨우겨우 1차 전직을 할 수 있었고, 1차 전직을 마치자마자 배터리가 꺼져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지 못했다.

유준은 즉시 현실에서 상태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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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서유준 / 레벨 : 30 /

직업 :투귀 / 종족 : 인간

Hp : 300 / MP : 300 / 근력 : 50

민첩 : 50 체력 : 30 / 마력 : 30 / 맷집 : 20

공격력 : 500 / 방어력 : 200 / 회피율 : 500 / 치명타 확률 : 20%

액티브 스킬 : 참격(慘擊) Lv 3, 진격(進擊) Lv 1

패시브 스킬 : 투신의 가호 Lv 1, 투신의 손길 Lv 1, 투신의 기회 Lv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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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전직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스텟이 엄청나게 상승해 있었다. 또한, 못 보던 스킬들이 네 개나 늘어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참격 하나만 있어야 했는데, 진격이라는 액티브 스킬과 세 개의 패시브 스킬이 늘어 있었다.

유준은 진격부터 어떤 스킬인지 확인을 했다. 진격은 전방 20m 내의 적에게 돌진함과 동시에 공격을 하는, 이를테면 선수 필승을 노릴 수 있는 스킬이었다. 소모되는 MP는 참격과 비슷했다. 참격은 레벨이 올라가면서 소모되는 MP와 데미지가 늘어났지만, 진격은 처음부터 소모되는 MP가 현재의 참격과 비슷했다.

이 기세를 보아 앞으로 많은 물약이 필요할 것 같았다. MP가 증가하는 아이템이라도 있다면 괜찮겠지만, 지금은 무리였다.

투신의 가호는 전투를 할 때 투신의 가호를 받는다는 설정이었는데, 전투시 공격력이 10%나 올라가는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그리고 투신의 손길은 치명타 확률을 20%나 올려주는 스킬이었는데, 현재 아무 장비를 착용하고 있지 않은 현실의 유준은 치명타 확률이 원래대로라면 0%가 되어야 했다. 그런데 스킬의 효과로 20%가 되어 있었다.

장비를 착용해도 원래 치명타 확률이 낮았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었다.

투신의 기회는 회피율을 상승시켜주는 스킬이었다. 다만, 수치가 정해지지 않았고, ‘위기 상황’일 때 발동되는 즉발형 스킬이었다. 다시 한 번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 같았다.

‘앞으로 뼈 빠지겠네.’

스킬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레벨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했으며, ‘스킬 포인트’가 필요했다. 스킬 포인트는 퀘스트를 깨거나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얻을 수 있지만,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스킬 포인트를 채우기 위해서는 역시나 ‘과금’이 필요했다.

정말 욕 나오는 설정이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욕을 하면서도 과금을 통해 강해지고, 현실성이 어느 정도 반영되는 게임이다 보니 소프트에 여전히 열광하고 있었다.

앞으로 캐시 포인트가 얼마나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벌써 머리가 아파진 유준은 일단 인벤토리부터 열었다. 전직을 하면 전직 보상으로 레어 아이템이 한 개 주어졌기 때문에 이것

역시 확인을 해야 했다.

아이템은 한 손으로 들기에는 무거워 보이고, 두 손으로 들기에는 가벼워 보이는, 유준으로서는 한 손에 들고 다루기 딱 좋은 양날 도끼였다.

유준은 즉시 아이템 감정부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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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의 양날 도끼]

등급 : 레어.

공격력 : 1000.

내구도 : 84 / 100.

옵션 : 근력 + 20.

착용자의 근력 스텟을 올려주는 양날 도끼다.

상당히 위력적이기 때문에 조심히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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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괜찮은 아이템이었다. 근력 증가 효과도 있어, 정확히 따지면 1200의 공격력을 얻게 되는 것과 같았다. 내구도는 게임에 접속만 하면 수리가 가능하니 문제가 없었다. 유준은 장비를 모두 착용해보았다. 퀘스트를 깨면서 얻었던 매직 아이템이 왼손에 쥐어지고, 오른손에는 양날 도끼가 쥐어졌다.

왼손에 든 아이템은 매직 등급의 메이스였다. 양 손에 무기를 들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들도 어느새 귀걸이와 반지까지 모두 착용하고 있었다. 상체와 하체, 발을 제외하고 전부 노멀이지만 퀘스트를 깨면서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기존에 사용했던 물품 중 일부는 수리까지 완벽히 마쳐 새것 같았다.

‘피도 안 묻어 있고.’

메카르의 피도 깔끔하게 세탁되어 있었다. 유준은 만족스러웠다. 즉시 장비를 해제한 뒤, 유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계속 게임만 해서 그런지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어느새 12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유준은 혹시 잃어버릴까 봐 휴대폰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새로 개통한 휴대폰을 들었다. 입금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이후 또 다른 문자도 함께 왔다.

[그동안 고마웠고, 잔금 모두 보냈다. 고생했다.]

편의점 사장이었다. 유준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보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종종 연락드릴게요.]

답장을 보낸 뒤 유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모두 정리를 한 뒤, 유준은 물을 마시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다.

빠각.

“…응?”

그저 냉장고 문을 열려고 했을 뿐인데, 냉장고 문이 뜯어졌다. 유준은 당황했다. 본래부터 좋은 냉장고는 아니었다지만 갑자기 냉장고를 뜯어내다니.

지금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 눈치챈 유준은 심각한 표정으로 뜯겨나간 냉장고를 바라보았다.

나중에는 조금씩 강해지겠지만 현재로서는 빠르게 강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때문에 현재의 유준은 지금 자신의 힘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힘의 컨트롤이 필요했다.

유준은 내친김에 즉각 집에서 나갔다. 그리고 근처 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학교 운동장에는 현재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뭔가를 실험하기에 딱 좋았다.

유준은 이때부터 자신의 힘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딱히 뭘 하는 건 없었다. 그저 몸을 굴려보는 수밖에 없었다. 몸의 한계를 알기 위해서. 몸의 한계를 알아야 커트라인을 정해놓고 힘을 컨트롤 할 것 아닌가.

‘……!’

실험을 반복하던 유준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레벨이 13이나 오르고, 전직까지 했기에 스텟이 왕창 오르긴 했지만, 육체가 정말 엄청나게 강해졌다. 하지만 애초에 현재의 육체가 뛰어난 탓인지 적응은 빠르게 됐다. 한계를 아니 확실히 힘을 조절할 수 있었다.



[장비를 불러오시겠습니까? 수락 / 거절.]



유준은 장비를 불러왔다. 장비를 착용하고 몸을 움직였을 때 얼마나 달라졌을지 궁금했다.

‘응?’

그는 양날 도끼와 메이스에서 흐르는 묘한 기운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미약했지만, 미라클에 가까운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뭔가 영험한 기운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건가?’

투신의 가호. 이 스킬의 영향이 이것인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2세대 메카르를 상대할 때 굳이 스킬이 없어도 타격이 가능했다.

만약에 투신의 가호가 없었다면 차후 2세대 메카르를 상대하게 될 때 스킬만을 사용해야 할 테고, 금방 MP를 소모하여 MP 물약을 대량으로 소모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된다면 장기적인 전투가 불가능해진다.

남들처럼 미라클을 운용해서 메카르에게 타격을 주거나 신체를 강화할 수 없는 유준에게는 정말 다행인 일이다.

재밌는 건, 투신의 가호에 흐르는 미라클은 유준의 MP를 소모하지 않았다.

‘볼수록 신기한 능력이다.’

유준은 즉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른손에는 양날 도끼. 왼손에는 메이스를 들고 있었지만 유준의 움직임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망설임도 없었다. 그저 전투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몸을 움직이겠다고 생각만 했는데 유준의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두 개의 둔기를 손에 들고 있음에도 정교함과 속도가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고, 공격 하나, 하나가 모두 치명적이었다.

그러던 유준은 허공에 무기를 휘젓다가, 한 그루의 나무를 발견했다. 거리도 적당해 보였고, 새로운 액티브 스킬을 시험하기에는 딱 좋아 보였다. 유준은 새로 잠금이 풀리고 새로 아이콘이 생긴 스킬 패드를 의지로 눌렀다.

꽝!

순간 유준의 발밑에 자그마한 구멍이 생기며 유준의 몸이 튀어나갔다. 동시에 유준의 양날 도끼에서 미라클이 폭사 되었고, 유준은 자연스럽게 나무를 향해 양날 도끼를 휘둘렀다.

콰직!

콰앙!

유준의 도끼는 나무를 그대로 베어버렸고, 나무는 잘린 것으로도 모자라 분해되어 뒤쪽으로 날아갔다.

어마어마한 위력에 유준은 입을 벌렸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냉큼 장비를 해제한 뒤, 재빠르게 도망쳤다.

다음에 학교에 기부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집에 도착한 유준은 왠지 모를 희열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단 몇 시간이다. 몇 시간 만에 이렇게 강해지다니. 초반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일지 몰라도 유준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어느새 12시가 지나 있었고, 유준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헌데 퀘스트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종류의 퀘스트만이 덩그러니 갱신되어 있었다.

‘메인 퀘스트?’

유준은 즉시 클릭부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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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위기에 빠진 강원도를 구하자!]

현재 강원도는 위기에 빠져 있다.

적어도 한 개 지역의 메카르를 소탕하도록 하자.

보상 : 연계 퀘스트.

위치 : 터치.

수락 / 거절.

-수락까지 남은 시간 10초. 제한 시간 내에 수락하지 않으면 거절로 판명됩니다.

(거절 시 고통을 겪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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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유준은 당황했다. 뜬금없이 메인 퀘스트인 것도 이상한데, 보상이 심지어 연계 퀘스트였다. 거기에다가 거절 시 고통이라니?

유준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무턱대고 수락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렀고, 10초가 흘렀다.



[퀘스트를 거절하셨습니다. 패널티가 적용됩니다.]



안내음이 흘러나왔고, 유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때였다.

“컥……!”



* * *



3일. 3일이었다. 잠도 자지 못했고,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고통은 끊임이 없었다. 미칠 것 같았지만 미칠 수도 없었고, 정신을 잃지도 못했다. 배고픔도 느끼지 못했고, 고통이 익숙해지지도 않았다.

전신의 고통이 3일 내내 이어졌다. 3일이 지나자 유준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숨을 몰아쉬었다.

‘하나도 모르겠다.’

왜 이 고통은 있는 것이며, 대체 메인 퀘스트는 뭐란 말인가?

아니, 그 전에 자신의 능력에 대해 또다시 의문이 생겼다.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