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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사람들이 검은 빵을 이렇게 먹게 된 것도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셨기 때문이다. 최대한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고라고 하셨다.
비록 다섯 살이지만 부모님과 할아버지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나 살아남는 법은 할아버지로부터 철저히 배웠다.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가 좋던 나는 할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을 하나도 잊지 않고 있다.
‘그런 것들은 절대 까먹을 수 없지.’
내가 배웠던 것들은 전부 평범한 것들이 아니다. 부모님 말씀으로는 극한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이분도 우리 할아버지처럼 극한상황에서의 생존법을 익히신 분이 틀림없다. 식사를 하면서도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으시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긴 동문이라고 하셨으니. 그나저나 전보다 상황이 나빠질 것이다. 금광이 아니라 석탄 광산이라고 했으니. 그래도 살아남아 부모님과 할아버지를 찾아야 한다. 반드시!’
힘을 키운 후 어떻게든지 탈출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 수용소로 가 게이트를 넘을 것이다.
* * *
나는 이제 열다섯 살이 되었다.
이곳으로 온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부모님과 할아버지를 잃어버린 시간도 그만큼 지났다. 그동안 나에게는 스승님이 생겼다. 할아버지 친구분이 바로 내 스승님이시다.
스승님께 그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대부분은 할아버지에게는 배우지 못했던 것들이다. 사실 스승님께 배우는 것들은 희한한 것들이다. 이런 곳에서는 거의 필요가 없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래도 기를 쓰고 배웠다.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스승님의 말씀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광산 작업은 한 달에 두 번 쉰다. 오늘도 쉬는 날 중 하루라 스승님께 새벽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아니, 평소보다 많은 것들을 배웠다. 오늘이 스승님으로부터 마지막 가르침을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차훈아, 이제 네 배움도 끝난 것 같구나. 내가 아는 것들은 전부 알려줬으니 말이다. 대견하구나.”
“아닙니다, 스승님.”
“그동안 수많은 인재를 봐왔지만, 너만 한 사람은 보지를 못했다. 네가 특별하기는 하지만 자만하지 말고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내가 너에게 준 가르침은 기초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해 알게 된 후부터 절대 자만하지 않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들이 득시글거리는 세상이 있으니 자만은 독이 될 뿐이다.
“그럼 아저씨들에게 가보겠습니다.”
“그래라. 그런데 어느 정도나 배운 것이냐?”
“강신 아저씨하고 유찬 아저씨에게서 배우는 것은 예전에 다 끝났고, 나머지 분들도 오늘이면 끝날 거라고 하셨습니다.”
“벌써 그 정도나 배웠다니, 그동안 고생했구나. 그 사람들 것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말이다.”
“스승님께 배운 것이 있어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후후후, 녀석.”
말씀을 드린 대로 아저씨들이 가르치시는 것을 배우는 데는 정말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믿기지가 않으신가 보다.
“결계를 거둘 테니, 얼른 다녀오도록 해라.”
“예, 스승님. 다녀오겠습니다.”
“오냐.”
스승님께 인사를 드리자 사람들과 우리 사이에 쳐져 있던 결계를 거두신다. 배우는 동안 우리의 대화를 인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간단한 결계다.
강신 아저씨와 유찬 아저씨는 3년 전부터 다른 아저씨들과 함께 바로 옆 막사에서 머무신다.
아저씨들이 머무는 막사로 가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내가 막사 간에 연락병 비슷한 직책을 맡고 있어 다른 막사로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옆 막사로 가자 아저씨들이 나를 반긴다.
“왔구나.”
“예, 장운 아저씨.”
나를 반기신 분은 장운이라는 분이다. 바로 그 옆에 나란히 앉아 있는 분들은 태준 아저씨와 민상 아저씨다.
지금은 막사에 없는 강신 아저씨와 유찬 아저씨를 합쳐 자신들을 오인방이라 부르는 분들이다.
“오늘은 소장실 청소가 있는 날이니 시간이 얼마 없겠구나.”
“두 시간 정도밖에 없으니까 빨리 알려주세요.”
“그래, 알았다. 여기에 앉아라.”
그동안 아저씨들이 가진 것 대부분을 배웠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가르쳐 주시는 세 가지 구결만 외우면 된다.
“전에처럼 하면 된다.”
“예. 아저씨.”
구결에 대해서는 특별한 방법으로 배운다. 스승님처럼 결계를 칠 수 없어 전음으로 나만 들을 수 있게끔 가르쳐 주신다.
제일 먼저 장운 아저씨가 전음을 보내신다.
[내 마지막 밑천은…….]
장운 아저씨의 마지막 가르침이다. 경청을 하며 주의 깊게 내용을 들었다. 한 번 들으면 잊어 먹지를 않으니 집중력만 잃지 않으면 된다.
“차훈아, 다 외웠니?”
장장 20여 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구결을 읊으신 아저씨가 내게 묻는다.
“예.”
“이제 끝이로구나. 수련은 너 혼자서 해도 충분하니까 잊어 먹지 않도록 해라.”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은 나구나.”
태준 아저씨가 나섰다. 아저씨도 곧바로 전음으로 구결 하나를 알려주신다. 역시나 주의 깊게 들으며 구결을 외웠다.
시간은 장운 아저씨보다 더 걸렸다. 거의 30분이 넘어서야 구결이 끝났기 때문이다.
[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니 수련에 특히 신경을 쓰도록 해라. 앞서 배운 것을 얼마나 쓸 수 있느냐는 지금 익히는 것에 달렸으니 말이다.]
마지막 전음에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으음, 이제는 내 차례구나. 이런 날이 오다니… 그동안 고생 많았다.]
자리를 뜨는 태준 아저씨를 대신해 민상 아저씨가 내 앞자리에 앉으며 전음을 보냈다.
[내가 알려주는 것은 네가 수련할 수 있는 시간을 대폭 늘려줄 거다. 그러니 그 무엇보다 먼저 수련을 하도록 해라. 내 마지막 비기는…….]
민상 아저씨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대단하다. 수련 시간을 늘려줄 것이라고 하시더니, 정말 그런 것 같구나.’
지금까지 배운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비기 같다. 정신 계열의 제어에 대한 것이니 말이다.
민상 아저씨는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구결을 읊어 주셨다. 거의 한 시간이나 걸렸다.
[이제 끝났구나. 그런데 다 외운 것이냐?]
아저씨의 질문에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어르신만 허락한다면 널 제자로 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안타깝구나.]
민상 아저씨가 아쉬운 듯 전음을 보낸다.
아쉽기도 할 것이다. 스승님 때문에 날 제자로 거두지 못했으니 말이다.
나도 안타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스승님께서 그것만은 안 된다고 하셨으니 말이다.
오인방 아저씨는 스승님과는 다른 유파다. 오상이라는 문파에 속해 있었는데, 그 때문에 반대를 하신 것이다. 스승님의 말씀으로는 배분으로 따지나 격으로 봐서도 절대 내 스승들이 될 수 없다고 하셨다.
오상(五常)은 법문에 속하는 곳이었는데, 다른 곳과는 달리 특이하게도 무문의 절기도 가지고 있었다.
스승으로 모신 것도 아니고, 문파에 들지도 않았음에도 자신들의 절기를 가르쳐 주신 것이 고맙기는 하지만, 조금은 미안한 일이다.
“이제는 청소하러 가봐야겠어요. 배불뚝이가 지랄하면 곤란하니 말이죠.”
늦기라도 한다면 제 욕심만 차리는 소장이 화를 낼 것이다.
“그래, 나가봐라.”
“예, 아저씨.”
세 분에게 인사를 하고 막사를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 강신 아저씨와 유찬 아저씨가 음식을 나르고 계신다.
“이제 끝난 거냐?”
“예, 강신 아저씨.”
“소장실 청소하러 가나 보구나.”
“오늘 외출하는 날이잖아요.”
우리들끼리 있을 때는 배불뚝이라고 부르지만, 경비병들이 있으니 그렇게는 못한다.
“깨끗하게 잘해라.”
“염려하지 마세요.”
“그래, 수고해라.”
막사로 들어가는 아저씨들을 뒤로하고 소장실로 향했다. 경비병이 막사에서 연병장으로 향하는 출입문을 열어줬다.
연병장을 가로질러 가자 다시 출입문이 열렸다. 소장실과 경비병들의 관사가 있는 구역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이다.
소장실로 가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비서실이 보였다. 역시나 비서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똑! 똑!
소장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라.”
안으로 들어가자 소장이 외출 준비를 끝내놓고 있었다.
“왔으면 청소부터 시작해라. 침실은 놔두고 사무실만 청소하면 된다. 초를 먹여 반들반들하게 해놓도록 해라.”
“예, 소장님.”
소장은 고개를 숙이는 나를 한 번 힐끗 보더니 곧장 밖으로 나갔다.
‘개새끼, 어제도 누굴 건드린 모양이군.’
침실을 청소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안에 여자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엊그제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으니 그중 한 명이 침실에서 겁탈을 당했을 것이다.
‘언젠가는 아랫도리를 박살 내야 할 텐데…….’
다른 수용소에서는 2년이면 소장이 교체가 된다는데, 이곳 소장 놈은 벌써 10년째다. 뭐가 그리 챙겨 먹을 것이 많은지 뇌물을 쓰며 이곳에 붙어 있는 놈이다.
‘하긴 손가락만 까딱하면 여자들이 치마를 풀고, 가끔 나오는 보석도 있으니 이곳에 자리를 깔고 있을 만도 하지.’
가끔 방문하는 감찰관을 제외하고 소장은 이곳에서 절대권력자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손가락만으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물론이고, 뭐든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놈은 이곳에서 여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챙기고 있다. 특히나 광산에서 간혹 나오는 보석류에 아주 환장을 한다.
‘지금까지 상당히 많이 챙겼을 텐데. 오늘은 한 번 찾아봐야겠군.’
놈의 비밀 금고가 집무실 안에 있다. 전에는 시간이 없었지만, 마룻바닥에 초까지 먹이라고 했으니 충분할 것 같다.
다시 밖으로 나가 비서실 구석에 있는 청소함을 뒤졌다. 청소 도구와 초를 챙겨서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검은 빵을 이렇게 먹게 된 것도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셨기 때문이다. 최대한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고라고 하셨다.
비록 다섯 살이지만 부모님과 할아버지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나 살아남는 법은 할아버지로부터 철저히 배웠다.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가 좋던 나는 할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을 하나도 잊지 않고 있다.
‘그런 것들은 절대 까먹을 수 없지.’
내가 배웠던 것들은 전부 평범한 것들이 아니다. 부모님 말씀으로는 극한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이분도 우리 할아버지처럼 극한상황에서의 생존법을 익히신 분이 틀림없다. 식사를 하면서도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으시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긴 동문이라고 하셨으니. 그나저나 전보다 상황이 나빠질 것이다. 금광이 아니라 석탄 광산이라고 했으니. 그래도 살아남아 부모님과 할아버지를 찾아야 한다. 반드시!’
힘을 키운 후 어떻게든지 탈출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 수용소로 가 게이트를 넘을 것이다.
* * *
나는 이제 열다섯 살이 되었다.
이곳으로 온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부모님과 할아버지를 잃어버린 시간도 그만큼 지났다. 그동안 나에게는 스승님이 생겼다. 할아버지 친구분이 바로 내 스승님이시다.
스승님께 그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대부분은 할아버지에게는 배우지 못했던 것들이다. 사실 스승님께 배우는 것들은 희한한 것들이다. 이런 곳에서는 거의 필요가 없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래도 기를 쓰고 배웠다.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스승님의 말씀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광산 작업은 한 달에 두 번 쉰다. 오늘도 쉬는 날 중 하루라 스승님께 새벽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아니, 평소보다 많은 것들을 배웠다. 오늘이 스승님으로부터 마지막 가르침을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차훈아, 이제 네 배움도 끝난 것 같구나. 내가 아는 것들은 전부 알려줬으니 말이다. 대견하구나.”
“아닙니다, 스승님.”
“그동안 수많은 인재를 봐왔지만, 너만 한 사람은 보지를 못했다. 네가 특별하기는 하지만 자만하지 말고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내가 너에게 준 가르침은 기초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해 알게 된 후부터 절대 자만하지 않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들이 득시글거리는 세상이 있으니 자만은 독이 될 뿐이다.
“그럼 아저씨들에게 가보겠습니다.”
“그래라. 그런데 어느 정도나 배운 것이냐?”
“강신 아저씨하고 유찬 아저씨에게서 배우는 것은 예전에 다 끝났고, 나머지 분들도 오늘이면 끝날 거라고 하셨습니다.”
“벌써 그 정도나 배웠다니, 그동안 고생했구나. 그 사람들 것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말이다.”
“스승님께 배운 것이 있어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후후후, 녀석.”
말씀을 드린 대로 아저씨들이 가르치시는 것을 배우는 데는 정말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믿기지가 않으신가 보다.
“결계를 거둘 테니, 얼른 다녀오도록 해라.”
“예, 스승님. 다녀오겠습니다.”
“오냐.”
스승님께 인사를 드리자 사람들과 우리 사이에 쳐져 있던 결계를 거두신다. 배우는 동안 우리의 대화를 인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간단한 결계다.
강신 아저씨와 유찬 아저씨는 3년 전부터 다른 아저씨들과 함께 바로 옆 막사에서 머무신다.
아저씨들이 머무는 막사로 가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내가 막사 간에 연락병 비슷한 직책을 맡고 있어 다른 막사로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옆 막사로 가자 아저씨들이 나를 반긴다.
“왔구나.”
“예, 장운 아저씨.”
나를 반기신 분은 장운이라는 분이다. 바로 그 옆에 나란히 앉아 있는 분들은 태준 아저씨와 민상 아저씨다.
지금은 막사에 없는 강신 아저씨와 유찬 아저씨를 합쳐 자신들을 오인방이라 부르는 분들이다.
“오늘은 소장실 청소가 있는 날이니 시간이 얼마 없겠구나.”
“두 시간 정도밖에 없으니까 빨리 알려주세요.”
“그래, 알았다. 여기에 앉아라.”
그동안 아저씨들이 가진 것 대부분을 배웠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가르쳐 주시는 세 가지 구결만 외우면 된다.
“전에처럼 하면 된다.”
“예. 아저씨.”
구결에 대해서는 특별한 방법으로 배운다. 스승님처럼 결계를 칠 수 없어 전음으로 나만 들을 수 있게끔 가르쳐 주신다.
제일 먼저 장운 아저씨가 전음을 보내신다.
[내 마지막 밑천은…….]
장운 아저씨의 마지막 가르침이다. 경청을 하며 주의 깊게 내용을 들었다. 한 번 들으면 잊어 먹지를 않으니 집중력만 잃지 않으면 된다.
“차훈아, 다 외웠니?”
장장 20여 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구결을 읊으신 아저씨가 내게 묻는다.
“예.”
“이제 끝이로구나. 수련은 너 혼자서 해도 충분하니까 잊어 먹지 않도록 해라.”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은 나구나.”
태준 아저씨가 나섰다. 아저씨도 곧바로 전음으로 구결 하나를 알려주신다. 역시나 주의 깊게 들으며 구결을 외웠다.
시간은 장운 아저씨보다 더 걸렸다. 거의 30분이 넘어서야 구결이 끝났기 때문이다.
[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니 수련에 특히 신경을 쓰도록 해라. 앞서 배운 것을 얼마나 쓸 수 있느냐는 지금 익히는 것에 달렸으니 말이다.]
마지막 전음에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으음, 이제는 내 차례구나. 이런 날이 오다니… 그동안 고생 많았다.]
자리를 뜨는 태준 아저씨를 대신해 민상 아저씨가 내 앞자리에 앉으며 전음을 보냈다.
[내가 알려주는 것은 네가 수련할 수 있는 시간을 대폭 늘려줄 거다. 그러니 그 무엇보다 먼저 수련을 하도록 해라. 내 마지막 비기는…….]
민상 아저씨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대단하다. 수련 시간을 늘려줄 것이라고 하시더니, 정말 그런 것 같구나.’
지금까지 배운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비기 같다. 정신 계열의 제어에 대한 것이니 말이다.
민상 아저씨는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구결을 읊어 주셨다. 거의 한 시간이나 걸렸다.
[이제 끝났구나. 그런데 다 외운 것이냐?]
아저씨의 질문에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어르신만 허락한다면 널 제자로 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안타깝구나.]
민상 아저씨가 아쉬운 듯 전음을 보낸다.
아쉽기도 할 것이다. 스승님 때문에 날 제자로 거두지 못했으니 말이다.
나도 안타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스승님께서 그것만은 안 된다고 하셨으니 말이다.
오인방 아저씨는 스승님과는 다른 유파다. 오상이라는 문파에 속해 있었는데, 그 때문에 반대를 하신 것이다. 스승님의 말씀으로는 배분으로 따지나 격으로 봐서도 절대 내 스승들이 될 수 없다고 하셨다.
오상(五常)은 법문에 속하는 곳이었는데, 다른 곳과는 달리 특이하게도 무문의 절기도 가지고 있었다.
스승으로 모신 것도 아니고, 문파에 들지도 않았음에도 자신들의 절기를 가르쳐 주신 것이 고맙기는 하지만, 조금은 미안한 일이다.
“이제는 청소하러 가봐야겠어요. 배불뚝이가 지랄하면 곤란하니 말이죠.”
늦기라도 한다면 제 욕심만 차리는 소장이 화를 낼 것이다.
“그래, 나가봐라.”
“예, 아저씨.”
세 분에게 인사를 하고 막사를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 강신 아저씨와 유찬 아저씨가 음식을 나르고 계신다.
“이제 끝난 거냐?”
“예, 강신 아저씨.”
“소장실 청소하러 가나 보구나.”
“오늘 외출하는 날이잖아요.”
우리들끼리 있을 때는 배불뚝이라고 부르지만, 경비병들이 있으니 그렇게는 못한다.
“깨끗하게 잘해라.”
“염려하지 마세요.”
“그래, 수고해라.”
막사로 들어가는 아저씨들을 뒤로하고 소장실로 향했다. 경비병이 막사에서 연병장으로 향하는 출입문을 열어줬다.
연병장을 가로질러 가자 다시 출입문이 열렸다. 소장실과 경비병들의 관사가 있는 구역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이다.
소장실로 가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비서실이 보였다. 역시나 비서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똑! 똑!
소장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라.”
안으로 들어가자 소장이 외출 준비를 끝내놓고 있었다.
“왔으면 청소부터 시작해라. 침실은 놔두고 사무실만 청소하면 된다. 초를 먹여 반들반들하게 해놓도록 해라.”
“예, 소장님.”
소장은 고개를 숙이는 나를 한 번 힐끗 보더니 곧장 밖으로 나갔다.
‘개새끼, 어제도 누굴 건드린 모양이군.’
침실을 청소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안에 여자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엊그제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으니 그중 한 명이 침실에서 겁탈을 당했을 것이다.
‘언젠가는 아랫도리를 박살 내야 할 텐데…….’
다른 수용소에서는 2년이면 소장이 교체가 된다는데, 이곳 소장 놈은 벌써 10년째다. 뭐가 그리 챙겨 먹을 것이 많은지 뇌물을 쓰며 이곳에 붙어 있는 놈이다.
‘하긴 손가락만 까딱하면 여자들이 치마를 풀고, 가끔 나오는 보석도 있으니 이곳에 자리를 깔고 있을 만도 하지.’
가끔 방문하는 감찰관을 제외하고 소장은 이곳에서 절대권력자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손가락만으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물론이고, 뭐든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놈은 이곳에서 여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챙기고 있다. 특히나 광산에서 간혹 나오는 보석류에 아주 환장을 한다.
‘지금까지 상당히 많이 챙겼을 텐데. 오늘은 한 번 찾아봐야겠군.’
놈의 비밀 금고가 집무실 안에 있다. 전에는 시간이 없었지만, 마룻바닥에 초까지 먹이라고 했으니 충분할 것 같다.
다시 밖으로 나가 비서실 구석에 있는 청소함을 뒤졌다. 청소 도구와 초를 챙겨서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