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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5장 이상하게 만난 남과 여(5)


무게:3
내구력:5/5
특수 능력:그런 것 없다.]
“자, 이것은 이렇게 착용하는 거야. 그래, 그렇게 착용해. 멋지다!”
오른쪽 눈에 외눈 안경을 착용한 데네브의 모습은 잘생긴데다 지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하모니카 불 줄 알아?”
“어, 아주 잘 부니까 걱정 말어. 고마워, 잘 쓸게.”
‘이거, 전혀 불 줄 모르는데……. 연습해 놔야겠군.’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너의 눈은 여전히 슬프구나.’
“아, 아영아?”
덥썩!
아리시아가 갑자기 데네브의 머리를 자기 가슴에 끌어안았다.
‘아…….’
데네브는 아리시아의 심장 고동 소리를 들었다.
“울고 싶으면 울어. 다 내가 받아 줄게. 너의 마음속의 빈자리는 내가 채워 줄 거야.”
데네브의 얼굴이 붉어졌다.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귀여워.”
아리시아가 울 듯 말 듯한 얼굴로 자신을 보자 순간 말해 버렸다. 그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 같았기 때문이다.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데네브는 천사같이 웃는 아리시아에게 말했다. 아리시아는 말없이 계속 데네브에게 웃어 보였다.
그날 데네브는 지칠 때까지 울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처음으로 운 것이다.



6장 NPC 알비레오 왕자(1)


“그래, 게임 시간상으로 내일이면 끝난다고?”
아리시아와 그 일이 있는 후 약 2개월이 지났다.
여름방학을 맞이해서 집에서 캡슐로 공부한다는 핑계로 학교 자율 학습에 참석하지 않은 데네브는 그동안 연금술과 공부에 매달렸다.
지금은 온실에서 가지고 온 약초로 포션을 만들면서 일당백이랑 귓속말을 하고 있었다.
“이제 이 지겨운 동굴은 안녕이야. 그때 이후로는 아무도 여기에 안 오니 얼마나 심심했는데.”
“한아영이랑은 연락하며 사냐?”
“겨우 전화 통화하면서 산다. 여름이다 보니 여러 가지 행사에 나가느라고 바쁘거든.”
“그러다가 헤어지는 것 아냐? 요즘은 만나기 힘든 커플은 금방 헤어지잖아.”
“그럴 일 없거든? 현동이가 지구의 평화를 위해 세일러문으로 변신하는 소리 하지 마.”
“그게 무슨 뜻이야?”
“지구가 멸망할 징조.”
“하아,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 줘.”
“그러마.”
“그러면 다시 세상에 나오면 뭐 할 거야? 역시 우리 길드로…….”
“기각! 난 그냥 여행을 떠날 거야. 게다가 수능도 얼마 안 남았고.”
“그런데 너 연금술사라는 직업 공유시킬 생각 없어? 다른 직업들은 공유가 돼서 일반 유저들이 히든 클래스 유저들에게 퀘스트를 받아서 전직하던데?”
“그럴 생각 없는데? 생각해 봐. 내 직업을 가진 유저들이 많아지면 금값이나 보석 가격이 낮아지는데, 그럼 난 뭘 먹고 사냐?”
“이런 매너 없는 자식. 뭐, 니 성격답다. 이제 한 달만 있으면 길드전이 패치되니까, 그때 한번 너를 부를게. 여태까지는 국가들끼리 싸우는 국가전에 용병으로 나가는 것밖에 안 됐는데 잘됐다.”
“그래라. 내가 준 철퇴는 잘 쓰고 있냐?”
“아, 그거? 그…… 그게…… 저…….”
“뭐냐?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니네 집 갈 줄 알어.”
“도, 도둑……. 도둑맞았어. 보름 전에 길드 창고에 도둑이 들어서…….”
“쿨럭!”
‘이게 무슨 소리냐?’
순간 데네브는 기침을 하고 말았다. 손이 부들부들 떨려서 약물을 잘못 섞는 바람에 포션이 검게 변해 버렸다.
“너…… 지금 어디 있냐? 내가 너와 함께 즐거운 황산 파티를 하고 싶은데?”
“미안해! 잘못했어! 나도 놀랐다고!”
“으으윽! 아이템 상거래 사이트 뒤져 봤어?”
“뒤져 봤는데…… 없어. 그것 때문에 우리 길드도 발칵 뒤집어졌어.”
“에르메키아 월드 랭킹 5위인 너희 일당백 군사 길드의 창고를 훔친 놈도 대단하다. 다른 길드가 연관되어 있는 것 아냐?”
“아마도 그런 것 같아.”
“넌 그게 뭔지 알고 하는 소리냐? 아직 천연 오리하르콘이나 미스릴도 안 나왔는데, 그렇게 귀중한 걸 잃어버려? 내가 처음으로 만든 오리하르콘이었다고! 내 자식 같은 것을 가슴을 부여잡으며 너에게 줬는데, 넌 그걸 잃어버려? 아무리 네 거라지만 그걸 팔면 얼마나 나오는 줄 알아? 네가 내 친구니까 선뜻 준 거였는데.”
“가슴은 언제 부여잡았다구. 그…… 그냥 네가 다시 만들어 주면 안 되겠니? 넌 연금술사잖아.”
“얌마! 그런 금속들은 만들기가 까다롭다고! 오죽했으면 내가 금은보화만 만드냐?”
데네브는 한쪽 구석에 쌓여 있는 금은보화들을 보며 말했다. 금, 은, 보석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광택을 내면서 반짝이고 있었다.
“부럽다.”
“부러울 일이 아니잖아! 여기 있는 보석보다 수십 수천 배 가치 있는 오리하르콘, 그것도 미디엄 샤일러 합금의 철퇴를 잃어버리다니……. 팔면 또 몰라도.”
“미안, 꼭 찾을게.”
“그래라.”
[일당백 님과의 귓속말을 끝내셨습니다.]
“으으윽! 아까워라! 멍청한 현동이 녀석, 나중에 만나면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 버리겠어!”
한적한 동굴에서 오랜만에 데네브의 광기 어린 외침이 메아리쳤다.
‘이제 10초 남았다. 5, 4, 3, 2, 1.’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레벨이 10업되고 아공간을 얻으셨습니다. 던전 ‘연금술사의 연구소’는 소멸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아공간을 얻으셨습니다.]
머리 위에 있는 ‘연금술사 데네브’라는 붉은 글자가 사라졌다.
“아공간 오픈!”
데네브의 외침에 공간이 뒤틀리더니 보라색 빛의 이상한 공간이 나왔다. 그 공간은 계속 꿈틀거리며 요동쳤다.
“으음, 뭔가 이상한데? 어째 기분이 나쁘네. 아무튼 이제 난 햇빛을 볼 수 있다! 우하하하하! 아, 스탯 창.”
[힘:35
민첩:18
지력:40
건강:23
지능:31
HP:1,840, MP:2,390
스탯:30
속성:중]
“캐릭터 창.”
[이름:데네브
호칭:무
직업:연금술사
국가:무
레벨:60(11.673%)
공격력:625, 정신력:81
방어력:2,000, 회피력:64
마법 방어력:3,000, 공복도:100%
마법력:2,626
상태:정상
특징:한 가지 속성을 제외한 다른 속성의 마법 사용 불가(선택, 1서클 제외)
캐릭터 옵션:없음
명성:6,725]
“스킬 창.”
[그래비티(7서클):중력 마법으로 대상에게 미치는 중력을 올려 버린다.
최대:10G, 숙련도:마스터, 소모 마나:300, 딜레이:10분
주문:X

리버스 그래비티(7서클):역중력 마법으로 대상에게 미치는 중력을 무시하고 허공에 띄운다. 띄워진 대상은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
숙련도:마스터, 소모 마나:250, 딜레이:5분
주문:X

안티 그래비티 실드(6서클):반중력의 실드가 나온다. 실드에 닿는 그 어떤 것이라도 반중력에 의해 튕겨 나간다.
숙련도:마스터, 소모 마나:100, 딜레이:없음
주문:X

그래비티 볼(5서클):중력을 가진 구를 생성한다. 볼의 크기와 중력의 힘은 임의로 조절이 가능하다.
최대:10G, 숙련도:마스터, 소모 마나:90, 딜레이:없음
주문:X

제로 그래비티(6서클):무중력 마법으로 자신에게만 중력의 제약을 무시한다(마스터를 해야 완전한 무중력을 쓸 수 있다).
최대:1/2G, 숙련도:마스터, 소모 마나:200, 딜레이:5분
주문:X

스탯:66]
“아 나, 이거. 스킬 스탯이 남아돈다. 아이씨, 마법사는 마법 스킬이 많은데 나는 이게 뭐냐? 지난번 이후 명성이 또 올라갔네. NPC들이 내 이야기를 하고 다니나?”
데네브는 스탯을 분배한 다음에 여태까지 동굴에서 사용하던 짐들을 아공간에 넣었다. 이 아공간이라는 것은 무게 제한 없이 아이템을 넣을 수 있는 일종의 아이템 창으로 유저가 PK를 당해도 아공간의 물건들은 드롭 되지 않는다고 에르메키아 월드를 설명한 게임잡지 책에서 소개해 주고 있었다.
“음, 온실이 아까운데……. 심었던 나무랑 풀들도 그렇고…….”
그동안 정이 든 곳이었다.
“너희들을 위해 저 마법의 빛은 끄지 않도록 하마.”
데네브는 어린아이를 보는 것처럼 따뜻한 눈길을 풀들에게 보냈다. 이제 그의 눈엔 생기가 돌았고 루비처럼 맑고 깊어 보였다. 오른쪽 눈에 착용한 외눈 안경이 빛을 받아서 반짝거렸다.
“음, 이제 가 봐야겠지?”
오랜만에 다시 가죽 가방을 어깨에 메고 데네브는 이제 오리하르콘 문을 넣었다. 등 뒤에는 가져가지 않은 금은보화들이 쌓여 있었다.
“아공간이 있다지만 대학 등록금 빼고는 욕심이 없고, 금이나 은은 보석보다 값이 싸고 무거우니까 보석만 챙겨야지. 훗날 누군가 오면 가져가겠지. 어쩌면 드래곤의 레어 발견이라면서 착각을 할지도……. 핫핫핫! 그런 유저는 없겠지?”
끼이이이이.
“아, 이거 기름칠하는 것 깜박했네. 핫핫핫! 어쩔 수 없지. 일단은 나가서 밥 먹어야겠다. 일류 요리사가 하는 비싼 음식 좀 먹어 봐야지.”
데네브는 로브를 입었다. 원래는 하얀색에 금실로 왕실 문양이 있는 로브였지만 검은색으로 염색해서 흑마법사의 로브처럼 만들었다. 로브가 알려져서 유저들에게 PK당할 우려가 있어서였다.
데네브는 어두운 동굴을 지나갔다.
마침내 동굴 입구가 보였다.
“이제 여기만 벗어나면…… 태양을!”
저 멀리 빛이 보였다. 데네브는 빛이 보이자 더욱 빠르게 기어 나갔다.
“드디어! 태양이!”
드디어 데네브는 밖에 나왔다. 하지만…….
“우아아악!”
쿵!
“쿠어어어어!”
“2소대! 저 오우거를 막아!”
“왕자님 곁으로 가는 것을 막아라!”
“왕자님의 근위대는?”
“취익! 취익! 취익.”
“오크다!”
저쪽 멀리에서 오크 떼가 몰려오고 있었다.
“이건 대체?”
데네브가 나오자마자 본 것은 살육의 현장이었다. 갑옷을 입은 병사들과 말을 탄 기사들이 사방에서 달려드는 오우거들에게서 백마 탄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난전을 펼치고 있었다.
데네브는 그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침착하라! 석궁대, 화살 준비! 오크 무리로 조준! 발사!”
대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기사가 칼을 휘두르며 백마를 탄 사람 옆에서 지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명령을 받고 화살을 쏜 석궁병은 20명 중 5명이었다.
“이거…… 도와줘야겠지? 안 그러면 나도 위험해질 것 같군!”
“으헥! 제…… 제발!”
“취익! 이…… 인육이다! 취익! 오늘은 유, 육식을. 취익.”
우쩍! 우쩍!
“캬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