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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첫 사냥(1)





캐릭터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는 현실로 불러올 수 있다. 불러오는 순간 유준의 전신에 캐릭터가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이 착용되기도 하고.

유준은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을 품었었다. 과연 인벤토리에 있는 물품들도 현실로 가져올 수 있을까 하는.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정말 큰 발견이 될 것이다. 유준은 일단 초반에 이벤트로 받았던 캐시 아이템들부터 현실로 가져오려고 해봤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캐시 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들은 현실로 가져오지 못했다.

유준은 다른 아이템을 현실로 가져오기 위해 인벤토리에 손을 넣었다.

“된다!”

놀랍게도 그저 그런 잡템이었지만, 인벤토리에서 뽑혀 나왔다. 유준은 주먹을 말아 쥐었다. 소프트에서의 화폐는 ‘골드’다. 금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만약 현실로 가져와 진다면, 금덩어리들을 갖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골드를 현실로 가져오는 건 불가능했다. 어느 정도 제한이 있는 듯했다. 유준은 인벤토리에 있는 쓸모없는 장비를 꺼내보았다. 꺼내졌다.

아마도 장비나 소비, 기타 아이템 정도만 현실에 가져올 수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포션.’

유준은 HP물약이 현실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희귀한 메카르의 피를 이용해서 만들어야 했는데, 그 메카르는 잘 발견도 되지 않고 포획도 어려웠으며, 포션으로 정제하는 것도 어려워 수요보다 공급이 무척이나 적다고 한다. 그 때문에 값이 무척 비쌌고, 귀했다.

유준은 이 포션을 팔아도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긴장 속에서 잠이 든 유준은 다음 날, 아침 일찍 택시를 타고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그곳은 1세대 메카르가 서식하는 사냥 구역 근처였는데, 도착하자마자 거대한 벽과 군인들, 그리고 헌터들이 붐비고 있었다.

1세대 메카르가 서식하는 곳이라 군인들의 숫자가 제법 많았는데, 현대 화기로도 제압이 가능했지만, 그만큼 수도 많아서 자주 바깥으로 튀어나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곤 했다.

‘여기가 맞나?’

1세대 메카르의 서식 구역은 상당히 많았기에 유준은 잘못 온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일단 근처에 있는 탈의실로 들어가 장비창을 열었다.



[장비를 불러오시겠습니까? 수락 / 거절.]



수락하자 유준의 전신에 캐릭터의 장비가 즉시 착용 되었다. 게임 캐릭터의 장비는 무척이나 조악했다. 캐릭터가 저레벨이기에 당연했지만, 생김새도 좀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유준에게로 몰렸다.

잠시 후 유준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하면서 유준은 만나기로 한 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네 명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유준은 보자 휘둥그레 한 눈으로 응시했다.

복장이 상당히 조잡했기에 당연했다.

“혹시, 서유준씨?”

“아, 네.”

40대의 중년 남성이 유준에게 다가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유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박철진입니다.”

둘은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유준은 대원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그러던 와중, 철진이 유준에게 물었다.

“착용하고 계신 장비는 아티팩트입니까?”

아티팩트.

평범한 장비가 아닌, 신비한 힘이 깃든 장비를 말한다. 사람이 만들 수 없는 도구이며, 아티팩트를 얻기 위해서는 ‘던전’이라는 곳에 들어가야 얻을 수 있었다.

던전은 3세대 메카르가 등장한 이후로 등장했다. 입구는 작은 포탈처럼 생겼는데, 던전 내부에 있는 메카르들과 각종 기관 장치를 해제하고, 이외에 간혹 던전에 필요한 조건들을 맞추면 던전을 완전히 폐쇄, 즉 클리어를 했을 때 ‘보상’이라는 게 주어졌다.

그리고 그 보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아티팩트다. 던전에서만 얻을 수 있고,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많은 헌터 인력이 필요했기에, 아티팩트는 귀했고, 물량도 많지 않았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비쌌고, 디자인이나 생김새도 각양각색이었다.

“아뇨.”

“아… 혹시 다른 장비는 없으십니까? 전투 슈트라던지…….”

값싸게 얻을 수 있었지만, 효율은 좋은 전신 갑옷으로 1세대의 메카르를 사냥하는 헌터들이 애용하는 물품이었다.

“…네.”

설마 자신의 장비가 이런 취급을 받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유준은 당황했다. 철진은 잠시 곤란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준의 등급이 C등급이라는 걸 들었고, 현재 자신을 포함해 유일한 C등급의 헌터였기에 크게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일단 출발하도록 하죠. 모두 마지막으로 점검을 하시길 바랍니다.”

철진은 대원들에게 말했다. 유준은 딱히 할 게 없었지만, 대원들이 하는 걸 보며 자신의 장비를 살폈다. 장비도 딱히 살필 것도 없지만 유준은 일단 그들의 행동을 따라 했다.

“서유준 씨?”

철진은 품에서 휴대폰으로 지도 어플을 실행하며 유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사냥 구역의 위치를 보여주며 물었다.

“평소에 어디에서 자주 사냥하십니까?”

“저…요?”

“예.”

유준은 당황했다. 자신은 사냥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유준의 등급만을 듣고 사냥을 제법 해봤을 것으로 생각했는지 그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물어왔다.

“저… 초행입니다.”

“예?”

어느새 다른 대원들도 모두 유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초행이라는 말에 몇몇 대원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초행이라면 이것저것 신경을 써줘야 했고, 생각만큼 원활한 레이드도 불가능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전투 경험이 많이 없는 이상, 가진 힘에 비해 전투 능력도 미약할 테고.

심사를 거쳐 C등급을 받았겠지만, 대련과 실전은 확연히 다르다. 그것을 그들은 모두 알고 있고, 유준은 그들이 반응을 예상한 바였기에 조용히 한숨을 삼켰다.

“아…….”

철진은 당황했는지 잠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대원들의 눈치를 슬쩍 본 뒤에 걸음을 옮겼다.

“일단 출발하죠. 유준 씨는 어차피 육체형 헌터니 제 곁에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이것저것을 알려드리죠.”

쇠몽둥이와 방패를 들고 있는 철진은 공격대 내에서 ‘탱커’를 맡고 있는 듯했다. 유준은 탱커는 아니었지만 육체형 헌터, 그것도 근접 딜러였기에 어느 정도 포지션이 겹쳤다.

유준은 그의 옆에서 다른 대원들과 함께 사냥 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를 넘어가자 군인들이 쳐놓은 바리케이드가 있었는데, 그곳이 안전지대인 듯 많은 헌터들이 몰려 있었다. 안전지대의 모습은 난생처음 보기에 유준은 곳곳을 살폈다.

죽어서 시체만 옮겨지는 사람, 배가 갈려 내장이 튀어나와 힐러에게 치료를 받는 사람,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사람.

곳곳에 피가 가득했고, 심지어 헌터들은 메카르의 핏물이 줄줄 흐르는 배낭을 들고 이곳저곳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유준은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이런 장면들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이미 헌터 사이트에서 교보재로 올라온 사진과 동영상으로 이 장면을 보긴 했다. 덕분에 큰 충격은 덜했지만, 아무래도 실제로 보는 것과 교보재를 통해 보는 건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유준은 당황하며 자연스럽게 걸음이 느려졌다.

철진은 그런 유준을 붙잡고 함께 걸음을 옮겼다. 초행 레이드에는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를 해줘야 했다. 심지어 그 자리에서 토를 하거나 온몸을 떨며 주저앉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유준의 경우는 양반에 속했다.

공격대는 군인들에게 헌터 자격증을 검사받고, 컴퓨터로 출입 목록에 이름을 적은 뒤에서야 안전지대를 벗어날 수 있었다. 유준은 처음으로 메카르들이 서식하는 땅을 밟자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긴장, 두려움, 설렘. 갖가지 감정이 유준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주변을 경계하면서 걷는 게 좋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메카르가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죠.”

철진의 설명에 유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살폈다. 원래 도심의 일부였기 때문에 곳곳에 빌딩과 자동차가 널브러져 있었다. 다만, 곳곳에 널브러진 빌딩들은 정체 모를 식물들에 뒤덮여 있었고 자동차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어 그저 고물에 가까웠다.

유준은 자신의 무기 손잡이를 말아 쥐었다. 현재 유준이 들고 있는 무기는 평범한 ‘검’이었다. 모바일 게임, 소프트에서 퀘스트를 깨면 지급되는 평범한 검.

딱히 특출한 부분이 없지만 지금 상황에서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기에 유준은 손잡이를 더욱 강하게 말아 쥐며 주변을 살폈다.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는 유준을 보며 대원들은 웃었다. 초행 레이드에는 이런 반응이 당연했다. 하지만 유준은 기합이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걷다 보니 뒤뚱뒤뚱 걸어 그 모습이 상당히 웃겼다.

“전방 30m 부근에 메카르 발견. 모두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철진은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대원들은 즉시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유준은 긴장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이제 실전이었다.

“유준 씨는 제가 먼저 어그로를 끌면 그 뒤부터 조금씩 공격을 넣어주세요. 다만, 공격하고 바로 빠져주셔야 합니다. 대원들이 공격할 틈은 주셔야 하니까요.”

말을 마치자마자 철진은 빠르게 돌진했다. 이에 메카르도 동시에 돌진했고, 철진은 방패를 내밀었다.

깡!

메카르는 2m의 키에 이족 보행을 하는, 악어의 얼굴과 유인원의 몸을 가진 괴물이었다. 1세대 메카르 중에서도 하위권에 속했고, 유준이 처음 죽였던 메카르와 같은 녀석으로 큰 힘은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기에 철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메카르를 강하게 밀쳐냈다.

메카르가 뒤로 벌러덩 쓰러지고, 철진은 연이어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키엑!

메카르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몸을 굴렸다. 그리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철진에게 손을 휘둘렀다. 철진은 가볍게 공격을 막아냈고, 유준을 다급히 불렀다.

“유준 씨!”

유준은 즉시 땅을 박찼다. 아까까지만 해도 긴장을 했었는데, 막상 싸우려고 마음을 먹으니 전혀 긴장이 안 됐다. 유준은 유연한 움직임으로 메카르의 근처에 도달한 뒤, 검을 그대로 꽂아 넣었다.

푸-푹!

-키에에엑!

메카르의 겨드랑이에 꽂힌 검. 유준은 검을 메카르의 뒤쪽으로 꽂힌 그대로 베어버렸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고, 동시에 대원들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크와아아아!

하지만 그때, 또 다른 메카르가 나타났다. 심지어 중위권 수준의 메카르였고, 대원들은 모두 당황했다.

“미친!”

철진은 욕설을 뱉었다. 새로 나타난 메카르는 어느새 원거리 딜러들의 곁으로 다가가고 있었고, 다음에 벌어질 상황은 뻔했다.

타닥!

그때 유준이 즉시 땅을 박찼다. 그리고 메카르에게 다가가 사정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유준은 너무나도 여유롭게 스텝을 밟으며 메카르를 상대했고, 메카르의 몸 곳곳이 벌어졌다.

-쿠워어어!

메카르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유준에게 공격을 시도했지만, 유준은 너무나도 여유롭게 스텝을 밟아 공격을 피해냄과 동시에 빈틈에 상처를 남겼다. 대원들의 눈은 자연스럽게 휘둥그레졌고, 유준은 곳곳에 상처를 입은 메카르가 큰 빈틈을 보이자, 즉시 참격 스킬을 눌렀다.

쐐애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