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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오늘도 고민에 빠져 있는 중이다.
내가 간직하고 있는 비밀을 말할 것이냐, 아니면 이대로 묻어두고 지낼 것이냐가 문제다.
할아버지가 절대 비밀로 하라고 하셨지만 아저씨들에게 사사하려면 어느 정도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것이냐?”
“조금이요.”
“고민이 뭔데 그러는 거지?”
“할아버지와 한 약속이 있는데, 지켜야 하는지 고민이 돼서요.”
“꼭 지켜야 한다고 하셨느냐?”
“예, 반드시요.”
“그럼 지키도록 해라. 네 할아버지라면 절대로 허튼 짓을 시키실 양반이 아니니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미안한 일인데도요?”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이 아니라면 지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으음, 알았어요.”
고민의 당사자가 이렇게 말해주니 괜한 고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전부 연병장으로 집합해라.
비밀로 두기로 마음을 굳히자 확성기를 통해 방송이 흘러나왔다.
“결정이 내려진 모양이구나. 어서 나가보자.”
강신 아저씨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갔다. 연병장으로 가니 커다란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다.
“예상한 대로 다른 곳으로 이송시킬 모양이구나.”
“어디로 가는 건가요?”
“그야 모르지. 아마도 수용소가 여러 곳일 것 같은데, 어디로 갈지는 나도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이곳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마도 매영이 이곳을 차지할 것 같다. 이런 장소라면 수련을 하는 데 그만이니까.”
“그렇군요.”
게이트가 나타난 스팟 중에 출입이 불가능한 지역에서는 특이 에너지가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광산의 스팟이 완전히 활성화된 탓인지 넘실거리는 붉은 기운이 주변에 가득하다.
아저씨들에게 들은 대로라면 매영은 능력자들이 모인 특수한 집단이다. 그런 집단이라면 여기를 그냥 놔둘 리 없었다. 자신들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곳을 수용소로 쓰기에는 너무 아까우니 말이다.
― 오늘부터 이 수용소는 폐쇄한다. 모두 다른 곳으로 이송될 것이니,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타도록 해라. 물건은 하나도 가지고 갈 수 없으니, 그냥 타면 된다.
아저씨의 예상과 같은 말이 확성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강신 아저씨가 손을 들었다.
― 뭐냐?
“막사에 남아 있는 환자들은 어떻게 합니까?”
― 그들은 별도로 이송을 시킬 계획이니, 모두 버스에 타라.
경비대장 아저씨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자 다들 움찔했다. 다소 신경질적인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경비대장의 표정을 본 사람들이 버스에 타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곳에 다른 수용소가 있는 모양이군.’
나와 아저씨들도 버스에 탔다. 창문이라는 창문은 모두 철창으로 가려져 있고, 밖을 내다볼 수 없게 까맣게 채색이 된 버스 안에는 달랑 형광등 하나만 달려 있었다.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빽빽하게 태우는 것을 보면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곳인 것 같다.
부우우웅!
버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계속 덜컹거리는 것이, 산길을 달리는 모양이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달린 후에야 버스가 멈췄다.
“모두 내려라.”
맨 앞에 타고 있던 경비병이 소리를 질렀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말없이 내리기 시작했다.
강신 아저씨의 품에 안겨 버스에서 내리던 나는 날카로운 인상의 경비병들을 볼 수 있었다. 경비병들도 꽤나 예민해져 있었다.
“내리는 대로 막사로 들어가라. 잡담은 허용하지 않는다.”
살벌한 눈초리로 사람들에게 말하는 경비병에게서 묘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아저씨들을 비롯해 사람들의 눈가가 찌푸려졌고, 다들 경비병들의 눈을 피하는 것 같았다.
“차훈아, 아무 소리도 내지 마라. 저놈들은 미친놈들이다.”
“예, 아저씨.”
정말 이상했다. 잡담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걸어가고 있는 발걸음 소리만 들릴 뿐이다.
더 이상한 것은 아저씨나 아줌마들의 몸이 떨리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고, 경비병 아저씨들은 어떤 사람들이기에 저리들 공포에 떨고 있는지 모르겠다.
“후우.”
막사에 들어오자마자 강신 아저씨가 한숨을 내쉰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하필 저놈들이 있는 곳이라니…….”
“그러게 말이야. 살인마들이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니, 재수가 영 없는 것 같군.”
강신 아저씨와 유찬 아저씨의 대화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밖에 있는 경비병들을 아는 눈치였다.
“밖에 있는 경비병들이 살인마예요?”
“으음, 넌 그때 일을 모르겠구나. 밖에 있는 자들은 말이다. 그러니까……”
유찬 아저씨가 설명을 해주신다.
사람들이 전에 있던 수용소에 처음 들어갔을 때 벌어졌던 참상에 대해서 말이다.
“그게 정말이에요?”
“그래. 벌써 오 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떨리지 않느냐. 저들이 있는 앞에서는 절대 입을 열어서는 안 된다, 차훈아.”
“알았어요.”
“그리고…….”
유찬 아저씨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설명을 해주었다.
소리에 민감한 자들이라는 것과 기분이 상하면 극도로 분노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럼 아까 그 묘한 기운이 살기라는 것이로구나. 저릿저릿한 것이 기분이 무척 나빴는데 말이야.’
말로만 듣던 살기를 직접 느껴보니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여기서도 사람들이 강제로 노역을 해야 하는 것 같구나. 사는 것도 힘들어질 것 같고.’
다른 수용소의 사정은 어떤지 모르지만, 노역을 하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곳곳에 거뭇거뭇한 것이 묻어 있는 막사를 보니 탄광이 근처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경비병들이다. 전에 있던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전부 다 살기 같은 것을 흘리고 있었다.
― 막사마다 한 명씩 나오도록 해라.
얼마 있지 않아 확성기를 통해 방송이 나왔다. 사람들을 대표하는 강신 아저씨가 밖으로 나갔다.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동이를 가지고 들어오셨다. 강냉이와 보리로 만든 죽이 담겨 있었다.
“저녁이라고 합니다. 최대한 빨리 먹고 자라고 하니 어서들 드십시오. 그릇은 저곳에 있을 거라고 합니다.”
말을 하며 강신 아저씨가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제법 큰 나무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를 열자 그 안에서 나무로 만든 그릇과 수저가 나왔다. 다들 나눠 가진 후 차례대로 음식을 받아서 먹기 시작했다. 나는 기다리고 있다가 다섯 아저씨와 같이 먹었다.
‘더럽게 맛이 없구나.’
전에 있던 수용소보다 음식이 형편없었다. 검은 빵이라도 있으면 같이 먹고 싶었다.
‘쥐라도 잡아먹어야 할 것 같네.’
엄마와 함께 몇 번 잡아먹어 본 적이 있다.
잡은 후에 바로는 먹지 못하지만, 육포로 만들면 제법 먹을 만하다. 식사를 하고 다들 잠자리에 들었다. 평상으로 만들어져 있어 전과 다를 것도 없지만, 한 막사에 많은 인원이 들어와 있어서인지 상당히 불편했다.
그렇게 막 잠이 들 무렵이었다.
‘뭐지?’
두 분이 생각으로 대화를 나누고 계신다. 그런데 많이 긴장을 한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차훈이를 잘 가르쳐야겠지.]
[놈들이 이곳에 있단 말일세. 여기에 남아 있는 놈들은 시험에서 떨어진 놈들이 분명하네. 그렇지 않다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으니 말이야.]
[괜찮네. 자네는 느끼지 못했나?]
[뭘 말인가.]
[놈들의 몸에서는 피 냄새가 나지 않았어.]
[그러고 보니 그렇군. 살기는 진동을 했지만, 피 냄새가 전혀 없었지.]
[놈들이 피와 떨어져서 살 수 없다는 것을 자네도 잘 알 거야. 그런데 피 냄새가 나지를 않아. 그게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금제를 당했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금제를 당했다기보다는 가지고 있던 힘들을 회수당한 것 같네.]
[으음, 그럴 가능성이 높겠군.]
[무엇보다 여기가 최적지네. 그만한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는 스팟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 놈들의 시선이 당분간 우리가 머물렀던 수용소로 향할 테니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군. 낙오자들이 머물고 있으니 여기는 감시가 덜할 것이라는 거군.]
[내 말이 그것일세. 당분간 여기서 차훈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하세나.]
[알았네. 그렇게 하도록 하지. 다른 이들에게도 그렇게 알려주겠네.]
나를 키우겠다는 것을 보면 전부터 말하던 것을 가르쳐 줄 모양이다. 아주 특별한 분들이니 뭔가 쓸모가 많은 것을 배울 것 같다.
‘자자. 엄마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어린이가 되라고 했으니 말이야.’
전에는 말을 잘 듣지 않았는데 지금은 들어야 할 것 같다. 나중에 그 게이트로 들어가 엄마를 만나게 되면 할 말이 있어야 하니 말이다.
‘으음.’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가 깼다. 몸이 간지러워서다.
‘이가 있나?’
수용소에 들끓던 이가 있나 해서 찾아봤지만, 잡히는 놈이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간지럽지?’
이가 없는데도 무척이나 간지럽다.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것을 해보자.’
이가 많은 탓에 할아버지로부터 심법을 배웠다. 내력이 생기면 이를 물리칠 수 있다고 해서 배웠는데, 효과가 아주 좋았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내력을 항상 돌리고 있으면 한 번도 물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내력을 돌리니 간지러움이 사라진다. 오히려 시원한 느낌마저 든다.
‘아음, 다시 자야겠다. 앞으로는 쉬지 않고 해야겠다.’
간지러움이 가시니 졸음이 몰려온다.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사라진 후부터 내력을 돌리는 것을 쉬었는데, 이곳에서 생활하려면 계속해야 할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다른 사람들이 수용소로 들어왔다. 창문 너머로 보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옷가지가 각양각색인 것을 보니 다른 수용소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라 처음으로 수용되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웅성웅성 떠드는 모습을 보니 다들 불안한 것 같다.
퍼퍼퍼퍽!
사람들이 떠드는 것을 멈추지 않자 경비병들이 몽둥이를 마구 휘둘러 사람들을 팬다. 머리가 깨지고 피가 철철 흘러도 매질을 멈추지 않는다. 경비병들의 눈동자가 빨갛다. 살기도 몸에 철철 흘러넘치고 있다.
아저씨들과 사람들이 불안해하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사람이 맞아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공포스럽고 끔찍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본보기로 대여섯 사람이 맞아 죽었다.
[우리 생각이 틀렸군.]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전보다는 나은 것 같다. 생명력을 빼앗는 기물을 쓰지는 않는 것 같으니 말이야.]
[그렇지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놈들이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그래, 피에 미친 놈들이니까 말이야. 다들 조심해라.]
“차훈아, 함부로 입을 열지 마라.”
“알았어요.”
아저씨 말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살기로 물든 경비병들의 모습이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야차 같으니 말이다.
― 모두 줄을 서라.
양복을 잘 차려입은 배불뚝이가 마이크를 잡고 말한다. 맞아 죽은 사람들 때문인지 사람들이 부리나케 줄을 선다.
― 당에 반하는 사상을 가진 너희들은 쥐새끼보다 못한 놈들이다. 앞으로 지시를 잘 따르지 않으면 죽어 나자빠진 놈들처럼 될 것이다. 다음 지시는 경비대장이 할 것이니 잘 따르도록.
한마디 한 배불뚝이가 연단에서 내려와 연병장 건너편으로 간다. 똑같은 구조의 수용소인 것을 감안할 때 소장실이 있는 곳이다.
― 너희들은 앞으로 석탄 광산에서 채굴을 하게 될 것이다. 식사는 하루 세 번 배급된다. 단, 세 번 배급이 되는 자들은 일을 하는 자들뿐이다. 일을 하지 못하는 자들은 하루 한 번밖에는 배급 받지 못하니 명심하도록. 지금부터는 막사를 지정해 줄 테니 이동하도록 한다.
방송으로 흘러나오는 지시에 경비병들이 일사불란하게 막사를 지정해 줬다.
‘우리 막사는 사람들이 넘쳐 나는데도 지정을 해주는 건가?’
몇 명이 우리 막사로 지정되어 오고 있었다.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들이다. 막사가 열리고 할아버지들이 들어왔다. 모두 일곱 명이다.
“어서 오십시오.”
강신 아저씨가 나서서 할아버지들을 맞았다.
“후우, 이런 곳일 줄이야.”
할아버지 한 분이 한숨을 쉰 후 바닥에 주저앉는다. 몸을 떨고 있는 것을 보니 꽤 무서우셨던 것 같다.
“어디서 오신 분들입니까?”
“우리는 모두 제주도에서 왔소. 오 년 동안 버텼는데, 한 달 전에 그만 함락을 당했소.”
“아!”
“어쩌다가…….”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실망한 듯 고개를 떨어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