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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환생기 (11화)
뜻하지 않은 여정 ― (3)
‘이상한데… 같은 용병인데도 뭔가 다른가 보군.’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나중에 식탁 탁자로 합류한 용병은 분위기가 뭔지 모르게 이질적이었다. 그때 미카엘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목소리가 있었으니, 바로 로렌트였다.
“도련님, 안 드시고 뭐하세요? 아구아구.”
로렌트가 구운 오리 고기를 먹느라 번들번들한 입술을 자랑하고 있었고, 어느새 다 먹었는지 수북이 쌓인 뼈만이 접시에 올려져 있었다.
“어이가 없군.”
기름에 젖은 번들번들한 손가락을 쪽 빨면서 말하는 그 모습을 보니 입맛이 쏙 사라진 미카엘은 자신의 앞에 놓인 차를 들이켜 마셨다.
싸구려이긴 하나 의외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풍미에 마음이 동한 미카엘은 눈을 감고 천천히 그것을 음미하였다. 그런 미카엘의 모습에 로렌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음식 앞에서 이게 무슨 궁상맞음인지… 남자란 자고로 고기도 화끈하게 물어뜯고 해야 하는 법이다.
“도련님, 와구와구, 그러지 마시고 오리고기 좀 드셔보세요!”
“쯧, 너나 많이 먹어. 나는 차나 마실 테니. 여기 차 맛이 은근히 좋네.”
특유의 그 시금떨떨한 차 맛은 왠지 모르게 중원에서 즐겨 마셨던 차 맛과 비슷한 데가 있었다.
“그렇다면야. 저 오리구이 하나 더 시켜도 되죠?”
“시켜라, 시켜.”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로렌트는 다시 오리구이를 붙잡고 생사대적이라도 되는 양 씨름하기 시작했다.
한심하게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미카엘은 시선을 용병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그런데 말야, 아무래도 이해가 안 되는군. 헤른이 아무리 용병과 함께하는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다지만 어찌 아비 된 자가 호위 기사 하나 붙이지 않았을까?”
로렌트는 손에 묻은 오리구이 기름을 바짓단에 아무렇지 않게 슥슥 닦으며 답했다.
“에… 그거야 크나르 관도가 정비가 잘 되어서 에인하트 왕국까지는 별다른 위험이 없기도 하고, 마물 토벌전이야 요즘은 뭐랄까? 예전의 취지는 많이 잃었다고 할까요? 별 위험이 없습니다. 거기다가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아마도?”
“트와빈헤츠 남작님이 기사를 안 내줬을 겁니다. 그분은 가족에게조차도 인간적인 배려가 없습니다. 그저 자신밖에 모르죠. 워낙 주위에서 원한을 많이 산 탓에 항시 호위 기사들을 대동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왠지 듣자니 헤른의 인격이 망가진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미카엘은 마호트차를 들이켰다. 텁텁하지만 알싸하게 당기는 감칠맛이 혀끝을 감돌았다.
‘좋군.’
그 풍미를 느끼며 미카엘은 때로는 영지 밖에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헤른은 그날 저녁, 자기 방에서 절대 나오지 않았다.
다음날.
나그네의 숙소 여관 앞에서는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헤른 님. 다시 오지 않을 기회입니다. 어차피 에인하트 왕국으로 가시는데, 그 전에 마물에 대해서 사전 연습을 할 기회입니다.”
“흠… 나는 그런 거 안 해도…….”
“에인하트의 마물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약한 마물입니다. 그냥 여흥거리 삼아 연습하신다 생각하시고, 더군다나… 모험다운 모험을 하실 기회가 아닙니까?”
“모험?”
헤른의 눈빛이 반짝하고 빛났다. 그걸 본 용병단 대장은 되었다는 얼굴 표정을 지었다. 세상모르는 귀족 도련님이야 모험심에 불을 당기면 그걸로 끝이다.
“진짜 안 위험하고, 거리도 더 가까운 거지?”
“예, 그럼요. 진짜로 거리는 더 가깝습니다.”
용병대 단장의 얼굴에는 확신이 어렸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었으니까.
실제로 크나르 관도에 비해서 테세라 관도는 단순한 거리로만 실측하면 에인하트 왕국까지의 거리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가까웠다.
“으흠… 그, 그럼 갈까?”
‘됐어!’
용병단 대장 톰핸슨은 쾌재를 불렀다. 공들였던 고기가 미끼를 물은 것이다.
바로 그때.
“그곳, 나도 가야겠는데…….”
톰핸슨이 난데없는 말소리에 화들짝 놀라 바라보니, 놀랄 정도로 잘생긴 청년이 자신을 바라보며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그 옆에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기사도 같이 있었다.
“도… 도련님께서 왜?”
와락 일그러지려는 표정을 애써 감추는데, 얄밉게도 귀족가 도련님은 헤른을 손으로 가리켰다.
“나도 가기 싫은데 저 녀석과 같이 가라고 아버님이 명하셔서 말이야.”
예상 밖의 전개에 용병단원들은 심하게 동요하였다.
‘……단장. 어떡하죠?’
‘그러게… 저 어린놈은 상관없는데, 기사가 좀 걸려…….’
자기들 딴에는 숨긴다고 귓속말을 한 것이겠지만, 미카엘에게는 그 말이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꽂혔다.
“지랄하고 있네.”
미카엘은 혀를 쯧쯧 찼다. 저들의 의도는 분명했다.
하지만 정작 대상자는 그 사실을 모른 채 광분하였다.
“미카엘, 네가 왜 내 뒤를 따라 오겠다고 하는 거냐? 난 절대 재수 없는 네놈과 함께 할 생각이 없어!”
그새 용병대장이 고용주인 헤른에게 이른 모양.
과연 용병단장이 미카엘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있다.
“저희 의뢰인께서 같이 안 간다고 하는 뎁쇼?”
***
헤른의 광분과 용병단장의 은근한 압박에도 불구 로렌트와 미카엘은 결과적으로 동행하게 되었다.
단, 백여 미터는 따로 떨어져서 걷는 기묘한 동행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로렌트가 살짝 마음에 걸리는 지, 미카엘을 향해 말했다.
“도련님. 꼭 이렇게 가야겠습니까? 크나르 관도로 가시면 안전하게 가실 수가 있잖습니까?”
“이쪽으로 가면 마물 구경도 하면서 더 빠르게 갈 수 있다지 않나. 왜, 로렌트는 싫어?”
“아… 아니, 싫다기보다는 저는 도련님이 위험하실까 봐 그럽니다.”
“나보다 약한 사람이 별 걱정을 다 하는군. 이번 기회에 마물 상대로 새로 배운 검법을 갈고닦아 봐”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야 환영입니다!”
로렌트는 마음이 동했는지, 혀끝에 침을 묻히며 의지를 다졌다.
그 자신이 생각해도 괜한 걱정을 한 것이다. 자신과 도련님을 포함하면 무려 에퀘스급이 두 명.
이 정도 전력에 용병단도 횡단을 장담하는 관도이니 쉬이 통과할 수 있지 않겠는가.
거기다 벌써 햇수로 칠 년이다. 그때 마물 토벌전을 통해 에퀘스 자격을 딴 후로는 마물을 구경조차 하지 못한 것.
“흐흐흐, 오랜만에 손맛을 보겠군.”
이미 정신이 빠져 있는 로렌트를 뒤로 하고 미카엘은 저만치 백여 미터 앞에 있는 용병단 무리들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려느냐?’
일부러 헤른을 도와주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마물도 보는 참에 저들이 수작질을 부린다면 그 정도 개입할 용의는 있었다.
과연 미카엘의 생각대로 수작질을 하는 용병들의 속삭임이 바람결을 타고 들려왔다.
‘어떡하죠? 대장?’
‘후우… 일단 기사가 있는 이상 힘들어. 조금만 더 관도로 가서 기회를 노리자고.’
‘겨우 우리 용병단원 다섯 명 가지고 이 관도를 통과할 수는 없어요. 끊어진 관도 위에 뭐가 있는지 아시잖수.’
‘일단 끊어진 관도가 오기 전에 처리한다.’
미카엘은 톰핸슨을 노려보았다.
“그나마도 거짓이었군. 괜히 따라온 건가?”
사실 용병 사내로서는 억울한 면이 있었다. 미카엘 일행보고 동행을 하자고 한 게 아니고, 어떻게든 떨구어 내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런 사정을 봐줄 미카엘이 아니었다.
“이것들을 그냥……?”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세상에서 조용히 하직시켜 줄까 망설이는데, 용병단과는 조금 떨어져서 걷고 있는 외모가 출중한 용병 사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본 미카엘은 화가 좀 가라앉았다.
“저 녀석의 정체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봐야 하니까 조금만 기다려 볼까.”
어찌되었든 용병 사내들의 행동으로 봐서는 곧 일을 저지를 것 같으니 조금은 참아보기로 한 미카엘이었다.
그때였다.
“이클롭, 다수 출현!!”
다급함이 실려 있는 목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소리를 지른 것은 전방에 척후조로 섰던 용병.
그의 얼굴은 허옇게 질려 있었는데, 그 뒤쪽으로 새까맣게 마물 무리가 따라오고 있었다.
용병대는 헤른에게 장담했던 것과 달리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이런 젠장! 벌써 이클롭 번식지란 말이야?”
“도련님, 옵니다. 와요.”
로렌트는 그들과는 반대로 반색을 하였다. 얼마나 몸이 달았던지, 미카엘의 대답을 미처 기다리지 않고 뛰쳐나갔다.
“야압! 크하하, 내가 바로 광폭 기사 로렌트시다!”
팔방풍우처럼 휘두르는 날카로운 검식.
그걸 본 미카엘은 혀를 쯧쯧 차면서도 검식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내심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상성이 잘 맞는군.”
쾌검일변도인 데베트랑 검식과 사일검법은 쾌검이라는 점에서 잘 맞는 데가 있었고, 그걸 녹여낸 독문검법은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중원의 검술을 이계식으로 익힌 로렌트가 이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카엘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상황이 있었으니…….
“저건 마물이라기보다는 꽃게를 닮았군.”
물론 완전 똑같지는 않지만 갑각류의 단단한 재질에 큰 집게 등 외양이 비슷하게 생겼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이 있었는데, 중원에서 먹었던 꽃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큰 몸체였다.
거의 사람 허리까지 오는 크기.
키에엑.
그 크디 큰 꽃게들이 허무하게 아작나는 모습을 본 미카엘은 왠지 모르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저 맛있게 생긴 것을… 아깝군…….”
마물이라면 흉악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끔찍하게 큰 몸체만 제한다면 은근히 식욕을 당겼다.
그래서일까. 그의 손놀림이 조심스럽게 변했다.
게딱지만 교묘하게 벗기는 극강의 식재료 손질.
로렌트는 칼질하던 와중에도 그걸 우연찮게 발견하고선 말을 걸었다.
“도련님, 지금 뭐하세요? 왜 껍질만 날려 버리시는 거예요?”
“나중에 먹으려고!”
“에에에? 마물을 먹는다고요? 뭐, 일부 악식가 중에서는 먹는 사람도 있다곤 들었지만… 그 마물은 못 먹어요, 냄새 한 번 맡아보세요.”
미심쩍었지만 권한대로 냄새를 맡아본 미카엘의 미간이 순간 심하게 일그러졌다.
“무슨 냄새가 이래?”
“거 보세요. 절대 식용은 아니라니까요.”
로렌트는 별일 다 보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더니 다시 마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미카엘은 의욕이 확 떨어졌다.
크게 관심을 가졌던 마물이 중원으로 치면 그저 등껍질이 조금 단단한 맹수 정도에 불과할 뿐이니 당연한 것이다. 거기다 식용도 아니다.
“끼얏! 하하하!”
하지만 로렌트는 꽤나 신이 났는지, 기묘한 기합까지 질러대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하…….”
흥미를 잃은 미카엘은 시선을 반대로 돌렸다.
바로 용병단 쪽.
그들은 여유가 있는 로렌트와는 사정이 또 달랐다.
일단 마물의 수 자체가 배 이상 많다.
앞쪽에 있었던 탓이다. 그 덕에 용병 무리는 꽤나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럭저럭 버티는 건 서로간의 유기적인 움직임 덕분. 꽤나 합을 맞춰 본 듯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는 있었다.
“그런데. 쟤는 뭐하는 거야?”
용병 무리에서 꽤나 이질적으로 보였던 그 미청년이 독보적으로 허둥대고 있었던 것이다.
“아… 그 마법사라는 건가?”
이해를 하고 보니 왜 미친놈처럼 연신 입을 중얼거리는지 이해가 된다.
“마법사는 거리를 허용하면 그야말로 무용지물이군.”
혀를 쯧쯧 찬 미카엘. 그러나 도와줄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쪽에는 검은 장식품인지, 겁에 질려서는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는 밉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놈은 인간이 되려면 멀었구나…….”
한숨을 쉰 미카엘은 감히 자신에게 덤벼든 이클롭을 세로로 쪼개 버렸다.
왠지 모르게 전생의 평범한 게 요리가 먹고 싶어지는 오후였다.
뜻하지 않은 여정 ― (3)
‘이상한데… 같은 용병인데도 뭔가 다른가 보군.’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나중에 식탁 탁자로 합류한 용병은 분위기가 뭔지 모르게 이질적이었다. 그때 미카엘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목소리가 있었으니, 바로 로렌트였다.
“도련님, 안 드시고 뭐하세요? 아구아구.”
로렌트가 구운 오리 고기를 먹느라 번들번들한 입술을 자랑하고 있었고, 어느새 다 먹었는지 수북이 쌓인 뼈만이 접시에 올려져 있었다.
“어이가 없군.”
기름에 젖은 번들번들한 손가락을 쪽 빨면서 말하는 그 모습을 보니 입맛이 쏙 사라진 미카엘은 자신의 앞에 놓인 차를 들이켜 마셨다.
싸구려이긴 하나 의외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풍미에 마음이 동한 미카엘은 눈을 감고 천천히 그것을 음미하였다. 그런 미카엘의 모습에 로렌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음식 앞에서 이게 무슨 궁상맞음인지… 남자란 자고로 고기도 화끈하게 물어뜯고 해야 하는 법이다.
“도련님, 와구와구, 그러지 마시고 오리고기 좀 드셔보세요!”
“쯧, 너나 많이 먹어. 나는 차나 마실 테니. 여기 차 맛이 은근히 좋네.”
특유의 그 시금떨떨한 차 맛은 왠지 모르게 중원에서 즐겨 마셨던 차 맛과 비슷한 데가 있었다.
“그렇다면야. 저 오리구이 하나 더 시켜도 되죠?”
“시켜라, 시켜.”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로렌트는 다시 오리구이를 붙잡고 생사대적이라도 되는 양 씨름하기 시작했다.
한심하게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미카엘은 시선을 용병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그런데 말야, 아무래도 이해가 안 되는군. 헤른이 아무리 용병과 함께하는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다지만 어찌 아비 된 자가 호위 기사 하나 붙이지 않았을까?”
로렌트는 손에 묻은 오리구이 기름을 바짓단에 아무렇지 않게 슥슥 닦으며 답했다.
“에… 그거야 크나르 관도가 정비가 잘 되어서 에인하트 왕국까지는 별다른 위험이 없기도 하고, 마물 토벌전이야 요즘은 뭐랄까? 예전의 취지는 많이 잃었다고 할까요? 별 위험이 없습니다. 거기다가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아마도?”
“트와빈헤츠 남작님이 기사를 안 내줬을 겁니다. 그분은 가족에게조차도 인간적인 배려가 없습니다. 그저 자신밖에 모르죠. 워낙 주위에서 원한을 많이 산 탓에 항시 호위 기사들을 대동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왠지 듣자니 헤른의 인격이 망가진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미카엘은 마호트차를 들이켰다. 텁텁하지만 알싸하게 당기는 감칠맛이 혀끝을 감돌았다.
‘좋군.’
그 풍미를 느끼며 미카엘은 때로는 영지 밖에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헤른은 그날 저녁, 자기 방에서 절대 나오지 않았다.
다음날.
나그네의 숙소 여관 앞에서는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헤른 님. 다시 오지 않을 기회입니다. 어차피 에인하트 왕국으로 가시는데, 그 전에 마물에 대해서 사전 연습을 할 기회입니다.”
“흠… 나는 그런 거 안 해도…….”
“에인하트의 마물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약한 마물입니다. 그냥 여흥거리 삼아 연습하신다 생각하시고, 더군다나… 모험다운 모험을 하실 기회가 아닙니까?”
“모험?”
헤른의 눈빛이 반짝하고 빛났다. 그걸 본 용병단 대장은 되었다는 얼굴 표정을 지었다. 세상모르는 귀족 도련님이야 모험심에 불을 당기면 그걸로 끝이다.
“진짜 안 위험하고, 거리도 더 가까운 거지?”
“예, 그럼요. 진짜로 거리는 더 가깝습니다.”
용병대 단장의 얼굴에는 확신이 어렸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었으니까.
실제로 크나르 관도에 비해서 테세라 관도는 단순한 거리로만 실측하면 에인하트 왕국까지의 거리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가까웠다.
“으흠… 그, 그럼 갈까?”
‘됐어!’
용병단 대장 톰핸슨은 쾌재를 불렀다. 공들였던 고기가 미끼를 물은 것이다.
바로 그때.
“그곳, 나도 가야겠는데…….”
톰핸슨이 난데없는 말소리에 화들짝 놀라 바라보니, 놀랄 정도로 잘생긴 청년이 자신을 바라보며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그 옆에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기사도 같이 있었다.
“도… 도련님께서 왜?”
와락 일그러지려는 표정을 애써 감추는데, 얄밉게도 귀족가 도련님은 헤른을 손으로 가리켰다.
“나도 가기 싫은데 저 녀석과 같이 가라고 아버님이 명하셔서 말이야.”
예상 밖의 전개에 용병단원들은 심하게 동요하였다.
‘……단장. 어떡하죠?’
‘그러게… 저 어린놈은 상관없는데, 기사가 좀 걸려…….’
자기들 딴에는 숨긴다고 귓속말을 한 것이겠지만, 미카엘에게는 그 말이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꽂혔다.
“지랄하고 있네.”
미카엘은 혀를 쯧쯧 찼다. 저들의 의도는 분명했다.
하지만 정작 대상자는 그 사실을 모른 채 광분하였다.
“미카엘, 네가 왜 내 뒤를 따라 오겠다고 하는 거냐? 난 절대 재수 없는 네놈과 함께 할 생각이 없어!”
그새 용병대장이 고용주인 헤른에게 이른 모양.
과연 용병단장이 미카엘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있다.
“저희 의뢰인께서 같이 안 간다고 하는 뎁쇼?”
***
헤른의 광분과 용병단장의 은근한 압박에도 불구 로렌트와 미카엘은 결과적으로 동행하게 되었다.
단, 백여 미터는 따로 떨어져서 걷는 기묘한 동행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로렌트가 살짝 마음에 걸리는 지, 미카엘을 향해 말했다.
“도련님. 꼭 이렇게 가야겠습니까? 크나르 관도로 가시면 안전하게 가실 수가 있잖습니까?”
“이쪽으로 가면 마물 구경도 하면서 더 빠르게 갈 수 있다지 않나. 왜, 로렌트는 싫어?”
“아… 아니, 싫다기보다는 저는 도련님이 위험하실까 봐 그럽니다.”
“나보다 약한 사람이 별 걱정을 다 하는군. 이번 기회에 마물 상대로 새로 배운 검법을 갈고닦아 봐”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야 환영입니다!”
로렌트는 마음이 동했는지, 혀끝에 침을 묻히며 의지를 다졌다.
그 자신이 생각해도 괜한 걱정을 한 것이다. 자신과 도련님을 포함하면 무려 에퀘스급이 두 명.
이 정도 전력에 용병단도 횡단을 장담하는 관도이니 쉬이 통과할 수 있지 않겠는가.
거기다 벌써 햇수로 칠 년이다. 그때 마물 토벌전을 통해 에퀘스 자격을 딴 후로는 마물을 구경조차 하지 못한 것.
“흐흐흐, 오랜만에 손맛을 보겠군.”
이미 정신이 빠져 있는 로렌트를 뒤로 하고 미카엘은 저만치 백여 미터 앞에 있는 용병단 무리들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려느냐?’
일부러 헤른을 도와주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마물도 보는 참에 저들이 수작질을 부린다면 그 정도 개입할 용의는 있었다.
과연 미카엘의 생각대로 수작질을 하는 용병들의 속삭임이 바람결을 타고 들려왔다.
‘어떡하죠? 대장?’
‘후우… 일단 기사가 있는 이상 힘들어. 조금만 더 관도로 가서 기회를 노리자고.’
‘겨우 우리 용병단원 다섯 명 가지고 이 관도를 통과할 수는 없어요. 끊어진 관도 위에 뭐가 있는지 아시잖수.’
‘일단 끊어진 관도가 오기 전에 처리한다.’
미카엘은 톰핸슨을 노려보았다.
“그나마도 거짓이었군. 괜히 따라온 건가?”
사실 용병 사내로서는 억울한 면이 있었다. 미카엘 일행보고 동행을 하자고 한 게 아니고, 어떻게든 떨구어 내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런 사정을 봐줄 미카엘이 아니었다.
“이것들을 그냥……?”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세상에서 조용히 하직시켜 줄까 망설이는데, 용병단과는 조금 떨어져서 걷고 있는 외모가 출중한 용병 사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본 미카엘은 화가 좀 가라앉았다.
“저 녀석의 정체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봐야 하니까 조금만 기다려 볼까.”
어찌되었든 용병 사내들의 행동으로 봐서는 곧 일을 저지를 것 같으니 조금은 참아보기로 한 미카엘이었다.
그때였다.
“이클롭, 다수 출현!!”
다급함이 실려 있는 목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소리를 지른 것은 전방에 척후조로 섰던 용병.
그의 얼굴은 허옇게 질려 있었는데, 그 뒤쪽으로 새까맣게 마물 무리가 따라오고 있었다.
용병대는 헤른에게 장담했던 것과 달리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이런 젠장! 벌써 이클롭 번식지란 말이야?”
“도련님, 옵니다. 와요.”
로렌트는 그들과는 반대로 반색을 하였다. 얼마나 몸이 달았던지, 미카엘의 대답을 미처 기다리지 않고 뛰쳐나갔다.
“야압! 크하하, 내가 바로 광폭 기사 로렌트시다!”
팔방풍우처럼 휘두르는 날카로운 검식.
그걸 본 미카엘은 혀를 쯧쯧 차면서도 검식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내심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상성이 잘 맞는군.”
쾌검일변도인 데베트랑 검식과 사일검법은 쾌검이라는 점에서 잘 맞는 데가 있었고, 그걸 녹여낸 독문검법은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중원의 검술을 이계식으로 익힌 로렌트가 이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카엘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상황이 있었으니…….
“저건 마물이라기보다는 꽃게를 닮았군.”
물론 완전 똑같지는 않지만 갑각류의 단단한 재질에 큰 집게 등 외양이 비슷하게 생겼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이 있었는데, 중원에서 먹었던 꽃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큰 몸체였다.
거의 사람 허리까지 오는 크기.
키에엑.
그 크디 큰 꽃게들이 허무하게 아작나는 모습을 본 미카엘은 왠지 모르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저 맛있게 생긴 것을… 아깝군…….”
마물이라면 흉악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끔찍하게 큰 몸체만 제한다면 은근히 식욕을 당겼다.
그래서일까. 그의 손놀림이 조심스럽게 변했다.
게딱지만 교묘하게 벗기는 극강의 식재료 손질.
로렌트는 칼질하던 와중에도 그걸 우연찮게 발견하고선 말을 걸었다.
“도련님, 지금 뭐하세요? 왜 껍질만 날려 버리시는 거예요?”
“나중에 먹으려고!”
“에에에? 마물을 먹는다고요? 뭐, 일부 악식가 중에서는 먹는 사람도 있다곤 들었지만… 그 마물은 못 먹어요, 냄새 한 번 맡아보세요.”
미심쩍었지만 권한대로 냄새를 맡아본 미카엘의 미간이 순간 심하게 일그러졌다.
“무슨 냄새가 이래?”
“거 보세요. 절대 식용은 아니라니까요.”
로렌트는 별일 다 보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더니 다시 마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미카엘은 의욕이 확 떨어졌다.
크게 관심을 가졌던 마물이 중원으로 치면 그저 등껍질이 조금 단단한 맹수 정도에 불과할 뿐이니 당연한 것이다. 거기다 식용도 아니다.
“끼얏! 하하하!”
하지만 로렌트는 꽤나 신이 났는지, 기묘한 기합까지 질러대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하…….”
흥미를 잃은 미카엘은 시선을 반대로 돌렸다.
바로 용병단 쪽.
그들은 여유가 있는 로렌트와는 사정이 또 달랐다.
일단 마물의 수 자체가 배 이상 많다.
앞쪽에 있었던 탓이다. 그 덕에 용병 무리는 꽤나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럭저럭 버티는 건 서로간의 유기적인 움직임 덕분. 꽤나 합을 맞춰 본 듯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는 있었다.
“그런데. 쟤는 뭐하는 거야?”
용병 무리에서 꽤나 이질적으로 보였던 그 미청년이 독보적으로 허둥대고 있었던 것이다.
“아… 그 마법사라는 건가?”
이해를 하고 보니 왜 미친놈처럼 연신 입을 중얼거리는지 이해가 된다.
“마법사는 거리를 허용하면 그야말로 무용지물이군.”
혀를 쯧쯧 찬 미카엘. 그러나 도와줄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쪽에는 검은 장식품인지, 겁에 질려서는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는 밉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놈은 인간이 되려면 멀었구나…….”
한숨을 쉰 미카엘은 감히 자신에게 덤벼든 이클롭을 세로로 쪼개 버렸다.
왠지 모르게 전생의 평범한 게 요리가 먹고 싶어지는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