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염라 : 소울 콜렉터 1권 (14화)


5. 발설지옥(拔舌地獄) (3)

주택가에 지어진 커다란 성당. 비잔틴 양식의 모자이크 장식으로 가득 차 있으며, 파이프 오르간이 풍성하게 울려 퍼져 웅장한 진동이 고막을 가열차게 흔든다.
성모 마리아 상 앞, 한 어린아이가 눈이 가려진 채 의자에 묶여 있었고, 그 중심으로 다섯 명의 신자들이 무릎 꿇고 앉아 중얼거리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저희를 구원하여 살피옵고…….”
“하늘의 계신 아버지 하느님…….”
“…저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마치 성가대 마냥 성당 내에 울리는 신자들의 목소리가 의자에 묶여 있는 아이에게는 마치 귓가에 바늘을 찌르는 듯 고통스러워하며 움찔움찔 떨리기 시작했다.
“으으으…….”
아이의 입에서 침이 흘러나오며 온몸을 이용해 의자를 힘차게 흔들기 시작했다.
“좀 더 꽉 잡아야 한다!”
가장 연륜이 있어 보이며 사제가 외치자 그 주위에 있던 사제들은 더 몸을 숙이고, 더 크게 기도문을 외웠다.
“으아아아아! 성 루시퍼, 성 벨제붑, 성 바알… 지하에 계신 아버지, 왕이시여…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그 순간 기도문을 외우던 사제들의 입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멈췄다.
방금 이 아이, 아니 악마가 뭐라고 한 건가. 방금 그가 중얼 거린 건 마치 그들의 기도문을 따라한 듯한 말이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그 입으로 불경한 이름을 담느냐!”
“제가 지옥으로 가더라도 변함없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주시옵고, 마리아 년의 엉덩이를 때릴 수 있게 해주시옵고……!”
“저, 저런……!”
악마가 말하는 지옥이란 천국을 말하는 것이었고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가 귀를 막고 싶은, 불경하기 그지없는 단어들이었다.
“닥쳐라!”
한 신자가 일어나서 성수를 들고 아이의 몸에다가 성호를 긋듯 뿌렸다. 악마는 성수가 통하지 않는 건지 마치 성수를 수돗물 마냥 가볍게 받아들이며 입을 멈추지 않고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하하, 그래! 어리석은 양들아… 한없이 미천하고 욕심만 많은 자손들아… 내가 소원을 이뤄줄 테니 그깟 기도문 좀 읊지 마라. 원하면 내가 기도문 하나 만들어주겠노라.”
마치 자신이 신인 양, 혹은 신의 대리인인 양 말하는 악마를 보며 그들은 당장 악마를 때려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게 악마의 속삭임인가, 여기서 아이를 죽이면 악마는 아마 다섯 신자 중 하나에게 들어가 이곳 전체를 타락시킬 게 틀림없었다. 때문에 아무리 화가 나고 떨려도 진정해야 했다.
“악마의 말은 무시하고 계속 기도문을 읊어라! 악마의 속삭임을 들을수록 우리는 현혹되고 만다!”
그들은 다시 한 번 마음을 잡고 두 손을 간절하게 모아 꽉 쥔 채 악마의 목소리는 안 들리는 척 머릿속으로 기도문만을 되뇌며 읊고 있었다.
“크흐흐… 기도만 읊어서 축 처진 그걸 다시 살려주마! 새로운 쾌락에 눈뜨게 해주고, 다신 잊을 수 없는 여자의 맛도 알려주마!”
온갖 음담패설을 읊는 악마의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옷 속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들어 갔고 머리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 흐르고 있었다.
덜컹―!
그때, 굳게 닫혀있던 성당의 문이 열리며 눈부신 태양빛에 대비되는 검은 코트를 흩날리며 성당으로 불그스름한 피부의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하필 성당인가.”
염라는 온갖 짜증을 표출해 내며 마리아 상을 한 번 보고는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곳은 옥황의 영향이 지대하게 받는 곳이었다. 신을 숭배하는 곳에 다른 신이 오면 왠지 남의 집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어 찝찝함을 감출 수 없었다.
“오, 염라… 어서 오게!”
기도하고 있던 한 늙은 사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염라를 반갑게 맞이했다.
온몸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걸 보면 그가 지금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 수 있었다.
“좀 도와주게. 어찌된 영문인지 기도가 하나도 안 먹혀.”
기독교 교리가 안 먹힌다면 그만큼 그 종교에 면역이 있다는 소리였다. 여태껏 기독교 퇴마사들에게 당했지만 간신히 천국으로 가는 걸 모면하고 탈출했다고 봐도 되는, 목숨이 끈질긴 악마였을 수 있었다.
차라리 불교의 법사나 무속인들에게 부탁하면 됐을지도 모르지만 신부는 혹여나 그들도 잡지 못할까 싶어 국내 퇴마사 중 가장 실력이 좋은 염라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제게 부탁하면 저 아이가 어찌 될지 모르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 그건…….”
신부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염라가 실력이 좋은 건 확실했으나 그만큼 위험부담이 따랐다. 그가 퇴마를 하면 확실히 악마는 깔끔하게 사라진다. 한때 악령조차도 성불이 아니라 어떻게 했는지 깔끔하게 소멸시켜 버린 전적도 있었다. 다만 그 소멸에 따라 빙의된 사람의 몸은 더 이상 일반인처럼 살 수 없게 되어버렸다. 전부 자폐증이나 정신지체가 되었다.
염라가 영혼 하나를 이용해 악마를 소멸시키는 방법으로 혼으로 백 덩어리인 악마의 몸을 터뜨리고 그 악마의 잔해, 백 덩어리를 흡수하는 식이었다.
그와 동시에 사람의 혼은 일정부분 손상이 되거나 아예 망가져 저승으로 떨어지는데, 혼이 손상을 입으면 자체 회복이 안 될뿐더러 인간의 정신에 큰 손상이 가게 된다. 정신지체에서부터 자폐증, 그리고 최악으로는 식물인간이 되게 된다.
“그게 싫다면 제게 연락한 이유가 뭡니까?”
염라가 신경질적으로 묻자 신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자네가 요새… 방법이 좀 달라졌다고 들어서 말일세. 두 명이나 구했다고…….”
역시. 신부가 자신을 찾을 때면 굉장히 다급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번 통화는 굉장히 그를 믿고 구원해 줄 거 같다는 분위기가 다분히 들려왔다. 금비와 그 이후 어린 아이를 구한 것. 여태 사람들은 전부 정상적인 사람으로 살지 못했는데 고작 두 명을 구했다고 무슨 확신을 갖는 걸까.
“운이 좋은 케이스였어요.”
금비의 일은 악마와의 나름 거래로 염라의 힘을 굳이 소모시켜서 구한 것이었고, 아이를 구한 건 그 악마가 지나치게 약한 탓이었다. 게다가 금비가 직접 나서서 구한 것이었고 그 여파로 그녀는 지금도 구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염라는 저 악마와 거래를 할 생각도 없고, 굳이 자신의 품에 가지고 있는 금색 도장을 이용해 구원해줄 생각도 없었다.
“이번엔 그런 일은 안 일어날 겁니다.”
염라가 단단히 못을 박자 신부는 의기소침해진 표정으로 알겠다며 물러났다.
웬 사제도 아닌 일반인이 다가오자 땀을 뻘뻘 흘리며 기도하고 있던 신부들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물러나시게.”
늙은 신부의 말에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 물러났다.
“누가 왔나?”
눈가리개 덕분에 앞이 보이지 않는 악마는 갑자기 기도가 조용해지고 파이프 오르간 소리만 나오자 고개를 흔들며 어떻게든 눈가리개의 틈새에서 앞을 바라보려 하고 있었다.
“맞아, 너를 없앨 사람이 찾아왔다.”
염라가 그 어떤 준비 자세도 없이 아이의 머리에 손가락을 콕 찍었다.
치이이익―!
순간 촛농이 머리에 떨어뜨리는 화끈한 통증에 악마는 기도문을 들었을 때보다 더 격하게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고기가 구워지는 것과 같은 소리에 실제로 염라가 콕 찌른 부분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끄아아, 뭐야, 치워! 으아아,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하며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흔들었으나 얼마나 꽉 묶은 건지 악마는 의자만 흔들며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염라가 슬쩍 손가락을 빼내고는 몸을 낮춰 물었다.
“뭐, 신부님의 체면도 있으니까 기회를 주지. 네 스스로 아이의 몸에서 빠져나와라. 그리고 내 손에 죽어라.”
“크으으… 뭐야, 방금. 성물이냐?”
고통이 채 가시지 않은 악마는 입으로 멀건 침을 흘렸고 염라의 말에는 대답할 생각도 없는 듯 딴소리를 해댔다.
“굳이 숨어 있겠다면 상관없다. 어차피 네 운명은 소멸이거든.”
“성물이 통할 리가 없어! 내가 어떤 몸인데! 감히 인간 놈들 따위의 성물이……!”
이어지는 동문서답에 염라는 더 이상 대화할 필요가 없는 듯, 이번엔 손가락이 아닌 손바닥 전체를 아이의 머리에 가져다 댔다.
“끄아아아아아아!”
섭씨 천도가 넘는 쇳물을 머리에 부은 기분이었다. 머리가 까맣게 타들어 갈 것 같은 고통에 악마는 혼자서 지진이라도 울린 듯 몸을 흔들어 댔다.
“뭐냐, 뭐야아아아! 나한테 뭘 덮은 거야아아아!”
악마가 목이 쉴 정도로 악을 지르자 염라는 쿡쿡 웃으며 고통스러워하는 악마를 바라봤다.
“말 그대로 성물이야. 근데 기독교 성물은 아니고 태초부터 존재한 아주 신성한 육체랄까.”
염라는 신이었고 신의 육체는 악마와는 극상성의 신체였다. 오죽하면 신의 피가 묻은 옷이 악마에게 치명적일까. 심지어 신 그 자체가 손을 댔으니 악마는 강력한 불길에 힘없이 타오르는 마른 장작 수준이었다.
“이게 싫으면 깔끔하게 이 몸에서 나와 죽어.”
염라는 그에게 선택권 아닌 선택권을 줬지만 결정은 빤했다. 어차피 악마들의 고집이야 다 거기서 거기였다.
“꺼져, 새끼야!”
악마의 고집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염라는 아이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는 오른쪽 검지를 살짝 물어뜯어 피를 배어나오게 하곤 왼쪽 손바닥에 도화지처럼 글씨를 큼지막하게 그리듯 써냈다.
“네 백은 잘 받아가마.”
염라는 손바닥을 쫙 피고 아이의 명치를 향해 있는 힘껏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뭐?”
악마는 그의 말이 뭔지 깨닫기도 전에 아이의 명치 부분에서부터 강렬한 충격이 전해졌다.
터어엉―!
악마의 몸이 강한 충격에 밀려 아이의 몸에서 빠져 나왔다. 가슴에 북슬북슬한 털을 가진 보랏빛 피부의 반라의 수컷. 그는 노란 눈에 녹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고, 주변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고요한 세상이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무척 낯익은 세상이었다.
검붉은 하늘에 누렇고 거무죽죽한 색이 섞인 구름이 마치 태풍이 휘몰아치는 것 마냥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고열의 바람은 잿불을 머금고 휘날렸고, 땅바닥은 다 죽은 듯 갈색의 토양과 하늘의 검붉은 빛을 받은 색으로 짙게 깔려 있었다. 온전해 보였던 성당은 모자이크 장식의 유리에 금이 쩍쩍 가며 깨져 있었고, 성모 마리아 동상은 신체 일부가 박살나 바닥에 그 잔해가 깔려 있었다. 성당 외부는 천장 귀퉁이가 이미 드러나 있었고, 벽은 제 역할을 못하는 듯 이곳저곳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치 인간은 멸종했고 세상은 대규모 전쟁이라도 일어난 듯 온 건물이 성한 곳이 없었다. 지독한 유황 냄새가 가득한 고열의 바람이 가득할 뿐인, 완전히 죽은 세상. 이곳은 자신이 탐일 때 살아가던 세상. 그래, 마치 고향과 같은 곳. 현실 세계와는 정반대의 세상… 음의 세계였다.
그런데 왜 자신이 여기 있는가?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악마는 의문을 품으며 자신의 하체를 바라보자 하체는 온몸이 꽁꽁 묶여 있는 아이의 신체에 걸려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아아, 아이의 몸속에서 혼을 갉아먹고 있었지. 악마는 잠깐 잊고 있다는 듯 다시 일을 떠올리고 아이의 몸에 들어가려고 했다.
욱신―
목구멍이 아팠다. 점점 통증이 심해지고 박살날 것 같았다. 악마는 안 보이는 자신의 입을 보려고 눈알만 아래로 내리 깔았다. 그의 입에서 우윳빛 눈부신 빛이 입과 코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뭐야, 이건!’
헉 하고 숨을 삼킨 그는 자신의 입과 식도, 기도를 헤집는 둥근 뭔가가 있다는 것을 느끼며 입을 어쩌지 못하고 안절부절 했다. 아이의 몸에서부터 긴 꼬리처럼 늘어진 무언가는 악마의 입속으로 들어가 얼굴을 곧 터뜨릴 듯 헤집고, 부풀어 올랐다.
“으, 으아아아…….”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망할 혼이 자신의 숨소리를 막아서 목구멍 타고 나오지 못하는 듯싶었다.
쩌적―
악마의 얼굴에 뻘건 혈관이 툭툭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내 마른 논바닥마냥 얼굴이 쩍쩍 갈라지며 균열이 일어났고, 조각상이 박살나는 것 마냥 자신의 머리도 박살난 것만 같았다.
쑥―!
그때 아이의 몸을 뚫고 성인 남자의 키만 한 불그스름한 손이 튀어나와 악마를 콱 붙잡았다.
“으아아……!”
온 몸이 바스라지는 느낌. 머리가 산산조각 날 것 같은데 그걸 가속화시키듯 거대한 손은 악마의 몸을 부서져라 꽉 쥐기 시작했고, 피가 머리로 몰리는 것 같았다.
“크어어어……!”
악마는 죽기 전에 뭐라도 해보려는 것처럼 눈을 부릅뜨고 아이를 바라봤다. 정확히는 아이의 바로 건너편에 있는, 이 큰 손의 주인. 그를 보려고 했다.
“…너, 너는… 누구냐!”
인간보다도 커다란 손, 그리고 악마조차도 꼼짝 못하게 하는 힘과 중압감. 아이의 건너편에 있던 손의 주인은 아이의 몸을 뚫고 얼굴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눈매와 그 눈매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긴 속눈썹. 그리고 눈 안에 담긴 빠져들 듯 황홀한 색상의 금안의 눈동자, 관리하기 힘들어 보이는 긴 백발에 마치 불에 익은 것처럼 불그스름한 피부가 특이한 남자였다.
악마는 그 모습이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 지옥과 저승에 살던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존재지만 악마는 음의 세계에서 태어난, 그리고 그렇게 알고 있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자신을 이렇게 휘어잡은 위대한 자가 누구인지 그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악마들은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있다고 하던데, 넌 왕따인가 보군.”
“뭐, 뭐라고!”
악마는 발끈해서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그저 몸만 부르르 떨린 채 미동조차 못하고 있었다.
“발설지옥은 죄를 지은 자의 혓바닥을 꺼내 몽둥이로 두드려서 부풀게 만들지. 지금 네 머리통이 부풀어 오른 것처럼 말이야.”
악마는 순간 자신의 시야 속에서 부풀어 오른 게 보이는 자신의 얼굴을 눈알만 굴리며 보고 있었다. 눈꺼풀은 눈알을 보호해 준다는 게 거짓말일 정도로 붕 떴고, 광대뼈는 혈관이 버티지 못하게 터질 것 마냥 충혈이 되어, 마치 종양처럼 자라 올라왔다.
곧 알이 부화할 것처럼 울룩불룩 하게 움직이는 모양이었다.
“부풀어 오른 다음엔 어떻게 하는지 아나?”
“……!”
악마를 잡고 있는 손보다 현저하게 작은 반대쪽 손으로 입에서 빛이 나는 악마의 입을 향해 손을 쑥 집어넣었다.
“커컥……!”
이내 확 혓바닥을 빼내며 겁을 집어 먹은 채 눈동자를 덜덜 떠는 악마를 바라보며 매혹적인 웃음을 짓고 금안을 빛냈다.
“그 더러운 혓바닥… 함부로 놀리면 안 된다는 걸 알게 해주마.”
채앵―!
갑자기 허공에서 칼, 쟁기 등 수많은 날붙이들이 그의 부푼 머리 위로 나타나며 마치 홀로 살아 있는 듯 붕 움직였고, 날붙이는 부풀어 오른 악마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으, 으아아아아!”
악마는 온 얼굴에 물을 쏟아내며 비명을 질렀다.
퍼석―!
“흠.”
염라는 만족한 표정을 짓고 아이의 명치에서 손을 떼어냈다.
아이는 무슨 충격이라도 받은 건지 충혈된 눈을 까뒤집은 채 혀를 내밀고 눈물, 콧물, 침을 쏟으며 기절해 있었다.
아이가 쥐 죽은 듯 아무런 미동을 보이지 않자 사제들은 놀라서 다급하게 아이를 향해 뛰어갔다.
염라는 해결했다는 표정을 짓고 사제들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고, 늙은 신부는 염라를 한 번 바라보고는 아이의 상태를 진찰하기 위해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