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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모바일 게임 캐릭터의 능력을 얻다(2)





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밤에 유준은 눈을 떴다. 잠에서 깼다기보다 정신을 차렸다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그는 깨질 듯이 아파오는 머리를 짚으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전원이 꺼져 있었다.

유준은 벽걸이 시계로 시선을 옮겼다.

“…….”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다. 도대체 이 시간까지 어떻게 잘 수 있는 건지, 유준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는 즉시 화장실로 향했다. 어차피 낮에 샤워를 하고 바로 누워서 팬티 밖에 입고 있지 않았기에 옷을 벗을 시간은 필요 없었다.

유준은 즉시 양치를 하기 위해 칫솔을 집어 들고 치약을 짰다, 그리고 칫솔을 입안에 우겨넣고 거울을 봤다.

“……응?”

잘못 봤나 싶어 유준은 눈을 비볐다. 하지만 그가 보는 광경은 여전했다. 혹시 눈곱 때문에 시야가 이상하게 됐나 싶어 유준은 물을 틀어 눈을 비볐다.

“……뭐야.”

유준은 얼이 빠진 표정으로 거울을 바라보았다. 본래대로라면 여드름이 가득하고 몸은 깡마른 멸치가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 거울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서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울긋불긋한 여드름은 온데간데없었고, 깨끗하고 하얀 피부만이 화장실의 조명에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또한, 말라깽이 멸치였던 몸은 멋스러운 근육들이 자리 잡고 있어 완벽히 각이 잡힌 몸매를 뽐냈다.

예전에 유준은 키도 185㎝나 되고 운동도 취미로 자주 해서 몸도 상당히 좋고, 피부도 좋아 상당히 잘생긴 편에 속했다. 하지만 지금 모습은 예전의 모습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멋스러운 모습이었다.

유준은 혹시 다른 사람이 있는 건 아닌지 주변을 확인했다.

아니었다. 자신이 맞았다. 얼굴도 자신의 얼굴 그대로였으니.

한참 동안 뻘쭘하게 있던 유준은 그대로 소리쳤다.

“뭐, 뭐야 이거!”

유준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삿대질하며 턱을 떨었다. 진짜로 당황해버렸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이런 모습이라니, 말이 되는가?

“누, 눈이…….”

유준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두 눈을 덮었다. 설마 눈에 이상이라도 생긴 것일까? 아직 불과 25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눈이 어떻게 되었단 말인가!

아니, 아직 확실한 건 없었다. 유준은 눈을 감고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보들보들한 아기 피부를 만지는 것처럼 감촉이 좋았다. 그리고 몸 곳곳을 쓸어보았다. 울퉁불퉁하고 단단한 근육. 하루 이틀 운동을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오랜 시간 단련을 했을 때 만들어지는 근육.

시각과 일치하는 촉각이었다.

“신기루는 아니겠지?”

신기루는 아니었다. 촉각까지 일치할 리 없었으니까.

“뭐지, 도대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예로 들면 헌터가 되는 과정, 각성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각성?”

지금까지 그 어떤 사람도 각성을 했을 때 피부가 좋아지고, 근육질의 몸매가 되었다고 들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다른 방식으로 각성을 하는 만큼, 모두 똑같이 각성이 된다고는 할 수 없었다. 유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현상을 설명할 방법은 각성 말고는 없었다.

유준은 흥분했다. 하지만 일단 씻어야 했다.

“근데, 이게 뭐야?”

유준은 자신의 몸 곳곳에 달라붙어 있는 액체를 매만졌다. 이제야 알았는데 엄청나게 역한 냄새가 풍겼다. 몸 전체가 거의 끈적했는데, 슬쩍 냄새를 맡아보니, 유준은 구역질부터 했다. 마치 노폐물이 몸에서 그대로 쏟아져 나온 것 같았다.

유준은 아예 샤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알바 시간이 늦었기에 얼른 샤워를 해야 했다. 빠른 속도로 샤워를 하고 나온 유준은 몸 냄새를 맡아보았다. 아직도 희미하게 냄새가 났다. 아마도 며칠이 지나야 될 것 같았다.

일단 다른 생각을 할 것도 없이, 유준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집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이전 근무자는 발을 동동 구르며 휴대폰만을 보고 있었다. 그때 유준이 들어오자, 전 근무자였던 여성은 유준을 향해 큰 소리로 쏘아붙였다.

“지금 오시면 어떡해요!”

“죄송합니다…….”

유준은 고개를 숙였다. 당연했다. 여성은 짜증이 어린 표정으로 조끼를 벗어 신경질적으로 던졌다. 그러면서 유준을 지나쳤는데, 그러다가 화가 났는지 다시 돌아보았다.

“이봐요!”

“예?”

유준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응시했다. 하지만 오히려 당황한 건 그녀였다. 분명 피부도 더럽고 몸도 말라깽이였는데, 다시 보니 어깨도 넓었고, 피부도 정말 좋았다. 그러고 보니 얼굴도 제법 잘생겼기에, 그녀는 지금까지와 다른 이미지의 남성이 눈앞에 있자 당황한 것이다.

“누구세요?”

“예?”

목소리는 같았고, 얼굴 골격도 똑같았기에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심하게 당황했는지 빨개진 얼굴로 쏘아붙이며 나갔다.

“다음부터는 조심하세요!”

“죄송합니다.”

유준은 다시 한 번 사과를 했다. 그리고 유준은 일단 일부터 하기 시작했다. 이것저것을 정리하고 난 뒤 유준은 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야간에는 사람도 많이 없어서 별로 할 일도 없었다. 편의점 사장이 알바를 배려해서 설치해둔 노트북을 켠 뒤 유준은 각성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각성.

평범한 일반인이 이능력자가 되는 과정으로, 각성을 거치고 난 뒤 평범했던 사람은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능력은 총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사람의 특성에 따라 육체형 능력, 혹은 스펠형 능력을 갖게 된다. 그리고 두 갈래의 다른 길일지라도 한 가지는 동일했는데, 바로 ‘미라클’의 존재 유무였다.

이능력자들은 미라클이라는 기운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며, 이는 각성을 하는 순간 숨을 쉬듯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고 한다.

유준은 미라클이라는 기운에 의문을 가졌다. 이능력자들은 각성을 하는 순간부터 미라클이라는 기운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는데, 그럼 자신도 가능해야 했다.

‘미라클이 있긴 한 건가?’

유준은 몸을 살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작아서 팽팽해진 옷과 드러난 근육밖에 없었다.

“도대체…….”

띠링!



[퀘스트 갱신! 퀘스트 창을 열어 튜토리얼 퀘스트를 수락]



갑자기 유준의 눈앞에 홀로그램이 떴다. 유준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이내 홀로그램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때였다.

콰드득!

콰쾅!

미라클이 뭔지 파악도 하지 못한 채 갑자기 이상한 홀로그램이 떠서 당황하던 유준은 갑작스럽게 울려 퍼지는 굉음에 더 크게 당황하며 주변을 살폈다.

쨍그랑!

주변을 살피기 무섭게 편의점의 유리창이 깨져 내렸다. 유리가 비산하자 잠시 고개를 숙이던 유준은 고개를 들어 무너진 유리창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서 즉시 고개를 숙였다.

두근, 두근, 두근.

유준은 몸을 떨었다. 방금 유준이 봤던 존재. 그건 바로 다름 아닌, 메카르였다.

메카르! 그것도 도시 한복판에 당당히 돌아다니는 메카르!

물론 흔한 일이다. 지금의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교통사고가 일어나듯, 빈번히 메카르들이 도심 속으로 들어와서 헤집어놓곤 하니까. 하지만 유준은 도심 속의 메카르에게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다.

부들부들.

엎드려 있는 유준의 팔이 떨렸다. 머릿속에서 필모그래피처럼 과거의 기억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또한, 편의점의 바닥이 보여야 될 시야에서는 동생을 씹어 먹던 메카르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키에에엑! 키에엑!

바깥에 있는 메카르는 어느새 편의점 안으로 들어와 마구잡이로 헤집어 놨다. 유준은 정말로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도 이제 죽임을 당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준은 이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나도… 각성을 했어.’

현재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분명 자신도 각성을 했다.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을 벗어나는 데 도움은 되지 않을까?

“……응?”

유준은 잠시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살폈다. 이상하게 몸을 떠는 게 진짜 몸이 떨려서가 아닌, 자신이 정신 상태에 맞춰 일부러 몸을 떠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준은 몸을 멈춰보았다.

그러자 몸의 떨림이 단숨에 멎었다. 이상하게 크게 두렵지도 않았다.

예전에 메카르를 마주하고 몸을 움직이지도 못했던 자신과는 전혀 달랐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각성 때문에?’

자세히는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몸이 전혀 떨리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지장이 없을 것 같다는 얘기였다. 유준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즉시 땅을 박찼다.

타닥!

유준의 몸이 단숨에 편의점 창밖으로 벗어났다. 평소에는 보일 수 없는 움직임에 유준은 당황했다. 그저 몸이 좋아졌다고 해서, 몸의 근육으로 보일 움직임이 아니었다.

자신의 움직임에 당황했기 때문인지 유준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몸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때 안에 있던 메카르가 밖으로 튀어나와 유준에게 돌진했다.

“……!”

유준은 다가오는 메카르를 보며 기겁하는 표정을 지었다. 왜 자신이 메카르를 앞에 두고도 이런 방심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이상하게 메카르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저 석상을 앞에 두고 있는 것처럼 무심했다.

그래서 유준은 다른 생각을 했던 것이고, 그 결과 메카르의 아가리를 정면으로 보게 되었다.

“흡!”

유준은 짧고 굵게 기합성을 냈다. 동시에 메카르의 아가리가 유준의 얼굴을 향해 다가왔고, 유준은 빠르고 경쾌한 스텝을 밟아 메카르의 공격을 피해냈다.

콰득!

메카르의 두터운 아가리는 유준의 뒤에 있던 전봇대를 물었다. 전봇대가 그대로 부러지며 무너져 내렸고, 스텝을 밟아 피한 유준은 어느새 바닥에 떨어져 있는 파이프를 들어 메카르에게 다가가 목 부분을 후려쳤다.

빠각!

-키에엑!

메카르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유준은 빠른 속도로 메카르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빠가가각!

유준은 빠른 속도로 메카르의 몸 곳곳을 쇠파이프로 후려쳤다. 메카르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고, 유준은 날카로운 쇠파이프의 아랫부분을 그대로 메카르의 눈을 향해 박아 넣었다.

-키에에엑…….

쇠파이프는 눈을 뚫고 그대로 뇌를 관통했다. 메카르는 절명했고, 유준은 쇠파이프에서 손을 뗐다.

“이, 이게 무슨…….”

자신이 메카르를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유준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메카르를 죽이다니. 심지어 그렇게 움직이고 싶다고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또한, 움직임에는 전혀 어색함이 없었고, 마치 이러한 전투를 수도 없이 경험한 사람처럼 너무나도 당연한 움직임이었다.

마치 머리로는 기억을 못해도 몸이 기억을 하는 것처럼.

심지어 과거 메카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이렇게 움직였다는 게 유준에게는 큰 혼란이었다.

갑자기 너무나도 변화해버린 자신. 유준은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군인들이 나타났다. 군인들은 죽어 있는 메카르를 살핀 뒤, 멍한 표정으로 메카르를 바라보고 있는 유준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