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10화


제4장


쏴―아아!
번쩍!
쏟아지는 빗줄기 가운데 번개가 치며 창문이 환해졌다. 젖무덤 근처에서 꼬물거리는 아이의 입술이 보였다.
콰르르르릉!
그리 멀리 않은 곳에서 번개가 친 듯, 천둥이 울어 댔다.
“아가, 지옥 같은 곳이지만 건강해야 한다.”
미소는 무사히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해준 나무 구슬을 꺼내 들었다. 출산 때문에 아직도 많이 아픈 상태지만, 자신보다는 아이가 우선이었다.
‘이것이 널 지켜줄 거다.’
미소는 조심스럽게 품에서 꺼낸 나무 구슬을 아들의 가슴 부분에 올려놓았다.
시아버지가 가르쳐 준 호흡을 하며 신경을 집중하자 아랫배에서 따뜻한 기운이 일어났다.
미소가 일으킨 내력은 혈관을 타고 두 가닥으로 뻗어 나갔다. 하나는 단전 주변을 맴돌며 출산으로 인해 쇠약해진 육체를 치료했고, 다른 한 줄기는 팔을 따라 나무 구슬로 전해졌다.
내력을 전해 받은 나무 구슬에서 은은한 온기와 함께 적광이 흘러나왔다.
스르르르…….
믿을 수 없게도 나무 구슬에서 흘러나온 희미한 적광은 아이의 심장 속으로 스며들었다. 기이하기 그지없는 현상이지만, 미소의 손으로 덮여져 있어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출산으로 지친 미소는 내력을 얼마 돌리지 못하고 이내 잠이 들었다.
흘러 들어오는 내력이 멈췄지만, 나무 구슬은 변화를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적광이 흘러나와 아이의 작은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스스스스스…….
변화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적광이 안개처럼 희미한 붉은 연기로 변했다. 붉은 연기는 미소의 손을 타고 나와 옆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붉은 연기는 이내 막사 안을 뒤덮더니, 이내 바깥으로 퍼져 나갔다.
쏴아아아아아!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장대비가 내리는 바깥이다. 세차게 내리는 비에 흩어질 만도 하건만 붉은 연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점점 더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막사를 떠난 붉은 연기는 연병장을 휘돌더니, 이내 수용소 전체를 덮어버렸다.
슈슈슈슛!
희미한 적광을 발하는 연기가 아이가 있는 막사를 중심으로 휘돌기 시작했다.
번쩍!
콰르르릉!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회오리의 중심을 향해 번개가 작렬하는 것과 동시에 천둥이 울렸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수십 개의 번개가 연이어 수용소를 감싼 붉은 연기의 중심부를 때렸다.
번쩍! 번쩍!
콰르르르르릉!
헤아릴 수조차 없는 수많은 번개가 일제히 작렬하는 가운데, 막사 안에서는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스르르르!
방금 태어난 아이의 몸이 미소의 손을 밀치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아이의 심장이 위치한 곳에는 환하게 붉은 적광을 뿜어내는 구슬이 달라붙어 있었다.
아이의 몸이 서서히 움직이며 창문 쪽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창문을 통해 비가 내리는 밖으로 나갔다.
번쩍!
콰르르르릉!
밖으로 나온 아이의 몸을 중심으로 붉은 소용돌이가 거세게 휘돌았다. 더욱 많은 붉은 연기가 흘러나오며 아이의 몸이 천천히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올라가던 아이가 수용소 상공 100미터 지점에 멈춰 섰다.
번쩍!
번쩍!
콰르르르릉!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번개들이 내리쳤다. 번개들은 허공을 가로질러 아이의 가슴에 있는 적색 광채의 구슬로 스며들었다.
콰르르르릉!
번―쩍!
그야말로 광란이라고 표현될 만큼 기이한 형상이 수용소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미친 듯이 번개가 치고 구슬로 스며드는 동안 천지가 환하게 밝아졌다. 이상하게도 번개들은 구슬로만 떨어져 아이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 정도 소란이면 깨어나 자지러져야 정상이지만, 아이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수용소에 있는 다른 이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초소를 지키는 경계병도, 막사에서 잠을 자는 이들도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수십 개의 번개가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음에도 다들 강제로 정신을 잃은 듯 누구도 깨어나지 않았다.
번개를 맞고 있는 구슬에서 흘러나오는 적광이 점점 더 진해져 갔다. 붉은 연기를 천천히 덮어가는 찬란한 광휘가 구슬에서 흘러나왔다. 내리치는 번개도 더욱 많아졌고, 적색의 광휘는 빠르게 자신의 세력을 넓혔다.
번―쩍!
어느 순간, 수만 가닥의 번개가 한꺼번에 몰아쳤다.
너무 커서 오히려 들리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소리가 수용소를 강타했다. 적색을 넘어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광채가 환하게 세상을 밝혔다.
쏴―아악!
찬란한 광휘를 끝으로 갑자기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 수용소를 덮고 있던 붉은 연기도, 무섭게 내리치던 번개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동시에 아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쏴아아아!
잦아진 빗줄기만이 대지를 적시고 있었다.
“으음, 아가.”
막사 안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를 달래는 미소의 목소리였다.
놀랍게도 바깥에서 번개를 맞다가 사라진 아이가 미소의 품에 안겨 있었다. 아이의 가슴에 달라붙어 있던 붉은 구슬은 사라지고 없었다.
“배가 고픈 모양이구나.”
미소는 꼬물거리는 아이를 품으로 끌어안은 후, 젖을 먹이기 시작했다.
‘그래, 힘껏 빨아라. 엄마가 널 지켜줄 테니.’
젖을 빠는 아들을 보는 미소의 입가에 엷게 웃음이 번졌다. 미소는 아이가 젖을 쉽게 빨 수 있도록 등을 쓰다듬었다.

‘크으, 성공했다. 정말 죽는 줄 알았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번개를 맞고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번개를 맞아야 하는 상황이라니, 전에도 이와 같은 일을 겪고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에너지였어…….’
기물이 가지고 있던 단단한 기운이 뇌전으로 인해 녹아 그것을 흡수해야 했다. 교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다행이 기물이 품은 기운은 전부 흡수를 했다.
문제가 된 것은 뇌전이었다. 기물 속에 담겨 있는 것들을 녹이고도 공간 전체를 가득 채운 뇌전이 가진 에너지는 상상도 못해본 엄청난 양이었다.
뱉어냈다가는 내 존재를 들킬 것이기에 전부 받아들여야 했다. 몸속에서 휘몰아치고 있는 기운에 더해 뇌전까지 받아들이려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예전의 능력을 전부 회복했다고 하더라도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상황을 겪은 탓인지 아직까지 정신이 없다.
‘후우, 예전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기물이 가지고 있는 기운을 전부 흡수해 버려서 예전의 능력을 모두 수복했다. 거기다가 몸속 여기저기에 가두어둔 뇌전의 힘까지 전부 흡수한다면 계획한 것을 훨씬 넘어선 힘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문제가 커졌다. 봉인이 일부 풀려 버린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인식이 세상에 드러나면 인과율이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가? 시간이 조금 있는 것 같으니 말이야.’
EMP가 전자 기기를 파괴시키듯 공간 전체를 지우며 떨어져 내린 뇌전들이 이곳의 기억들을 모두 소거시켰다. 덕분에 시간을 벌었으니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후우…….”
아직은 시간이 조금 있기에 숨을 골랐다.
‘차분하게 생각해야 한다.’
천지가 개벽하는 상황이 벌어진 후, 봉인이 저절로 풀려 기억이 돌아와 버렸다. 태아인 상태에서 간신히 능력을 발휘해 인과율을 속이기는 했지만, 다시 비틀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물이 가지고 있는 힘을 전부 흡수할 줄은 몰랐으니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놈들을 속일 수 있을까 최대한 빨리 생각을 해내야 한다.’
생각을 해봤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다른 것들은 아직 견고하니까 기억만 봉인하자. 상황이 많이 변했으니 놈들과 인과율을 속인 정도만 봉인하면 될 것이다.’
다시 봉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억이 돌아오면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른 것들도 풀려 버린다. 단계별로 그렇게 짜여 있으니 말이다.
‘기억을 봉인해 평범한 아이로 돌아가는 간단한 일이지만, 신중을 기해야 한다. 태아 때와는 달리 봉인 과정에서 발산되는 에너지로 인해 들킬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양수는 태아를 위한 천연적인 보호막이다. 에너지가 발산된다고 해도 양수만으로 충분히 속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세상에 드러난 몸이다. 보호막이 없는 상태에서 봉인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발산을 최소화해야 했다.
‘공간에 기억이 남겨지기 전에 최대한 신속해야 한다.’
빠르게 기억을 봉인했다.
‘상황이 바뀌었으니 언제 기억을 되찾을지 모르겠구나.’
강력한 암시를 통해 기억을 봉인했다. 태아 때보다 강력한 봉인이다.
이제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비슷하게 자라나게 될 것이다. 다른 위험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인과율에 들키는 것보다는 나았다.

* * *

입소한 지 6개월이 지날 무렵, 수용소장을 비롯해 경비 인력이 싹 바뀌었다.
길들이기가 끝났기 때문인지 이후부터는 그동안 벌어졌던 참혹한 일들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강제 노역을 하고 정신교육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초창기와는 달리 사람들에 대한 대우가 조금은 좋아졌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도 수용소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가끔씩 몇 사람이 차출되어 수용소를 나간 후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바로 옆에서 사람이 맞아 죽어 나가는 것을 봐서 그런지, 다른 사람의 일에는 관심을 잘 기울이지 않았다.
살아남기 바빠 사람들의 관심이라고는 오직 할당량을 채워 끼니를 굶지 않는 것뿐이었다.
상훈의 염려와는 달리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도 그다지 염려가 없었다. 수용소의 경비병들은 손자인 차훈이나 다른 아이들에 대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차훈은 건강하게 자라났다. 어린 차훈이 잘 자랄 수 있던 것은 엄마인 미소 덕분이었다. 내력이 생긴 미소가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면서 악착같이 차훈에게 젖을 물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차훈이 다섯 살이 되었다.
또다시 새로운 수용소장이 오고, 경비하던 병력들이 대폭 교체가 되었다. 별다른 변화가 없던 수용소 생활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그때쯤부터였다.
채광을 하고 광석을 나르는 일이 전부인 갱도 안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금맥을 따라 곳곳에 생긴 막장 안에서 사람들이 사라졌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런 사실도 몰랐다. 사람들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것은 채광 작업이 끝난 후 마지막으로 인원을 점검할 때였다. 광산으로 일하러 들어간 인원에 비해 나온 사람이 열다섯 명이나 적었다. 작업 지시를 바탕으로 점검을 한 결과, 한 막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전부 사라져 버린 것을 알았다.
입구에 초소가 있어서 다른 곳으로 입구를 뚫기 전에는 광산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탈출하기 위해서 갱도에 숨어 있는 것이라 생각한 경비병들이 난리를 쳤다. 잡히면 본보기를 보인다면서 소장은 곧바로 갱도 안을 수색하게 했다.
그러나 경비 병력을 동원해 갱도 내부를 샅샅이 수색해 봐도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조사하러 들어갔던 경비병 셋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일만 벌어졌다.
심각한 문제였기에 소장은 곧바로 광산을 폐쇄했다. 폐쇄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사흘 만에 다시 채광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사람들은 자신의 막사에서 대기하며 정말 오랜만에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채광 작업이 시작됐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수용자들만 들어가도록 했다.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채광을 시작했고, 그날 또다시 열일곱 명이 두 개의 막장에서 사라졌다. 두 곳의 막장에서 일하던 사람들 전부였다.
또다시 광산이 폐쇄되었다. 이번에도 정확히 사흘 동안이었다. 사람들이 사라지는 원인을 찾아내거나 광산을 폐쇄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소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다시 채광을 하도록 한 것이다.
사람들은 불안에 떨며 갱도 안으로 들어가기를 주저했다. 겁을 집어먹은 사람들을 향해 소장은 경비병으로 하여금 총을 쏘도록 했다.
그때, 총을 맞아 스물이 넘는 인원이 죽어 나갔다. 사람들은 입소 초기에 처절하게 맞아 죽어가던 이들의 모습을 상기할 수 있었다. 자신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필요에 의해서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가축이나 진배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쩔 수 없이 죽지 않기 위해 소장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 그저 운에 맡기고 채광을 해야만 했다. 지난 시간 동안 수용자들을 대표하는 이가 된 상훈은 그렇게 갱도로 들어간 후 조치를 취했다.
몇 개 막장의 작업을 멈추고, 사람들로 하여금 막장과 막장을 순찰하도록 했다. 할당량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원인을 찾아내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중간에 있던 막장 세 곳에서 채광을 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살피던 이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 이후 매번 그랬다. 강제로 채광을 하러 들어가고, 작업을 하다 보면 막장 중 한 곳에서 감시자와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람들이 사라지는 막장의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사라진 사람들의 숫자가 상당했다. 거의 천여 명에 달했다. 사람들이 사라지는 막장이 늘어나자 상훈은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채광을 중단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묵살이었다. 몇이 죽어 나가든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 소장의 답변이었다.
상훈은 소장이나 경비병들에게 자신들은 벌레나 다름없는 존재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탈출을 하려 했지만, 이미 시기를 놓친 후였다.
사람들이 사라지는 일로 인해 수용소의 경비가 더욱 강화되고, 외곽에서 수련을 하고 있는 능력자들의 수가 두 배로 늘었던 것이다.
‘도대체…….’
상훈은 고심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용소가 안정을 찾은 것 같아 손자인 차훈이 더 큰 후에 탈출하려던 계획이 뜻하지 않게 차질이 생겨 버렸다.
상훈에게는 예기치 않은 재난이나 마찬가지였다. 일하던 막장을 나와 광산 입구에서 사람들의 수를 헤아리던 상훈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런 일이 또 발생하다니, 골치 아프군.’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모자랐다. 마지막을 끝으로 10분이나 기다렸는데 더 이상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준비가 다 끝났는데… 이제는 어떻게 하면 좋다는 말인가?’
그동안 수용소 주변을 탐색해 왔다. 내력이 늘어난 탓에 들키지 않고 파악할 수 있었다.
탐색의 결과는 놀라웠다. 탈출을 막고 있는 것은 수용소 주변을 둘러친 철조망이 다가 아니었다.
수용소를 조금 벗어난 외곽 쪽에는 무서운 자들이 포진해 있었다. 야수처럼 노지에서 생활하며 수련을 하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수련을 겸해 수용소를 탈출하는 이들이 있는지 감시하고 있다.
‘놈들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자들이다. 이 수용소와 관련이 있는 자들이겠지.’
수용소를 벗어나 외곽으로 나가다가 야수 같은 자들을 발견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어느 정도 늘어난 내력으로도 감당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변한 후 나타난 능력자들이 분명했다.
그들이 있을 때 탈출하는 것은 곧장 죽으러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모르겠지만, 아들 내외와 손자는 곧바로 들킬 가능성이 높았다.
‘이제야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그동안 능력자들에 대해서 조사를 해왔다. 그러다가 그들이 두 달에 한 번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고 자리를 비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강도 높은 수련 때문에 돌아가며 휴가를 받는 것 같았다.
능력자들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은 정확히 3일이었다. 그때가 되면 수용소 내의 경계가 강화되니 시기를 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몇 번을 확인한 후에 능력자들이 자리를 비울 때 외곽 너머까지 확인을 했다. 능력자들에게 들키지 않고 다시 수용소로 돌아온 후 탈출 계획을 수립한 것이 며칠 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나저나 어째서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이지? 경비병들의 돌아가는 눈치를 보면 스팟이 생긴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광산이 폐쇄되는 동안에 차원 간의 특이점에 발생하는 스팟 감지기를 작동시켰던 것이 틀림없다. 만약 스팟이 발견되었다면 자신들을 전부 다른 곳으로 이송시켰을 것이기에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모르는 일이다. 감지기에도 나타나지 않는 히든 스팟이 존재한다고 했으니 말이야.’
상훈은 예전에 사형제이자 친우이기도 한 이를 통해 스팟에 대한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