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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헌터 자격(1)
2시간이 지나자 휴대폰은 꺼져버렸다. 워낙 고사양 게임이라 그런지, 배터리가 빠르게 소모되었다. 다만 그사이에 레벨을 7개나 올려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덤으로 15레벨을 찍었을 때, 스킬하나를 얻었다.
참격(慘擊)이라는 스킬로, 위에서 아래로 무기를 내리찍는 스킬이었다. 굉장히 높은 데미지를 가졌기 때문에, 덕분에 캐릭터의 레벨 업에 도움이 되었다.
휴대폰이 꺼지고 난 뒤, 유준은 앞으로 에 대해서 생각했다.
편의점은 어차피 이제 한동안 못 나갈 터. 그리고 각성을 한 이상 더 이상 편의점에서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까지 희미하지만, 목표가 생긴 이상 노력을 해야 했다. 일단 자신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퀘스트를 해야 했다. 퀘스트를 해야 배터리 충전율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왜 퀘스트를 해야 배터리 충전을 시켜 주는 거지?’
여기서 조금 이해가 안 됐다. 조금 웃긴 상상을 해보자면, 마치 따로 관리자가 있는 것 같은 기분.
유준은 자신의 실없는 생각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퀘스트 창을 열었다. 퀘스트 창에는 ‘수행 가능’이라고 적힌 퀘스트가 한 개가 갱신 되어 있었다.
========================
[메카르를 물리치자!]
종류에 상관없이 1세대 메카르 10마리를 사냥하도록 하자.
0/10
보상 : 배터리 50% 충전. 캐시 포인트 5000원.
수락 / 거절
========================
보상을 본 유준은 웃었다.
캐시 포인트.
소프트에서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화폐 이외에 현금과 똑같은 가치를 지니는 화폐로, 캐시 포인트를 이용해서 각종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거나, 캐릭터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유준은 일단 퀘스트를 수락했다. 그리고 퀘스트를 깨려면 헌터가 되어야 했기에 날이 밝으면 외출을 하기로 결심했다.
‘잠깐.’
그러던 유준은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을 깨달았다. 유준은 즉시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스마트폰 게임 접속 프로그램을 다운 받은 뒤, 소프트를 실행했다.
재밌게도, 소프트 내에서 유준의 캐릭터는 온데간데없었다. 신기해하면서도, 유준은 아까 플레이를 할 때 분명 다른 유저가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꼼수를 방지하기 위함인가?’
유준은 웃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일단 스펠형 능력인 것 같고.’
전투는 육체형이었지만, 자신의 능력은 엄연히 스펠형 능력이었다. 유준은 퀘스트 창을 껐다.
* * *
헌터(Hunter).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 메카르를 사냥하는 직업으로, 현재 헌터를 모르는 사람은 전 세계에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직업이었다.
위험한 일이고 당당히 3D 업종의 최상위권에 랭크가 되어 있었지만, 고통과 위험을 감내하고 오는 과실이 너무나도 달콤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헌터라는 직업에 모두 열광했다.
불과 백 년 전, 갑작스럽게 메카르들이 전 세계적으로 출몰했다. 어떻게 나타났는지, 어디서 출몰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하는 메카르는 도시에 난입하여 건물을 부수고 사람들을 죽임으로서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초기에 등장했던 1세대 메카르들은 현대 무기로도 충분히 제압이 가능했다. 군인들의 화기에 메카르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었고, 시민들은 군인들을 믿으며 걱정을 한시름 놓았다. 군인들은 곳곳에서 출몰하는 메카르들을 처치하기 위해 밤을 세워가며 출동했고, 메카르들을 사냥했다.
이후 어느 정도 메카르들의 침입은 잠잠해져갔고, 각국의 정부에서는 메카르가 왜 등장했는지, 메카르의 정체는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조사를 해도 인류는 메카르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현재까지도 마찬가지였고.
이후 2세대 메카르가 등장했다. 2세대 메카르부터는 현대 무기의 화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들의 가죽은 현대 무기로 흠집조차 나지 않았고, 인간들은 단숨에 영역의 대부분을 빼앗겨버렸다.
1세대 메카르로 인해서 이미 50%에 해당하는 영역이 쑥대밭이 되었고, 이제 그 영역의 일부를 되찾았을 뿐인데, 인간들은 다시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능력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보통의 인간이라면 사용할 수 없는 능력으로 2세대 메카르들을 물리쳤다. 인간의 화기에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던 메카르들은 이능력자들의 미라클에 타격을 입었고,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다시 영역을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이능력자들은 점차 늘어갔고, 동시에 3세대 메카르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간들도 쉽게 당하지 않았다.
그동안 이능력자들의 숫자도 충분히 늘어났고, 기존의 이능력자 중에서 큰 재능을 지닌 사람들은 강한 능력자가 되어 메카르들을 몰아냈다.
이후 인간들의 영역은 메카르의 영역과 뒤섞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인간과 메카르는 공생 아닌 공생을 하게 되었다.
메카르들은 심심찮게 인간의 영역에 침범하여 인간들을 잡아먹어 배를 채웠고, 인간들은 침범해오는 메카르를 잡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직접 메카르 사냥에 나서서 메카르를 잡으면 얻게 되는 부산물로 이득을 얻기 시작했다
이능력자가 메카르를 본격적으로 사냥하게 되면서 생긴 직업이 바로 헌터.
초기에는 그 독립성을 인정받기 어려웠지만, 이제 와서는 완전하게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능력자가 헌터로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헌터 자격’이다.
‘대한민국 헌터 협회 본부.’
유준은 거대한 빌딩의 입구 상부에 적혀 있는 글자들을 조용히 읽었다.
헌터 협회. 헌터와 헌터 협회는 무조건 공생해야 하는 관계였다.
각 국가에서 운영하는 헌터 협회는 헌터의 각성 유무부터, 헌터가 될 수 있는 자격, 헌터들의 편의를 위한 조치, 그리고 범죄를 저지른 ‘블랙 헌터’의 수배 등 헌터와 관련된 여러 업무를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협회의 운영금은 헌터들이 부산물을 거래할 때마다 발생하는 세금으로 운영이 되고 있으며, 전국에 지부를 두고 있을 만큼 거대한 영향력을 자랑했다.
메카르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국가가 아닌 이상, 모든 국가는 각자의 나라에 헌터 협회를 설립하고 운영해야 했다. 그리고 각국의 헌터 협회는 ‘국제 헌터 협회’에 가입을 해서 세계의 안전에도 함께 기여해야 했다.
평소 같으면 잘 시간이었지만, 긴장이 되어서 그런지 유준은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심호흡을 하며 유준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신분증을 내밀었다.
“검사를 좀 받으러 왔는데…….”
유준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각성 검사부터 했다. 각성 검사는 간단했다. 그저 기계로 몸 내부의 미라클 존재 여부를 측정하는 일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유준이 갖고 있는 MP는 미라클로 인식이 되었는지 관계자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멋쩍은 표정으로 유준은 뒤통수를 긁적였다. 유준은 몸에 MP가 있었지만, 아직도 미라클을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준은 안내를 받아 협회 빌딩 내의 승급장으로 향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아무도 없는 승급장에 유준은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이윽고 한 남성이 승급장 안으로 들어왔다. 남성은 유준에게 다가와 대뜸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아, 예. 안녕하세요.”
유준은 그의 손을 맞잡았다.
“등급 측정하러 오신 것 맞습니까?”
“아, 네.”
헌터임은 증명이 됐으니, 이제 현재 수준을 측정하여 자격을 발부해야 했다. 그 때문에 등급 측정은 필수였다.
“등급 측정을 하기 전에 한 가지를 묻겠습니다. 전투 스타일에 관해서인데… 육체형, 스펠형 중에 무엇입니까?”
유준은 고민했다. 분명 자신의 능력은 스펠형이었다. 하지만 전투 스타일은 육체형 헌터나 다름없었다.
“육…체형 헌터 같네요.”
애매모호한 대답에 남성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육체형이라고 하시니, 등급 측정은 저와의 대련으로 결정될 겁니다. 일단 제 소개부터 드리죠. 저는 협회에서 승급 심사관 및 협회 소속 공격대 제5 공격대의 대장을 맡고 있는 박성찬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특별히 등급 측정 시험관을 맡게 되었습니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아… 저는 서유준이라고 합니다.”
“혹시 무기 사용하고 싶으신 것 있으십니까?”
성찬은 유준을 데리고 무기 진열대 앞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살상력이 없는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목검이나 목봉 같은.
유준은 살면서 무기를 단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유준의 선택에는 거침이 없었다. 투사라는 직업은 대부분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직업이었다. 때문에 이곳에 있는 무기는 대부분이 유준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였기에 유준은 거침없이 ‘그’ 무기를 잡았다.
유준이 잡은 무기는 깔끔한 목검이었다.
“이걸로 할게요.”
흔히들 선택하는 무기였기에 성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승급장의 중앙으로 향했고, 유준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준비가 되면 언제라도 제게 덤비시면 됩니다.”
유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 전혀 되지 않았다. 목검을 잡은 순간 오히려 당장이라도 전투를 벌이고 싶은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유준은 짧고 굵게 호흡을 한번 뱉어냈다. 그리고 발을 한 걸음 내딛었다.
그걸 시발점으로, 유준의 다리가 자연스럽게 스텝을 밟았다. 유준은 어제보다 더욱 빨라진 속도에 당황했지만, 그게 ‘레벨 업’에 의한 효과임을 깨닫고 평정심을 되찾았다.
마치 고무공처럼 유준의 몸이 탄력 있게 튕겨져 나갔고, 성찬은 유준의 움직임에 한쪽 눈썹을 들썩였다. 그리고 유준의 목검을 자연스럽게 맨손으로 잡아냈다. 아니, 흘려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자신의 공격이 흘려지면 당황하기 일쑤지만, 유준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유준의 육체는 오히려 그걸 하나의 동작으로 연결하여 연속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상당한 수준의 검술!
마치 검으로 그림을 그리는 듯한, 부드럽고 매끄러우며, 빠르고 정확한 공격에 어느새 성찬은 손에 미라클을 발출하며 검을 흘리는 것보다 막아내고 있었다.
‘호오.’
성찬은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갓 각성한 자의 움직임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날카로웠다. 어느새 자신이 안전하게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미라클을 발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전신에 운용까지 하고 있었으니.
그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유준의 검술을 살폈다.
하루, 이틀 연마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몸에 익힌 검술을 펼쳐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초식은 없어.’
따로 정통적인 검술을 배워 그것을 펼쳐내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마치 순수하게 실전 위주로 익힌 검술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상대방을 효율적으로 살상하기 위한.
어떻게 보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검술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그것도 이제 갓 각성을 한 이능력자가 어떻게 이런 검술을 익히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그는 감탄했다.
‘가지고 있는 미라클은…….’
그는 유준의 미라클 수준을 살폈다. 미라클은 아직 미미했지만, 미라클의 경지만 오른다면, 빠른 속도로 강해질 가능성이 보였다.
‘미라클도 중요하지만 전투 센스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지.’
현재 유준이 보여주는 전투 센스는 오랜 경력을 가진 그가 보기에도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헌터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라클의 경지도 중요했지만, 육체형 헌터는 미라클의 타고난 재능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타고난 전투 감각이다. 그가 보기에는 유준은 타고난 전투 감각을 지닌 천재 같았다.
‘그나저나 미라클을 왜 사용하지 않는 거지?’
그는 유준의 심장 부근에 있는 미라클이 꼼짝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자 눈을 가늘게 떴다. 시험관을 상대로 여유를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내 그는 미라클의 운용 강도를 높였다. 그의 육체 능력이 한순간에 더욱 강력해졌고, 유준은 단숨에 밀려났다. 그럼에도 유준은 미라클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사용할 줄 몰랐으니까.
그러나 유준은 미라클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었지, 미라클을 소모할 수는 있었다.
유준은 한순간에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즉시 스킬 패드를 불러왔다. 유준의 시야 한 편에 다섯 개의 스킬 패드가 생성되었다.
네 개는 자물쇠로 잠겨 있고, 단 하나만 아이콘이 존재하는 스킬 패드.
유준은 망설임 없이 의지를 이용해 스킬, 참격을 눌러버렸다.
헌터 자격(1)
2시간이 지나자 휴대폰은 꺼져버렸다. 워낙 고사양 게임이라 그런지, 배터리가 빠르게 소모되었다. 다만 그사이에 레벨을 7개나 올려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덤으로 15레벨을 찍었을 때, 스킬하나를 얻었다.
참격(慘擊)이라는 스킬로, 위에서 아래로 무기를 내리찍는 스킬이었다. 굉장히 높은 데미지를 가졌기 때문에, 덕분에 캐릭터의 레벨 업에 도움이 되었다.
휴대폰이 꺼지고 난 뒤, 유준은 앞으로 에 대해서 생각했다.
편의점은 어차피 이제 한동안 못 나갈 터. 그리고 각성을 한 이상 더 이상 편의점에서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까지 희미하지만, 목표가 생긴 이상 노력을 해야 했다. 일단 자신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퀘스트를 해야 했다. 퀘스트를 해야 배터리 충전율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왜 퀘스트를 해야 배터리 충전을 시켜 주는 거지?’
여기서 조금 이해가 안 됐다. 조금 웃긴 상상을 해보자면, 마치 따로 관리자가 있는 것 같은 기분.
유준은 자신의 실없는 생각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퀘스트 창을 열었다. 퀘스트 창에는 ‘수행 가능’이라고 적힌 퀘스트가 한 개가 갱신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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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르를 물리치자!]
종류에 상관없이 1세대 메카르 10마리를 사냥하도록 하자.
0/10
보상 : 배터리 50% 충전. 캐시 포인트 5000원.
수락 /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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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을 본 유준은 웃었다.
캐시 포인트.
소프트에서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화폐 이외에 현금과 똑같은 가치를 지니는 화폐로, 캐시 포인트를 이용해서 각종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거나, 캐릭터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유준은 일단 퀘스트를 수락했다. 그리고 퀘스트를 깨려면 헌터가 되어야 했기에 날이 밝으면 외출을 하기로 결심했다.
‘잠깐.’
그러던 유준은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을 깨달았다. 유준은 즉시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스마트폰 게임 접속 프로그램을 다운 받은 뒤, 소프트를 실행했다.
재밌게도, 소프트 내에서 유준의 캐릭터는 온데간데없었다. 신기해하면서도, 유준은 아까 플레이를 할 때 분명 다른 유저가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꼼수를 방지하기 위함인가?’
유준은 웃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일단 스펠형 능력인 것 같고.’
전투는 육체형이었지만, 자신의 능력은 엄연히 스펠형 능력이었다. 유준은 퀘스트 창을 껐다.
* * *
헌터(Hunter).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 메카르를 사냥하는 직업으로, 현재 헌터를 모르는 사람은 전 세계에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직업이었다.
위험한 일이고 당당히 3D 업종의 최상위권에 랭크가 되어 있었지만, 고통과 위험을 감내하고 오는 과실이 너무나도 달콤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헌터라는 직업에 모두 열광했다.
불과 백 년 전, 갑작스럽게 메카르들이 전 세계적으로 출몰했다. 어떻게 나타났는지, 어디서 출몰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하는 메카르는 도시에 난입하여 건물을 부수고 사람들을 죽임으로서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초기에 등장했던 1세대 메카르들은 현대 무기로도 충분히 제압이 가능했다. 군인들의 화기에 메카르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었고, 시민들은 군인들을 믿으며 걱정을 한시름 놓았다. 군인들은 곳곳에서 출몰하는 메카르들을 처치하기 위해 밤을 세워가며 출동했고, 메카르들을 사냥했다.
이후 어느 정도 메카르들의 침입은 잠잠해져갔고, 각국의 정부에서는 메카르가 왜 등장했는지, 메카르의 정체는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조사를 해도 인류는 메카르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현재까지도 마찬가지였고.
이후 2세대 메카르가 등장했다. 2세대 메카르부터는 현대 무기의 화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들의 가죽은 현대 무기로 흠집조차 나지 않았고, 인간들은 단숨에 영역의 대부분을 빼앗겨버렸다.
1세대 메카르로 인해서 이미 50%에 해당하는 영역이 쑥대밭이 되었고, 이제 그 영역의 일부를 되찾았을 뿐인데, 인간들은 다시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능력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보통의 인간이라면 사용할 수 없는 능력으로 2세대 메카르들을 물리쳤다. 인간의 화기에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던 메카르들은 이능력자들의 미라클에 타격을 입었고,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다시 영역을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이능력자들은 점차 늘어갔고, 동시에 3세대 메카르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간들도 쉽게 당하지 않았다.
그동안 이능력자들의 숫자도 충분히 늘어났고, 기존의 이능력자 중에서 큰 재능을 지닌 사람들은 강한 능력자가 되어 메카르들을 몰아냈다.
이후 인간들의 영역은 메카르의 영역과 뒤섞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인간과 메카르는 공생 아닌 공생을 하게 되었다.
메카르들은 심심찮게 인간의 영역에 침범하여 인간들을 잡아먹어 배를 채웠고, 인간들은 침범해오는 메카르를 잡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직접 메카르 사냥에 나서서 메카르를 잡으면 얻게 되는 부산물로 이득을 얻기 시작했다
이능력자가 메카르를 본격적으로 사냥하게 되면서 생긴 직업이 바로 헌터.
초기에는 그 독립성을 인정받기 어려웠지만, 이제 와서는 완전하게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능력자가 헌터로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헌터 자격’이다.
‘대한민국 헌터 협회 본부.’
유준은 거대한 빌딩의 입구 상부에 적혀 있는 글자들을 조용히 읽었다.
헌터 협회. 헌터와 헌터 협회는 무조건 공생해야 하는 관계였다.
각 국가에서 운영하는 헌터 협회는 헌터의 각성 유무부터, 헌터가 될 수 있는 자격, 헌터들의 편의를 위한 조치, 그리고 범죄를 저지른 ‘블랙 헌터’의 수배 등 헌터와 관련된 여러 업무를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협회의 운영금은 헌터들이 부산물을 거래할 때마다 발생하는 세금으로 운영이 되고 있으며, 전국에 지부를 두고 있을 만큼 거대한 영향력을 자랑했다.
메카르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국가가 아닌 이상, 모든 국가는 각자의 나라에 헌터 협회를 설립하고 운영해야 했다. 그리고 각국의 헌터 협회는 ‘국제 헌터 협회’에 가입을 해서 세계의 안전에도 함께 기여해야 했다.
평소 같으면 잘 시간이었지만, 긴장이 되어서 그런지 유준은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심호흡을 하며 유준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신분증을 내밀었다.
“검사를 좀 받으러 왔는데…….”
유준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각성 검사부터 했다. 각성 검사는 간단했다. 그저 기계로 몸 내부의 미라클 존재 여부를 측정하는 일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유준이 갖고 있는 MP는 미라클로 인식이 되었는지 관계자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멋쩍은 표정으로 유준은 뒤통수를 긁적였다. 유준은 몸에 MP가 있었지만, 아직도 미라클을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준은 안내를 받아 협회 빌딩 내의 승급장으로 향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아무도 없는 승급장에 유준은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이윽고 한 남성이 승급장 안으로 들어왔다. 남성은 유준에게 다가와 대뜸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아, 예. 안녕하세요.”
유준은 그의 손을 맞잡았다.
“등급 측정하러 오신 것 맞습니까?”
“아, 네.”
헌터임은 증명이 됐으니, 이제 현재 수준을 측정하여 자격을 발부해야 했다. 그 때문에 등급 측정은 필수였다.
“등급 측정을 하기 전에 한 가지를 묻겠습니다. 전투 스타일에 관해서인데… 육체형, 스펠형 중에 무엇입니까?”
유준은 고민했다. 분명 자신의 능력은 스펠형이었다. 하지만 전투 스타일은 육체형 헌터나 다름없었다.
“육…체형 헌터 같네요.”
애매모호한 대답에 남성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육체형이라고 하시니, 등급 측정은 저와의 대련으로 결정될 겁니다. 일단 제 소개부터 드리죠. 저는 협회에서 승급 심사관 및 협회 소속 공격대 제5 공격대의 대장을 맡고 있는 박성찬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특별히 등급 측정 시험관을 맡게 되었습니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아… 저는 서유준이라고 합니다.”
“혹시 무기 사용하고 싶으신 것 있으십니까?”
성찬은 유준을 데리고 무기 진열대 앞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살상력이 없는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목검이나 목봉 같은.
유준은 살면서 무기를 단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유준의 선택에는 거침이 없었다. 투사라는 직업은 대부분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직업이었다. 때문에 이곳에 있는 무기는 대부분이 유준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였기에 유준은 거침없이 ‘그’ 무기를 잡았다.
유준이 잡은 무기는 깔끔한 목검이었다.
“이걸로 할게요.”
흔히들 선택하는 무기였기에 성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승급장의 중앙으로 향했고, 유준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준비가 되면 언제라도 제게 덤비시면 됩니다.”
유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 전혀 되지 않았다. 목검을 잡은 순간 오히려 당장이라도 전투를 벌이고 싶은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유준은 짧고 굵게 호흡을 한번 뱉어냈다. 그리고 발을 한 걸음 내딛었다.
그걸 시발점으로, 유준의 다리가 자연스럽게 스텝을 밟았다. 유준은 어제보다 더욱 빨라진 속도에 당황했지만, 그게 ‘레벨 업’에 의한 효과임을 깨닫고 평정심을 되찾았다.
마치 고무공처럼 유준의 몸이 탄력 있게 튕겨져 나갔고, 성찬은 유준의 움직임에 한쪽 눈썹을 들썩였다. 그리고 유준의 목검을 자연스럽게 맨손으로 잡아냈다. 아니, 흘려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자신의 공격이 흘려지면 당황하기 일쑤지만, 유준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유준의 육체는 오히려 그걸 하나의 동작으로 연결하여 연속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상당한 수준의 검술!
마치 검으로 그림을 그리는 듯한, 부드럽고 매끄러우며, 빠르고 정확한 공격에 어느새 성찬은 손에 미라클을 발출하며 검을 흘리는 것보다 막아내고 있었다.
‘호오.’
성찬은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갓 각성한 자의 움직임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날카로웠다. 어느새 자신이 안전하게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미라클을 발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전신에 운용까지 하고 있었으니.
그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유준의 검술을 살폈다.
하루, 이틀 연마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몸에 익힌 검술을 펼쳐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초식은 없어.’
따로 정통적인 검술을 배워 그것을 펼쳐내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마치 순수하게 실전 위주로 익힌 검술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상대방을 효율적으로 살상하기 위한.
어떻게 보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검술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그것도 이제 갓 각성을 한 이능력자가 어떻게 이런 검술을 익히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그는 감탄했다.
‘가지고 있는 미라클은…….’
그는 유준의 미라클 수준을 살폈다. 미라클은 아직 미미했지만, 미라클의 경지만 오른다면, 빠른 속도로 강해질 가능성이 보였다.
‘미라클도 중요하지만 전투 센스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지.’
현재 유준이 보여주는 전투 센스는 오랜 경력을 가진 그가 보기에도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헌터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라클의 경지도 중요했지만, 육체형 헌터는 미라클의 타고난 재능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타고난 전투 감각이다. 그가 보기에는 유준은 타고난 전투 감각을 지닌 천재 같았다.
‘그나저나 미라클을 왜 사용하지 않는 거지?’
그는 유준의 심장 부근에 있는 미라클이 꼼짝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자 눈을 가늘게 떴다. 시험관을 상대로 여유를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내 그는 미라클의 운용 강도를 높였다. 그의 육체 능력이 한순간에 더욱 강력해졌고, 유준은 단숨에 밀려났다. 그럼에도 유준은 미라클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사용할 줄 몰랐으니까.
그러나 유준은 미라클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었지, 미라클을 소모할 수는 있었다.
유준은 한순간에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즉시 스킬 패드를 불러왔다. 유준의 시야 한 편에 다섯 개의 스킬 패드가 생성되었다.
네 개는 자물쇠로 잠겨 있고, 단 하나만 아이콘이 존재하는 스킬 패드.
유준은 망설임 없이 의지를 이용해 스킬, 참격을 눌러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