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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영웅은 마왕이 되었다
19화
“철이 귀한가요?”
“굉장히 귀하죠. 초보 존에서 철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고블린 단검을 녹이는 건데, 별이 지는 숲에서 나오는 고블린들이 비정상적으로 강하잖아요. 요즘은 근처에서 사냥을 하는 플레이어도 없다고 해요. 우스갯소리로 철이 금값이라는 말도 있다니까요?”
그의 말에 휘하 고블린들을 떠올린 시안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확실히 그의 휘하에 있는 고블린들은 비정상적으로 강하다. 일반 고블린들도 네임드 못지않은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스킬이나 건축물 등으로 인해 어빌리티를 추가로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슬라임을 탑승하고 있는 녀석은 일반 플레이어들에게 두려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고블린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이유가 두 가지 있는데, 첫째가 그들의 레벨이요, 둘째가 머릿수다.
본디 고블린의 레벨은 5가 정상적인 수치이지만 시안의 휘하에 있는 고블린을 성장을 한다. 현재 무리를 이뤄 오크를 집단으로 구타하고 있는 고블린들의 평균 레벨은 9를 돌파한 지 오래다.
심지어 시안의 부대 지정으로 인해 기본으로 분대 단위인 다섯, 많게는 소대 단위인 열다섯이 함께 행동한다.
보통 고블린이 한 마리씩 행동하는 것으로 따져보았을 때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조우하는 순간 재앙을 맞닥뜨린 것이나 진배없을 것이다.
“얼마 전 여제 이리나 님이 변종 고블린들을 소탕했다고 하지만 아직 시세가 정상가로 돌아오지는 않았거든요.”
“그렇군요. 하지만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저한테는 그리 귀한 물건도 아니니 받으세요.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입니다.”
시안은 머뭇거리는 마루한에게 거의 떠넘기다시피 철제 방패를 줘버렸다. 어차피 철이 일반 플레이어에게나 귀한 것이지 시안에게는 고블린 몇 마리만 때리면 얻을 수 있는 흔한 소재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면 받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마로 땅을 찧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는 마루한에게 손을 흔들어 준 시안은 총총거리며 본격적으로 마을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게임을 시작하고 마을에 들어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비록 커다란 도시처럼 화려함은 없지만 수수하면서도 마음이 잔잔해지는 시골 마을의 풍경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가면 뒤에 있는 얼굴에는 천진난만한 미소가 가득하다.
멀어지는 시안의 뒷모습을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드는 마루한의 품에는 철제 방패가 소중하게 안겨 있었다.
“돈이 많구나… 가면을 쓰고 있어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 유명인인가 봐! 아니면 단순히 온라인에서 얼굴 팔리는 것을 싫어하는 분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전자로 생각할래.”
“어쩌면 우리 연예인을 만난 건지도 몰라. 사인 받아놓을 걸 그랬나?”
소녀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오늘의 만남을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들의 뇌리에는 마파두부라는 닉네임이 각인처럼 선명하게 새겨졌다.
정작 그가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말이다.
* * *
“여기가 모험가 조합이구나.”
PPO시절에도 모험가 조합은 존재했다. 하지만 당시의 모험가 조합은 모험가를 양성하는 장소라기보다는 용병을 모집하는, 일종의 술집을 연상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PAO에서 모험가 조합은 훨씬 세련되게 변모해 있었다. 비유하자면 구청 혹은 동사무소 같은 분위기다. 여러 개의 창구가 있고, 창구마다 담당 직원이 있어 업무가 신속하게 처리되게끔 되어 있다.
베넨 마을의 모험가 조합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청결하면서도 향토적인 풍모를 갖추고 있다. 창구의 개수는 3개에 불과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모든 민원을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이용하는 플레이어의 수는 적었다.
“판테라 인근의 지도를 구매하고 싶어.”
“지도 말씀이시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짧은 시간 대기표를 갖고 기다리던 시안은 창구에서 원하던 바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 사전에 미리 환전해 놓은 1실버로 판테라 도시 주변의 지도를 구매하는데 성공한 시안은 마냥 히죽거렸다.
가 본 장소의 지리만을 표시해 주는 미니맵과 달리 모험가 조합에서 파는 지도에는 판테라 도시 인근의 지리 외에도 출몰하는 몬스터와 그 위험도가 표기되어 있다.
조합 내부의 의자에 걸터앉은 시안은 지도를 펼쳤다.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의 편의를 위해 지도의 상세함은 21세기 못지않다.
지도를 통해 얼추 별이 지는 숲에 어떤 몬스터가 서식하는지 알 수 있었다.
“판테라 도시 근처라 별거 아닌 놈들만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위험한 녀석들도 있잖아?”
숲의 서부에는 고블린, 오크부터 시작해 20레벨 미만의 몬스터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으나 강 건너 동쪽으로 쭉 나아가면 오거나 이블베어 등 30레벨에 준하는 강력한 몬스터도 다수 존재했다.
뿐만 아니라 동쪽 끄트머리가 해안과 접해 있으니 활동 반경을 넓힌다면 해양 몬스터와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북대륙에는 하늘거북이 서식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네.”
하늘을 나는 거북을 상상하며 지도를 접어 인벤토리에 넣은 시안은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9시. 작전 시간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 남아 있다.
남은 한 시간을 이용해 어쩌면 다시는 못 올 수도 있는 베넨 마을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인구수에 비해 다소 규모가 큰 베넨 마을이라지만 고작해야 숲의 일부를 개간해서 만든 소규모 마을에 불과하다. 골목 구석구석을 들쑤시고 다녀도 이렇다 할 구경거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때문에 시안은 무의미하게 30분이라는 시간을 소요하고 말았다. 기대하던 수준에 미치지 못한 마을의 발전 상태를 확인한 시안은 실망하여 나무를 깎아 만든 벤치에 엉덩이를 붙였다.
“오히려 잘된 것일지도 몰라. 예상보다 너무 마을이 발전했으면 내 쪽의 피해가 커졌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자기위로를 하며 멍하니 달과 별이 드리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기분을 달래고 있을 때였다. 한 마리 나비가 행하는 날갯짓이 그의 눈을 어지럽혔다.
나비는 생물의 범위에서 거리가 멀었다. 청색을 띄는 빛의 선으로 이루어진 나비는 마치 도화지에 그려놓은 그림이 뛰쳐나온 것만 같았다.
“…저게 뭐지?”
시안은 그 특이하게 생긴 나비에 호기심을 가졌다. 딱 봐도 마법적 요소가 가미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비가 범상치 않은 존재라 판단한 것이다.
나비는 마치 따라오라는 듯 계속해서 시안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가 손을 뻗으면 휙 도망갔다가도 시선을 돌리면 관심을 끌려는 것처럼 알짱거리는 모습이 부끄러워하는 소향을 보는 것 같다.
시간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으므로 시안은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나비의 뒤를 따라갔다.
나비가 향한 곳은 어느 자그마한 규모의 저택이었다. 살짝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나비가 들어가 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남이 사는 집에 마음대로 침입해 쓸 만한 물건을 노획하는 것은 고전 RPG게임의 주인공에게만 허락되는 일이라고.”
한숨을 내쉰 시안이 추적 의지를 접으며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황급히 집에서 나온 나비가 그의 눈앞에서 격하게 날갯짓을 한다. 어떻게든 그를 안으로 들이고 싶은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창문을 통해 내부를 살핀다. 비어 있는 것인지 집의 내부는 굉장히 어두웠다. 시안은 달빛에 의지해 집안을 살폈다. 내부에는 먼지가 가득하고 그 흔한 가구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주인이 있는 집이라면 꺼렸겠으나 없는 집이라면 얼마든지 무단 침입을 행할 의사가 그에게는 있었다.
거리낌 없이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그가 내부로 침입한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나비는 어딘가를 향해 그를 안내했다.
굳게 닫혀 있던 방문 앞에서 나비가 서성거렸다. 원하는 것을 파악한 시안이 문을 열자 경첩으로부터 요란하면서도 낡아빠진 소리가 울렸다.
거실에도 사람이 사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먼지가 잔뜩 쌓여 있던 방과 달리 거실은 청소를 한 것처럼 깨끗하다.
“마을 아이들이 비밀 기지로 사용하고 있는 건가?”
해맑은 얼굴로 흙길을 뛰어다니던 마을의 어린 소년소녀들을 떠올린 시안은 그렇게 어림짐작을 했다. 그 와중에도 나비는 바쁘게 움직였다.
부엌의 가장 깊숙한 장소로 시안을 안내한 나비가 바닥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나를 여기까지 안내한 이유가 뭐야?”
시안이 질문을 던졌으나 나비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가 손을 뻗는 순간 나비는 [팟!]하고 터지며 사방으로 빛을 흩뿌렸다.
그 빛 덕분에 시안은 바닥에 있는 사각형 모양의 작은 홈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홈은 손잡이였다.
“지하로 향하는 비밀통로인가!”
시안의 눈동자가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반짝였다. 흥미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한 시안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제대로 기름칠을 해둔 것인지 어떠한 잡음도 없이 문이 열렸다. 내부에서 희미한 주홍색의 빛이 새어나왔다. 그 빛이 지하로 연결되는 사다리를 밝혀주었다.
사다리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 시안이 발견한 것은 횃불이 밝혀주는 길고 좁은 복도.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사이즈다.
복도의 양쪽에는 철장이 존재한다. 순간적으로 마을의 범죄자를 감금해 두는 감옥을 유추했으나 특이하게도 철장 너머에 감금되어 있는 이는 죄인이 아니라 푸른색의 커다란 크리스탈이었다.
“설마하니 보물 창고인가? 이런 작은 마을에는 어울리지 않는 보물이네. 하지만 아무리 귀한 보물이라 해도 창고가 아니라 감옥 같은 곳에 보관할 필요는…….”
[이쪽이에요.]
턱을 어루만지며 자신의 추리를 중얼거리는 시안의 귓가로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소한 소리에도 묻혀버릴 것만 같은 작은 소리는 복도의 끝에서 들려왔다.
“네가 나한테 나비를 보낸 거야?”
[네, 모든 마의 왕이 될 분이시여, 부디 이쪽으로…….]
모든 마의 왕. 즉 마왕을 일컫는 단어가 마냥 놀이 감각으로 있던 시안의 위기의식을 일깨웠다.
소개하지도 않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궁금해진 시안이 복도의 끝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었다.
복도의 끝에 위치한 옥의 내부에는 다른 장소와 마찬가지로 커다란 크리스탈이 놓여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크리스탈 내부에 소녀의 형상이 무릎을 끌어안은 채 앉아 있다는 것이다.
마치 유령처럼 반투명한 소녀의 형상은 눈이 마주치자 손을 뻗어왔다. 하지만 그 손은 크리스탈의 표면을 통과하지 못했다.
“…엘프?”
시안이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손으로 눈을 비벼댔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의 눈을 의심해도 보이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나이는 10대 후반쯤 되었을까. 허리까지 닿는 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는 굉장히 아름다운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팔다리는 가늘고 긴 주제에 여성미를 담당하는 특정 부위는 강인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길고 뾰족한 귀는 인간이 아닌 엘프라는 종족임을 증명했다.
[모든 마의 왕이 될 분이시여, 이런 모습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거듭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는 별이 지는 숲에 거주하는 엘프, 라일라 레림이라고 합니다.]
소녀는 무릎을 꿇은 채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째서 나에 대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왕 후보 시안이라고 한다.”
어렴풋이 정체를 짐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신하고 있는 상대에게 스스로의 신분을 속여 봤자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시안은 순순히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만나서 반갑다…고 말할 상황은 아닌 것 같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인간들, 그것도 노예사냥꾼들에게 당하고 말았습니다. 리더의 이름은 칼카스. 아주 악독한 자입니다.]
그녀의 말에 시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데다가 희귀 종족인 엘프가 노예로써 인기가 많은 것은 소설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PPO에서 일부 귀족들은 엘프를 노예로써 취급했다. 그 때문에 마왕의 침공이 있던 날, 본디 인간들의 편에 서서 싸웠어야 할 엘프들이 마왕의 휘하에 들어가 인간들과 싸우게 되었을 정도다.
만약 시안이 일반적인 플레이어였다면 엘프를 적대하는 것이 옳겠으나 지금의 시안은 몬스터의 편. 그것도 정점에 군림하는 마왕 후보다. 엘프는 적이 아니라 오히려 아군이 될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최강의 궁술을 가진 엘프가 겨우 노예사냥꾼들에게 잡혔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된 거야?”
[저희 엘프들은 세계수의 비호 아래에서밖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세계수의 이파리와 꽃으로 만든 화환을 착용하지 않으면 마력의 폭주가 일어나 보시다시피 크리스탈에 갇혀버리게 됩니다.]
그녀가 자신을 가두고 있는 크리스탈을 손등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그런 라일라의 머리에 화환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았다.
시안은 지금까지 지나온 감옥을 둘러보았다. 존재하는 크리스탈의 수는 적어도 10여 개. 말인 즉 그 모든 크리스탈이 화환을 잃어버리고 마력의 폭주를 일으킨 엘프라는 말이 된다.
[하나의 세계수가 관리할 수 있는 엘프의 수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저희 일족은 차근차근 수를 늘려갔고, 어느덧 한계 인구를 돌파해 버렸습니다. 이대로라면 새로 태어나는 엘프들에게 화환을 만들어줄 수 없다고 판단한 여왕님이 세계수의 묘목을 제게 주며 새로운 정착지를 발견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노예사냥꾼들의 악독한 수에 걸려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말았답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어리석은 자신의 탓이라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말투로 들어보아 그녀가 엘프 일행의 책임자이며 제법 높은 신분을 가지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한테 원하는 것이 뭐야?”
[화환… 화환만 되찾을 수 있으면 동족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부디 노예사냥꾼으로부터 화환을 되찾아주세요. 그렇다면 전사로써 왕께 충성하겠습니다.]
그녀는 간절함을 담아 머리를 숙였다.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와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을 정도로 절박해 보였다.
시안은 턱을 괴고 고민했다. 전투의 위험성과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성과의 가치를 비교하는 것이다.
진정한 마왕으로 각성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를 사냥해 공포라는 것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시안은 공포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베넨 마을을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 계획에 노예사냥꾼과의 전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예상외의 복병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노예사냥꾼의 전투력은 그리 낮지 않다.
여기서 시안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개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위험을 회피하고 다른 마을을 찾는 것이다.
구태여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다소의 모험을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최강의 궁술 스킬을 가진 엘프들을 휘하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안전을 위해서는 전자. 후자의 경우는 위험성 높은 투자.’
당장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시안이 미간을 구겼다. 작전시간은 고작 10여 분이 남았을 뿐이다.
“어쩔 수 없나.”
이런 상정 외의 상황을 썩 좋아하지 않는 시안이 혀를 차며 작전의 포기를 마음먹었을 때, 갑작스럽게 세계가 일그러졌다.
19화
“철이 귀한가요?”
“굉장히 귀하죠. 초보 존에서 철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고블린 단검을 녹이는 건데, 별이 지는 숲에서 나오는 고블린들이 비정상적으로 강하잖아요. 요즘은 근처에서 사냥을 하는 플레이어도 없다고 해요. 우스갯소리로 철이 금값이라는 말도 있다니까요?”
그의 말에 휘하 고블린들을 떠올린 시안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확실히 그의 휘하에 있는 고블린들은 비정상적으로 강하다. 일반 고블린들도 네임드 못지않은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스킬이나 건축물 등으로 인해 어빌리티를 추가로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슬라임을 탑승하고 있는 녀석은 일반 플레이어들에게 두려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고블린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이유가 두 가지 있는데, 첫째가 그들의 레벨이요, 둘째가 머릿수다.
본디 고블린의 레벨은 5가 정상적인 수치이지만 시안의 휘하에 있는 고블린을 성장을 한다. 현재 무리를 이뤄 오크를 집단으로 구타하고 있는 고블린들의 평균 레벨은 9를 돌파한 지 오래다.
심지어 시안의 부대 지정으로 인해 기본으로 분대 단위인 다섯, 많게는 소대 단위인 열다섯이 함께 행동한다.
보통 고블린이 한 마리씩 행동하는 것으로 따져보았을 때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조우하는 순간 재앙을 맞닥뜨린 것이나 진배없을 것이다.
“얼마 전 여제 이리나 님이 변종 고블린들을 소탕했다고 하지만 아직 시세가 정상가로 돌아오지는 않았거든요.”
“그렇군요. 하지만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저한테는 그리 귀한 물건도 아니니 받으세요.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입니다.”
시안은 머뭇거리는 마루한에게 거의 떠넘기다시피 철제 방패를 줘버렸다. 어차피 철이 일반 플레이어에게나 귀한 것이지 시안에게는 고블린 몇 마리만 때리면 얻을 수 있는 흔한 소재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면 받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마로 땅을 찧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는 마루한에게 손을 흔들어 준 시안은 총총거리며 본격적으로 마을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게임을 시작하고 마을에 들어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비록 커다란 도시처럼 화려함은 없지만 수수하면서도 마음이 잔잔해지는 시골 마을의 풍경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가면 뒤에 있는 얼굴에는 천진난만한 미소가 가득하다.
멀어지는 시안의 뒷모습을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드는 마루한의 품에는 철제 방패가 소중하게 안겨 있었다.
“돈이 많구나… 가면을 쓰고 있어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 유명인인가 봐! 아니면 단순히 온라인에서 얼굴 팔리는 것을 싫어하는 분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전자로 생각할래.”
“어쩌면 우리 연예인을 만난 건지도 몰라. 사인 받아놓을 걸 그랬나?”
소녀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오늘의 만남을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들의 뇌리에는 마파두부라는 닉네임이 각인처럼 선명하게 새겨졌다.
정작 그가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말이다.
* * *
“여기가 모험가 조합이구나.”
PPO시절에도 모험가 조합은 존재했다. 하지만 당시의 모험가 조합은 모험가를 양성하는 장소라기보다는 용병을 모집하는, 일종의 술집을 연상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PAO에서 모험가 조합은 훨씬 세련되게 변모해 있었다. 비유하자면 구청 혹은 동사무소 같은 분위기다. 여러 개의 창구가 있고, 창구마다 담당 직원이 있어 업무가 신속하게 처리되게끔 되어 있다.
베넨 마을의 모험가 조합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청결하면서도 향토적인 풍모를 갖추고 있다. 창구의 개수는 3개에 불과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모든 민원을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이용하는 플레이어의 수는 적었다.
“판테라 인근의 지도를 구매하고 싶어.”
“지도 말씀이시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짧은 시간 대기표를 갖고 기다리던 시안은 창구에서 원하던 바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 사전에 미리 환전해 놓은 1실버로 판테라 도시 주변의 지도를 구매하는데 성공한 시안은 마냥 히죽거렸다.
가 본 장소의 지리만을 표시해 주는 미니맵과 달리 모험가 조합에서 파는 지도에는 판테라 도시 인근의 지리 외에도 출몰하는 몬스터와 그 위험도가 표기되어 있다.
조합 내부의 의자에 걸터앉은 시안은 지도를 펼쳤다.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의 편의를 위해 지도의 상세함은 21세기 못지않다.
지도를 통해 얼추 별이 지는 숲에 어떤 몬스터가 서식하는지 알 수 있었다.
“판테라 도시 근처라 별거 아닌 놈들만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위험한 녀석들도 있잖아?”
숲의 서부에는 고블린, 오크부터 시작해 20레벨 미만의 몬스터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으나 강 건너 동쪽으로 쭉 나아가면 오거나 이블베어 등 30레벨에 준하는 강력한 몬스터도 다수 존재했다.
뿐만 아니라 동쪽 끄트머리가 해안과 접해 있으니 활동 반경을 넓힌다면 해양 몬스터와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북대륙에는 하늘거북이 서식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네.”
하늘을 나는 거북을 상상하며 지도를 접어 인벤토리에 넣은 시안은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9시. 작전 시간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 남아 있다.
남은 한 시간을 이용해 어쩌면 다시는 못 올 수도 있는 베넨 마을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인구수에 비해 다소 규모가 큰 베넨 마을이라지만 고작해야 숲의 일부를 개간해서 만든 소규모 마을에 불과하다. 골목 구석구석을 들쑤시고 다녀도 이렇다 할 구경거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때문에 시안은 무의미하게 30분이라는 시간을 소요하고 말았다. 기대하던 수준에 미치지 못한 마을의 발전 상태를 확인한 시안은 실망하여 나무를 깎아 만든 벤치에 엉덩이를 붙였다.
“오히려 잘된 것일지도 몰라. 예상보다 너무 마을이 발전했으면 내 쪽의 피해가 커졌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자기위로를 하며 멍하니 달과 별이 드리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기분을 달래고 있을 때였다. 한 마리 나비가 행하는 날갯짓이 그의 눈을 어지럽혔다.
나비는 생물의 범위에서 거리가 멀었다. 청색을 띄는 빛의 선으로 이루어진 나비는 마치 도화지에 그려놓은 그림이 뛰쳐나온 것만 같았다.
“…저게 뭐지?”
시안은 그 특이하게 생긴 나비에 호기심을 가졌다. 딱 봐도 마법적 요소가 가미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비가 범상치 않은 존재라 판단한 것이다.
나비는 마치 따라오라는 듯 계속해서 시안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가 손을 뻗으면 휙 도망갔다가도 시선을 돌리면 관심을 끌려는 것처럼 알짱거리는 모습이 부끄러워하는 소향을 보는 것 같다.
시간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으므로 시안은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나비의 뒤를 따라갔다.
나비가 향한 곳은 어느 자그마한 규모의 저택이었다. 살짝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나비가 들어가 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남이 사는 집에 마음대로 침입해 쓸 만한 물건을 노획하는 것은 고전 RPG게임의 주인공에게만 허락되는 일이라고.”
한숨을 내쉰 시안이 추적 의지를 접으며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황급히 집에서 나온 나비가 그의 눈앞에서 격하게 날갯짓을 한다. 어떻게든 그를 안으로 들이고 싶은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창문을 통해 내부를 살핀다. 비어 있는 것인지 집의 내부는 굉장히 어두웠다. 시안은 달빛에 의지해 집안을 살폈다. 내부에는 먼지가 가득하고 그 흔한 가구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주인이 있는 집이라면 꺼렸겠으나 없는 집이라면 얼마든지 무단 침입을 행할 의사가 그에게는 있었다.
거리낌 없이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그가 내부로 침입한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나비는 어딘가를 향해 그를 안내했다.
굳게 닫혀 있던 방문 앞에서 나비가 서성거렸다. 원하는 것을 파악한 시안이 문을 열자 경첩으로부터 요란하면서도 낡아빠진 소리가 울렸다.
거실에도 사람이 사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먼지가 잔뜩 쌓여 있던 방과 달리 거실은 청소를 한 것처럼 깨끗하다.
“마을 아이들이 비밀 기지로 사용하고 있는 건가?”
해맑은 얼굴로 흙길을 뛰어다니던 마을의 어린 소년소녀들을 떠올린 시안은 그렇게 어림짐작을 했다. 그 와중에도 나비는 바쁘게 움직였다.
부엌의 가장 깊숙한 장소로 시안을 안내한 나비가 바닥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나를 여기까지 안내한 이유가 뭐야?”
시안이 질문을 던졌으나 나비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가 손을 뻗는 순간 나비는 [팟!]하고 터지며 사방으로 빛을 흩뿌렸다.
그 빛 덕분에 시안은 바닥에 있는 사각형 모양의 작은 홈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홈은 손잡이였다.
“지하로 향하는 비밀통로인가!”
시안의 눈동자가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반짝였다. 흥미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한 시안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제대로 기름칠을 해둔 것인지 어떠한 잡음도 없이 문이 열렸다. 내부에서 희미한 주홍색의 빛이 새어나왔다. 그 빛이 지하로 연결되는 사다리를 밝혀주었다.
사다리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 시안이 발견한 것은 횃불이 밝혀주는 길고 좁은 복도.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사이즈다.
복도의 양쪽에는 철장이 존재한다. 순간적으로 마을의 범죄자를 감금해 두는 감옥을 유추했으나 특이하게도 철장 너머에 감금되어 있는 이는 죄인이 아니라 푸른색의 커다란 크리스탈이었다.
“설마하니 보물 창고인가? 이런 작은 마을에는 어울리지 않는 보물이네. 하지만 아무리 귀한 보물이라 해도 창고가 아니라 감옥 같은 곳에 보관할 필요는…….”
[이쪽이에요.]
턱을 어루만지며 자신의 추리를 중얼거리는 시안의 귓가로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소한 소리에도 묻혀버릴 것만 같은 작은 소리는 복도의 끝에서 들려왔다.
“네가 나한테 나비를 보낸 거야?”
[네, 모든 마의 왕이 될 분이시여, 부디 이쪽으로…….]
모든 마의 왕. 즉 마왕을 일컫는 단어가 마냥 놀이 감각으로 있던 시안의 위기의식을 일깨웠다.
소개하지도 않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궁금해진 시안이 복도의 끝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었다.
복도의 끝에 위치한 옥의 내부에는 다른 장소와 마찬가지로 커다란 크리스탈이 놓여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크리스탈 내부에 소녀의 형상이 무릎을 끌어안은 채 앉아 있다는 것이다.
마치 유령처럼 반투명한 소녀의 형상은 눈이 마주치자 손을 뻗어왔다. 하지만 그 손은 크리스탈의 표면을 통과하지 못했다.
“…엘프?”
시안이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손으로 눈을 비벼댔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의 눈을 의심해도 보이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나이는 10대 후반쯤 되었을까. 허리까지 닿는 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는 굉장히 아름다운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팔다리는 가늘고 긴 주제에 여성미를 담당하는 특정 부위는 강인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길고 뾰족한 귀는 인간이 아닌 엘프라는 종족임을 증명했다.
[모든 마의 왕이 될 분이시여, 이런 모습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거듭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는 별이 지는 숲에 거주하는 엘프, 라일라 레림이라고 합니다.]
소녀는 무릎을 꿇은 채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째서 나에 대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왕 후보 시안이라고 한다.”
어렴풋이 정체를 짐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신하고 있는 상대에게 스스로의 신분을 속여 봤자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시안은 순순히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만나서 반갑다…고 말할 상황은 아닌 것 같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인간들, 그것도 노예사냥꾼들에게 당하고 말았습니다. 리더의 이름은 칼카스. 아주 악독한 자입니다.]
그녀의 말에 시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데다가 희귀 종족인 엘프가 노예로써 인기가 많은 것은 소설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PPO에서 일부 귀족들은 엘프를 노예로써 취급했다. 그 때문에 마왕의 침공이 있던 날, 본디 인간들의 편에 서서 싸웠어야 할 엘프들이 마왕의 휘하에 들어가 인간들과 싸우게 되었을 정도다.
만약 시안이 일반적인 플레이어였다면 엘프를 적대하는 것이 옳겠으나 지금의 시안은 몬스터의 편. 그것도 정점에 군림하는 마왕 후보다. 엘프는 적이 아니라 오히려 아군이 될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최강의 궁술을 가진 엘프가 겨우 노예사냥꾼들에게 잡혔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된 거야?”
[저희 엘프들은 세계수의 비호 아래에서밖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세계수의 이파리와 꽃으로 만든 화환을 착용하지 않으면 마력의 폭주가 일어나 보시다시피 크리스탈에 갇혀버리게 됩니다.]
그녀가 자신을 가두고 있는 크리스탈을 손등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그런 라일라의 머리에 화환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았다.
시안은 지금까지 지나온 감옥을 둘러보았다. 존재하는 크리스탈의 수는 적어도 10여 개. 말인 즉 그 모든 크리스탈이 화환을 잃어버리고 마력의 폭주를 일으킨 엘프라는 말이 된다.
[하나의 세계수가 관리할 수 있는 엘프의 수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저희 일족은 차근차근 수를 늘려갔고, 어느덧 한계 인구를 돌파해 버렸습니다. 이대로라면 새로 태어나는 엘프들에게 화환을 만들어줄 수 없다고 판단한 여왕님이 세계수의 묘목을 제게 주며 새로운 정착지를 발견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노예사냥꾼들의 악독한 수에 걸려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말았답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어리석은 자신의 탓이라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말투로 들어보아 그녀가 엘프 일행의 책임자이며 제법 높은 신분을 가지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한테 원하는 것이 뭐야?”
[화환… 화환만 되찾을 수 있으면 동족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부디 노예사냥꾼으로부터 화환을 되찾아주세요. 그렇다면 전사로써 왕께 충성하겠습니다.]
그녀는 간절함을 담아 머리를 숙였다.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와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을 정도로 절박해 보였다.
시안은 턱을 괴고 고민했다. 전투의 위험성과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성과의 가치를 비교하는 것이다.
진정한 마왕으로 각성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를 사냥해 공포라는 것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시안은 공포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베넨 마을을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 계획에 노예사냥꾼과의 전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예상외의 복병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노예사냥꾼의 전투력은 그리 낮지 않다.
여기서 시안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개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위험을 회피하고 다른 마을을 찾는 것이다.
구태여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다소의 모험을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최강의 궁술 스킬을 가진 엘프들을 휘하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안전을 위해서는 전자. 후자의 경우는 위험성 높은 투자.’
당장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시안이 미간을 구겼다. 작전시간은 고작 10여 분이 남았을 뿐이다.
“어쩔 수 없나.”
이런 상정 외의 상황을 썩 좋아하지 않는 시안이 혀를 차며 작전의 포기를 마음먹었을 때, 갑작스럽게 세계가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