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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제5장
오늘은 이상한 날이다.
그동안 막사 안에서만 생활을 했는데 오늘은 광산으로 가니 말이다.
‘머리가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
요즘 와서 왜 그런지는 몰라도 뭔가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려고 한다. 뭔가 생각이 날 듯 가물거리기는 하지만, 떠오르지는 않고 자꾸 머리만 아프다.
‘그런데 뭘 찾아야 하는 거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일하시는 광산으로 들어가서 무엇을 찾아야 한다고 하는데, 뭘 찾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엄마 손을 꼭 잡고 따라다니다가 이상한 것이 있으면 곧바로 도망쳐야 한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지?’
엄마를 따라 갱도 안으로 들어온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아저씨랑 아줌마들이 갱도 안에서 여기저기 랜턴을 비추며 무엇인가를 찾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 특이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안 되겠다.’
궁금해 미치겠다.
“엄마, 여기 안에서 뭘 찾는 거야?”
“궁금하니?”
랜턴을 들고 여기저기 살피는 엄마가 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응, 뭘 찾아야 하는지 잘 몰라서.”
“우리 차훈이가 궁금했구나.”
“응, 엄마.”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땅바닥이 물결치듯 움직이거나, 울렁거리는 곳을 찾아야 된다고 하는 것 같구나.”
“땅바닥이 물결치거나 울렁거리는 곳?”
단단한 곳인데 물결을 치다니, 이상한 일이다.
“그래, 차훈아. 스팟이라는 건데, 찾으면 절대 만지지 말고 엄마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알았지?”
“응, 엄마.”
내 손을 꼭 쥐는 엄마의 손을 맞잡으며 눈에 불을 켰다.
믿지 못하겠지만 진짜 눈에 불을 켠 것이 맞다. 생각만 하면 깜깜한 밤에도 대낮처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아직까지 할아버지나 부모님께도 말씀을 드리지 않은 능력이다.
희미한 전등이 간혹 걸려 있지만, 그래도 어둠침침한 갱도 안이 환하게 보인다.
‘그런 곳은 없는 것 같은데…….’
엄마 말에 눈에 불을 켜고 찾아봤지만, 물결이 치거나 울렁거리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기어 다니는 아기들이랑 누워 있는 사람들을 빼놓고 전부 들어왔다고 했는데, 우리밖에는 없는 것 같구나.’
거의 만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갱도 안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발을 디딜 틈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주변이 한가하다. 워낙 큰 광산이라서 갱도마다 사람들이 흩어져 나갔기 때문인 것 같다.
‘엄마가 말씀하신 것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구나.’
금맥을 따라 채광을 한 탓에 개미굴처럼 이리저리 뚫린 갱도다. 사람들은 스팟이라는 것을 찾기 위해 랜턴을 여기저기 비추고 있는 중이지만,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스팟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크기일지는 모르겠지만, 랜턴으로 모든 곳을 비추어 볼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가장 앞에서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 중이다. 어머니는 나를 잡고 두 분의 뒤를 따르며 조심스럽게 랜턴으로 주변을 탐색했다.
“조금 쉬었다 수색하자.”
“그렇게 하지요.”
할아버지 말씀에 아버지가 랜턴으로 뒤쪽에 신호를 보냈다. 사람들과의 간격은 길어야 10미터 정도다. 랜턴을 빙빙 돌리는 신호가 연이어 전달되었고, 사람들이 갱도에 앉아 쉬기 시작했다.
“아빠, 그걸 찾을 때까지 여기 있는 거야?”
“그래, 차훈아. 무섭니?”
“아니, 우리 가족이 다 같이 있어서 무섭지는 않아.”
“오오, 우리 차훈이 정말 용감한데!”
“히히! 나 용감하지?”
“그럼, 누구 아들인데. 하하하하하!”
아버지가 환하게 웃는 것이 보인다. 내가 한 말이 기꺼우신 모양이다.
“차훈아, 배고프지 않니?”
“약간 고파요, 엄마.”
쉬다가 걷다가 하며 갱도를 따라온 지 세 시간이 넘도록 걸었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그럼 점심을 먹도록 하자.”
난 점심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 점심은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 받아라. 딱딱하니까 조금씩 깨물어 먹어야 한다.”
“네.”
어머니가 주신 것은 내 주먹보다 약간 큰 검은색 빵이다.
‘돌덩어리 같다.’
입에 무는 순간의 첫 느낌이었다.
‘이가 부러질지도 모를 정도로 딱딱하다니…….’
워낙 딱딱해서 어머니 말대로 조금씩 깨물어 먹었다. 별다른 맛은 없지만 끼니를 때우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할아버지와 부모님도 검은색 빵으로 허기를 달래셨다.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아저씨들도 마찬가지다.
“자, 물도 마셔라.”
조그만 빵 하나를 다 먹으니 아버지가 수통을 내미신다. 목을 축이고 나자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앞으로 좀 더 가면 갱도가 갈라지니, 다음 조는 왼쪽으로 들어가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반장님.”
할아버지의 목소리에 뒤에서 대답이 들린다.
“차훈아, 이제 가자.”
“예, 할아버지.”
다들 일어서서 또다시 걷기 시작했다. 울렁거리는 것을 찾으려 여기저기 랜턴을 비추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버지, 오른쪽 막장은 전에 사람들이 사라졌던 곳이 아닙니까?”
“사람들이 사라졌던 곳들은 각 반장들이 직접 맡기로 했다. 다른 이들이 맡지 않으려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으음…….”
상황이 심각하니만큼 아빠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아셨는지 할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신다. 위험한 곳을 먼저 맡는 것이 책임자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조심하도록 해라. 자네들도 조심하고. 전에 내가 말한 것도 잊지 말고. 위험이 닥치면 내가 전에 말한 대로 해주게.”
“예, 반장님.”
할아버지의 말씀에 대답하는 아저씨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 꽤나 긴장하신 모습이다.
모두 다섯 분인데, 할아버지를 따르는 분들이다.
사실 할아버지를 따르는 이들은 꽤 많다.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이 할아버지니 당연한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저 다섯 분은 마치 부하처럼 할아버지를 따르신다.
조금 걷자 두 갈래 갱도가 나타났다.
“이쪽으로.”
긴장한 어조로 말씀하신 할아버지는 오른쪽 갱도로 들어섰다. 할아버지가 앞장을 서고, 아빠가 바짝 뒤를 따른다. 난 아저씨들에게 둘러싸여 엄마와 함께 중간에서 뒤를 따라 걸었다.
한참을 걷다가 아버지가 고개를 갸웃거리신다.
“아버지, 뭔가 조금 이상합니다.”
“뭐가 말이냐?”
“어쩐지 이곳이 추워진 것 같습니다.”
“으음, 그런 것 같구나. 아무래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난 아까 전부터 추웠는데 아빠와 할아버지는 지금에야 알아차리신 것 같다.
‘이상하기는 하다. 추운 것도 그렇지만…….’
아버지 말대로 이상하게 춥다.
뭐라고 할까, 소름이 돋는 한기라고 할까.
지하로 내려갈수록 온도가 올라간다고 들었는데, 자연적인 현상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이상함을 느꼈는지 엄마가 나를 들더니 품에 안으려 했다.
‘저건 뭐지? 땅이 일렁이는 것 같은데…….’
랜턴이 비추지 않았던 먼 앞쪽에서 어둠이 일렁인다. 엄마가 말씀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 엄마. 저기!”
“뭐가 보이니?”
“저기 까만 게 울렁거려.”
“피해라! 어서!!”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타타타타탁!
엄마는 곧바로 나를 들쳐 안고 뒤로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마주 안은 탓인지 뒤쪽이 보인다. 일렁거리던 어둠이 우리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차앗!”
기합과 함께 할아버지의 손끝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저녁때 봤던 노을보다 더 짙은 색의 빛이다.
할아버지가 뿌리는 붉은 기운이 어둠을 향해 돌진했다. 어둠이 잠시 멈칫하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
소리를 질렀지만 어둠이 삽시간에 할아버지를 삼켜 버렸다.
아빠도 마찬가지다.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어둠을 향해 붉은 기운을 뿌리신다. 다시 멈칫하는 것 같더니, 어둠은 이내 아빠를 삼킨다.
“아, 아빠!!”
“미소 씨, 차훈이를 어서 던져!”
앞서 달리던 아저씨 중 하나가 엄마를 향해 소리친다.
“차훈아! 꼭 살아남아야 한다! 꼭!”
“어, 엄마!”
휘―이익!
내 몸이 날고 있다.
엄마가 그대로 앞쪽으로 나를 던졌다.
파파팟!
“차훈아, 눈 감아!”
아저씨 중 하나가 나를 잡더니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린다. 어둠 속에 잠기는 엄마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눈을 감을 수가 없다. 엄마의 마지막 눈빛에 서린 걱정이 나를 잡는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인지 엄마도 손에서 붉은 빛을 뿌리신다. 그러고는 이내 어둠에 묻히셨다.
“어, 엄마!”
엄마를 집어삼킨 어둠이 계속해서 쫓아온다. 달리는 속도가 빠르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잡힐 것같이 간당간당하다.
밀려오던 어둠이 갑자기 멈췄다. 그러고는 이내 원래의 자리로 빠르게 이동을 한다.
어둠은 사라졌지만 갱도 앞쪽에는 아무것도 없다.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 자리에는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았다.
머리가 멍하다. 또다시 머리가 아프다.
“흑! 흑!”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나를 지켜주던 든든한 울타리가 모두 사라졌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휴우…….”
나를 안고 있던 아저씨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는다.
“차훈아.”
“아저씨, 다들 어디로 간 거죠? 할아버지도 그렇고, 아빠랑 엄마가 가, 갑자기 사라졌어요. 흑흑!”
“뚝! 울지 마라.”
아저씨가 엄하게 말한다.
“흑… 예.”
“차훈아, 네 부모님과 할아버지는 이계로 통하는 문이 열려서 그곳으로 끌려갔단다.”
“왜 끌려갔는데요?”
“그것은 나도 잘 모르겠다.”
“세 분 모두 돌아올 수는 있는 건가요?”
아저씨의 표정이 굳어진다.
“으음, 출입이 가능한 곳이라면 머지않아 볼 수 있겠지만, 여기는 아닌 것 같구나.”
“그게 무슨 소리예요?”
“지금 나타난 것은 출입이 불가능한 게이트 같다. 그런 곳에 들어가서 지금까지 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단다.”
“그럼 다 돌아가신 건가요?”
“그것은 확실히 모르겠다. 저런 비정형 게이트에서 다시 돌아온 사람이 없을 뿐이지, 들어갔던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확인한 적은 한 번도 없으니 말이다.”
어제 스팟에 대해 할아버지에게 들은 것이 있다. 들어갈 수만 있고 나올 수는 없는, 그런 곳이 있다고 말이다.
‘으으!’
스팟에 대해서 생각하니 다시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말씀해 주신 건가?’
두통이 가라앉고 나니 이상하게도 걱정이 들지는 않는다. 걱정하지 말라고 스팟에 대해 알려주신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 이런 안도감이 드는 것이 조금 이상하다.
‘언젠가는 세 분 모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게이트라는 곳으로 끌려가 버렸다. 기이할 정도로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을 보면 모두 무사하실 것이다.
그렇지만 보호자가 사라진 지금, 이제 겨우 다섯 살인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
(13화)
오인방 중 첫째인 강신은 멍한 눈으로 어둠 속을 바라보고 있는 차훈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 천애고아라니, 어떻게 해서든지 말렸어야 했는데.’
자신을 비롯한 오인방이 제자로 삼고 싶을 정도로 총명한 차훈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에 나서지 말자고 조언을 했지만, 상훈은 듣지 않았다. 어차피 수용소에서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시키는 대로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말리지 못한 것이 후회됐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확장하는 게이트인 줄은 우리도 몰랐으니까.’
대부분의 스팟은 고정적이다. 게이트도 그 주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게이트가 확장을 하는 것은 한 번도 나타난 사례가 없었기에 미처 대비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비를 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결과가 다르지 않았을 것임을 알기에 강신은 멍한 눈으로 어둠을 바라보고 있는 차훈의 등을 쓰다듬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끌려갈 뻔했군. 차훈이는 어때?]
뇌리로 직접 전해지는 유찬의 물음에 강신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얼이 빠진 것 같아.]
[안됐군. 졸지에 가족을 모두 잃었으니 말이야.]
[어쩔 수 없지. 스팟에 게이트가 생기는 것을 우리가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런데 지금 그것 말이야. 확장형 스팟인 것 같지 않아?]
[그런 것 같더군. 비정형으로 발생했다가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우리가 본 것만 보고를 하는 수밖에 없겠지. 우리가 스팟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면 놈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그냥 겪은 사실만 말하도록 하자는 말인가?]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귀찮은 일에 휘말릴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그게 좋겠군. 그러면 차훈이는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긴. 그 양반이 부탁한 대로 우리가 돌봐야지. 그 양반하고 아들 내외가 시간을 벌어주지 않았다면 우리도 끌려 들어갔을 테니까 말이야.]
차훈의 가족 세 사람이 시간을 벌어주지 않았다면 자신들도 게이트 안으로 끌려 들어갔을 상황이었기에 남겨진 차훈을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차피 우리가 가진 것을 차훈이에게 전하려 했으니 문제는 없겠지만, 아직은 어린아이라…….]
[그 양반도 우리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나름대로 잘 가르쳐 놓은 것 같으니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그렇기는 하지. 나이답지 않게 똑똑하니 충분히 수련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네.]
강신과 유찬의 대화를 전해 듣던 세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뜻하지 않게 차훈을 떠맡게 됐지만, 충분히 가르칠 만한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공화국의 내부에서 획책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오랜 시간 조사를 해야 하는 자신들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임무를 수행하면서 자신들이 익힌 것을 이어 나갈 후예를 기른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되었다.
졸지에 고아가 된 나 때문인지 다섯 아저씨가 안된 눈빛으로 나를 본다.
‘그렇게 보지 않아도 되는데…….’
입으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다 들린다. 예전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내가 부모님과 할아버지의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한 것은 한 살 때부터다. 두 살 때부터는 집중을 해야 하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도 들리기 시작했다.
사실 가지고 있는 특이한 능력들을 전수해 주시겠다는 아저씨들의 결정은 나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할아버지도 반드시 배우라고 하셨으니 말이다.
내 나이가 어린 탓에 이번 일이 상처가 되어 수련을 하는 동안 성장에 지장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을 하시는 것 같지만, 문제없었다. 말을 알아들을 때부터 할아버지에게 늘 배운 것이 혼자 살아남는 법이었으니 말이다.
할아버지는 이런 상황을 예측하신 것 같다. 수용소에 갇힌 상황이라 언제 당신들이 잘못될지 모른다고 아주 어린 나이임에도 나를 철저히 가르치셨다.
‘할아버지와 부모님들이 걱정이기는 한데…….’
나는 걱정이 없지만 할아버지와 부모님이 문제다. 이상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신 것 같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묘하게도 걱정이 들지를 않으니, 이상한 일이다.’
게이트란 곳으로 세 분이 빨려 들어갔지만 그다지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예지에 가까운 내 예감대로라면 세분은 살아 계실 것이 확실한 것 같으니 말이다.
‘무사하실 것이다. 남다른 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니. 그리고 게이트 너머로 가신 것이지, 죽임을 당하신 것이 아니니까. 능력을 키우고 내가 넘어가서 구해 오면 된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이 세상은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능력이 없는 자는 도태된다는 뜻이다. 세 분을 구하기 위해서는 내 힘을 키워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을 말이다.
‘아저씨들의 능력에 대해서 전부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배우는 것도 문제는 없다. 사용할 수 없다 뿐이지, 할아버지로부터 아저씨들의 능력에 버금가는 것들을 이미 배웠으니…….’
아직 숙달이 되지 않았을 뿐, 할아버지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생각해 보면 신기하면서도 아주 무서운 것들이다. 할아버지가 어떻게 그런 것들을 배우셨는지는 모르지만, 이제부터는 나를 성장시켜야 할 시간이다.
[어차피 여기서는 결론이 나지 않을 테니, 일단 나가자고. 이 정도로 게이트가 확장됐으면 다른 데도 틀림없이 사고가 났을 테니까 말이야.]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군.]
잠시 숨을 고르며 대화를 나누던 아저씨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둠을 뒤로하고 갱도를 따라 밖으로 나선다.
‘아직 말을 할 처지가 아니지. 난 그저 아이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이야.’
뭐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내가 특별하다는 것을 알릴 필요는 아직 없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충격을 받은 어린아이여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은 아무리 아저씨들이라도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다.
‘빛이군.’
갱도를 따라 상당한 시간을 걸은 후, 멀리 점 같은 하얀빛이 보였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광산을 나왔다.
“우리가 마지막인 것 같군.”
“우리가 제일 마지막 갱도에 있었으니 그런 것 같네.”
“그나저나 들어갔던 사람들 대부분이 이번에 희생된 것 같은데 말이야.”
유찬 아저씨의 말대로 광산을 나온 사람들이 얼마 되지 않았다. 거의 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들어갔는데 나온 사람은 고작 천 명도 되지 않아 보였다.
경비대장이 이리로 다가온다.
다들 넋이 나간 모습으로 주저앉아 있는 마당이라 비교적 멀쩡해 보이는 아저씨들에게 묻기 위해서인 것 같다.
“차훈아,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다. 그냥 아저씨들에게 맡겨둬라.”
“아, 알았어요.”
나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주의에 대답을 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아저씨들에게 다가온 경비대장이 물었다.
“광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어둠이 덮쳐 왔습니다. 반장님과 아드님 내외가 어둠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사실인가? 정말 어둠이 움직였다는 말인가?”
“예.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더니, 잠시 뒤에 어둠이 움직였습니다. 마치 악마처럼 모든 것을 삼켜 버렸습니다. 어둠이 일렁이는 것을 일찍 발견할 수 있어서 우리들은 간신히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으음, 모두 같은 말이로군.”
이미 나오는 사람들마다 물어봤던 모양인지 경비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저 사람들도 저희와 같은 일을 겪은 겁니까?”
“그렇다. 아무래도…….”
경비대장이 뭔가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문다. 스팟에 대해 말하려다가 아저씨들 때문에 입을 다문 것 같다.
“지금부터 모두 막사로 돌아간다! 이후의 일은 방송으로 알려주겠다!”
경비대장이 소리를 질렀다. 놀람과 당황, 공포가 아직도 눈 속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지만, 주섬주섬 일어나 막사로 향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라진 지금,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음뿐이라는 것을 이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아저씨들도 막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차훈아, 머지않아 수용소를 옮겨갈 것이다. 분명 이번 일에 대해 조사하는 놈들도 나올 테니, 너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우리에 대해서도 말이야. 알았지?”
“예, 아저씨.”
아무래도 아저씨들이 바람처럼 달리던 모습을 말하지 말라는 것 같다. 뭔가 문제가 생길 것 같으니 아저씨 말대로 하기로 했다.
막사에 들어온 이후, 아무 곳도 갈 수 없었다. 아저씨나 아줌마들은 일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식사 시간이 되면 음식들을 타 가지고 와 먹는 것이 전부인 시간이었다.
막사에 있는 동안 아저씨들에게 스팟과 게이트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신비로운 에너지가 넘치며, 이계로 갈 수 있는 게이트가 스팟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내가 어째서 수용소 생활을 하는지도 듣게 되었다.
사람들이 북쪽으로 끌려와 인간 이하의 삶을 살게 된 원인이 바로 스팟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사라졌다. 그 원인도 스팟 때문이었다. 북한의 침략이 있기 얼마 전에 대한민국 곳곳에서 스팟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워낙 많은 수의 스팟이 생긴 터라 극히 일부 병력을 제외하고는 탐색에 투입되었다고 한다.
스팟 중에 출입이 가능한 것이 있다면 국력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회였으니 대한민국 정부는 탐사에 전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기회가 아니라 나라가 망하려는 전조였다. 스팟 탐사에 투입되었던 병력들 대부분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것도 전쟁이 일어난 당일에 100만에 가까운 병력 중 90%가 넘는 인원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군인들이 사라지고 난 후에 북한은 대한민국에 곧바로 군대를 투입했다고 한다. 대항할 군인이 없는 까닭에 대한민국의 정부는 곧바로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사라진 진짜 이유였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아저씨들은 사실이라고 했다.
아저씨들은 스팟이 발생한 것이 북한의 소행 같다고 했다. 스팟으로 인해 그 많던 군인들이 사라져 버렸고, 그 시간에 맞춰 전격적으로 남하한 것을 보면 이면에 북한의 개입이 있을 것 같다는 것이 강신 아저씨의 말이었다.
아저씨들의 말을 듣자 나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팟이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생겨나고 있었지만, 그렇게 많은 수가 나타난 것은 처음이라고 하니 말이다.
스팟에 대해 들으면서 나는 게이트 너머가 이계라는 것에 주목했다. 출입이 가능한 게이트 너머의 땅에는 인간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말 때문이다. 이번에 생성된 스팟이 들어가면 나올 수는 없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어쩌면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이계에서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어떻게 해야 게이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강신 아저씨께 물어봤지만, 대답을 해주지 않으신다. 들어가고 싶으면 나이가 찬 후에 들어가라는 말씀만 하셨다.
게이트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나는 고민에 빠졌다.
아저씨들 말대로 가르쳐 주는 것을 모두 배운 후에 게이트를 넘을 것이냐, 지금 당장 할아버지와 부모님을 찾아갈 것이냐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고민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어린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저씨들이 가르쳐 주시는 것이 무엇이든지 이제부터 열심히 배워야 할 것 같다.
제5장
오늘은 이상한 날이다.
그동안 막사 안에서만 생활을 했는데 오늘은 광산으로 가니 말이다.
‘머리가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
요즘 와서 왜 그런지는 몰라도 뭔가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려고 한다. 뭔가 생각이 날 듯 가물거리기는 하지만, 떠오르지는 않고 자꾸 머리만 아프다.
‘그런데 뭘 찾아야 하는 거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일하시는 광산으로 들어가서 무엇을 찾아야 한다고 하는데, 뭘 찾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엄마 손을 꼭 잡고 따라다니다가 이상한 것이 있으면 곧바로 도망쳐야 한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지?’
엄마를 따라 갱도 안으로 들어온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아저씨랑 아줌마들이 갱도 안에서 여기저기 랜턴을 비추며 무엇인가를 찾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 특이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안 되겠다.’
궁금해 미치겠다.
“엄마, 여기 안에서 뭘 찾는 거야?”
“궁금하니?”
랜턴을 들고 여기저기 살피는 엄마가 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응, 뭘 찾아야 하는지 잘 몰라서.”
“우리 차훈이가 궁금했구나.”
“응, 엄마.”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땅바닥이 물결치듯 움직이거나, 울렁거리는 곳을 찾아야 된다고 하는 것 같구나.”
“땅바닥이 물결치거나 울렁거리는 곳?”
단단한 곳인데 물결을 치다니, 이상한 일이다.
“그래, 차훈아. 스팟이라는 건데, 찾으면 절대 만지지 말고 엄마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알았지?”
“응, 엄마.”
내 손을 꼭 쥐는 엄마의 손을 맞잡으며 눈에 불을 켰다.
믿지 못하겠지만 진짜 눈에 불을 켠 것이 맞다. 생각만 하면 깜깜한 밤에도 대낮처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아직까지 할아버지나 부모님께도 말씀을 드리지 않은 능력이다.
희미한 전등이 간혹 걸려 있지만, 그래도 어둠침침한 갱도 안이 환하게 보인다.
‘그런 곳은 없는 것 같은데…….’
엄마 말에 눈에 불을 켜고 찾아봤지만, 물결이 치거나 울렁거리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기어 다니는 아기들이랑 누워 있는 사람들을 빼놓고 전부 들어왔다고 했는데, 우리밖에는 없는 것 같구나.’
거의 만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갱도 안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발을 디딜 틈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주변이 한가하다. 워낙 큰 광산이라서 갱도마다 사람들이 흩어져 나갔기 때문인 것 같다.
‘엄마가 말씀하신 것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구나.’
금맥을 따라 채광을 한 탓에 개미굴처럼 이리저리 뚫린 갱도다. 사람들은 스팟이라는 것을 찾기 위해 랜턴을 여기저기 비추고 있는 중이지만,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스팟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크기일지는 모르겠지만, 랜턴으로 모든 곳을 비추어 볼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가장 앞에서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 중이다. 어머니는 나를 잡고 두 분의 뒤를 따르며 조심스럽게 랜턴으로 주변을 탐색했다.
“조금 쉬었다 수색하자.”
“그렇게 하지요.”
할아버지 말씀에 아버지가 랜턴으로 뒤쪽에 신호를 보냈다. 사람들과의 간격은 길어야 10미터 정도다. 랜턴을 빙빙 돌리는 신호가 연이어 전달되었고, 사람들이 갱도에 앉아 쉬기 시작했다.
“아빠, 그걸 찾을 때까지 여기 있는 거야?”
“그래, 차훈아. 무섭니?”
“아니, 우리 가족이 다 같이 있어서 무섭지는 않아.”
“오오, 우리 차훈이 정말 용감한데!”
“히히! 나 용감하지?”
“그럼, 누구 아들인데. 하하하하하!”
아버지가 환하게 웃는 것이 보인다. 내가 한 말이 기꺼우신 모양이다.
“차훈아, 배고프지 않니?”
“약간 고파요, 엄마.”
쉬다가 걷다가 하며 갱도를 따라온 지 세 시간이 넘도록 걸었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그럼 점심을 먹도록 하자.”
난 점심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 점심은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 받아라. 딱딱하니까 조금씩 깨물어 먹어야 한다.”
“네.”
어머니가 주신 것은 내 주먹보다 약간 큰 검은색 빵이다.
‘돌덩어리 같다.’
입에 무는 순간의 첫 느낌이었다.
‘이가 부러질지도 모를 정도로 딱딱하다니…….’
워낙 딱딱해서 어머니 말대로 조금씩 깨물어 먹었다. 별다른 맛은 없지만 끼니를 때우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할아버지와 부모님도 검은색 빵으로 허기를 달래셨다.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아저씨들도 마찬가지다.
“자, 물도 마셔라.”
조그만 빵 하나를 다 먹으니 아버지가 수통을 내미신다. 목을 축이고 나자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앞으로 좀 더 가면 갱도가 갈라지니, 다음 조는 왼쪽으로 들어가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반장님.”
할아버지의 목소리에 뒤에서 대답이 들린다.
“차훈아, 이제 가자.”
“예, 할아버지.”
다들 일어서서 또다시 걷기 시작했다. 울렁거리는 것을 찾으려 여기저기 랜턴을 비추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버지, 오른쪽 막장은 전에 사람들이 사라졌던 곳이 아닙니까?”
“사람들이 사라졌던 곳들은 각 반장들이 직접 맡기로 했다. 다른 이들이 맡지 않으려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으음…….”
상황이 심각하니만큼 아빠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아셨는지 할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신다. 위험한 곳을 먼저 맡는 것이 책임자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조심하도록 해라. 자네들도 조심하고. 전에 내가 말한 것도 잊지 말고. 위험이 닥치면 내가 전에 말한 대로 해주게.”
“예, 반장님.”
할아버지의 말씀에 대답하는 아저씨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 꽤나 긴장하신 모습이다.
모두 다섯 분인데, 할아버지를 따르는 분들이다.
사실 할아버지를 따르는 이들은 꽤 많다.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이 할아버지니 당연한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저 다섯 분은 마치 부하처럼 할아버지를 따르신다.
조금 걷자 두 갈래 갱도가 나타났다.
“이쪽으로.”
긴장한 어조로 말씀하신 할아버지는 오른쪽 갱도로 들어섰다. 할아버지가 앞장을 서고, 아빠가 바짝 뒤를 따른다. 난 아저씨들에게 둘러싸여 엄마와 함께 중간에서 뒤를 따라 걸었다.
한참을 걷다가 아버지가 고개를 갸웃거리신다.
“아버지, 뭔가 조금 이상합니다.”
“뭐가 말이냐?”
“어쩐지 이곳이 추워진 것 같습니다.”
“으음, 그런 것 같구나. 아무래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난 아까 전부터 추웠는데 아빠와 할아버지는 지금에야 알아차리신 것 같다.
‘이상하기는 하다. 추운 것도 그렇지만…….’
아버지 말대로 이상하게 춥다.
뭐라고 할까, 소름이 돋는 한기라고 할까.
지하로 내려갈수록 온도가 올라간다고 들었는데, 자연적인 현상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이상함을 느꼈는지 엄마가 나를 들더니 품에 안으려 했다.
‘저건 뭐지? 땅이 일렁이는 것 같은데…….’
랜턴이 비추지 않았던 먼 앞쪽에서 어둠이 일렁인다. 엄마가 말씀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 엄마. 저기!”
“뭐가 보이니?”
“저기 까만 게 울렁거려.”
“피해라! 어서!!”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타타타타탁!
엄마는 곧바로 나를 들쳐 안고 뒤로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마주 안은 탓인지 뒤쪽이 보인다. 일렁거리던 어둠이 우리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차앗!”
기합과 함께 할아버지의 손끝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저녁때 봤던 노을보다 더 짙은 색의 빛이다.
할아버지가 뿌리는 붉은 기운이 어둠을 향해 돌진했다. 어둠이 잠시 멈칫하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
소리를 질렀지만 어둠이 삽시간에 할아버지를 삼켜 버렸다.
아빠도 마찬가지다.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어둠을 향해 붉은 기운을 뿌리신다. 다시 멈칫하는 것 같더니, 어둠은 이내 아빠를 삼킨다.
“아, 아빠!!”
“미소 씨, 차훈이를 어서 던져!”
앞서 달리던 아저씨 중 하나가 엄마를 향해 소리친다.
“차훈아! 꼭 살아남아야 한다! 꼭!”
“어, 엄마!”
휘―이익!
내 몸이 날고 있다.
엄마가 그대로 앞쪽으로 나를 던졌다.
파파팟!
“차훈아, 눈 감아!”
아저씨 중 하나가 나를 잡더니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린다. 어둠 속에 잠기는 엄마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눈을 감을 수가 없다. 엄마의 마지막 눈빛에 서린 걱정이 나를 잡는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인지 엄마도 손에서 붉은 빛을 뿌리신다. 그러고는 이내 어둠에 묻히셨다.
“어, 엄마!”
엄마를 집어삼킨 어둠이 계속해서 쫓아온다. 달리는 속도가 빠르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잡힐 것같이 간당간당하다.
밀려오던 어둠이 갑자기 멈췄다. 그러고는 이내 원래의 자리로 빠르게 이동을 한다.
어둠은 사라졌지만 갱도 앞쪽에는 아무것도 없다.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 자리에는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았다.
머리가 멍하다. 또다시 머리가 아프다.
“흑! 흑!”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나를 지켜주던 든든한 울타리가 모두 사라졌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휴우…….”
나를 안고 있던 아저씨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는다.
“차훈아.”
“아저씨, 다들 어디로 간 거죠? 할아버지도 그렇고, 아빠랑 엄마가 가, 갑자기 사라졌어요. 흑흑!”
“뚝! 울지 마라.”
아저씨가 엄하게 말한다.
“흑… 예.”
“차훈아, 네 부모님과 할아버지는 이계로 통하는 문이 열려서 그곳으로 끌려갔단다.”
“왜 끌려갔는데요?”
“그것은 나도 잘 모르겠다.”
“세 분 모두 돌아올 수는 있는 건가요?”
아저씨의 표정이 굳어진다.
“으음, 출입이 가능한 곳이라면 머지않아 볼 수 있겠지만, 여기는 아닌 것 같구나.”
“그게 무슨 소리예요?”
“지금 나타난 것은 출입이 불가능한 게이트 같다. 그런 곳에 들어가서 지금까지 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단다.”
“그럼 다 돌아가신 건가요?”
“그것은 확실히 모르겠다. 저런 비정형 게이트에서 다시 돌아온 사람이 없을 뿐이지, 들어갔던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확인한 적은 한 번도 없으니 말이다.”
어제 스팟에 대해 할아버지에게 들은 것이 있다. 들어갈 수만 있고 나올 수는 없는, 그런 곳이 있다고 말이다.
‘으으!’
스팟에 대해서 생각하니 다시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말씀해 주신 건가?’
두통이 가라앉고 나니 이상하게도 걱정이 들지는 않는다. 걱정하지 말라고 스팟에 대해 알려주신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 이런 안도감이 드는 것이 조금 이상하다.
‘언젠가는 세 분 모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게이트라는 곳으로 끌려가 버렸다. 기이할 정도로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을 보면 모두 무사하실 것이다.
그렇지만 보호자가 사라진 지금, 이제 겨우 다섯 살인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
(13화)
오인방 중 첫째인 강신은 멍한 눈으로 어둠 속을 바라보고 있는 차훈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 천애고아라니, 어떻게 해서든지 말렸어야 했는데.’
자신을 비롯한 오인방이 제자로 삼고 싶을 정도로 총명한 차훈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에 나서지 말자고 조언을 했지만, 상훈은 듣지 않았다. 어차피 수용소에서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시키는 대로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말리지 못한 것이 후회됐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확장하는 게이트인 줄은 우리도 몰랐으니까.’
대부분의 스팟은 고정적이다. 게이트도 그 주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게이트가 확장을 하는 것은 한 번도 나타난 사례가 없었기에 미처 대비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비를 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결과가 다르지 않았을 것임을 알기에 강신은 멍한 눈으로 어둠을 바라보고 있는 차훈의 등을 쓰다듬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끌려갈 뻔했군. 차훈이는 어때?]
뇌리로 직접 전해지는 유찬의 물음에 강신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얼이 빠진 것 같아.]
[안됐군. 졸지에 가족을 모두 잃었으니 말이야.]
[어쩔 수 없지. 스팟에 게이트가 생기는 것을 우리가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런데 지금 그것 말이야. 확장형 스팟인 것 같지 않아?]
[그런 것 같더군. 비정형으로 발생했다가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우리가 본 것만 보고를 하는 수밖에 없겠지. 우리가 스팟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면 놈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그냥 겪은 사실만 말하도록 하자는 말인가?]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귀찮은 일에 휘말릴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그게 좋겠군. 그러면 차훈이는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긴. 그 양반이 부탁한 대로 우리가 돌봐야지. 그 양반하고 아들 내외가 시간을 벌어주지 않았다면 우리도 끌려 들어갔을 테니까 말이야.]
차훈의 가족 세 사람이 시간을 벌어주지 않았다면 자신들도 게이트 안으로 끌려 들어갔을 상황이었기에 남겨진 차훈을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차피 우리가 가진 것을 차훈이에게 전하려 했으니 문제는 없겠지만, 아직은 어린아이라…….]
[그 양반도 우리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나름대로 잘 가르쳐 놓은 것 같으니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그렇기는 하지. 나이답지 않게 똑똑하니 충분히 수련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네.]
강신과 유찬의 대화를 전해 듣던 세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뜻하지 않게 차훈을 떠맡게 됐지만, 충분히 가르칠 만한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공화국의 내부에서 획책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오랜 시간 조사를 해야 하는 자신들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임무를 수행하면서 자신들이 익힌 것을 이어 나갈 후예를 기른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되었다.
졸지에 고아가 된 나 때문인지 다섯 아저씨가 안된 눈빛으로 나를 본다.
‘그렇게 보지 않아도 되는데…….’
입으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다 들린다. 예전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내가 부모님과 할아버지의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한 것은 한 살 때부터다. 두 살 때부터는 집중을 해야 하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도 들리기 시작했다.
사실 가지고 있는 특이한 능력들을 전수해 주시겠다는 아저씨들의 결정은 나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할아버지도 반드시 배우라고 하셨으니 말이다.
내 나이가 어린 탓에 이번 일이 상처가 되어 수련을 하는 동안 성장에 지장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을 하시는 것 같지만, 문제없었다. 말을 알아들을 때부터 할아버지에게 늘 배운 것이 혼자 살아남는 법이었으니 말이다.
할아버지는 이런 상황을 예측하신 것 같다. 수용소에 갇힌 상황이라 언제 당신들이 잘못될지 모른다고 아주 어린 나이임에도 나를 철저히 가르치셨다.
‘할아버지와 부모님들이 걱정이기는 한데…….’
나는 걱정이 없지만 할아버지와 부모님이 문제다. 이상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신 것 같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묘하게도 걱정이 들지를 않으니, 이상한 일이다.’
게이트란 곳으로 세 분이 빨려 들어갔지만 그다지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예지에 가까운 내 예감대로라면 세분은 살아 계실 것이 확실한 것 같으니 말이다.
‘무사하실 것이다. 남다른 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니. 그리고 게이트 너머로 가신 것이지, 죽임을 당하신 것이 아니니까. 능력을 키우고 내가 넘어가서 구해 오면 된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이 세상은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능력이 없는 자는 도태된다는 뜻이다. 세 분을 구하기 위해서는 내 힘을 키워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을 말이다.
‘아저씨들의 능력에 대해서 전부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배우는 것도 문제는 없다. 사용할 수 없다 뿐이지, 할아버지로부터 아저씨들의 능력에 버금가는 것들을 이미 배웠으니…….’
아직 숙달이 되지 않았을 뿐, 할아버지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생각해 보면 신기하면서도 아주 무서운 것들이다. 할아버지가 어떻게 그런 것들을 배우셨는지는 모르지만, 이제부터는 나를 성장시켜야 할 시간이다.
[어차피 여기서는 결론이 나지 않을 테니, 일단 나가자고. 이 정도로 게이트가 확장됐으면 다른 데도 틀림없이 사고가 났을 테니까 말이야.]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군.]
잠시 숨을 고르며 대화를 나누던 아저씨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둠을 뒤로하고 갱도를 따라 밖으로 나선다.
‘아직 말을 할 처지가 아니지. 난 그저 아이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이야.’
뭐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내가 특별하다는 것을 알릴 필요는 아직 없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충격을 받은 어린아이여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은 아무리 아저씨들이라도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다.
‘빛이군.’
갱도를 따라 상당한 시간을 걸은 후, 멀리 점 같은 하얀빛이 보였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광산을 나왔다.
“우리가 마지막인 것 같군.”
“우리가 제일 마지막 갱도에 있었으니 그런 것 같네.”
“그나저나 들어갔던 사람들 대부분이 이번에 희생된 것 같은데 말이야.”
유찬 아저씨의 말대로 광산을 나온 사람들이 얼마 되지 않았다. 거의 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들어갔는데 나온 사람은 고작 천 명도 되지 않아 보였다.
경비대장이 이리로 다가온다.
다들 넋이 나간 모습으로 주저앉아 있는 마당이라 비교적 멀쩡해 보이는 아저씨들에게 묻기 위해서인 것 같다.
“차훈아,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다. 그냥 아저씨들에게 맡겨둬라.”
“아, 알았어요.”
나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주의에 대답을 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아저씨들에게 다가온 경비대장이 물었다.
“광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어둠이 덮쳐 왔습니다. 반장님과 아드님 내외가 어둠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사실인가? 정말 어둠이 움직였다는 말인가?”
“예.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더니, 잠시 뒤에 어둠이 움직였습니다. 마치 악마처럼 모든 것을 삼켜 버렸습니다. 어둠이 일렁이는 것을 일찍 발견할 수 있어서 우리들은 간신히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으음, 모두 같은 말이로군.”
이미 나오는 사람들마다 물어봤던 모양인지 경비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저 사람들도 저희와 같은 일을 겪은 겁니까?”
“그렇다. 아무래도…….”
경비대장이 뭔가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문다. 스팟에 대해 말하려다가 아저씨들 때문에 입을 다문 것 같다.
“지금부터 모두 막사로 돌아간다! 이후의 일은 방송으로 알려주겠다!”
경비대장이 소리를 질렀다. 놀람과 당황, 공포가 아직도 눈 속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지만, 주섬주섬 일어나 막사로 향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라진 지금,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음뿐이라는 것을 이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아저씨들도 막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차훈아, 머지않아 수용소를 옮겨갈 것이다. 분명 이번 일에 대해 조사하는 놈들도 나올 테니, 너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우리에 대해서도 말이야. 알았지?”
“예, 아저씨.”
아무래도 아저씨들이 바람처럼 달리던 모습을 말하지 말라는 것 같다. 뭔가 문제가 생길 것 같으니 아저씨 말대로 하기로 했다.
막사에 들어온 이후, 아무 곳도 갈 수 없었다. 아저씨나 아줌마들은 일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식사 시간이 되면 음식들을 타 가지고 와 먹는 것이 전부인 시간이었다.
막사에 있는 동안 아저씨들에게 스팟과 게이트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신비로운 에너지가 넘치며, 이계로 갈 수 있는 게이트가 스팟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내가 어째서 수용소 생활을 하는지도 듣게 되었다.
사람들이 북쪽으로 끌려와 인간 이하의 삶을 살게 된 원인이 바로 스팟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사라졌다. 그 원인도 스팟 때문이었다. 북한의 침략이 있기 얼마 전에 대한민국 곳곳에서 스팟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워낙 많은 수의 스팟이 생긴 터라 극히 일부 병력을 제외하고는 탐색에 투입되었다고 한다.
스팟 중에 출입이 가능한 것이 있다면 국력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회였으니 대한민국 정부는 탐사에 전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기회가 아니라 나라가 망하려는 전조였다. 스팟 탐사에 투입되었던 병력들 대부분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것도 전쟁이 일어난 당일에 100만에 가까운 병력 중 90%가 넘는 인원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군인들이 사라지고 난 후에 북한은 대한민국에 곧바로 군대를 투입했다고 한다. 대항할 군인이 없는 까닭에 대한민국의 정부는 곧바로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사라진 진짜 이유였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아저씨들은 사실이라고 했다.
아저씨들은 스팟이 발생한 것이 북한의 소행 같다고 했다. 스팟으로 인해 그 많던 군인들이 사라져 버렸고, 그 시간에 맞춰 전격적으로 남하한 것을 보면 이면에 북한의 개입이 있을 것 같다는 것이 강신 아저씨의 말이었다.
아저씨들의 말을 듣자 나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팟이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생겨나고 있었지만, 그렇게 많은 수가 나타난 것은 처음이라고 하니 말이다.
스팟에 대해 들으면서 나는 게이트 너머가 이계라는 것에 주목했다. 출입이 가능한 게이트 너머의 땅에는 인간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말 때문이다. 이번에 생성된 스팟이 들어가면 나올 수는 없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어쩌면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이계에서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어떻게 해야 게이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강신 아저씨께 물어봤지만, 대답을 해주지 않으신다. 들어가고 싶으면 나이가 찬 후에 들어가라는 말씀만 하셨다.
게이트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나는 고민에 빠졌다.
아저씨들 말대로 가르쳐 주는 것을 모두 배운 후에 게이트를 넘을 것이냐, 지금 당장 할아버지와 부모님을 찾아갈 것이냐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고민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어린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저씨들이 가르쳐 주시는 것이 무엇이든지 이제부터 열심히 배워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