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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영웅은 마왕이 되었다
7화
시안은 고블린들을 열심히 사냥하고 다녔다.
딱히 소재나 경험치가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다. 개조 마법을 연습하는데 특별한 장점도 없고 머리가 썩 좋은 편도 아닌 고블린 이상으로 적합한 사냥감이 주변에 달리 없었기 때문이다.
“이걸 이렇게 하면 암흑탄이 힘을 잃고 비실거리는구나. 그렇다고 이쪽의 문자 배열을 건드리면 아예 나아가는 힘을 상실해버리니… 아니, 이건 지뢰 대용으로 사용해도 되나?”
“키익… 인간, 차라리 나를 죽여라!”
한 마리 고블린을 제압한 시안은 그를 상대로 이리저리 개조한 암흑탄을 시험했다. 덕분에 편히 죽지 못하고 몇 번이나 생과 사의 경계를 들락날락거려야 했던 고블린은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했다.
상당히 많은 수의 고블린을 괴롭힌 덕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슬슬 완성이려나.”
아직 방대한 분량의 마도 문자 전체를 암기한 것은 아니지만, 실전에서도 써먹을 수 있을 만한 소정의 성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제 슬슬 고블린도 졸업해야겠지. 이제는 경험치도 쥐꼬리만큼밖에 안 주니까. 기왕이면 그 녀석에게 복수까지 하고 싶었는데.”
자신에게 처음으로 굴욕적인 죽음을 선물해 준 고블린 검사를 떠올린 시안이 이를 갈며 주먹을 떨었다.
개조 마법에 대한 실험 외에도 복수라는 두 번째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달성한 목표는 하나에 불과했다.
반복해서 고블린만 주구장창 사냥하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인 일이다.
손쉬운 사냥감인 것은 분명하지만 PAO의 시스템은 보다 레벨이 높은 사냥감을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레벨 6인 시안이 레벨 5의 고블린을 사냥해서 얻는 경험치의 양은 몹시 미미했다.
고블린이 출몰하는 서쪽 숲을 떠난 시안은 새로운 사냥터를 찾아 숲속을 배회했다. 미니맵이 있으므로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지만 미니맵은 해당 지역에 출몰하는 몬스터의 정보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모험가 길드에서 판매하는 지도에는 몬스터 출몰 지역까지 표시되어 있는데…….”
이럴 때는 플레이어를 위한 편의시설이 그리웠다.
밝혀지지 않은 숲을 나아가던 시안은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특이한 지형과 조우하게 되었다.
커다란 숲이 갑자기 끊어지더니 탁 트인 공간과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얕은 물웅덩이가 나타났다. 물웅덩이에는 얼음 조각이 둥둥 떠다녔다.
웅덩이의 중심부에는 작은 섬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섬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주변의 기후는 한여름처럼 더위가 몰아치는데도 말이다.
<업적. 눈 내리는 섬 발견!>
대자연의 불가사의. 눈 내리는 섬을 발견하셨습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녹지 않는 새하얀 눈은 마력의 결정체입니다. 주변에 강한 마력을 품은 몬스터가 탄생할 수 있으니 주의를 요망합니다.
― 위대한 자연을 감상하셨습니다. 마력이 영구적으로 1 상승합니다.
― 얼음 속성 저항력이 1% 상승합니다.
“오오! 이게 말로만 들었던 눈 내리는 섬인가…….”
영구적으로 마력과 얼음 속성 저항력이 상승했다는 문구보다 시안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눈 내리는 섬 그 자체였다.
눈 내리는 섬은 전작인 PPO에서도 존재하던 대자연의 불가사의다.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켜 줘서 마력 계열 플레이어라면 한 번쯤은 거쳐야 할 필수적인 장소로 손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상승한 어빌리티보다 중요한 것은 눈 내리는 섬을 발견함으로써 주변의 지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안은 조속히 머릿속에 PPO의 대륙 지도를 떠올렸다.
“분명 눈 내리는 섬이 있던 장소는 북대륙에서도 남동쪽. 이카라스 지방에 있는 별이 지는 숲이었지.”
추리를 마친 시안은 흡족하게 웃었다. 이로써 자신이 대륙의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커다란 수확이다.
“별이 지는 숲 서쪽에는 소도시 판테라가 있어. 고블린의 출몰 지역으로 따져보았을 때 판테라와 거점의 거리는 고작해야 이틀거리인가.”
생각보다 마왕성의 위치가 인간 문명과 가깝다. 말이 이틀거리지 탈것을 이용하면 하루도 걸리지 않아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며칠 계획을 세워두고 사냥을 하던 플레이어에게 쉽사리 발견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플레이어에게 발각된다면 척살하겠다고 떼를 지어서 우르르 몰려올지도 몰라.”
아직 초창기인지라 플레이어들의 평균 레벨은 고작해야 4를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솔로 플레이를 통해 경험치를 독식하는 시안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것이다.
하지만 다섯 명씩 팀을 이룬 플레이어가 우르르 몰려든다면 시안으로써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마왕성이 점령당할 경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이나 동화 등의 이야기 속에서 용사에게 당한 마왕의 말로는 언제나 비참하다.
“고블린을 잔뜩 소환해 군대라도 만들어서 배치해 둘까.”
아직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들에게는 고블린조차도 위협적이다. 그런 고블린이 다섯 마리씩 몰려다닌다면? 아마도 재앙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구태여 직접 찾아가면서까지 플레이어들에게 시비를 걸어 원한을 살 필요는 없다. 흥미가 동하는 일이지만 강제로 호기심을 거둔 시안은 본래의 목적이던 사냥감의 탐색에 집중했다.
“그러고 보니 눈 내리는 섬 근처에서 필드 보스 몬스터가 이따금 출몰한다고 들었는데, 어디 없으려나.”
시안은 얼굴 가득 기대를 내포한 채 눈 내리는 섬으로 접근했다. 필드 보스 몬스터는 특정한 조건을 채우거나 일정한 대기시간을 두고 출몰한다.
필드 보스 몬스터는 일반 몬스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품의 장비나 소재를 떨어뜨리므로 대기 순서가 있을 만큼 인기가 있는 몬스터다.
하지만 지금은 게임의 오픈 초창기이므로 아직 이곳까지 도달한 플레이어는 없을 터. 그렇다면 필드 보스 몬스터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시안은 치솟는 기대를 억누르지 못해 콧노래를 부르며 섬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 결과 섬의 뒤편에 웅크리고 앉아 햇살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슬라임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슬라임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찹쌀떡처럼 생긴 몬스터라 할 수 있겠다. 60센티미터 가량의 몸은 둥글둥글하며 눈동자는 별을 박아놓은 듯 반짝인다. 질긴 고무 같은 외피의 내부는 청색의 액체로 가득 차 있다. 슬라임의 레벨은 4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슬라임은 일반적인 것과 확연하게 다르다. 작은 몸체는 눈처럼 하얀색이며 등 쪽에는 푸른색으로 눈 결정의 문양이 그려져 있다.
필드 보스 몬스터, 눈꽃 슬라임이다.
레벨은 9. 전에 사냥한 고블린 검사보다 2레벨밖에 높지 않지만 네임드 몬스터와 필드 보스 몬스터는 기초 능력치부터가 다르다.
“나 혼자서는 역시 무리겠지.”
아무리 컨트롤에 자신이 있다고 하지만 상대는 필드 보스 몬스터. 다섯 명으로 구성된 팀이 최소 다섯 이상은 모여야 사냥이 가능한 괴물이다.
더군다나 현재 시안의 레벨은 6에 불과하다. HP, MP, 스테미나. 모든 것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싸우던 도중 지쳐서 쓰러질 것이 자명하다.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한 결과 불가능이라는 답을 도출한 시안은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렸다. 물론 포기한 것이 아니다. 철저한 준비를 위함이다.
마왕성이 있는 거점으로 복귀한 시안은 그동안 모아온 소재를 전부 판매했다. 그 대금을 가지고 행한 것은 대장간을 건설하는 일이다.
소환된 대장간은 정면이 뻥 뚫린 석재 건물이었으며, 화로나 망치 등 온갖 도구가 준비되어 있었다. 다만 어디에도 대장장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보를 열람한 결과 몬스터를 배치하면 해당 몬스터가 대장장이 기술을 배우고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가 떠올랐다. 다만 몬스터의 지능과 재능에 따라 숙련도에 차이가 있다는 추신이 덧붙어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재 시안의 휘하에 있는 몬스터는 고블린이 전부다.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고블린 대장장이가 탄생하게 되었다.
“세상에, 고블린 대장장이라니…….”
“키익! 말만 해라. 나의 재능으로 뭐든지 만들어 주겠다!”
멜빵바지를 입고 쇠망치를 허공에 휘두르며 우쭐거리는 모습이 위험한 장난감을 쥐어준 아이 같아 불안하기도 하고 좀처럼 신뢰하기 어려웠다.
“아무거나 검을 만들어 봐.”
시안은 고블린을 사냥하며 얻은 녹슨 단검 전부를 쏟아내며 말했다. 품질 좋은 철이 있으면 턱없이 부족한 고블린의 실력을 커버해 주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환경이 열악한 탓에 괜찮은 철을 구하기조차 어려웠다.
고블린은 단검의 녹을 벗겨내고 화로에 불을 붙였다. 시스템으로 인해 지식을 습득하기는 했지만 경험이 없기에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불안하기 짝이 없었으며, 아마추어가 보기에도 몹시 서투름이 느껴진다.
그러나 고블린은 기어코 하나의 검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특별한 주문이 없어 고블린 전용으로 만든 것인지 검이 길이는 짧고 무게도 가볍다. 설명을 읽어보니 ‘서투름’과 ‘조악함’이라는 단어가 여러 개 보인다. 하지만 녹슨 단검보다는 탁월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나쁘지 않네. 소재는 계속해서 보급해 줄 테니까 고블린 전용으로 검과 방패를 열 개 씩. 목재도 가져다 줄 테니 활과 창도 다섯 개씩 만들어줘. 화살은 최대한 많이. 가능해?”
“키익… 너무 많다.”
선천적으로 게으른 것인지 시안의 주문에 고블린은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시안은 일말의 자비도 없이 웃으며 노동을 강요했다.
“원래 군대는 위에서 까라면 까는 거야.”
“키익, 너무하다. 하다못해 노예조차 이보다는 대우가 좋을 것이다.”
투덜거리며 단검의 녹을 벗기기 시작하는 고블린을 보고 있자니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때문에 고블린의 옆에 가죽 자루 하나를 툭 떨어뜨렸다.
“교역소에서 파는 음식 중 가장 비싼 고기다. 내 입맛에 맞지 않지만 버리기 아까워서 주는 거니까 착각하지 말도록.”
“…키익?”
기뻐하면 좋을지, 슬퍼하면 좋을지 몰라 오묘한 표정을 하는 고블린을 뒤로한 시안은 의념 통화를 사용해 사냥을 하고 있는 고블린들을 불러 모았다.
새로운 사냥터를 발견하지 못해 동족인 고블린만 주구장창 사냥하던 녀석들은 이제 겨우 7레벨이 되어 있었다. 분대장인 고블린 검사의 경우 레벨이 오르기는커녕 경험치 막대조차 움직이지 않은 상황이다.
고블린들에게서 전리품을 회수한 시안은 단검만 골라서 대장장이에게 건네주었다.
“너희들은 여기서 검과 갑옷을 받아서 무장하도록 해.”
“키익! 알겠다!”
최초로 완성된 검은 고블린 검사에게 주었다.
고블린들이 무료 급식소에서 식판을 들고 배식을 기다리는 사람마냥 줄을 서 있을 때. 시안은 그들로부터 회수한 전리품의 나머지를 전부 팔아치웠다.
판매 대금을 들고 고블린 거점으로 향한 시안은 영혼 조각을 사용해 열 마리의 고블린을 추가로 소환했다.
원래 확률이 이런 건지, 아니면 단순히 운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네임드 고블린은 한 마리뿐이었다. 일반 고블린보다 비실하게 보이지만 엄연히 희귀 등급의 고블린 주술사였다.
주술사는 상대방의 방어력을 저하시키는 저주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활용하기에 따라 유용한 한 수가 되어줄 것이다.
돌아가는 길. 시안은 열 마리의 고블린들을 부려 소재가 되어줄 튼튼한 나무를 모았다. 도끼를 만들어 벌목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당장 사용할 도끼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은 목재를 대장장이 고블린에게 건네주니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무려 열다섯 마리의 고블린이 쭈그리고 앉아 대기표를 흔들어 댔다. 유일한 대장장이 고블린은 열심히 망치를 두드리며 신세를 한탄했다.
“어쩌다가 저런 악독한 주인을 만나서… 키익! 내 신세가 불쌍하다! 하지만 고기는 맛있다.”
모든 장비를 만드는 데는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동안 시안은 온라인으로 눈꽃 슬라임의 정보를 모으는 한편 개조 마법을 개발하는데 열중했다.
처음 하는 보스 레이드인데다 아군이라고는 멍청한 고블린이 전부이지만 보스의 패턴이 어렵지 않으므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이렇게 놓고 보니 얼추 그럴싸해졌네.”
무기의 장비를 끝낸 고블린들은 단검 하나만 들었을 때와 달리 나름대로의 군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산적들을 모아 정규군으로 편성한 느낌이다.
시안은 부대 편성 마법을 사용했다. 검과 방패를 들고 있는 1번 분대와 창으로 무장한 2번 분대, 그리고 활로 무장한 3번 분대다. 고블린 주술사는 3번 분대에 편성되었다.
이로써 조건은 충족되었다. 시안은 열다섯의 고블린들을 이끌고 필드 보스 눈꽃 슬라임이 기다리고 있는 눈 내리는 섬으로 향했다.
하루 만에 조우한 눈꽃 슬라임은 잠에서 깨어나 섬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무리를 짓고 있는 고블린이 지척까지 접근해 오자 눈꽃 슬라임의 몸집이 갑작스럽게 부풀어 올랐다.
1미터 남짓하던 덩치가 대번에 5미터까지 자라났다. 슬라임이 높은 확률로 가지고 있는 스킬인 거대화다.
“1번 부대 앞으로! 3번 부대 사격 개시!”
시안의 지휘에 따라 필드 보스 눈꽃 슬라임 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슬라임의 공격은 지극히 단순하다. 둥근 몸을 이리저리 굴리며 상대를 깔아뭉개는 것이 전부지만, 그 덩치가 워낙 거대하다보니 고블린에게는 집채만 한 바위가 굴러다니는 것으로 보였다.
“으케엑! 고, 고블린 살려!”
호기롭게 방패를 들고 앞을 막아선 고블린이 압도적인 질량에 짓눌려 비명을 질렀다. 해당 고블린에게 어그로가 몰린 사이 다른 고블린들이 열심히 칼질을 했으나 눈꽃 슬라임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그것은 궁수들이 쏘는 활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력 없는 고블린 대장장이가 만든 조악한 활이 강력한 위력을 선보이는 것이 오히려 더 수상할 것이다.
하지만 급소를 노리는 시안의 일격은 착실하게 대미지를 쌓았다.
“스킬 숙련도가 조금만 높았으면 암흑 화살을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나.”
연달아 터진 세 발의 암흑탄이 눈꽃 슬라임을 비틀거리게 만들었다. 거대한 몸이 들썩이며 빈틈이 드러난다.
“지금이다! 2번 분대, 돌격!”
“돌격이다, 돌겨어억!”
창을 들고 대기하던 고블린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기술도 뭣도 없이 눈을 감고 그냥 내지르는 것이 전부였지만 절묘한 타이밍에 주술사 고블린이 스킬을 사용했다.
“약해져라, 약해져라, 약해져라!”
주문 같지도 않은 주문이 있은 후, 눈꽃 슬라임의 체력 게이지 위로 저주의 상태 이상이 표시된다. 방어력이 하락한 상태에서 다섯 발의 창이 꽂히자 제법 많은 양의 체력이 깎여나갔다.
[쿠이이익!]
화가 난 듯 슬라임이 마구잡이로 뛰어 댔다.
“2번 분대는 빠르게 뒤로 후퇴.”
시안으로부터 후퇴 명령을 받은 2번 분대는 빠르게 후퇴했다. 덕분에 죽어나는 것은 방패를 가진 1번 부대였다.
“키익! 방패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무겁다! 그리고 혀 씹었다!”
“아이고, 내 허리! 아직 결혼도 못 했는데…….”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눈먼 화살이 눈꽃 슬라임의 눈알을 찌르자 분노의 몸부림은 더욱 거세졌다.
“마력 방패, 개조 마법…….”
고블린들이 고군분투하는 동안 시안은 하나의 개조 마법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미저리도 울고 갈 집착과 뛰어난 두뇌를 통해 암기한 일부의 마도 문자와 하루라는 시간을 꼬박 고블린과 실랑이해 가며 만든 개조 마법을 선보이려는 것이다.
7화
시안은 고블린들을 열심히 사냥하고 다녔다.
딱히 소재나 경험치가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다. 개조 마법을 연습하는데 특별한 장점도 없고 머리가 썩 좋은 편도 아닌 고블린 이상으로 적합한 사냥감이 주변에 달리 없었기 때문이다.
“이걸 이렇게 하면 암흑탄이 힘을 잃고 비실거리는구나. 그렇다고 이쪽의 문자 배열을 건드리면 아예 나아가는 힘을 상실해버리니… 아니, 이건 지뢰 대용으로 사용해도 되나?”
“키익… 인간, 차라리 나를 죽여라!”
한 마리 고블린을 제압한 시안은 그를 상대로 이리저리 개조한 암흑탄을 시험했다. 덕분에 편히 죽지 못하고 몇 번이나 생과 사의 경계를 들락날락거려야 했던 고블린은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했다.
상당히 많은 수의 고블린을 괴롭힌 덕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슬슬 완성이려나.”
아직 방대한 분량의 마도 문자 전체를 암기한 것은 아니지만, 실전에서도 써먹을 수 있을 만한 소정의 성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제 슬슬 고블린도 졸업해야겠지. 이제는 경험치도 쥐꼬리만큼밖에 안 주니까. 기왕이면 그 녀석에게 복수까지 하고 싶었는데.”
자신에게 처음으로 굴욕적인 죽음을 선물해 준 고블린 검사를 떠올린 시안이 이를 갈며 주먹을 떨었다.
개조 마법에 대한 실험 외에도 복수라는 두 번째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달성한 목표는 하나에 불과했다.
반복해서 고블린만 주구장창 사냥하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인 일이다.
손쉬운 사냥감인 것은 분명하지만 PAO의 시스템은 보다 레벨이 높은 사냥감을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레벨 6인 시안이 레벨 5의 고블린을 사냥해서 얻는 경험치의 양은 몹시 미미했다.
고블린이 출몰하는 서쪽 숲을 떠난 시안은 새로운 사냥터를 찾아 숲속을 배회했다. 미니맵이 있으므로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지만 미니맵은 해당 지역에 출몰하는 몬스터의 정보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모험가 길드에서 판매하는 지도에는 몬스터 출몰 지역까지 표시되어 있는데…….”
이럴 때는 플레이어를 위한 편의시설이 그리웠다.
밝혀지지 않은 숲을 나아가던 시안은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특이한 지형과 조우하게 되었다.
커다란 숲이 갑자기 끊어지더니 탁 트인 공간과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얕은 물웅덩이가 나타났다. 물웅덩이에는 얼음 조각이 둥둥 떠다녔다.
웅덩이의 중심부에는 작은 섬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섬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주변의 기후는 한여름처럼 더위가 몰아치는데도 말이다.
<업적. 눈 내리는 섬 발견!>
대자연의 불가사의. 눈 내리는 섬을 발견하셨습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녹지 않는 새하얀 눈은 마력의 결정체입니다. 주변에 강한 마력을 품은 몬스터가 탄생할 수 있으니 주의를 요망합니다.
― 위대한 자연을 감상하셨습니다. 마력이 영구적으로 1 상승합니다.
― 얼음 속성 저항력이 1% 상승합니다.
“오오! 이게 말로만 들었던 눈 내리는 섬인가…….”
영구적으로 마력과 얼음 속성 저항력이 상승했다는 문구보다 시안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눈 내리는 섬 그 자체였다.
눈 내리는 섬은 전작인 PPO에서도 존재하던 대자연의 불가사의다.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켜 줘서 마력 계열 플레이어라면 한 번쯤은 거쳐야 할 필수적인 장소로 손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상승한 어빌리티보다 중요한 것은 눈 내리는 섬을 발견함으로써 주변의 지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안은 조속히 머릿속에 PPO의 대륙 지도를 떠올렸다.
“분명 눈 내리는 섬이 있던 장소는 북대륙에서도 남동쪽. 이카라스 지방에 있는 별이 지는 숲이었지.”
추리를 마친 시안은 흡족하게 웃었다. 이로써 자신이 대륙의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커다란 수확이다.
“별이 지는 숲 서쪽에는 소도시 판테라가 있어. 고블린의 출몰 지역으로 따져보았을 때 판테라와 거점의 거리는 고작해야 이틀거리인가.”
생각보다 마왕성의 위치가 인간 문명과 가깝다. 말이 이틀거리지 탈것을 이용하면 하루도 걸리지 않아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며칠 계획을 세워두고 사냥을 하던 플레이어에게 쉽사리 발견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플레이어에게 발각된다면 척살하겠다고 떼를 지어서 우르르 몰려올지도 몰라.”
아직 초창기인지라 플레이어들의 평균 레벨은 고작해야 4를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솔로 플레이를 통해 경험치를 독식하는 시안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것이다.
하지만 다섯 명씩 팀을 이룬 플레이어가 우르르 몰려든다면 시안으로써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마왕성이 점령당할 경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이나 동화 등의 이야기 속에서 용사에게 당한 마왕의 말로는 언제나 비참하다.
“고블린을 잔뜩 소환해 군대라도 만들어서 배치해 둘까.”
아직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들에게는 고블린조차도 위협적이다. 그런 고블린이 다섯 마리씩 몰려다닌다면? 아마도 재앙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구태여 직접 찾아가면서까지 플레이어들에게 시비를 걸어 원한을 살 필요는 없다. 흥미가 동하는 일이지만 강제로 호기심을 거둔 시안은 본래의 목적이던 사냥감의 탐색에 집중했다.
“그러고 보니 눈 내리는 섬 근처에서 필드 보스 몬스터가 이따금 출몰한다고 들었는데, 어디 없으려나.”
시안은 얼굴 가득 기대를 내포한 채 눈 내리는 섬으로 접근했다. 필드 보스 몬스터는 특정한 조건을 채우거나 일정한 대기시간을 두고 출몰한다.
필드 보스 몬스터는 일반 몬스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품의 장비나 소재를 떨어뜨리므로 대기 순서가 있을 만큼 인기가 있는 몬스터다.
하지만 지금은 게임의 오픈 초창기이므로 아직 이곳까지 도달한 플레이어는 없을 터. 그렇다면 필드 보스 몬스터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시안은 치솟는 기대를 억누르지 못해 콧노래를 부르며 섬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 결과 섬의 뒤편에 웅크리고 앉아 햇살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슬라임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슬라임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찹쌀떡처럼 생긴 몬스터라 할 수 있겠다. 60센티미터 가량의 몸은 둥글둥글하며 눈동자는 별을 박아놓은 듯 반짝인다. 질긴 고무 같은 외피의 내부는 청색의 액체로 가득 차 있다. 슬라임의 레벨은 4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슬라임은 일반적인 것과 확연하게 다르다. 작은 몸체는 눈처럼 하얀색이며 등 쪽에는 푸른색으로 눈 결정의 문양이 그려져 있다.
필드 보스 몬스터, 눈꽃 슬라임이다.
레벨은 9. 전에 사냥한 고블린 검사보다 2레벨밖에 높지 않지만 네임드 몬스터와 필드 보스 몬스터는 기초 능력치부터가 다르다.
“나 혼자서는 역시 무리겠지.”
아무리 컨트롤에 자신이 있다고 하지만 상대는 필드 보스 몬스터. 다섯 명으로 구성된 팀이 최소 다섯 이상은 모여야 사냥이 가능한 괴물이다.
더군다나 현재 시안의 레벨은 6에 불과하다. HP, MP, 스테미나. 모든 것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싸우던 도중 지쳐서 쓰러질 것이 자명하다.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한 결과 불가능이라는 답을 도출한 시안은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렸다. 물론 포기한 것이 아니다. 철저한 준비를 위함이다.
마왕성이 있는 거점으로 복귀한 시안은 그동안 모아온 소재를 전부 판매했다. 그 대금을 가지고 행한 것은 대장간을 건설하는 일이다.
소환된 대장간은 정면이 뻥 뚫린 석재 건물이었으며, 화로나 망치 등 온갖 도구가 준비되어 있었다. 다만 어디에도 대장장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보를 열람한 결과 몬스터를 배치하면 해당 몬스터가 대장장이 기술을 배우고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가 떠올랐다. 다만 몬스터의 지능과 재능에 따라 숙련도에 차이가 있다는 추신이 덧붙어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재 시안의 휘하에 있는 몬스터는 고블린이 전부다.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고블린 대장장이가 탄생하게 되었다.
“세상에, 고블린 대장장이라니…….”
“키익! 말만 해라. 나의 재능으로 뭐든지 만들어 주겠다!”
멜빵바지를 입고 쇠망치를 허공에 휘두르며 우쭐거리는 모습이 위험한 장난감을 쥐어준 아이 같아 불안하기도 하고 좀처럼 신뢰하기 어려웠다.
“아무거나 검을 만들어 봐.”
시안은 고블린을 사냥하며 얻은 녹슨 단검 전부를 쏟아내며 말했다. 품질 좋은 철이 있으면 턱없이 부족한 고블린의 실력을 커버해 주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환경이 열악한 탓에 괜찮은 철을 구하기조차 어려웠다.
고블린은 단검의 녹을 벗겨내고 화로에 불을 붙였다. 시스템으로 인해 지식을 습득하기는 했지만 경험이 없기에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불안하기 짝이 없었으며, 아마추어가 보기에도 몹시 서투름이 느껴진다.
그러나 고블린은 기어코 하나의 검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특별한 주문이 없어 고블린 전용으로 만든 것인지 검이 길이는 짧고 무게도 가볍다. 설명을 읽어보니 ‘서투름’과 ‘조악함’이라는 단어가 여러 개 보인다. 하지만 녹슨 단검보다는 탁월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나쁘지 않네. 소재는 계속해서 보급해 줄 테니까 고블린 전용으로 검과 방패를 열 개 씩. 목재도 가져다 줄 테니 활과 창도 다섯 개씩 만들어줘. 화살은 최대한 많이. 가능해?”
“키익… 너무 많다.”
선천적으로 게으른 것인지 시안의 주문에 고블린은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시안은 일말의 자비도 없이 웃으며 노동을 강요했다.
“원래 군대는 위에서 까라면 까는 거야.”
“키익, 너무하다. 하다못해 노예조차 이보다는 대우가 좋을 것이다.”
투덜거리며 단검의 녹을 벗기기 시작하는 고블린을 보고 있자니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때문에 고블린의 옆에 가죽 자루 하나를 툭 떨어뜨렸다.
“교역소에서 파는 음식 중 가장 비싼 고기다. 내 입맛에 맞지 않지만 버리기 아까워서 주는 거니까 착각하지 말도록.”
“…키익?”
기뻐하면 좋을지, 슬퍼하면 좋을지 몰라 오묘한 표정을 하는 고블린을 뒤로한 시안은 의념 통화를 사용해 사냥을 하고 있는 고블린들을 불러 모았다.
새로운 사냥터를 발견하지 못해 동족인 고블린만 주구장창 사냥하던 녀석들은 이제 겨우 7레벨이 되어 있었다. 분대장인 고블린 검사의 경우 레벨이 오르기는커녕 경험치 막대조차 움직이지 않은 상황이다.
고블린들에게서 전리품을 회수한 시안은 단검만 골라서 대장장이에게 건네주었다.
“너희들은 여기서 검과 갑옷을 받아서 무장하도록 해.”
“키익! 알겠다!”
최초로 완성된 검은 고블린 검사에게 주었다.
고블린들이 무료 급식소에서 식판을 들고 배식을 기다리는 사람마냥 줄을 서 있을 때. 시안은 그들로부터 회수한 전리품의 나머지를 전부 팔아치웠다.
판매 대금을 들고 고블린 거점으로 향한 시안은 영혼 조각을 사용해 열 마리의 고블린을 추가로 소환했다.
원래 확률이 이런 건지, 아니면 단순히 운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네임드 고블린은 한 마리뿐이었다. 일반 고블린보다 비실하게 보이지만 엄연히 희귀 등급의 고블린 주술사였다.
주술사는 상대방의 방어력을 저하시키는 저주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활용하기에 따라 유용한 한 수가 되어줄 것이다.
돌아가는 길. 시안은 열 마리의 고블린들을 부려 소재가 되어줄 튼튼한 나무를 모았다. 도끼를 만들어 벌목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당장 사용할 도끼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은 목재를 대장장이 고블린에게 건네주니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무려 열다섯 마리의 고블린이 쭈그리고 앉아 대기표를 흔들어 댔다. 유일한 대장장이 고블린은 열심히 망치를 두드리며 신세를 한탄했다.
“어쩌다가 저런 악독한 주인을 만나서… 키익! 내 신세가 불쌍하다! 하지만 고기는 맛있다.”
모든 장비를 만드는 데는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동안 시안은 온라인으로 눈꽃 슬라임의 정보를 모으는 한편 개조 마법을 개발하는데 열중했다.
처음 하는 보스 레이드인데다 아군이라고는 멍청한 고블린이 전부이지만 보스의 패턴이 어렵지 않으므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이렇게 놓고 보니 얼추 그럴싸해졌네.”
무기의 장비를 끝낸 고블린들은 단검 하나만 들었을 때와 달리 나름대로의 군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산적들을 모아 정규군으로 편성한 느낌이다.
시안은 부대 편성 마법을 사용했다. 검과 방패를 들고 있는 1번 분대와 창으로 무장한 2번 분대, 그리고 활로 무장한 3번 분대다. 고블린 주술사는 3번 분대에 편성되었다.
이로써 조건은 충족되었다. 시안은 열다섯의 고블린들을 이끌고 필드 보스 눈꽃 슬라임이 기다리고 있는 눈 내리는 섬으로 향했다.
하루 만에 조우한 눈꽃 슬라임은 잠에서 깨어나 섬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무리를 짓고 있는 고블린이 지척까지 접근해 오자 눈꽃 슬라임의 몸집이 갑작스럽게 부풀어 올랐다.
1미터 남짓하던 덩치가 대번에 5미터까지 자라났다. 슬라임이 높은 확률로 가지고 있는 스킬인 거대화다.
“1번 부대 앞으로! 3번 부대 사격 개시!”
시안의 지휘에 따라 필드 보스 눈꽃 슬라임 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슬라임의 공격은 지극히 단순하다. 둥근 몸을 이리저리 굴리며 상대를 깔아뭉개는 것이 전부지만, 그 덩치가 워낙 거대하다보니 고블린에게는 집채만 한 바위가 굴러다니는 것으로 보였다.
“으케엑! 고, 고블린 살려!”
호기롭게 방패를 들고 앞을 막아선 고블린이 압도적인 질량에 짓눌려 비명을 질렀다. 해당 고블린에게 어그로가 몰린 사이 다른 고블린들이 열심히 칼질을 했으나 눈꽃 슬라임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그것은 궁수들이 쏘는 활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력 없는 고블린 대장장이가 만든 조악한 활이 강력한 위력을 선보이는 것이 오히려 더 수상할 것이다.
하지만 급소를 노리는 시안의 일격은 착실하게 대미지를 쌓았다.
“스킬 숙련도가 조금만 높았으면 암흑 화살을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나.”
연달아 터진 세 발의 암흑탄이 눈꽃 슬라임을 비틀거리게 만들었다. 거대한 몸이 들썩이며 빈틈이 드러난다.
“지금이다! 2번 분대, 돌격!”
“돌격이다, 돌겨어억!”
창을 들고 대기하던 고블린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기술도 뭣도 없이 눈을 감고 그냥 내지르는 것이 전부였지만 절묘한 타이밍에 주술사 고블린이 스킬을 사용했다.
“약해져라, 약해져라, 약해져라!”
주문 같지도 않은 주문이 있은 후, 눈꽃 슬라임의 체력 게이지 위로 저주의 상태 이상이 표시된다. 방어력이 하락한 상태에서 다섯 발의 창이 꽂히자 제법 많은 양의 체력이 깎여나갔다.
[쿠이이익!]
화가 난 듯 슬라임이 마구잡이로 뛰어 댔다.
“2번 분대는 빠르게 뒤로 후퇴.”
시안으로부터 후퇴 명령을 받은 2번 분대는 빠르게 후퇴했다. 덕분에 죽어나는 것은 방패를 가진 1번 부대였다.
“키익! 방패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무겁다! 그리고 혀 씹었다!”
“아이고, 내 허리! 아직 결혼도 못 했는데…….”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눈먼 화살이 눈꽃 슬라임의 눈알을 찌르자 분노의 몸부림은 더욱 거세졌다.
“마력 방패, 개조 마법…….”
고블린들이 고군분투하는 동안 시안은 하나의 개조 마법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미저리도 울고 갈 집착과 뛰어난 두뇌를 통해 암기한 일부의 마도 문자와 하루라는 시간을 꼬박 고블린과 실랑이해 가며 만든 개조 마법을 선보이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