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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헌터 자격(2)





그중에서 단 한 개의 아이콘을 의지로 눌렀고, 순식간에 유준의 심장 부근에 있는 MP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동시에 유준의 몸 역시 유준의 의지가 아닌 스킬에 의해 자동으로 움직였고, 유준은 순식간에 그의 빈틈을 파고 들어가 목검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쐐애애액!

“……!“

순식간에 유준의 목검에서 새하얀 빛이 폭발하듯 발출되었다. 이에 성찬은 당황하며 즉시 손에 미라클을 발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응집했다.

콰쾅!

빠삭!

그 순간, 둘의 중심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유준의 몸은 그대로 밀려나는 것으로도 모자라 바닥을 굴렀다. 유준이 들고 있던 목검은 유준과 성찬의 미라클을 견디지 못하고 반이 그대로 사라져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성찬은 유준을 보며 입을 벌렸다. 정말 말이 안 됐다. 이제 갓 각성을 한 그가 이런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충분히 놀라울 일이다. 하지만 그는 놀라는 걸 넘어 경악하고 있었다.

‘미라클 로드가… 뻥 뚫려 있다?’

유준은 그보다 수준이 낮았고, 아직 힘을 숨기는 법도 몰랐기에 그에게 유준의 수준은 훤히 보였다. 그리고 미라클의 움직임도 훤히 보였는데, 그는 한순간에 움직인 유준의 미라클들을 느끼고서 경악을 하고 있었다.

보통의 헌터는 저렇게 미라클 로드가 뻥 뚫려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미라클이라는 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근육처럼 성장하게 되는데, 이 역시도 어느 정도 재능이 있어야 한계를 돌파할 수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미라클 로드라는 것 역시 공간을 넓히게 되고, 미라클 로드에 있던 노폐물들도 미라클이 사용되면서 자연스럽게 빠지게 된다.

미라클 로드가 넓어진다면 농도가 진하고 많은 양의 미라클을 움직일 수 있게 되니,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데, 유준의 미라클 로드는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미라클 양만 충분하다면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할 수 있어.’

그는 몸이 떨렸다. 이 정도의 재능을 가진 사람은 지금까지 협회 소속으로 헌터 생활을 하고, 심사관으로 근무를 하면서도 처음 봤다.

‘천재다.’

타고난 전투 센스! 그리고 타고난 미라클 로드! 어쩌면 앞으로 헌터 업계에 한 획을 그을 인재를 지금 만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내 그는 정신을 차렸다. 힘겹게 일어나고 있는 유준에게 다가갔다.

마지막 유준의 공격이 너무나도 위협적이었기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강한 힘으로 방어를 했다. 자연스럽게 미라클과 미라클이 만나니 강한 반발력을 만들어냈고, 아직 유준의 힘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반발력이니 날아가는 게 당연했다.

“서유준 씨! 괜찮으십니까?”

그는 유준에게 다가갔다. 유준은 그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딱히 상처를 입은 곳은 없었기에 유준은 그의 부축을 풀었다.

“…괜찮습니다.”

유준은 실제로 스킬을 처음 써보는 것이었지만, 예상외의 스킬 위력에 감탄을 넘어 당황하고 있었다. 게임 속과 똑같이 MP의 소모가 컸지만….

“등급 시험은 이걸로 끝내겠습니다.”

성찬의 말에 유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목검을 내밀었다.

“이건 어쩌죠?”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예, 정말 괜찮아요.”

유준은 팔을 돌렸다. 성찬은 유준의 그 모습을 보며 질문했다.

“조금 전의 기술. 독학으로 만들어낸 기술입니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배운 기술입니까?”

“……제 기술입니다.”

유준은 애매모호하게 말했다. 만들어낸 기술도 아니었고, 누군가에게 배운 기술도 아니다. 하지만 성찬은 다른 쪽으로 이해를 한 것 같았다.

“이럴 수가…….”

그는 유준을 천재라고 확신했다. 유준은 그의 반응을 보며 찔렸지만, 죄책감은 없었다. 애초에 자신은 거짓말은 하지 않았으니.

또한, 유준도 그와 마찬가지로 충분히 놀라고 있었다. 그저 전투를 할 줄 아는 수준인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검술을 자유자재로 펼쳐냈던 것이다. 어색한 부분이 전혀 없고 자연스럽게.

유준은 그를 멀뚱히 쳐다봤다. 시험이 끝났는데 그는 땅을 보며 뭔가를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유준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시험이 끝났으니 저쪽 문을 통해 나가시면 됩니다. 직원이 안내를 해줄 겁니다.”

“…네, 고생하셨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유준은 그에게 인사를 한 뒤, 문밖으로 나갔다.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 안내를 해줬고, 유준은 로비로 향했다. 로비에서 조금 기다리자, 이윽고 헌터 자격증이 발부되었다.

헌터 자격증을 받은 유준은 단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C등급?”

놀랍게도 유준이 발부받은 등급은 C등급이었다.

헌터의 등급은 총 7가지가 존재한다.



E -D -C -B -A -S -X.



가장 낮은 등급은 E등급이고, 가장 높은 등급이 X등급이지만, X등급의 헌터는 전 세계적으로도 몇 명 없는 등급이고, E등급은 가장 낮고 흔한 등급이다. 유준은 C등급. 딱 적당한 등급이었다.

유준은 떨리는 손으로 지갑을 꺼냈다. 신분증을 빼고 그 자리에 헌터증을 끼워 넣었다. 크기가 딱 맞았다. 유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지갑을 도로 넣고 협회 건물을 나왔다. 그때였다.

“유준 씨!”

안쪽에서 한 명의 사내가 뛰어나왔다. 성찬이었다. 유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

“잠시 차 한잔하시겠습니까?”

그의 제안에 유준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보다 헌터 선배였고,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기에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둘은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갑작스럽게 만남을 청해서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유준은 덤덤하게 말했다. 어차피 집에 가서 딱히 할 것도 없었고, 바쁜 일도 없었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었다.

“검술은 언제부터 배우신 겁니까?”

“아… 그냥, 뭐. 어릴 때부터 간간히…….”

거짓말을 하려니 유준은 눈치가 보였다. 성찬은 커피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어떻게 활동하실 건지, 계획은 하셨습니까?”

“아뇨. 각성한 지도 얼마 안 됐고, 아직 제대로 된 계획은 없네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예?”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승급 심사관의 직책을 맡고 있지만, 협회 소속 제5 공격대장이라는 직책도 함께 맡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느꼈던 유준 씨의 힘, 아직은 낮지만 분명 가능성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저희 협회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

유준은 당황했다. 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연봉, 복지, 모두 각 등급에서 최고 수준으로 맞춰 드리겠습니다. 또한, 철저한 개인 트레이닝 및 관리, 원한다면 개인 매니저까지 붙여 드리겠습니다.”

분명 좋은 제안이다. 하지만 유준은 이제 갓 헌터가 되었고,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아직 구별할 줄 몰랐다. 나중에 후회할지도 몰랐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운 선택을 하고 싶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최고의 대우를 약속드리겠습니다.”

“…아직은 딱히 잘 모르겠네요.”

성찬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한 거절 의사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기회가 있다고 여겼다. 그리고 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유준에게 넘겼다.

“혹시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뀌시면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성찬은 바쁜 일이 있다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준은 그에게 인사를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대폰이 능력 때문에 묶여 있으니 새로 사야 했다. 일단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확인을 해보기 위해 유준은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 ATM 기기에서 잔액 조회를 한 유준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돈이 30만 원이 늘어 있던 것이다. 편의점에서 잡았던 메카르의 부산물 값이라는 걸 눈치 챈 유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돈을 확인한 유준은 곧바로 대리점에 가서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한 뒤, 기존에 사용하던 번호 그대로 휴대폰을 새로 장만했다.

유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미련없이 집으로 향했다. 좋은 휴대폰은 아니었지만, 나중에 좋은 휴대폰으로 사면 될 일이다. 앞으로 돈은 많이 벌 테니까.

택시를 타고 집에 가며 유준은 가족들의 번호부터 다시 등록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하나뿐인 여동생.

전화를 드려서 헌터가 되었다는 것을 부모님에게 알려드릴까 고민을 하던 유준은 고개를 저었다. 비록 헌터가 되었지만 분명 걱정부터 하실 게 뻔했다. 좀 더 자리를 잡고 알리고 싶었다.

또한, 지금은 시간도 한창 식당이 바쁜 시간이었기에 안부 전화를 드리는 것도 실례였다.

유준은 한숨을 내쉬며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 * *



집에 도착하자마자 유준은 먼저 컴퓨터부터 켰다. 협회에서 직원에게 들었던 정보가 있었기에 일단 시험을 해봐야 했다.

유준은 헌터 자격증 뒷면에 적힌 주소로 접속을 했고, 자신의 주민번호와 헌터 자격 등록 번호를 쳐서 로그인을 했다.

헌터만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였는데, 이곳에서는 헌터에게만 지급되는 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는 알 수 없는 정보들, 헌터의 기본 정보를 비롯해서 여러 기초 지식을 쌓을 수 있었으며, 각종 헌터들의 활동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유준은 일단 헌터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했기에 공부부터 했다.

유준의 기초 지식은 한참이나 쌓아야 했다. 대다수의 기초 지식은 어느 정도 섭렵하고 있던 터라 습득이 제법 빨랐다.

이후 유준은 약 사흘 동안 집에서 헌터에 관한 정보만 쌓았다. 각종 헌터들이 올린 게시글을 읽기도 하고, 헌터 사이트에서 헌터들의 동향을 파악하기도 했다.

그렇게 유준은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집에서 아무리 공부를 한다고 한들, 헌터에 관한 제대로 된 정보는 몸소 체험하고 느껴야 알 수 있다는 것. 어차피 이제 준비도 된 것 같고, 이제 슬슬 첫 사냥을 할 때라고 생각했다.

유준은 소속이 없었다. 클랜에 소속된다면 클랜이 정해주는 일정에 따라서 클랜 소속 공격대와 함께 움직이면 되겠지만, 유준은 클랜도 없었고 심지어 소속이 없고 지인들끼리 만들어 활동하는 공격대에도 소속되지 못했다.

그렇기에 유준은 용병으로 레이드에 참여를 해야 했다. C등급까지는 보통 1세대 메카르를 사냥했으니 유준은 1세대 메카르를 사냥하는 공격대를 찾아야 했다. 1세대 공격대는 대부분 소규모였는데, 유준은 적당한 공격대의 대장에게 연락을 넣었다.

통화를 한 대장과 내일 만나기로 약속을 한 뒤에, 유준은 기본적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딱히 준비랄 것도 없었다. 물약 패드에 HP물약과 MP물약을 지정해놓고, 장비창을 다시 한 번 확인해서 빠진 게 없는지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던 와중 유준은 한 가지를 떠올렸다.

‘인벤토리.’

인벤토리에 관해 한 가지 확인을 해볼 게 있었는데 깜빡하고 있었다. 유준은 인벤토리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