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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환생기 (3화)

미랑이 대수냐. 안 되면 만들어주마 ― (2)


반쯤 일으켰던 몸을 다시 바로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이제부터 바꾸리라.”
망설임은 있었으나 결심이 서니 행동함에는 거침이 없다.
그의 의념이 뇌리에서 맴돈다. 어찌 사람이 본시 태어난 형상을 바꿀 수 있을까.
본시 타고난 것을 본(本)이라 하고 그것을 의지로 바꾸는 것을 변(變)이라 할 때, 타고난 본(本)을 변(變)이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무공에서도 일시지간 몸이나 얼굴의 형태를 바꾸는, 예를 들어 축골공이나 역체변환술 등이 있긴 하지만 그런 연유 때문에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래 유지하려고 해도 본래로 돌아가려는 힘이 강하기에 억지로 유지하면 피부가 괴사하거나 근골이 상하는 법.
하지만 전생 말년에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바꿔진 형을 영구적으로 할 수는 없어도 의지 안에 둘 수는 있다는 것이다.
바로 내공이 존속하는 한 말이다. 그것이 바로 천지조화의 술.
[천지(天地)의 기운이 기문으로 통하니 조화(調和)는 백회를 통하고 양양한 대해에 이루어 천지조화를 이루니라.]
짧게 되뇐 전진파 천지조화공의 법문을 따라 기운이 불같이 일어난다.
도가의 심법다운 청정한 기운.
여느 도가의 심법과 별다를 바 없는 이 심법. 하지만 이 속에는 신묘하고도 구별되는 묘리가 숨어 있다.
그드드드득.
얼굴에 울린 미세한 울림.
조그마한 변화.
아마 이마가 조금 변화했을 것이다.
의지 안에 있는 신체를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심법의 신묘한 묘리다.
이 심법을 창안한 전진파 4대 도장은 도사다운 청정함을 꽤나 강조했던 인물.
외기(몸의 그릇)를 다듬는 것에도 도가 실려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즉, 외기에 의지(내공)를 담음으로 도를 지향한다는 것인데, 사실 초반 내공을 삼재심법으로 10년을 쌓아야 하는 것 때문에 무인, 그것도 전진파 내부에서도 버림받았던 무공이었다.
“이마가 조금 개선되었겠군.”
일어난 미카엘은 단전이 텅 비어 있는 듯한 상실감을 맛보았다.
단전의 기운이 의념에 따라 이마로 이동한 것. 즉 외기(표피)에 10년 치 내공이 가 있는 것이다.
“효율은 나쁘지 않아.”
한 번의 소주천을 한 후, 증식되는 내공을 중원과 비교해 보니 거의 열다섯 배.
워낙 이곳의 기운이 중원에 비해 풍부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효율이 극히 좋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곧 미카엘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장식장에 있는 거울 쪽을 향해 다가갔다.
과연 되었을까.
이론대로 바뀌었을까?
잠시 후.

“아하하하! 진짜 되었군, 되었어!”
미카엘의 입에선 득의의 광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사실 넓었던 미간이 살짝 좁혀진 것에 불과했지만, 미카엘 본인이 느끼기에 그 차이는 정말 컸다.
이렇게나 아침을 기다려 본 적이 있을까?
“정말 기대되는군.”
그리고 다음날.
달라진 모습을 남들 앞에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미카엘은 잠을 설쳐 두 눈이 새빨개져 있었다.
“도련님. 좋은 아침이에요.”
마침 시의적절하게 나타난 마데리나.
그런 만큼 미카엘의 눈에선 반가움이 어렸다.
“저기, 마데리나. 나 뭐 좀 달라진 거 같지 않아?’
“오홍, 우리 도련님, 뭐가 달라지셨을까?”
찬찬히 바라보는 눈빛에 미카엘의 심장은 쿵쾅쿵쾅 뛰었다. 자신이 보기에는 흡족한데, 남이 보기엔 어떨까.
그때, 마데리나가 손뼉을 딱! 하고 쳤다.
“아! 알았어요. 도련님.”
“응, 마데리나.”
“도련님, 어제 못 주무셨구나? 하룻밤 새에 얼굴에 다크서클이 일어나고 피부가 거칠어졌어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착한…….”
“그만, 그만, 마데리나.”
살짝 열이 받은 그의 얼굴을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던 마데리나.
하지만 그것은 미카엘에게 전혀 위안이 되지 못했고, 그는 공정하게 평가해 줄 다른 사람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오오, 내 아들.”
트와빈 백작 부부.
“아버지, 어머니, 나 뭐 달라진 것 없어요?”
“하하, 미카엘, 우리 미카엘이 뭐가 달라졌을까? 부인은 아시오?”
“어머, 왜 모르겠어요. 오늘따라 잘생긴 당신을 더욱 닮은 것 같아요.”
으드드득.
그 길로 이를 악물며 다시 방으로 돌아간 미카엘은 괴소를 흘려댔다.
“내공, 내공이 필요해. 내공으로 죄다 바꿀 거야. 흐흐흐…….”
그렇게 절대미남을 위한 과도한 집착이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십 년 뒤. 트와빈 백작령에서 미스터리한 소문이 들려왔다.
트와빈 백작의 아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꽃미남이라는 소문이 그것이다.
트와빈 백작의 얼굴을 아는 모든 사람들은 거짓말하지 말라고 손을 내저었다.
아무리 백작 부인의 미모 버프를 받는다고 해도 트와빈 백작의 얼굴을 닮는 이상 평범 이상은 나올 수가 없다는 게 일반 사람들의 시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지 내에서만 돌던 이 미스터리한 소문을 왕국 전체로 확산시킨 것은 바로 로우만 왕국 사교계의 마당발, 피어리게스만 후작 부인이 트와빈 백작령을 방문하고 나서부터였다.
제까짓 게 잘생겨 봐야 얼마나 잘생겼겠냐며 실체를 까발려 주겠다는 생각으로 자신만만하게 들어갔던 그녀가… 나올 때는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가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돌아가면서 한 말은 왕국 사교계에 널리 퍼져 나갔다.
“세상에 그렇게 잘생긴 남자는 처음이었다. 엘프… 아니, 마족 정도라면 모를까, 인간의 얼굴로는 대적할 자가 없다. 그는 조각과도 같다.”
조각과도 같은 남자 미카엘. 그를 일컬어 트와빈 백작의 얼굴에선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기적과도 같다는 의미로 ‘트와빈령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졌다.

***

성형은 중독이다.
한 번 하고 나면 그 다음 부족한 곳이. 그리고 그 다음에는 다른 미흡한 곳이 계속 눈에 띄기에 끊을 수가 없다.
― 제국력 350년. 로퀜스의 11가지 믿기지 않는 비사 중 미카엘 편 발췌.

처음에는 조금만 하려 했다.
그래도 신체발부수지부모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자니 더욱 욕심이 생겼다. 그것이 지금의 결과.
“흐으으음…….”
미카엘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떠올랐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약 15세 정도의 소년이라고 하기에는 청년에 가까운 외관이었는데, 그 미태가 가히 전설의 엘프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금발에 드러나는 쭉 뻗은 검미. 그리고 그 밑에 자리 잡은 심연에 찬 눈빛. 거기에 완벽한 콧날과 입술까지.
티끌 하나 찾아 볼 수 없었다.
“더 이상은 고칠 것이 없나?”
있는 게 더 이상하다. 무려 십여 년간 고쳐왔던 세월이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길 만도 하겠지만, 오히려 성장하면서 조금씩 변했기에 자연스레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단전의 삼십년 내공.
외기, 그러니까 표피에는 무려 백팔십 년의 내공이 어려 있다.
물론 외기에 이렇게 많은 내공을 때려 넣기까지는 숨은 노력이 있었다.
좁은 혈맥으로는 엄두도 못 낼 일이기에 끝끝내 환골탈태까지 해가며 혈도를 확장해 놓은 것.
“앞으로 고칠 곳이 생기면 더 고쳐야겠군.”
앞으로도 고쳐야 할 곳이 생긴다면 절대 내공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미카엘은 거울에서 겨우 시선을 떼고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마데리나예요, 미카엘 도련님.”
여느 때처럼 식사 시간에 맞추어 부르는 그녀의 음성에 미카엘은 옷매무새를 마무리하였다.
“음. 들어와.”
마데리나는 미카엘의 허락에 조심스레 그의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지난 십여 년의 세월을 반영하듯, 눈가와 입가에 주름이 살짝 져 있었다.
언뜻 그녀의 눈에 감탄의 표정이 어렸다.
“정말… 잘 생기셨어요.”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십여 년간 마주쳐 온 도련님이지만, 날이 갈수록 아름다워지니 더욱 감탄할 수밖에.
미카엘은 여인들이 보면 자지러질 것 같은 미소를 담고 선선히 말했다.
“응. 고마워, 마데리나. 식당으로 가지.”
그렇게 식당으로 가는 길. 시녀들은 얼굴은 붉히고 남자들은 경탄 내지 질시에 찬 눈빛을 보낸다.
“좋구나.”
작지만 큰 변화.
얼굴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세상은 참 자신을 달리 대한다.
“왔구나, 우리 아들.”
“아들, 어서 오너라.”
변하지 않는 건 자신의 부모님들뿐.
그간의 세월을 반영하듯 주름살이 살짝 더해져 있었다.
그 모습에 살짝 마음이 아파진 미카엘은 부모님께도 내공심법을 전할까 하다가 그것을 어찌 받아들이실까 생각하고는 마음을 접었다.
“드세요. 여보.”
“허허허, 오늘도 음식이 훌륭하구려.”
변함없는 모습.
변함없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는 것이다.
“그래… 요즘도 검술을 멀리 한다고?”
움찔.
미카엘은 백작의 말에 살짝 반응하였다. 그것을 본 백작은 살짝 혀를 찼다.
“허참… 너도 조금 있으면 백작위를 받아야 할 것인데, 검술을 그리 게을리하면 어찌한단 말이냐?”
“아버지. 틈틈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허허허, 교관을 맡은 로렌트 경이 그러더구나. 영 검술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이다. 앞으로는 열심히 하거라.”
간단히 말하고 다시 식사를 하는 아버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웬만하면 잔소리를 안 하는 그의 성정을 미루어 보았을 때, 이것은 상당한 힐난이었다.
백작 부인은 그런 그의 눈치를 살짝 보다가 미카엘에게 몰래 미소를 보였다.
아마 ‘괜찮다’ 이런 의미이리라.
그녀에게 마주 미소를 보인 미카엘은 지금 없는 로렌트를 떠올리며 살짝 이를 갈았다.
“두고 보자, 이 녀석.”
미카엘은 그렇게 아침식사를 끝내고 그 길로 바로 로렌트를 찾아갔다.
“어인 일로… 찾지 않음에도 먼저 오셨습니까?”
연무장에서 만난 로렌트의 얼굴에는 마뜩찮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미카엘 역시 좋은 표정을 할 리 없었다.
“잘도 아버님에게 말했더군요.”
“교관을 맡은 이로써 태만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고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과연 그런 이유일까요?”
미카엘이 고갯짓을 하였다.
그의 턱끝을 따라가니, 운집해 있는 시녀들과 귀족가 영애들이 몰려 있었다.
“꺄악! 도련님, 여기 좀 봐주세요.”
“아, 어떡해. 태양빛에 저 고운 얼굴 그을리시겠네.”
그녀들의 반응에 로렌트의 귀 끝이 달아올랐다.
“내가 보기엔 질투하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경의 인기 없음을 말이지요.”
“끄응… 저는 그저 도련님의 태만에 대하여 고할 뿐입니다.”
얼굴까지 달아오른 그의 표정을 보니 정곡을 찔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로렌트는 참으로 남성적으로 생겼기에 사실 여자들에게는 인기가 없었다.
‘헤이나라는 시녀를 좋아한다 했던가?’
이건 마데리나에게 들은 내용이니 맞을 것이다. 로렌트가 헤이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성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꺄악! 도련님, 힘내세요!”
헤이나 역시 미카엘의 친위대였다는 점이다. 귀족가 영애들과는 다른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미카엘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 바로 백작가 시녀들로 이루어진 미카엘 친위대였다.
그리고 헤이나는 그중에서도 극성이었다.