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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대한민국이 망하던 그날, 제주도에 있던 친우에게서 연락이 왔다. 친우를 통해 대한민국이 패망하게 된 원인인 스팟이라는 존재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친우의 말을 빌리자면, 갑자기 남한 지역의 땅과 바다에 수많은 스팟이 나타났다고 한다. 특수한 자원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스팟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미래가 움직일 수도 있기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으로 스팟을 확보하기 위한 작전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바로 이 작전 때문에 대한민국의 군대가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거의 전 부대가 스팟을 확보하기 위해 작전을 벌이다가 갑자기 차원 너머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특수8군단에 의해 군대가 제압되었다고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른 진실이었다.
당시 특수8군단이 한 일이라고는 남아 있는 병력과 경찰력을 제압하는 것과 군부대를 삼켜 버린 스팟을 통제한 것이 전부였다.
싸워야 할 이들이 모두 사라진 터라 군 수뇌부는 전투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남침한 북한군에게 항복을 해야만 했던 것이 진실이었다.
‘남쪽에 나타났던 스팟들은 감지기에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고 했지. 그렇다면 광산에서의 일도 그때 나타났던 스팟들과 같은 형태의 것일 가능성이 높군. 으음, 들어가면 돌아올 수 없는 단방향 게이트가 만들어지는 스팟이 생성된 것 같구나.’
지금으로서는 들어갈 수는 있으나 돌아오지는 못하는 게이트가 광산 안에 생겼다는 것이 제일 타당한 추측이었다.
‘스팟이 점점 확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만약 그것이 광산 전체로 번진다면…….’
사람들이 실종되는 장소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곧 광산 전체에 게이트가 생성될 수도 있었다. 만약 자신의 생각대로 단방향 게이트가 생성되었다면 문제가 컸다. 탈출은커녕 생사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니 말이다.
“반장님, 오늘은 몇 명이나 사라진 겁니까?”
광산 밖에 있던 오종화가 안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겁이 나는 듯 그의 시선은 연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오늘도 스물여섯 명이 사라졌다.”
“으음, 벌써 천오백 명이 넘어가는 숫자군요. 사라지는 숫자가 늘어가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니, 소장이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군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걱정이다. 몇 번이나 건의를 했건만…….”
“실적에 눈이 먼 새끼가 꿈쩍이나 하겠습니까. 문제가 생길까 봐 경비병들은 빼고 우리만 밀어 넣어 제 배 속을 채우는 놈입니다.”
조사를 해봐도 별수가 없으니 사람들이 죽어 나가든 말든 소장은 오직 할당량을 채우려고 혈안이라는 것을 오종화도 잘 알고 있었다.
“후우, 하긴 자기밖에 모르는 놈이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렇게 된 이상 경비대장이 언질을 준 대로 우리가 원인을 찾아봐야지. 놈들도 원인을 몰라 손을 뗀 것 같으니 말이야.”
“소장이 허락할 것 같습니까?”
“경비대장이 고심을 해 내놓은 제안이기도 하니, 한다고 해봐야지.”
“조사를 허락한다고 해도 제 욕심 때문에 할당량을 줄여주지 않을 놈입니다. 일을 하지 못해 할당량이 줄면 지랄을 할 텐데 말이죠. 지금도 간신히 채우고 있는데…….”
오종화는 지금도 작업 인원에서 빼낸 인력으로 각 막장을 감시하느라 간신히 할당량을 채우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사라지면 할당량은 고사하고 광산을 폐쇄해야 한다. 소장도 달가워하지 않을 일이지. 이곳에서 나오는 금에 목을 걸고 있으니 말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그도 이대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니 들어줄 거다. 병력을 동원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찾겠다고 하는 것이니 말이야.”
“그렇다면 밑져야 본전이니 경비대장에게 다시 한 번 부탁을 해보도록 하지요. 사람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보았을 테니 소장에게 좋게 말해줄 겁니다.”
“일단 만나보도록 하자.”
입구를 나서자 상훈은 수용자들을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경비대장을 볼 수 있었다.
“경비대장님.”
“무슨 일인가?”
상훈의 부름에 경비대장 강상호가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장님, 점검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늘도 스물여섯 명이 사라졌습니다.”
“으음, 벌써 점검을 해본 모양이군.”
“모두들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발생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박 반장, 날 협박하는 건가?”
“그, 그것이 아닙니다. 경비 병력이 갱도 안으로 들어가 조사할 수 없다면, 우리라도 사람들이 사라지는 원인을 조사해 봤으면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것은 허락할 수 없다. 내 권한도 아니고.”
“그럼 소장님을 만나 뵙게 해주십시오.”
“소장님을?”
“다들 겁을 집어먹어 작업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절대로 할당량을 채울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 말이 먹힌다고 생각한 상훈은 강하게 주장했다.
“만나주시지 않을 거다.”
“그럼 말씀이라도 드려주십시오. 단 며칠만이라도 조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어떻게 조사를 할 생각인가?”
“전에 말씀하신 대로 사람들을 전부 동원해 원인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이곳 광산은 꽤 길고 깊었다. 거의 만 명이 넘어가는 수용소 인원이 한꺼번에 들어가도 10분의 1도 채우지 못할 정도다. 그렇지만 전원이 들어가 조사를 한다면 쉽게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을 한 모양이군. 허락하실지 모르겠지만, 한 번 말씀은 드려보지.”
강상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고마울 것도 없다. 어서 막사로 들어가라.”
상훈이 고개를 숙이자 대충 인사를 받은 강상호는 수용자들을 막사로 들어가게 하고는 소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갱도 안에 스팟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이런 식의 스팟은 히든 게이트밖에는 없다. 이번에는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원인은 이계로 들어가는 게이트가 생성된 탓이다.
지금껏 쉬쉬하고 비밀리에 작업을 했지만, 스팟에 대한 정보가 중앙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 분명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었다. 소장실로 향하고 있는 강상호의 얼굴이 무척이나 굳어졌다.
스팟이 처음 발견된 곳은 러시아였다.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스팟은 이계로 들어가는 게이트였고, 한 번 들어간 이는 다시 되돌아오지 못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그곳에 지옥의 아가리라는 이름을 붙여줬고, 지금도 통제구역으로 지정되어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그 후, 이런 스팟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연구가 진행되면서 비밀이 조금씩 밝혀졌다.
제일 먼저 밝혀진 것은 러시아에 있는 지옥의 아가리처럼 들어갈 수만 있고 나오지는 못하는 곳이 있는 반면, 출입이 가능한 곳도 있다는 것이었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이계로의 출입이 가능한 스팟에서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자원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출입이 불가능한 곳에서는 막대한 특이 에너지가 흘러나와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좋았다.
조사가 끝나자 스팟에 대한 관리와 운영을 각 국가의 이면 조직들이 장악해 버렸다. 스팟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가 국력을 가늠할 척도가 될 정도로 그 가치가 컸기 때문이다.
이후 스팟에 대한 정보는 이면 조직에 의해 철저히 지워졌다. 얼마나 깨끗하게 지웠는지 일반인들은 스팟이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렇지만 이면에서의 쟁투는 무척이나 치열했다. 특별한 효능을 발휘하는 자원들을 차지하기 위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능력자들 간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강상호는 이번 실종 사건을 처음 조사할 때 감지기를 사용했다. 능력자이기도 한 그였기에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갱도 안에 돌아오지 못하는 게이트가 생성되었다면 국가적으로 관리할 사안이고, 수용소로 좌천된 자신에게도 기회였기에 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들의 도움으로 과감히 투자를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감지기에는 아무런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던 강상호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비밀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것이 바로 히든 게이트에 대한 정보였다.
감지기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특수한 스팟을 히든 게이트라고 칭했다. 특이하게도 히든 게이트는 여건에 따라 성향이 바뀌었다.
처음 나타날 때는 들어갔다가 다시 나올 수가 없지만, 감춰진 비밀을 풀게 되면 출입이 가능한 곳으로 바뀌게 된다.
출입이 가능한 곳으로 바뀐 후에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보통 다른 스팟에서 나오는 자원들보다 훨씬 특별한 것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세 번에 걸친 기회를 모두 날려 먹었다. 이번에 마저 발견하지 못한다면…….’
히든 게이트를 찾는 방법은 사람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다. 수많은 희생을 각오하고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지휘하는 경비 병력을 투입했다. 100명이 넘는 병력을 투입했는데 조사를 하던 일부 병력이 사라져 버렸다.
병력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에 곧바로 동료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실망하기에는 히든 게이트가 주는 혜택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특히나 장소를 바꿔가며 나타나고, 숫자도 많아지는 것을 보면 1급 히든 스팟일 가능성이 높기에 동료들은 자신들이 거느리는 특수전단 하나를 급파했다.
20명으로 이루어진 특수전단은 1개 대대에 준하는 전투력을 가졌으며, 스팟 탐색에 많은 경험이 있기에 별 탈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특수전단이 호기롭게 조사를 하러 광산으로 들어갔지만, 이틀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아 조사를 해보니 전원 실종되어 버렸다. 나름 상당한 실력을 지닌 이들이 원인을 밝히기는커녕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강상호는 그들이 실종된 것을 알자마자 곧바로 동료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동료들은 다시 세 개의 특수전단을 파견해 주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과신하지도 않고 주의를 기울여 세심한 준비를 거쳐 광산 안으로 진입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하루가 지나자 모두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스팟에 대한 경험도 풍부하고, 전투라면 이골이 난 특수전단임에도 불구하고 광산에 들어가 전부 사라져 버렸다.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되자 마지막 방법으로 상훈에게 은근한 제의를 했다. 원인을 수용자들이 찾으면 처우를 개선해 주겠다는 제의였다.
‘그래,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자신의 의도대로 수용자들이 직접 조사를 하겠다고 했으니 뭔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제 소장만 설득하면 되는 것이다.
‘간덩이가 작고 욕심만 더럽게 많은 놈이니 충분히 먹혀들 것이다.’
매달 중앙으로 보내야 할 금의 양은 정해져 있다. 소장으로서는 정해진 할당량을 반드시 채워야 한다. 거기다가 자신의 앞날을 위해 금을 따로 비축하고 있다. 한지나 다름없는 곳으로 좌천되어 온 상태라 다시 중앙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 수용자들은 히든 게이트로 인해 공포에 질려 있는 상태다. 이렇게 가다가는 지금보다 더한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보고하면 소장은 들어줄 것이다.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 수용자들이 소요라도 일으킨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 빤했으니 말이다.
강상호는 소장실의 앞에 선 후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와.”
대답이 들리자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인가?”
갑자기 닥친 긴급 사태에 수용소장인 김철상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묻어나 있었다.
“오늘도 수용자 중 상당수가 실종됐습니다.”
“제기랄!”
김철상이 인상을 쓰며 얼굴을 찌푸렸다.
“벌레들의 상태는 어떤가?”
“이대로 채광을 계속하게 한다면 소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지 못하는 개구리로군. 소요가 일어나면 다들 죽을 줄도 모르고 말이야.”
“소요가 일어나면 곧바로 소장님께 타격이 갈 수도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하지만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우선 원인부터 찾아서 제거해야 합니다.”
“그것을 누가 모르나?”
자신도 알고 있는 빤한 사실을 언급하자 김철상이 버럭 화를 냈다.
“굳이 병력을 빼지 않아도 됩니다. 수용자들이 직접 원인을 찾아보겠다는 건의를 했으니 말입니다.”
“죽으려고 환장을 했군. 쯔쯧.”
김철상이 혀를 찼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일단 맡겨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소장님.”
“그러다가 다 죽으면?”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있나?”
“자신은 없습니다만, 사람들의 두려움을 없애고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불만을 잠재우려면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으음…….”
“어차피 가능성이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별도의 수색대를 조직해 들여보내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김철상이 고민 어린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자, 강상호는 상훈의 제안을 자신의 것인 양 말했다.
“전부 들어가서 한꺼번에 확인을 한다고 해서 뭐가 나올까?”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일정 간격을 연이어 움직이며 확인을 하게 될 테니 뭐라도 하나 건지지 않겠습니까? 조금 희생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원인만 찾아낸다면 소장님께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으음, 그래. 그 많은 인원이 전부 사라지지는 않겠지.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도 목격자 중 누군가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원인은 알아낼 수 있을 거고 말이야.”
김철상은 강상호의 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최고 지도자의 일가로서 비자금의 비축을 담당하던 그가 이곳으로 온 이유는 중간에 착복을 했기 때문이다.
착복한 금액을 변상하기는 했지만, 다시 돌아갈 날에 대한 기약이 없는 마당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일단 보고를 하도록 하지.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가 있으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준비는 제가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몽둥이라도 준비해서 주도록. 뭔가 나타난다면 시간을 벌어야 할지도 모르니 말이야.”
“예, 소장님.”
강상호는 경례를 한 후 소장실을 나섰다.
소장실을 나와 운동장을 가로지른 강상호는 상훈이 머물고 있는 막사로 갔다.
“박 반장을 불러라.”
강상호는 입구를 경비하고 있는 초소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초소장은 발 빠르게 입구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 상훈을 데리고 나왔다.
“소장님께서 허락을 하셨다. 사흘을 줄 테니 원인이 무엇인지 반드시 찾아내라. 이번 수색에는 한 명도 예외 없이 투입된다. 이상.”
“대, 대장님.”
“할 말이라도 있나?”
“예외가 없다고 하신 것은 무슨 말씀입니까?”
“이봐, 박 반장!”
“예, 대장님.”
“너희들이 뭐라고 생각하나? 그동안 봐줄 만큼 봐줬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걸을 수만 있다면 누구도 예외 없이 이번 수색에 투입해라.”
“하지만…….”
“젖먹이나 걷지 못하는 자를 제외하고 예외란 없다. 그리고 이번에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사람들이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채광을 시킬 것이다. 전부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강상호는 상훈을 한 번 노려본 뒤, 자신의 숙소로 갔다.
“미치겠군. 거기가 어디라고…….”
한 해 전부터 노약자와 아이들은 채광 작업에서 빠지고 있었다. 할당량을 채우기만 한다면 투입 인력을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을 받은 다음부터였다.
강상호의 말은 받았던 권한을 전부 회수한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원인을 찾아내라는 뜻이기도 했다.
‘어쩔 수 없군.’
사람들이 원인 모르게 실종되는 마당에 움직임이 느린 노약자와 아이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걸을 수 있는 자는 모두 참여해야만 했다.
다음 날, 상훈은 사람들을 선발했다. 우선 참여하지 못할 사람들을 뽑았다. 젖먹이와 움직일 수 없는 자들이었다.
선발을 끝낸 후, 경비대장 강상호에게 아예 걷지 못하는 이들을 어쩔 수 없이 수색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보고하고 허락을 받았다.
강상호도 허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상훈은 자신의 손자인 차훈까지도 수색에 참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모두 정해진 순서에 따라 안으로 들어가시오. 내가 먼저 들어가겠소.”
상훈은 곧바로 사람들을 갱도로 진입시키고는 앞장서서 들어갔다.
‘잘되어야 할 텐데…….’
자청하기는 했지만 갱도 안으로 들어선 상훈의 마음은 너무도 답답했다. 이번 일로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 정도로 챙겨주다니,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군. 그럴 자가 아닌데 말이야.’
강상호는 확실히 이번 일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갱도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사흘 치의 식량과 물이 지급되었다. 한 달에 한두 번씩 나오곤 하는 검은 빵도 하나씩 챙길 수 있었다.
“조장들은 인원 배분을 잘하고, 연락 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라.”
“염려 마십시오.”
상훈은 각 조장에게 일러 인원을 배분하게 한 후, 갱도나 막장별로 수색을 하도록 했다.
정해진 순서가 있기에 사람들은 질서정연하게 여러 갈래의 갱도를 따라 흩어지기 시작했다.
수용소에 머물고 있는 인원 대부분이 참여하는 일이라 갱도에 모두 들어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사흘 동안의 여정이기에 사람들은 배정된 갱도에 들어선 후 마음에 맞는 이들끼리 무리를 지어 움직였다.
아이들과 노약자는 건강한 사람들과 짝을 지어 다녔다. 상훈의 지시에 의해서였다.
상훈의 손자인 차훈도 엄마인 미소와 짝을 지어 움직였다.
대한민국이 망하던 그날, 제주도에 있던 친우에게서 연락이 왔다. 친우를 통해 대한민국이 패망하게 된 원인인 스팟이라는 존재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친우의 말을 빌리자면, 갑자기 남한 지역의 땅과 바다에 수많은 스팟이 나타났다고 한다. 특수한 자원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스팟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미래가 움직일 수도 있기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으로 스팟을 확보하기 위한 작전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바로 이 작전 때문에 대한민국의 군대가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거의 전 부대가 스팟을 확보하기 위해 작전을 벌이다가 갑자기 차원 너머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특수8군단에 의해 군대가 제압되었다고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른 진실이었다.
당시 특수8군단이 한 일이라고는 남아 있는 병력과 경찰력을 제압하는 것과 군부대를 삼켜 버린 스팟을 통제한 것이 전부였다.
싸워야 할 이들이 모두 사라진 터라 군 수뇌부는 전투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남침한 북한군에게 항복을 해야만 했던 것이 진실이었다.
‘남쪽에 나타났던 스팟들은 감지기에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고 했지. 그렇다면 광산에서의 일도 그때 나타났던 스팟들과 같은 형태의 것일 가능성이 높군. 으음, 들어가면 돌아올 수 없는 단방향 게이트가 만들어지는 스팟이 생성된 것 같구나.’
지금으로서는 들어갈 수는 있으나 돌아오지는 못하는 게이트가 광산 안에 생겼다는 것이 제일 타당한 추측이었다.
‘스팟이 점점 확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만약 그것이 광산 전체로 번진다면…….’
사람들이 실종되는 장소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곧 광산 전체에 게이트가 생성될 수도 있었다. 만약 자신의 생각대로 단방향 게이트가 생성되었다면 문제가 컸다. 탈출은커녕 생사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니 말이다.
“반장님, 오늘은 몇 명이나 사라진 겁니까?”
광산 밖에 있던 오종화가 안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겁이 나는 듯 그의 시선은 연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오늘도 스물여섯 명이 사라졌다.”
“으음, 벌써 천오백 명이 넘어가는 숫자군요. 사라지는 숫자가 늘어가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니, 소장이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군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걱정이다. 몇 번이나 건의를 했건만…….”
“실적에 눈이 먼 새끼가 꿈쩍이나 하겠습니까. 문제가 생길까 봐 경비병들은 빼고 우리만 밀어 넣어 제 배 속을 채우는 놈입니다.”
조사를 해봐도 별수가 없으니 사람들이 죽어 나가든 말든 소장은 오직 할당량을 채우려고 혈안이라는 것을 오종화도 잘 알고 있었다.
“후우, 하긴 자기밖에 모르는 놈이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렇게 된 이상 경비대장이 언질을 준 대로 우리가 원인을 찾아봐야지. 놈들도 원인을 몰라 손을 뗀 것 같으니 말이야.”
“소장이 허락할 것 같습니까?”
“경비대장이 고심을 해 내놓은 제안이기도 하니, 한다고 해봐야지.”
“조사를 허락한다고 해도 제 욕심 때문에 할당량을 줄여주지 않을 놈입니다. 일을 하지 못해 할당량이 줄면 지랄을 할 텐데 말이죠. 지금도 간신히 채우고 있는데…….”
오종화는 지금도 작업 인원에서 빼낸 인력으로 각 막장을 감시하느라 간신히 할당량을 채우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사라지면 할당량은 고사하고 광산을 폐쇄해야 한다. 소장도 달가워하지 않을 일이지. 이곳에서 나오는 금에 목을 걸고 있으니 말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그도 이대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니 들어줄 거다. 병력을 동원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찾겠다고 하는 것이니 말이야.”
“그렇다면 밑져야 본전이니 경비대장에게 다시 한 번 부탁을 해보도록 하지요. 사람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보았을 테니 소장에게 좋게 말해줄 겁니다.”
“일단 만나보도록 하자.”
입구를 나서자 상훈은 수용자들을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경비대장을 볼 수 있었다.
“경비대장님.”
“무슨 일인가?”
상훈의 부름에 경비대장 강상호가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장님, 점검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늘도 스물여섯 명이 사라졌습니다.”
“으음, 벌써 점검을 해본 모양이군.”
“모두들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발생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박 반장, 날 협박하는 건가?”
“그, 그것이 아닙니다. 경비 병력이 갱도 안으로 들어가 조사할 수 없다면, 우리라도 사람들이 사라지는 원인을 조사해 봤으면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것은 허락할 수 없다. 내 권한도 아니고.”
“그럼 소장님을 만나 뵙게 해주십시오.”
“소장님을?”
“다들 겁을 집어먹어 작업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절대로 할당량을 채울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 말이 먹힌다고 생각한 상훈은 강하게 주장했다.
“만나주시지 않을 거다.”
“그럼 말씀이라도 드려주십시오. 단 며칠만이라도 조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어떻게 조사를 할 생각인가?”
“전에 말씀하신 대로 사람들을 전부 동원해 원인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이곳 광산은 꽤 길고 깊었다. 거의 만 명이 넘어가는 수용소 인원이 한꺼번에 들어가도 10분의 1도 채우지 못할 정도다. 그렇지만 전원이 들어가 조사를 한다면 쉽게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을 한 모양이군. 허락하실지 모르겠지만, 한 번 말씀은 드려보지.”
강상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고마울 것도 없다. 어서 막사로 들어가라.”
상훈이 고개를 숙이자 대충 인사를 받은 강상호는 수용자들을 막사로 들어가게 하고는 소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갱도 안에 스팟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이런 식의 스팟은 히든 게이트밖에는 없다. 이번에는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원인은 이계로 들어가는 게이트가 생성된 탓이다.
지금껏 쉬쉬하고 비밀리에 작업을 했지만, 스팟에 대한 정보가 중앙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 분명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었다. 소장실로 향하고 있는 강상호의 얼굴이 무척이나 굳어졌다.
스팟이 처음 발견된 곳은 러시아였다.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스팟은 이계로 들어가는 게이트였고, 한 번 들어간 이는 다시 되돌아오지 못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그곳에 지옥의 아가리라는 이름을 붙여줬고, 지금도 통제구역으로 지정되어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그 후, 이런 스팟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연구가 진행되면서 비밀이 조금씩 밝혀졌다.
제일 먼저 밝혀진 것은 러시아에 있는 지옥의 아가리처럼 들어갈 수만 있고 나오지는 못하는 곳이 있는 반면, 출입이 가능한 곳도 있다는 것이었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이계로의 출입이 가능한 스팟에서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자원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출입이 불가능한 곳에서는 막대한 특이 에너지가 흘러나와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좋았다.
조사가 끝나자 스팟에 대한 관리와 운영을 각 국가의 이면 조직들이 장악해 버렸다. 스팟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가 국력을 가늠할 척도가 될 정도로 그 가치가 컸기 때문이다.
이후 스팟에 대한 정보는 이면 조직에 의해 철저히 지워졌다. 얼마나 깨끗하게 지웠는지 일반인들은 스팟이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렇지만 이면에서의 쟁투는 무척이나 치열했다. 특별한 효능을 발휘하는 자원들을 차지하기 위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능력자들 간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강상호는 이번 실종 사건을 처음 조사할 때 감지기를 사용했다. 능력자이기도 한 그였기에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갱도 안에 돌아오지 못하는 게이트가 생성되었다면 국가적으로 관리할 사안이고, 수용소로 좌천된 자신에게도 기회였기에 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들의 도움으로 과감히 투자를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감지기에는 아무런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던 강상호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비밀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것이 바로 히든 게이트에 대한 정보였다.
감지기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특수한 스팟을 히든 게이트라고 칭했다. 특이하게도 히든 게이트는 여건에 따라 성향이 바뀌었다.
처음 나타날 때는 들어갔다가 다시 나올 수가 없지만, 감춰진 비밀을 풀게 되면 출입이 가능한 곳으로 바뀌게 된다.
출입이 가능한 곳으로 바뀐 후에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보통 다른 스팟에서 나오는 자원들보다 훨씬 특별한 것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세 번에 걸친 기회를 모두 날려 먹었다. 이번에 마저 발견하지 못한다면…….’
히든 게이트를 찾는 방법은 사람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다. 수많은 희생을 각오하고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지휘하는 경비 병력을 투입했다. 100명이 넘는 병력을 투입했는데 조사를 하던 일부 병력이 사라져 버렸다.
병력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에 곧바로 동료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실망하기에는 히든 게이트가 주는 혜택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특히나 장소를 바꿔가며 나타나고, 숫자도 많아지는 것을 보면 1급 히든 스팟일 가능성이 높기에 동료들은 자신들이 거느리는 특수전단 하나를 급파했다.
20명으로 이루어진 특수전단은 1개 대대에 준하는 전투력을 가졌으며, 스팟 탐색에 많은 경험이 있기에 별 탈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특수전단이 호기롭게 조사를 하러 광산으로 들어갔지만, 이틀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아 조사를 해보니 전원 실종되어 버렸다. 나름 상당한 실력을 지닌 이들이 원인을 밝히기는커녕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강상호는 그들이 실종된 것을 알자마자 곧바로 동료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동료들은 다시 세 개의 특수전단을 파견해 주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과신하지도 않고 주의를 기울여 세심한 준비를 거쳐 광산 안으로 진입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하루가 지나자 모두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스팟에 대한 경험도 풍부하고, 전투라면 이골이 난 특수전단임에도 불구하고 광산에 들어가 전부 사라져 버렸다.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되자 마지막 방법으로 상훈에게 은근한 제의를 했다. 원인을 수용자들이 찾으면 처우를 개선해 주겠다는 제의였다.
‘그래,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자신의 의도대로 수용자들이 직접 조사를 하겠다고 했으니 뭔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제 소장만 설득하면 되는 것이다.
‘간덩이가 작고 욕심만 더럽게 많은 놈이니 충분히 먹혀들 것이다.’
매달 중앙으로 보내야 할 금의 양은 정해져 있다. 소장으로서는 정해진 할당량을 반드시 채워야 한다. 거기다가 자신의 앞날을 위해 금을 따로 비축하고 있다. 한지나 다름없는 곳으로 좌천되어 온 상태라 다시 중앙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 수용자들은 히든 게이트로 인해 공포에 질려 있는 상태다. 이렇게 가다가는 지금보다 더한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보고하면 소장은 들어줄 것이다.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 수용자들이 소요라도 일으킨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 빤했으니 말이다.
강상호는 소장실의 앞에 선 후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와.”
대답이 들리자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인가?”
갑자기 닥친 긴급 사태에 수용소장인 김철상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묻어나 있었다.
“오늘도 수용자 중 상당수가 실종됐습니다.”
“제기랄!”
김철상이 인상을 쓰며 얼굴을 찌푸렸다.
“벌레들의 상태는 어떤가?”
“이대로 채광을 계속하게 한다면 소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지 못하는 개구리로군. 소요가 일어나면 다들 죽을 줄도 모르고 말이야.”
“소요가 일어나면 곧바로 소장님께 타격이 갈 수도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하지만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우선 원인부터 찾아서 제거해야 합니다.”
“그것을 누가 모르나?”
자신도 알고 있는 빤한 사실을 언급하자 김철상이 버럭 화를 냈다.
“굳이 병력을 빼지 않아도 됩니다. 수용자들이 직접 원인을 찾아보겠다는 건의를 했으니 말입니다.”
“죽으려고 환장을 했군. 쯔쯧.”
김철상이 혀를 찼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일단 맡겨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소장님.”
“그러다가 다 죽으면?”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있나?”
“자신은 없습니다만, 사람들의 두려움을 없애고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불만을 잠재우려면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으음…….”
“어차피 가능성이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별도의 수색대를 조직해 들여보내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김철상이 고민 어린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자, 강상호는 상훈의 제안을 자신의 것인 양 말했다.
“전부 들어가서 한꺼번에 확인을 한다고 해서 뭐가 나올까?”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일정 간격을 연이어 움직이며 확인을 하게 될 테니 뭐라도 하나 건지지 않겠습니까? 조금 희생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원인만 찾아낸다면 소장님께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으음, 그래. 그 많은 인원이 전부 사라지지는 않겠지.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도 목격자 중 누군가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원인은 알아낼 수 있을 거고 말이야.”
김철상은 강상호의 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최고 지도자의 일가로서 비자금의 비축을 담당하던 그가 이곳으로 온 이유는 중간에 착복을 했기 때문이다.
착복한 금액을 변상하기는 했지만, 다시 돌아갈 날에 대한 기약이 없는 마당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일단 보고를 하도록 하지.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가 있으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준비는 제가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몽둥이라도 준비해서 주도록. 뭔가 나타난다면 시간을 벌어야 할지도 모르니 말이야.”
“예, 소장님.”
강상호는 경례를 한 후 소장실을 나섰다.
소장실을 나와 운동장을 가로지른 강상호는 상훈이 머물고 있는 막사로 갔다.
“박 반장을 불러라.”
강상호는 입구를 경비하고 있는 초소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초소장은 발 빠르게 입구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 상훈을 데리고 나왔다.
“소장님께서 허락을 하셨다. 사흘을 줄 테니 원인이 무엇인지 반드시 찾아내라. 이번 수색에는 한 명도 예외 없이 투입된다. 이상.”
“대, 대장님.”
“할 말이라도 있나?”
“예외가 없다고 하신 것은 무슨 말씀입니까?”
“이봐, 박 반장!”
“예, 대장님.”
“너희들이 뭐라고 생각하나? 그동안 봐줄 만큼 봐줬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걸을 수만 있다면 누구도 예외 없이 이번 수색에 투입해라.”
“하지만…….”
“젖먹이나 걷지 못하는 자를 제외하고 예외란 없다. 그리고 이번에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사람들이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채광을 시킬 것이다. 전부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강상호는 상훈을 한 번 노려본 뒤, 자신의 숙소로 갔다.
“미치겠군. 거기가 어디라고…….”
한 해 전부터 노약자와 아이들은 채광 작업에서 빠지고 있었다. 할당량을 채우기만 한다면 투입 인력을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을 받은 다음부터였다.
강상호의 말은 받았던 권한을 전부 회수한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원인을 찾아내라는 뜻이기도 했다.
‘어쩔 수 없군.’
사람들이 원인 모르게 실종되는 마당에 움직임이 느린 노약자와 아이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걸을 수 있는 자는 모두 참여해야만 했다.
다음 날, 상훈은 사람들을 선발했다. 우선 참여하지 못할 사람들을 뽑았다. 젖먹이와 움직일 수 없는 자들이었다.
선발을 끝낸 후, 경비대장 강상호에게 아예 걷지 못하는 이들을 어쩔 수 없이 수색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보고하고 허락을 받았다.
강상호도 허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상훈은 자신의 손자인 차훈까지도 수색에 참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모두 정해진 순서에 따라 안으로 들어가시오. 내가 먼저 들어가겠소.”
상훈은 곧바로 사람들을 갱도로 진입시키고는 앞장서서 들어갔다.
‘잘되어야 할 텐데…….’
자청하기는 했지만 갱도 안으로 들어선 상훈의 마음은 너무도 답답했다. 이번 일로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 정도로 챙겨주다니,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군. 그럴 자가 아닌데 말이야.’
강상호는 확실히 이번 일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갱도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사흘 치의 식량과 물이 지급되었다. 한 달에 한두 번씩 나오곤 하는 검은 빵도 하나씩 챙길 수 있었다.
“조장들은 인원 배분을 잘하고, 연락 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라.”
“염려 마십시오.”
상훈은 각 조장에게 일러 인원을 배분하게 한 후, 갱도나 막장별로 수색을 하도록 했다.
정해진 순서가 있기에 사람들은 질서정연하게 여러 갈래의 갱도를 따라 흩어지기 시작했다.
수용소에 머물고 있는 인원 대부분이 참여하는 일이라 갱도에 모두 들어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사흘 동안의 여정이기에 사람들은 배정된 갱도에 들어선 후 마음에 맞는 이들끼리 무리를 지어 움직였다.
아이들과 노약자는 건강한 사람들과 짝을 지어 다녔다. 상훈의 지시에 의해서였다.
상훈의 손자인 차훈도 엄마인 미소와 짝을 지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