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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제8장


자신의 목숨이 달려 있기에 치료약이나 먹을거리로 단번에 회유되는 것이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누구를 욕할 것도 없다.
자신이 살고자 남을 죽이는 행위를 서슴없이 하게 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였으니까 말이다.
“뭐지?”
몇 사람이 고발을 하는 가운데 새롭게 나온 사람으로부터 갑자기 스승님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잘못 들었나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곧바로 다른 사람이 나와 스승님을 고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호 막사의 반장 정진호는 작업 중에 수시로 최고 지도자 동지를 욕했습니다.”
“뭐라고 했나?”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했습니다.”
“네가 대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불경스러웠나 보군.”
“그, 그렇습니다.”
“네가 욕을 하는 것이 아니니 19호 막사의 반장이 어떻게 욕을 했는지 말하라.”
“그, 그것이…….”
“너는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것뿐이다.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니 말하라.”
호위총국에서 나온 대좌가 윽박지르며 고발자를 재촉했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자는 최고 지도자동지께서 우리 등골을 빼 먹는다고 수시로 말했습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악마 같은 놈이 우리를 말려 죽인다고…….”
“그만!”
대좌가 불경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증언을 그만두게 했다.
“차마 들을 수가 없구나. 저자가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증언할 사람이 또 있나? 있다면 손을 들도록.”
대좌의 말에 몇 사람이 손을 든다. 가만히 살펴보니 자신이 아프거나 가족이 아픈 이들이다. 소장 놈이 스승님을 상대로 함정을 판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어째서지? 소장 새끼는 스승님과 별다른 접촉점이 없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스승님이라면 저자들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스승님과 같이 일했던 것은 딱 한 명뿐이니까 말이다.
“19호 막사 반장은 앞으로 나와라.”
대좌가 부르자 스승님께서 앞으로 나가신다. 걸어가시는 모습이 어제보다 더 힘이 없으신 것 같다.
“너는 이들이 고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아니오?”
스승님의 답변에 내가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이 아니오’가 아니라 그것이 사실이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 같으니 다시 한 번 말하겠소. 내가 말했다는 것이 사실 아니냐고 당신에게 물었소.”
“뭐, 뭐?”
“최고 지도자라는 새끼가 우리 등골을 빼 먹는 것이 사실 아니냐는 말이오. 그건 그 새끼를 호위하는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이! 종간나 새끼!!”
퍼퍼퍼퍽!
대좌의 주먹이 연이어 스승님의 가슴을 쳤다. 쓰러지는 스승님에게 발길질을 한다.
“안 돼!!”
뛰쳐나가려던 나를 강신 아저씨가 잡는다.
“아저씨?”
“어르신은 널 위해서 이미 각오하셨다. 소장 새끼가 작정하고 만든 함정이다. 지금 뛰쳐나가면 어르신의 바람을 저버리는 일이다, 차훈아.”
아저씨의 눈빛이 무척이나 엄하다. 이미 스승님께 언질을 받은 모양이다.
으드득!
“잘 지켜보아라. 네 원수들이다.”
“지켜보지요, 아주 잘!”
대좌 새끼에게 맞으면서도 스승님의 눈길이 나에게 머물고 있다. 절대 나서지 말라는 눈빛이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모님의 원수도 갚지 못했는데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원수는 반드시 갚아드리겠습니다, 스승님.’
이가 갈리고 치가 떨리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스승님이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원수를 뇌리에 담기 위해서다.
스승님을 죽도록 패고 있는 대좌 새끼와 옆에서 능글맞은 눈빛으로 스승님을 바라보고 있는 소장 새끼는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일 것이다.
퍽! 퍼퍼퍽!
“커헉!”
대좌 새끼가 피를 토하시는 스승님을 군홧발로 밟고 있다.
‘개, 개새끼!’
그러고도 성에 차지 않는지 옆에 있는 경비병에게 다가가 허리춤에서 몽둥이를 빼앗아 든다.
콰직!
“꺽!”
머리를 정통으로 맞은 스승님이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몸을 떠신다.
퍼퍼퍼퍽!
잘게 몸을 떠시는 스승님을 향해 사정없이 몽둥이질을 한다. 곧바로 경련이 잦아들었는데도 말이다.
‘크흑, 스승님.’
스승님이 돌아가셨다. 그것도 비참하게 맞아서 돌아가셨다. 스스로 원하셨다고는 하지만, 너무도 참혹한 죽음이다.
‘으드득, 지금은 어쩔 수 없지만,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놈은 내일 떠난다.
그전에 스승님보다 더 참혹한 죽음을 내릴 것이다. 이건 내 부모님을 두고 맹세한다.
턱!
스승님의 죽음을 확인한 것인지, 대좌 새끼가 몽둥이를 던진 후 손을 턴다.
“휴우, 이 쓰레기를 개밥으로 던져 주도록!”
“예! 대좌 동지!”
수용소를 경비하는 경비견들은 늑대와 교배한 종이다.
탈출한 자들을 쫓아가 물어 죽인 후 잡아먹도록 훈련을 받았다. 실제로 여러 번 사람 고기를 맛본 놈들이다.
‘씹어 먹을 놈!’
돌아가신 분이신데도 사람 대접이 없는 놈이다.
“이번에 고발당한 놈들은 다 나와라!”
놈이 소리를 지르지만 나오는 사람은 없다.
“어서 끌고 나오도록!”
대좌 새끼가 화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자 경비병들이 급하게 움직여 고발당한 사람들을 끌고 나온다. 나가지 않으려 버티지만 소용이 없다.
퍽! 퍼퍽!
“아악!”
“빨리 나가라! 빨리!”
경비병들이 가차 없이 몽둥이질을 하자 고발당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갔다.
“쓰레기만도 못한 새끼들! 이번 놈들은 특별히 고발한 이들이 처리한다. 잘 봤을 것이다. 나처럼 처리하지 않으면 무고한 것이라 간주하고 똑같은 처벌을 받을 것이다.”
스승님을 죽이며 뭔가를 느낀 것인지 대좌 새끼가 소장을 노려본 후 지시를 내린다.
고발한 사람들의 얼굴이 사색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나 보다.
“고발한 자들에게 몽둥이를 줘라. 공화국에 충성하는 자들이니 빛날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나?”
대좌 새끼가 경비병들을 재촉하자 고발한 사람들의 손에 몽둥이가 쥐어졌다.
“어서 처리해라.”
대좌 새끼가 재촉하지만 사람들은 움직일 생각을 못한다.
“이것 봐라? 기회를 주었는데도 망설인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네놈들부터…….”
퍼퍼퍽!
몽둥이를 집어 들려고 하는 대좌 새끼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몽둥이질을 했다. 살기 위해서인지 인정사정없이 휘두른다.
퍽!
“컥!”
“아아악!”
“살려줘! 아악!”
사람들이 광기 어린 눈으로 사람을 패 죽인다. 마구잡이로 휘두르지만, 빗나가는 몽둥이는 없었다. 머리가 깨지고, 눈알이 터졌다.
“히히히히!”
머리가 박살 나면서 뇌수가 얼굴로 튀자 몽둥이를 휘두르던 자 하나는 미쳐 버렸다.
눈이 돌아간 채 히죽거리며 연신 헛웃음만 흘린다.
퍽! 퍽!
퍼퍼퍼퍽!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몽둥이질은 계속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병장 앞에는 축 늘어진 시체들만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 원래 모두 죽였어야 할 놈들이지만 최고 지도자 동지께서는 너희들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다. 이렇게 수용소를 차려 돌봐주셨으니 말이다. 너희의 목숨은 온전히 최고 지도자 동지의 것이다. 경고하지만 최고 지도자 동지께 불경한 자들은 이보다 더한 처벌이 있을 것이다. 명심하도록!
대좌 새끼가 마이크를 들고 일장 연설을 했다.
살기 가득한 눈으로 장내에 있는 사람들을 일일이 바라보는 모습이 악귀 같아 보인다.
연설을 끝낸 대좌가 소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장 놈도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그 뒤를 따른다.
경비병들이 사람들을 시켜 죽은 이들을 경비견을 기르는 축사 쪽으로 옮겼다.
경비병들은 사람들을 광산이나 작업장으로 내몰았다. 연병장에는 몽둥이질을 한 사람들만 남았다.
본보기를 보인 대가로 휴식을 주려는 모양이다.
그러나 고발을 한 사람들은 휴식을 취할 처지가 못 되었다. 몽둥이를 손에서 떨어트린 채 벌벌 떨고만 있다.
미쳐 버린 사람은 힘없는 모습으로 허공에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처럼 헛손질을 하고 있다.
‘당신들 잘못이 아닙니다. 모두가 다 저놈들 때문이지…….’
모두가 불쌍한 사람들이다.
“가자!”
“크흑.”
“정신 차려라. 네가 이러는 것을 소장 놈이 절대 알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으드득, 가야지요.”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내 처지가 한탄스럽다.
하지만 놈들을 죽이려면 지금 일을 하러 가야 한다.
강신 아저씨의 말에 마음을 다잡고 식당으로 향했다.
애써 참은 보람이 있다. 매서운 눈초리로 사람들을 감시하던 경비병들의 눈을 피한 것 같았다.
곧바로 식당 주방으로 가서 일을 시작했다. 오늘 놈들이 먹을 음식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해장국이다.
주방장 아저씨가 미리 준비를 해두었기에 나는 식탁으로 내가기만 하면 됐다.
“내가 할 테니 좀 쉬고 있어라.”
쟁반을 들려고 하니 주방장 아저씨가 날 잡는다.
“아저씨.”
“놀랐을 거다. 실수하면 안 되니 내가 가지고 가도록 하마.”
“고마워요.”
놈들을 보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잘된 일이다. 주방장 아저씨가 음식을 내가는 것을 본 후, 곧바로 주변을 뒤졌다.
식당 청소를 할 때 사용하는 화공 약품을 찾아서 작은 병에 옮겨 담았다. 음식 재료 중에서도 필요한 것들 몇 가지를 챙겼다. 수발까지 다 들어줘야 하기에 주방장 아저씨가 돌아올 때까지 필요한 것은 모두 챙겨 냉장고 뒤편에 감췄다.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마음을 진정시키며 주방장 아저씨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방장 아저씨가 빈 그릇들을 챙겨 주방으로 돌아왔다.
“아저씨.”
“괜찮은 거니?”
“괜찮아요. 바깥에 잡초부터 뽑아야겠어요.”
“조금 많이 나기는 했더구나.”
“아까 보니 쥐새끼들이 얼쩡거리는 것 같았어요. 소장님이 알면 지저분하다고 난리를 칠 테니, 지금 바로 뽑을게요.”
“저녁 급식을 만들려면 아직 시간이 있으니 그렇게 하도록 해라.”
“예, 아저씨.”
밖으로 나가서 식당 주변의 잡초를 뜯었다.
‘잘 자라고 있구나.’
그동안 알게 모르게 공을 들여왔던 것들이 보인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세상이 변하며 나타난 독초라고 했다. 아주 지독한 것이라고 했으니, 이거면 될 거다.’
경비병들 눈에는 내가 잡초를 뜯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그중 한 가지는 독초다.
평범한 풀로 보이지만 입에 들어가 침이 닿으면 손쓸 사이도 없이 즉사한다고 전에 스승님께서 주의를 주신 것이다.
한쪽 구석으로 잡초를 모으면서 독초는 따로 챙겨 주머니에 넣은 후 주방으로 들어왔다.
‘쉬러 갔구나.’
예상한 대로 주방장 아저씨가 보이지 않는다. 점심 준비하기 전에 잠시 쉬러 들어간 것이다.
‘아저씨가 돌아올 때까지 한 시간밖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