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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제9장
찌―릿!
정신이 점점 희미해지는 가운데 갑자기 복부에서 뜨거운 기운이 전해진다.
‘크으, 뭐지?’
내 의지가 아닌데도 정신이 번쩍 든다.
뭔가가 배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데, 물은 아닌 것 같다.
‘뭔지 모르겠지만 호흡도 조금은 편해진 것 같다. 도대체 배 속을 파고들어 오고 있는 이 기운은 뭐지?’
물살에 정신없이 몸이 돌고 있지만, 살길이 열리는 것 같아 배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 그거다!’
놈들이 수용소에 도착하기 전에 소장실의 비밀 금고를 털었다. 비밀 금고가 있다는 것은 예전에 알았고, 아저씨들에게 배운 것이 있어 터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비밀 금고에서 꺼낸 녹색 광석은 걸레로 쓰는 광목으로 감싸서 숨겨두었다가 식사가 시작되자마자 허리에 둘러 감춘 후에 곧바로 수용소를 빠져나왔다.
급한 와중에도 녹색 광석을 털어 온 것은 그것들이 스승님을 돌아가시게 만든 물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광석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죽음과 맞바꾸어진 것이다. 그 저주 받을 것이 소장 놈을 위해 쓰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놔둘 수가 없었다.
‘젠장!’
스승님을 돌아가시게 만든 녹색 광석이 나를 살리고 있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도대체 이 녹색 광석이 뭐기에…….’
무엇에 반응하여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곧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니 확연하게 느껴진다. 놀랍게도 녹색 광석은 내 피를 만나 격렬하게 반응을 하고 있었다.
총상으로 흘러내린 피가 허리에 둘러맨 광목으로 스며들어 녹색 광석과 반응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내 몸속의 피까지 빨아들인 녹색 광석은 마치 묽은 죽처럼 변한 후에 내 몸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크으, 다행이다.’
몸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양이 많아질수록 호흡이 안정되고 있다. 물로 가득 찬 이런 공간에서 호흡을 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데, 신비한 일이었다.
‘물속에서도 호흡이 되다니. 게다가…….’
더군다나 엄청난 속도로 물속에서 휘돌고 있으면서도 정신은 더할 나위 없이 맑아지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스승님과 아저씨들로부터 애늙은이라고 놀림을 받는 나답게 침착하게 내 몸을 관조했다.
총상을 입고 물살에 헤집어졌던 복부의 구멍이 점점 아물고 있었다. 모두가 묽은 죽처럼 변해 혈관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녹색 광석 덕분이다.
‘소장 놈이 그렇게 비밀스럽게 감추어두었던 것을 보면, 스승님이 말씀해 주셨던 신물인지도 모른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이 생각났다.
기가 응집되어 자연에 깃들게 되면 특별한 것들이 생겨나고, 그 수준에 따라서 경이로운 이적을 보일 수 있는 신물이 된다고 했다.
말씀을 듣고 믿을 수 없다고 하자, 산삼도 그런 종류의 것인데 그저 자연의 기가 미약하게 깃든 것일 뿐이라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산삼도 귀품이기는 하지만 녹색 광석같이 온전히 기로만 생성된 것은 그야말로 신물이라는 말씀과 함께였다.
특히나 세상이 변한 후에 이런 신물들이 많이 발견되고는 하는데, 능력을 획기적으로 늘리거나 기적을 발휘할 수 있어서 이면 조직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고도 하셨다.
‘이게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흡수해야 한다. 가능할지는 몰라도 밑져야 본전이니, 한 번 해보자.’
스승님께서 가르쳐 주신 심법을 시작했다. 물속에서 호흡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난 것이 바로 심법이다.
일반적인 심법이 아니다. 자연의 기를 피부로 흡수할 수 있다고 하셨다. 이런 일을 염두에 두신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상당히 좋은 심법이다. 할아버지가 알려 주신 것보다 더욱 심오하고 깊은 것이니 말이다.
그동안 소장 놈 때문에 시전하는 것을 자제해야 했던 터라 깨달음만 높은 상태지만, 녹색 광석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는 충분할 것이다.
‘정신을 집중해서 피부가 열린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심법을 운용하자 흐름이 달라졌다. 피부를 통해 자연의 기가 안으로 들어와 혈맥을 타고 흐른다는 것에 의념을 두자 죽처럼 변한 녹색 광석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겼다.
그냥 밀려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 뜻에 따라 흡수가 되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면서 배웠는데, 이토록 좋은 것일 줄은 나도 몰랐다.
‘으음, 다른 것도 들어온다.’
흡수되는 것은 녹색 광석뿐만이 아니었다. 맑고 차가운 기운이 피부를 통해 빠르게 흡수되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수기일지도 모겠다. 그렇게 노력해도 느끼지 못해 답답했는데…….’
심법을 가르쳐 주시며 자연의 기운을 몸에 담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소장 놈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심법을 운용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서 실망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느껴지다니, 희한한 일이다.
수기의 본질을 확인하자 내 주변에 가득 차 있는 수기가 느껴졌다.
‘으음, 이렇게 농도가 높다니. 내가 이 자리에 맴돌고 있는 이유도 수기 때문이구나.’
밀집된 수기가 내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있다. 가느다란 실처럼 나를 친친 감싸며 연결이 되어 있어서다.
폭포로 떨어진 후, 이곳으로 밀려 들어왔을 때부터 수기와 내 몸이 연결되었던 것이 분명하다.
조금 전과는 달리 몸이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총알을 맞아 구멍이 난 곳으로 이물질들이 밀려 나가고 있다.
‘총알도 빠져나가고 있구나.’
옆구리에 박힌 총알도 밖으로 밀려 나가고 있다. 죽처럼 변한 녹색 광석이 살아 있는 생물처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폭!
이물질들과 함께 총알이 몸 밖으로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됐다. 우와, 굉장하다.’
총알이 빠진 후부터는 아무는 속도가 급속하게 빨라졌다. 채 일 분도 되지 않아서 몸에 난 상처가 전부 아물었다.
인간이 가진 회복력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말이지, 가공할 정도의 회복 속도다. 스승님이 하신 말씀처럼 기연을 만난 것 같다.
‘신물은 신물인가 보다. 수기가 더해져서 훨씬 더 큰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호흡도 정상이고, 상처도 전부 아물었다.’
죽처럼 변한 녹색 광석들은 어느새 혈맥 속으로 모두 들어와 있다. 혈맥을 타며 돌고 있기는 하지만 흡수됐다고는 볼 수 없는 상태다.
죽처럼 변한 녹색 광석 일부가 기운으로 변해 단전에 쌓였지만, 대부분은 그저 피를 따라 돌고 있는 중이다.
‘아직은 완전하게 내 것이 된 것이 아니니 얼마나 심법을 운용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지금 이곳을 나가봐야 아직 나를 찾고 있을 것이 분명하니 이것들을 전부 흡수할 때까지만 있도록 하자. 여기에 계속 있어도 위험해지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그동안은 머리로만 심법을 익혀왔다. 이제는 운용하는 것이 숙달되어야 한다. 이번이 기회가 될 것 같다.
계속해서 심법을 운용했다. 원활해질수록 많은 양의 수기가 피부를 통해 흡수된다.
‘녹색 광석은 그다지 많이 흡수되지 않는구나.’
녹색 광석이 흡수되는 양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기와는 달리 단전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내 피와 융합해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어찌 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혈맥을 따라 흐르고만 있을 뿐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나빠지는 것은 아니니…….’
녹색 광석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체 같다.
내 피와 융합되면서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흡수되어 단전으로 가는 양이 적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내 것이 될 것이 분명했다.
* * *
차훈이 사라진 수용소는 매우 분주했다.
눈에 핏발이 선 경비병들은 사소한 일에도 사람들을 때려 죽였다. 고삐가 풀린 것처럼 미쳐 날뛰는 경비병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노동력이 감소할까 봐 말리던 전과는 달리 소장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화가 무척 많이 난 모습으로 수용된 사람 둘을 때려죽이기까지 했다.
으드드득!
밤이 늦은 시간, 소장실에 있던 김형식은 이를 갈았다.
“쥐새끼 같은 놈 때문에 10년 적공이 무너졌군.”
녹령을 이용해 자신의 휘하를 만들어왔다.
비록 낙오된 자들이지만 녹령을 이용했기에 들키지 않고 능력자들을 만들 수 있었다.
선천적으로 타고나거나 각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능력자를 만드는 방법을 완성했는데, 이제는 어려워졌다. 능력자를 만들 수 있는 녹령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놈들에게 의탁할 수밖에 없겠군. 아직 기회는 있을 테니 말이다.’
이곳에서 녹령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켜 줄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몸이 망가지는 것도 감수하며 그동안 비밀리에 녹령을 모았으나 이제는 미련을 버려야 할 때였다.
녹령이 존재하는 지역은 모두 세 곳이다. 그중에 두 곳은 자신이 절대 접근할 수 없는 곳이다. 이곳을 발견한 것도 천운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
접근할 수 없는 두 곳 중에 하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자신에게 무공을 주며 유혹했던 곳에서 관리하는 곳이다.
능력자를 양성할 수 있는 비법을 완성한 이상 그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김형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있는 금고를 열었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물건들을 꺼내려는 것이 아니었다.
툭!
금고를 연 김형식은 가지고 있던 나이프를 이용해 손가락 끝을 찔러 피를 한 방울 내더니 금고에 떨어트렸다.
잠시 후, 다시 금고를 닫은 김형식은 곧바로 소장실을 나섰다. 호위총국에서 나온 감찰장교의 사인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수용소를 떠나야 했다.
소장실을 나선 후, 직접 차를 몰고 수용소를 빠져나가는 김형식을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오인방 중에 하나인 강신이었다.
‘결계가 풀리고 있다. 놈이 떠나는구나.’
수용소 주변에는 김형식이 쳐놓은 결계가 있었다. 그가 아니면 풀 수 없는 것이지만, 자신이 벗어나기 위해 결계를 풀었다. 탈출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두 떠날 준비를 해라.]
[알았다.]
곧바로 유찬이 대답을 했고, 나머지도 전음으로 대답을 전해왔다.
다섯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어둠이 내린 탓에 이들의 움직임을 알아보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능력자나 다름없는 경비병들도 김형식이 수용소를 떠나는 순간 곧바로 뒤를 따라 움직인 탓이었다.
다섯 사람은 철조망을 넘는 순간부터 전력을 다해 김형식의 뒤를 쫓았다. 결계가 전체적으로 해제된 것이 아니라 김형식이 가고 있는 길을 따라 해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경비병들도 똑같은 길을 따라 오인방의 앞쪽에서 치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다섯 사람이 떠나고 난 뒤, 이내 결계가 닫히기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소장실이 있던 자리에서 꿈틀거리며 짙은 어둠이 밀려 나오고 있었다.
10년 전, 차훈이 있던 갱도에서 꿈틀거리던 어둠과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츠츠츠츠츠!
소장실에서 기어 나온 어둠은 삽시간에 퍼져 나가 수용소를 덮어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은 곧장 사라졌다.
어둠이 가신 자리, 그곳에는 모든 것이 사라지고 없었다. 철조망도, 막사도 하나 없는 빈 벌판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 * *
쏴아아아!
수기는 아직도 흡수가 되고 있다. 오히려 처음보다 많은 양이 흘러 들어오고 있다.
마치 구멍이 뚫린 저수지에서 쏟아지는 물처럼 점점 더 많은 양이 기세를 넓히며 밀려 들어온다.
‘단전으로 향하는 것보다 혈맥 속에 녹아드는 양이 많아지고 있다. 뭐, 뭐지?’
혈맥 속으로 흡수되는 양이 무척이나 많아진다고 느끼는 순간, 녹아든 수기가 녹색 광석과 합쳐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빠른 속도로 단전으로 흘러들어 쌓여 나갔다.
‘내, 내단이라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축기를 시작한 모양인데, 단전에 단을 형성하고 있다. 깨달음을 얻고 일정한 경지를 넘어야 형성할 수 있다는 내단이 형성되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영물이 조화를 부릴 수 있는 힘의 근원을 내가 갖게 되다니… 그나저나 정말 놀랍다. 이런 모든 과정이 확연하게 느껴지니 말이야.’
관조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보통의 경우라면 이런 것들을 전혀 알 수가 없어야 정상인 상황이다.
그렇지만 나는 모든 과정을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선명하게 내 몸이 변화하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축기의 과정은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것같이 느끼고 있다.
‘모두가 녹색 광석 덕분이다.’
녹색 광석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녹색 광석에서 전해지는 미약한 의지가 내게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신물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종류의 것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스승님이 살아 계셨더라면…….’
내 말을 들으실 때 보이신 모습이나 소장 놈이 급하게 손을 쓴 것으로 봐서는 스승님도 녹색 광석에 대해서 알고 계셨을 가능성이 높다.
살아 계셨더라면 내 상태에 대해서도 그렇고, 녹색 광석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을 텐데, 무척이나 아쉽다.
‘스승님께서는 절대 수용소에 있을 만한 분이 아니었다.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계셨던 것이 분명하니까 말이야. 그런데도 갇혀 계셨던 것을 보면 내 몸속에 있는 녹색 광석을 구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을지도…….’
스승님께서 뭔가를 내게 베풀기 위해 수혈을 짚으셨던 것이나, 갑자기 돌아가신 것에 의심이 든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스승님은 소장 놈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내가 이렇게 도망을 쳤으니 아저씨들이 수난을 당하겠구나.’
나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었던 아저씨들이 걱정이다. 나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고생을 하게 될 것 같으니 말이다.
최고 지도자에 대해 불만을 품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용소에 끌려온 분들이다. 삶에 미련을 두지 않는 분들이지만 나 때문에 더 고생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
‘지금은 아저씨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나 하나만 바라보던 분들이니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가자. 그게 그분들을 위한 일이다.’
모든 것을 잃은 탓에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할 것이라 생각하던 분들이다. 죽음은 그분들에게 일종의 안식이다.
불편은 하시겠지만 무엇으로도 아저씨들을 힘들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당신들이 원하는 것은 한 가지다.
내가 배운 것들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기를 바라신다. 그런 분들이시니 내가 탈출해 인연이 있는 이들에게 전하면 만족하실 것이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좋은 후인들에게 아저씨들이 내게 주신 것들을 전할게요.’
아저씨들에게 다짐을 하며 생각을 접었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이제 슬슬 빠져나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경비병들이 내 죽음을 확인하려 들 텐데…….’
내가 폭포에 빠졌다고 그냥 내버려 둘 자들이 아니다. 시체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확인은 하려 할 것이다.
‘그래, 혹시 모르니 이곳에서 시간을 조금 더 보내자. 아직 흡수할 것도 많이 남았고.’
폐로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서 숨이 막히는 일은 없었다. 더군다나 수기를 흡수한 탓인지 배도 고프지 않았다.
몸이 물살을 따라 빠르게 회전하고 있지만, 그것도 상관이 없었다. 중심에 있는 탓에 오히려 수기를 흡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은 버텨볼 때까지 버텨보기로 했다.
단전에 형성된 단이 점점 몸집을 불려가는 것을 관조하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으니 말이다.
잡념이 많은 것 같아서 심법을 운용하는 것에만 정신을 집중했다.
그렇지만 그다지 오래 집중하지 못했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의문 때문이다.
맞아서 돌아가시기 전날, 스승님은 나를 강제로 재우셨다. 수혈을 짚은 탓에 그대로 기절하듯 잠이 들어버렸다.
잠에서 깨어낸 다음 날, 어느 때보다 수척해 보이시는 스승님을 보면서 내 몸에 뭔가를 하셨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까지 모르고 있다.
다만, 스승님이 하신 것 때문에 내 몸이 변했다는 것만은 알 수 있다.
몸이 변하기는 한 것 같은데, 도저히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동안 배웠던 것 말고도 나에게 뭔가 남겨주신 것이 더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수혈을 짚는다는 것을 일부러 내게 알려주실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스승님께서 나에게 베풀어주신 것은 때가 되면 깨어나기를 기다리며 어딘가에 깊숙하게 봉인되어 있을 것이다.’
제9장
찌―릿!
정신이 점점 희미해지는 가운데 갑자기 복부에서 뜨거운 기운이 전해진다.
‘크으, 뭐지?’
내 의지가 아닌데도 정신이 번쩍 든다.
뭔가가 배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데, 물은 아닌 것 같다.
‘뭔지 모르겠지만 호흡도 조금은 편해진 것 같다. 도대체 배 속을 파고들어 오고 있는 이 기운은 뭐지?’
물살에 정신없이 몸이 돌고 있지만, 살길이 열리는 것 같아 배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 그거다!’
놈들이 수용소에 도착하기 전에 소장실의 비밀 금고를 털었다. 비밀 금고가 있다는 것은 예전에 알았고, 아저씨들에게 배운 것이 있어 터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비밀 금고에서 꺼낸 녹색 광석은 걸레로 쓰는 광목으로 감싸서 숨겨두었다가 식사가 시작되자마자 허리에 둘러 감춘 후에 곧바로 수용소를 빠져나왔다.
급한 와중에도 녹색 광석을 털어 온 것은 그것들이 스승님을 돌아가시게 만든 물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광석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죽음과 맞바꾸어진 것이다. 그 저주 받을 것이 소장 놈을 위해 쓰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놔둘 수가 없었다.
‘젠장!’
스승님을 돌아가시게 만든 녹색 광석이 나를 살리고 있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도대체 이 녹색 광석이 뭐기에…….’
무엇에 반응하여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곧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니 확연하게 느껴진다. 놀랍게도 녹색 광석은 내 피를 만나 격렬하게 반응을 하고 있었다.
총상으로 흘러내린 피가 허리에 둘러맨 광목으로 스며들어 녹색 광석과 반응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내 몸속의 피까지 빨아들인 녹색 광석은 마치 묽은 죽처럼 변한 후에 내 몸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크으, 다행이다.’
몸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양이 많아질수록 호흡이 안정되고 있다. 물로 가득 찬 이런 공간에서 호흡을 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데, 신비한 일이었다.
‘물속에서도 호흡이 되다니. 게다가…….’
더군다나 엄청난 속도로 물속에서 휘돌고 있으면서도 정신은 더할 나위 없이 맑아지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스승님과 아저씨들로부터 애늙은이라고 놀림을 받는 나답게 침착하게 내 몸을 관조했다.
총상을 입고 물살에 헤집어졌던 복부의 구멍이 점점 아물고 있었다. 모두가 묽은 죽처럼 변해 혈관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녹색 광석 덕분이다.
‘소장 놈이 그렇게 비밀스럽게 감추어두었던 것을 보면, 스승님이 말씀해 주셨던 신물인지도 모른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이 생각났다.
기가 응집되어 자연에 깃들게 되면 특별한 것들이 생겨나고, 그 수준에 따라서 경이로운 이적을 보일 수 있는 신물이 된다고 했다.
말씀을 듣고 믿을 수 없다고 하자, 산삼도 그런 종류의 것인데 그저 자연의 기가 미약하게 깃든 것일 뿐이라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산삼도 귀품이기는 하지만 녹색 광석같이 온전히 기로만 생성된 것은 그야말로 신물이라는 말씀과 함께였다.
특히나 세상이 변한 후에 이런 신물들이 많이 발견되고는 하는데, 능력을 획기적으로 늘리거나 기적을 발휘할 수 있어서 이면 조직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고도 하셨다.
‘이게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흡수해야 한다. 가능할지는 몰라도 밑져야 본전이니, 한 번 해보자.’
스승님께서 가르쳐 주신 심법을 시작했다. 물속에서 호흡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난 것이 바로 심법이다.
일반적인 심법이 아니다. 자연의 기를 피부로 흡수할 수 있다고 하셨다. 이런 일을 염두에 두신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상당히 좋은 심법이다. 할아버지가 알려 주신 것보다 더욱 심오하고 깊은 것이니 말이다.
그동안 소장 놈 때문에 시전하는 것을 자제해야 했던 터라 깨달음만 높은 상태지만, 녹색 광석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는 충분할 것이다.
‘정신을 집중해서 피부가 열린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심법을 운용하자 흐름이 달라졌다. 피부를 통해 자연의 기가 안으로 들어와 혈맥을 타고 흐른다는 것에 의념을 두자 죽처럼 변한 녹색 광석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겼다.
그냥 밀려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 뜻에 따라 흡수가 되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면서 배웠는데, 이토록 좋은 것일 줄은 나도 몰랐다.
‘으음, 다른 것도 들어온다.’
흡수되는 것은 녹색 광석뿐만이 아니었다. 맑고 차가운 기운이 피부를 통해 빠르게 흡수되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수기일지도 모겠다. 그렇게 노력해도 느끼지 못해 답답했는데…….’
심법을 가르쳐 주시며 자연의 기운을 몸에 담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소장 놈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심법을 운용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서 실망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느껴지다니, 희한한 일이다.
수기의 본질을 확인하자 내 주변에 가득 차 있는 수기가 느껴졌다.
‘으음, 이렇게 농도가 높다니. 내가 이 자리에 맴돌고 있는 이유도 수기 때문이구나.’
밀집된 수기가 내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있다. 가느다란 실처럼 나를 친친 감싸며 연결이 되어 있어서다.
폭포로 떨어진 후, 이곳으로 밀려 들어왔을 때부터 수기와 내 몸이 연결되었던 것이 분명하다.
조금 전과는 달리 몸이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총알을 맞아 구멍이 난 곳으로 이물질들이 밀려 나가고 있다.
‘총알도 빠져나가고 있구나.’
옆구리에 박힌 총알도 밖으로 밀려 나가고 있다. 죽처럼 변한 녹색 광석이 살아 있는 생물처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폭!
이물질들과 함께 총알이 몸 밖으로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됐다. 우와, 굉장하다.’
총알이 빠진 후부터는 아무는 속도가 급속하게 빨라졌다. 채 일 분도 되지 않아서 몸에 난 상처가 전부 아물었다.
인간이 가진 회복력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말이지, 가공할 정도의 회복 속도다. 스승님이 하신 말씀처럼 기연을 만난 것 같다.
‘신물은 신물인가 보다. 수기가 더해져서 훨씬 더 큰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호흡도 정상이고, 상처도 전부 아물었다.’
죽처럼 변한 녹색 광석들은 어느새 혈맥 속으로 모두 들어와 있다. 혈맥을 타며 돌고 있기는 하지만 흡수됐다고는 볼 수 없는 상태다.
죽처럼 변한 녹색 광석 일부가 기운으로 변해 단전에 쌓였지만, 대부분은 그저 피를 따라 돌고 있는 중이다.
‘아직은 완전하게 내 것이 된 것이 아니니 얼마나 심법을 운용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지금 이곳을 나가봐야 아직 나를 찾고 있을 것이 분명하니 이것들을 전부 흡수할 때까지만 있도록 하자. 여기에 계속 있어도 위험해지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그동안은 머리로만 심법을 익혀왔다. 이제는 운용하는 것이 숙달되어야 한다. 이번이 기회가 될 것 같다.
계속해서 심법을 운용했다. 원활해질수록 많은 양의 수기가 피부를 통해 흡수된다.
‘녹색 광석은 그다지 많이 흡수되지 않는구나.’
녹색 광석이 흡수되는 양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기와는 달리 단전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내 피와 융합해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어찌 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혈맥을 따라 흐르고만 있을 뿐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나빠지는 것은 아니니…….’
녹색 광석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체 같다.
내 피와 융합되면서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흡수되어 단전으로 가는 양이 적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내 것이 될 것이 분명했다.
* * *
차훈이 사라진 수용소는 매우 분주했다.
눈에 핏발이 선 경비병들은 사소한 일에도 사람들을 때려 죽였다. 고삐가 풀린 것처럼 미쳐 날뛰는 경비병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노동력이 감소할까 봐 말리던 전과는 달리 소장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화가 무척 많이 난 모습으로 수용된 사람 둘을 때려죽이기까지 했다.
으드드득!
밤이 늦은 시간, 소장실에 있던 김형식은 이를 갈았다.
“쥐새끼 같은 놈 때문에 10년 적공이 무너졌군.”
녹령을 이용해 자신의 휘하를 만들어왔다.
비록 낙오된 자들이지만 녹령을 이용했기에 들키지 않고 능력자들을 만들 수 있었다.
선천적으로 타고나거나 각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능력자를 만드는 방법을 완성했는데, 이제는 어려워졌다. 능력자를 만들 수 있는 녹령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놈들에게 의탁할 수밖에 없겠군. 아직 기회는 있을 테니 말이다.’
이곳에서 녹령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켜 줄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몸이 망가지는 것도 감수하며 그동안 비밀리에 녹령을 모았으나 이제는 미련을 버려야 할 때였다.
녹령이 존재하는 지역은 모두 세 곳이다. 그중에 두 곳은 자신이 절대 접근할 수 없는 곳이다. 이곳을 발견한 것도 천운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
접근할 수 없는 두 곳 중에 하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자신에게 무공을 주며 유혹했던 곳에서 관리하는 곳이다.
능력자를 양성할 수 있는 비법을 완성한 이상 그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김형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있는 금고를 열었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물건들을 꺼내려는 것이 아니었다.
툭!
금고를 연 김형식은 가지고 있던 나이프를 이용해 손가락 끝을 찔러 피를 한 방울 내더니 금고에 떨어트렸다.
잠시 후, 다시 금고를 닫은 김형식은 곧바로 소장실을 나섰다. 호위총국에서 나온 감찰장교의 사인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수용소를 떠나야 했다.
소장실을 나선 후, 직접 차를 몰고 수용소를 빠져나가는 김형식을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오인방 중에 하나인 강신이었다.
‘결계가 풀리고 있다. 놈이 떠나는구나.’
수용소 주변에는 김형식이 쳐놓은 결계가 있었다. 그가 아니면 풀 수 없는 것이지만, 자신이 벗어나기 위해 결계를 풀었다. 탈출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두 떠날 준비를 해라.]
[알았다.]
곧바로 유찬이 대답을 했고, 나머지도 전음으로 대답을 전해왔다.
다섯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어둠이 내린 탓에 이들의 움직임을 알아보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능력자나 다름없는 경비병들도 김형식이 수용소를 떠나는 순간 곧바로 뒤를 따라 움직인 탓이었다.
다섯 사람은 철조망을 넘는 순간부터 전력을 다해 김형식의 뒤를 쫓았다. 결계가 전체적으로 해제된 것이 아니라 김형식이 가고 있는 길을 따라 해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경비병들도 똑같은 길을 따라 오인방의 앞쪽에서 치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다섯 사람이 떠나고 난 뒤, 이내 결계가 닫히기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소장실이 있던 자리에서 꿈틀거리며 짙은 어둠이 밀려 나오고 있었다.
10년 전, 차훈이 있던 갱도에서 꿈틀거리던 어둠과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츠츠츠츠츠!
소장실에서 기어 나온 어둠은 삽시간에 퍼져 나가 수용소를 덮어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은 곧장 사라졌다.
어둠이 가신 자리, 그곳에는 모든 것이 사라지고 없었다. 철조망도, 막사도 하나 없는 빈 벌판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 * *
쏴아아아!
수기는 아직도 흡수가 되고 있다. 오히려 처음보다 많은 양이 흘러 들어오고 있다.
마치 구멍이 뚫린 저수지에서 쏟아지는 물처럼 점점 더 많은 양이 기세를 넓히며 밀려 들어온다.
‘단전으로 향하는 것보다 혈맥 속에 녹아드는 양이 많아지고 있다. 뭐, 뭐지?’
혈맥 속으로 흡수되는 양이 무척이나 많아진다고 느끼는 순간, 녹아든 수기가 녹색 광석과 합쳐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빠른 속도로 단전으로 흘러들어 쌓여 나갔다.
‘내, 내단이라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축기를 시작한 모양인데, 단전에 단을 형성하고 있다. 깨달음을 얻고 일정한 경지를 넘어야 형성할 수 있다는 내단이 형성되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영물이 조화를 부릴 수 있는 힘의 근원을 내가 갖게 되다니… 그나저나 정말 놀랍다. 이런 모든 과정이 확연하게 느껴지니 말이야.’
관조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보통의 경우라면 이런 것들을 전혀 알 수가 없어야 정상인 상황이다.
그렇지만 나는 모든 과정을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선명하게 내 몸이 변화하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축기의 과정은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것같이 느끼고 있다.
‘모두가 녹색 광석 덕분이다.’
녹색 광석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녹색 광석에서 전해지는 미약한 의지가 내게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신물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종류의 것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스승님이 살아 계셨더라면…….’
내 말을 들으실 때 보이신 모습이나 소장 놈이 급하게 손을 쓴 것으로 봐서는 스승님도 녹색 광석에 대해서 알고 계셨을 가능성이 높다.
살아 계셨더라면 내 상태에 대해서도 그렇고, 녹색 광석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을 텐데, 무척이나 아쉽다.
‘스승님께서는 절대 수용소에 있을 만한 분이 아니었다.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계셨던 것이 분명하니까 말이야. 그런데도 갇혀 계셨던 것을 보면 내 몸속에 있는 녹색 광석을 구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을지도…….’
스승님께서 뭔가를 내게 베풀기 위해 수혈을 짚으셨던 것이나, 갑자기 돌아가신 것에 의심이 든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스승님은 소장 놈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내가 이렇게 도망을 쳤으니 아저씨들이 수난을 당하겠구나.’
나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었던 아저씨들이 걱정이다. 나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고생을 하게 될 것 같으니 말이다.
최고 지도자에 대해 불만을 품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용소에 끌려온 분들이다. 삶에 미련을 두지 않는 분들이지만 나 때문에 더 고생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
‘지금은 아저씨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나 하나만 바라보던 분들이니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가자. 그게 그분들을 위한 일이다.’
모든 것을 잃은 탓에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할 것이라 생각하던 분들이다. 죽음은 그분들에게 일종의 안식이다.
불편은 하시겠지만 무엇으로도 아저씨들을 힘들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당신들이 원하는 것은 한 가지다.
내가 배운 것들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기를 바라신다. 그런 분들이시니 내가 탈출해 인연이 있는 이들에게 전하면 만족하실 것이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좋은 후인들에게 아저씨들이 내게 주신 것들을 전할게요.’
아저씨들에게 다짐을 하며 생각을 접었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이제 슬슬 빠져나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경비병들이 내 죽음을 확인하려 들 텐데…….’
내가 폭포에 빠졌다고 그냥 내버려 둘 자들이 아니다. 시체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확인은 하려 할 것이다.
‘그래, 혹시 모르니 이곳에서 시간을 조금 더 보내자. 아직 흡수할 것도 많이 남았고.’
폐로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서 숨이 막히는 일은 없었다. 더군다나 수기를 흡수한 탓인지 배도 고프지 않았다.
몸이 물살을 따라 빠르게 회전하고 있지만, 그것도 상관이 없었다. 중심에 있는 탓에 오히려 수기를 흡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은 버텨볼 때까지 버텨보기로 했다.
단전에 형성된 단이 점점 몸집을 불려가는 것을 관조하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으니 말이다.
잡념이 많은 것 같아서 심법을 운용하는 것에만 정신을 집중했다.
그렇지만 그다지 오래 집중하지 못했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의문 때문이다.
맞아서 돌아가시기 전날, 스승님은 나를 강제로 재우셨다. 수혈을 짚은 탓에 그대로 기절하듯 잠이 들어버렸다.
잠에서 깨어낸 다음 날, 어느 때보다 수척해 보이시는 스승님을 보면서 내 몸에 뭔가를 하셨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까지 모르고 있다.
다만, 스승님이 하신 것 때문에 내 몸이 변했다는 것만은 알 수 있다.
몸이 변하기는 한 것 같은데, 도저히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동안 배웠던 것 말고도 나에게 뭔가 남겨주신 것이 더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수혈을 짚는다는 것을 일부러 내게 알려주실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스승님께서 나에게 베풀어주신 것은 때가 되면 깨어나기를 기다리며 어딘가에 깊숙하게 봉인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