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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환생기 (21화)
가정맹어마 ― (1)
“…누구냐, 너는.”
“너를 신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사람.”
미카엘은 시퍼런 안광을 빛내며 말했다.
“헛소리 마라!”
상처받은 괴수는 더욱 더 흉포해졌다.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서 더더욱 그러했다.
쿠우웅.
“크아악!”
아까보다 확연히 더 빨라진 트위드의 신형.
발밑에서 청석은 이제 아예 가루로 변해 산산이 깨어져 나간다.
쿠아아앙.
한껏 비튼 그의 검은 강한 와류를 만들어낸다.
그야말로 가히 역천의 기세.
헤사다 트위드는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건 단순한 검격이 아니다.
이 테헤나트의 와류에 말려드는 순간 몸이 찢기는 죽음만이 있을 뿐.
“죽어랏! 이놈!”
하지만 그의 검은 이번에도 대상을 놓쳤다. 트위드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 어디?”
“여기다. 이 자식아.”
눈으로 가히 쫓을 수 없는 극상의 신법.
어느새 뒤를 점하고 있었다. 미카엘은 검을 역수로 쥔 손으로 등을 찔렀다.
“크헉!”
격통을 참지 못한 트위드는 짐승 같은 울부짖음을 짖으며 앞으로 튀어나간다.
하지만 미카엘은 한 번 잡은 먹이를 놓치지 않았다.
푹. 푹. 푹. 푹.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변한 등.
“으아아악! 이 조그만 자식이…….”
“거참, 아직 기세가 살았네.”
미간을 찌푸린 미카엘은 손끝에 힘을 더 실었다.
쿠아앙!
순식간에 쾌검에서 패검으로 변한 검세.
힘의 파장이 원심을 그리며 한곳으로 집중된다.
“으아아악!”
검력을 제대로 얻어맞은 트위드는 마치 돌이 물수제비를 그리는 것처럼 사정없이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미카엘은 집요했다.
쓰러지는 것조차 허락지 않은 것.
쾌속의 신법으로 따라잡은 미카엘은 그 뒷덜미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바로 손을 주우욱 늘려 채찍으로 내리치듯 내리찍었다.
“크아아악!”
그대로 정수리부터 땅에 박힌 트위드는 다리를 버둥거렸다.
“힘들지? 꺼내 줄게.”
“아…안 돼. 그…그만.”
하지만 미카엘은 그런 몸부림에도 상관 않고 그대로 무를 땅에서 뽑듯 힘차게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 큰 신형이 이번에는 공중으로 오 장은 넘게 치솟았다.
그 튀어 오른 신형이 땅에 떨어질 때쯤 반원을 그려 그대로 원앙퇴로 후려치니, 트위드는 기암괴석을 뚫고 날아가 그대로 삼십여 장 뒤 거석 뒤에 박히고 가서야 멈춰 섰다.
“끄으으으… 제, 제발…….”
“어때, 내가 장담한 대로 신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데 얼마 안 걸렸지?”
보고 있던 사람들은 기가 막힌 표정을 하였다. 특히 로렌트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저… 저게 진짜 가능하단 말야? 어떻게 저 나이에?”
아무리 그래도 자신은 백작가의 차석 기사였고. 안목만큼은 자신했다. 저 정도라면 트와빈가의 기사단장은 그대로 찜쪄 먹을 만한 솜씨다.
“으… 으으…….”
“뭐라고?”
“사… 살려주시오.”
미카엘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어떻게 자신의 목숨에는 이리 관대하단 말인가. 저놈이 호의호식하는 동안 멜핀은 쓰디쓴 과일 하나 주으려 목숨을 걸었다.
“네놈이 살아야 하는 이유, 한 가지라도 대 보아라!”
트위드의 눈이 뒤룩뒤룩 굴러갔다. 그 시선이 어느샌가 마을 사람에게 향했다.
하지만 그걸 눈치챈 미카엘이 몸을 움직여 시선을 차단하였다.
혹시나 마을 사람들을 선동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파테르, 파테르께서…….”
“말도 안 돼…….”
믿지 못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
마을 사람들은 너무 한순간에 트위드가 무너졌기에 감히 덤벼들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절망에 찬 트위드는 감히 대항할 생각을 버리고 비굴한 표정을 지었다.
“저들은 제가 없으면 안 됩니다.”
“하하하. 웃기는 소리하지 마라. 저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온단 말야?”
미카엘은 트위드의 멱살을 잡아 올려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게 하였다.
죄다 바싹 마른데다 하나같이 꾀죄죄하다 못해 누더기 같은 옷을 걸치고 있다.
그에 반해 트위드는 라이레거 가죽으로 무두질된 가죽옷을 고급스럽게 걸치고 있어 그들의 모습과 극명하게 대조되었다.
“으… 으으으…….”
목 죄임으로 발버둥을 치던 트위드는 발작적으로 소리를 쳤다.
“나… 나를 죽이면, 저들을 지켜줄 사람이 없어지는 거요!!”
“뭐? 뭐라고?”
“이곳은 마물이 넘쳐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를 죽이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여기 이 사람들? 마물 때문에 다 죽습니다. 거기다 다른 데라도 갈 수 있을 거 같습니까? 저도 여기서 주로 자랐지만 우리들이 배덕자라고 배척당해 아무데도 갈 데가 없다는 건 압니다”
“마… 맞습니다. 헤사다 트위드 님은 우리의 수호자시오.”
“어서 놔줘라. 이 악독한 놈아!”
트위드의 말에 미카엘의 위세에 짓눌렸던 마을 사람들이 해일처럼 일어난다.
워낙 심하게 당한 탓에 신심이 흔들렸지만 여전히 트위드는 그들에게 지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미카엘은 순간 난감함을 금치 못했다.
마을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을까.
그렇다고 무작정 영지로 데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워낙 숫자가 많은데다 살아온 환경도 다르다.
대안이 없다면 어쭙잖은 간섭은 그들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도련님. 이들을 데려가는 건 절대 안 됩니다. 배덕자의 무리들을 품으시는 것은 귀족 사회에서 금기 같은 일입니다.”
로렌트 역시 반대를 하고 나섰다.
상황이 유리해졌다 여긴 트위드는 표정에서부터 여유를 찾았다.
“후후후, 거기다 저를 죽이시면 여기 마을 사람들 다 죽이셔야 할 겁니다. 신의 대리자를 죽였는데 저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이 자식이…….”
미카엘은 그의 입을 틀어막지 못한 것을 후회하였다. 과연 마을 사람들의 눈에 분영하게 광기가 어린 것이, 여차하면 달려들 태세였던 것.
“후후후후.”
트위드는 다 되었다는 듯 득의의 웃음을 흘렸다.
미카엘의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감히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좋아, 나랑 내기하지. 저들이 가진 너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갈지 말이야.]
은밀한 전음만큼이나 쾌속한 검식이 행해졌다.
하지만 그 검술을 제대로 알아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로렌트나 당사자인 헤사다 트위드조차 말이다.
“이, 이게 무슨…….”
트위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미카엘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의 귀에 조그맣게 속삭여 주었다.
“아, 미안. 손이 미끄러졌네.”
그 말을 신호로 한 듯 트위드의 몸에서 갑자기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툭툭툭툭 하는 소리와 함께 팔과 다리가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피는 더 이상 새어나오지 않았다. 빠른 검술만큼이나 아무도 보지 못할 만큼 빠르게 행해진 점혈. 그 결과 혈맥이 봉해져 추가적인 출혈을 막은 것이다.
왜 이렇게 병주고 약주고 했을까.
그것은 미카엘 나름의 노림수가 있었다.
한편 트위드는 기절할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마지막으로 같이 죽자는 심정으로 모두에게 덤벼들라고 명하려 하였다.
하지만…….
‘왜 목소리가 안 나와?’
아혈과 마혈이 점혈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 없이 그저 눈만 멀뚱멀뚱 뜰 뿐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갑자기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다니…….”
“파테르시여, 어서 명을 내려주소서.”
하지만 트위드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너무나 기괴한 상황에 덤벼들 기회를 놓친 마을 사람들은 머뭇거렸다.
미카엘은 그 조그만 파탄을 놓치지 않았다.
“신벌이 내렸다!”
“신벌?”
“아니, 신벌이라니…….”
“너희들의 왕이자 신의 사자라고 칭했던 이는 신에게 죄를 지어 신벌을 받았다.”
말을 하면서도 눈은 어렌을 향했다.
가장 큰 걸림돌. 트위드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카엘은 슬며시 쥐었던 주먹에 힘을 풀었다.
의외로 그에게선 별다른 반발이 없었던 것. 그저 복잡한 얼굴을 할 뿐이었다.
이러다 보니 파탄은 더욱 커졌다.
트위드의 제1충신인 친위대장마저 이 상황을 묵과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거짓말이다! 우리가 나서 신의 대리자이신 파테르를 되찾아야 한다!”
개중에 행동력이 강하고 신심이 강했던 모양이다.
“만약 신의 대리자가 죄가 없다면 신께서 팔과 다리를 다시 붙여주실 게다. 그렇지 않나?”
미카엘은 그 신심을 이용하였다.
마을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더욱 커졌다.
평소 트위드가 얘기하던 신의 전능한 권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는 의견에 힘을 얻은 것이다.
“그럼 이렇게 하지. 팔과 다리를 내일까지 바로 옆에 놔두지. 그리고 진짜 신의 사제가 죄가 없는지 지켜보기로 하지. 저 인간이 죄가 없다면 팔과 다리가 다시 붙을 것이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발작적으로 나선 한 사람.
“마, 만약에 내일까지 아무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팔과 다리는 제가 가져도 됩니까?”
“그걸… 무엇에 쓰려고 하지?”
설마설마했다.
하지만…….
“이, 이 자식. 가, 감히 신의 대리자의 팔과 다리를 네가 먹겠다는 것이냐?”
“아무 일 없으면 저분의 말이 맞지 않겠어? 그럼 땅으로 돌아가기 전에 먹는 게 당연하지!”
“이런 신벌을 받을 놈! 감히 신성모독을 하다니!”
“너 혼자 독식하는 것은 말도 안 돼. 평소에 하던 대로 계급별로 나눠.”
아비규환 속에 미카엘의 표정 또한 아득해졌다. 이것이 속세일까, 아니면 그야말로 아귀가 있다는 지옥일까.
미카엘은 트위드를 노려보았다.
그는 이미 쇼크가 와서인지 눈을 하얗게 뒤집고 기절해 있었다.
“이… 이 개자식. 여기에 도대체 어떤 지옥을 만든 것이냐?”
로렌트 일행 또한 아비규환 속에서 미카엘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
“가자, 멜핀. 너의 집으로.”
드디어 먼 길을 돌아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얼추 마을 사람들의 소요를 진정시키고 친위대와 어렌을 따로 격리시키는 것을 지켜본 후에야 나선 길.
멜핀은 미카엘을 무척 어려워하며 몇 번이고 그를 돌아보았다.
왜 아니 그럴까. 신처럼 군림했던 트위드를 물리친 남자이다.
하지만 곧 그녀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의 집 앞에 이르러서는 뛰다시피 하였다.
“아버지!”
어느 토굴 같은 집으로 뛰어 들어간 그녀.
뒤에 남은 미카엘은 집의 외관을 훑어보았다.
멜핀의 집은 마을 가장 외곽에 위치했으며, 상태는 최악이었다. 벽이나 천장이 얼기설기하다는 표현보다도 누가 파먹은 것처럼 구멍이 군데군데 뚫려 있었다.
로렌트와 헤른 역시 집에 대한 감상평을 잊지 않았다.
“우와, 이런 데서도 사람이 산단 말이야?”
“후아… 이건 너무한데.”
미카엘의 발이 대문도 없는 문턱을 넘어섰다.
안은 밖에서 보이는 정황만큼이나 허름했다.
휑하디 휑한 방 안.
그 흔한 탁자 하나 보이지 않았고, 멜핀의 아버지로 보이는 중년 남성 혼자서 병색이 완연해 보이는 몸으로 누워 있었다.
“쿨럭, 누…구십니까? 아, 멜핀아. 무사했구나. 크흑… 이 어린 것이 어디서 무슨 먹을 것을 구한다고. 쿨럭쿨럭.”
“아빠, 아빠. 엉엉. 나, 무사히… 흑흑, 돌아왔어. 내가 이렇게 맛있는 테테도 많이 구해왔다고. 내가 그랬잖아. 나 무사히 갔다 온다고.”
둘은 부둥켜안고 울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그래봐야 하루도 지나지 않은 해후다.
“쿨럭쿨럭. 아비는 네가 무사하면 그만이다. 앞으로는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그렇게 얼마간을 울었을까.
멜핀의 아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손님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귀… 귀하신 분 같은데 어찌 우리 마을을… 몰래 오셨다면 어서 자리를 피하십시오. 이곳에는 무척이나 무서운 분이 계십니다.”
“걱정 마라. 트위드를 말하는 것이라면 이미 폐인이 되어 있으니까.”
“예…에?”
가정맹어마 ― (1)
“…누구냐, 너는.”
“너를 신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사람.”
미카엘은 시퍼런 안광을 빛내며 말했다.
“헛소리 마라!”
상처받은 괴수는 더욱 더 흉포해졌다.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서 더더욱 그러했다.
쿠우웅.
“크아악!”
아까보다 확연히 더 빨라진 트위드의 신형.
발밑에서 청석은 이제 아예 가루로 변해 산산이 깨어져 나간다.
쿠아아앙.
한껏 비튼 그의 검은 강한 와류를 만들어낸다.
그야말로 가히 역천의 기세.
헤사다 트위드는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건 단순한 검격이 아니다.
이 테헤나트의 와류에 말려드는 순간 몸이 찢기는 죽음만이 있을 뿐.
“죽어랏! 이놈!”
하지만 그의 검은 이번에도 대상을 놓쳤다. 트위드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 어디?”
“여기다. 이 자식아.”
눈으로 가히 쫓을 수 없는 극상의 신법.
어느새 뒤를 점하고 있었다. 미카엘은 검을 역수로 쥔 손으로 등을 찔렀다.
“크헉!”
격통을 참지 못한 트위드는 짐승 같은 울부짖음을 짖으며 앞으로 튀어나간다.
하지만 미카엘은 한 번 잡은 먹이를 놓치지 않았다.
푹. 푹. 푹. 푹.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변한 등.
“으아아악! 이 조그만 자식이…….”
“거참, 아직 기세가 살았네.”
미간을 찌푸린 미카엘은 손끝에 힘을 더 실었다.
쿠아앙!
순식간에 쾌검에서 패검으로 변한 검세.
힘의 파장이 원심을 그리며 한곳으로 집중된다.
“으아아악!”
검력을 제대로 얻어맞은 트위드는 마치 돌이 물수제비를 그리는 것처럼 사정없이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미카엘은 집요했다.
쓰러지는 것조차 허락지 않은 것.
쾌속의 신법으로 따라잡은 미카엘은 그 뒷덜미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바로 손을 주우욱 늘려 채찍으로 내리치듯 내리찍었다.
“크아아악!”
그대로 정수리부터 땅에 박힌 트위드는 다리를 버둥거렸다.
“힘들지? 꺼내 줄게.”
“아…안 돼. 그…그만.”
하지만 미카엘은 그런 몸부림에도 상관 않고 그대로 무를 땅에서 뽑듯 힘차게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 큰 신형이 이번에는 공중으로 오 장은 넘게 치솟았다.
그 튀어 오른 신형이 땅에 떨어질 때쯤 반원을 그려 그대로 원앙퇴로 후려치니, 트위드는 기암괴석을 뚫고 날아가 그대로 삼십여 장 뒤 거석 뒤에 박히고 가서야 멈춰 섰다.
“끄으으으… 제, 제발…….”
“어때, 내가 장담한 대로 신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데 얼마 안 걸렸지?”
보고 있던 사람들은 기가 막힌 표정을 하였다. 특히 로렌트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저… 저게 진짜 가능하단 말야? 어떻게 저 나이에?”
아무리 그래도 자신은 백작가의 차석 기사였고. 안목만큼은 자신했다. 저 정도라면 트와빈가의 기사단장은 그대로 찜쪄 먹을 만한 솜씨다.
“으… 으으…….”
“뭐라고?”
“사… 살려주시오.”
미카엘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어떻게 자신의 목숨에는 이리 관대하단 말인가. 저놈이 호의호식하는 동안 멜핀은 쓰디쓴 과일 하나 주으려 목숨을 걸었다.
“네놈이 살아야 하는 이유, 한 가지라도 대 보아라!”
트위드의 눈이 뒤룩뒤룩 굴러갔다. 그 시선이 어느샌가 마을 사람에게 향했다.
하지만 그걸 눈치챈 미카엘이 몸을 움직여 시선을 차단하였다.
혹시나 마을 사람들을 선동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파테르, 파테르께서…….”
“말도 안 돼…….”
믿지 못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
마을 사람들은 너무 한순간에 트위드가 무너졌기에 감히 덤벼들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절망에 찬 트위드는 감히 대항할 생각을 버리고 비굴한 표정을 지었다.
“저들은 제가 없으면 안 됩니다.”
“하하하. 웃기는 소리하지 마라. 저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온단 말야?”
미카엘은 트위드의 멱살을 잡아 올려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게 하였다.
죄다 바싹 마른데다 하나같이 꾀죄죄하다 못해 누더기 같은 옷을 걸치고 있다.
그에 반해 트위드는 라이레거 가죽으로 무두질된 가죽옷을 고급스럽게 걸치고 있어 그들의 모습과 극명하게 대조되었다.
“으… 으으으…….”
목 죄임으로 발버둥을 치던 트위드는 발작적으로 소리를 쳤다.
“나… 나를 죽이면, 저들을 지켜줄 사람이 없어지는 거요!!”
“뭐? 뭐라고?”
“이곳은 마물이 넘쳐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를 죽이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여기 이 사람들? 마물 때문에 다 죽습니다. 거기다 다른 데라도 갈 수 있을 거 같습니까? 저도 여기서 주로 자랐지만 우리들이 배덕자라고 배척당해 아무데도 갈 데가 없다는 건 압니다”
“마… 맞습니다. 헤사다 트위드 님은 우리의 수호자시오.”
“어서 놔줘라. 이 악독한 놈아!”
트위드의 말에 미카엘의 위세에 짓눌렸던 마을 사람들이 해일처럼 일어난다.
워낙 심하게 당한 탓에 신심이 흔들렸지만 여전히 트위드는 그들에게 지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미카엘은 순간 난감함을 금치 못했다.
마을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을까.
그렇다고 무작정 영지로 데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워낙 숫자가 많은데다 살아온 환경도 다르다.
대안이 없다면 어쭙잖은 간섭은 그들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도련님. 이들을 데려가는 건 절대 안 됩니다. 배덕자의 무리들을 품으시는 것은 귀족 사회에서 금기 같은 일입니다.”
로렌트 역시 반대를 하고 나섰다.
상황이 유리해졌다 여긴 트위드는 표정에서부터 여유를 찾았다.
“후후후, 거기다 저를 죽이시면 여기 마을 사람들 다 죽이셔야 할 겁니다. 신의 대리자를 죽였는데 저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이 자식이…….”
미카엘은 그의 입을 틀어막지 못한 것을 후회하였다. 과연 마을 사람들의 눈에 분영하게 광기가 어린 것이, 여차하면 달려들 태세였던 것.
“후후후후.”
트위드는 다 되었다는 듯 득의의 웃음을 흘렸다.
미카엘의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감히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좋아, 나랑 내기하지. 저들이 가진 너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갈지 말이야.]
은밀한 전음만큼이나 쾌속한 검식이 행해졌다.
하지만 그 검술을 제대로 알아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로렌트나 당사자인 헤사다 트위드조차 말이다.
“이, 이게 무슨…….”
트위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미카엘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의 귀에 조그맣게 속삭여 주었다.
“아, 미안. 손이 미끄러졌네.”
그 말을 신호로 한 듯 트위드의 몸에서 갑자기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툭툭툭툭 하는 소리와 함께 팔과 다리가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피는 더 이상 새어나오지 않았다. 빠른 검술만큼이나 아무도 보지 못할 만큼 빠르게 행해진 점혈. 그 결과 혈맥이 봉해져 추가적인 출혈을 막은 것이다.
왜 이렇게 병주고 약주고 했을까.
그것은 미카엘 나름의 노림수가 있었다.
한편 트위드는 기절할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마지막으로 같이 죽자는 심정으로 모두에게 덤벼들라고 명하려 하였다.
하지만…….
‘왜 목소리가 안 나와?’
아혈과 마혈이 점혈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 없이 그저 눈만 멀뚱멀뚱 뜰 뿐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갑자기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다니…….”
“파테르시여, 어서 명을 내려주소서.”
하지만 트위드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너무나 기괴한 상황에 덤벼들 기회를 놓친 마을 사람들은 머뭇거렸다.
미카엘은 그 조그만 파탄을 놓치지 않았다.
“신벌이 내렸다!”
“신벌?”
“아니, 신벌이라니…….”
“너희들의 왕이자 신의 사자라고 칭했던 이는 신에게 죄를 지어 신벌을 받았다.”
말을 하면서도 눈은 어렌을 향했다.
가장 큰 걸림돌. 트위드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카엘은 슬며시 쥐었던 주먹에 힘을 풀었다.
의외로 그에게선 별다른 반발이 없었던 것. 그저 복잡한 얼굴을 할 뿐이었다.
이러다 보니 파탄은 더욱 커졌다.
트위드의 제1충신인 친위대장마저 이 상황을 묵과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거짓말이다! 우리가 나서 신의 대리자이신 파테르를 되찾아야 한다!”
개중에 행동력이 강하고 신심이 강했던 모양이다.
“만약 신의 대리자가 죄가 없다면 신께서 팔과 다리를 다시 붙여주실 게다. 그렇지 않나?”
미카엘은 그 신심을 이용하였다.
마을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더욱 커졌다.
평소 트위드가 얘기하던 신의 전능한 권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는 의견에 힘을 얻은 것이다.
“그럼 이렇게 하지. 팔과 다리를 내일까지 바로 옆에 놔두지. 그리고 진짜 신의 사제가 죄가 없는지 지켜보기로 하지. 저 인간이 죄가 없다면 팔과 다리가 다시 붙을 것이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발작적으로 나선 한 사람.
“마, 만약에 내일까지 아무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팔과 다리는 제가 가져도 됩니까?”
“그걸… 무엇에 쓰려고 하지?”
설마설마했다.
하지만…….
“이, 이 자식. 가, 감히 신의 대리자의 팔과 다리를 네가 먹겠다는 것이냐?”
“아무 일 없으면 저분의 말이 맞지 않겠어? 그럼 땅으로 돌아가기 전에 먹는 게 당연하지!”
“이런 신벌을 받을 놈! 감히 신성모독을 하다니!”
“너 혼자 독식하는 것은 말도 안 돼. 평소에 하던 대로 계급별로 나눠.”
아비규환 속에 미카엘의 표정 또한 아득해졌다. 이것이 속세일까, 아니면 그야말로 아귀가 있다는 지옥일까.
미카엘은 트위드를 노려보았다.
그는 이미 쇼크가 와서인지 눈을 하얗게 뒤집고 기절해 있었다.
“이… 이 개자식. 여기에 도대체 어떤 지옥을 만든 것이냐?”
로렌트 일행 또한 아비규환 속에서 미카엘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
“가자, 멜핀. 너의 집으로.”
드디어 먼 길을 돌아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얼추 마을 사람들의 소요를 진정시키고 친위대와 어렌을 따로 격리시키는 것을 지켜본 후에야 나선 길.
멜핀은 미카엘을 무척 어려워하며 몇 번이고 그를 돌아보았다.
왜 아니 그럴까. 신처럼 군림했던 트위드를 물리친 남자이다.
하지만 곧 그녀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의 집 앞에 이르러서는 뛰다시피 하였다.
“아버지!”
어느 토굴 같은 집으로 뛰어 들어간 그녀.
뒤에 남은 미카엘은 집의 외관을 훑어보았다.
멜핀의 집은 마을 가장 외곽에 위치했으며, 상태는 최악이었다. 벽이나 천장이 얼기설기하다는 표현보다도 누가 파먹은 것처럼 구멍이 군데군데 뚫려 있었다.
로렌트와 헤른 역시 집에 대한 감상평을 잊지 않았다.
“우와, 이런 데서도 사람이 산단 말이야?”
“후아… 이건 너무한데.”
미카엘의 발이 대문도 없는 문턱을 넘어섰다.
안은 밖에서 보이는 정황만큼이나 허름했다.
휑하디 휑한 방 안.
그 흔한 탁자 하나 보이지 않았고, 멜핀의 아버지로 보이는 중년 남성 혼자서 병색이 완연해 보이는 몸으로 누워 있었다.
“쿨럭, 누…구십니까? 아, 멜핀아. 무사했구나. 크흑… 이 어린 것이 어디서 무슨 먹을 것을 구한다고. 쿨럭쿨럭.”
“아빠, 아빠. 엉엉. 나, 무사히… 흑흑, 돌아왔어. 내가 이렇게 맛있는 테테도 많이 구해왔다고. 내가 그랬잖아. 나 무사히 갔다 온다고.”
둘은 부둥켜안고 울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그래봐야 하루도 지나지 않은 해후다.
“쿨럭쿨럭. 아비는 네가 무사하면 그만이다. 앞으로는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그렇게 얼마간을 울었을까.
멜핀의 아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손님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귀… 귀하신 분 같은데 어찌 우리 마을을… 몰래 오셨다면 어서 자리를 피하십시오. 이곳에는 무척이나 무서운 분이 계십니다.”
“걱정 마라. 트위드를 말하는 것이라면 이미 폐인이 되어 있으니까.”
“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