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7화

첫 사냥(2)





유준의 검에서 밝은 빛이 폭사 되며 메카르의 몸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스킬이 끝나자마자 유준은 자연스럽게 백스텝을 밟았고, 유준에게 베인 메카르의 몸은 대각선으로 그대로 분리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졌다. 유준은 참격의 위력이 예상외로 강력해서 당황했다. 메카르의 몸을 단숨에 베어버릴 정도라니!

보통 메카르의 시체에서 얻는 부산물들은 뼈와 가죽이다. 간혹 이빨과 손톱, 눈, 또는 피나 장기를 채취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뼈와 가죽을 채취한다.

헌데 그런 뼈와 가죽을 단숨에 베어버렸다는 것. 참격의 위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의미했다.

대원들은 일단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메카르에게 공격을 퍼부어 쓰러트린 뒤, 유준을 놀랍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메카르를 단숨에 죽인 유준의 힘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어떤 C등급의 헌터도 메카르를 단숨에 베어버리진 못한다.

심지어 조금 전의 메카르는 중위권의, 단단한 몸을 지닌 메카르다. 그런 메카르를 홀로 상대하고 단숨에 베어버렸다. 초행 레이드라서 어느 정도 무시하는 마음을 가졌던 대원들은 유준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철진은 자세한 장면을 보지 못했지만, 유준이 홀로 메카르를 상대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경외의 눈으로 유준을 응시하며 다가갔다. 그리고 죽어 있는 메카르를 보며 말했다.

“이, 이건…….”

너무나도 깔끔하게 양단된 메카르. 예상보다 뛰어난 유준의 실력에 그는 정말로 감탄했다. 초행이라서 오히려 짐만 될 줄 알았는데, 이런 강함을 지니고 있다니…….

현재 그들의 공격대는 총 네 명이었기에 숫자가 애매한 상태였는데, 이 정도의 힘이라면 초행이라도 대원으로 받아들이고 싶을 정도였다.

일단 사냥 구역 안이었기에 그들의 감탄은 오래가지 못했다.

철진은 일단 메카르의 시체를 한곳으로 모았다. 그리고 품에서 단검을 꺼냈고, 다른 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유준은 그들이 단검을 꺼내자 자신도 준비해뒀던 단검을 꺼내기 위해 인벤토리로 손을 넣었다.

잡템에 가까운 장비였지만, 해체하기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아 남겨둔 아이템이었다.

“혹시 아공간 아티팩트 갖고 계신 겁니까?”

철진은 유준이 갑자기 허공에서 단검을 꺼내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유준은 인벤토리의 존재는 굳이 숨길 생각은 없었기에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 능력입니다.”

“……!”

이에 다른 이들은 모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공간이 능력이라니. 심지어 이미 육체형 능력을 가진 상태에서 아공간 능력을 또 갖고 있다고 하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준은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쭈그려 앉아서 자신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는 대원들을 바라보며 헛기침을 했다. 현재 유준으로서 저런 시선들은 익숙지 않았고,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에 대원들은 정신을 차렸고, 철진은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일단 한 명은 경계를 서주십시오.”

대원 중 한 명이 일어나 경계를 서기 시작했다. 유준은 다른 이들이 해체를 하는 것을 보며 적당히 따라 했다. 손재주가 나쁘지 않아서 금방 배울 수 있었다.

“검술은 언제부터 배우신 겁니까?”

옆에서 해체를 알려주던 철진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그냥, 뭐… 어릴 때부터 배우다 보니 몸에 익었네요.”

“아까 단숨에 죽였던 기술, 그건 독자적으로 개발하신 거예요?”

여성 대원 중 한 명이 유준에게 물었다.

“아… 네.”

넉살이 없는 유준이었기에 대답은 단편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끊겼다. 이내 그들은 챙겨온 배낭에 부산물들을 넣기 시작했고, 철진이 잠시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혹시 아공간에 자리가 충분하시다면… 괜찮겠습니까?”

유준은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그들의 배낭에 있는 물품들을 모두 인벤토리에 넣기 시작했다.

인벤토리의 공간은 총 30개였지만, 장비 아이템을 제외한 소비, 기타 아이템은 동일한 아이템이라면 한 칸에 99개까지 중복 수납이 가능했다. 부산물들을 모두 넣고 난 뒤에 유준과 대원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며칠 공부를 하며 기본적인 지식을 쌓았던 유준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 중에서 인벤토리 능력과 아이템 감정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지 알 수 있었다.

보통 아티팩트를 얻었을 때 그게 무슨 아티팩트인지 알기 위해서는 아이템 감정을 받아야 했는데, 아이템 감정이 되지 않는 아이템도 있기도 하며 정확하지도 않다고 한다. 또한, 인벤토리 능력 역시 아공간 자체가 귀한 능력이었고, 거기에다가 특유의 칸이 나누어져 있고 99개까지 수납이 가능한 능력은 부피에 상관없이 아이템을 넣을 수 있었기에 상당히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유준은 대원들이 메고 있는 빈 배낭을 보며 한 가지 생각에 잠겼다. 배낭에 여러 물품을 넣고 인벤토리에 넣게 된다면, 배낭은 한 개의 칸을 차지할까, 아니면 자연적으로 안에서 여러 물품들이 나뉘게 될까?

‘나중에 실험해보자.’

공격대는 한참을 걸었다. 최대한 복수의 메카르를 피하기 위해서 안전한 길만을 택해서 걷기 때문에 메카르와의 만남은 상당히 드물었다. 유준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열 마리 중 두 마리가 잡힌 상태로 기록이 되어 있었다.

‘오늘 안에 열 마리를 다 채울 수 있을까.’

메카르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열 마리의 메카르를 사냥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자신이 뭔가 새로웠지만, 유준은 이런 자신을 어색해하지 않고 순응하기로 마음먹었다.

공격대는 자연스럽게 한 상가 건물 옆을 지나갔다. 상가 건물은 반쯤 부서져 있어 뭔가 불안해 보였는데, 다른 이들은 주변을 살피느라 상가 건물을 불안함을 눈치 채지 못한 듯했다.

유준은 상가 건물을 보며 기묘한 불안감을 느껴 입을 열었다.

“건물이 뭔가…….”

발언은 이어지지 못했다. 갑자기 상가 건물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피해요!”

철진은 냅다 스펠형 헌터 한 명의 허리를 붙잡고 땅을 박찼다. 유준은 긴장하고 있었기에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지만, 나머지 헌터들은 아니었다. 유준은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지만, 다른 대원들은 안타깝게도 건물 잔해에 그대로 깔려버렸다.

유준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당황했다. 너무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난 상황이라 뭘 해야 할지조차 알지 못했다.

“미, 미친.”

욕설을 내뱉으며 유준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준도 몸을 던져 가까스로 생매장을 피한 것이었기 때문에 온몸에 흙먼지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털어낼 여유도 가지지 못한 채 유준은 다급히 소리쳤다.

“모두 괜찮으세요? 대답하세요!”

“으으…….”

유준의 외침에 무너진 안쪽에서 미약한 신음이 울려 퍼졌다. 신음이 들린 곳은 제법 많은 콘크리트로 파묻힌 곳이었는데, 최소 중상은 분명했다.

다른 이들은 정신을 잃었는지 대답이 없었다.

높은 위치에서 떨어진 콘크리트 덩어리였기 때문에 제아무리 헌터라고 하더라도 낮은 등급에다 무방비로 생매장을 당했으니 빨리 구하지 않으면 위험했다.

“곧 구해 드릴게요, 기다리세요!”

유준은 콘크리트 더미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유준의 육체는 뛰어난 편에 속했지만, 거대한 콘크리트를 들어 올리기엔 아직 레벨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이것을 부수는 것도 위험했다. 자칫하다간 붕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준은 옆쪽에서 충격이 가지 않도록 참격으로 콘크리트를 조금씩 잘라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 방법밖에는 없어.’

유준은 이를 악물었다. 혹시 몰라서 주변을 살폈다. 도움을 요청할 다른 공격대가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공격대는커녕 개미 새끼 하나 보이지 않았다. 다만, 불행하게도 원하지 않는 존재가 보였다.

‘미친!’

하필이면 지금 이 상황에서 메카르가 보였다. 유준은 재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도리어 다행이라 여겼다. 만약 보지 못하고 구출에만 힘쓰다가 기습이라도 당하면 그대로 죽었을 거란 생각을 하자 머리털이 바짝 솟았다.

-까아아악!

아까 상대했던 메카르와 다른 종류의 중위권 메카르였다. 새의 얼굴에 고릴라의 몸을 가진, 부리 곳곳에 칼날과도 같은 이빨이 흉측하게 돋아난 괴물.

메카르는 유준에게로 돌진해왔다. 유준은 조금이라도 콘크리트 더미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일단 탁 트인 도로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점프를 하며 주먹을 휘두르는 메카르의 공격을 회피하는 동시에 검을 휘둘러 자그마한 자상을 남겼고, 메카르는 괴성을 지르며 다시 한 번 유준에게 돌진하고, 유준은 그 공격을 막거나 흘리며 틈틈이 메카르의 몸에 칼집을 내주었다.

검 자체가 좋은 검은 아니었기에 간혹 치명적인 공격을 날려도 자상에 그쳤지만, 유준은 다른 생각은 품지 않았다. 기회를 엿봤고, 틈이 보이자 즉시 참격을 날렸다.

서걱!

-까아아! 까아아아!

이번엔 양단하지는 못했지만, 메카르의 한쪽 어깨를 그대로 잘라냈다.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지르며 메카르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유준은 쓰러진 메카르의 목덜미에 검을 쑤셔 넣었다. 그때 메카르가 주먹으로 유준의 복부를 후려쳤다.

빠각!

쩌적!

갑옷에 금이 갔고, 유준의 몸은 날아가 근처 건물 벽에 부딪혔다. 건물 벽에도 금을 남기며 유준은 몸을 일으켰다.

의외로 큰 고통은 없었다. 갑옷에 금이 갈 정도면 어느 정도 충격이 있어야 했다. 심지어 금이 갈 정도로 벽과 부딪히기도 했다. 헌데 충격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유준은 이유를 단숨에 찾을 수 있었다.

‘맷집 스텟?’

왠지 목숨을 한 개 더 얻은 기분이었다. 유준은 이미 죽어 있는 메카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목에 박힌 검을 뽑아냈다.

‘처음으로 먹어보겠네.’

유준은 열려 있는 물약 패드에서 의지로 HP물약과 MP물약을 클릭했다. 자동으로 물약 두 개가 눌러지며 각기 다른 청량감이 유준의 몸을 휩쓸었다.

HP물약은 굳이 먹을 필요는 없었지만 혹시 나중에라도 격통이 있을지도 몰랐기에 일단 섭취부터 했다. MP물약도 두 번 정도 스킬을 더 사용 할수 있었지만, 애초에 MP물약이 전체 MP에서 30% 정도 회복을 시켜주는 용도였기에 손해는 아니었다.

유준은 쓰러진 메카르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했다. 이대로 시체를 둔다면 다른 메카르들이 몰려올지도 몰랐다. 유준은 먼저 해체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필요 없는 부위는 정리해서 멀리 나가서 버렸고, 나머지는 모두 인벤토리로 챙겼다.

밤이 되기라도 한다면 낭패였기에 유준은 빠르게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막히는 부분은 참격으로 잘라내서 옮기며 콘크리트 더미를 치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