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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1996. 4. 17. (수) 13:10.
개마고원의 깊은 산중.
타―앙!
화드드드드!
고원을 울려 퍼진 총성이 잠들었던 산새들을 깨웠다.
“헉! 헉!”
탄환이 뚫은 고통을 느낄 겨를도 없이 허리춤을 세게 부여잡았다.
‘피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허리에 묶인 것을 다시 비틀어 매고는 몸을 움직였다
“크으윽, 제기랄!”
뛰듯이 움직였기에 온몸이 저리도록 아팠지만, 달려야 한다.
한시라도 빨리 위쪽으로 올라가 폭포까지 가야만 살 수 있다.
후드드득!
서둘러 움직인 탓에 상처를 묶었는데도 옆구리를 타고 피가 흘러내린다.
떨어진 핏줄기가 바닥에 선명하다.
‘흔적을 지워야 하는데…….’
달리는 와중이라서 그런지 피가 멈추지 않는다.
선명한 핏자국이 내가 도망치는 동선을 선명하게 알려주고 있어 흔적을 지워야 하지만,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대로 잡히면 곧바로 죽음이다.
쫓아오는 놈들과 너무 가까운 터라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빨리빨리 찾아라!!”
고함 소리와 함께 숲이 갈라지고 있다.
‘제기랄, 그 새끼도 송이에 욕심을 낼 줄이야.’
초소장이 지분거려 잠시 지체하는 사이에 시간을 잃었다. 간신히 숲까지 들어갔는데 약효가 너무 좋았나 보다.
추적이 곧바로 시작됐으니 말이다.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이렇게 빨리 쫓아오다니, 역시나 호위총국에 속해 있는 놈들답다.
어느새 바로 뒤까지 따라붙어 버렸다.
‘이대로는 잡힌다.’
어린 탓에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 벌써 따라잡히고 있었다.
원래 가려던 목적지로 향한다면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잡힐 것 같다.
‘저놈들에게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지. 이렇게 된 이상 도박을 해야 한다.’
놈들에게 절대로 잡힐 수는 없다.
비참하게 돌아가신 부모님과 스승님의 바람을 저버릴 수 없었다.
‘생각대로만 된다면 살 수 있을 수도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벼랑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어제 보았던 무지개가 있던 곳이다.
‘그래, 죽어라 가자.’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탓인지 몸에 힘이 돈다.
“크윽!”
피가 새고 있는 옆구리의 상처를 다시 한 번 묶고 있는 천으로 감쌌다.
‘지금은 뒈졌을 테지만 내가 이것들을 훔쳐 나온 것을 알면 소장 새끼가 저승에서도 뒤집어지겠군.’
상처를 감싼 천 안쪽에는 소장실의 비밀 금고에서 훔쳐 가지고 나온 것들이 있다.
스승님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나를 지금 이곳에 만든 그 저주 받은 광석들이 말이다.
‘어서 가자. 크으.’
아픔을 뒤로하고 계속해서 달렸다.
욱신거리는 옆구리의 통증이 기폭제가 되어 지친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쏴아아아!
‘역시 폭포가 있다.’
물이 떨어질 때 나는 소리로 볼 때, 아저씨에게 들은 대로 폭포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생각보다 더 큰 폭포인 듯하다.
‘굉장히 큰 소리다. 이 정도 폭포 소리면 생각대로 강이 있을 거다.’
타타탁!
현재 상황에서는 폭포가 유일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장소였기에 정신없이 숲을 가로질렀다.
총상을 입은 옆구리에서 극심한 고통과 함께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았다.
‘드디어 왔다.’
절벽에 도착했다.
쿠쿠쿠쿠쿠!!
예상한 대로 폭포가 가까웠다.
지반이 떨리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굉장한 물소리다.
생각한 대로 폭포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크기의 웅장함은 두말할 것도 없고,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마치 은하수가 떨어지는 것 같구나.’
하얀 물안개가 사방에 드리워지며 햇빛을 받아 무지개로 빛나고 있었다.
“저기다! 반동 새끼가 저기 있다!”
‘젠장!!’
나를 발견하고 고함을 치는 군인이 눈에 들어왔다. 대좌 새끼랑 같이 온 호위총국의 병력들이다.
선발된 특수 병력들임을 증명하듯 살기가 등등한 모습으로 소총을 겨누려 하고 있다.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콰르르르릉!
귓가에 선명하게 들리는 폭포 소리!
공포에 질릴 정도로 굉장히 높다. 그렇지만 뛰어내려야 한다.
콰르르릉!
유일한 탈출구인 폭포 소리가 나로 하여금 모진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이래 죽나, 저래 죽나!’
타타타탁!
‘아빠, 엄마! 도와주세요. 할아버지도, 스승님도 도와주세요.’
팍!
죽을지도 모르기에 눈을 꼭 감고 기도를 올리며 벼랑 끝을 발로 박찼다.
휘―이익!
몸이 허공을 날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탁!
‘젠장!’
내가 뛰어내린 곳과는 조금 떨어진 데로 일단의 군인들이 몰려드는 것이 보인다.
아주 빠른 몸놀림으로 벼랑 끝에 다가선 군인들이 총구를 들어 올려 나를 겨누고 있다.
대충 봐도 500여 미터가 넘는 벼랑 끝이다. 양손을 옆으로 붙였다.
‘제기랄!!’
북한이 한반도의 패자가 된 이후 곳곳에 수용소가 생겼지만, 탈출에 성공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탈출을 했다고 하더라도 하루가 지나지 않아 잡혔고, 고문과 함께 죽음이라는 가혹한 처벌을 받으며 본보기가 되었다.
독살당한 호위총국 대좌의 죽음은 어쩔 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관할하는 수용소에서 최초의 탈출자가 나오게 놔둘 수는 없었다.
“반동 새끼가 뛰어내렸다. 즉시 쏴버려라!”
잡지 못한다면 죽이기라도 해야 한다.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떨어져 내리는 차훈의 눈에 좌측에서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는 자가 보였다.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 살 수 있다.’
엄청난 폭포의 크기 때문인지 물안개가 사방으로 번져 있었다. 총알에 맞지 않기 위해 차훈은 몸을 비틀었다.
타앙!
퍽!
“크윽!”
총을 맞아 생긴 반동으로 몸이 뒤집어진 차훈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크으, 그나마 다행이지만… 전에 맞은 총상이 더 커졌다.’
몸을 비틀었지만 쏘는 것이 더 빨랐다.
다행이라면 허리춤에 매둔 보자기에 총알이 맞았다는 것이다. 배에 감은 전대를 뚫고 총알이 틀어박혔지만, 몸에 박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전대에 감추어둔 녹색 광석에 총알이 박혀 부서지며 강한 충격이 배에 가해져 상처를 크게 만들었다.
‘으으, 개떼들처럼 쫓아왔군.’
폭포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차훈은 자신의 뒤를 쫓는 자들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다들 총구를 겨누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늦었다. 안개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네놈들도 내 모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순식간에 안개가 차훈을 덮치며 시야에서 군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총을 겨누던 군인들이 신경질을 내며 총구를 내렸다.
“젠장!”
경비 장교가 울화통을 터트리며 폭포를 바라보았다.
“죽었을 겁니다.”
“죽었다는 것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직접 잡아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야 했는데…….”
높이가 500여 미터가 넘는 폭포다.
워낙 수량이 많아 물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물안개에 폭포 아래쪽이 확인되지 않을 정도다.
엄청난 높이라 특수부대원들이라 할지라도 떨어지면 살아남지 못하는 곳이다. 이제 갓 소년이 된 어린놈이 이런 곳에서 떨어지면 살 수 있는 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떨어지는 순간 내장이 파열되어 죽음밖에는 없을 것이다.
살아나 도주할 염려는 없지만, 자신이 직접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 분했다.
으드득!
호위총국 장교의 죽음으로 인해 결코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분을 풀 수 없던 경비 장교가 이를 갈았다.
“돌아간다. 두 사람은 아래로 내려가 그 새끼의 시체를 수거해 와라.”
“이 정도 수량이면 떠오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저희가 내려가는 동안 밑으로 떠내려갈 수도 있고 말입니다.”
폭포 아래까지 내려가려면 상당히 돌아가야 하기에 병사 하나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려가는 것이 싫나?”
“아, 아닙니다.”
싸늘한 장교의 말에 병사가 말했다.
“혹시라도 폭포에 시체가 떠오를지도 모르니, 먼저 확인을 하라는 말이다.”
“예,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떠내려갔을 수도 있으니 하급 부대에 연락을 해서 강변을 수색하라 일러라. 그리고 너희들은 따라 내려가며 하루, 이틀 정도 지켜보다가 그놈이 떠오르면 시체를 회수해 와라.”
“알겠습니다.”
유속이 무척이나 빠른 곳이다. 하급 부대에 연락을 한다고 해도 시체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많았다.
그렇다고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다.
요식적인 행위이기는 하지만, 명령을 수행하고 안 하고에 따라 책임 소재가 달라지기에 병사들은 장교의 명령을 따랐다.
어차피 하나마나인 수색이었기에 남아 있던 병사들은 대충 수색을 했고, 그렇게 쫓고 쫓기던 추격전이 중단되었다.
쏴―아아아아!
밑에 있는 물이 휘돌아 회전하며 위에서 쏟아진 폭포수를 감싸 안는다.
‘젠장, 엄청난 수압이다.’
“끄윽, 꼬르르륵…….”
벌리지 않으려고 해도 떨어져 내린 물들이 전신을 강타하는 고통에 입이 저절로 벌어지며 물이 밀려 들어온다.
미치겠다. 총상을 입은 곳이 헤집어지며 피가 빨려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대로라면 죽음을 피할 길이 없다.
절벽에서 떨어진 후, 물속으로 들어온 나는 지금 폭포수가 뚫어놓은 깊은 구멍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다.
수만 년간 떨어진 물로 인해 폭포 아래는 깊이를 알 수 없게 파여 있는 곳이다. 구멍 밖으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떨어지는 물의 압력이 태산처럼 크다.
올라가려 하면 다시 밀려 내려와 계속해서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위에서 떨어진 폭포수들이 너울처럼 휘돌며 돌아가는 통에 완전히 갇힌 꼴이다.
‘제기랄!’
빠져나가야 하는데 힘이 달린다. 내가 가진 체력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물살이다.
어린 나로서는 한계가 아닐 수 없다.
꾸르르륵!
호흡이 되지 않아 입을 벌리자 물이 밀려 들어온다. 이대로라면 정말 죽는다.
1996. 4. 17. (수) 13:10.
개마고원의 깊은 산중.
타―앙!
화드드드드!
고원을 울려 퍼진 총성이 잠들었던 산새들을 깨웠다.
“헉! 헉!”
탄환이 뚫은 고통을 느낄 겨를도 없이 허리춤을 세게 부여잡았다.
‘피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허리에 묶인 것을 다시 비틀어 매고는 몸을 움직였다
“크으윽, 제기랄!”
뛰듯이 움직였기에 온몸이 저리도록 아팠지만, 달려야 한다.
한시라도 빨리 위쪽으로 올라가 폭포까지 가야만 살 수 있다.
후드드득!
서둘러 움직인 탓에 상처를 묶었는데도 옆구리를 타고 피가 흘러내린다.
떨어진 핏줄기가 바닥에 선명하다.
‘흔적을 지워야 하는데…….’
달리는 와중이라서 그런지 피가 멈추지 않는다.
선명한 핏자국이 내가 도망치는 동선을 선명하게 알려주고 있어 흔적을 지워야 하지만,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대로 잡히면 곧바로 죽음이다.
쫓아오는 놈들과 너무 가까운 터라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빨리빨리 찾아라!!”
고함 소리와 함께 숲이 갈라지고 있다.
‘제기랄, 그 새끼도 송이에 욕심을 낼 줄이야.’
초소장이 지분거려 잠시 지체하는 사이에 시간을 잃었다. 간신히 숲까지 들어갔는데 약효가 너무 좋았나 보다.
추적이 곧바로 시작됐으니 말이다.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이렇게 빨리 쫓아오다니, 역시나 호위총국에 속해 있는 놈들답다.
어느새 바로 뒤까지 따라붙어 버렸다.
‘이대로는 잡힌다.’
어린 탓에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 벌써 따라잡히고 있었다.
원래 가려던 목적지로 향한다면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잡힐 것 같다.
‘저놈들에게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지. 이렇게 된 이상 도박을 해야 한다.’
놈들에게 절대로 잡힐 수는 없다.
비참하게 돌아가신 부모님과 스승님의 바람을 저버릴 수 없었다.
‘생각대로만 된다면 살 수 있을 수도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벼랑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어제 보았던 무지개가 있던 곳이다.
‘그래, 죽어라 가자.’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탓인지 몸에 힘이 돈다.
“크윽!”
피가 새고 있는 옆구리의 상처를 다시 한 번 묶고 있는 천으로 감쌌다.
‘지금은 뒈졌을 테지만 내가 이것들을 훔쳐 나온 것을 알면 소장 새끼가 저승에서도 뒤집어지겠군.’
상처를 감싼 천 안쪽에는 소장실의 비밀 금고에서 훔쳐 가지고 나온 것들이 있다.
스승님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나를 지금 이곳에 만든 그 저주 받은 광석들이 말이다.
‘어서 가자. 크으.’
아픔을 뒤로하고 계속해서 달렸다.
욱신거리는 옆구리의 통증이 기폭제가 되어 지친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쏴아아아!
‘역시 폭포가 있다.’
물이 떨어질 때 나는 소리로 볼 때, 아저씨에게 들은 대로 폭포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생각보다 더 큰 폭포인 듯하다.
‘굉장히 큰 소리다. 이 정도 폭포 소리면 생각대로 강이 있을 거다.’
타타탁!
현재 상황에서는 폭포가 유일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장소였기에 정신없이 숲을 가로질렀다.
총상을 입은 옆구리에서 극심한 고통과 함께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았다.
‘드디어 왔다.’
절벽에 도착했다.
쿠쿠쿠쿠쿠!!
예상한 대로 폭포가 가까웠다.
지반이 떨리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굉장한 물소리다.
생각한 대로 폭포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크기의 웅장함은 두말할 것도 없고,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마치 은하수가 떨어지는 것 같구나.’
하얀 물안개가 사방에 드리워지며 햇빛을 받아 무지개로 빛나고 있었다.
“저기다! 반동 새끼가 저기 있다!”
‘젠장!!’
나를 발견하고 고함을 치는 군인이 눈에 들어왔다. 대좌 새끼랑 같이 온 호위총국의 병력들이다.
선발된 특수 병력들임을 증명하듯 살기가 등등한 모습으로 소총을 겨누려 하고 있다.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콰르르르릉!
귓가에 선명하게 들리는 폭포 소리!
공포에 질릴 정도로 굉장히 높다. 그렇지만 뛰어내려야 한다.
콰르르릉!
유일한 탈출구인 폭포 소리가 나로 하여금 모진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이래 죽나, 저래 죽나!’
타타타탁!
‘아빠, 엄마! 도와주세요. 할아버지도, 스승님도 도와주세요.’
팍!
죽을지도 모르기에 눈을 꼭 감고 기도를 올리며 벼랑 끝을 발로 박찼다.
휘―이익!
몸이 허공을 날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탁!
‘젠장!’
내가 뛰어내린 곳과는 조금 떨어진 데로 일단의 군인들이 몰려드는 것이 보인다.
아주 빠른 몸놀림으로 벼랑 끝에 다가선 군인들이 총구를 들어 올려 나를 겨누고 있다.
대충 봐도 500여 미터가 넘는 벼랑 끝이다. 양손을 옆으로 붙였다.
‘제기랄!!’
북한이 한반도의 패자가 된 이후 곳곳에 수용소가 생겼지만, 탈출에 성공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탈출을 했다고 하더라도 하루가 지나지 않아 잡혔고, 고문과 함께 죽음이라는 가혹한 처벌을 받으며 본보기가 되었다.
독살당한 호위총국 대좌의 죽음은 어쩔 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관할하는 수용소에서 최초의 탈출자가 나오게 놔둘 수는 없었다.
“반동 새끼가 뛰어내렸다. 즉시 쏴버려라!”
잡지 못한다면 죽이기라도 해야 한다.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떨어져 내리는 차훈의 눈에 좌측에서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는 자가 보였다.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 살 수 있다.’
엄청난 폭포의 크기 때문인지 물안개가 사방으로 번져 있었다. 총알에 맞지 않기 위해 차훈은 몸을 비틀었다.
타앙!
퍽!
“크윽!”
총을 맞아 생긴 반동으로 몸이 뒤집어진 차훈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크으, 그나마 다행이지만… 전에 맞은 총상이 더 커졌다.’
몸을 비틀었지만 쏘는 것이 더 빨랐다.
다행이라면 허리춤에 매둔 보자기에 총알이 맞았다는 것이다. 배에 감은 전대를 뚫고 총알이 틀어박혔지만, 몸에 박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전대에 감추어둔 녹색 광석에 총알이 박혀 부서지며 강한 충격이 배에 가해져 상처를 크게 만들었다.
‘으으, 개떼들처럼 쫓아왔군.’
폭포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차훈은 자신의 뒤를 쫓는 자들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다들 총구를 겨누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늦었다. 안개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네놈들도 내 모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순식간에 안개가 차훈을 덮치며 시야에서 군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총을 겨누던 군인들이 신경질을 내며 총구를 내렸다.
“젠장!”
경비 장교가 울화통을 터트리며 폭포를 바라보았다.
“죽었을 겁니다.”
“죽었다는 것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직접 잡아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야 했는데…….”
높이가 500여 미터가 넘는 폭포다.
워낙 수량이 많아 물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물안개에 폭포 아래쪽이 확인되지 않을 정도다.
엄청난 높이라 특수부대원들이라 할지라도 떨어지면 살아남지 못하는 곳이다. 이제 갓 소년이 된 어린놈이 이런 곳에서 떨어지면 살 수 있는 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떨어지는 순간 내장이 파열되어 죽음밖에는 없을 것이다.
살아나 도주할 염려는 없지만, 자신이 직접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 분했다.
으드득!
호위총국 장교의 죽음으로 인해 결코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분을 풀 수 없던 경비 장교가 이를 갈았다.
“돌아간다. 두 사람은 아래로 내려가 그 새끼의 시체를 수거해 와라.”
“이 정도 수량이면 떠오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저희가 내려가는 동안 밑으로 떠내려갈 수도 있고 말입니다.”
폭포 아래까지 내려가려면 상당히 돌아가야 하기에 병사 하나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려가는 것이 싫나?”
“아, 아닙니다.”
싸늘한 장교의 말에 병사가 말했다.
“혹시라도 폭포에 시체가 떠오를지도 모르니, 먼저 확인을 하라는 말이다.”
“예,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떠내려갔을 수도 있으니 하급 부대에 연락을 해서 강변을 수색하라 일러라. 그리고 너희들은 따라 내려가며 하루, 이틀 정도 지켜보다가 그놈이 떠오르면 시체를 회수해 와라.”
“알겠습니다.”
유속이 무척이나 빠른 곳이다. 하급 부대에 연락을 한다고 해도 시체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많았다.
그렇다고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다.
요식적인 행위이기는 하지만, 명령을 수행하고 안 하고에 따라 책임 소재가 달라지기에 병사들은 장교의 명령을 따랐다.
어차피 하나마나인 수색이었기에 남아 있던 병사들은 대충 수색을 했고, 그렇게 쫓고 쫓기던 추격전이 중단되었다.
쏴―아아아아!
밑에 있는 물이 휘돌아 회전하며 위에서 쏟아진 폭포수를 감싸 안는다.
‘젠장, 엄청난 수압이다.’
“끄윽, 꼬르르륵…….”
벌리지 않으려고 해도 떨어져 내린 물들이 전신을 강타하는 고통에 입이 저절로 벌어지며 물이 밀려 들어온다.
미치겠다. 총상을 입은 곳이 헤집어지며 피가 빨려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대로라면 죽음을 피할 길이 없다.
절벽에서 떨어진 후, 물속으로 들어온 나는 지금 폭포수가 뚫어놓은 깊은 구멍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다.
수만 년간 떨어진 물로 인해 폭포 아래는 깊이를 알 수 없게 파여 있는 곳이다. 구멍 밖으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떨어지는 물의 압력이 태산처럼 크다.
올라가려 하면 다시 밀려 내려와 계속해서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위에서 떨어진 폭포수들이 너울처럼 휘돌며 돌아가는 통에 완전히 갇힌 꼴이다.
‘제기랄!’
빠져나가야 하는데 힘이 달린다. 내가 가진 체력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물살이다.
어린 나로서는 한계가 아닐 수 없다.
꾸르르륵!
호흡이 되지 않아 입을 벌리자 물이 밀려 들어온다. 이대로라면 정말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