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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모바일 게임 캐릭터의 능력을 얻다(3)





당황하고 있는 유준에게 군 관계자 한 명이 다가왔다. 대위 계급을 달고 있는 지휘관이었는데, 그는 유준에게 인사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혹시 헌터이십니까?”

“……아뇨.”

유준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이제 갓 각성을 한 이능력자였지 헌터는 아니었다. 대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을 대충 이해했기 때문이다.

“비록 1세대 메카르지만, 저희 대신 메카르를 레이드 해준 점, 감사드립니다.”

“아……예.”

“메카르의 부산물은 정산을 해드리겠습니다.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네.”

대위는 즉시 메카르의 시체로 가서 메카르를 살폈다. 너무나도 깔끔하게 죽인 흔적. 편의점 알바를 하다가 나온, 이제 갓 각성을 한 이능력자가 한 것이라고 보기 힘들만큼 깔끔했다.

그는 감탄하며 유준에게로 돌아가 계좌 번호를 물었다. 조만간 금액이 입금될 거라는 말과 함께 유준은 몇 가지 조사를 더 한 뒤에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일단 자신의 짐부터 챙겼고, 이윽고 썩은 얼굴이 된 사장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

보상금이 나오겠지만, 당장에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사장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일 것이다.

애초에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골목도 아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사람들이 더 이쪽으로 오지 않을 상황도 감수해야 했고.

잠시 썩은 표정으로 매장을 살피던 사장은 유준의 달라진 모습에 놀라면서도 유준이 각성을 했다는 걸 듣자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유준은 그런 사장의 반응에 일일이 대꾸하지 못하고 얼이 빠진 표정으로 매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집으로 돌아온 유준은 코부터 틀어막았다. 그리고 냄새의 근원지가 이불임을 깨닫고 즉시 세탁기로 쑤셔 넣었다. 몸에서 흘러나온 노폐물이 이불에 다 묻었는데 정신이 없어서 치우지도 않고 갔기 때문에 집 안 전체에 냄새가 꽉 차버렸다.

냄새 때문에 조금만 있어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았기에 유준은 곳곳에 방향제를 뿌리고 오랜만에 청소를 했다. 청소를 모두 마친 뒤 유준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아까 자신을 떠올렸다. 아직 정신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몸은 트라우마와 상관없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메카르를 상대하던 자신. 유준은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이건 무슨 능력인지 유준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육체형 능력이 다 이런가?’

유준은 자신이 육체형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이상한 점은 자신은 미라클을 느끼지도 못하고, 미라클이 있는지 확인조차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던 유준은 아까 홀로그램을 떠올렸다. 워낙 큰 사건에 묻혀서 망정이지, 홀로그램도 작은 사건은 아니었다.

“퀘스트? 퀘스트 창이 뭐야?”

유준은 퀘스트 창에 관해서 떠올렸다. 그러자 갑자기 퀘스트 창이 떴다. 그리고 퀘스트 창의 맨 위 상단에는 ‘튜토리얼’이라고 적힌 퀘스트가 한 개 있었다.

“뭐야, 이거…….”

눈앞에 떠 있는 퀘스트 창을 바라보며 유준은 입을 벌렸다. 도대체 이게 뭔지 알 수 없었다. 유준은 일단 퀘스트를 눌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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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퀘스트]

안내에 따라 튜토리얼을 완료해라!

보상 : 배터리 50% 충전.

지금 바로 안내를 해도 되겠습니까? 수락 /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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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으로 배터리 50% 충전은 또 뭐고, 안내는 또 뭐란 말인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유준은 일단 수락부터 했다.



[상태 창을 열어보겠습니다. 상태 창을 열겠다는 의지를 발현하십시오.]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 일단 따라야 했다.

상태 창을 열겠다는 의지를 품으니, 눈앞에 상태창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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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서유준 / 레벨 : 10 /

직업 : 투사 / 종족 : 인간

HP : 100 / MP : 100 / 근력 : 25

민첩 : 25 맷집 : 10 / 체력 : 15 / 마력 : 15

공격력 : 250 / 방어력 : 100 / 회피율 : 250 / 치명타 확률 : 0%

액티브 스킬 : 없음 / 패시브 스킬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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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준은 입을 벌렸다. 도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레벨은 뭐고 직업은 뭐고 HP, MP는 뭐란 말인가.

“……이건?”

이름과 직업, 그리고 레벨과 각종 스텟을 보던 유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어디서 많이 본 상태창이었다.

“소프트?”

확실했다. 소프트가 맞았다. 유준은 즉시 휴대폰을 집었다. 자세한 확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휴대폰은 꺼져 있었고, 유준은 즉시 충전기에 꽂았다. 헌데 아무리 충전을 해도 충전이 되질 않았다. 유준은 휴대폰을 때려보았고, 배터리도 갈아 끼워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마치 고장 난 휴대폰처럼.

유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했다.

‘그때 나는…….’

이제야 기억이 났다. 유준은 그때 자신이 정신을 잃었다는 걸 떠올렸다.

‘심장이 미칠 듯이 두근거렸어. 그리고 빛이 터져 나왔지.’

유준은 그게 각성의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이 휴대폰과 함께 심장 부근을 붙잡고 있었더라는 것 역시 떠올렸다.

‘설마…….’

말이 안 되는 소리였지만, 애초에 각성이라는 것 자체가 과학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헌터가 생기고 메카르가 생긴 지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도 메카르가 어디서 튀어나왔고, 헌터는 왜 각성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밝히지도 못했다.

때문에 유준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확신의 단계는 아니었다.

유준은 상태창을 해제했다.



[상태 창을 해제하시고, 인벤토리 창을 열어보십시오.]



이로서 유준은 확신을 가졌다. 유준의 능력. 이건 게임 캐릭터의 능력이 확실했다. 인벤토리 다음에 장비창이 나왔고 놀랍게도 캐릭터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는 현실로 불러올 수가 있었다.

유준은 나중에 인벤토리 안의 물품도 현실로 가져올 수 있는지 실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다음에는 물약 패드, 이후엔 스킬 패드를 열라는 안내가 나왔다.

스킬 패드까지 마치니, 물품을 집고 아이템 감정을 하라는 안내가 흘러나왔고, 유준은 아무 물품이나 하나 집고 아이템 감정을 했다.



[퀘스트 완료!]

[보상이 주어집니다!]



갑자기 지금까지 잠자코 켜지질 않던 휴대폰이 켜지기 시작했다. 유준은 휘둥그레 한 눈으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켜진 휴대폰은 배터리가 정확히 50%가 있었는데, 유준은 왜 퀘스트 보상으로 휴대폰 배터리를 주는 건지 생각을 했다.

‘혹시?’

유준은 소프트에 접속했다. 그리고 소프트를 플레이했다. 이윽고 레벨이 올랐고, 유준은 갑자기 전신의 근육이 팽팽하게 땅겨지며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혹시나 해서 상태창을 열어보니 레벨이 1 올라가 있었다. 각종 스텟들은 소프트와 마찬가지로 자동적으로 골고루 분배가 되었다.

이로서 유준은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능력은 게임 캐릭터의 능력이 맞았다.

‘메카르를 상대 할 수 있었던 능력도…….’

게임 캐릭터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빨랐다. 보통 게임 캐릭터는 몬스터를 상대할 때 움츠러들거나 하지 않고 숙련된 움직임으로 몬스터를 상대한다. 유준의 모습이 딱 그랬다.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숙련된 움직임으로 메카르를 상대하던 모습.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었다.

‘게임 캐릭터가 성장하면 나도 강해져!’

게임 속에서 레벨 업을 하면 현실에서의 자신도 함께 강해진다. 유준은 손이 떨렸다. 게임 캐릭터가 성장하면 자신도 강해진다니! 이건 말이 안 됐다. 이 말은 게임 캐릭터가 빠르게 성장하면 자신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게임 캐릭터의 강함을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이 말을 다르게 해석하자면,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벽에 부딪치기도 하고, 재능이 없어 앞을 향해 나아가지도 못하는 헌터들과 달리 유준은 헌터가 된다면 날개 돋친 듯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는 소리다.

유준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웃었다. 지금까지의 불행이 단숨에 씻겨 나가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의 서러움이 한순간에 올라와서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인생을 뒤바꿔줄 게임! 유준은 앞으로 소프트를 이렇게 여기기로 했다.

“꼭!”

유준은 앞으로 소프트를 이용해 많은 성장을 이루고 최고의 헌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메카르에게서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도록.

동생이 그렇게 세상을 떠난 뒤, 유준은 엉망이 되었다. 세상 모든 게 원망스러웠고, 당장이라도 메카르들을 모두 학살해버리고 싶었다. 또한, 자신을 구해준 헌터들에게도 찾아가 소리치고 싶었다. 왜 조금 더 빨리 오지 않았냐고,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동생의 장례를 치르고 유준은 부대로 복귀해서도 제대로 된 정신으로 생활을 하지 못하고 겨우 전역을 했다. 그리고 엉망이 된 자신을 되돌리지 못했다.

고향에 있으면 동생의 사고 생각이 나서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일부러 서울로 올라와 그동안 모아뒀던 돈으로 작은 원룸을 하나 구했다.

그리고 매일 악몽에 시달릴 때면 잠을 이루지 못했기에, 피로에 절어 있었고, 살은 점차 빠져가고 피부는 점차 더러워져만 갔다.

사람과 접촉도 하지 않고 연락도 잘 하지 않아 친구들하고도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가끔 가족들하고도 연락을 했지만, 그저 거짓으로 잘 일 하고 있고 사회 경험 잘 하고 있다고 말만 하고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다.

만약 그때, 자신이 동생을 강제로라도 끌고 갔었더라면! 차라리 동생을 때려서라도 데리고 갔었더라면! 지금쯤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렇게 죄책감과 두려움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을까?

항상 이 생각을 하며 유준은 매일 자신을 질책하고 원망하며 정신을 갉아먹었다. 그래서 헌터가 되고 싶었다. 만약 헌터가 된다면 조금이라도 이 기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다시는 소중한 누군가를 잃게 놔두지 않을 것 같았다.

동생을 씹어 먹는 메카르를 그냥 쳐다보지 않고 당장이라도 동생을 구해낼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진 존재.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원한다고 되는 헌터가 아니었다. 그래서 헌터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을 했다. 영상을 보는 때만큼은 자신은 헌터가 되어 메카르를 죽였으니까.

‘이제는…….’

이제는 메카르를 죽일 힘도 있었고, 심지어 더욱 강해질 계기도 확실했다.

‘유환아.’

동생이 간절히 원했고, 자신도 간절히 원했던 것에 손이 닿았다. 유준은 다짐했다. 최고의 헌터가 되어 소중한 사람들도 지키고, 가족들도 호강시켜주며, 헌터로서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어도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들지는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