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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또 다른 마술사 (2)



괴물의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여름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좁은 골목 사이로 노란 우비를 입고 있는 어떤 꼬마 아이가 뛰어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대충 봐도 3미터를 훌쩍 넘을 듯한 거대한 타조가 미친 듯한 속도로 쫓고 있었다.

타조의 머리는 넓적하고 쩍 갈라져 있었는데, 머리를 흔들며 다리를 내뻗을 때마다 그 속의 빼곡하게 들어찬 이빨이 번들거렸다.

여름밤은 그것을 본 즉시, 곧장 그 뒤를 쫓아 달렸다.

‘정말… 꿈에서 튀어나온 거야?’

모퉁이를 돌자마자 타조의 모습이 보였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지만 일반적인 타조와는 전혀 다른 그 끔찍한 머리가 자신의 꿈속 존재, ‘괴물’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정말로 자는 사이 괴물이 꿈에서 뛰쳐나온 것이다.

필사적으로 달렸지만, 괴물과의 거리는 점점 더 벌어졌다. 얼마 뛰지 않아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벌써 양 다리가 당겨오고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오래도록 빛살 같은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꿈속의 모습일 때만이다.

‘맞아, 꿈속의 여자.’

꿈속 세상과 현실이 연결되는 마술, 프랜시스는 그 마술을 뒤집어서 현실로 나온 것들을 꿈속으로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새겨 놓은 주문을 떠올리면 꿈속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푸른 여인의 모습으로 변하면, 꿈속에서처럼 빨리 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그의 몸이 서서히 푸른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머리와 눈이 파란색으로 변하고, 팔다리가 더 가늘어졌다.

그러자 변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뛰고 있던 여름밤의 달리는 속도가 눈부시게 빨라지기 시작했다. 가쁘던 숨도 금세 안정적으로 돌아왔다.

“오, 된다.”

감탄하는 목소리 또한 가느다란 여인의 것으로 변해 있었다.

조금 더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경쾌하게 땅을 박차는 소리가 점점 더 빨라졌다. 푸른 섬광처럼 그는 순식간에 괴물과의 거리를 좁혔다.

끼기이기긱.

바로 뒤까지 따라붙자, 괴물이 뒤를 돌아보았다.

순간, 달리면서 고개만 돌려 여름밤을 보고 갸웃거리던 타조가 돌연 발을 멈추며 여름밤을 덮쳐 왔다.

“으앗!”

당황한 여름밤은 옆으로 뛰어 괴물을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괴물은 긴 다리로 재차 땅을 박차며 방향을 꺾었다. 그러고는 송곳처럼 뾰족한 이빨이 가득한 아가리를 벌린 채 얼굴로 달려들었다.

“으아악! 미친!”

여름밤이 순간적으로 뿌리치듯 타조의 머리를 때렸다. 허릿심이 실린 주먹이 타조의 턱에 퍽, 꽂혔다.

콰직.

타조의 흉측한 아래턱이 절반으로 접히듯 부서지고, 그대로 날아서 저 멀리로 사라졌다.

“…엥?”

놀랄 일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진 타조의 몸은 파랗게 빛나는가 싶더니, 온몸이 푸른 섬광에 휩싸여 흩어지듯 사라져 버렸다.



‘괴물은 네게 닿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다시 이 세계로 넘어올 거다.’



프랜시스의 말이 떠올랐다. 아마 굳이 주먹으로 치지 않았어도 괴물은 저절로 사라졌으리라. 손대자마자 사라진다니, 절대 무적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대박.’

여름밤은 조금만 떠올리면 갑자기 여자가 되어버리는 상황에 대한 아침의 고민도 잊은 채, 저도 모르게 환하게 웃었다.

이제 괴물 때문에 무서워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직접 쫓아내 보기도 처음이네. 생각보다 별거 아니잖아?’

어차피 꿈속으로 보낼 수 있는 건 괴물뿐이지만, 꼭 초능력자가 된 것 같다.

이유 모를 승리감에 젖어 있던 여름밤의 눈에 멀찌감치 땅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는 아이가 보였다. 아까 타조 괴물에 쫓기고 있던 아이다.

“저기,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 노란 우비를 입은 소녀는 어깨 어림까지 오는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땋은 귀여운 얼굴이었다. 왠지 모르게 여름밤을 돌아보는 그 표정은 굉장히 분해 보였다.

“이익, 내 사냥감이었는데!”

여자아이는 소리치며 여름밤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갑자기 정면에서 거대한 압력이 덮쳐 왔다.

“왁!”

알 수 없는 힘에 여름밤은 튕겨 나가듯 뒤로 날아갔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사뿐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반사적으로 취한 행동이었다.

“오, 오오…….”

이 몸의 신체 능력은 대체 어디까지인가. 본래의 몸이라면 절대 보일 수 없는 모습이다.

여름밤은 스스로의 신체 능력에 감탄하며 다시 몸을 돌아보았다.

그 앞으로 공기를 가르며 순식간에 소녀가 날아왔다. 겁을 먹은 여름밤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양팔을 올려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아이는 다시 공격할 의도는 없는지,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그러고는 당찬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나는 마술 협회의 로빈 굿펠로야. 언니는 어디 소속이야?”

‘잠깐, 언니?’

다시 눈을 뜬 여름밤이 무심코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청월고등학교 2학년 한여름밤이다……?”

동시에 푸른 빛을 내며 여름밤은 다시 평범한 남학생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자신을 굿펠로라고 밝힌 여자아이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엑? 남자로 변했어!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나도 잘 몰라.”

굳이 낯선 사람에게까지 자신의 사정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잘 모르는 게 사실이기도 하고.

그러자 굿펠로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여름밤을 천천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손을 허리에 얹고 눈썹을 씰룩거리는 모양새가 예술 작품을 감정하는 감정사 같다. …왠지 방해하면 안 될 것 같다.

찜찜한 기분으로 여름밤은 잠자코 서 있었다. 주위를 한 바퀴 돌며 그를 훑어본 굿펠로는 다시 정면에 섰다.

“뭣도 모르고 마술을 사용하게 된 적성자인가? 그런 거 치고는 꽤 쓸 만한 능력이네, 오빠. 마술을 사용할 때 몸이 변하는 걸로 봐서는, 음… 신의 힘을 받아서 쓰는… 차력계 능력? 혹시 가까운 친척 중에 무당 하는 사람 있어?”

뭔지 모르지만 굿펠로는 멋대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럴 듯한 설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여름밤은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친척 간에 교류가 없어서 잘 모르겠네. 아마 있을 수도…….”

거짓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중학생 때부터 기숙사에 살면서 집에도 거의 가지 않았다. 그 통에 친척들은커녕 가족들과도 거의 만나지 못했으니까.

둘러댄 말이긴 했지만 어쨌든 통한 건지, 굿펠로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신의 힘이라면 괴물이 일격에 사라지는 것도 이해가 가네. 그쪽이야 일반적인 마술에 대한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힘도 많이 쓰니까. 그래도 신기하네, 괴물이 죽는 게 아니라 사라진다니.”

‘그러니까… 이 꼬마는 괴물들을 처리하는 엑소시스트 같은 건가? 아니, 괴물이니까 엑소시스트는 아닌가?’

어쨌든 굿펠로와 같은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을 ‘마술사’라고 하는 듯하다.

그런가 보다 하고 있을 때, 굿펠로가 갑자기 눈을 반짝였다.

“그건 그렇고. 오빠, 잠깐 나 좀 도와주지 않을래?”

“도와달라고?”

“응! 괴물 사냥 말이야.”

“괴물 사냥?”

“내가 할 테니까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돼. 응? 어때?”

왠지 귀찮은 일에 말려든 것 같다. 사냥이라니, 아무리 아까 절대 무적 같은 느낌을 받긴 했다지만, 괴물과 대적하기에 그의 간은 아직 너무 작았다.

“그래도… 아직 나는 학생 신분이라, 시간도 별로 없어서.”

여름밤은 난처해하며 슬그머니 물러섰다. 그러자 굿펠로가 그의 한쪽 다리를 꽉 붙들었다.

“아까 날 구해주려고 한 거지? 생판 모르는 날 위해서! 참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방금 주먹 한 방으로 괴물을 쓰러뜨렸잖아! 그런 거 아무나 못하는 거야. 안 위험해.”

“아니, 그래도…….”

여름밤은 두 손으로 굿펠로의 어깨를 잡고 떼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굿펠로는 껌 딱지처럼 더 강하게 들러붙었다.

할 수 없이 굿펠로의 이마를 밀어내려던 그때.

“악!”

물렸다.

손가락에 동그랗게 난 잇자국에서 피가 살짝 배어 나오고 있었다. 여름밤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졌다.

문자 그대로 눈물 나게 아프다.

내려다보니, 굿펠로는 잇자국을 내놓고도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태연했다.

“에이, 위험한 일 안 시킨다니까∼ 움직이지 않는 괴물들만 상대해 주면 된단 말이야. 시간 날 때만.”

“지금 가장 위험한 건 너 같은데……. 움직이지 않는 것들이라고?”

“응. 가보면 알아.”

“어?”

그와 동시에 여름밤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굿펠로를 다리에 매단 채로. 굿펠로는 사악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러고는 뭔가 방향을 잡는가 싶더니, 여름밤은 공중에 뜬 채로 총알처럼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우아아아아아악!”

그는 원숭이 떼에 실려 가던 때보다 더한 공포를 맛보고 있었다. 꿈도 아닌 현실에서.



잠시 후. 순식간에 어딘가에 도착한 그들은 출발할 때와 달리 사뿐하게 땅에 내려앉았다.

다행히 워낙 빠르게 도착한 탓에 꿈에서처럼 속이 메슥거리진 않았지만, 내려선 여름밤은 다리가 다 후들거렸다. 바닥을 짚으며 땅에 엎드린 여름밤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땅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잠시만, 여기는…….”

뒤늦게 주위를 둘러본 여름밤의 얼굴이 굳었다. 이곳은 미개발 지역 부근에 있는 폐병원 부지였다. 철거되다 만 일부 건물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으스스하다고 하여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었다.

“어… 저기, 이런 데서 대체 뭘…….”

겁먹은 여름밤이 주춤거리며 공터 입구 쪽으로 물러서자, 굿펠로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여름밤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무심코 돌아본 여름밤의 눈앞에 있는 것은.

“괴물들의 사체랍니다!”

“우아아아아아아악!”

여름밤이 사색이 되어 비명을 질렀다.

처참한 몰골로 죽은 괴물들이 겹겹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하나같이 짓뭉개지거나 여기저기가 날카로운 물건으로 베인 듯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대부분은 동물의 모습이었지만, 간간이 사람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다.

‘아, 저녁으로 먹은 떡볶이가…….’

여름밤은 조용히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굿펠로가 그 배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초롱초롱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게… 괴물들을 죄다 이리로 유인해서 죽이고는 있는데 도저히 사체 처리가 안 돼서. 나는 공기의 마술을 쓰니까 누구 씨처럼 땅속에 묻어버릴 수도 없고. 혹시라도 누가 보면 곤란하단 말이야. 그런데 어라? 괴물을 소멸시키는 능력자가 내 옆에 있네?”

“그건 그냥 일꾼이 필요하다는 거잖아. 으으… 나는 손을 대야 없앨 수 있단 말이야.”

“하지만 오빠가 해주지 않으면 내가 저걸 일일이 다 땅에 묻어야 하는걸. 난 아직 어리고 가녀린 여자애라 땅만 파다가 지쳐 죽어버릴 거야. 오빠는 손대는 것만으로 되잖아! 한 번만 해주면 안 될까? 대신 오빠가 해달라고 하는 건 뭐든 다 해줄게. 응?”

또다시 굿펠로가 여름밤의 다리에 엉겨 붙어왔다. 그러나 여름밤은 맹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동시에 허공에 다리도 흔들었다.

“싫어, 안 해, 못 해.”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다. 이건 징그러움 이상의 문제다.

애교 작전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굿펠로는 입을 삐죽이며 순순히 다리에서 떨어졌다. 그러고는 턱을 들고 허리에 손을 얹은 거만한 자세로 말했다.

“그렇다면 날 쓰러뜨리거나 저걸 다 치우기 전까지 못 가. 오빠로 저 산의 꼭대기를 예쁘게 장식해 줄게.”

어울리지도 않게 굿펠로가 삼류 악당의 대사 같은 것을 읊었다. …귀여워서 그리 위협적이진 않지만, 아무래도 달래려면 단단히 고생할 듯싶다.

“으…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어?”

“그래!”

아주 단호하기 그지없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 그는 결국 코를 막고서 사체 산으로 다가갔다. 바로 앞에 돼지 모습을 한 괴물이 적나라하게 배에서 내장을 쏟아낸 채 죽어 있었다. 여름밤은 이미 반쯤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으으으…….”

눈을 질끈 감고 프랜시스의 주문을 떠올리려던 찰나, 갑자기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시 눈을 떠 보니, 쌓여 있던 사체들이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외부인과 함부로 접촉해서는 안 됩니다, 굿펠로 님. 혹시라도 우리의 보호 대상일 수도 있으니까요.”

뒤쪽에서 굵고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돌아보니 우스꽝스러울 만큼 커다란 모자를 쓴, 초록과 빨강이 교차하는 체크무늬의 코트를 입은 장신의 남성이 느릿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괜찮아, 바텀. 이 오빠 마술사야. 이름은 한여름밤이래.”

“닉 바텀이라고 합니다. 그런가요. 무슨 마술을 쓰십니까?”

모자를 한 번 벗었다 쓰며 인사를 한 바텀이 이채를 띠며 물었다.

그는 아까 굿펠로가 한 말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입술에 침을 바른 여름밤이 태연히 대답했다.

“…신의 힘을 몸에 받아서 쓰는 차력 계열의 마술이에요.”

“그렇군요. 보여주실 수 있으신가요?”

여름밤은 머릿속으로 프랜시스의 주문을 떠올렸다.

붉은 문자가 쏟아지듯 떠오르고, 머릿속이 온기로 충만해지면서 몸이 푸른 빛에 감싸이더니 여름밤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푸른 머리에 푸른 눈, 아름다운 선을 가진 여성의 몸.

바텀이 감탄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동양 쪽의 마술은 잘 모릅니다만, 확실히 아무나 쓸 수 있는 마술은 아닌 것 같군요. 대단한 적성입니다.”

“가, 감사합니다.”

속이고 있다는 약간의 죄책감과 칭찬받았다는 기쁨이 겹쳐 여름밤의 음성은 조금 이상하게 들렸지만, 바텀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굿펠로가 으스대며 팔을 양옆으로 펼쳐 보였다.

“어때? 마술사 맞지?”

“확실히 마술을 쓰는 이상 이분은 우리의 보호 대상이 아니시겠군요.”

“저, 아까부터 계속 보호 대상이라고 하시는데 그게 뭔가요?”

그가 묻자, 오히려 바텀 쪽이 여름밤을 놀란 듯 바라보았다.

“혹시 모르시나요? 마술사라면 대부분 아는 이야기인데.”

할 말이 없었다. 마술사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도 방금 알았는데, 하물며 마술사들의 이야기 같은 걸 알 리 없다.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만 긁적이려니, 굿펠로가 고맙게도 대신 대답했다.

“여름밤 오빠는 정식 마술사는 아니고, 어쩌다가 마술을 쓰게 된 적성자인 것 같아.”

그제야 바텀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름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머지않아 여름밤 님께서도 우리의 동료가 되실 수 있으니, 미리 알아두시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얘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앉아서 하도록 하죠.”

바텀이 가볍게 손뼉을 한 번 치자, 땅에서 흙으로 된 일인용 소파 세 개가 서로 마주 보며 솟아올랐다.

“옷에 묻지 않으니 편하게 앉아 주세요.”

“아, 네. 그럼.”

머뭇거리던 여름밤이 자리에 앉자, 굿펠로가 쪼르르 달려와 여름밤의 무릎 위에 앉았다.

“…옆에 가서 앉아.”

“난 여기가 좋은데?”

굿펠로는 여름밤의 팔을 집어다 마치 안전벨트처럼 자신의 몸에 둘렀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바텀이 미소를 지으며 여름밤의 맞은편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굿펠로 님은 여름밤 님이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이군요. 친남매 같아서 보기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굿펠로 님도 한국계였죠?”

“저는 전혀 좋지 않… 컥!”

고개를 내젓던 여름밤이 숨 막히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떨궜다. 굿펠로의 팔꿈치가 여름밤의 명치 부근에 닿아 있었다. 바텀이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 그럼 조금 긴 얘기지만 하나씩 시작해 볼까요. 꼭 옛날이야기를 하는 할아버지가 된 기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